뉴욕이라는 낯선 도시 생활에서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된 저자의 고백들이 너무 신선하고 생기롭게 느껴지는 책이다.
볼거리 가득한 곳곳의 다양한 문화 체험들로
자신의 경계를 허물로 그 안으로 슬며시 동화되고
‘호퍼의 도시’를 끌어안고 사랑할 수 있는 낭만과 여유를 배울 수 있어서 특별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가만히 살펴보며
고독했던 천재 화가 호퍼의 숨결을 찾아
함께 동행하며 도시를 투어하는 설렘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느낌이다.
뉴욕에서의 일상이 견고해져가자 에드워드 호퍼는 불식간에 내 삶 속에 스며들었다.
밤에 창밖을 내다보면서,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다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나는 자주 호퍼를 떠올렸다.
뉴욕에 오기 전까지 호퍼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었다.
밤이 내린 뉴욕의 간이식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 침실에 서서 나체로 아침햇살을 맞는 여자,
혼자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여인….. 그가 화폭에 그려내는 고독은 분명히 매력적인 구석이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감정적인 사치로 여겨졌다.
고독한 사람들이 아니라 고독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가라고 생각했다.
p63
호퍼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라 한다면
<밤의 창문>속 장면에서 처럼 작가가 보았던 풍경을
호퍼도 비슷한 환경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호퍼와 이 작품 속에서 긴밀한 관계로 연결되었던게 아닌가 싶어
한동안 나도 창문 너머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뉴욕의 거리에서 만난 호퍼가 있는가 하면
뉴욕의 학교에서 뒤러를 만난 저자는
이를 매개로 뉴욕에서의 여러 인연과 영감을 얻게 된다.
특히나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도 저마다의 열정으로
세상을 호기롭게 살아가며 젊은 수강생들 못지 않게
지적 열망으로 가득 차 있고 바삐 움직이며
함께 소통하는 모습이 나에겐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말년에 웬 공부람 싶기도 하지만
무언가에 열중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나이를 먹어서도 가능한다는 건 나에게도 하나의 소망의 등대처럼 비춰주는
대단한 희망처럼 느껴져 괜히 맘이 울컥해진다.
호퍼는 <여자들을 위한 테이블>에서도 가정에 머무르기를 거부하고
일자리를 찾아 집밖으로 나오는 여성들이 늘어나던 당시 뉴욕의 분위기를 감지하려 시도했다.
대공항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여성 대부분이 비정규직에 평균임금도 남성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여자들은 당당하게 남자들처럼 공공장소에서 식사했고,
이들을 위한 식당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의 뉴욕 친구들처럼 독립적이고 당찬 여성들.
p136
낯설고 외로운 뉴욕 생활을 다채롭게 빛내준
여자들의 즐거운 수다가 꽃피는 애프터눈 티.
티와 함께 즐기는 디저트도 다양해서 신나지만
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내적 친밀감이 깊어진다는 건
친구들과 연대되어 뉴욕의 생활에 잘 동화되고 있었던게 아닐지.
근사한 애프터눈 티를 함께 나눠 먹고 마시며
진짜 뉴요커가 된 느낌을 한번 나도 흠뻑 도취되어 보고 싶다.
뉴욕의 유명 티 살롱, 레이디 멘들스에서
언젠가 한쪽 테이블에서 만찬을 나눌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꽃이 필 기회를 일생 중에 가져볼 수 있길 소망해보고 싶다.
또한 뉴욕의 서점을 구석 구석 탐방하며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 책이라는 친구를 다른 세계의 장소에서
만나는 기분이 어떠할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이또한 또다른 세계와의 조우가 될테지만 말이다.
뉴욕 생활을 통해 가장 자신다운 삶의 태도와
깊은 영감과 나의 색을 찾게 되는 과정들이
나에겐 낯설지만 설레는 순간이 가득했다.
머릿 속이 온통 뉴욕의 배경들로 가득차 버려
다음 여행지를 이곳으로 선택해야만 할 법한 구실이 많아진 것 같아
여행 경비를 모아야 할 이유와 필요가 충분해진 기분이다.
이 곳에서 나는 무얼 배우고 성장하게 될지 상당히 기대된다.
곽아람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고
이 책과의 만남이 팬심으로 돌아서는 애정이 듬뿍 담긴 소중한 책이 되고야 말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