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면 안다 - 김홍신의 인생 수업
김홍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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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홍신 선생님은 1970~80년대 한국인들을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을 여러 권 쓰신, 대한민국의 문필가 중 한 분입니다. 주인공 장총찬을 내세운 <인간시장> 연작은 거의 대하소설에 가까우며, 그 외에도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묘파한 걸작들을, 기업 소설 분야에서 많이 남겼습니다. 그의 소설을 읽고 저도 여태 여러 편의 독후감을 블로그에다 올렸는데, 전개가 박진감 넘치는 데다 엄청난 디테일을 담고 있어, 이게 과연 상상력만으로 커버가 되는 걸까, 어떻게 어디서 취재를 하셨기에 이런 실감과 설득력, 페이소스까지 전달될까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선생은 체구도 아담하시고 인상도 유순한 백면서생 같은 이미지이십니다. 그런 분이, 젊은시절 한량, 풍운아로 유명한 삶을 살았던 영화배우 신성일(강신성일) 선생과 호형호제하는 친한 사이(p18)였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김홍신 선생이 작고 아담한 체구라서가 아니라, 누가 봐도 잘생겼고 훤칠한 체격인 고 신성일 배우 같은 분을 누구 입장에서건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죠. 아무튼 술자리에서, 또 이런저런 자리에서 틈이 날 때마다 "나는 형이 부럽소." 같은 말을 하셨다고 책에 나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신성일씨가 했다는 말이 걸작입니다(무엇인지는 직접 책을 찾아 읽어 보십시오). 김홍신 선생의 결론은, 우리 모두는 각자 살아 숨쉰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야 하며,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건강이라는 점입니다. 

김홍신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 만약 헤밍웨이가 한국어를 알았다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문장의 길이가 길지도 않으면서, 묵직하고 강렬한 의미와 이미지가 독자의 눈에 팍팍 꽂힙니다. p61을 보면 무려 1980년대 중반에 리비아에 가서 경험했던 일이 회고됩니다. 1980년대 같으면 일반 국민의 경우 해외여행조차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이 당시는 무아마르 카다피가 다스리던 때였는데, 카다피는 동아그룹(당시 명칭) 회장 최원석씨와 각별한 사이여서 대수로공사를 최 회장에게 발주 주기도 했습니다. 바로 앞 페이지 "한국 10대 재벌로서, 외환위기 때 큰 고생을 한 분"도 독자인 제 짐작으로는 아마 최원석 회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1980년대에는 삼척동자도 그 이름을 알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셨고, 또 1990년대 말에는 국회의원 활동도 하신 분인데, 몇 년 전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할 때에는(요즘도 갑자기 돈다고 하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김홍신 작가님이 그 병에 감염되어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셨다는 말씀이 p65 이하에 나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 증상 없이 넘어가서 이젠 당시가 잘 기억도 안 납니다만, 이런 글을 읽어 보면 확실히 그때가 엄청난 난리가 났던 때였구나 싶습니다. 김홍신 작가님이 1947년생이시니 코로나 같은 전염병에 각별히 유의하셔야 할 연세이긴 합니다. 도스토옙스키도 사형 선고를 받고 그 집행 명령이 철회되기까지 온갖 생각이 다 오간 몇 시간이 마치 영원과도 같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대목에서 당시 피안에 한 발을 들였다 나오신 듯한 선생의 회고담이 무척 생생하고 박진감 있습니다. 

"문학은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행위입니다.(p104)" 어떤 다른 문호(文豪)의 명언이 아니라 김홍신 선생 본인의 준비된 명제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상처를 받습니다만, 그 상처가 덧나서 본인의 심성이 크게 어긋나게 될지, 남에게 상처를 그대로 옮기는 독사 같은 인간이 될지, 혹은 자신의 큰 그릇으로 모든 걸 감싸고 더이상의 악순환을 막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김홍신 선생도 30대의 젊은 나이에 쓴 작품이 정부 당국자에게 불온시되어 큰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으며(p58), 사랑하는 부모님과 아내를 여의고 깊은 슬픔에 잠긴 일도 이 책에 나옵니다. 선생의 사진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 생전에 깊은 정을 나눈 분들과 헤어질 때, 이런 단장의 슬픔을 어떻게 견디실까 싶을 만큼 정이 많은 분처럼 보입니다. 이 책에서도 선생의 빼어난 문장력 덕분에 독자에게 그 정서와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듯합니다.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을, 가족 혹은 연인과 헤어져 군대라는 특수 집단에 소속되어 고된 훈련을 견뎌야 하는 게 한국의 젊은이들입니다. p179를 보면 선생도 장교 임관을 앞두고 혹독한 훈련을 수행했고, 어느 후보생이 어머니!를 노래를 통해 외치자 모두가 울음을 터뜨렸으며 심지어 교관마저도 오열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교관인들 훈련생들의 고충과 아픔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오히려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는 게 그들이겠죠. 예전 군대를 두고 야만과 폭력이 난무하는 지옥으로 폄하하는 시선도 있으나, 그래도 그때는 저런 인간다움과 공감이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야간에 떠들었다고 완전 군장 상태로 얼차려를 주어 기어이 사병을 죽음에 이르게 한 중대장에게는, 공감의 작은 씨앗도 이미 그 척박한 마음에서 시들어 버린 것입니다.  

이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교훈 중 하나가,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효성입니다. 큰 인물은 이처럼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야 하나 봅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난 영혼이라야, 이웃과 벗의 딱한 처지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앞날도 더 너른 시야로 통찰할 줄 압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자긍심(p204)." 이야말로 천하를 마음에 품은 호연지기입니다. 헤겔도 예술가에는 군주의 기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런 예술가는 (책 p202 이하에 나오듯) 임금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어진(御眞)을 그리는 경지에 이릅니다. 한편으로, 내 존재나, 나아가 전 지구라 해도,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티끌과도 같다(p227)는 겸허한 마음을 또한 잃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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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시원스쿨 실전토익 900+ (LC + RC + 실전 모의고사) - 이 책 한 권으로 토익 900+ 끝! 한 권 토익 시리즈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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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점수가 높게 나온다고 그 사람이 꼭 영어를 잘한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영어를 찐으로 잘하는 사람이라면 토익 점수도 높게 나옵니다. 한국은 특히 영어 스펙이 필요할 때가 많은 나라이므로, 높은 토익 점수를 보유한 이들도 많은데, 단기간에 이 공인어학시험 점수를 획득해야 할 때에는 막막하기도 하고 걱정스러워지기도 할 것입니다. 토익도 과거와는 형식과 지향성이 크게 달라졌으므로 예전처럼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고득점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단 한 권의 교재를 마스터함으로써 900점 이상을 달성하게끔 독자를 이끄면서도, 신 토익의 경향성에 맞게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이 책은 고득점 달성을 위해, 고난도 문제 pool을 크게 마련하여 학습시킨다기보다는, 말그대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전략서"에 가깝습니다. 유형을 상세히 분석하여, 이런 유형은 이렇게 접근하여 파훼할 것을 가르치기 때문에, 독자는 저자 지연쌤의 의도를 철저히 내면화, 자기화하여 문일지십(聞一知十)의 성취도를 이뤄내야 하겠습니다. 

보통 영어 작문 시간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역점을 두어 가르치는 포인트 중 하나는, 같은 표현을 두 번 반복하지 말고 paraphrase하여 글 안에 배치하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작문 실력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는, 이 패러프레이징을 얼마나 다채롭게 해 내는지를 보는 것이죠. 교재 p36을 보면 이 패러프레이징이  실전 토익 문제 유형 안에 어떻게 녹아들어가는지가 상세하게 분석, 해설됩니다. 그 중에서도 난이도 [상] 유형이라면 상황 요약형 패러프레이징인데, p39를 보면 다섯 가지의 유형이 제시됩니다. 독자인 제가 이해하기로는, 오른쪽 두 대화자(남, 여)의 대화 중에 나오는 (구체적인) 핵심 상황을, 왼쪽 Q&A의 대답 파트에 나오는 것처럼 추상적인 문장으로 바꿔 표현하는 게 핵심인 것 같았습니다. 바로 앞 페이지(p37)에 보면 실전 토익에 자주 출제되었던 동의어 패러프레이징 리스트가 나오는데, 여기에는 안 나오지만 p39에서의 reassign과 allocate도 그런 관계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p58을 보면, 저자 지연쌤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형태가 고정되어 있어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알 수 있는 유형이 바로 say about 유형이라는 것입니다. 이때 쌤이 특별히 강조하는 건, 첫째 주어의 성별(gender), 둘째가 전치사 about 바로 뒤에 무슨 말이 오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과거에 비해 토익이 크게 바뀌었다고 해도, 다중을 상대로 하는 공인어학능력시험인 이상 이처럼 유형의 파훼법이 빤하게 보이는 구석이 또 나올 수밖에 없고, 수험생은 이런 걸 놓치지 않아야 900점 이상의 성적이 가능하다는 것이겠습니다. 또, p61에 나오듯, 일반적인 say류 동사(mention, 넓게 do, be, want 등도 포함)일 때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그 외의 다른 동사가 들린다고 할 것 같으면 이건 거기서부터 뭔가 포인트가 새로 생기는 것이므로 정신을 바짝 집중할 것을 알려 줍니다. 역시 이런 시험은 키워드 중심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예전에 우리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문법대로, just now는 완료시제와 잘 어울리지 않고, 대신 just와 now만으로는 완료 시제에 널리 쓰이는 부사들이 됩니다. 책 p94를 보면 recently의 경우 과거시제와도, 또 현재완료시제와도 두루 어울린다고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타 교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설명들이나, p97을 보면 감정동사의 능동/수동 구분법이 나오며 이 파트를 잘 공부해야 ~ing 꼴인지 ~ed 꼴인지를 잘 분별하여 채워넣을 수 있겠네요. 또 4형식 동사를 수동태로 바꿀 때, 그대로 종전의 직접목적어가 남아 있을 뿐인 걸 잘못 보고, 그대로 능동태인 줄 착각하기 쉽다고 지연쌤은 지적합니다. 

p119의 practice test 20번을 보면, 답은 (A) that이 맞으며 이때 that은 주격관계대명사입니다(따라서 which로 바꿔 써도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블랭크 뒤를 보면 조동사구 will be가 따라오므로 주어 상당어구가 블랭크 안에 들어가야 함을 알 수 있으며, 따라서 관계부사 (B) where 같은 건 절대 올 수 없습니다. (C) what과 (D)whatever는 선행사를 포함하는 복합관계대명사인데, 이미 블랭크 앞에 topics라는 선행사가 왔으므로 이것들도 답이 될 수 없습니다. 

p155 하단을 보면, 어떤 단어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의미가, 하필 이 문제에서는 맥락상 그 뜻이 아닌  되어 오답처리된 예가 표로 정리됩니다. 예를 들어 folded를 그냥 bent(접힌)으로 보고 아 이게 답이겠구나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찍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의 context를 볼 때 added(섞인)을 고르게 하는 점에 특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이 책은 크게 보아 두 파트로 나뉘었는데, 칼로 잘 자르면 두 권이 분책도 되게끔 제책되었으므로 수험생들은 자신의 편의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1부에서 practice test 끝에 정답이 몇 페이지에 있다고 안내가 나온 건, 이 제1부 기준이므로 행여 전체 책의 맨뒤 페이지를 찾아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해설도 꽤나 상세한 편이므로, 수험생들은 어디가 진짜 나의 약점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완해야 하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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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을 - 인생의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한 당신에게 선물하는 명시와 명언 그리고 사진
김태균 엮음, 이해선 사진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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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유익하며 힘을 솟게 해 주는 아포리즘과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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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미국 동부 : 뉴욕·워싱턴 DC·보스턴·시카고 - 최고의 미국 동부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024~2025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24
이주은.한세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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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는 유럽인들이 일찍부터 건너와 독자적인 생활권을 건설한 곳이며, 따라서 외부인의 시각에서 매무 독특하고 개성적으로 보이는 요소가 많습니다. 21세기 세계 경제 수도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이라든가, 지구 최고의 명문대들이 밀집한 고장이라든가 하는 점들과는 별개로, 그만큼 관광객 입장에서는 마음이 끌릴 만한 매력을 많이 갖춘 지역이라는 뜻도 됩니다.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어지간히 익숙한 땅이지만, 지금도 변화와 발전을 꾸준히 이어가는 만큼 여행자로서는 최신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이주은 한세라 두 분 최고의 북미 여행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올해판도 역시 든든하게 다가옵니다. 뉴욕, DC, 보스턴은 물론 좀 서쪽에 떨어진 시카고까지 커버되었습니다. 

여행을 가다 보면 별의별 돌발상황이 다 벌어집니다. 막상 일이 터지면 머나먼 이국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정보를 얻기도 막막하고, 사전에 더 꼼꼼하고 더 빈틈없이 준비를 해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프렌즈 시리즈에서 제가 언제나 만족하고 감탄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온갖 상황을 다 염두에 두고 다양한 정보들이 책 한 권에 다 마련되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p84를 보면 자동차로 이동할 때를 위해, 주유나 주차시 참고, 유의사항들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온갖 팁들이 다 실렸습니다. 까딱 잘못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컴패니언북을 휴대하고 내게 필요한 부분만 참조할 수 있다면, 여행의 맥(脈)과 희열을 꺼뜨리지 않고 계획대로 일정을 지속할 수 있겠습니다. 

p136을 보면 월스트리트가 소개되고, 그 구역 안의 대표적인 시설인 뉴욕증권거래소가 사진들과 함께 제시됩니다. 요즘은 한국인들도 미장을 많이들 하기 때문에, 월가의 이런저런 특징적 시설이나 건물들이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만도 않습니다. 사실 요즘은 주식거래를 하는 이들도 거래소를 직접 찾거나 증권사의 객장 의자에 앉아 시황을 체크하고 주문을 넣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p136을 보면 이 NYSE에 일반인이 직접 방문하여 일을 처리하거나 견학 목적으로 마구 출입할 수는 없다고 안내합니다. 911 테러 후에 방침이 그리 바뀌었다고 하며, 혹시 아주 예전 상황만 알았던 이들은 이 점 유의할 필요가 있겠네요. 뉴욕은 맨해튼이라는 섬도 딸려 있고, 본디 항구 도시로 발전했었습니다. 과거에 항만이었으나 현재는 관광지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명소 중 한 곳으로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도 소개되네요. 

이탈리아인들은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미국으로 대거 이민왔고,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며 현재는 아무도 무시못할 ethnic group으로 미국 사회 안에서 일정 발언권을 행사합니다. 그들이 보급한 문화 중에 여러 다채로운 음식 풍습도 있겠는데, 피자라든가 파스타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겠습니다. p186 이하에는 "뉴욕의 먹거리 걱정을 해결해 주는" 푸드코트 여러 군데가 소개되는데, 그 중에는 이름이 재미있게 붙은 Eataly(이탈리)도 있습니다. 이 체인점은 근래 서울 곳곳에 생기기도 해서 그 이름이 눈에 익은데 대형백화점인 더*대 안에 입점한 경우가 많죠. 버치, 스텀프타운 등 이름난 커피 프랜차이즈도 소개됩니다. 

p88에 잘 나오듯이 호텔에는 레지덴셜 타입이 따로 있는 게 원칙인데, 책의 설명대로 이 유형은 객실에서 취사가 가능한 게 특징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숙소를 따로 레지던스라 부르기도 하죠. 숙소 문제는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 해결하려면 이런저런 당혹스러운 문제가 생기기 일쑤이므로, 이 책을 보고 미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p132를 보면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을 커버한 아주 미려한 지도가 나오는데, 이처럼 여행에 필요한 사항들이 조목조목 표기되면서도 지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자료가 많다는 게 이 프렌즈 시리즈의 대체 불가능한 장점들 중 하나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명작 중 하나인 <뉴욕 뉴욕(1976)>에 삽입된, 라이자 미넬리가 멋들어지게 부른 "뉴욕뉴욕" 가사 중에 to find I’m king of the hill, top of the heap 어쩌구 하는 부분이 있죠. p154에 보면 바로 그 대목이 연상되기도 하는, 맨해튼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여러 전망대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 

이 책은 미국 동부를 두루 다루므로, DC에서 조금 떨어진 리치먼드도 추천 관광지 중 하나로 소개합니다. 항상 역사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미국 남북 전쟁(1861~65)은 아무리 내전이었다고 해도 양 진영의 수도들이 정말 가까이 붙었었다는 사실 확인에 놀라게 됩니다. 건국 초기에는 버지니아 주가 워낙에 정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열심히 수행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p336 이하에는, 이른바 히스토릭 트라이앵글이라고 해서, 윌리엄스버그, 제임스타운, 요크타운 등 유명한 세 도시를 따로 설명해 주는데 이 역시도 비단 여행서로서의 효능을 떠나 인문적 읽을거리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네요. 

제가 이 책의 작년판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남쪽으로 죽 내려와 플로리다 여러 명소들도 자세히 안내해 주는 장점이 돋보입니다. p492 이하에서는 포트 로더데일(Fort Lauderdale)에 대해 유익한 설명들이 나오는데, 책에서도 말하듯이 이곳의 별명은 "미국의 베네치아"로서 운하 중심의 도시 구조가 명물로 꼽혀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곤 하죠. 마이애미 근교에는 다른 명소도 많은데 근래 한국인들도 자주 다녀오곤 하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p500) 그 중 한 곳입니다. 프렌즈 다른 시리즈도 그렇지만 책 맨뒤에 가나다순 색인이 있어서 궁금한 걸 찾아보기가 매우 편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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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을 - 인생의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한 당신에게 선물하는 명시와 명언 그리고 사진
김태균 엮음, 이해선 사진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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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에서 몇 번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럴 때 당장의 업무에 온전히 몰입하여, 이미 결정해 둔 계획을 더욱 다듬고 다듬어 나노퍼센트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완벽을 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잠시 빡빡한 루틴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먼 곳을 바라보며 기분 전환을 하고, 바짝 긴장했던 정신에 여유를 잠시 불어넣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잠시 들이쉬는 숨은 지극히 짧고, 찰나의 시간만 지나도 그 밀도가 흐트러지지만, 이를 통해 흡수한 좋은 기운은 영원의 유효기간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다보탑, 석가탑을 빚은 고대의 그 이름모를 장인도, 그저 기예에만 의존했다면 천 수백 년을 뛰어넘어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마스터피스의 창조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순간을 영원으로 통하게 만드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 자신의 무구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는 티케이정형외과 김태균 원장님이 엮고 지으신 산문, 인생과 사회 생활의 깊은 이치와 묘미를 서늘하게 통찰하는 멋진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어느 누구의 특별한 삶이라 해도 이 산문들이 제시하는 심오하고도 촘촘한 준칙과 지혜의 적용 범위를 못 벗어날 만큼, 읽고 새기면 새길수록 근본의 깨달음이 마음을 울린다고나 할까요. 또, 대체 어느 누리의 어떤 시간대에 이런 기막힌 풍경이 포착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아름답고도 정교한 사진들이 촘촘히 텍스트를 돕거나 이끌어갑니다. 사진과 명문이 함께하며 독자의 지친 영혼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인 봄 편에는, 기나긴 겨울의 시련을 딛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의 기운을 반영하듯, 새출발을 야심차게 다짐하는 이들에게 의욕이 채워질 만한 좋은 구절, 그리고 신선한 이미지들로 가득합니다. 예컨대 p76을 보면, 제임스 오펜하임이 말한, 참된 행복을 우리가 과연 어디서 찾아야할지를 명쾌하게 지적한 명언이, 영어 원문과 함께 제시됩니다. 바로 오른쪽에는 이해선 사진작가께서 2007년에 인도에서 어느 젊은 남성이 수줍은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자전거와 함께 찍은 한 컷도 있습니다. 

이 사진은 구도가 절묘한데, 자전거 핸들 부분이 꽃다발로 가려져 있고 아마도 자전거 앞부분에 부착된 바구니에 저 꽃들이 담겼겠거니 상식적인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바로 뒤를 보면 화분이 배경처럼 공간을 차지하는데, 원근법을 고려 않는다면 마치 꽃들이 화분에서 바로 솟은 듯 착시도 생깁니다. 여튼, 우리 모두가 종종 잊곤 하는 진리란, 파랑새, 혹은 다른 말로 행복이, 언제나 우리 발아래에 흔한 듯 놓여 오히려 우리 시선을 비껴간다는 점입니다. 결코 먼 곳에 숨은 게 행복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거듭된 불운이 우리 약한 개인들에게 닥치면 연약한 마음가짐은 금세 탈출구, 도피처를 찾습니다. 그러나 한번 시련과 간난에 길을 내어 주면, 이들은 사람을 거듭하여 시험에 들게 하며 영원히 코뚜레를 꿰려고 수작을 부립니다. p94에서 시바타 도요[柴田豊] 시인은, 우리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 것을 권유합니다. 그  따뜻하고 친근한 어조 덕분에, 우리들도 익히 아는 명시(名詩)인데, 잘 읽어 보면 시적 화자 본인도 현재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은 듯한데도 다른 이들을 격려하는 분위기임을 눈치챌 수 있죠. 도움이란, 나의 힘을 이웃에게 보태고, 그의 온기를 내 것으로 공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참된 효용과 위력이 나타납니다. 제주도와 대략 500km 정도 떨어진 야쿠시마에서 이해선 작가께서 찍으신 사철 푸른 나무의 당당하고 넉넉한 자태를 보면 이 진리가 다시 확인되는 듯합니다. 

p170을 보면 오세영 시인의 명문이 독자를 맞습니다. "8월은... 온 길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달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특히나 남달리 근면하면서도 한번 정한 목표에, 집요할 만큼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갈 길이 멀고 목표가 원대할수록, 여태 내가 걸은 길이 혹 먼발치에서 봤을 때 초점을 이탈하지는 않았는지 관조와 통찰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인에게는 그 반추와 성찰의 시간이 곧 8월이었던 셈입니다. 2003년에 이해선 작가가 사진에 담았다는 제주의 식물은 그 싱그러운 녹음을 마치 화면 밖으로 푸르른 화소를 뚝뚝 떨굴 작정으로 눈이 시리게 뽐냅니다. 그 여유, 그 멋스러움을 엿보고 우리들도 내 삶의 빈틈과 과오를 짚고 바로잡을 엄두를 냅니다. 글과 사진이 이처럼이나, 풍진에 찌든 우리네 마음을 상쾌하게 씻어 줄 줄이야 미처 몰랐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통해 해냄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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