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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장 초등 국어 쓰기 습관의 기적 받아쓰기 2 : 초등 2학년 - 매일 1장 쓰기 습관으로 초등 국어 교과서 완전 정복! ㅣ 매일 1장 초등 국어 쓰기 습관의 기적 받아쓰기 2
정서진(서진쌤)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5월
평점 :
어른들이 보기에 초등 1학년과 2학년이 그리 큰 차이가 있을까 싶어도 어린이 입장에서는 받아들이는 차이가 큽니다. 물론 이거나 저거나 그저 쉬울 뿐이라고 느끼는 머리 좋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운 좋은 애들은 전체의 0.1%도 안 됩니다. 초등학생 받아쓰기 교재는 국어 수업을 부담 가지 않게 어려서부터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인데요. 이 교재는 아이들 입장에서 친근하게 느껴지고, 레이아웃이라든가 배색에 정성이 많이 들어간 교재 같았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1일차의 주제는 "꾸며 주는 말"입니다. 한자어로는 수식어인데, 이 꾸며 주는 말이 앞으로 언어 교육에서, 특히 문법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큽니다. 영어, 독일어, 고전 라틴어에서 수식어가 수행하는 문법 기능, 어형 변화는 매우 다채롭고 학습 부담도 제법 큰 편입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머리에 좋은 자리에다가 확실한 내용으로, 개념으로 안착하게 어른들이 도와줘야 할 텐데... p32를 보면 조심조심이라는 의태어가 나오고, "동동"이라는 표제어 위에 뭔가 불그죽죽한 액체 위에 노란 얄갱이가 뜬 그림이 있습니다. 아마도 팥죽과 잣 세 알을 그린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동동"은, 유체 위에 부유하는 물체의 양상을 뜻하는 부사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바로 다음 페이지에 보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리"라는 예문이 있는데, 이건 관용적으로 쓰는 말이지만 두 예를 연결시켜 보니 말의 맛이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1학년 교재에서도 "겹받침이 있는 말"이 주제로 다뤄진 단원이 있었는데 p38, 14일차 분량에서 다른 단어들, 또 더 심화한 내용으로 학생들을 맞습니다. 녹색 돈다발과 동전이 있는 그림은 "품삯"이라는 단어와 연결됩니다. 요즘 품삯이라는 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데, 여튼 여기서 포인트는 ㄱㅅ이라는 겹받침을 바르게 쓰는 방법이겠습니다. 맨 위의 그림에는 케이크를 잘라 둔 듯한 모습이 담겼는데, 이것과 연결되는 단어는 "몫"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면 이 "몫"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그 뜻이 추상적일 뿐 아니라 발음하기도 제법 까다로운지 모릅니다. 저는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면 꼭 "겁이 난다"라는 말을 "겁시('겂이'라고 착각한 듯) 난다"라고 발음하는 여배우가 있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건 이른바 overcorrection의 한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무서워서 넋을 놓았나 봐."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넋"이라는 단어도 제법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p62에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이 그 주제인데, 벗, 우애, 여우비, 아름답다 같은 말들이 나옵니다. "우애"는 友愛로서 한자어이겠죠. 여우비는 요즘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상현상이겠는데 만약 온다면 딱 지금 같은 장마철에 올 수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의 "우애 있게 지내는 벗이 있어서 나에게 큰 다행이다."라는 예문이 나옵니다. 우애를 가장하고 남을 이용해 먹을 구석이나 없는지 비굴한 웃음을 띠고 굽신거리는 아주 질 나쁜 놈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애들도 질이 나쁜 애들은 아주 질이 나쁘더라구요. 다 그 못된 부모의 본을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p67을 보면 28일차 분량에서 "경험한 일과 느낌을 말해요"라는 제목 아래 여러 표현과 단어들을 가르칩니다. 환경, 지방, 선명하다, 예민하다 등이 나옵니다. 또 31일차에는 "고운 말로 이야기할까요"라는 게 테마인데, 모자 쓴 아이가 뛰어다니니까 옆의 여자애가 몹시 화를 내는 그림이 함께합니다. 저는 남자 애 엄마인 줄 알았는데(ㅋ) 책상에 앉은 걸 보니 애네요. 맨날 이렇게 화만 내니 성격도 못돼져서 저렇게 늙어 보이나 봅니다. 34일차 공부 분량도 "고운 말로 얘기할까요"인데 아쉽다, 손쉽다, 넘어지다, 헤어지다 등의 단어를 중점적으로 배웁니다. 그냥 헤어지지 말고, 그렇게 하기보다는 "시간이 늦었네. 아쉽지만 이만 헤어져야겠다." 같은 정중한 말투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단조롭지 않고 다양한 내용을 성의 있는 편집에 담아서, 받아쓰기 교재도 이렇게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