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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만세! -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읽기 ㅣ 석학인문강좌 86
석영중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8년 3월
평점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고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석영중 저, ‘인간 만세’를 읽고
일부러 읽지 않았다. 비록 어설프고 부족할지라도 내 방식대로 해석한 작가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작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내 책에 그대로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스토옙스키 전문가로 공인된 석영중 교수의 밀도 높은 해석 (바로 이 책, ‘인간 만세’를 말한다)을 미리 읽었더라면 아마도 나는 내 책을 쓸 때 그 해석을 그대로 흉내 내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나는 내 책을 영원히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안도와 함께 그때의 결정이 잘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마추어인 나의 해석이 프로 중 프로인 석영중 교수의 해석과 비교해서 덜 자세하고 덜 풍성할 뿐, 커다란 줄기와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석영중 교수가 나 같은 한낱 무명작가가 쓴 책에 선뜻 추천사를 써주겠다고 하신 이유를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해주지 않을까 한다. 나는 그때의 심정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메일로 추천서를 보내시기 직전, 석영중 교수는 먼저 출판사에 직접 전화해서 저자가 한국에 있다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셨고, 어려운 작업을 거쳐 의미 있는 책을 내주셔서 고맙다고 하셨다. 마침 우리의 책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에 맞추어 출간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마침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출간했던 열린책들을 통해 200주년을 기념하여 두 권의 해설집을 출간한 장본인이 바로 석영중 교수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직접 경험한 대가의 겸손함 앞에서 나와 출판사 대표는 깊은 감동을 느꼈고 더욱 겸손한 자신감을 갖고 책 출간에 임할 수 있었다. 참고로, 석영중 교수의 추천사를 다시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책 ‘닮은 듯 다른 우리’가 출간되어 기쁘고 반갑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유전학의 코드로 읽는 동시에 대문호의 인문학적 깊이로 생물학의 본질을 천착하는 신선하고 도전적인 책이다. 친절한 설명 덕분에 술술 읽히지만 인간다움의 심연을 응시하는 저자의 혜안이 예사롭지 않다. 문학과 생물학의 융합이라는 개척지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 새삼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
- 석영중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나의 두 번째 저서, ‘닮은 듯 다른 우리’는 교양서적으로써 기본적으로는 생물학 (주로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그리고 유전학)을 고등학생 이상의 독자에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대중 과학서다. 이미 시중에는 같은 목적을 가진 책들이 많다. 아쉽게도 그것들은 모두 교과서 방식을 따른다. 겉으론 비록 다양한 모습일지라도 본질적으로는 결국 ‘쉬운 교과서’ 형태를 띤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에 반해 ‘닮은 듯 다른 우리’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따른다.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 방식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혈연관계에 깃든 유전적인 의미를 문학적인 의미와 함께 고찰하는 형태를 띤다. 교과서를 재미있게, 그것도 소설 읽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닮은 듯 다른 우리’는 생물학과 문학의 의외의 콜라보를 만끽하며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닌가 한다. 저자로서도 나는 2021년 세종 도서로 선정된 나의 첫 번째 저서 (‘과학자의 신앙공부’)보다 이 두 번째 저서 (‘닮은 듯 다른 우리’)에 애착이 많이 간다. 코로나로 인해 상대적으로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출간되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기회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고 읽히면 좋겠다.
‘닮은 듯 다른 우리’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책을 읽고 싶어 지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책이다. 혹시라도 저 유명한 도스토옙스키의 대작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으려는 계획을 가슴 한 편에 여전히 갖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주저 없이 ‘닮은 듯 다른 우리’를 먼저 읽으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대작을 읽기 위한 워밍업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끝까지 낙오하지 않고 읽어내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참고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끝까지 읽기 위한 꿀팁은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그들의 세계관, 그들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카라마조프 가에 흐르는 공통된 그 무엇 (결국 인간 전체로 해석될)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점을 ‘닮은 듯 다른 우리’가 생물학적인 의미와 더불어 더욱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인간 만세’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대한 해제다. 해제만으로 약 250 페이지에 해당하는 한 권의 책이 되었으니 이 책이 가진 성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이 책은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장편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책이다. 이 책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읽기”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소설을 구성하는 12개의 장과 에필로그를 차례차례, 차근차근 읽고 대문호가 생각했던 인간의 본질,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가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 있다. |
석영중 저, ‘인간 만세’ 9페이지에서 선택 발췌
위에 발췌한 두 문장에서 강조점을 두어야 할 단어는 ‘꼼꼼하게’, ‘차례차례’, ‘차근차근’이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 이 책은 친절하면서도 농밀한 해설서인 것이다. 즉, 이 책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기 전에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읽고 난 이후에 읽으며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전문가의 세세한 도움으로 뒤늦게나마 이해하기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두 번 읽은 나에게는 이 책이 가진 의미와 무게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워낙 대작이다 보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논문이 이 세상엔 즐비한 줄 안다. 하지만 나 같은 일반인이 읽을 만한 글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의 진가는 더욱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고 나서 곧바로 집어 들어야 할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닮은 듯 다른 우리’를 애피타이저로 가장 먼저 읽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앙뜨레로 읽은 후, ‘인간 만세’를 디저트로 마무리 지으면 완벽하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대한 나의 해석을 석영중 교수의 해석에 비한다면 살을 거의 다 발려낸 뼈다귀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 문학, 그중에서도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전문가로 수십 년 학계에서 연구, 강의, 집필, 번역 활동을 해오신 석영중 교수의 해석을 나 같은 아마추어 문학도의 주먹구구식 해석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내 해석이 오롯이 들어간 책을 출간했던 저자로서 나는 아무리 살이 많이 발려져 있어도 내 해석이 적어도 같은 개체의 뼈라는 사실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 책을 단시간에 읽어내며 나는 역시 대가의 해석은 다르구나, 역시 깊고 풍성하구나, 하면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한 번 더 읽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었고, 또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기도 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재독 프로젝트’에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아마도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지 않을까 한다. 아들의 겨울방학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나도 그때 휴가를 내어 다시금 대작의 깊이와 풍성함을 조금은 더 깊고 풍성한 눈으로 맛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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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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