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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오닐의 공매도 투자 기법 (리커버판) - 최적의 매도 타이밍에 관한 모든 것
윌리엄 J. 오닐.길 모랄레스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25년 7월
평점 :
어떤 전문가, 애널리스트라 해도 종목과 시장의 장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그렇게 해 보려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도구를 제공하여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마이클 블룸버그도 월가에서 일하다가 독립하여,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뉴스나 정보를 공급하는 서비스로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었으며, 이 책 저자 윌리엄 오닐 같은 이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공감을 받은 책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책이 쓰인 지는 제법 되었지만, 또 그새 ETF 등 더욱 세련된 파생상품들이 출현하기도 했지만, 공매도에 관한 한 이 책보다 더 쉽게 설명되고 온갖 기법이 망라적으로 정리된 책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레미디어의 노하우와 정성 들인 편집 덕에, 영어 원서에서 jargon이 많이 들어간 편인 오닐의 책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더 읽기 쉬운 모습으로 이렇게 다시 선보인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야구에서도 방망이에 정타로 맞히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 이른바 팔로스루(follow-through)가 중요하다고 합니다(골프도 그렇다고 하죠). p44를 보면 한 번의 반등이 나타났다가, (잠시의 소강 후) 반등 4일차에 강력한 팔로스루 데이가 나타난 사례가 나옵니다. 책에 나온 지금 이 차트는 S&P 500 지수라서 사실 저는 모든 개별종목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 저자는 공매도 세력의 어떤 심리가 작용하여 다음 패턴이 전개되는지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이겠습니다. 또, 개별 종목을 지금 이 이론에서 예거(例擧)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사려깊음(?)도 제 눈에는 보이는 듯했습니다. 여튼 여기서 저자가 팔로스루 데이의 개념을 잡고 이 이론을 길게 설명하는 건, 반등세가 보인다고 성급하게 치고들어갈 게 아니라 운수불길한 분산일의 조짐이 뒤따르지는 않는지 신중하게 살피라는 의도입니다.
반대로, (이 책 본연의 주제인) 공매도 전략의 관점에서, 펀더멘탈이 그리 튼튼하지 못한 종목이 이렇게 실패한 팔루스루 데이를 맞이했을 때, 세력은 그때를 공매도 적기로 본다는 점을 저자는 짚습니다. 생각보다 공매도는 위험천만한 전략입니다. 이론상으로 이익의 상한선은 빤한 반면, 손실은 무한대라고도 하는데, 꼭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디데이의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레인지에서 형성될 때 선수들이 얼마나 x줄이 탈지 상상을 해 보십시오. 그래서 공매도를 쳐도 어지간히 만만한 종목을 놓고 확신이 있을 때라야 그들도 전략을 비로소 실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를 개인도 잘 꿰뚫어야, 괜한 날벼락에 대해 훌륭히 회피기동하거나, 반대로 안심하고 진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선언하며 시장도 이에 호응하여 주가가 상승할 때, 사실 아주 긴 시간을 놓고 되돌아보면 하찮은 파동일 수 있어도 당시에는 마치 태퐁처럼 모든 걸 집어삼키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p111에서 소개되는 씨큐브마이크로시스템즈(C-CUBE MICROSYSTEMS)는 반도체 집적회로 제조사였는데, 책에 나오는 대로 mpeg(확장자로 한때 널리 알려진) 동영상 포맷을 만들어 1995년 494% 상승이라는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나중에 보면 이게 다 닷컴버블을 만드는 작은 움직임들 중 하나였던 셈인데... 이 책 저술 시점에서도 동사는 이미 M&A를 통해 사라졌으므로 부담 없이 사례로 등장할 수 있는 거죠.
아무튼 여기서 저자는 "천정에서 최초로 하락한 후에는, 반등 시점이라는 게 반드시 있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짚습니다. "공매도 거래자들은 언제가 마지막 반등일지 확인하고, 하락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정확한 시점에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만약 반대 입장이라면, 공매도 세력이나 기관은 대개 (오닐의 가르침대로 합리적 판단을 하겠다는 가정 하에) 이런 종목의 이런 상황이라면 들어온다는 걸 개인도 눈치채고 잽싸게 회피기동해야 할 듯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에는 물론 현재까지 팔팔하게 잘 영업중인 회사도 많습니다(상당수는 차트 제시로 대신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그리고 어드벤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 우리가 AMD로 잘 아는 바로 그곳도 나옵니다. AMD는 사실 인텔이 지금처럼 시체가 된 구간 말고, 과거 최전성기를 누릴 때에도 그 턱밑에서 대안으로 거인을 위협하던 패기 넘치는 플레이어였습니다. p146에서 저자는 1981년(저는 이 회사가 이렇게나 오래된 줄까지는 몰랐네요)의 차트를 소개하며, 일단 거래량이 많은 가운데 주가가 하락하고,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대로 여기서 경솔히 움직일 게 아니라) 6개월 후 주가가 50일선 아래로 떨어진 바로 그때를 공매도 공략 적기로 지적합니다. 파트3의 대부분 차트는 주봉으로 표시됩니다.
p69에 나오는 블랙크로스에 대한 설명, 즉 50일선이 200일선 아래로 내려간 때가 최적의 공매도 시점이이라는 설명은 두고두고 읽어도 울림이 깊네요. 절대적 고점 후 대개 5~7개월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 심리를 역으로 읽으면 개인투자자에게도 하나의 무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