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고 싶습니다
이만수 지음 / 카리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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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께서는 삼천포 삼한교회에서 목회에 종사하시는 목사님입니다. 서문에서 여태 자신은 시작(詩作)을 위한 본격적인 수업을 받아 본 적 없다고 겸손되이 말씀하십니다. 자연스러운 시심(詩心)이 내면에 이미 갖춰진 분에게 어떤 인위적인 교육이 구태여 필요하진 않을 듯하며, 또 시인께서는 여태 아름다운 풍광이 사람을 굽어보는 유리한 자연 환경에서 충분히 영감과 시감(詩感)을 섭취하신 듯 보입니다. 남해군은 그 자연 절경의 빼어남으로도 일찍부터 유명했지만, 동시에 거주민들의 실용적 기질과 꼼꼼한 사업 적성으로도 인근에 평판이 자자했죠. 

p44를 보면 온몸으로 고토(故土)를 지키고 선 겨울나무의 표백이 있습니다(<겨울나무>). 남해군이면 한반도 최남단에 가까운데 그 겨울이 과연 추울까 싶어도, 중위도 온난습윤기후대의 겨울은 역시 겨울의 매운 맛을 느끼게 합니다.  여기서 고토라 함은 고토를 수복한다는 그 고토가 아니라, 일종의 "고향땅"을 가리킵니다. 시인께서도 일생을 고향에만 계시지 않았으리라 짐작하기 때문에 독자인 저는 처음에 이 겨울나무의 고즈적한 다짐 배경이 더 북쪽인 다른 고장일 수도 있겠다고 여겼으나 저 고토의 한자 표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낳음은 자신의 피와 살 일부를 도려내어 세상에 내놓는 작업입니다. 그 출산의 고통이 또한 얼마나 자심합니까. 따라서 제 모친의 수고와 사랑을 부정하는 인간은 이미 스스로 사람이 아님을 세상에 자백함이나 같고, 포태와 출산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자가 언필칭 여권을 옹호함이란 그보다 더한 악질의 모순이 없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천리에의 순응이 그 마음 한 구석에 조금은 깃들어야 하는데, 비천한 심성과 비뚤어진 기질이 이미 마음에서 일말의 수치심도 앗아가버린 채가 아닐지. 여튼, 어머니의 손에 자리한 그 주름들(p57)은 모두 자식의 생명과 활동에 바쳐진 정성의 자취이며, 우리는 설령 극한의 상황에 처하더라도 저 체온과 촉감을 보고(=떠올리고) 초심을 찾습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어느 분의 말도 있었지만, p73에 나오는 시인의 목소리는 고향으로부터 수백 리를 떠나와 "오색 불빛이 넘실거리는 창가"에 앉아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낯선 도시의 생경하고 비인간적인 분위기에서 인간미 물씬 풍기던 고향이 그리워지는 건 당연한 심정이겠으나, 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시인께서는 아마 고향의 숲과 가람 한복판에서도 "남해여! 아름다움이여! 그리움이여!"를 외치실 것 같습니다. 마치 한시도 엄마 품을 떠나기 싫어하는 갓난아기처럼 말입니다. 

"사랑하는 자들의 수치를 가리시려 전신의 고통으로 선혈을 쏟으신 주님(p86)" 그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유독 형장에 끌려가기 전 그토록이나 혹심한 신체적 모욕을 감수하신 게 그런 동기가 또한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긴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어찌 속속들이 짐작하겠습니까. "저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이 말은 수천년 동안 전해져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에게 자성의 계기로 삼아집니다만, 간혹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이 참람되게도 자신의 죄악을 합리화할 때 그 더러운 입에 올리기도 하죠.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가 흘린 피를 보혈(寶血)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제목이 굳이 "우정"인 이유도 생각해 볼만합니다. 사지를 찔러드는 그 모진 고통(p120)이야말로 구원에의 언약, 표상이었습니다. 

"한 분의 육체 안에서 신과 사람은 하나가 되옵니다(p140)." 그래서 고대 이래 교부(敎父)들이 그토록 치열한 논쟁과 숙고, 나아가 신성한 가르침을 통해 양성론(dyophisitism)을 칼케돈 공의회 이래 확립하였으며, 이 신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거쳐 인간은 믿음을 바른 방향으로 잡고 마침내 구원에 이릅니다.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었듯, 최후의 만찬에서 스승과 제자의 구분도 사라지고 세족(洗足)을 통해 화합합니다. 떠난 사람도 물론 있지만, 남은 사람들끼리는 먼저 마음을 열고 스스로 낮아져(p150) 그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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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행위 - 문학 노트 오에 컬렉션 3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상민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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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일본인으로서는 역대 두번째였으며(첫번째는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아시아인으로서는 세번째였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마치 보들레르나 단눈치오, DH 로렌스처럼 그 특유의 탐미주의로 승부를 본 작가였던 데 반해, 오에 선생은 톨스토이에 비견될 만큼 작품 속에서 사상적 깊이를 보여 줍니다. 

그런데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마수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게 우리 민족이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서 오에 겐자부로라고 하면 단순하게 반전 사상이나  평화주의를 즐겨 주제로 삼은 작가로만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이야기꾼이라고 할 만큼 꽤나 다작을 한 분이며, 또 그 주제의식도 우리 생각보다는 훨씬 넓은 스펙트럼을 이룹니다. 지금 이 오에 컬렉션에서도 볼 수 있는 대로, 선생은 심지어 소설 이론, 작법, 평론 면에서도 뛰어난 식견을 드러낼 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논의를 전개하기도 합니다. 과연 동경대를 졸업한 엘리트 답습니다. 책 표지에 나온 그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그 표정과 풍모에 지혜와 통찰력, 인간적 품위가 빛납니다. 사람의 가치를 외모로만 평가할 일은 물론 아니지만, 오에 선생의 경우 그 내면의 공력이 쌓이고 쌓여 저런 겉모습으로 자연스레 표출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p37을 보면 오에 선생은 장폴 사르트르가 모리아크에 대해 전개한 비판에 대해 언급합니다. 자, 이 논쟁은 그 시대적 배경에 대해 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가 오에 겐자부로보다 대략 십 년 정도 연상입니다.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사르트르보다 이십 년 먼저 태어났고, 안정된 프랑스 제3공화국 체제 하에서 이미 보수 성향의 독자들에게 확고한 지지를 얻었으며, 어떤 이들은 그를 두고 "가톨릭 작가"라고 한 마디로 후려치기도 합니다. 사르트르는 일찍부터 부르주아를 두고 "더러운 자식들"이라 불렀을 만큼 프랑스의 중산계급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표현한 사람입니다. 이런 사르트르의 눈에, 구시대 잔재 같은 모리아크의 작품이나 문학관이 어떻게 보였을지야 불을 보듯 뻔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모리아크와 사르트르의 당시 논쟁은 사르트르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전(全) 프랑스 교수 자격 시험을 수석으로 패스한 불세출의 천재, 우리로 치면 율곡 이이 같은 사람을, 양순하고 온화한 모리아크가 무슨 수로 말빨로 이기겠습니까. 

그러나 오에 선생은 사르트르가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주장을 제기했음을 지적하는 겁니다. 그래서 "새삼 사르트르의 주장을 반복 인용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선생 자신이, 그 디테일에 다해 동의를 하지 못하겠는데 무슨 반복까지나 할 의욕이 들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사르트르의 주장에 대해 뭘 반박까지나 할 생각은 또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저 워딩이 그렇게 나왔을 뿐, 사르트르의 본심은(의도는) 그 지점까지는 가지 않았으리라 선해(善解)를 하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아무리 시대를 뒤흔든 천재의 생각이라 해도 오류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이를 꼬투리잡아 비판하기보다는 건전한 상식의 범주 안에서 어떤 수정, 혹은 해석의 범주에 맡기는 게 좋지 않냐고 제안하는 선생의 인격적 원숙미와 날카로운 지성을 동시에 엿볼 수 있습니다. 문학의 본질은 자유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문학보다 중요한 게 인간 정신의 자유인데 고작 소설의 시점(視點. perspective)을 논하면서 리고리즘(rigorism) 따위가 왜 작동하냐는 취지 아니겠습니까. 문학 안에서는 신(神)도 상대적인 신에 불과하니 그 역시 자유 앞에 무릎 꿇어야 합니다. 이런 오에 선생의 문학관으로부터 그의 평화주의, 인도주의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연역된다는 점도 우리는 재확인합니다. 

우리가 그 존재 자체를 동요시킬 만한 짜릿한 체험을 하고서도, 이를 차마 말로 표현할 길 없어 답답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p42에서 선생은 (스스로가 언어의 마술사이면서도) 그 체험의 온전함, 완결성이 언어로 변용되는 중 훼손될 것을 우려하여, 애써 표현하지 않고 그 느낌만을 (매우 오랜 세월 동안) 그대로 간직하기만 했다고도 고백합니다. 이런 대목을 보면 누가 뭐래도 그는 여느 유미주의자 못지 않은 예술가입니다. 또 차마 말로 진리의 순일성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삼감의 자세에서 마치 석가모니와 제자 마하가섭 사이에 오간 심심상인, 불립문자, 염화시중의 경지도 느껴집니다. 

톨스토이나 위고처럼 웅대한 양심과 도덕을 논하는 문학에서 아마 문체의 아름다움은 부차적 과제로 여겨질 것 같지만 실제로 저들 거장들은 문체마저도 웬만한 문학가들을 압도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오에 선생은 특히 p70 이하에서 "문체라는 문제"에 대해 자세히 논합니다. 여기서 오에는 문체(文體. style)란 언제나 현재의 문제이며, 문학 안에서 생성되는 세계의 핍진성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의 현재성까지 달성한다고 합니다. 이런 말씀을 읽어 보면 선생은 정말로 진보적인 분입니다. 어떻게 독자의 현재성까지 담보한다는 걸까요? 여기에서도 자유가 등장합니다. 작품이 언제 쓰였건, 이를 "현재" 읽는 독자는 그 상상력을 바로 지금에 이르러 해방하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명쾌하고도 논리적 타당성까지 갖춘 언명입니다. 

오에 선생은 p139에서 심지어 성(性)의 문제까지 논급합니다. 선생은, 인간이 성에 대해 갖게 되는 심리의 이면에 자기 부정의 동기가 깔렸다고 추정합니다. 선생은 이 대목에서 주로 성적 일탈을 예거하며, 한평생 규범을 지키며 잘 살아온 사람이 느닷 모두로부터 지탄 받는 성범죄를 저질러 그야말로 한순간에 동료들로부터 지탄받고 사회로부터 퇴장하니 이것이 자기부정 심리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애초에 교미는 자기 후손을 남기려는 목적인데, 본 개체의 사멸을 전제로 삼지 않는다면 애초에 후손도 필요없는 법이죠. 

그래서, 소설을 쓰는 행위는 무엇이란 말인가? 특히나 이 책 p159에서 오에 선생은 그에 대한 해답을 단정적으로 내놓습니다. "언어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창조 현장에 마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책 전체를 통해 선생은 글쓰기의 "이중성" 효과를 강조합니다. 작가는 언어를 통해 가상의 세계를 빚고, 그 작품은 다시 사람들 사이에 읽힘으로써 세상을 개조하고... 마치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도 생각나게 하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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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D 보고서
류춘우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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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나 기타 조직에서 보고서라 함은, 성원들 사이의 의사 소통을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입니다. 그 의사 소통이라 함은, 주로 당면한 내부적, 혹은 외부로부터의 문제 해결이 그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보고서를 쓸 때, 8D라는 유력한 카테고리, 혹은 기준에 의거하여 작성한다면, 보고서는 보고서대로 완성도가 높아지고, 그 보고서에 의거하여 시행될 문제 해결 프로세스 역시 유효성이 잘 담보됩니다. 8D라고 할 때의 D는 discipline을 가리키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 기준, 기율 등을 뜻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8개의 disciplines에 의한다면, 시행 이전 단계에서부터 문제 해결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 예측하거나   평가할 수 있고, 시행 도중에도 과연 이 방식대로 충실히 밀고나갈 때 소기의 성과가 나겠음을 확신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후(事後)에 전 과정을 평가 후 피드백이 필요할 때도 일처리가 대단히 편해집니다. 

8D는 1974년에 미 국방부에서 처음으로 개념을 잡았고, 자동차 메이커인 포드 사에서 1987년 오늘날 우리가 아는 표준적인 프레임을 확립했다고 책 p48에 나옵니다. 물론 회사마다 고유의 문제해결수단을 가질 수 있지만, 만약 그것이 8D 방식이 아니라면 적어도 글로벌 표준이라 평가하기는 힘들겠다고 저자는 말합니다(p49). 이 책에서는 특히 p23 이하에서 문제 예방(또는 개선 방식)에 대해 4가지 유형을 열거하는데, 시정(즉시 문제 해결), 시정 조치(문제의 먼 원인까지 제거), 예방 조치(그 대표적인 게 FMEA), 지속적 개선 등이 있다고 합니다. 이 네 가지 유형 중 예방조치로는 FMEA가, 그 외 세 가지 상황에서는 8D가 쓰인다고 하네요. 8D와 FMEA의 근본적인 차이는 p50 이하에 잘 정리되었습니다. 또 FMEA는 p206 이하에 잘 설명됩니다. 

8D를 가장 잘 요약한 문장은 p140, p145에 나오는데, "일어난 단일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결 방법론"이라는 정의가 그것입니다. 8D의 구체적인 내용은 챕터2와 챕터3에 자세히 설명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D1: 팀 구성
D2: 문제 정의
D3: 임시 조치
D4: 원인 분석
D5: 영구 대책
D6: 유효성 검증
D7: 재발 방지
D8: 포상 및 팀 해산 

특히 제가 챕터 2에서 유념하며 읽은 부분은 D2, 즉 문제 정의 단계였습니다. 만약 문제 해결이 일개인에 의해 이뤄지거나, 개인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에서라면 구태여 문제 정의 단계도 필요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성원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에 의해 모든 프로세스가 진행되며, 그렇기에 이 D2 단계에서 조직 내 모든 이들 간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사실 유기적 협력의 상호작용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논쟁이나 토론을 벌일 때에도 일단은 논제나 아젠다에 대해 공통된 합의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아니라면, 서로 아무 의미 없는 일에 공연히 힘만 빼는 결과가 나올 뿐입니다. p78에는 문제(불량품 발생 등)의 원인을 거꾸로 찾아가는 이른바 디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이 나옵니다. 또 p83에는 6M이 나오는데, man, material, method, milieu(밀류. "환경"), measurement가 그것입니다. 

경찰의 범죄 수사에 있어서도 초동 조치가 무척 중요하다고 하죠. p89를 보면 불량품 발생이라든가 문제에 대한 정보는 접수했는데, 증거(한마디로, 그 불량품)에 대한 입수가 늦어져서 "문제 정의"가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나옵니다. 책 초반(p19)에서 위험과 리스크는 서로 다른 개념이며, 후자는 잠재적인 위험성, 또는 불확실성의 영향을 뜻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반대로 위험이란, 이미 리스크가 크게 발전하여 그 손실 같은 결과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감지(感知) 상태를 가리킨다고 하네요. 그래서 팀 구성(D1) 이전에, 문제의 발생을 감지하고 ERA를 단행해 조기 차단할지를 결정하는 걸 D0라 부르며, 의사 결정 단계를 낮춰 즉시 진화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나옵니다. 이 D0에서는, 고객의 불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별일 아니겠지 지레짐작하는 방어적 심리를 지양하는 등 "태도"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D6는 유효성 검증 단계인데, p131을 보면 계획수립, 실행, 검토, 잔여리스크 판단, 수평전개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나옵니다. 이 D6에서, 검증이란 verification인가 아니면 validation인가? ISO 9000에서 이미 이 부분도 정의되었다고 하네요(p134). 저자는 앙자의 개념을 더 알기 쉽게 설명하는데, 전자는 대책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이며, 후자는 그 대책을 적용한 제품이 사용 가능한지의 검증이라는 차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D8을 주로 설명하지만, 그 직전단계인 D0에 대해서도 책 곳곳에서 설명합니다. p159에서는 기초 불량 관리, 또는 마이너 고객에 대한 소홀한 VOC(voice of the customer) 관리 같은 게, 모두 조직 성원들이나 관리자, 혹은 경영인의 태도 문제에서 비롯할 수 있다고 책에서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런 넌센스 불량이 조직을 갉아먹는 암세포와도 같다고까지 규정합니다. 학부 저학년 통계 시간에 배우곤 하는 상관성(correlation) 분석이 p174 이하에 나오는데, 앞 p83에도 나왔던 공정의 6M을 특히 유의해서 따지고 그 불량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8D란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이며, 이를 상위 문서화한 게 절차서(procedure. 이 책 p205)입니다. 이렇게 해서 문제 해결 방식을 체계화, 구조화해도, 8D 보고서라는 게 모든 상황에 일률적으로 작용되는 건 아닙니다. p223 이하에 모두 다섯 가지 유형으로 이 8D 보고서를 분류하는데, 아무리 치밀하게 작성된 도구라도 그 최적의 쓰임새가 정해져 있는 게 보통이겠기 때문입니다. 구조화한 문제 해결 방식이란, 일회성 임시변통(ad hoc), 혹은 고식적 돌파구가 아니라 전례(들)로부터 얻은 "교훈"임을 명심하여,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잩 효율적으로 투입하여 최단 시간 최소 비용으로 사태를 진압하는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한국 최고의 기업을 두루 거치며 저자가 체득한 생생한 교훈이 녹아 있는 책이라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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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이탈리아 - 최고의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024~2025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18
황현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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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의 찬란한 유적이 많이 보전되었고, 기후가 온화할 뿐 아니라 지역별로 개성 있는 문화가 발전하여 세계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은 나라입니다. 근세의 문호 폰 괴테도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유명한 기행문을 남겼으며, 영국이나 프랑스의 귀족, 부호의 자제들도 견문을 넓히고 더 그릇이 큰 사람이 되기 위해 이탈리아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행 목적으로 이탈리아를 찾는 것은, 그저 즐기고 호기심을 채우려는 일차원적 동기가 아니라, 나의 인격을 함양하고 감성을 풍요롭게 만드는 보람찬 인문적 수양에 가깝습니다. 프렌즈 시리즈도 그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 여행 정보와 함께 인문 사항과 알찬 상식이 가득하여, 독자의 소양을 살찌우는 고마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선문은 우리가 프랑스 파리의 그 건축물을 대뜸 떠올리지만, 그 건축물이야말로 고대 로마의 정치, 군사적 관행과 문화 양식을 그대로 모방한 것입니다. p108 이하에 그 증거들이 나오는데,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는 개선문이라는 명칭의 유적이 이처럼이나 많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개선문, 티투스의 개선문, 셉티미오 세레누스의 개선문 등... 그 외에도 콜로세움 경기장, 시저의 신전, 원로원(curia) 등이 사진과 함께 도열하는데 이렇게 사진만 봐도 눈이 호강합니다. p112에는 카피톨리니 미술관이 소개되는데 워싱턴 DC, 미 의회 의사당이 소재한 캐피틀(Capitol) 힐도 이곳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로마에는 개성 뚜렷한 볼거리가 많은데, p175에는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티볼리가 나옵니다. 책에적힌 문장을 인용하자면 "우리에게 소형 SUV 차량의 이름으로도 친숙한..."인데 이처럼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여러 장소는 다양한 상품의 브랜드 소재로도 고스란히 쓰입니다.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로마가 갖는 문화적 영향력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프렌즈 시리즈의 장점이라면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면서도 그곳에 바로 옮아갈 수 있는 교통편을 함께, 자세히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거리만 가깝다고 언제나 교외를 도심으로부터 바로 찾아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북부에 자리하여 많은 교황을 배출하고 반도 전체의 정치 향방을 좌우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도시국가였습니다. 이 도시의 최대 화족이었던 메디치 가는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유럽과 지중해 세계 정치를 좌우할 만큼 강력한 가문이었고 이들이 후원한 예술가들은 알프스 이남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습니다. 두오모는 책에 나오듯이 이탈리아어로 천주교의 성당이라는 뜻이며 간혹 주교좌 대성당을 뜻하기도 합니다. p202에 피렌체의 성당 건축 양식 변화사가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데, 이 페이지에 소개된 성당들만 제대로 훑어 보려 해도 근 한 달 정도의 스케줄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두 페이지 분량이지만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렌체의 성당 역사를 한눈에 개관할 수 있는 소중하고 알찬 인문 정보입니다. 

p213에는 피렌체의 산 마르코 광장이 나오는데 원래 피렌체의 수호성인은 성 안토니노이며, 복음사가 마르코는 저 위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입니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마르코(=마가)의 이름을 딴 도미니크계 수도원이 생겼으며 중근세 학문과 예술의 온실이었던 이 수도원에서 바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수련을 쌓았다고 책에 설명됩니다. 베네치아의 오리지널(?) 산 마르코 광장, 산 마르코 대성당(=바실리카)은 한참 뒤 p316에 자세히 소개됩니다. 

볼로냐 역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법과대학 등을 보유하는 등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문화사에 이바지한 바 큰, 그 연혁이 유구한 도시입니다. p279에 두 개의 탑(Le Due Torri), 마조레 광장이 소개되는데 사실 마조레(maggiore)는 그저 대(大), 주된(main) 이라는 일반적인 뜻이지만 피아자 마조레라고 하면 볼로냐의 그것이 마치 고유명사처럼 거론됩니다. p336의 바실리카 산 체노 마조레(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배로나 소재)라고 할 때의 마조레도 뜻은 같습니다. 

이 책은, 아름답고 뜻 깊은 유적 가득한 이탈리아를 다룬 책답게, 모든 지역이나 도시를 두고 "보는 즐거움", "쉬는 즐거움", "사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등의 편제로 나누어 독자의 편의를 증진합니다. 풍토와 역사, 거주민의 혈통이 매우 다른 이탈리아라는 나라 여러 곳들의 향토색과 매력 포인트를 망라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치밀한 여행 계획을 세우려는 이들에게는 물론, 이탈리아를 처음 공부하려는 입문자들애게도 아주 좋은 교과서로 쓰일 만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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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 만다라에 물들다 (스프링) - 마음에 색을 입히는 명상의 시간, 힐링 배경 음악 제공 QR코드 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베이직콘텐츠랩 기획 / 베이직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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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힐링 컬러링북은 이미 여러 권이 나왔습니다만 저는 이번이 두번째 리뷰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특히 "추억에 물들다" 편이 참 좋았습니다. 오늘날의 풍요로운 한국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신 어르신들이, 수십 년 전 지나쳐오셨을 만한 다양한 풍경들이 그림으로 나왔기 때문에, 후배들 입장에서는 마치 지난 역사책을 그림으로 압축하여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그 시대를 직접 사신 어르신들에게는 그 그림들만 봐도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습니다. 

뇌는 우리 인간들의 경우 매우 많은 일을 합니다. 그래서 이제 막 태어나 외부의 많은 사물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 아기들의 경우 뇌가 피곤하니까 하루종일 자기도 하죠. 이런 뇌이기 때문에, 일을 하고 쌓인 노폐물을 중화하고 걸러내는 이른바 디톡스 과정이 필요하고, 그 말이 책 p3에도 나옵니다. 특히 시니어들께서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TV 시청으로 보내시기 때문에, 가뜩이나 쇠약해진 뇌의 기능이 더욱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고도 이 책에 나옵니다. 그래서 더욱 강력한 디톡스 과정이 필요하며, 집중력과 마음챙김 과정을 통헤 이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책은 겉에 따로 두꺼운 재질의 코팅지가 감싸기 때문에 그냥 봐서는 알 수가 없는데, 안을 넘겨 보면 스프링 편철임 드러납니다. 따라서 페이지가 무척 안정적으로 넘어가며, 갈라짐 현상 없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볼 수 있습니다. 또 지난 권("추억에 물들다" 편)도 그랬지만, 컬러링을 하면서 배경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매 페이지 그림 주제 상단 우측에 QR 코드가 찍혔는데, 제가 직접 실행해 보니 전통 현악기 위주로 애절한 곡조가 나오는 게 뭔가 마음이 살짝 슬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에서 컬러를 채워 넣어야 하는 도안은 만다라 문양입니다. 상하좌우 대칭꼴이 많으며, 우리가 만다라라고 하면 매우 복잡하고 색상도 매우 현란한 그런 것들을 떠올리지만 이 책의 것들은 꼭 그렇지 않아서 색상도 네 가지뿐입니다. 많아 봐야 다섯 개, 일곱 개까지 정도입니다. 만다라의 문양들이 대개 그렇습니다만 보고 있으면 뭔가 처음에는 살짝 어지럽다가도, 나중에는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뭔가 궁극의 진리를 슬쩍 엿본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또 열번째 숫자 만다라를 보면(이 책은 하나 아쉬운 게, 페이지 숫자가 마킹되지 않아서 찾아가기가 좀 불편합니다) 마치 사람의 뇌를 위에서 내려다본 듯도 하여 뇌의 디톡스라는 목적에 더 잘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숫자, 도형, 도안 뿐 아니라 동물의 형상을 딴 그림도 있습니다. 음... 책 맨처음 목차를 보면 이 책에 나온 모든 주제들이 썸네일처럼 다 제시되었습니다만, 토끼 그림은 목차에서는 빠젺습니다. 단, 한 페이지만 넘기면 컬러링 사전 연습을 위해 몇 가지 사전 몸 풀기를 시키는데, 여기에 토끼 그림 일부가 예시로 나옵니다. 토끼 그림을 보면 이 토끼가 살이 올라서 아주 오동통합니다. 또 근린 공원에 들러보면 반려견들한테 옷을 입혀 산책시키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마치 이 토끼가 그런 때때옷을 입은 듯합니다. 이렇게 통통하고 의상도 화려한 걸 보니, 전생에 좋은 업을 쌓아 복을 가득 받은 토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물 모양은 몇 페이지를 더 넘기면 고양이 한 마리가 나옵니다. 이 고양이가, 컬러링 완성 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미리 궁금해진다면 책 맨 앞으로 돌아가 목차 썸네일을 보면 되겠습니다. 토끼와는 달리 이 고양이는 좌우대칭 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또 두 페이지를 더 넘기면 부엉이 한 마리가 나오는데, 이 그림도 좌우대칭입니다. 동물 모양 바로 다음에 나오는 꽃 모양들은, 앞서 제시되었던 것들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것들입니다. 이렇게 지시에 따라 컬러링을 하다 보면, 재미도 있고 완성시 성취감도 느껴져서 시니어분들의 정신 건강에 유익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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