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참에서 마권을 뽑아들고, 화미인 유적이 있는 곳까지 갈 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제의 마권으로 본래대로라면 얻을 수 없는 적파마를 얻었다.

화미인 유적은 소금기 많은 암염지대다. 길이 험해서 웬만한 말로는 달리기도 힘들고, 낙타는 성질이 나빠 괜히 데리고 다니면 힘들기만 했다.

하지만 적파마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 말은 애초에 화미인 유적지에서 개량된 말이고, 화미인지역에서 3년을 자란 후에야 제대로 된 적파마 인증을 받는 말이니까 말이다.

적파마를 타고 나는 화미인 유적지로 달렸다.

몇 번 말을 갈아탈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난 화미인 유적지에서 말을 멈췄다.

도적떼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쉽게 만날 줄은 몰랐군.”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형님이 오셨구려.”

 

도적떼, 아니 나의 친애하는 형제들이 내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들었나보구려. 형님.”

 

“...말마라. 더위까지 겹쳐서 하마터면 이리로 오지도 못할 뻔 했으니.”

 

올해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글쎄다...”

 

나는 말을 흐렸다. 화미인 유적지에서 과연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었다.

더더군다나 이것은 원래 황제국에서 추진하던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패설사관급이 추진할만한 국가적 특수임무인 것이다. 성공하면 나는 패설사관으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포기하고 일개 도적이 되어서 쫓겨다녀야 한다. 물론 패설사관대리에게 뒤집어씌울 작정으로 독주를 마시게 했지만...

 

그건 팔만한 물건인가요?”

 

그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물건이란다. 아우들아.”

 

도적의 자식에서 오로지 대를 잇기 위해서 패설사관 집안의 양자가 되어 패설사관의 자리까지 올라간 내가 궁중의 기밀을 이용해서 형제들의 도둑질을 도왔던 것은 단순한 물욕때문이 아니었다.

가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대체적으로 부패관리들의 사재를 털어서 국가적 보물을 구하는 일이었다.

 

형님, 너무 위험한 일 아닙니까? 패설사관이...”

 

패설기록에 의하면 그 이상 가는 지복의 물건은 없다고 한다. 너희들도 깨닫게 될게야.”

 

또 저번처럼 되는 건 아니우?”

 

털보 아우가 투덜거렸다.

 

형님은 항상 그게 문제란 말이요. 지복이야 누리겠지. 그러다가 들고 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숨겨놓기만 하니...”

 

어허.”

 

나는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형제들 중 항상 정식무관이 되어도 모자람이 없을 털보아우에게 손짓을 했다.

 

넌 진짜 보물이 뭔지 모르는게구나. 항상 이렇게 진짜 보화는 모르는 곳에 숨겨둬야 하는게야. 가짜와 진짜도 분간할 줄 모르는 놈들이 진품을 학대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

 

두렵긴 뭐가 있어서 두렵소?”

 

진품에는 넋이 깃들어 있어서, 어두운 곳에 빛없이 오래 있으면 그 넋이 운단 말이다. 그 넋을 구해주는 것이야 말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털보아우의 얼굴이 새하야졌다. 하긴 귀신 이야기에는 예전부터 약했으니...

 

그건 아마...”

 

말을 더 이으려고 하자 아우가 손을 휘휘 저었다.

 

됐소. 형님. 더 이상...”

 

처녀귀신일게다. 너같은 놈을 좋아하는...”

 

말이 이어지기가 무섭게 아우는 웩웩거리기 시작했다.

 

후후후후후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웅왕의 시작은 황제국에서 시작된다. 대에서 태어난 영웅왕은 유명한 가희의 아들이었고, 상인으로 대성한 후 이내 왕국으로 내려왔다. 물론 지금도 제후국 중에서 왕국은 황제의 피를 이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17대쯤에서 혈족이 다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그때 영웅왕이 홍수와 도적떼로 피폐해지고 있던 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웠다.

그래서 영웅왕은 제 18대 왕으로 즉위하였고, 도적떼들의 우두머리인 화미인을 제압해 왕비로 맞고자 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머리를 정중히 숙이면서 패설사관대리가 들어왔다.

 

괜찮네. 요즘 미축은 괜찮은가?”

 

글쎄요...그게...”

 

들어보나마나겠지. 미축은 내게 황제국의 이야기같은 건 잘 해주지 않는다. 이맘때가 되면 미축은 황산에 틀어박혀서 노래나 짓고 있다. 바쁘다곤 하지만, 그건 표면상의 이야기일뿐.

 

또 나하고 약속을 어겼군.”

 

나는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 앉아 독한 술을 주문했다.

패설사관대리도 자리에 앉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

궁중에서 패설사관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패설관부터 시작해서 올라가는 패설사관은 원래 귀족이 아니면 하기도 힘들거니와, 평민이 패설사관에 오른다는 것은 황제와 황비, 혹은 왕과 왕비의 두터운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나같은 경우야, 본래 패설사관으로 키워진 집안의 독자이니 말할 나위도 없고.

 

나한테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또 황산으로 갔지. 노리는 자도 많을텐데.”

 

사관님은 강하신 분이십니다.”

 

아차하는 표정을 짓는 대리에게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자넨 쉽게 비밀을 누설하는군.”

 

“.......”

 

그래가지고는 같이 일 못하네.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아니...저기...사관님...”

 

말을 억지로 이어보려고 하지만 안될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난 술잔에 독을 발랐으니까.

. 하고 쓰러지는 대리를 보면서 나는 대리의 허리춤에 있던 마권과 황제국에서 뽑은 자료를 집어들었다.

자료는 별 거 없었다. 그냥 내가 아는 것하고 다를 것도 없었고.

 

역시 혼자 하는 게 낫겠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웅왕은 마침내 세계 최고의 미인을 아내로 얻었다. 그녀는 본래 마법사로 영웅왕의 적이었지만 끝내 영웅왕에게 패하고 말았다. 그녀를 아내로 얻기 위해서는 그녀의 본명을 알아야 했다. 그것도 그녀 스스로가 입을 열어서야만...

그래서 그녀는 최후의 순간, 영웅왕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그 아름다운 입술을 열었다.

 

왕이시여...제 이름은...”

 

그녀가 첫 자를 읊기 무섭게 그녀는 그대로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다.

영웅왕은 그녀의 마법의 무서움에 치를 떨며 그녀와 그가 혼약을 맺으려던 그 광장을 소금을 잔득 부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마법사인 그녀의 형체도 산더미같은 소금에 묻혀 비가 내린 후 씻겨버리고 말았다.

 

가끔은 이야기도 좀 하고 그러게나.”

 

왕은 가끔 내게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하지만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나는 더운 것도 질색이고, 추운 것도 질색이다. 더더군다나 귀찮은 것은 더욱 질색이다.

 

전하. 전 무척 더워서 이야기를 할 기력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무료하니 이야기를 들려달라 엉겨붙는 백성들도 질색이고, 왕도 질색이다.

왕은 바보니까 우리 맘대로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고관들도 질색이다.

 

왜 항상 자네는 여기서 가만히 있는 건가?”

 

바보들이 없으니까요.”

 

나는 그렇게 틱틱거리고는 다시 고서에 파묻힐 준비를 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리고 한없이 귀찮기도 해도 나도 패설사관인만큼 일을 안할 수가 없다. 더더군다나 이건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덜 힘든 일이다. 귀찮지도 않고.

 

바보라면 나도 포함되어 있는가?”

 

훌륭하게 잘 아는 사람을 바보라고 할 순 없죠.”

 

나이는 서른을 넘었는데도 아직도 아이처럼 이야기에 탐닉하는 왕을 훌륭하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날 죽인다고 해도 마찬가지.

 

자네는 항상 이상한 말만 하는군.”

 

오늘은 다행히 이말저말 하지 않고 돌아가려는 채비를 하는 모양이다. 나는 형식적으로 고두한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미로같이 길이 얽혀 있는 궁중에서 유일하게 시원한 장소가 서고다. 책을 보관하기 위해서 가장 적절한 온도와 재질을 구현하고 있는 이곳은 잠들기에도 좋은 장소라서 아까 전의 그 바보왕이 가끔 놀러오기도 하는 곳이다.

 

...아까 전에 나왔던 소금기둥이...어라.”

 

눈을 들어보니 왕비와 눈이 마주쳤다. 5년전 후궁으로 들어왔다가 전 왕비가 죽으면서 그 자리를 이어받은 소녀였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 바보왕에 이어서 바보왕비까지...귀찮군요.”

 

대놓고 말했지만 그녀는 생긋 웃기만 했다. 의외로 왕과는 달리 그녀는 무서운 구석이 있다. 그래도 정면에서 말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녀가 이렇게 웃을 때는 심한 말도 받아준다는 이야기니까.

 

소금기둥은 물에 녹아버렸다고 들었는데...조사를 하는 건 무엇때문이죠?”

 

그녀는 쉽게 돌아갈 생각은 없는 듯 했다. 분홍빛의 앙증맞은 손톱이 책상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소금기둥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 영웅왕의 모험을 해보고 싶다면서 지역을 휩쓸고 다니는 도적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마.”

 

아아. 그 도적들 이야기라면 들어본 적이 있어요. 평소에는 황제국에 싣고 가는 소금 상인들이라면서요.”

 

황제국에는 수많은 제후국이 있는데, 이곳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걔중에는 영주국 정도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황제의 아들과 딸들이 물려받은 곳이어서 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황제의 쌍둥이 형제가 물려받은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쌍둥이 왕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 종적을 알 수가 없어서 황제국의 패설사관이 제게 협조를 요청해 왔습니다.”

 

...”

 

요즘 그 패설사관도 바쁜 모양입니다. 여기저기 도적들이 날뛰니 말입니다.”

 

당신도 바쁜가요?”

 

그만 놀아! 라는 어조로 왕비가 말했다.

 

제 할 일을 해야죠. 며칠 뒤에 황제국에서 서신이 오면 곧 출발할 예정입니다.”

 

...사람이 몇 명 더 필요하겠네요.. 일이 시작되면 전하나 저에게 말을 해주세요.”

 

왕비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살짝 치마를 들어올린 후 방을 나갔다. 나는 역시나 고두를 하고는 이내 자리에 들어왔다. 골치아픈 노릇이었다. 왕과 왕비의 간섭이 시작될 모양인데다가, 협조를 요청한 패설사관은 다른 일 때문에 공석이니...

 

혼자서 해봐야갰군.”

 

왕비나 왕의 자리에 비하면 그들의 태도는 한없이 소탈하지만, 그게 모든 귀찮은 일의 시작이었다. 아무쪼록 윗사람이라면 아랫사람에게 신경을 덜 쓰는게 도와주는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이준구라는 남자는 며칠동안 그를 추궁했지만 그가 바라는 답은 얻지 못했다. 요한 신부, 이지윤, 이지윤, 요한 신부. 이지윤, 요한신부, 요한신부,이지윤.

과연 그것들 중에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그는 혼란스러워졌다.

아버지는 죽었다. 그리고 형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고해성사실로 들어왔다. 형을 보는 순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은 그대로 총에 맞았다. 죽음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형제들에게는 자신이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문이 열렸다. 병실처럼 꾸민 방에는 인공적인 조명 하나 없었다. 가끔 약을 갖다주는 간호사와 의사가 있긴 했지만 그들이 진짜 의사인지 아닌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오늘은 기분이 어떠신지요?”

 

이준구가 방에 들어왔다. 이지윤은 얼른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왜 살린 것일까. 이 남자는.

이미 답을 하지 않았던가. 거기에 더할 것이 있을까? 무엇 때문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복수의 첫걸음을 맡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이준구씨.”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이준구가 살짝 몸을 숙여보였다.

 

요한 신부님께 친한 친구분을 소개시켜드리죠. 아마 서로 낯이 익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분이야 말로...”

 

이준구라고 합니다. 요한 신부님.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지윤은 눈을 크게 떴다. 길함동까지 무료급식을 먹기 위해서 왔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이지윤의 손가락 끝에 아름다운 여인이 하나 서 있었다. 지윤은 그녀의 슬픈 미소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은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명의 도용을 한 겁니까?”

 

여인의 손가락을 억지로 피하면서 이지윤은 길준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의 진짜 이름은?”

 

아직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복수라고 부르시죠.”

 

이준구, 아니 복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지윤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름외에 모든 것은 다 밝히겠습니다. 복수의 이유, 그리고 제 눈에 보이는 아내의 환영. 아마 다 들으시면 황당한 이야기라고 거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

병률은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m모 국회의원이 좋아할 법한 사진과 동영상들. 그걸 위해서 그 여자가 희생당했다. 아마 그 여자가 살아있었다면 그녀 역시 동영상에 나오니까 자신에게 끝까지 붙잡혀 있었으리라.

그는 동영상안에서 그녀를 때리고, 끝까지 가졌다. 하지만 병률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 정상적인 관계에서라면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m모 국회의원은 진상을 알자마자 그에게 말했다.

 

그 여자를 죽여.”

 

그 여자를 왜 죽여야 하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붙잡히긴 했어도 강하고 튼튼한 여자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죽여야 하는 때에도 그녀에게 달콤하게 말했다.

 

이제 당신을 놓아줄게.”

 

그러자 언제 그에게 잡혀 있었을까 싶은 그녀는 도도하게 그를 떠났다. 그리고 떠나는 그녀의 등을 용납할 수 없었던 그는 그녀를 쫓아가면서 총을 쏘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았다. 그의 아이. 그녀의 아이를 쏘아버린 것이다. 죽어버렸다. 둘 다.

 

자네 뭐하나.”

 

다른 비서 하나가 그의 생각을 훼방놓았다. 그는 굳어진 얼굴로 상대를 쳐다보았다.

마치 눈앞에 갑자기 쥐가 나타난 것처럼.

 

의원님이 찾으시네.”

 

....”

 

근데 자네 인맥이 좀 있나봐?”

 

그 말에 병률은 쓰게 웃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자넨 낙하산 중의 낙하산이야.”

 

“......”

 

얼핏 듣자하니 m모 국회의원하고도 잘 아는 사이라던데. 더더군다나 경찰이었다면서?”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어디서 듣긴. 이 동네는 본래 그런 정보 하나는 빠삭한 곳이야. 자네도 생각보다 디딜 구석이 많았었군.”

 

병률은 다 쓸데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그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정의원은 모든 것을 알고 그를 자신의 밑으로 넣은 것인지도 모른다.

부럽군.”

 

그 비서는 비꼬았다.

 

나도 m모 국회의원 빽이 있었으면 그렇게 쉽게 자리를 얻었을텐데 말이야. 애초에 선거업무도 해보지 못한 놈이 비서라니...”

 

“...의원님이 부르신다니 가보겠습니다.”

 

, 정의원님이 찾으시는 거 아냐. m의장님이 부르셔.”

 

“.....”

 

m과 정의원은 견원지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이제 m은 의장이 되었고, 정의원이 말한대로 자신의 개가 되라는 것은 반대파에서 손을 떼라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서로 반대파이지만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자신을 인정했다...병률은 그렇게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들고 있던 그 카메라 말인데...”

 

?”

 

순간 병률은 흠칫했다. 그 카메라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기종이 뭔가? 나도 그런 카메라 좋아하거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준구는 옷을 단정히 차려입었다. [그 남자]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해서였다.

노숙자의 삶을 청산하게 해 준 은인, 그리고 자신의 명의를 빌려 뭔가를 하고 싶어한다는 사람.그 사람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항상 변호사의 뒤에서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사람이 처음으로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도움을 원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운전사는 준구의 눈을 가리고 차에 태웠다. 몇 번의 빙글빙글 돌기, 꺾기를 거쳐서 그는 한 웅장한 저택 앞에서 내려졌다.

 

여기가 어딘지 묻지 마십시오. 저도 모릅니다.”

 

애초에 연습을 충실히했는지 책읽는 듯한 목소리로 운전사는 말했다.

 

“.... .”

 

어쩌면 이 사람도 그 사람에 의해서 노숙자 운명에서 벗어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준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 발을 디뎠다. 서양식으로 웅장하게 꾸며진 대문은 소리없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앞에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준구님 되십니까?”

. 제가 이준굽니다.”

 

따라오시죠.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가 타고온 자동차는 어느새 후진해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저 먼 정원에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저 남자가...

 

무슨 일로 주인님이 부르셨는지 궁금하실겝니다.”

 

집사인듯한 남자가 웃음기를 섞어서 이준구에게 말을 붙였다.

 

제가 미리 말씀드릴 문제는 아니지만 이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랍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다가왔다. 아마 저 남자가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고 있는 남자...

하지만 아니었다.

 

어서오십시오. 환영합니다. 이준구님.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원에서 가까이 본 서양식 건물은 정말 거대해 보였다. 뜨문뜨문 일본식 건축양식도 섞인 이 주택은 위치를 알아보려고 하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튀는 건물이었다.

그렇게 그를 기다렸다가 안내하는 사람들을 몇 명 정도 지나쳐서 그 저택에서 가장 높은 4층의 어느 화려한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 등을 보인 한 남자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 사람]입니다.”

 

머리를 가볍게 바람에 날린 듯한 머리모양을 한 남자였다. 나이는 서른에서 서른 다섯 정도로 보이고, 태권도와 유도와 합기도를 어느 정도 익힌 듯 품세도 만만찮았다.

자세 하나하나에서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약간 숨기는 듯한 눈매 어딘가에서는 음모가의 모습도 조금 비쳤다.

정장을 했지만 원래 몸동작이나 그런 것을 보면 정장보다는 캐주얼을 즐겨 입었으리라 생각되는 모습.

 

저는 이준구라고 합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은 제가 해야 할 말이죠.”

 

그 사람은 거리를 둔 채 이준구를 관찰했다.

 

제가 선생님을 여기까지 모셔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제가 필요한 일이 하나 더 있군요. 명의외에도.”

 

이준구는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다만 절제력이 부족했을 뿐.

 

잘 아시는군요. 그리고...”

 

어쩌면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제일수도 있구요?”

 

“......”

 

이미 명의만으로도 그럴 수 있죠.”

 

이준구는 우호적이지만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눈을 가리고, 사용인들을 여러번 바꿔서 당신을 만나게 한 것은 누가누군지 모르게 꾸미려고 한 것일테지만. 아마 사용인들도 일일 아르바이트일테니 당신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

 

조금 실망입니다. 적어도 당신이 절 필요로 할때는 어깨를 빌려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

 

그 사람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그에게 이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저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두 번이나 배신을 당했던 사람입니다. 당신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절 믿으실게 아니라면 다시 절 노숙자로 돌려보내도 괜찮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이제 자기소개부터 다시 하죠. 제 이름은 함길준이라고 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