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증인 재일 조선인 - 한일 젊은 세대를 위한 서경식의 바른 역사 강의
서경식 지음, 형진의 옮김 / 반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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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p. 재일조선인이란 국가나 머조리티의 횡포에 복종하지 않는 인간을 가리킨다.
가해와 상처에도 무릎 꿇거나 결코 복종하지 않는 재일조선인의 삶에 경의를 느낀다.
천천히 무겁게 말한다. ˝인간이라면 타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라. 불의 앞에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가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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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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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 중 신문사 논설주간 이강희 역으로 나오는 백윤식 배우가 뇌물로 골프채를 받으며 흐뭇하게 외치는 대사가 "스고이凄い"였다.

박경리 선생은 이 단어 '스고이'에 대해 우리말 "굉장"과 비교하며 분석하신다.

더불어 일본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끼는 거창한 전개나 치밀한 디테일에 비해 뭔가 부족하고 허전한 느낌에 대해 일제강점기를 몸으로 살아내신 선생께서 시원한 분석으로 일갈하는 말을 들으니 속이 다 후련하다. 그리고 그들은 대체  그럴까?

마지막 제3부에서는 다나카 아키라(田中明)의 글에 대해 답장 형식을 빌려 말씀하시는 박경리 선생의 엄하고 매서운 비판글은 무엇보다 감동적이고 이땅의 지식인이자 참어른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계신다.   


56p.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많이 쓰이는 말 중에 스고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네의 굉장하다는 말과 같이 일종의 감탄사인데 크고 훌륭하다는 뜻의 굉장과 오싹하게 소름 끼친다는 뜻의 스고이, 일본도(日本刀)의 푸른 칼날의 번뜩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덩어리

그런 광경과 통하는, 오싹하게 소름 끼치는, 스고이의 뜻. 그 말 속에는 괴기와 악마적 탐미가 들어 있다.

아무튼 특이하다는 것은 보편적인 것에 비하여 편협하다는 의미와는 다르게 세계가 좁은 것은 사실이다. 일본문학 중에 그 구성에 있어서 치밀하고 뛰어난 묘사력 세련된 문장 등 대단히 우수한 작품이 있으나 늘 주제가 약한 것을 느낀다. 그것은 일본 문화의 전반적인 경향이 아닌가싶다.


29p. 생각해보면 개인의 사고를 그토록 붙들어 맨 일본의 국가권력은 놀랍다. 그것도 장구하게 유지해왔다는 것이 더욱 놀랍고 유례없는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러했기 때문에 기능과 세기(細技)가 우수하면서도 일본은 항상 남의 틀과 본을 훔쳐오거나 얻어 와서 갈고 닦고 할밖에 없었다. 본과 틀이 없는 나라, 그들의 정치이념은 창조의 활력이 위축된 민족을 만들었던 것이다.


※ 일본에 대한 박경리와 김용옥의 대화.

 

박경리 김선생! 일본을 긍정적으로 볼려면 반드시 실패헙니다!

 

박경리 일본은 야만입니다. 본질적으로 야만입니다. 일본의 역사는 칼의 역사일 뿐입니다. 칼싸움의 계속일 뿐입니다. 뼈속깊이 야만입니다.

 

도올 아니, 그래도 일본에서는 이미 나라 헤이안 시대 때부터 여성적이고, 심미적인 예술성이 퍽 깊게 발달하지 않았습니까? 노리나가가 말하는 모노노아와레같은.

 

박경리 아~ 그 와카(和歌)나 하이쿠(俳句)에서 말하는 사비니 와비니 하는 따위의 정적인 감상주의를 말하시는군요. 그래 그런건 좀 있어요. 그리구 그런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순수하지요. 그러나 그건 일종의 가냘픈 로맨티시즘이에요. 선이 너무 가늡니다. 너무 미약한 일본 역사의 선이지요. 일본 문명의 최고봉은 기껏해야 로맨티시즘입니다.

 

박경리 스사노오노미코토(素淺鳴尊, 天照大神[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의 남동생)의 이야기가 말해 주듯이 일본의 역사는 처음부터 정벌과 죽임입니다. 사랑을 몰라요. 본질적으로는 야만스런 문화입니다. 그래서 문학작품에서도 일본인들은 사랑을 할 줄 몰라요. 맨 정사뿐입니다. 치정(癡情)뿐이지요. 그들은 본질적으로 야만스럽기 때문에 원리적 인식이 없어요. 이론적 인식이 지독하게 빈곤하지요. 그리고 사랑은 못하면서 사랑을 갈망만 하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디 문인(文人)의 자살을 찬양합디까? 걔들은 맨 자살을 찬양합니다. 아쿠타가와(茶川龍之介,1892~1927), 미시마(三島由紀夫,1925~1970), 카와바다(川端康成,1899~1972) 모두 자살해 죽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그들의 극한점인 로맨티시즘을 극복 못할 때는 죽는 겁니다. 센티멘탈리즘의 선이 너무 가냘퍼서 출구가 없는 겁니다. 걔들에겐 호랑이도 없구, 용도 다 뱀으로 변합니다. 난 이 세상 어느 누구 보다도 일본 작품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내 연령의, 내 주변의 사람들조차 일본을 너무도 모릅니다. 어린아이들은 말할 것두 없구요. 일본은 정말 야만입니다. 걔들한테는 우리나라와 같은 민족주의도 없어요. 걔들이 야마토다마시이(大和魂) 운운하는 국수주의류 민족주의도 모두 메이지(明治)가 억지로 날조한 것입니다. 일본은 문명을 가장한 야만국(civilized savages)이지요.

 

도올 나쯔메 소오세키(夏日漱石, 1867~1916)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경리 나쯔메 소오세키요? 그사람은 표절작가입니다. 구미문학을 표절해먹은 사람일 뿐입니다. 모리 오오가이가 조금 괜찮긴 하지만 모두 보잘 것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 모두 다 있는거에요. 우리가 우리를 못 볼 뿐이지요. 아니, 우리나라 사학자들이구 민속학자들이구 문인들이 무식하게 유종열(야나기 소오에쯔,柳宗悅,1889~1961)같은 사쿠라새끼를 놓고 걔가 조선을 좀 칭찬했다구 숭배하는 꼬라지 좀 보세요. 이거 정말 너무 한심헙니다. 아니 걔가 뭘 알아요. 조선에 대해서 뭘 알아요. 걔가 조선칭찬하는 것은 조선에 대한 근본적 멸시를 깔고 있는 거에요. 걔가 어떻게 조선의 위대함을 압니까?

 

김용옥은 박경리 어록을 동경대학교 중국철학과 오가와 하루히사 교수에게 전달한다.

오가와는 이렇게 대답했다.

˝ 아탓테이루(들어맞는 얘기다!)˝

 

- 김용옥, 도올세설, 굼발이와 칼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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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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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취지는 두루 알려져 유명한 책이지만 서문과 옮긴이 후기 빼고서 정밀한 읽기는 실패했다.
읽기 편한 번역은 아니다.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과 책들의 숫자만큼 오리엔탈리즘 자체의 탈각과 해체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반증 아닐까? 디지탈 네트워크 시대에선 다른 꿈을 꿔바도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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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리는 무늬 -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최진석 지음 / 소나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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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왜 하느냐에 대한 대답이 있다.
교수직도 내려놓고 낯선 길로 가는 용기에 호응을 보낸다.
학자에서 사상가로 우뚝하게 우화하시길
또 좋은 활동 많이 하시길 진심 응원한다.
이 분의 말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고 헤집는다.
이념이나 개념에 이끌리지 말고 구체적 사건에 예민하게 접촉하라~
려말선초 삼봉 정도전의 고뇌와 치열한 추구와 잇대 본다.
공지도 사문의 새길을 개척한 사람 이던가?
도덕경 책도 새로 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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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정도전의 건국철학 - 도올문집 4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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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말선초의 스산한 분위기를 새로운 각도로 그린 영화와 드라마들이 과거 상당히 많았다.

하나는 인물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비로 혁명과 개혁의 대립구도였고, 

다른 하나는 정도전과 이방원, 신권과 왕권의 대립 그리고 권력의 분점이냐 독점이냐의 대립구도였다.

거기에 세종조까지 엮어 꾸며진 "뿌리깊은 나무2011, 정도전2014, 육룡이 나르샤2015, " 이런 드라마였던 걸로 기억한다. 

뒤이어 세종조의 영화로 "천문2018, 나랏말싸미2019"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영화, 드라마의 출발을 보여주는 저변 사고의 태동을 보는 느낌이였다. 

 

이 책(2004년 발간)은 두 가지, 인간 정도전과 삼봉이 완수한 조선건국의 철학적 의미를 말한다.

나주 유배와 고향 영주에서 시묘살이 그리고 친구 정몽주가 선물한 '맹자' 심독으로 정도전은 역성혁명의 새로운 큰 꿈을 꾸게된다.

결국 삼봉은 도올선생의 표현처럼 사상의 맑스와 실현의 레닌을 함친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도올선생은 삼봉의 사상에 더 천착해 말하길 결국 삼봉은 고전과 성리학에서 계발을 받아 

려말선초에 혁명, 건국을 완수하였고 고려말 당시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독창적 사상체계를 수립했다고 역설한다.

내식으로 표현한다면 불교국가 고려의 스산한 왕조 끄트머리에서

성리학의 사유방식으로부터 계발을 받은 정도전은 기존의 체제, 사고방식으로부터 뚜벅뚜벅 제발로 걸어나와 혁명을 완수한 역사 유일의 사상가다.

당시 고착된 현실을 혁명한 삼봉의 사상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도 동시대적이며 의미가 크다.


삼봉의 사상을 그의 문집 "삼봉집"의 "조선경국전"과 "불씨잡변"을 통해 알아보는데... 

"조선경국전"에 대한 글에서는 "주례", "주관"과의 비교로 삼봉의 사상을 일변한다.

35쪽 "조선경국전"은 유가와 법가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도올선생 특유의 해박하고 비범한 비교와 통찰로 흥미로눈 대목이다.

"불씨잡변"에서는 불교와 유교를 아무르는 설명이 압권이다.

앞서 "조선경국전"에서 보여준 동양고전에 대한 통관과 비교에 이어서 다시 삼봉의 "불씨잡변' 글을 통해 불교와 유교를 버무리는 솜씨는 범접이 어렵고 탁월하다.

그러나 "조선경국전"과 "불씨잡변"에 대한 도올선생의 해석과 설명은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


(※ 여기서 삼봉의 "조선경국전"과 "불씨잡변"을 포함한 정도전의 "삼봉집" 전체의 한글번역은 이미 마련되어 있고 누구나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 한국고전종합DB - 고전번역서 - "삼봉집" 아래에 "불씨잡변"과 "조선경국전의" 한글해제가 이미 마련되어있다. 

너무 감사드린다.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 https://db.itkc.or.kr/)


삼봉에 대한 도올의 평가는 

122쪽 "(정도전에 의해) 우리나라 여말선초에 이루어진 문명의 패러다임의 전환(불교고려→성리학조선)을 전근대적 역사의 한 터닝포인트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여말선초 삼봉 정도전의 도전과 성취를 동시대적으로 받아들여볼 때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계발받아 우리 현실 중 어디로부터 이제 그만 뚜벅뚜벅 제발로 걸어나와

장래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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