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느끼한 산문집 -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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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보게 된 어느 북튜버의 책 소개에서 아주 깔깔 재미지다는 평을 믿고 사보았다.

젋음이 이제 와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

나에겐 피식 웃음도 나지 않는 독서였음을....

2024. may.

#안느끼한산문집 #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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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2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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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 말로 완독한다 마음먹은 토지.

오년전 쯤 초반만 읽었었는데, 그 때와는 사뭇 다른 감상 포인트가 있다는 점이 재밌다.

나이를 먹은 만큼 관점이 조금 이동한 것도 있겠지만, 어려서 모르던 인간사에 대한 부분도 더 와닿는다는 점.

- 한밤중 허공을 바라보며 윤씨 부인은 혼자 중얼거렸다.  
"몹쓸 어미로고, 죄 많은 이 어미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의 눈에서 눈물이 솟아 흘러내렸다.
윤씨 부인은 끊임없이 매질을 하던 형리를 잃었다. 생전의 최치수는 아들이 아니었으며 가혹한 형리였던 것이다. 그 것을 윤씨 부인은 원했으며 또 그렇게 되게 만든 사람이 윤씨 부인이다. 그 사실을 지금 윤씨 부인은 공포 없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 가엾은 형리, 세월을 물어뜯으며 물어뜯으며 지겨워서 못 견디어 하다가 그 세월에 눌리어 가버린 사람, 최치수는 윤씨 부인을 치죄하기 위해 쌓아올린 제단에 바쳐진 한 마리의 여윈 염소는 아니었던지. 사면을 받지 아니하려고 끝내 고개를 내저었던 윤씨 부인이기에 매를 버릴 수 없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단 앞에서 지겨운 시간을 뜯어먹어야 했던 한 마리의 여윈 염소는 아니었던지. - 385

2024. apr.

#토지 #1부2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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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의 개들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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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데르 형사 시리즈 두 번째.

외곽 도시의 소소한 면과 점점 각박해지는 인간성에 의한 사건을 다룬다고만 생각했던 첫 번째 편을 읽고,
2권에선 난데없이 첩보물로 변모한 이야기. ㅋ

해변으로 떠밀려온 보트 위의 시체 두구로 시작된 이야기가 라트비아를 포함한 구 소련 체제에서 핍박받은 국가들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된다.

의지하던 경찰 동료 뤼드베리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후 좀처럼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경찰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는 와중에 터지는 사건은 발란데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를 쇠락한 라트비아의 도시로 데려다 놓는다.
인간적 호감을 가졌던 리예파 소령의 남겨진 아내를 돕기 위한 수사가 시작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에서 뭘 할지 조차 막막한 상황은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흥미를 잃지 않게 해준다.

그나저나 발란데르가 이혼 당하고 심적으로 힘이 든 건지, 지난번 부터 금사빠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3번째 이야기에서도 그럴지 궁금해지는 것도 포인트다.

그리고 기록실에 마침내 침투한 발란데르가 휴지통에 앉는 에피소드를 굳이 만든 작가의 심술궂은 센스도 .... 피식하는 포인트.
스웨덴의 긴급신고는 999 번이라는 것도 사소하게 알게 된 사실.

- 그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리예파 소령을 죽였을 가능성이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고말고! 오랜 세월 경찰에 몸담았던 경험이 그에게 이 명백한 답을 주었다. 살인자라는 것은 없다. 살인을 저지르는 평범한 사람이 있을 뿐. - 194

- 난 우리가 근본적으로 음모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사회에 산다는 걸 알았어요. 공동 생활철학은 괴물로 변했고, 결국 그 음모가 유일하게 타당한 이데올로기였어요. - 217

- 발란데르는 저 밖의 어둠 속 어딘가에서 자신을 찾고 있는 개들을 생각했다. 결코 자신을 찾길 포기하지 않는 대령들의 개들. - 269


2024. apr.

#리가의개들 #헨닝망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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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살인자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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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은은하게 열정적으로 다 읽고 나니 허전한 맘이 들었다.
그런 조금 느리게 템포의 건조하고 일상적인 범죄 시리즈를 다시 한번 만났다.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인데, 사실 이게 언제까지 출간될 지, 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점 때문에,
미리 사둔 이 시리즈의 삼 편이 나오고서야 첫 편을 읽기 시작한다.

1990년대 배경의 혼잡한 도시라기 보다는 한적한 외곽 도시의 형사.
아내는 떠났고, 다 자란 딸은 방황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러버린 아버지는 치매가 의심되고, 관할 지역에서는 이민자와 관련이 있는 듯한 강력 범죄가 일어났다. 
급변하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발란데르는 몹시 지쳐있고, 그럼에도 범인을 잡아야하는 사명감을 벗어던지지는 못한다.

이민자의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은 삼십년 쯤 지난 우리나라의 이민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혐오, 편견을 비추어 볼 수 있다. 그런 뒤숭숭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올바르게 살아갈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 뒤숭숭한 순간에 그의 의식은 온통 단 한 가지 욕구에 차 있었다. 벗어나기, 달아나기, 사라지기, 새 삶을 시작하기. - 128

- 그는 특별히 철학적 사색에 마음이 기운 적이 없었고, 자신을 탐구 할 필요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에게 삶이란 해결이 필요한, 난무하는 현실적 의문들이었다. 앞에 놓인 무언가는 피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의미를 부여하려 해도 바꿀 수 없는 무언가. 몇 분간의 고독은 전적으로 또 다른 무언가였다.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이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그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 161

-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발란데르가 말했다. "이 모든 일 뒤에 뭐가 있는 걸까요? 네오나치? 유럽 전역과 연결된 인종차별주의자? 어쨌든 누가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요? 갑자기 길에 나타나 생판 모르는 사람을 쏜다고요?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누군들 알겠나." 뤼드베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자들과 공존할 각오가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 - 286

- "너무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발란데르가 말했다.
"끊임없이 실수를 해도," 뤼드베리가 말했다. "자넨 결코 포기한 적이 없어. 자넨 룬나르프에서 살인을 저지른 자들을 잡길 원했지. 그게 중요한 걸세."
(...)
그는 다시 그 폭력성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부류의 경찰이 요구되는 새 시대. 우리는 올가미 시대에 살고 있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공포가 고조될 것이었다. - 364


- 살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는 법이야. - 17

- 무력한 부부에 대한 야만적이고 무분별한 폭행이 그를 두렵게 했다. 이곳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 26

2024. apr.

#얼굴없는살인자 #헨닝망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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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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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작가의 전작들을 정말 재밌게 읽었고, 오랜만의 신작이라 엄청 기대하며 읽기 시작.

그런데 뭐를, 어떤 인생을 말하고 싶은 걸까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누군가 유혹하기 쉬운, 뿌리를 확실히 내리지 않은 청년의 모험담 정도일까.

퐁의 대범하고 관대한 제안에 휩쓸려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돌아오는 탕아.

정말이지 지루하게 읽어내고 말았다. 혹시 내가 놓친 무엇이 튀어나올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면서.

세상으로, 세계를 향해 튕겨져 나온 청년의 이야기는 딱히 끌리지 않았고,
위험한 냄새를 피우는 그럴싸하게 포장된 비지니스의 세계, 섹스, 그리고 도처에서 만나는 유사가족이 그려진다.
결국 이건 한 청년의 환타지 충족 스토리인가 싶은 감상만 남았다.


- 누가 내게 가르쳐 준 건데, 대부분의 상황에서 중요한 건 탈출보다 그 상황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 22

- 상대가 퐁이었기에 나는 그를 믿었다. 희망이 솟았다. 누군가는 그것이 진부한 중국 분위기에 혹한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조화를 생각하라는 서구의 헛소리에 대한 옹호라거나, 아니면 그냥 한심할 정도로 결핍된 나의 핵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내가 퐁에게 쉽게 동조한 건 그가 건넨 말이 자기 그룹에 속한 우리 모두를 향해 보이는 뿌리 깊은 어떤 경향, 근본적으로 너그러운 어떤 경향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퐁은 관대했지만 그건 도덕 때문에, 혹은 상업적 기어에 기름을 치기 위해, 혹은 정신적 편의나 안락함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 퐁이 관대한 이유는 무수히 많은 인간이라는 가족에 대해 끝 모를 경이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영원히 음미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가능할지 몰랐다. 그렇게 될지 몰랐다.
아마 이걸로 내가, 어느 모로 보나 '그냥저냥' 괜찮은 인간인 틸러 바드먼이 퐁의 초대에 응한 이유가 설명될 지 모르겠다. 보통 나는 누군가가 내게 관심을 가지면 의심한다. 나의 평범함에, 나여서는 안되는 모든 이유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 97

2024. mar.

#타국에서의일년 #이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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