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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 음식에 물들다 (스프링) - 마음에 색을 입히는 명상의 시간 ㅣ 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김현경 그림, 베이직콘텐츠랩 기획 / 베이직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지금까지 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시리즈를 리뷰하며, 만다라에 물들다, 추억에 물들다, 길운이 깃들다 등 세 권을 읽었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국가 경제 건설에 참여하며, 자녀들도 훌륭히 키워 내신 시니어들께는 당연히 사회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야 마땅합니다. 그분들이 노년을 보내며 이렇게 큼직하고 아름다운 책의 빈 면에 채색을 하고, 당신들의 의미 깊었던 삶을 반추하는 모습이란, 생각만 해도 흐뭇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머님들께서 즐겨 만드시는 요리 중 하나가 잡채입니다. 잡채는 사실 당면이 메인인데도 이름이 雜菜라고 붙어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오해하기 좋습니다. 책을 보면, 소반 위에 당면, 미역국, 불그스레한 콩밥, 썰어 놓은 통김치가 놓여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가네요. 와, 맛있겠습니다. 그런데 색깔의 그라데이션이 좀 다채로워서 이걸 원본대로 완성하는 데에는 좀 정성이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스쳐갑니다.
요즘 병사이다를 어디에서 팔까요? 시골의 슈퍼나 모텔이나 가야 구경할 수 있을 듯한데 과거에는 페트병이 없었으므로 유리병에 탄산음료를 넣어 유통, 판매했습니다. 책을 보면 <김밥과 사이다>라는 작품이 있어 정겨운 색감으로 독자를 맞이하는데, 도시락 뚜껑도 참 예스럽고 소박합니다. 5×3 규격의 김밥 배열을 보니 저도 어머니가 싸 주던 도시락이 생각나고, 아버지와 함께 맛있게 먹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짜장면은 예전부터 있던 음식이고 탕수육은 그에 비하면 대중화가 약간 늦었습니다. 탕수육은 현재 파는 게 소스맛이 크게 변한 것이고, 저는 예전 어렸을 때부터 먹던 그 맛이 그리운데 요즘은 어디에서도 그런 맛을 못 냅니다. 책에 나온 비주얼, 얇게 썬 양파와 오이, 레몬, 당근 등이 곁들여진 모습을 보니 진짜 예전 탕수육이다 싶습니다. 완두콩이 토핑으로 송송 놓인 게 짜장면도 참 예전식입니다.
빈대떡과 동동주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저는 사실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고 그 특유의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어지러운데, 그림을 보니 아예 작은 동이에 재어 놓고 표주박으로 떠먹게 해 놓았습니다. 이런 비주얼은 대체 어느 시대일까요?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법한... 오른쪽 상단에서는 맷돌로 갈아 빈대떡 반죽을 만드는 듯한데 어떻게 저렇게 액체처럼 줄줄 흘러내리는지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풋고추, 푸른고추 조각이 박힌 빈대떡이 먹음직스럽습니다. 빈대떡은 (기름기를 받아내려는 의도겠지만) 저렇게 꼭 소쿠리에 담아 먹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잔치국수보다 막국수를 좋아하는 편인데 책에는 담백하게 오이, 당근, 계란말이 등의 고명이 얹힌 잔치국수를 그린 작품이 나옵니다. 면에 비해 국물이 엄청 많아 보이는데 위에는 싱싱한 김장김치, 양념장 등이 놓여 입맛을 돋웁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아니나다를까 김장김치가 나옵니다. 김장하고 나서 삼개월 정도 지나면 설날인데 다음 페이지에는 설날 떡국이 나오고 이 역시 맛있어 보입니다. 전 요리와 동치미 종지가 풍미를 더하는 듯합니다.
양은도시락이라는 건 전 한번도 못봤는데 예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나 봤을까... 시대를 반영하는 듯 완전 꽁보리밥에 계란 후라이에 콩자반, 분홍 소세지 등 뭔가 가난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은 웰빙을 추구한다며 오히려 보리 등 잡곡을 섞어먹는 게 트렌드이니 참 세상 일은 알 수 없습니다. 예전 분들은 저렇게 정제백미를 덜 섭취하고 양도 저렇게 적으니 성인병 걸릴 일이 없죠.
시니어분들의 추억과 감흥을 불러일으킬 만한 멋진 작품이 많아서, 구태여 채색을 손수 하지 않고 구경만 해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