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도시의 선택 - 자기다움으로 혁신에 성공한 세계의 도시
최현희 지음 / 헤이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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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밀도 있는 삶을 이뤄가는 공간입니다. 한국의 경우 지방소멸, 촌락의 기능 상실을 우려하지만, 사실 도시야말로 한번 망조가 들면 답이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 등이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하고 이제 도시의 폐쇄를 걱정하는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도시가 번영하려면 먼저 사람들이 이곳에 이주하면 내 삶에 빛이 깃들려니 하는 어떤 희망을 줘야 합니다.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의 힘찬 발걸음만 봐도 절로 생의 의욕이 전염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도시에 경제적 융성을 위한 산업적 기반이 마련되어야겠죠. 

그러나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고, 단순한 물적 기반을 넘어 그 정신적 충전을 위한 인프라 역시도 절실합니다. 수도권의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취업하기를 그토록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 책은 종전에 애매한 위치였던 여러 도시들이, 어떻게 문화적 전략을 성공적으로 취하여 부흥, 부활에 성공했는지를 집중 분석합니다. 

유럽의 도시를 두고는 중세부터 이런 속담이 있었습니다. Stadtluft macht frei. 번역하면 "도시의 공기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든다."는 뜻의 독일어인데, 물론 도망친 농노가 도시에서 일정 기간을 지내면 자유민이 된다는 불문법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그만큼 도시의 기풍이라는 게 자유를 본질로 함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경구이기도 합니다. p64에 나오는 볼로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법과대학의 소재지이기도 한데, 예술가, 공예가, 과학자, 심지어 노동자까지도 자유롭게 창의적 활동에 종사하게 돕는다는 현대적 정책이 멋진 성공을 거둔, 도시 부흥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노동자를 두고 wage slave니 하며 자유롭지 못한 신세를 한탄하곤 하지만, 언제든 유리한 조건이 나타나면 즉시 그만두고 떠날 수 있다는 게 벌써 큰 자유이며 죽을 때까지 장원에 예속된 중세 농노들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죠. p47에 나오듯, 시민들의 자유와 창의를 보장하는 정책이 이 도시를 살렸다는 유네스코의 보고서는 진실의 핵심을 찌른 것입니다. 

국가 마케팅, 도시 마케팅은 의외로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중산층이나 자산가 계급이 형성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에 벌써 호주, 스코틀랜드 등에서 자국에 투자하거나 관광오라고 브로셔가 우편으로 발송되곤 했었습니다. 주로 주한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이런 마케팅을 했는데, 이때 솔깃해한 이들이 해당 국가나 지방으로 아예 이주한 경우도 꽤 되었겠으며 이는 1960년대의 생계형 이민과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p84를 보면 이런 도시 마케팅은 과거의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차원적 노력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과거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형성하려는 적극적인 캠페인이라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지적합니다. 이것 관련, 커니(Kearney)라는 컨설팅 회사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도시 보고서는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p117에는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도시 혁신의 필수 요소 4가지와, 문화예술 활동(앞에서 말한, 도시 혁신 4요소 중 하나이기도 한)의 4가지 핵심이 표로 잘 정리되었습니다. 시간이 정 없는 이들은 이 표 하나만 봐도 목적의 80%는 달성된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 표에서도 다시 확인 가능하지만, 도시의 문화 부흥을 위한 4요소는 장소, 사람, 프로그램, 환경입니다. 한국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정책입안자들이, 이 책을 교과서 삼고 해당 페이지를 복사하여 파티션 벽에 붙여놓고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멋진 자료라고 하겠습니다. 장소 중심, 사람 중심, 프로그램 중심, 환경 중심 활동의 다양한 디테일과 각론이 무엇인지는 그 다음 부분에 자세히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프로 스포츠 리그에 무슨무슨 더비라고 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사연 있는 라이벌전처럼 보이게 하는 홍보, 혹은 미디어 상의 화제 만들기가 성행합니다. 어떤 건 억지 같지만, 사람들은 알면서도 즐겁게 속으며 뻔한 패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마케팅의 호흡에 적극 동참합니다. p156에 나오는 리버풀 재생 캠페인에 동원된 머지사이드 더비도 이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예전에 백범께서는 "오로지닮고 싶은 건 문화의 힘"이라고 했는데, 리버풀은 도시 전체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세계의 팝 아이콘 비틀즈를 보유한 도시입니다. "비틀즈는 갔어도 그들을 낳은 리버풀은 (마케팅과 함께) 영원할 것"이라는 책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나오시마는 한자로 直島라 씁니다. 책 p186에서 순진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섬이라 함은 저 한자를 고려해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유럽 공업국 대열에 합류하려 눈물겨운 노력을 벌일 때 이 섬에는 구리 제련소가 세워졌습니다. 그 결과는 오염 물질 배출로 인한 대대적인 환경 파괴였는데, 무엇이든 망가뜨리기는 쉬워도 도로 세우기란 정말 힘듭니다. 이 제련산업이라는 게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는데, 문제가 1990년대 들어서도 해결이 안 되고 계속하여 섬을 지옥으로 만들었다는 게 더 충격입니다. 이 섬, 청년이 없고 노인만 남은 비전 붕괴의 섬에 희망을 다시 불어넣은 이가, 문화의 엄청난 힘을 이해한 어느 출판사 대표였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감동적입니다.  

"도시의 공기는 자유롭게 만든다." 그러나 그 자유의 공급원은 치르는 비용 없이 공짜로 무한정 돌아가지 않습니다. 각성한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며,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굴뚝이 아니라 소박하고 정직한 사람의 맑은 영혼을 사랑하는 이들의 예술혼, 창의력이야말로 도시의 진정한 엔진임을, 이 책은 체계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일깨웁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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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완전 해석 네트워크 기본
후쿠나가 유지 지음, 이영란 옮김 / 정보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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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P/IP 같은 용어는 우리가 윈도 제어판 네트워크 탭을 눌러 보면 바로 눈 앞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 어쩌다 인터넷이 안 될 때 기사분을 부르면 대뜸 먼저 손보는 코너이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면 우리 일상에서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는 아니라도 우리 생활에 제법 큰 영향을 끼치는 지식인데, 우리는 거의 아무 관심도 두지 않고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곤 하죠. 이 책을 공부하고 네트워크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라도 갖춘다면, 행여 장애가 발생했을 때,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고 기사분이 올 때까지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대처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느 회사에나 네트워크 전담팀이 있으며, 혹 아니라면 외주를 주든지 하여 장애나 돌발상황에 대처할 것입니다. 사실 과장이나 팀장이 무슨 인터넷 장애 같은 것에 자신이 직접 대처할 일이야 없지만, 이사쯤이나 된다면 보안 쪽에도 제법 소양을 갖춰야, 누가 나쁜 마음을 먹고 고의로 허위 조언이나 조치를 취할 때 바로 알아채고 단호한 결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p22를 보면 WAN이라든가, 인트라넷, 엑스트라넷 같은 용어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런 일본인 저자들이 보이는 장점은, 어떤 기술적 주제에 대해 그 나름 확고한 이해를 가지고, 그야말로 초등학생 독자의 눈높이까지 내려와서는 최대한 쉬운 설명을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이 섹션만 해도, 네트워크에 대해 아무런 이해가 없는 독자라도 얼마든지 잘 읽어내고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응용계층이란 무엇인가? p52를 보면, 아주 직관적이고 시원시원한 설명이 나옵니다. "개별 애플리케이션이 갖고 있는 기능을 구현해 주는 계층이다." 여기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 곧 응용이라는 번역어에 대응하는 원어임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또 p53을 보면, 아까 나왔던 TCP/IP라는 말이 바로 해석되어, "이 모델에서는 최상위 계층에 위치한다"고도 설명합니다. 이처럼, 설명들이 책 곳곳에 흩어져 파편화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한 군데 모여 마침내 하나의 결론으로 독자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또 컬러풀한 그림, 도표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독자를 최대한 잘 이해시키려 노력합니다. 

혹시 망 제공회사로부터가 아닌, 직접 돈을 들여 따로 와이파이 중계기를 샀다면, 제조사 AS 팀과 접촉하거나 했을 때 "맥주소를 수정해 보세요" 같은 주문을 자주 들었을 수 있습니다. 이 맥주소에 대해 p78 이하에 자세히 설명이 나옵니다. 맥주소는 우리가 봐 왔듯, 또 책에 잘 나오듯 저렇게 16진수로 표시되는데, 그 각각의 자릿수가 무엇을 뜻하는지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다음에는 ARP에 대해 개념 설명이 나오는데, 저 ARP는 address resolution protocol의 약자라고 합니다. 특히 제가 큰 도움을 받았던 대목은 p81에 나오는 ARP 동작 이미지입니다. 이 계통도를 통해, 네트워크의 핵심이 어떤 모습으로 동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분명히 기술 용어인데도 따지고 보면 서로 같은 뜻을 가지기 때문에, 왜 다른 말을 쓰는지 알수 없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책 p100에서는, 예컨대 허브, 스위치, L2 스위치 등이 거의 같은 의미라고 솔직하게 성명합니다. L2 스위치가 하는 일들 중, 프레임이 (직접) 도달한 포트 외의 다른 모든 포트들에다가 그 프레임을 송출하는 게 있습니다. 실제로 네트워크 이곳저곳을 손봐 본 적 있다면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이 한 줄만 읽고도 실감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개인용 인터넷에서도 등장하여 널리 알려진 개념인데, 일본은 이런 점에서 우리보다 좀 늦나 봅니다. 뭐냐면, p114에 나오는 IPv4 over IPv6의 이슈입니다. 그리고 이른바 망종단장치라 번역되는 NTE도 한국에서는 실무 교육 시간에 거의 언급이 안 될 정도로 오래된 것이죠. 그래도 고전적인 망 구조에 대해 이해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아주 의미없는 지식은 아니며, 오히려 현재의 네트워크 구조 그 전형적인 특징이 더 선명히 부각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깊이 들어가면 정말 까다로운 분야이며 요즘 핫한 보안 섹터와도 깊은 관계를 갖는데, 그 어려운 걸 이렇게 쉽게 풀어 준다는 점이 독자 입장에서 정말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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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인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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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추천 서문은 이현정 고대 교수님이 쓰셨습니다. 우리 모두가 미성년자, 청년, 어린이 등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글에서도 드러나듯 그들의 표현에 어떤 나쁜 의도나 욕심 같은 게 담겨 있지 않음이 누구 눈에도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시경(詩經)>을 두고, "시 삼백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라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일개 독자인 제가 이 시집을 읽어도, 젊은(어린) 시인의 그 노래하는 마음에 어떤 더러운 티끌 같은 게 없음이 피부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p18에는 "물놀이"라는 시가 나옵니다. 아이야, 물장구를 그만 치려무나, 아이야, 이제 그만 단잠에 드려무나 같은, 자못 나이 지긋한 옛 선비들의 시구(詩句), 시조, 가사 초장에나 나올 법한 청유문이 매우 구수하면서도 애절하게 들립니다. 맑디맑은 하늘 아래 그 빛깔을 닮은 물이 흐르는 시골, 설령 아이가 내에 앉아 물을 튀긴다 한들 그 교란이 얼마나 멀리 미치겠으며 밤에 늦게 잠들어 소릴 낸들 그 파장이 기껏 얼마겠습니까. 그래도 그 촌락은 본래 같은 호흡을 유지했었으며 여태 간직하던 고요의 템포가 있습니다. 이걸 지켜 주라는 겁니다. 평화로운 산골의 참한 정태는 힘없는 아이의 가뿐 호흡만으로도 어느새 무너질 수 있겠으니 말입니다.      

p38에는 <우산>이라는 시가 나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의 입성이 젖지 않게 하늘의 질서 없는 수분 분출로부터 지켜 주는 고마운 우산. 대개 우산을 신장 옆에 툭 던져 두곤 하지만 시인은 좀 색다른 곳에 곱게 보관하시나 봅니다. 마지막 행에서 그 고마운 우산을 "그녀"라며 성별(gender)을 부여해 대접하는 배려가 돋보입니다. 저도 저의 오래된 우산한테 그녀라고 한번 불러 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 나름의 결실을 맺는 건 아닙니다. p50에는 <습작>이라는 시가 나오는데, 젊은 시인의 노래치고는 사랑의 barren함을 매우 쿨하게, 혹은 시크하게, 괜찮다, 딱히 상처 받을 일 아니다, 나나 너나 괜한 가책과 미련으로부터 한시바삐 벗어나자, 이런 개운한 정서를 몇 줄 안 되는 시행 안에 담백하게 담아냅니다. 멋있습니다. 쇼팽의 습작은 그 어느 완성편보다 더 완결된 구조 아니겠습니까(물론 연습곡이라는 뜻이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가장 필요충분한 정의는 청마 유치환의 어느 작품에 나오는데, 아직 나이도 젊으신 인창 시인은 p66의 <너랑 나만은>에서 역시 멋지게, 사랑에 대한 깔끔한 개념 규정을 하는 듯합니다. "받음에 있어서는 거리낌이 없고, 함에 있어서는 숨김이 없고, 줌에 있어서는 인색함이 없는" 이 주어를 설령 다른 미덕으로 바꾼다고 해도 그 자체로 멋진 잠언이 될 것 같습니다. 

"글자 하나의 차이, 너는 오른팔 나는 왼팔(p76)"  사랑 애라는 글자가 그렇게도 해석이 되나 봅니다. 중요한 건 너와 나의 손이 맞잡아져 그 모든 설레는 감정과 애착과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가장 흥분되고 보람차고 뿌듯한 그 체험이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게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이는 매서운 산길 때문인가 혹은 그대 때문인가?" 현장에 있지도 않은 그녀가 산정(山頂)에의 온전한 호흡을 방해할 수 있음도, 우리네 삶에서 대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긴치않은지를 말해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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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선긋기 : 얼굴 - 삐뚤어져도 괜찮아! 괜찮아! 시리즈
스쿨존에듀 편집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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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밟는 단계는 선 긋기일 것 같습니다. 어른들도 마음 먹고 선을 바르게 그어 보라고 하면 마음만큼 잘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아이들한테 시킨다면, 삐뚤빼뚤 가관도 아니겠죠. 그러나 그 나이 때에는 자신감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괜히 기죽이지 말고 잘하는 점만 지적하여 아이가 신 나서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게 북돋워야 하겠습니다. 

이 교재에는 다양한 주제를 주고, 아이한테 선을 긋게 합니다. 예를 들면 p3에는 여러 모양을 한 차들이 나오는데, 푸드트럭, 스쿨버스, 택시(노랑색) 등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차들이 그렇게 운행하는지는 제가 모르겠으나, 푸드트럭은 이 책 안에서는 마치 산봉우리의 능선처럼 삼각형을 그리며 움직이는가 봅니다. 그런가하면 택시는 직선으로 올라가다 사선으로 내려오기를 반복합니다. 이런 선 속에는 일종의 규칙이 보이는데, 아이들은 재빨리 저런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점선을 따라 똑같이 선을 그으며 교재의 의도대로 활동하게 됩니다.  

p7에는 아이들이 좋아라하는 동물들이 제시됩니다. 맨위는 생쥐 같고, 중간은 소, 아래는 고양이처럼 보보입니다. 쥐는 마치 수학의 sine 곡선처럼 구불구불 움직이는가 본데, 점선을 따라가다 보면 치즈 조각에 닿게 됩니다. 소는 직사각형 여럿을 살짝 오른쪽으로 구부려 늘어놓은 패턴으로 움직이는데, 끝까지 가면 키가 큰 풀더미가 나옵니다. p6(왼쪽 페이지)의 세 동물들은 각각 기린, 얼룩말, 치타라고 분명히 이름이 나오는데, p7에서는 이름이 없습니다. 아마 독자들에게 직접, 그 동물들이 무엇인지까지를 생각해 보게 하려는 교재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바다에는 딱딱한 껍질을 가진 동물들이 많이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p15를 보면 제목이 "딱딱한 껍질의 바다 생물"입니다. 이 동물들 앞에도 점선이 놓여서 우리 어린 독자들에게 따라서 그어 보게 하는데, 교재는 이 구불구불한 선들이 실제로 이 동물들이 움직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암시하는 듯합니다. 세 동물들은 각각 게, 새우, 가재로 보입니다. 바다에도 가재가 사니, 이상할 건 없습니다. 

트럭이라고 해도 한 가지 패턴으로만 자취가 생긴다는 법은 없습니다. p21을 보면 빨간 트럭 한 대, 그 덩치에 맞게 바퀴도 울퉁불퉁하며 정말 큰데, 어떤 길에서는 삼각형 모양으로, 어떤 길에서는 직선으로, 또 어떤 때에는 유선형 자취를 남기는 등 다채롭습니다. 이 다양한 선들을 아이들이 따라 긋게 하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다양한 선들을 그어 보면서 창의력도 기르고, 마음먹은 대로 선이 그어지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교재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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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 후회와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을 살기 위한 심리학자의 마음 수행 가이드
변지영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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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생각이 없어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도 행동이 꼬입니다. 이 책 겉표지를 보면 대뜸 이 말이 눈에 띕니다. "항상 당신을 가로막는 건 언제나 생각이었다!" 아마 이 말에 공감이 크게 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만사휴의가 되고 마는 난감한 체험, 우리 모두가 한 번 정도는 겪어 보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소중한 정신적 자산인 생각을 포기할 수야 또 없는 일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우리가 생각의 가닥을 잘 정리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 우리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지를 차분하게 가르칩니다. 

p30을 보면 참으로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나옵니다. 즉,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작은 텃밭을 갖고 있다는 건데, 그게 바로 마음입니다. 이 마음을, 일생을 두고 가꾸어 나가는 게 우리의 과제인데, 물론 당사자가 잘못해서 농사를 망치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만, 때로는 우리 자신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 터져 텃밭과 수확을 모두 그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농사라는 게 본래 그렇지 않겠습니까. 농부가 게으르면 물론 답이 없지만, 반대로 농부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하늘이 돕지 않고, 갑자기 가뭄이나 폭우가 닥치는 일도 흔합니다. 이때 어떻게 텃밭을, 즉 내 작은 마음 한 뙈기를 잘 수습하는지가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우리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도 쓸데없이 자학, 자책하는 건 문제입니다. 물론, 이렇게 자신에게 모든 문제를 귀속시키면서 정말로 숨어 있던 심각한 문제를 찾아내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생각이 괜히 많다"며 지적받는 사람들은, 이 자책, 자학이 과해서 문제입니다. 잡초를 제때 제거하지 않아서, 모를 적기에 옮겨 심지 않아서 농사를 망쳤다, 이러면 그건 분명 농부 자신의 과오입니다. 그런 게으른 농부는 자신이나 타인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천재지변, 악의를 가진 타인의 난입 등으로 문제가 빚어졌다면, 이건 설령 문제의 확산,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야 있겠으나 지나친 비생산적 자책으로 시간과 역량을 소진할 일은 또 아니겠습니다. 

p104에서는 집착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는 양가적이며 좋음과 싫음을 동시에 표현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난 너를 좋아한다며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며 집착한다면, 이는 물론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일개 폭력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나쁜 자는 겉이 아니라 속으로도 상대방(즉 집착대상)을 싫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는 왜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니?라며 그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그 장점을 파괴하려 듭니다. 얼마나 무서운 악한 인간성입니까. 그 죗값은 아마 그 사람의 아들, 정신이 성치 못한 그 손자가 대신 갚을 것입니다.  

책 p136에서는 이런 불건전하고 비생산적인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깊은 명상을 시도해 볼 것을 권합니다. 성공적인 명상은 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나의 문제를 마치 남의 상황을 보듯 대상화하고 분석할 수 있게끔 돕습니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상처입고 괴로워하며 왜 내가 이런 상황에 빠져야 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자신을 저 위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명상 기법을 매우 통합적으로, 또 체게적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불편하게 할 때, 왜 저 사람은 나에게 이런 짓을 할까?라며 공연한 생각으로 힘을 빼지 말라고도 합니다.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나에게 악의를 갖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또 알아본들 그게 나에게 무슨 이익을 가져다 주겠습니까? 그보다는, 내가 저 사람의 말과 행동 어떤 부분 때문에 이렇게 상처를 받고 불편해지는 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참으로 타당한 지적입니다.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가르침과 실천 사항이 많아 독자에게 유익한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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