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권력 지도 - 세계 경제패권의 미래를 포착하다 비즈니스 지도 시리즈
김재현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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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는 그동안 공산당의 탁월한 영도 하에 고속 성장을 했으며...."
"내려가."
"네?"
"내려가라니까."

대개 무지몽매한 기층민중은 그저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정권에서 폭압을 휘두르건 자유를 박탈하건 비굴하게 입을 다무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미 서유럽 제국(諸國)에 생활 수준이 근접해 가는 중국의 중산층, 혹은 교육 받은 엘리트 계층은 정치 현실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저자는 책 중(p185 이하)에서 분명히 태도를 밝히는데, 중국의 중산층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는 건 어디까지나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는 전제를 깔고서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중국의 현실을 두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계속 달려야 하는 자전거"에 비유합니다. 그러나 이미 당국에서는 "신상태(新常態. 간체자로는 新常态)"를 운위하며 예전과 같은 초고속 성장 패턴을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는 듯 기대치를 낮추는 제스처인데, 과연 앞으로 중국의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지켜볼 일입니다. 최근 시진핑이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급한 사정이 숨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맨 위 문단의 대화는 이 책 중에서 저자가 실제 목도한, 어느 한국 유학생과 중국 북경대(이게 중요합니다) 교수 사이의 대화입니다. "공산당의 위대한 영도" 운운은, 전부는 아니라도 상당수 엘리트층의 입맛에 대단히 맞지 않는, 일각의 분위기를 선명히 반영하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죠. 2년 전쯤에 도올이 새 책을 내었었는데, 거기 보면 중국 공산당의 영도 체제를 놓고 "세계사에 일찍이 없던 기적"이라든가, 몰락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를 두고 "인덕이 부족"하다든가, 시진핑을 두고 온갖 역경을 헤치고 인민 대중의 신망을 한몸에 모으게 된 큰 인물이라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 북경대 교수가 행여 그 책을 읽기라도 하면 뭐라고 평가를 내릴지 몹시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중국관변학자들보다 한국의 몇몇 지식인이 몇 발짝을 더 내디디는 국면을 보는군요. 반미 감정은 386세대들의 공통정서라서 뭐 그러려니 하는데 그렇다고 이게 맹목적인 친중으로 치닫는다면 그건 현지 중국인들마저 비웃을 일 아닌가 해서요.

중국경제의 현실을 분석한 책은 대개 "꽌시" 타령을 하고 뭘 인맥을 잘 다져 놓으라는 둥 평소에 떡밥을 두둑이 먹여놓으라는 둥 천편일률적인 충고가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구체성이 부족한 데다, 이걸 (잘못)읽은(혹은, 풍설로 주워 들은) 한국인 사업가들은 한국식으로 "접대"를 시도하며 더 큰 무리수를 두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성과는 전혀 못 얻고 망신, 경멸은 그것대로 당하는 등 탈탈 털리고 건강은 건강대로 망치고 한때의 잘나갔던 영화를 뒤로 한채 거덜이 나 귀국하는 비참한 신세를 겪는 일도 흔히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는 고대 중국 병법가 손자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죠. 책 제목이 "중국 경제 권력 지도"입니다. 대개 중국의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이 유사한 지형 상에 분포한다고 여기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데, 그간 우리가 중국에 대해 잘못 알던 상식도 화끈히 교정해 주고, 불리한 건 불리한 대로 팩트를 제시받는 등 유익한 점이 매우 많았습니다.

저자는 중국의 반부패 사정(司正)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눈길로 봅니다. 몇 년 전 민중들도 "우리 시 주석 눈에 잘못 걸리기만 하면 제아무리 고관 대작이나 부호들도 하루아침에 목이 달아난다"며 통쾌해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지몽매한 군중심리의 발로에 지나지 않으며,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정적(政敵)의 제거, 숙청" 수단 이상이 아니라는 겁니다(서양 언론의 보도 등에도 근거). 경쟁 상대의 부정부패에는 단호히 칼을 빼어 들고, 자측의 비리에는 관대히 눈을 감는다면 이런 사정 조치에 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자는 신 왕조가 구 왕조를 대체하며 들어서고 번영하다 몰락하는 3단계 이론이 지식인들 사이에 큰 지지를 얻는 중이라며 이를 소개합니다. 신왕조 역시 구왕조를 복제한 시스템에 불과한데, 다만 그 과정에서 기득권이 대폭 해체되므로 사회의 숨통이 트이고 생산력이 크게 증대한다는 겁니다. 이때 벌어지는 경제 활성화는 기층 민중으로부터까지 큰 지지를 이끌어냅니다. 이건 중국뿐 아니라 한반도 역사사의 고려-조선 교체기를 상기해도 됩니다. 정도전이 그렇게 큰 신망을 모았던 건 권문세족 지배체제를 해체하고 농민에게 토지를 돌려줬기 때문인데, 1948년 당시 삼칠제 정도의 미미한 유상몰수 유상분배도 당시 농민들에게 "그게 어디냐"며 큰 환영을 받았었죠. 역사 교과서나 한길사 간(刊) <해방전후사의 인식>에도 다 나오는 사항들입니다. 그러던 게 역시 적폐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구 왕조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게 되고, 모순과 부패가 시스템 감당 수준을 넘어서면 붕괴하며, 이런 패턴이 전 역사를 통해 지겹게 반복된다는 거죠.

저자는 당송 팔대가 중 한 사람인 유종원의 <봉건론(封建论, 封建論)>을 인용하며, 왕실은 민(民)을 조종하여 대호(大戶)를 견제할 수 있지만 군중심리의 변덕스러운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덧붙입니다. 이게 성공적이었던 사례로는 마오의 문화대혁명 중 홍위병을 악랄하게 충동질했던 경우가 있었죠.

마윈의 알리바바가 성공한 이유도, 이미 구미에서는 일찌감치 해결된 "트러스트"의 문제에 대해, 간신히 중국 소비자들에게 솔류션을 제공한 그 이상이 절대 아니라고 저자는 단정합니다.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려는 그의 야심이 과연 잘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퀘스천마크가 달려 있는데, 앞에서도 지적했듯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 구매력 높은 시장은 그런 팩터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죠. 며칠 전 마윈이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으나 그런 허울 좋은 감언이설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도 극히 의문입니다.

중국은 전 경제 섹터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지만 유독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서는 대단히 완화된 입장인데, 그래서인지 향후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쥐고 있다 할 게임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약진이 매우 놀랍습니다. FT는 최근 "이제는 미국이 중국을 카피하는가?"란 제하의 기사에서 왓츠챕이 중국의 위챗을 모방한 계정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분석을 했다고 저자는 소개합니다. 물론 의미 있는 현상이겠으나 이만큼 경제 규모가 커진 중국이 아직도 남의 기업 전략이나 기술을 훔쳐 오고 베끼는 수준에서 못 벗어났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고 봅니다. 반면 저 위챗 사례는 극히 일면의 반영 아니겠습니까. 또 저자도 지적하듯이, 전근대적인 게임 규제나 선입견은 이제 한국 정부가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정권도 바뀌었는데 왜 이런 건 바보같이 유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게임과 VR, AR에 가장 머리 좋은 젊은 인력이 대거 투입되어야 한국처럼 놀기 좋아하는 사회가 그 체질과 잠재력을 산업화, 현금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진핑도 "왜 중국은 태후(태양의 후예) 같은 드라마를 못 만드냐"고 한탄도 하지 않았습니까.

책을 보니 <인민의 이름으로>라는 드라마가 얼마 전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도 합니다. 불과 며칠 전 의식불명이란 충격적 루머(현재는 그저 산후 조리중이라고 다시 발표가 났습니다만)로 다시 국내 네티즌의 관심을 모았던 추자현의 <회가적 유혹(번역은 "아내의 유혹"인데 다분히 의역이죠)>의 기록을 근 6년만에 깨뜨렸다고 하네요. 이 드라마의 놀라운 점은 그간 소재로 금기시되어 온 "정치인의 부정부패, 정경 유착" 등을 정면 조명했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덧붙입니다. "만약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 등이 시행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나라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간 어느 무능한 대통령이 한국에 있었으나, 이 자가 그래도 하나 잘 한 일이 바로 "공직자 재산 공개, 금융 실명제" 같은 업적이었습니다. 과연 중국은 이런 신랄하고 엄혹한 시험에 마주친다면 감당을 해 낼 수 있을까요? 이게 정말 되면 G2가 아니라 그를 넘어 아예 세계 패권국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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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수출입회계와 세무실무 - 개정 18판
김겸순.정재완 지음 / 조세통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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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의 회계는 타 기업의 경우와 적용 원칙 면에서 차이가 상당히 납니다. 우선 수익의 인식 기준 시점 문제가 있는데, 신용장이란 신용이 탄탄한 수입자 측의 거래 은행이 수입 대금의 지급이 문면대고 이행 될 것임을 약속하는 증서입니다. 그러나 이 신용장이 수출자(판매자) 측의 거래 은행을 거쳐 수출 기업 측에 도달했다고 쳐도, 그것만으로는 분개 사항이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신용장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일람출급 신용장이 있고, 기한부 신용장이 있습니다. 전자는 "일람출급"이란 말 그대로, 선하 증권 등의 제반 서류를 제시하는 시점에 바로 대금 지급이 되는 조건입니다. 수표나 어음 등 유가증권도 이런 일람 지급 방식이 있죠. 후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듯, 제시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수출 대금 지급 방식도 두 가지가 있는데 역시 상식으로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FOB는 Free On Board의 준말인데, 계약에서 원격지 간의 거래는 반드시 물건의 인도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물건에 탈이라도 생기면 누가 손해를 떠안느냐를 놓고 분쟁이 생기기 일쑤이므로, 이런 건 계약 체결 시점에서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매수인이 지정한 선박에 화물을 싣는(적재하는), 딱 그 시점까지가 매도인(수출자)이 책임지는 거고, 그 이후에는 매수인의 책임입니다(선박에 불이 나건 침몰하건 도난을 당하건 간에). free on board란 매도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죠.

반면 CIF라는 것도 있습니다. cost, insurance, freight의 약자입니다. 수출물품의 보험료 등 비용을 수입항까지 수출자가 부담하는 건데, 저 중 freight나 cost의 차이가 각각 뭔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습니다(많은 이들이 그게 그게 아니냐고 합니다). cost는 송장(invoice )입니다. freight는 이른바 B/L, 즉 선하증권입니다. insurance는말할 것도 없이 보험 증권(~ policy)을 표현하는 거죠. 슈수입항에서의 운임 등 제반 비용까지도 수출자가 부담하고, 운송 도중의 멸실을 헷징하는 보험료까지도 수출자의 부담입니다.

예전부터 수출 기업의 사업 의욕을 장려하고 이중과세 방지 취지에서 수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정책은 영(零. zero)세율로 유지합니다. 영세율과 면세는 차이가 있는데, 후자는 농산물 등에 적용하는 거죠. 면세의 경우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므로 영세율이 보다 유리하다고 불 수 있습니다만 업종 자체가 서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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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를 통해 배우는 중소기업 회계기준 해설 - 회계기초부터 세무조정까지, 최신판
엄윤 지음 / 삼일인포마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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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론적으로 정통한 인력이라고 해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 일이 돌아가는지를 감 못 잡으면 현장에서 고전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2013년에 새로 제정된 중소기업회계기준에 대해 보다 정확한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처럼 실제 사례를 제시하고 규정이 각 단계마다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게 돕는 책이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이 책은 2016년판입니다. 그간 새로 추가되거나 개정된 것도 있고 이 중에는 회계 기준 성격 전반에 미치는 중요한 사항도 있습니다. 그래도 특정 시점에서 대상에 대해 꼼꼼한 분석이 이뤄진 책은 이후 시점에서 읽어도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물론 이 책 자체가 개정판이 나오면 더욱 좋지만). 대개, 법은 자주 개정이 이뤄지고 개정 이후 시점에 나온 주석서나 해설서는 쓸모없다며 버리는 이들도 있는데 그거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규정은 어느 시점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없습니다. 과거에 이러이러한 규정이 있었고 현재는 그를 바탕으로 하여 개정, (설령 폐지, 삭제라고 해도) 제정이 이뤄진 겁니다.

따라서 과거 규정에 대해 이해가 밝은, 정통한 분들은, 현재의 규정 의의에 대해서도 보다 선명한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뿐 아니라, 규정이 개정되어도 이전 법규의 적용을 받는 예도 실무에서 허다합니다. 그럼 몇년도부터 몇년도 사이에는 법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일일이 추적을 해야 하는데,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잇는데도)에게선 이런 이슈에 대해 우리가 전혀 도움을 못 받습니다. 대상의 통시적 파악이란 그래서 공시적 이해의 차라리 전제 조건입니다.

역시 삼일인포마인 책이라서 편집이나 그래픽 쪽에는 단연 독보적입니다. 요즘은 어디 책이 텍스트만 알차다고 환영을 독자들에게 받던가요? 이처럼 비주얼에서도 강점을 지녀야 좋아들 하죠.

중소기업회계기준이라고 해서 일반 IFRS 반영 기업 회계 기준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곳을 보십시오.

11조 1항
‘유형자산’이란 재화를 생산하거나 용역을 제공하기 위하여, 또는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직접 사용하기 위하여 보유한 물리적 형체가 있는 자산으로 1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을 말한다.


이번에는 일반기업회계기준 10.4를 보겠습니다.


‘유형자산’은 재화의 생산, 용역의 제공, 타인에 대한 임대 또는 자체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물리적 형체가 있는 자산으로서, 1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것이 예상되는 자산을 말한다.


약간의 문구 수정이 있을 뿐 서로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제13조(기타비유동자산)
① ‘기타비유동자산’이란 투자자산, 유형자산 및 무형자산에 속하지 않는 비유동자산을 말한다.
② 기타비유동자산에는 임차보증금, 장기매출채권, 장기선급비용과 장기미수금 등이 포함된다.



실2.38 기타비유동자산은 임차보증금, 이연법인세자산(유동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분 제외), 장기매출채권 및 장기미수금 등 투자자산, 유형자산,무형자산에 속하지 않는 비유동자산을 포함한다.


역시 서로 비슷하죠. 특히 이연법인세자산 등에 대해 언급이 없는 건, 지분법회계에서 복잡한 회계처리를 배제하는 태도와 연관해서 제법 중요한 함의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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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회계기준 해설
법무부 엮음 / 신영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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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사적 영역인 회사에서 장부를 쓰는데 획일적인 기준을 왜 강요받냐고 묻는 사업가들도 있습니다. 맞는 말씀이나, 해당 기업이 공개시장에 상장되거나 한다면 이땐 또 경우가 다르죠. (지금 세무 이슈는 일단 논외로 하고라도요) 투자자나 일반 주주들은, 이 기업이 과연 믿고 투자할 만한 기업인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사장님이나 관계자 말만 믿고 결정할 수 없고, (그 유명한 표현인)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한 회계 관행"에 따라 장부와 보고서가 작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국제표준에 맞춘 기업회계기준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면 업무에 지장을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아무리 회계 기법이 대중화해 가는 현실이라 해도, 여전히 대부분(기업인, 경영인들 포함)은 복잡한 기장 테크닉에 낯설어합니다. 회계 전문 인력이 많이 공급되는 요즘이지만 fee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이 과정에서 혹 업무비밀 등이 노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공연한 기우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때문에, 다소 때늦은 감이 있으나, 2013년 2월 1일에 중소기업회계기준이 제정, 공표되어 중소기업만의 특례(완화된 원칙)를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회계기준은 그 자체로 강제력 있는 법규가 아니지만, 많은 실정법에서 이를 원용하기에 사실상 법규처럼 통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제정 당시 두드러진 특례 중 하나는, 이른바 장기 할부 매출의 경우, "1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할부매출은 할부금 회수기일이 도래한 날에 실현되는 것으로 할 수 있게" 허용한 규정입니다. 보통 기간이 경과할 때마다 할인차금을 환입해 가며 매출원가 계정에 채워 나가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아예 처리 원칙 자체를 이처럼 완화했다는 게 눈에 띄죠. 물론 대기업 실무에서도 일일이 할인차금을 설정하고 현가로 할인하여 기입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편법(?)이 허용되는 건, 회계상의 원칙 중에도 이른바 "중요성의 원칙"이란 게 있어서, 너무도 자질구레한 건 무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진행기준/완성기준의 엄격한 준별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이뤄지지 않는 편이죠.

이 중소기업 회계 기준은 그간 꾸준히 개정도 되었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2017년에 이뤄진 31장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증권 중 시장성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 취득원가로 평가할 수 있다." 같은 게 대표적인데, 그간 지분법 연결회계를 도입하여 자산 은닉이나 과소평가를 막으려 했던 추세와는 크게 다르죠. 갈수록 힘들어지는 중소기업 생태계의 척박화를 고려하면 사실 당연한 정책적 배려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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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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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들고 나서 "이게 원래 이렇게나 두꺼웠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긴 피터 래빗 아니라 어떤 텍스트, 작품이라도, 글자 크기와 일러스트 레이아웃에 따라 볼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긴 합니다. 그렇다 쳐도 피터 래빗 이야기는 역시 이런 버전으로 읽어야 또 제맛이구나 하는 생각, 민음사의 이 책을 읽고 확인하게 된 감상, 혹은 원칙(?)이었습니다.

피터 래빗은 물론 귀여운 토끼입니다만, 인간세상도 그렇고 적자생존 원칙이 지배하는 자연계에서 어떤 녀석이 귀엽게 생겼다고 포식자들이 그를 봐주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못생긴 동물보다 이런 애들이 더 손쉬운 먹잇감(easy victim)이 되곤 하는데, 어느 학자가 "포유류의 어린 것들이 몹시 귀여운 이유는 동정심을 유발해 생존 포지션의 유리함을 도모하려는 진화상의 이유"라고 한 주장에는 그래서 동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피터 래빗은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행동과 판단도 서투릅니다. 곤경에 처하기도 일쑤이고 매번 그를 자상히 돌봐 줄 "후견자"가 곁에 있지도 않습니다. 위기에 빠지면 그만의 기지를 발휘해 무사히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피터에게는 타고난 인복 같은 게 있는지 이런저런 시련을 겪으면서 음으로 양으로 친구들도 많이 곁에 모여드는데, 사실 평범한 우리네 인생도 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에나 이르게 된 겁니다. 많은 어린 독자들이 국적 불문하고 피터 래빗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다른 캐릭터는 다 잊어버리거나 커서 못 입게 된 옷 갖다버리듯이 스스로 "극복, 삭제"하는 게 보통인데, 유독 얘가 많은 이들의 추억과 동심 속에 뚜렷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왠지 뭔가 동일시가 이뤄진다는 거죠.


피터 래빗의 세계에는 유력한 피붙이들(?)도 꽤 나오는데 예컨대 "고양이에 대한 세간의 평판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버니 영감 같은 사람..이 아니라 토끼가 그 대표격이지요. 이처럼 개성 있고 흥미로운 캐릭터가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 등장해서 독자의 관심을 끕니다. 이 영감님은 놀라운 솜씨를 보여서 고양이(공포의 대상이었던)를 혼내키는데 제가 주목한 건 그 직후 벤에 대해 내린 조치(?)입니다. 피터는 귀가한 후 래빗 부인에게 칭찬을 받으며, 이 래빗 부인이 "양파를 꿰어 토끼 담배 다발, 허브 다발과 함께 천장에 걸어 두었다."는 문장(p120)으로 저자(물론 액자 밖의 베아트릭스 포터 부인)는 해당 에피소드를 마무리합니다. 이런 건 일종의 트로피라고 봐야 할 텐데, 피터 래빗이 성장하면서 요런 자그마한 성취가 앞으로 내면의 자긍,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겁니다. 또 이런 장치, 화소들이 어린 독자들에게 어트랙션으로, 동일시 지점으로 기능하겠고 말이죠.


"말을 하는 동물" 모티브가 서양인들의 의식 중에서는 꽤 중요한 비중인가 봅니다. 예를 들어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이는 "성경에서 말을 하는 동물이 나오는 예는 딱 두 번인데.."라며 발람의 나귀를 그 중 한 예로 듭니다(나머지 하나는 낙원의 뱀). 물론 이걸 지적한 사람은 아시모프가 처음이 아닙니다. 우리 동아시아인 같으면 허황된 이야기라 해서 설화 문학 자체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고, 하물며 그 중에 말하는 동물이 몇 번 나오니 마니를 카운트하는 수고는 더군다나... 여튼 여기서 포터 여사가 "그나마 말을 하게 세팅한" 동물이 따로 있고, 그렇지 않고 끝까지 말이 없는 부류가 따로 있습니다. 주인공이 피터 래빗이니 같은 토끼 종족들은 당연히 상당수가 말을 합니다. 그러나 이들과 적대하는 애들 중 상당수는 그저 "말 못하는 괴물"에 가까운 모습이죠. "사람"은 피터 래빗의 종족에게 꽤 위협적입니다만, 여튼 책을 읽는 독자들 자체가 "사람들"이니 "말을 못한다는 세팅"으로 소외시킬 수는 없습니다.(단, 예컨대 "총 쏘는 사람"처럼 단역으로 등장했다 나가는 이들은 끝까지 말이 없습니다)

뭘 맛있게 먹다가 탈이 나면 풍미의 쾌감이 쉽사리 잊혀졌다는 유감스러움 외에, 당장의 육체적 괴로움, 친지들 앞에서 흉한 꼴을 보여야 하는 난감함, 좋은 자리를 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에 오랜 동안 그 기억이 남을 겁니다. 더치스(Duchess)는 자신이 파이 틀(원어로는 patty pan)을 삼켰다는 걱정, 공포 때문에 지레 탈이 나는데, 나중에 의사선생이 오자 겁이 나서 "그냥 맥만 짚어 주셔도 낫겠어요." 같은 우스운 말도 합니다. 에피소드 마지막에 "펌프 아래 파이 틀이 놓여 있었는데, 맥거티(매고티. Maggotty) 선생이 배려하여 놓아 둔 것이었다." 같은 말은 원문에 없고, 이 한국어판에서 "그야말로 독자들을 배려하여" 보충해서 삽입한 겁니다. 정황상 추측이 가능하지만 갑자기 문장이 다른 장면으로 튀면 어린 독자들은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뜻인지 당혹할 수 있죠. 또, 매고티 선생은 그저 의약학 지식에만 정통한 게 아니라 진정 환자를 살필 줄 아는 인술(仁術)의 대가라는 점 우리는 알 수가... ㅎㅎ

p276을 보면 "홀쭉한 디기탈리스 사이에 마음에 드는 그루터기가 있었다." 란 문장이 나옵니다. 그루터기도 마음에 들고 아니고 처럼, 어려서는 모든 사물과 대상에 호오의 감정을 일일이 부여하는 게 또 정신의 특질입니다. "디기탈리스"는 혹시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게 심장약의 재료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티 안 나게 죽이는 설정에서 자주 등장해서 이름을 아실 텐데, 물론 피터 래빗 이야기에 섬뜩한 설정이 자주 나오긴 해도 그런 의도로 등장한 게 전혀 아님은 당연합니다. 이 식물로서 디기탈리스에 대한 설명은, 이 민음사판의 최고 강점 중 하나인 "풍부한 역주"에 딱 필요한 만큼만 잘 나와 있습니다. 영국 아이들에게는 일상의 이름인데, 그곳과 우리가 섭생이 크게 다른 만큼 많은 동식물 지칭 보통명사들이 마치 학술용어처럼 낯설게 다가올 텐데, 그렇다고 이를 유치하게 일일이 "현지화" 시키는 것도 내용 왜곡이라는 이유에서 마냥 선호할 방법은 아닙니다. 하긴 요즘 한국의 아이들이 모국인 한국의 자연에 대해서나마 어디 구체적인 이름과 생태를 잘 알기나 하겠습니까만.

p438에 보면 오소리에 대해서 각주 표기가 있길래 뭘까 싶어서 뒤로 넘어가 보았는데, 그저 종으로서 오소리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오소리는 물론 우리가 아는 그 오소리이며 여기서 캐릭터 이름은 토미 브록입니다. 하긴 아무리 한반도 자생종 중에 오소리가 있어도 아이들이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그나마 인기도 없는) 형편이니 책에도 주석이 달려야 하겠지요. 이 종은 badger라고 저들이 부르는데, 이 이름을 두고도 영화나 문학에서 각종 말장난(pun)이 다 있습니다.

애플리 대플리
눈은 작지만 눈치는 참 빨라!
애플리 대플리
파이를 좋아해! (p538)

Appley Dapply has little sharp eyes,
And Appley Dapply is so fond of pies!

이 민음사판에는 위의 "참" 같은 단어를 볼드 고딕으로 처리했는데, 포터 여사의 원문에도 특별히 대문자를 써서 강조한 부분이 있고 민음사판은 일일이 이런 의도를 존중해서 텍스트를 처리했습니다.

세슬리 파슬리 동요(Cecily Parsley's Nursery Rhymes)도 이 책에 안 빠지고 실렸는데요. 특히 p538에는 "세 마리 눈먼 쥐" 노래 가사가 나오죠. 이것 자체는 17세기까지 기원이 거슬러올라가는 꽤 오래된 것입니다만 여튼 포터 여사의 버전으로 현대 독자들에게 더 친숙하긴 합니다. 이것의 배리에이션 중에 007 중 한 편인 숀 코너리의 <닥터 노> 맨 처음에 등장하는 "Three blind mice in  a row"가 있는데, 이 곡은 킹스턴 칼립소가 부른 것입니다. 정말로 소경 노인 세 명이 눈도 안 보이면서 어딜 살금살금 잠입해 들어가는데 배경에 이 곡이 깔립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무서운 사람들이었다는 건데, 그 코믹하면서도 오싹한 분위기가 어쩌면 이 포터 여사의 동화의 그것과도 다닮았습니다. 이처럼 피터 래빗 이야기는 그 이전의 설화 전통도 충실히 계승했고, 나온지 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다양한 다른 영역에 다시 파생적 영향을 끼치는 중이니, 교양을 위해 성인 독자들도 읽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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