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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 하나님 자리를 훔치다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7년 5월
평점 :
하나님을 하나님 자리로
팀 켈러 저, ‘내가 만든 신’을 읽고
이 책의 원제는 ‘Counterfeit gods’이다. 책을 열면 저작권 페이지가 나오기도 전에 영어 단어 counterfeit에 대한 뜻풀이가 등장한다. 다음과 같다.
counterfeit [카운터핏]
1. 위조의, 모조의, 가짜의, 거짓의, 허울뿐인
2. -인 체하는, 가장한
한 장을 더 넘기면 저작권 페이지가 나오고 바로 옆에 제목, 저자, 옮긴이, 출판사가 적힌 페이지가 보인다. 그 페이지 맨 위에 한글로 이렇게 적혀있다. ‘하나님 자리를 훔치다’. 부제인가 싶어 원서 정보를 찾아보니 아닌 듯하다. 한국 번역판에서만 사용되는 문구 같다. 두란노에서 무엇을 강조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요컨대 ‘가짜 신들’이 하나님 자리를 훔치고 있는 실상을 폭로하는 것.
이 책은 우상숭배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알다시피 가짜 신은 우상을 뜻한다. 보통 우상이라고 하면 Idol, 우상숭배라고 하면 Idolatry라고 표현하는데, 이 책의 저자 팀 켈러는 굳이 ‘counterfeit gods’라고 한 걸 보면 팀 켈러의 강조점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우상이라는 말보다 그것이 가짜라는 데에, 가짜 신이라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있다. 한글 번역판 제목이 원제를 직역한 ’가짜 신들‘이 아니라 ’내가 만든 신‘이라는 것. 목차만 봐도 제목을 왜 바꿨는지 알 수 있다. 1장부터 5장까지 제목을 살펴보면 평생 소원, 사랑, 돈, 성취, 권력, 이렇게 다섯 가지를 가짜 신들, 즉 인간이, 우리가, 내가 만든 신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우상은 가짜 신들이고, 그 가짜 신들은 모두 내가 만든 신이며, 그것들이 하나님 자리를 훔쳤다는 것이다.
우상이란 가시적 형상만을 일컫지 않는다. 가시적 형상 이면에 있는 비가시적 실체, 이를테면 탐욕처럼 무엇이든 하나님보다 더 크게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차지하는 것들을 아우른다. 십계명도 우상 숭배를 경고하고 금지하는 명령으로 시작한다.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이라고 하셨다. 다른 신들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것들은 신적 속성이 없는 거짓 신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들은 피조물인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우상을 숭배하는 자들에겐 거짓 신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그 무엇 (something)일지 몰라도, 여호와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우상은 아무것도 (nothing) 아니고, 아니어야만 한다. 인간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팀 켈러는 우상숭배를 ‘단지 많은 죄 중의 하나가 아니라 인간 심령의 근본 문제’라고 진단한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숭배하도록 지어졌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하나님 한 분이어야 한다. 잘못된 대상은 모두 우상인 것이다. 팀 켈러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과 올바른 예배 대상을 기반할 때, 우상숭배에서 해방받는 유일한 길은 우상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대체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우상은 가시적 형상이 아닌 그것을 만들어낸 비가시적 실체이기 때문이며, 그것들 자체는 악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 자체가 악한 게 아니라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상황을 조장한 인간의 마음과 생각이 악한 것이다. 실제로 좋은 것일수록 우상이 되기 쉽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만든 가짜 신들과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하나님 자리에 모시는 것이다.
팀 켈러의 첫 책이었다. 각 장이 내겐 명료한 설교로 들렸다. 그런데 매 장마다 예수 그리스도가 언급된다. 그것도 꼭 뒷부분에 가서 말이다. 팀 켈러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나 싶다. 특히, 이런 게 요즈음 회자되는 팀 켈러식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인가 싶어, 솔직히 사복음서가 아닌 성경 본문에서 출발한 설교가 조금 억지스럽게 예수님 이야기와 연결이 되는 부분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심정이었다. 그래도 내가 예전에 한국 여러 교회에서 들었던 억지스러운 설교보다는 이 연결이 자연스럽고 어설프지 않다는 생각이다. 첫 책이라 아직 일반화시키긴 어렵겠지만, 이건 책장에 꽂힌 두 권의 팀 켈러 저서를 읽고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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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의책과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