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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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클로제가 말하길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했던가?


- 한 사상가가 남긴 생각과 글을 과거형으로 재정리하는 데 만족하려는 사상사적 작업은 

'철학함'이라는 현재형의 문제틀로 재조명되어야 하며,

먼 옛날에 무덤 속에 묻혀버린 해골을 마치 산 사람처럼 앞에 놓고 대화하려는 '철학함'이라는 작업은 그 사상가가 몸담았던 '과거의 맥락과 토대'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승환, 유가사상의 사회철학적 재조명, 1998)


然其未至於聖人者守之也非化之也 假之以年則不日而化矣.

그러나 그가 성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은(안회는 아성), 

지키기만 하고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년만 더 살았다면 성인의 경지에 도달했을 것이다. 

(논어집주 옹야6-1 안회에 대하여...)


- 공자는 고정된 사유를 거부한다. 

고정된 상황과 고정된 판단과 고정된 신념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로움이나 인仁함의 주제는 면면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김용옥 논어한글역주2 420쪽 옹야6-3 속粟에 관한 일화의 설명中)


- 그(데카르트)가 그토록 확실성을 추구한 것은, 이성 자체의 논리적 요구라기 보다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철학자의 논리 그 자체만을 그의 삶의 정조情調로부터 분리시켜 논구하는데 너무 익숙해 있다.

그러나 그철학의 논리 자체가 그가 산 시대정신의 요구 속에서 틀지워지고 있다는 결정적 측면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옥 동경대전1 258쪽 조선사상사대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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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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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쁜 2등을 벗어나 예민한 1등의 창의적 사유와 시선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
바람과 비를 일으키려면 흙으로 산을 쌓는 노력이 선행되야 하는데
흙을 성실히 쌓되, 어떤 바람, 무슨 비가 어느 땅에 어떻게 필요한지 예민하게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전작 ˝인간이 그리는 무늬˝ 연결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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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월남가다 -상 - 조선인의 아시아 문명탐험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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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크메르문명의 유적들을 일별할 때...
나가 퀼트, 뱀 숭배가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월남과 비슷할 것이라 간주한 크메르 상상 외로 인도신화와 근접해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무지를 드러냈다. 여행, 판타지, 본능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심미안과 감수성은 탁월하다는 말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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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유가 도가 철학
방동미 지음, 남상호 옮김 / 서광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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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1976까지 방동미 교수의 강의를 녹음 필기한 내용이다.

일찌기 1985년 대만에서 출판되었고 1999년에 우리나라 번역서로 나온 이 책에 리뷰 한 문장이 아직까지 없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걸까?

동양철학 전공자나 공부 좀 하신 분들은 꾀나 읽었을 것 같은 책인데...

방동미 선생의 존함은 도올 김용옥선생을 통해 일찌기 들었다.

김용옥 선생이 70년대 초반 대만 유학 시절 방동미 선생의 마지막 제자로서 (고려대 김충렬 교수는 당시 박사과정으로 함께) 방교수의 수업을 들었다는 이야기 등등이다.


진한시대 이전 (그러니까 한무제가 잡가가 섞인 유가만 추켜세우기 이전의) 순수한 유가와 도가의 모습을 통해 "동양철학(중국철학)이란 이런 것이다"를 말하고 있다.

또 서양철학과 어떻게 구별되고 (방교수는 원래 서양철학 전공의 미국박사다),

이어서 서경 홍범과 역경을 통한 유가와 노장으로 묶이는 노자와 장자를 구분해 천착하며 서로를 (구별이 아니라 하나의 동양철학으로) 회통하고 있는 내용이다.


대가의 학문과 견식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이 책의 첫느낌이다.

방선생은 이 책에서 학문의 요건으로 "재才, 학學, 식識"을 말하는데 견식만큼은 학인 스스로 배양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말과 글, 책을 학인이 견식을 갖고 판단하고 구별해낼 줄 알아야만 제대로 학문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문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만족을 위한 학문으로 머물러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 더 큰 것을 지녀라, 지양해라)는 말로 이해되고,

학문하는 자세, 바탕의 마음가짐에 대한 깊은 충고 속에 제자와 학문에 대한 경애가 담겨있고,

선생의 인품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말해 무엇하리요.

서양 학문과 구별되는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기본적인 개념 이해에서 동-서, 북-남 양안을 아울러본 학자로서 방선생의 그 넓이와 깊이에 존경을 느끼게 한다.

(비전문가지만 감히 말하건데) 이 분의 견식과 동양 철학자로서의 글쓰기 형식과 내용이 씨앗처럼 뿌려져 도올 선생 포함 우리나라 여러 동양철학 책 속에서도 꽃과 열매로 많이 값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장자에 대해서는 방동미 선생도 후쿠나가 미쯔지 선생(공자를 계승한 것은 장자다)과 비슷한 견해를 말한다.

391p.

이런 면에서 보면 장자는 유가의 정신을 깊이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가는 '주역'에서 방통통관적 계통을 취하기 때문이다. ......

장자는 이 점에서 역시 같은 정신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도가의 용어로 말하면 "대도는 처음부터 한계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고,

그 다음에 "도와 통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다".(장자 제물편)

그러나 다른 점에서 말하면 도가와 유가는 결국 다른 것이다.

유가는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인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 그러나 도가는 이런 방면에서 노자에서 장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람을 기점으로 삼았을 뿐 종점으로 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

도가 사상은 사람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사람의 극한을 부수려 하고,

우주의 객체 속에서 객관적 핵심을 찾으려 한 것이다.

이 객관적 핵심은 바로 대도의 절대적 자유 정신이다.


자칫 무슨자子, 무슨자子로 칸지우고 배회할 것이 아니라

종횡으로 누비는 회통과 경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초월해 자유를 느껴본 이에게는 그 초월에 머물지 말고 다시 내려와 모두 함께 자유로워지라는 사범의 시범을 본 느낌이다.

서경(최소한 홍범편), 약간의 시경, 역경, 논어, 맹자, 노자, 장자와 중국 역사와 불교에 대한 대체적 이해가 장착되었다면 한 번 거쳐가야할 관문과 같은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종 보다는 횡의 책인데 읽고 나면 텅빈 공간과 가운데 한점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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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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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뷔로는 몇번 보였지만 처음 읽은 강신주 저자의 책이다.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이란 책을 보고있는데 완독이 아니다.

내게 '철학 vs 철학'은 어떤 철학자가 궁금할 때 잠깐 찾아읽는 사전 같은 책이여서 그책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책은 빨리 읽혔고 다양한 내용이여서 싱거움은 덜했다.
장자 본책은 안동림 역주본 현암사 판을 오래 두고 씹으며 읽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강신주 박사가 언급하는 장자의 대목들이 낯설지는 않고 다시 찾아보는 되새김을 주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강신주씨는 사마천이 '노장신한'으로 묶어버린 장자와 노자를 크게 구분해서 보려고 하는 것 같다.
또 땅위에 발디디지 못한 어떤 초월, 거대한 이념, 보이지 않는 구속, 고정되어 움직일 것 같지않은 완고한 것, 은연중의 속박들을 몹시 경계한다.
거기에는 사람이 개입해서 구성할 수조차 없이 오직 더듬듯 찾아가고, 발견해야할 미지의 보물섬 같다는 노자의 도道 또한 포함된다.
저자 강신주의 장자는 이 부분에서 유아론적이라며 노자와 갈라서고
장자의 도道는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하지 않으면 '걸어가지 않으면 도는 이루어질수 없다'며 "도道는 (찾는 것이 아닌) 구성하는 것이다" 라고 장주가 말한다고 우리에게 전한다.

강씨는 우리에게 타자는 필요조건이며, 현실 소통과 리좀식 연대를 말하고 있다.
장자를 얘기하며 칸트, 스피노자, 데카르트, 비트겐슈타인, 알튀세르, 고진, 들뢰즈까지 동원하니 동-서 고-금 철학자의 사유속 소통도 더불어 달성되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현란한 철학하는 사람들이니 그 이름값에 묻어 살짝 넘어가려 하다가도 잠깐씩이지만 단장취의를 경계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동과 서로 분주하게 오가는 내용과 현란하고 능란한 늘여쓰기로 독자들 사고의 여백까지 꽉꽉 채워주려는 애씀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강작가가 원치않게 많이 친절하고 하고싶은 말이 많았구나 하는 팍팍함도 느껴진다.
장자를 접해본 사람에게는 반추와 새로운 시각을,
아직 직접 접해보지 못한 독자에게는 소개와 한가지 이해법을 줄 수 있겠다.

 

빈틈이 없는 시와 같은 노자 도덕경에 비해 우화와 대담 형식의 산문체인 장자는

호쾌하고 시원한 인상이지만  내,외,잡편 내용면에서 (노자에 비해) 상당히 잡하다는 느낌이였다. 

일관되고 뚜렷한 주제의식과 수렴을 여간해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강신주는 독자 나름대로 장자 책의 재구성을 추천한다.

(내 느낌에 노자는 상당히 치밀하고 정치한 내용을 시적 언어로 표현했고,

이에 비해서 장자는 시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산문체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흔히 장자 중 내편만을 장자 본인의 순수한 사유로 추겨세우는데 역시 시중의 주해책들도 외.잡편은 주해서조차 잘 없는 푸대접이 일반이다.
겸손하고 덤덤한 안동림의 장자 주해서로 내,외.잡편을 읽었는데,
후쿠나가 미츠지 장자와 김학목의 장자 곽상주는 모두 내편에만 그친다.
조현숙은 장자 내,외,잡편을 대화체로 옮겼다.

이 책의 아쉬움이라면 장자 내편만이라도 본인의 주해를 실고 책 내용은 좀더 압축해 엑기스를 주해글 앞에 머리글 또는 맨뒤에 해설,도움글 또는 부록으로 담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친절하게도 강신주 박사의 이책 뒤에도 '보론'으로 '장자 읽기의 어려움'과 '노자와 장자의 다른점' 두 편의 글이 실려있다.
보론에 있는 두편 글들은 속도감과 맛에서 색다르고 내게는 더 진국이였다.
그런데 정작 장자에 대한 강신주 박사의 주해가 없으니......
친절은 장자 본문에 대한 자신의 주해글 탑재였는데 이것이 정녕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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