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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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을 쓰고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었던 19세기 옥스포드 수학과 교수는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로 더 유명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놀라운 상상력이 담긴 동화로 읽어도 매력적이지만, 영어를 좀 알고 원서로 읽으면 그 기묘한 언어 유희 때문에 더욱 재미있습니다. 이 오리지널 초판본은 본문 중에 영단어 원어의 이해가 필요한 대목에서는 일일이 주석을 달았기 때문에 독자가 부담 없이, 혹은 억지로 납득하고 넘어가는 척 할 필요 없이, 지적인 쾌감을 느껴 가며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초판본의 존 테니얼 삽화들이 그대로 실려 있어서 원작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걸 보니 정복왕 윌리엄이랑 같이 온 프랑스 생쥐가 분명해(p32)." 19세기에 쓰인 이 작품 기준, 노르망디 공 기욤의 브리튼 섬 상륙은 1066년이니 무려 800년 전입니다. 앨리스다운 천진난만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은 페이지 하단 각주(역주)에도 나옵니다. 재미있는 건, 도지슨 본인도 "앨리스는 역사 지식이 부족하여..."라며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는 사실입니다. p58을 보면 빌 더 리저드(도마뱀)가 굴뚝으로 내려가려는 그림이 나오는데 굉장히 사실적인지라 좀 징그럽기도 합니다. 저는 1997년 영화 <아나콘다>에서 마지막에 괴물이 긴 굴뚝으로 치솟았다가 폭파되는 장면이 혹시 여기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p86을 보면 그 유명한 "웃고있는 체셔 고양이(smiling cheshire cat)"가 나옵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앨리스가 지구 자전축(axis of rotation) 이야기를 하는데 공작 부인이 잘못 알아듣고 도끼들(axes)로 말을 받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유명한 피처죠. p46을 보면 앨리스도 약간 말귀가 어두운 건 마찬가지라서 생쥐가 신경질적으로 Not!이라고 대꾸한 걸, 혼자서 매듭(knot)으로 착각하여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합니다.

공작부인은 플라밍고의 성질에 대해 혼자서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p132) 사실은 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물 수도 있죠(He might bite)."라고 (조심스럽게) 답하는 앨리스한테 "겨자나 플라밍고나 둘 다bite하다"는 유명한 대꾸를 합니다. bite는 완전자동사(1형식)인데, 맛이 얼얼하다(영어에서는 이게 동사입니다)라는 뜻, 문다는 뜻이 따로 있음을 이용한 언어유희(pun)입니다. 또 p138에는 tortoise(땅거북)와 taught us의 발음이 비슷한 걸 이용한 말장난도 나오는데 각주(역주)에도 그렇게 설명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p139의 가짜거북이(Mock Turtle)의 그림이 매우 사실적이라서 또 흥미롭습니다. 사실 "가짜 거북이"가 대체 뭔가 할 수 있는데, 가짜 거북이 수프라는 게 있었고 거기서 루이스 캐럴이 역성(逆成)해 낸 게 이 캐릭터입니다.

"반짝반짝 작은별"은 의외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노래이며 가사도 작사가가 분명합니다. 그걸 패러디해서 p105에는 "반짝반짝 작은 박쥐"가 나오는데 글쎄 영어 원어로 읽어도(노래불러도) 그리 라임이 잘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p166에 twinkle이란 단어를 이용한 언어 유희가 또 나옵니다. 수업이 왜 lesson이냐? p142에 나오듯이 처음에는 10시간, 다음에는 9시간 하는 식으로 점차 줄어들어서(lessen) 레슨이라는 건데 웃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고기 대구는 원래 cod라 부르는데 <...앨리스>에는 그 종은 안 나오고 그 비슷한 물고기인 whiting이 나와서(p151) 언어유희의 소재가 됩니다. 

"광기와 무질서를 잔뜩 체험하고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마저 흔들리다가 귀환한 세상이 그럭저럭 살만하다는 걸 비로소 깨달은 앨리스"라는 양윤정 교수의 설명(p206)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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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양장본 2
헤르만 헤세 지음, 박지희 옮김, 김욱동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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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으로 보니 뭔가 고풍스럽기도 하고 신비하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또 독일어 원제목도 상단에 보이는데 Unterm Rad, 생각보다 간단한 어구네요(생각해 보면 당연하지만).저는 이 책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 나이 또래에 고교에 입학하여 처음 배운 독일어 단어가 Fahrrad(자전거)였는데, 저 단어 뒷부분 어근인 Rad가 바로 "바퀴"라는 뜻입니다. 바퀴라고만 하면 무슨 뜻인지 잘 모를 수 있으니까 우리말로는 "수레바퀴"라고, 한스의 불쌍한 인생이 떠오르게 더 구체적으로 풀어 주는 게 보통이죠. unterm Rad는 단축형이며 unter dem Rad로 더 풀어쓸 수 있습니다. 단, 저 기벤라트라는 성씨의 "라트"라는 부분은 -rath입니다(발음은 똑같음).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플라이크, 물론 성실하고 장점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컨대 p58에서 보듯, 어린 한스에게 "그 목사를 가까이하면 신앙심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무엇이 참된 신앙이라는 말입니까? 한스는 더군다나 그리스어를 배우기 위해 목사를 만난다고 했을 뿐입니다. 한스 스스로도 말했듯 최소한 저 목사는 그리스어를 매우 요령 있게 가르치는 유능한 인물입니다. 별반 성공적이지도 못한 자신의 인생에서 뭘 배울 게 있다고 어린 학생에게 저런 무책임한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당대의 기독교가 형식화하고 위선적 모습을 보였다면, 그건 그것대로 비판하면 됩니다. 본인도 신앙이 없으면서 애한테 너의 신앙을 잃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위선이고 거짓말이 아닙니까? 뻔뻔스러운 자기 투사, 자기 모순이라는 말을 들려 주고 싶네요.

(스포일러가 되겠으나) 비인간적이며 기성체제에 기계 부품처럼 봉사하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어린 학생에게 강요하는, 저 목사와 교장을 저는 차라리 두둔하고 싶습니다. 확실히, 나이 들고 나서 책을 읽으니 (작가의 의도와는 또 별개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지는 듯도 합니다. 만약 플라이크 씨가 어린 한스를 괜히 불안하게 하지 않고, 긴 인생에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경솔한 선택으로 이끌 수 있는 저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어린 소년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교장과 목사도 한스의 감정, 개별성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지만, 플라이크라고 달랐겠습니까? 힘만 없었을 뿐 그 역시 자신의 생각을 애한테 일방적으로 주입하려 들었던 건 마찬가지입니다. 한스는 그저 신학교에 진학하여 그 길을 걷는 게, 결국은 무난한 진로 선택 아니었겠습니까?

p123을 보면 고전라틴어 격언 differendum est inter et inter라는 말이 교장의 입을 통해 나옵니다. "직역하면 inter와 inter도 구분해야 한다" 정도인데, 아무리 봐도 같은 단어 inter인데 뭘 어떻게 구분합니까? 그러나 같은 단어도 문맥에 따라 용법이 다를 수 있으니 저 말은 역설 같아도 타당합니다. 교장이 한스더러 "분명 같은 너인데 다르게 보인다"라는 의도로 저 말을 쓴 건 적절한 원용이며 적어도 라틴어 감각이 상당하다는 건 알겠네요. 물론 우리도 입시에서 영어 속담 별의별 말을 다 외우듯(혹은 가르치듯), 들은 풍월로 그냥 기계적으로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p152를 보면 εὐθύς ἐπιγνόντες αὐτὸν περιέδραμον라는 고전 그리스어 문장이 나오는데 책에는 출처가 따로 안 나오지만 이게 기독교 신약 마가복음 6장 54~55절이죠. 한스가 헷갈려한 저 동사 1인칭 단수형은 περιτρέχω인데 아오리스트(일회적 과거) 시제에서 모습이 저렇게 바뀝니다. 접두어 περι-는 잠시 잊고, 어간인 저 τρέχω라는 동사는 고전 그리스어에서 아주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 뭐 공부를 많이 하다 보면 좀 헷갈릴 수도 있는데 한스가 너무 자책하지 말고 좀 자신을 추스리며 다시 일어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마가복음의 저 대목에도 물 위를 걷는 예수를 "유령"이라며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대목이 (조금 앞에) 있죠. 이 책에서는 p153:20에 저 단어("유령")가 좀 다른 맥락으로 나옵니다.

코너스톤의 깔끔한 번역, 양장본 제본으로 이렇게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범우사루비아문고판으로 고딩 때 읽고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한스 기벤라트가 저보다 더 똑똑하게 보였는데(비록 진학에 실패하고 죽었지만), 지금 보니 어학 재능이 저보다 부족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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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의 봄 책고래아이들 54
민승희 지음, 한담희 그림 / 책고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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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라는 가상의 어린이가 들려 주는 열여섯 꼭지의 이야기들입니다. 이름은 오월이인데 이야기의 배경은 봄에 한정되지 않고 여름, 가을, 겨울에 다 걸쳐 있습니다. 계절마다 네 꼭지씩 해서 모두 열 여섯 편입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사는 오월이는 아빠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하네요..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렇게 일단 서평의 처음을 잡고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 내려 갔는데... 어 이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개 그림이 너무 많다거나, 애한테 어른들이 너무 심하게 혼을 낸다거나) 다시 꼼꼼히 읽어 보니, 주인공 오월이는 사람이 아니라 개였습니다! 뭐 개도 어린이가 없으라는 법은 없지만 이 동화의 화자는 제 느낌에는 나이도 제법 들어 보였습니다. 아무리 늙은 개라고 해도 사람들은 애 취급을 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몇몇 장면에서는 너무들 뭐라고 하는 것 같아서 좀 불쌍해 보였습니다(오월이가 먼저 잘못한 경우도 있긴 했습니다).

유난히 오월이를 잘 챙겨주는 어린이가 나리초교에는 한 명 있는데 이름이 민이입니다. 이름만 봐서는 모르겠는데 p19의 일러스트를 보니(한담희씨 작품인데, 작년 11월에 신비스러운 느낌의 <별 아저씨>를 제가 리뷰했고 이 책이 이분 솜씨였네요. 그림체가 역시 특유의 그 스타일입니다) 여자애인 것 같습니다. 지금 종이 쳐서 교실에 들어가야 하는데 운동장에서 민이, 오월이 사이에 레이스가 벌어져서 아이들이 창 밖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입니다. 쌤이 너무 각박하게 공부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가끔은 여유를 갖는 게 뭔가 인간다운 분위기네요.

음... 읽다 보니 오월이 얘도 문제가 좀 있네요! p26을 보면 "새 운동화"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봄 파트애서는 이게 마지막 사연입니다. 민이가 새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왔는데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신발장에서 물고 나와 벚나무 밑에 놓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오월이 집 앞에서 아이들이 오월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길래 가 봤더니, 신발 어쨌냐면서 막 뭐라고들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오월이가 민이 신발 물어가는 걸 보지는 못했는데, 선생님이 오월이 발자국이 남아 있다며 범인(!)을 지목했던 거죠(셜록 홈즈가 따로 없네요).

그런데 아이들이 몰려와서 막 따지자 오월이는 "무슨? 난 그런 거 몰라."라고만 하며 정신을 못 차립니다. 동물에게는 소유권 개념도 없고 뭘 잘했다 잘못했다의 범주가 아예 없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민이가 운다고 하니(신발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그러겠죠) 그게 덜컥 걱정은 됩니다. 이것도 "나는 신발 냄새가 좋아서 물고 왔을 뿐인데 왜 민이가 울지?"처럼 오월이한테는 그저 불가사의할 뿐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욕의 나비가 날갯짓을 했는데 왜 베이징에 폭우가 내리는가? 인간의 하찮은 과학 공식으로는 이를 도저히 알아낼 수 없습니다. 신(혹은 그 비슷한 존재)이 보기에는 그저 우리가 오월이 보듯 볼 밖에요.

여름 파트 마지막 이야기에는 할머니, 그 며느리인 어머니가 다 등장합니다. 할머니 안경이 없어져서 할머니는 오월이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혼 내기 직전이었는데 이불 안에서 이게 나오는 겁니다. 개가 이불 안에 들어간 적은 없으니 할머니 본인이 잘못한 거죠. 뭐 나이가 들면 다 정신이 없어지기 마련이니 개가 이해를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미안하다며 엄마 몰래 소시지를 갖다 주는 걸 보면 이건 할머니 희생은 아닌가 봅니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며느리 계산으로 미안풀이를 하니 그 노친네 성격 한번 고약하다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며느리는 이미 사정을 다 짐작하고 "어머니가 잠결에 어디 두신 것 같으니 잘 생각해 보세요."라고까지 미리 말했으니 평소에 애 좀 먹는 편이겠음이 짐작됩니다. 그래도 p40을 보면 차 안에서 토하는 점박이(얘네들은 오월이의 형, 누나들입니다)를 챙기는데 마음이 따뜻한 면도 있습니다.

p68에는 새로운 캐락터로 진석이가 등장합니다. 민이가 오월이를 좋아하니 관심을 뺏긴다 싶어 진석이는 오월이를 미워합니다. 이 책에는 전반부에 배불뚝이 아저씨부터 해서 뚱땡이들이 종종 나오는데 공통점은 오월이를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p84를 보면 드디어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데 건이가 새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순환과 오묘한 생로병사의 이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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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장 초등 국어 쓰기 습관의 기적 받아쓰기 2 : 초등 2학년 - 매일 1장 쓰기 습관으로 초등 국어 교과서 완전 정복! 매일 1장 초등 국어 쓰기 습관의 기적 받아쓰기 2
정서진(서진쌤)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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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보기에 초등 1학년과 2학년이 그리 큰 차이가 있을까 싶어도 어린이 입장에서는 받아들이는 차이가 큽니다. 물론 이거나 저거나 그저 쉬울 뿐이라고 느끼는 머리 좋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운 좋은 애들은 전체의 0.1%도 안 됩니다. 초등학생 받아쓰기 교재는 국어 수업을 부담 가지 않게 어려서부터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인데요. 이 교재는 아이들 입장에서 친근하게 느껴지고, 레이아웃이라든가 배색에 정성이 많이 들어간 교재 같았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1일차의 주제는 "꾸며 주는 말"입니다. 한자어로는 수식어인데, 이 꾸며 주는 말이 앞으로 언어 교육에서, 특히 문법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큽니다. 영어, 독일어, 고전 라틴어에서 수식어가 수행하는 문법 기능, 어형 변화는 매우 다채롭고 학습 부담도 제법 큰 편입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머리에 좋은 자리에다가 확실한 내용으로, 개념으로 안착하게 어른들이 도와줘야 할 텐데... p32를 보면 조심조심이라는 의태어가 나오고, "동동"이라는 표제어 위에 뭔가 불그죽죽한 액체 위에 노란 얄갱이가 뜬 그림이 있습니다. 아마도 팥죽과 잣 세 알을 그린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동동"은, 유체 위에 부유하는 물체의 양상을 뜻하는 부사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바로 다음 페이지에 보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리"라는 예문이 있는데, 이건 관용적으로 쓰는 말이지만 두 예를 연결시켜 보니 말의 맛이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1학년 교재에서도 "겹받침이 있는 말"이 주제로 다뤄진 단원이 있었는데 p38, 14일차 분량에서 다른 단어들, 또 더 심화한 내용으로 학생들을 맞습니다. 녹색 돈다발과 동전이 있는 그림은 "품삯"이라는 단어와 연결됩니다. 요즘 품삯이라는 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데, 여튼 여기서 포인트는 ㄱㅅ이라는 겹받침을 바르게 쓰는 방법이겠습니다. 맨 위의 그림에는 케이크를 잘라 둔 듯한 모습이 담겼는데, 이것과 연결되는 단어는 "몫"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면 이 "몫"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그 뜻이 추상적일 뿐 아니라 발음하기도 제법 까다로운지 모릅니다. 저는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면 꼭 "겁이 난다"라는 말을 "겁시('겂이'라고 착각한 듯) 난다"라고 발음하는 여배우가 있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건 이른바 overcorrection의 한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무서워서 넋을 놓았나 봐."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넋"이라는 단어도 제법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p62에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이 그 주제인데, 벗, 우애, 여우비, 아름답다 같은 말들이 나옵니다. "우애"는 友愛로서 한자어이겠죠. 여우비는 요즘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상현상이겠는데 만약 온다면 딱 지금 같은 장마철에 올 수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의 "우애 있게 지내는 벗이 있어서 나에게 큰 다행이다."라는 예문이 나옵니다. 우애를 가장하고 남을 이용해 먹을 구석이나 없는지 비굴한 웃음을 띠고 굽신거리는 아주 질 나쁜 놈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애들도 질이 나쁜 애들은 아주 질이 나쁘더라구요. 다 그 못된 부모의 본을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p67을 보면 28일차 분량에서 "경험한 일과 느낌을 말해요"라는 제목 아래 여러 표현과 단어들을 가르칩니다. 환경, 지방, 선명하다, 예민하다 등이 나옵니다. 또 31일차에는 "고운 말로 이야기할까요"라는 게 테마인데, 모자 쓴 아이가 뛰어다니니까 옆의 여자애가 몹시 화를 내는 그림이 함께합니다. 저는 남자 애 엄마인 줄 알았는데(ㅋ) 책상에 앉은 걸 보니 애네요. 맨날 이렇게 화만 내니 성격도 못돼져서 저렇게 늙어 보이나 봅니다. 34일차 공부 분량도 "고운 말로 얘기할까요"인데 아쉽다, 손쉽다, 넘어지다, 헤어지다 등의 단어를 중점적으로 배웁니다. 그냥 헤어지지 말고, 그렇게 하기보다는 "시간이 늦었네. 아쉽지만 이만 헤어져야겠다." 같은 정중한 말투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단조롭지 않고 다양한 내용을 성의 있는 편집에 담아서, 받아쓰기 교재도 이렇게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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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장 초등 국어 쓰기 습관의 기적 받아쓰기 1 : 초등 1학년 - 매일 1장 쓰기 습관으로 초등 국어 교과서 완전 정복! 매일 1장 초등 국어 쓰기 습관의 기적 받아쓰기 1
정서진(서진쌤)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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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와 유튜브에서 초등 교육 컨텐츠로 핫하신 정서진쌤의 받아쓰기 책입니다. 저도 최근 받아쓰기 책 몇 권을 리뷰하면서 요즘 애들은 받아쓰기도 이런 식으로 공부하는구나 하고 놀랐는데, 지금 이 책을 보니 또 느낌이 다릅니다. 초등학교 받아쓰기 책은 받아쓰기 책일 뿐 아니라 글쓰기 책이기도 합니다. 결국은 정확한 맞춤법과 표현하기가 몸에 배어야 나중에 올바른 글쓰기도 술술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예문이 모두 교과서에 실린 건 아니고, 교과서에 나온 단어가 들어간 다른 문장도 있는데 p15 같은 곳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오른쪽 위에는 쓰기 날짜도 적어 넣게 따로 매모란이 있습니다. "머리를 감고 나서 말렸어." 그렇습니다. 머리를 감았다고 다가 아니라서, 급하다고 대충 닦고 밖으로 나가서 말리자 싶으면 감기 걸리기 딱 좋죠. 다음 한 페이지를 넘기면 "우리 집은 김치를 담가요."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담그다라는 동사는 "담궈요"처럼 잘못 활용시키기 쉬우므로 특히나 지금 이 문장을 통해 잘 익혀 두어야 하겠습니다.

교과서에 나온 낱말들은 그림을 통해 다시 익히게 합니다. p30을 보면 머리를 볶은 중년 여성이 나오는데 이 그림의 제재는 아마 "아주머니"이겠습니다. 같이 나온 "이지머니"는 아마 오답일 것 같네요. 머리가 크고 착하게 생긴 양갈래 머리 소녀가 허리를 급히면서 인사를 하는데 답은 아마 "다녀오겠습니다"일 듯합니다. 같이 나온 오답은 "더냐오겠습니다"인데 이런 쉬운 오답을 걸러내는 습관을 들이면서 자신감을 길러 주는 게 좋겠죠. 다음 그림에서는 두 남녀가 악수를 하는데 여성 측이 더 적극적인 표정으로 상대를 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 일러스트가 유도하는 답은 "반갑습니다"일 것 같습니다.

모두 50일차 분량입니다. 예를 들어 18일차를 보면 하단에 납작하다, 부리, 슬기롭다, 차분하다 등의 등의 단어 뜻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사실 어린이들에게는 단어 뜻을 설명해 줘도, 그 설명 중에 나오는 단어들을 더 어려워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라든가, 학생을 지도하는 성인이 그 곁에서, 아이가 흥미를 쉬 잃지 않게 잘 이끌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쓰기 문장들로 "병아리가 부리로 알을 깬다.", "슬기롭게 위기를 넘겼어요" 같은 것들이 나옵나다. 문장들이 담은 뜻도 긍정적이고 힘찬 뜻을 담은 것 같아서 매우 좋습니다.

p52에는 네 컷의 그림이 나오는데 두번째 일러스트는 제 눈에 스파게티에 얹는 솔티드 휘핑 크림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답은 "볶음밥"이었습니다. 세번째 그림은 어떤 분이 사과를 깎는 모습인데, 뭔가 왼손으로 사과를 받친 모습부터가 프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손바닥과 사과 사이가 좀 떠야 잘 깎는 분이더라구요(제가 잘 못 해서ㅋ). 여튼 이 21일차 단원에서는 "깎다"라는 단어의 뜻을 잘 알고, "깍다"처럼 잘못 쓰는 일이 없게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p66의 28일차 내용은 역시 네 컷의 일러스트가 나옵니다. 두번째 그림에서는 안경 낀 애가 하품을 하는데 뭔가 저 눈만 봐도 같이 잠이 올 것 같습니다. 그림 아래에는 잘리다/졸리다 두 선지가 나오는데 답은물론 "졸리다"이겠습니다. 창 밖에 번개가 치니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가 무서워서 떠는데 무섶다와 무섭다 둘 중에 맞는 걸 골라야 합니다. 무섭다라는 동사는 ㅂ불규칙으로 활용하는데 무서웠다, 무서워서처럼 ㅂ이 뻐지면서 "우"로 바뀌는 패턴을 잘 봐야 합니다.

교재에 그림이 많고 배경도 눈이 덜 피로한 배색이며 너무 교과서 위주의 문장들이 아니라서 아이들이 덜 지루해할 것 같습니다. 이 단원의 주제가 무엇인지 상단에 명확하게 표시된 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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