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흔, 시작하기 좋은 나이
장연이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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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의 프롤로그에서는 저자께서 한스밴드의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노래에 대해 언급합니다. 저자는 학창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 중 생물 과목(현재는 생명과학) 교사분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하시는데, 저 곡이 선생님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삼은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글의 제재이기도 해서 언급이 됩니다. 한스밴드는 자매들로 이뤄진 일종의 걸그룹이었는데, 비슷한 시기 캐나다의 보이그룹 모패츠도 형제들로 주로 구성되었었습니다. 그런데 KBS 2TV <이소라의 프러포즈>에 이 두 팀이 함께 초청되었을 때 모패츠가 너무 한스밴드를 데면데면하게 대해서 시청자가 다 민망했던 기억입니다. HOT의 당시 히트곡 <위 아 더 퓨처>가 영상과 함께 나올 때에는 마치 팬들처럼 좋아하던데 말입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꺼내고, 나아가 이 책을 저술하게 되기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은 학창 시절에 교단에서 자신을 가르친 학교 교사들에 대해 다소간의 환상이나 좋은 추억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원래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들어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 때문에 간호대학에 들어갔고 졸업 후 관련 직종에서 업무에 종사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혼했으며 자녀들도 두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왜 신체장기인 심장(心臟)은 그 이름이 '심'장일까?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p20). 마음에서 내 영혼이 속삭이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학적으로 이 설명이 타당하고 않고를 떠나, 결코 꿈을 버릴 수 없다는 메시지에 우리 독자들은 공감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임용고시는 난이도가 낮은 시험이 아니며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중등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안타까운 건, 이 시험을 통과해도 중등교사직이 보장되는 건 아니며 교사가 되고 나서도 여러 난관이 기다린다는 점입니다. 한창 머리가 잘 회전할 때에도 시험 합격이 쉽지 않은데, 마흔의 나이에 임용고시에 재도전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엄청난 각오, 물리적으로 상당한 양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레서 기어이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지금보건교사로 일하고 계신 저자의 성취가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수험생들이 명심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20대의 내가 치른 임용고시는 하는 척만 하는 공부였다.(p45)" 20대의 저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공부하며, 그래서 성적도 오르지 않고 몸과 마음은 그것대로 괴로운 것입니다. 이렇게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공부는 당연히 공부 효과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인데도 당사자는 뭔가 이타적인 거창한 일에나 자신을 희생한 양 착각하게 됩니다. 그런 엉터리 공부를 할 바에는 차라리 삼각지나 영등포에 가서 밤새 술마시며 노는 것만도 못합니다. 이 책에서는 나이 마흔에 진짜 공부에 대해 눈을 뜬 기록도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주의 깊게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어떤 체험과 환경에 자신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는지가 중요합니다. p100을 보면 저자는 코끼리 사슬 증후군에 대해 말합니다. 저자께서 전직 간호사이시니 이 주제에 대한 설명이 더 생생하게 독자에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슬에 묶여 지낸 아기코끼리는 성체가 되어도 말뚝을 벗어날 줄 모르고 주변을 맴돈다는 건데, 그래서 사람은 단 한 번이라도 껍질이 째지는 아픔을 정면으로 겪어야먄 어른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가 있습니다. p144 이하를 보면 머리의 길이(여성의 경우), 시간 관리, 식단 등 수험생이 수험 기간에 어떻게 자신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암기는 뇌가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아침과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p167)" 또 저자는 공부를 할 때 이 시각부터 이 시각까지 떼어놓고 외워야지 같이 거창하게 마음먹지 말고, 틈새 시간을 활용하라고 권합니다. 조직화, 정교화, 이미지화, 맥락화, 심지어 노래화 등 암기하는 방법은 무척 많은데 이 중 자신에게 맞는 기술이 무엇일지도 상황에 맞게 알아내야 합니다. 자기주도로 공부하여 실제로 원했던 결과를 이뤄낸 분의 강한 성취감과 자신감이 곳곳에 배어나는 책이라서 수험생들이 정보, 동기부여뿐 아니라 좋은 기운도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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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나와 고시원을 차렸습니다 - 교사에서 고시원 원장이 된 인생 커리어 전환기
노지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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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중학교 과학 교사로 근무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이어오던 분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퇴직하고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다소 당혹스럽다 할 고시원을 창업했다고 하십니다. 안정된 교직원 생활을 그만두고 위험이 따르는 자영업을 시작하신 것도 의아하지만, 업종이 고시원인 것도 눈길을 끕니다. 과연 창업의 결과는 어떠했으며 업종 선택을 그리하신 데에는 딱히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도 매우 궁금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께서 상당히 실리 위주의 냉혹한(?) 가치관을 갖고 계시며, 주변 사람들과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연을 이어왔건 간에 여기까지가 한계다 싶으면 단칼에 자르는, 매우 단호한 현실주의자이며 연세는 꽤 많으실 것으로 제 마음대로 짐작했습니다. 그런 선입견은 몇 페이지 넘기고 나서 바로 깨졌는데, 일단 저자는 자신의 제자들과 꽤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 오던 분 같았습니다.

책 곳곳에 노래 가사들이 인용됩니다. 그 노래들 중에는 저자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이 부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 가사가 저자의 낭만 가득했던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저는 읽었습니다. 저자는 (제 예상과 다르게)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 어떤 때묻지 않은 이상상을 지니고 일해 온 분으로 보였습니다. 오히려 영악한 요즘 아이들이야말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지적하며 선생님의 이상주의를 동정하는 것으로도 느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라던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내가 큰 괴리를 보인다고 자각하기 시작할 때 몸의 여기저기가 아파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저자가 여성이니 그 고통이 더 심했을 수 있습니다.

2021년은 워킹맘이기도 했던 저자가 44세였던 해로, 한국인들이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던 구간의 끝물입니다. p68을 보면 저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당할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두고두고 당사자를 괴롭히더라구요. 저도 어떤 버스 기사가 뒤에서, 심하게 직접 치인 것도 아니고 살짝 추돌한 정도로 탑승 상태에서 사고를 당했었는데도 제법 후유증이 길어서 이런 사고를 결코 예사로 볼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튼 교통사고나 몇 페이지 뒤에 나오는 버스 운전수의 불친절 같은 게, 저자의 인생에 어떤 큰 상처를 남기거나 해서 이 책에 기록이 있는 게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을 지날 때 그런 일들조차 큰 충격, 불안(의 상징)으로 다가왔을 만큼 저자가 본래는 심약한 분이었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의도 같았습니다.

창업이란 보통 힘든 과정이 아닙니다. 저도 어제 장을 보다가 또 주인이 바뀌거나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어떤 마트에서 사장님 부부가 열심히 방향성(...)을 두고 토의하시는 걸 봤는데, 누구나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실패란 없을 것 같고 아무도 걸어보지 못한 성공에의 길이 기다릴 것 같아도 막상 해 보면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같은 교육 관련으로 업종을 고르시지도 않고, (p78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연금 나오려면 저자한테는 아직 한참 멀었는데 퇴직금만 까먹고 버틴다는 건 정말 불안해서 못 버틸 일입니다. 처음에는 강연자라는 직업을 택하시려고 했는데 말이 좋아 강사지 과연 그 일로 생계 유지가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셨다고도 나옵니다.

고시원 창업 후 이야기에서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페인트 냄새 때문에 괴롭다는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자영업에 대한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들려 주는 어떤 사장님의 책을 읽고 많은 점을 배웠더랬는데, 그 중 하나가 "진상을 응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보면 그 저자분은 인상도 장난 아니었는데, 자영업 사장님은 이처럼 첫인상에서부터 진상을 압도하고 들어가는 포스가 있어야 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 저자분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입주인들에게 사과의 뜻으로 선물부터 돌렸다는 쌩초보 사장님이신 이 책 저자의 말씀을 들으며 이번에는 조마조마하게 책장을 넘겨 나갔습니다. 과연 이 책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주제넘은 걱정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고정비 지출은 계속 발생하는데 공실이 생기고 신규 입주 문의가 없으면 그것만큼 초조하고 난감한 게 없다고 하십니다. 단기로 머무는 이들에겐 쾌적한 게 최고인데 인근 고시원에서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면 그 역시도 신경이 쓰입니다. 무엇보다, 현금 유입의 들쭉날쭉함이 가장 큰 고충인데 각각 장점을 달리하는 두 입지의 고시원을 매입하여 운영하니 한 군데가 힘들어도 다른 데서 보충이 되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솔직하고 현실적인 고충 토로, 교훈이 많아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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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AI 전쟁 (DeepSeek AI WAR) - 빅 브라더 중국 AI 굴기, 딥시크 모델 분석, 중국 현지 특파원과 AI 전문가가 들려주는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빅브라더 중국 AI이야기
배삼진.박진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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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올해초 DeepSeek라는 생성형 AI를 자체 개발함으로써 전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일단 중국 같은 신흥국의 스타트업이, 미국의 오픈AI社(라든가 구글)처럼 천문학적 자본을 끌어다대지 않고 훨씬 적은 투자만으로, 또 엔비디아에서 만든 고성능 칩을 쓰지 않고서도(일단, 그렇게 보입니다) 대단한 일을 해 냈기 때문입니다. 이 성공 후에 중국의 여러 다른 기업이라든가, IT 섹터를 넘어 산업 전반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서구권  자본도 중국 증시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비록 지금 불황을 겪고 있다고는 하나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예전의 활기를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중국을 향해 다시 싹트는 듯도 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딥시크의 창업자는 p80에 나오듯이 량원평(梁文鋒. 양문봉)이라는, 아직은 젊다고 할 1985년생 기업가입니다. 조직 운영은 철저히 실력주의에 기반한다고 나오며, 인재를 채용할 때에도 마치 생성형 엔진을 개발할 때 LLM을 돌리듯, 서류전형이나 면접만으로 사람을 뽑지 않고 철저히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여러 단계를 거쳐 딥시크에 소속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챗지티피를 포함하여) 모든 생성형 엔진이 "사고"라는 작용을 온전히 수행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방송이나 애널리스트의 레포트를 읽어 보면 추론, 맥락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아무도 못 갔습니다. 이런 말을 믿고 섣부르게 투자를 했다가 큰 낭패를 보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p83을 보면 딥시크는 "차원 축소 분해법"으로,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본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중국보다 한국의 HR이 뛰어나다고 했습니다만 지금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채용 단계부터 이 정도이니 회사 들어와서는 얼마나 뛰어난 인재가 되겠습니까. 이런 인재가 결국은 추론도 사고도 해 내는 엔진을 만드는 것입니다.

p119를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딥시크가 중국 AI 산업의 정점에 있다면, 마누스(Manus)는 그 반대편에서 현실을 마주하는 전략의 이름이다." 마누스는 모니카 AI에서 개발한 또하나의 엔진인데, 이 책에서는 "딥시크와는 또다른 길, 즉 저비용, 저컴퓨팅 최적화를 선택한 실무형 LLM"이라고 소개합니다. 한국은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의 이해가 고작이거나, 플랫폼이란 미명 하에 자릿세나 받아먹을 생각에만 골몰하거나, 챗지피티 원형의 AI 한 방향으로만 관심이 쏠렸을 뿐이지만 중국의 젊은 개척자들은 청춘을 저당잡히고 이처럼 원대한 미래를 내다보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년 후 한국은 과연 뭘 먹고 살고 있을까요?

중국에는 저런 신생기업 말고도, 이미 세계의 거인으로 취급받는 BATX, 즉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샤오미 등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래 BATX에는 화웨이가 안 들어갑니다만 이 책에서는 편의상 같은 챕터에서 논의합니다(p122). 이들은 이미 스마트팩토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서히 높아지는 (중국 내) 인건비의 압력을 우회한지 오래이며 한국 기업들에 못할 바 전혀 없습니다. 다만 p147을 보면 중국 전체 거시경제를 지탱하려면 여전히 농업, 제조업, 유통업, 자영업이 잘 돌아야 하는데 마치 한국처럼 이 분야가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이 어렵다는 소리는 여기가 기대만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입니다.

앞에서 딥시크의 성공이 놀라운 이유 중 하나가 엔비디아산 고성능 칩을 쓰지 않고도 H800 같은 자체 칩으로 비등한 성과를 내어서라고 했는데, p171에 그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키텍처가 우수해서인데(다른 이유라고는 생각하기가 힘들죠), 자체 최적화한 혼합 전문가(MoE. mixture of experts) 아키텍처라고 부릅니다. 원형은 미국의 학자들이 얼개를 만들고 예측했겠지만 산업의 현장에서 물건을 만들게끔, 서비스를 행하게끔 구체화한 건 젊은 중국인 개발자들입니다. 이렇게 현지화하고 토착화하는 단계까지 벌써 도달했다는 게 무서운 점입니다.

이게 그저 평탄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도 아닙니다. p224를 보면 미국은 2023년부터 그물망 전략을  채택하여 중국을 압박했고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했으며 "넓은 뜰, 높은 담"을 만들어 기술 봉쇄구체화했다고 나옵니다. 세상에서는 지금 전쟁이 벌어지는 판이니 누굴 원망하고 한탄할 여지도 없고, 중국이 이런 도전에 제대로 응전했다는 평가를 할 뿐입니다. 소프트웨어 최적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동 설계(한국이 가장 힘들어하는 분야죠), 게다가 오픈소스 전환이라는 전략까지 채택하여 더욱 공포감을 부릅니다. 정부와 기업 간의 치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으로 데이터 관리가 이뤄지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AGI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지는데 예전부터 중국은 자신들의 체제가 정보화 사회, 빅데이터로 사회가 더욱 자동화하여 작동하는 세상에서는 더 우월하다는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오르기도 하는 상황인데, 과연 인류가 이 성장의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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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현실적이고 다분히 이상적인 저널리즘/리얼리즘 - 진짜 세상을 마주하는 저널리즘의 첫발, 20여 년 기자 경력의 현직 사회부장이 들려주는 저널리즘의 생생한 속사정
김정훈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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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권위 있는 일간지, 주간 매체 등에 소속된 언론인들의 글은 일단 신뢰하고 읽으며 수용했던 것 같습니다. 황색 저널리즘이라 비판받던 스포츠신문이라고 해도 일단 그 지면에 실린 스포츠 선수들의 동향, 연예인들에 대한 가십은 뭔가 근거가 있어서 저런 기사가 실렸겠거니 일단은 믿었던 듯합니다. 지금은 신문 한두 곳에서 내는 뉴스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고, 설령 여러 곳에서 같은 보도를 해도 평소에 내가 즐겨 보던 곳에서 뉴스를 내 주지 않으면 일단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자, 대중도 문제가 있지만 언론인들의 권위, 자질, 책임감도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CBS 기독교방송은 1980년대에도 보도기능 일부를 유지하며 그 서슬퍼렇던 시대에 과감하게 정권을 비판하던, 월간 잡지 <말>을 제외하면 가장 진보성향의 매체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의 아주 먼 전신은 <시사자키>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방송은 저러다가 진행자까지 모두 잡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비판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자 김정훈 부장은 현재 이 기독교방송 보도국에 계신 분으로서,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저널리즘 자체의 위기가 운위되는 현실을 진단합니다.

과거에는 캐서린 그레이엄(1917~2001) WP 사주 같은 사람이 방한하면 큰 뉴스가 될 만큼, 언론 기관이나 그 종사자, 오너들의 영향력이 막강했습니다. 지금은 대신문, 지상파 방송국이 소셜미디어나 대형 포털에 쩔쩔 매는 상황이며, 광고주들과의 관계 또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저자는 권력과 자본 앞에 당당한 언론인이기 위해 기독교방송 입사를 택했다고 하며(p29), CBS가 단순한 종교방송이 아니라 연혁상으로 그런 전통이 있었음은 이 서평 앞부분에서 이미 말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처음 창간될 때에는 영국의 인디펜던트紙를 참조한 면이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지금 그 신문을 보면 독립언론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 수 있습니다.

뉴스의 현저성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p62에 저자의 도식화가 나옵니다. 제아무리 뉴스 가치가 높고 충격적인 아이템이라고 해도 플랫폼이 없다면 대중의 주목을 애초에 못 받습니다. 여기에 시의성이라는 층(layer)가 하나 추가되고, 맨 위에 임팩트라는 단계가 놓임으로써 뉴스란 비로소 대중의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아무런 알맹이 없는 짜깁기 뉴스가 왜 만들어지는가? 플랫폼을 갖지 못했고 취재력이 떨어져 임팩트 있는 뉴스를 못 만들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 뒤 p228에 양심없는 짜깁기 뉴스에 대한 비판이 또 나옵니다.

"기상천외한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야 한다(p96)." 이번 계엄 사태를 두고 저자가 하는 말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는 검은 까마귀 셋을 봤다고 모든 까마귀의 색을 단정할 수 없다고 하고, 그전에 더 유명한 예로 귀납법의 한계를 밝히는 "검은 백조의 발견"이 있기도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내게 모이를 줬던 고마운 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그 손이 닭의 목을 비튼다는 유명한 비유도 있습니다. 아무리 현장에서 취재를 오래했다고 해도 여태 경험으로 익힌 그 모든 지식, 지혜가 언제나 타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저널리즘도 산업인 만큼 내 매체를 구독해 주는(구독이라는 단어의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의미입니다) 독자들에게 고마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내 독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태가 터졌을 때 언론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저자는 p134에서 오히려 "위안-동조 저널리즘의 위험한 유혹"에 대해 경계합니다. 언론이란, 본연의 사명과 기능에 충실해야지 독자에게 감정적이고 값싼 영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겠는데, 실제로는 대단히 판단이 어려운 문제이겠습니다.

방송국이다 보니 기자가 따로 있고 또 PD라는 직분이 따로 있습니다. p151을 보면 기자는 새로운 무언가(something new)를 추구하고, PD는 흥미로운 무언가(something Interesting)를 추구한다고도 합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PD는 기자를 향해 그들만의 이야기에만 빠져있다고, 기자는 PD를 향해 세상을 너무 각색하려 든다도 비판할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게 비단 언론사, 방송국만의 사정이 아니라, 세상의 어느 조직, 회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치입니다.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나처럼 저 사람도 자신의 일에 진심인지 아닌지가 비로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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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마음 교육 - 젊은 부모를 위한 장자 이야기
이성미 지음 / 인간사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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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순리(順理)에 따라 풀려가게 마련입니다. 여기서 순리란 어떤 폭력, 권위에의 굴종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라든가, 자연과 합일하려는 선한 마음 등을 뜻합니다. 춘추 시대 사상가였던 장자는 우리들에게 득어망전, 도중예미를 가르친 분인데, 이런 장자의 교훈을 젊은 부모들의 니즈에 접목한다면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올지, 이 책을 통해 전에는 미처 하지 못한 데에까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p24에 나오듯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는 현대인에게 발칙하고 가증스러우며 종족 파괴적인 욕구가 있음을 간파하고 준열한 가르침을 내놓았습니다. 자기복제란, 비합리적이고 지극히 이기적인 시도인데, 무모하게도 어떤 이들은 물리적으로 유한한 생을 애써 허구로라도 연장하기 위해 변변치 않은 자아를 복제하여 세상에 퍼뜨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 욕구가 발현되는 데 가장 위험한 경우가 바로, 부모가 자식을 향해 그 욕구를 실현시키려 드는 것이겠습니다. 자식은 여튼 스스로의 적성과 길을 찾아 나가야지, 부모의 어떤 복제품이 되어서는 곤란하죠. 저자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책에서 저 구절을 찾아내어 그걸 장자의 가르침과 연결시키려 드는 것입니다.

p50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몇 구절이 인용됩니다. 영혜가 스스로 장벽을 치고 채식주의자의 성에 고립되자 남편은 당황합니다. 저자는 야생의 꿩을 잡아와 닭으로 바꿔 가는 과정의 인류를 환기하며, 꿩이 산에서 제 능력으로 먹이를 사냥하던 시절과, 그의 후손인 닭이 인간으로부터 배급되는 사료에 만족하며 그 나름 편안한 삶을 살다 죽는 단계를 대조합니다. 재미있는 건 꿩만 순치되는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한 쪽으로 삶의 패턴을 바꿔 나가는 사람 역시 야생성을 잃어감을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닭을 키우(고 농사를 짓)기 전에는 인간 역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야생의 존재였으니 말입니다.

"거목은 목재가 되지 않았다(p58)". 영혜도 꿈 한 번 꾸고 나서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듯, 우리들 역시 호접지몽의 고사를 이야기하는 장자의 가르침을 듣고 나서 비로소 자아의 불안정함, 비연속성 등을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거목은 그저 도끼질만 당하지 않는 게 아니라, 무용지용은 고사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늘의 제공, 사방으로 뻗어나간 뿌리를 통해 수분과 토양을 유지하는 등 궁극의 효용을 인간에게 선사합니다. 아이는 대체 부모에게 어떤 효용이어야 합니까?

p125를 보면 부모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지 말고, 聽之以氣, 즉 소리가 아닌 기(氣)로써 들으라고 했다고 하네요. 일반적인 사람 사이의 소통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은 예의도 차려야 하고 말하는 사람이 못 배운 사람이면 표현도 제대로 못합니다. 말하는 사람한테 마음을 열면 그 사람이 무슨 소리를 떠들건 간에 본심이 제대로 읽힙니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아니고를 떠나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는 부모에게 온갖 힘을 다하여 뭔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못들으면 그건 부모의 잘못입니다.

p198 이하에는 齊物論에서 몇 구절이 인용됩니다. 세상 만사 이래서 이런 게 없고 이렇다고 해도 관점을 바꿔 보면 또 저렇지 않은 게 없다고 합니다. 옳다고 보면 옳다가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역지사지를 또한 이야기하는데, 장자의 가르침이야말로 나와 네가 따로 없다는 게 핵심이니 역지사지로 장자를 풀어감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장자는 워낙 포용성이 강해 뭘 키워드로 삼아도 그것으로 해설이 가능하기도 한 사상 체계입니다.

p209에서 저자는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논하며 미국의 프래그머티즘 교육학자 존 듀이를 인용합니다. 실용이란 본래 이도저도 아닌 잡탕을 뜻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하나의 기조에 교조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상선약수의 정신으로 유연히 처세하는 걸 뜻합니다. 아이의 교육도 무릇 이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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