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의 손을 놓겠습니다 - '나'를 위한 관계 덜어내기 수업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큰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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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관계의 어려움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법이나 여러 실패와 경험치가 쌓여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하며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지만

균형을 유지한 건강한 연결선을 유지하는 것이 꽤 힘들긴 하다.

진정성이 살아있는 온전한 관계란 무엇인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관계의 자립성과 유기적 연결이

얼마나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지,

의존을 벗어나 성숙한 관계로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질지

전반적으로 혼자서 고민해 왔던 문제들을 책 속에서 답을 찾아가며 읽어 내려갔다.




인간은 외부의 것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무엇이며 진리인지를 판별, 판단한다.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성에 의해 타인의 생각이나 상식이 진실인지를 판단하지 못하면 인간은 권위에 복종하게 된다.

의존을 하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게 된다. 프롬은 표면에 있는 것을 발견하는 데 머물지 말고 안쪽까지 꿰뚫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사물의 본질이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p110

내가 ‘나’로 존재하고, 개성을 잃지 않는 것.

세상의 권위에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가를 판단하게 되면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삶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어릴 땐 부모님의 권위에 순종하는 착한 아이로 커왔고,

이로 인해 온전히 나의 개성을 드러낼 수 없었던 어른으로 성장했던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권위에 맞서는게 옳은가도 쉽지 않은 선택지다.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거나 혼자가 될 것이 두려운 사람들에겐

더더욱 본인이 불리해질 상황을 불필요하게 만들며 살지 않으려 한다.

삶의 주도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어보지도 않고

그리 행복하지도 않은 관계 속에서 무엇이 더 중요했던 건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두렵더라도 혼자가 되는 것에 더 용기를 내보는 것.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혼자 온전히 서 있어야 비로소 ‘나’를 찾게 된다는 깨닫는다.

고독을 벗어나는 방법 중에 프롬이 ‘정답’으로 꼽은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자립’이다. 이를 프롬은 ‘새로운 조화’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성과 사랑하는 능력을 발달시켜 자기중심성을 넘어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에 대해 말하자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믿는 것과는 달리 사랑은 ‘하나 됨’이 아니라 자신과 상대가 분리되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다음 그 단절을 극복한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p220

친밀감과 자립.

일체성과 독자성.

참 역설적인 연결성을 보고 생각의 오류가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자립을 허락하면서도 쉽게 내어주지 못하는 의존성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에 지배당하고 있는지 역시 헷갈리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있어서 상대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느끼고

기대려는 의존성을 가지고도 싶고,

성숙한 관계로 좀 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나로서 서있는 것 능동적인 관계를 취하고도 싶으니 말이다.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공동체감을 유지할 수 있는 긴밀한 관계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 보인다.

자기중심성도 의존성도 건강한 관계 형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분명하다.

건강한 자립 상태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살면서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독립과 자립이 가장 큰 문제이고 풀어야 할 숙제인 듯 싶다.

의존성이 강했던 나에겐 더더욱 관계 안에서

온전히 ‘나’로 먼저 단단히 서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더 단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건강한 관계 맺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관계의 어려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보면서

나의 중심성을 찾아보게 되는 이 책의 좋은 길잡이를 따라

원만한 관계 안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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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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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했던 20대에

가장 좋아했던 영화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필두로

<포레스트 검프>, <유브 갓 메일>, <터미널>, <캐스트 어웨이>등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라 불리는 '톰행크스'의 작품을

지금까지도 보고 또 보는 명작들이 너무도 많다.

괜히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게 아닐테고

출연한 영화의 대부분이 흥행 보증될 뿐더러

그 입지가 대단히 크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는터라

배우로 만나보게 되는 작품이 아닌 작가 '톰 행크스'를 만나보게 되는 건

웬지 더 감격스러운 기분이 든다.

그의 첫 장편소설인 이 책은 영화를 사랑하는 그답게

'영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빌 존슨이라는 영화 감독이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기나긴 여정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영화 제작을 다룬 리얼 다큐처럼 느껴지는 논픽션이라고 해야할까.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감독과 수많은 손길과 노력을

가까이서 생생하게 살펴보는 듯한 세세한 묘사가 인상적인 책이다.





캔디스는 야구장의 야구 선수들과 우주를 탐구하는 천문학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영화 만들기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뮤즈들과 항공사 비행 일정, 창작이라는 수수께끼, 우연히 찾아오는 천재적인 발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등가 상태, 저주, 망각, 그리고 지연발화라는 것도 언급했다. 그녀는 '소진된 재능', '추락한 위신', '어중간한 재능의 오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화가 항상 수요일에 촬영을 시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사흘간 자신을 증명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무능력자는 금요일 밤에 해고되고 다른 사람이 월요일에 자리를 대신했다.

p167

"슈퍼파워? 그건 그냥 눈요기고 관객몰이용 불꽃놀이지요. 만일 우리가 이걸 제대로 해낸다면, 이브 나이트는 관심을 얻고 폭넓은 공감을 끌어낼 겁니다. 이브가 마침내 잠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 이 영화의 등뼈가 될 거예요. 긁어 줘야 할 간지러운 부분. 맥거핀요.

p262

그 사람들은 더는 민간인이 아니다! 이제 그들은 돈을 받는 프로이고, 베이스캠프는 그들의 베이스캠프다. 그들이 영화를 촬영하며 보낸 기나긴 나날과 몇 주일에 걸쳐 쏟아부은 노력은 남은 평생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그들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주간고속도로 장면은 어디에서 찍은 거야? 그 제트기들이 폭탄 떨어뜨릴 때 누구 안 다쳤어? 대답. 커다란 실내 스튜디오에서. 그리고 그건 진짜 제트기도 아니었고 진짜 폭탄도 아니었어.

p333

"사람들이 물어요.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다 기억해요? 외우는 거예요. 몇 시간씩, 서로 도와 가면서, 장면이 길다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리고 아홉 페이지는 길어요. 우리가 촬영 당일 대사를 완전히 외우지 않은 채 현장에 나간다면 그건 재난이에요. 무책임한 거죠. 하루짜리 장면에 이틀이 걸리고, 이틀짜리 장면은 편집돼 줄어들 테고, 소문이 돌겠죠. 그 배우들은 대본을 외우지 않는다고요. 물론, 실제 촬영할 때가 되면 대사를 장면에 맞게 부분 부분 바꾸기도 할 거예요. 그건 진실을 찾기 위한 작업이죠. 하지만 신 13과 14 봤어요? 연극계의 한 대모께서 언젠가 그런 말씀을 해 주셨죠. '대본에 익숙해지는 걸 대신할 방법은 없어. 그러니까 망할 대사를 외워.'"

p435

영화 현장의 배우들, 스텝, 대본 작업, 촬영 장소 물색, 예산,

회의 또 회의, 검토...

모든 과정들이 머리에 그려지지는 듯

제작과정의 이모저모를 구석구석 살피는 기분마저 든다.

이같은 책을 쓸 수 있는 데에는

그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며 연출에서 그치지 않고

제작에도 애정을 많이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었다.

특정 인물이 주인공이라 말하기 힘들지만

영화가 완성되어가는 과정들을 통해

하나의 멋진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스토리에 다 담겨있어

배경의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란 생각이 든다.

배우를 보조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도

영화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화려한 조명 아래에 있는 주인공보다 더 반짝이는 요소같다.

그런 숨은 곳곳의 이야기를 꺼내

소설 속에 담아 그려낸 이 스토리가 마냥 허구같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시작과 끝의 모든 연결과 과정을

필름 속에 담아낸듯한 그림이 그려지는

'톰 행크스'만의 멋진 소설이 이렇게 완성되어 팬으로서도 읽는 내내 감격스러웠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까지 잘 살펴보지 않았는데

이젠 놓치지 않고 그 공로와 수고를 아끼지 않는

감사한 마음으로 그 마무리까지 함께 호흡을 놓치지 않아야겠다.

한 편의 근사한 다큐를 영화 제작으로 담아낸

작품같아서 읽는 내내 500페이지가 훨씬 넘는 분량이 그리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욱이 젊은 청춘때부터 팬으로 남아 함께 나이들어가는

'톰 행크스'의 여정 속에 다양한 창작 활동들이

더 풍성해지길 바래보며,

영화에 대한 멈출 줄 모르는 그의 애정이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불씨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과 소설로 만나볼 수 있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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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달리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 16
정주리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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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할때 온전히 행복감에 빠지는 모습을 보니

작은 성취감이 주는 행복을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걷고 뛰다보면

금새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더욱이 달리기는 그런 주변 풍경들을

가장 밀접하게 느끼고 실감할 수 있는

건강한 취미 생활이 아니겠는가.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킬만한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싶었는데

번번히 생각으로 그칠 때가 많았다.

달리기도 그 중 하나이다.

그렇게 달리기를 찬양하다도

현실에 고전하다보니 뛸 여력이 생기질 않았다.

도무지 안되겠다 싶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얼마 전부터 아파트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 또 걸었다.

이 책이 나에게 왔을 때

달리기로 나아가고자 예정된 코스인가 싶어 설렜다.




달리기는 그저 운동이 아니다.

나에게는 스스로와의 대화이자, 나를 넘어서는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는 건 남과의 비교가 아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나를 위해 달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달리기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p66

때때로 삶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가 계획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의 시나리오는 때로는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때로는 예상보다 더 멋진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내가 달리기라는 길을 선택한 것도 그런 우연한 기회들이 쌓여서였다.

열심히 달리고, 이렇게 달리는 생활을 꾸준히 기록하다 우연히,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가 내게 찾아왔다.

p177

지금 현재의 행복을 미루지 않고 즐기며

차곡차곡 열심히 쌓아가고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달리기라는 건강한 반려 생활로 큰 활력을 얻어가는 과정을 보니

뭔가 가슴 벅참이 느껴진다.

나이 들어 뭔가를 도전하기엔

심신이 약하다는 핑계와 나날이 버거워지는 체력을 탓하며

달리기는 절대 꿈꿔보기도 감히 두려운 도전이 아닐까 싶었다.

운동에 나이가 없다고 하지만

달리기는 나이가 있겠지 싶은 자기 합리화로

웃어 넘기기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뛰고 걷는 모습을 보면

혼자 괜히 머쓱하다 못해 부끄러워진다.

아침에 눈을 떠 일어나 걷고 뛰는 부지런한 생활을 나 역시 꿈꾼다.

단번에 일어나기도 버거운 몸이지만

이젠 더 미뤄둘게 아니라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로 몸과 마음의 리프레시가 분명 필요한 때 같다.

러닝이 주는 작은 행복감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이야.

그저 남 얘기에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머물게 된다.

또 아프기엔 너무 억울하니,

이젠 체력을 키워가면서 몸을 단단하게 세워가야하는

위기의 중년이 아닌 거듭난 중년으로 살아봐야겠지.

제법 걷기 좋은 날씨가 됐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꽤 기분을 싱그럽게 해준다.

새로 사 둔 운동화를 꺼내신고

아파트 산책로를 가볍게 뛰고 오는 시작을 이제 해볼텐가.

나에게 행복한 주문을 걸어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더 오래지내기 위해

달리기와 좀 친해져볼까 한다.

누군가의 작은 도전과 패기가 나에게 힘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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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요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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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성 쌍둥이인 민형과 민호 형제,

우연과 지연 자매.

쌍둘이가 비슷해보일지라도 차이점이 있는 것처럼

겉모습과는 다른 이들 개인의 삶은 분리된 하나의 인격체라는 걸 염두해야 한다.

이 책에서 유사성과 차별성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일란성 쌍둥이의 면밀한 민낯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과 반전에 소름이 돋았다.

단요 작가의 거침없는 스토리 구성과

비극적인 가족사를 제대로 보여준 범죄 스릴러.

오싹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해 가면서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지 못할 정도로 빠른 전개와

몰입감이 엄청난 희대의 비극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형 민형과 동생 민호는 일란성 쌍둥이지만

모범생인 형 민형과 달리 자유와 일탈을 즐기는 동생 민호는

굉장히 성격적으로 많이 다른 두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빠는 근데 나랑 우연이를 구분하긴 해?

둘이 뭐가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는 알아?

아빠 머릿속에는 나랑 우연이가 있는 게 아니라, 의대 붙은 애랑 아닌 애만 있지? 맞지?

p32

민형은 관계의 구심점에 자리 잡은 존재가 지연이든 우연이든 상관하지 않으려 했고,

여기에 서 있는 여자애가 바로 그 소중한 딸이었다.

그것은 그가 아는 최선의 사랑이었다.

p40

민형에게는 일란성 쌍둘이 딸 둘이 있는데,

바로 우연과 지연 자매이다.

4수 끝에 치의대에 합격한 우연과

5수를 준비하는 지연.

이 둘은 산에 오르다 추락사로 한 명이 죽게 된다.

살아남은 딸 지연은 아빠 민형의 뜻대로 우연의 이름으로 바꿔치기 하며 살게 되는데,

정말 기가 막힌 건 민형은 살아있는 쪽이 우연이길 바랬다는 것이다.

무엇이 더 유익한지를 따지는 효율이

비교와 평가를 거쳐 판단된다는 것이

사람, 아니 가족에게까지

사랑하는 딸의 인생마저도

비참하게 옥죄는 모습이 정상이 아닌듯 보인다.

산 자의 삶을 더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더 나은 선택지가 치의대를 합격한 우연의 삶이라니.

지연은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삶과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여기서 가족 붕괴가 서서히 가속화 되는 양상을 보인다.

"못하면 욕을 먹어야지. 못할 수도 있는데 못하는 놈이 잘하는 사람들처럼 살려는 건 잘못이고.

교만이든 탐욕이든, 일종의 죄야."

p74

"아빠가 생각하기엔, 난 누구야?"

"하나뿐인 딸."

"지연이야, 우연이야?"

"둘 중 뭐든 상관없어."

p99

집안을 건사느라 일에 쫓기며 사는 민형은

결혼 후에도 줄곧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딸과의 관계 형성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하물며 채린과도 관계가 좋지 못해

동생 민호가 자신의 가족들과 다정하기라도 하면

발작처럼 못마땅함이 자신을 더 견교하게 방어하게 만든다.

민호와의 어그러진 관계를 보면

학생때부터 노는 무리에 휩쓸려 다니며

인생을 자유분방하게 사는 동생의 못마땅함은 물론

가족들에게서의 관심이 민호에 쏠리는 것이

자신의 우월감을 밀어내는 패배의식에 빠지게 되므로 더 괴로워하는 듯 보였다.

자신의 기준 밖의 사람은 내치는 민형의

소름 돋을 정도로 냉혈하고 비인간적인 처사가

타인뿐 아닌 가족에게서까지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잔인할 정도로 보였다.

결국 관계의 파멸은 파국을 맞이하게 마련이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생각하면

철저한 자신의 방어기제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자기 합리화가 거대한 신념으로 자리잡은게 아닐까 싶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마음은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말이다.

인정욕구와 이기심에 자기 방어까지..

자기만의 어그러진 높은 기준과 신념이 결국은

자신을 파멸하게 만든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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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 가세요, 런던의 심리상담실 - 불안한 영혼들을 위한 Dr. Yin의 감정 수업
인이이 지음, 장려진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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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소리를 외면하고 현실을 살기에 각박해진 요즘

더 많은 정신질환으로 아파하는 우리 사회에서

심리 문제를 토로하는 여러 사례들을 책 속에서 살펴보고서

인지해야 할 부분들을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상담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말은 무얼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현실 문제에 매몰되어 살아가다보면

몸이 아픈 신호에는 민감하면서도

마음의 문제는 늘 뒤로 미뤄 생각하는 편이다.

결국 나 자신의 건강한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

답을 찾고자 상담실 문을 열텐데

이 책의 내담자분들의 용기있는 두드림 덕분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책에 기대어 문제를 풀어보고자

그 수고를 덜어준 덕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엄격한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면서 실제로 선생님이 보고 있던 건

뚱뚱해서 따돌림당하던 과거의 어린아이였어요.

더는 자신을 가혹하게 대할 필요가 없어요."

p166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모습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

건강을 위해 몸과 체형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배려이자 관심이지만,

이로 인해 불안해하고 섭식 장애에 걸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아진다.

어떤 미래를 꿈꾸던, 건강한 몸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p168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내담자의 사연을 보면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내면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외면까지도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외적인 아름다움이 마름의 미학이 아닌

긍정적인 마음과 올바른 가치관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고

가장 근원적인 원인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낮은 자존감이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요즘 외모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매체를 접할 수 있는 범위가 많아지면서

더 주류 미디어 속의 기준을 나에게 투영시켜서 살피다보면

나 자신이 루저처럼 여겨지는게 여간 심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외형의 스트레스가 내면까지도 침투해

스트레스를 더 극심하게 만든다면 삶의 활력을

건강한 내면과 나의 가치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먼저 이것이 급선무가 되야 할 것이다.

비교를 줄이고 나로서 가치있고 아름다움음

더 자주 말해줄 수 있는 멋진 사람으로 나아갈 필요를 느낀다.

"저는 어머님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신을 더 돌보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잖아요.

어머니는 '엄마'라는 신분도 있지만, 그 전에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자신을 더 아껴주세요.

어머니의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이도 건강할 수 없어요."

p196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부모의 대립과 갈등.

정말 어렵고 난처한 일이다.

결국 올것이 온건가 싶은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되는 나머지 식구들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우리 가족에게도 이같은 폭풍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엄마의 잔소리가 싫은 사춘기 자녀와

자녀의 변화된 행동과 말에 불안을 느끼고

자기 멋대로 구는 모습들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니

마냥 이뻐 보일 수가 없다.

수면장애와 우울증까지 이어지게 되면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아이를 말 잘 듣는 자녀로 키우려 했던 나의 오만함과

결국 부딪히게 되는 갈등은 더 심화되고

마침내 자녀의 건강한 독립을 위해

내가 붙잡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기 시작하면서

종료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뭔가 더 내 것으로 내 뜻대로 되어야 할 것만 같았던 것들이

오히려 내려놓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게

믿고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음을 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상담자분의 말씀처럼 내가 먼저 산소호흡기를 끼고서

나를 먼저 챙길 필요가 있다는 것.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기적같은 이 논리가 너무도 명백한 진리같다.

그동안 헌신과 희생이란 올무 속에

아이를 가둬두었던 단단한 요새를 허물고

엄마란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작은 만족과 기쁨의 습관들이 쌓여가면서

감사가 회복되어 갈 때 가정의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문제들로 마음이 편칠 않은 우리의 삶에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은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아 해메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리 어렵지 않은 해답이

대단히 단순한 원리에서 시작되고 작동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마음이

나와 내 주변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안고 있던 문제들을

책 속의 다양한 사연 속에 비춰 살펴보면서

더 내밀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상담받은 것 마냥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같은 위로와 공감의 마음 돌보기가

우리의 삶 속에 일상처럼 흘러가길 바란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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