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비법 100문 100답 - 개정 증보판 100문 100답
곽상빈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이력은 실로 휘황찬란합니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커리어를 잘 가꾸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려 열심히 노력하며, 10~20개 정도의 결과물을 따 낸 경우도 아주 드물지는 않게 봅니다. 그러나 이 저자분은 무려 37개 자격증을 지니셨다고 합니다. 단순히 그 숫자의 다과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분이 딴 자격증이란 것들의 내역을 보면,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증권분석사, 손해사정사 등 그 난도도 최상급이며, 저 중 하나만 취득해도 향후 내 인생이 바뀔 것 같은, 누구나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전문직 중의 전문직들입니다. 이런 분이다 보니 경력사항도 대한민국 최상위급이며 김앤장 근무, 법무법인 필 파트너변호사, 산업정책연구원 교수, 바로회계법인 부대표 등 보통 사람 같으면 저 중 하나만 자기 것으로 삼아도 원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직책과 신분들입니다. 대체 자기관리, 공부 방법을 어떻게 가꾸셨길래 이런 기적 같은 행보가 한 개인에게서 가능한지, 그 비법이 누구라도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생각보다는 할 만했다.(p116)" 저자께서 공인회계사 시험을 학생 때 처음으로 준비하면서 느낀 바라고 합니다. 어떤 시험을 합격하려는 이, 혹은 다른 목표를 가진 이가, 그 목표에 대해 그저 외경심만 갖고 마냥 주저하기만 한다면, 아마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일단 첫걸음을 딛고, 그 다음에 "생각보다는 할만한걸?" 같은, 자신감이 실린 한 마디가 나와야, 험난한 고지를 정복할 어떤 기초가 다져지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머리에서 지식이 빠져나간다고, 휘발성이 강하다고 불평합니다. 저자는 만약 머리에서 지식이 빠져나가면, 그 빠져나가는 양보다 더 많은 지식을 그즉시 채워넣으라고 충고합니다. 나가는 양보다 들어오는 양이 많으면, 결국은 원하던 목표가 머리 안에 채워지지 않겠습니까? 공부에 밑빠진 독이란 없다고, 저자는 우리들의 약해진 의지를 독려합니다. 

"뇌는 따분한 걸 싫어한다.(p192)"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는 구태여 한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한 장소에서만 책장을 넘기는 게 지겹다면, 여기저기 자리를 바꿔가며 공부해 보라고 거리낌없이 충고합니다. 저자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산책하면서 원대한 시야를 키우고 정치(精致)한 진리를 발견했다면서,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편안한 자세와 태도가 있으니 목표한 지식이 머리 안에 가장 잘 자리하는 상황을 빨리 찾고 세팅을 마치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문제는 기출문제를 살짝만 바꿔 출제됩니다. 그런데 그냥 같은 문제(와 답)가 말만 바꿔 나온 건지, 아니면 말이 바뀐 만큼 문제의 내용도 달라진 건지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자는, 학생이나 수험생의 입장이 아닌, 출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충고합니다.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며, 사람 사이의 꼬인 관계가 역지사지의 입장 전환으로 간단하게 눈녹듯이 풀리는 수가 있습니다.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문제를 낸 거야?라고 불평할 게 아니라, 출제자의 입장에 한번 서 보고 문제의 의도를 간단하게 납득하고 수용할 수도 있으며, 이런 긍정적인 태도의 장착으로 공부 자체를 더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한국에서 고시3관왕, 공부의 신으로 가장 유명한 분은 아마 고승덕 변호사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고승덕 변호사의 책이나 방법론을 자주 인용합니다. 우리는 어떤 자격증을 취득할 때, 학문적 완벽을 기하거나 득도를 하려고 공부를 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자격시험에서는 96점이 최고점이며 그 이상이 안 나온다고 합니다(p362). 그렇다면, 남들보다 단 1점만 더 따는 걸 목표로 삼고, 어떻게든 수험 기간을 줄이고 빨리 합격해 내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또 어떤 수험생은 "나는 머리가 좋지 않아"라며 지레 자신감을 잃는데, 고승덕 변호사도 자신의 아이큐가 그리 좋지 않음을 자각하고 오히려 가열찬 노력으로 그를 만회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또 "처음 한 달만 잘 버티면 그다음부터는 관성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말도 인용되는데,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 무엇보다도 명심해야 할 말이 바로 이것이라고 독자인 저는 생각합니다. 초보라면 일단 공부하는 관성부터 몸에 붙여야 하며, 아직 습관이 붙지 않아 불안한 이들에게 "이 고비만 넘기면 다음부터는 자동으로"가 얼마나 자신감을 주는지 모릅니다. 

저자는 자신이 보유한 많은 자격증 중에서도 공인회계사에 대해 애정이 각별하신 듯합니다. 그래서 p422이하에는 특히 제47회 시험에 합격하신 박순풍 님의 인터뷰를 특별히 전재하셨는데 이 부분도 CPA 준비하는 분들이 주의깊게 읽어 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p439 이하에는 공인노무사 유재훈님의 인터뷰도 있는데, 요즘 상당히 주목받고 좋은 전망을 드러내는 직종이라서 그 현황이 궁금한 청년들에게 유익한 정보일 듯합니다. 전문직 중에 수학 관련 과목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는데, p595 이하에 저자께서 쓰신 수능 수학 점수 획기적으로 올리는 법도 있으니 읽어 볼 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율 전쟁 -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최신 개정판
왕양 지음, 김태일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왕양(王暘)은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국 안에서 영향력이 큰 필자입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2010년, 한국인들은 여태까지의 미국, 서유럽 중심의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어떤 움직이지 않는 천체의 고정점처럼 보였던 달러 패권의 공고한 왕좌에도 허점이 존재함을 비로소 감지하기도 했습니다. 14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아직 GDP 기준으로 미국을 확실히 추월하지 못했으며, 저 당시에 예측되던 바와는 달리 많은 경제적 곤란을 겪는 중입니다. 그간 중국과 긴밀히 엮인 바 컸던지, 미국도 중국과 단절을 꾀하면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4년 동안 호되게 치렀고, 이제 거꾸로 실업률 상승으로 경제가 신음할 게 염려되는 판입니다. 14년 전의 화제작을 지금 이 시점에서 읽어 보면 어떤 느낌일지, 앞으로의 세계 경제가 어떤 지평에서 재정립될지 우리 모두가 모종의 통찰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20세기 중반 미국이 아직 자국의 돈을 금(金)과 태환(兌換)해 주고 있었을 때, 책 p66에 나오는 대로 세계는 고정 환율 체제를 채택했었습니다. 하루하루 시장에서 변덕을 부리는 환율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기업은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에 어떻게 행동할지 분명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죠. 각국 정부들도 마찬가지여서, 예컨대 1990년 영국을, 1997년 한국과 동남아를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몰고가며 큰 돈을 벌었던 조지 소로스(p272) 같은 똑똑한 악마가 행여 우리 재정의 빈틈을 노리지는 않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자는 "비상시에는 국가를 패망의 길로 이끌 수 있다"며 고정환율제를 비판하지만 문제는 각국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허약한 경제 체질에 있지 환율제도가 촉발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물론 이제는 변동환율제로 계속 가야 하며 억지 평화와 균형을 내세워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습니다. 

p92에는 러너의 대칭 정리가 소개되는데 이미 1930년대에 보호무역 정책은 큰 소용이 없음을 학문적으로 증명해 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저때 같으면 대공황의 여파로 영국, 프랑스 등이 식민지 중심으로 블럭을 형성하여 타국 재화의 수입을 차단하는 근시안적 정책 때문에 결국 모두가 더욱 가난해지는 길로 치닫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때로부터 9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외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 아예 수입을 막아버리겠다며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 어리석은 공약을 남발하며 경쟁 중입니다. 이 책에서도 다시 정리하듯, 수입의 인위적 억제는 결국 국내 후생의 감소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금나라는 여진족이 세운 나라이며, 정강의 변을 통해 북송을 멸망시키고 광대한 북중국(회수 이북)을 직접 통치한 최초의 정복 왕조였습니다. 전쟁에는 적수가 없을 정도였으나, 치국(治國)에는 매우 서툴러서, 지폐를 마구 찍어 재정을 충당하는 통에 경제가 붕괴될 지경에 달했습니다. 사람들은 부(富)와 자원을 남송으로 옮겨 두었고 마침내는 경제활동인구 자체가 남쪽으로 옮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서 남송은 무력 면에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에 없던 번영을 누렸으며, 이 활황은 몽골이 침략해 올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책 p122에서는, 몽골이 금나라에 가한 치명적인 공격은 군사적 측면에서라기보다, 전쟁 준비를 위해 지폐를 남발하게 만든 경제적 타격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까지 합니다. 그런 몽골조차 백여 년 후 멸망할 때에는 역시 교초의 남발이 문제였었으니 진정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겠습니다.  

명나라는 기록에 의하면 남동아프리카 일대의 조공을 받을 만큼 세조 영락제 대(代)의 해상 원정이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이후에는 못난 쇄국 정책으로 일관했으니, 대체 그 움츠려듦의 원인이 무엇인지 많은 학자들이 궁금해했습니다. 책 p140에도 나오듯 명 조정은 은(銀)의 유출을 우려했고, 몇백 년 후 아편전쟁의 발발 과정에서 보듯 이런 우려는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명은 물산이 다양하고 풍부했으니 구태여 외국과의 교역이 불필요했고 아직 타 세계는 그 총생산규모가 명에 비교도 되지 않았으니 이런 정책이 수긍이 가는 바도 있습니다.  

은(銀)은 적절히 귀했고 금처럼 너무 드물지도 않았기에 화폐로 유통되기 적절했습니다. 명, 청에서 지속적으로 은본위제를 택했기에, 일본의 막부에서 어쩌다 은광이 발견되기라도 하면 대호황이 이어지기도 한 것입니다. 책 p148에서는 그처럼이나 일찍부터 은을 표준으로 삼았던 중국이 왜 18세기 이후 외국과의 무역에서 열위에 놓였는지에 대해, 청 정부가 발행한 은화의 순도가 너무도 빈약하거나 일정치 못해서, 오히려 외국이 발행한 은화에도 유통 선호도가 밀리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짓거리는 과거 금나라나 몽골이 저질렀던 바보짓을, 수백 년이 지나서 기어이 반복한 것이니 어찌 나라가 망하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20세기에도 이런 과오는 공간배경만을 달리하여 반복되는데, 아르헨티나는 대체 국가 모라토리엄을 몇번이나 선언했는지 모릅니다. 빚을 못 갚게 되면 모라토리엄, 모라토리엄... 그때마다 아르헨티나의 페소는 리셋되었는데 이름만 같은 페소이지 ISO 4217에 등록된 아르헨티나 페소는 현행이 네번째입니다. 통화단위를 네 번이나 갈아엎었으니 그 나라 백성들의 삶이 어떻게 추락했겠습니까. 

이 책에서는 조지 소로스 같은 자가 아시아의 경제를 쥐락펴락할 능력이 없었고, 그에 대한 악평은 일종의 음모론이거나, 아니면 어떤 거대한 세력이 따로 그의 배후에 존재했으리라 진단합니다. p287에서는 롱텀캐피털이 그렇게 무너진 데 대해 러시아가 뒤통수를 쳐서라고 단언합니다. 실제로 투기자본은 겉으로 보는 것처럼 그리 강력하지 않고, 무기력한 개미 눈에만 커 보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제롬 파월에 비해 이십 년 전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엄청난 능력자로 여겨졌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야기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에게도 책임(p322)이 있는지 모릅니다. 실물의 그림자로만 여겨진 화폐가 부리는 마법이란 실로 강력하며 변화무쌍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기후변화 에세이 - 남성현 교수와 함께 읽는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안내서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남성현 지음 / 해냄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깔끔하고 알기 쉬운, 기후변화 이해를 위한 청소년 입문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기후변화 에세이 - 남성현 교수와 함께 읽는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안내서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남성현 지음 / 해냄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에게 큰 도전 중의 하나입니다. 인간은 물론 적응 능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이며, 도구를 사용하는 특유의 개성을 발휘하여 온대, 냉대, 열대, 건조 등 어디에서도 시설을 짓고 정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적응해 온 패턴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최근 몇 년처럼 갑자기 기후가 변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는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해안선이 상승하면 저지대에 거주하던 섬 주민들, 또는 강변에 상업 터전을 일구고 살던 이들은 머지 않은 장래에 큰 손해를 보고 어딘가로 이주해야만 합니다. 

*해냄출판사에서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기후변화라는 게 태양 주변을 주기적으로 운행하는 지구라는 행성의 필연적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으나, 지표면의 지배적인 종(種)인 우리 인간이 뭔가 잘못된 삶을 산 결과라면, 그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우리 인간이 바로잡아야만 합니다. 그것이 우리와 같은 공간을 나눠 사는 다른 동물들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 인간, 그 중에서도 미래 세대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남성현 박사께서 저술하신 이 책은, 지구과학이나 기상 현상을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에게 읽기 쉽게 구성돠고 집필되었습니다. 우선, 한국 최고의 지구과학 전문가께서 지으신 책인만큼 내용에 권위와 신뢰도가 부여됩니다. 그러면서도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적절한 일러스트가 곳곳에 삽입되어, 어린 독자들을 배려했습니다. 

사실 기후현상을 비롯한 지구과학 내용은 비록 중1때 처음 시작되기는 하나, 무척이나 학습이 어렵습니다. 과연 적란운, 권층운, 단열 팽창 같은 개념이나 복잡다단한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요? 기후는 그저 온도가 높다, 낮다, 비가 온다, 맑다 등의 단순한 외관만으로 넘어갈 분야가 결코 아닙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대열에 동참하기는 쉬워도, 그 이론적 근거를 명확히 이해하고 실천에 나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청소년이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며 환경 보전의 노력에 동참하게 돕는 교재로 이 책은 더 바랄 나위가 없습니다. 

"육상 생태계는 변화를 겪음과 동시에,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p69)" 만약에, 어떤 물질이나 시스템이, 설령 어떤 외부로부터의 원인 때문에 혹 기존의 균형이 깨진다 해도, 이내 새로운 균형을 찾아나서는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께서 지적하시듯, 육상 생태계는 그렇지가 못하고, 균형이 깨진 후의 불안정 상태가 오래간다는 뜻이지요. 책에는 이 경우, 육상 생물들이 더 고위도로 이동하고, 생물들이 떠난 저위도는 더욱 황폐한 공간이 되어 마침내는 지금의 사하라 사막처럼 몹쓸 땅으로 전락합니다.  

p97에는 우리 지구의 대기권이 어떻게 나뉘는지 그림이 나옵니다. 이 정보는 중 1 과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교과서나 참고서보다 이 책의 이 컷이 머리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그림에서 포인트는, 대류권(기온 하강), 성층권(올라갈수록 기온 상승), 중간권(다시 하강), 열권(상승)이라는 점인데, 그래프의 꺾기만 봐도 그 내용이 바로 이해됩니다. 또 오존층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비행기는 어디로 나는지, 유성과 오로라는 어디 위치했는지가 잘 표시됩니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나 참고서는 대류권계면이라고 붙여쓰는 게 많은데, 이 책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인지 대류권 계면이라고 띄워쓴 것도 전 좋았습니다. 

오존(O3)은 대체로 나쁜 것일까요? 이 책 p102를 보면 나쁜 오존 외에 "착한 오존"도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없던 게 새로 생긴 오존은 그 원인도 나쁘고 그 결과인 오존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자외선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긴 예전부터의 성층권 오존은, 산소 원자 세 개가 모여 그 오존 분자 상태가 예전부터 있던 것이므로 아무 탓할 게 없습니다. 대류권 바로 위에 성층권이 자리하는데, 지구 온난화 때문에 대류권이 점점 두꺼워지고 성층권은 갈수록 얇아진다는 서술이 이 책에 나옵니다. 

과거에는 오존층 파괴 때문에 성층권이 얇아진다고 여겼으나, 최근에는 이처럼 대류권 온난화로 설명한다고 이 책에 나옵니다. 또, 요즘은 오존층 파괴를 걱정하는 소리가 많이 줄었는데, 그 이유가 20세기 후반부터 염화불화탄소 배출 규제 움직임이 일면서 냉장고 냉매 감소, 헤어스프레이 원료 규제 등으로 인해 실제로 염화불화탄소(CFC)가 대기 중에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오존층은 그 결과 현재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는데, 이 점은 우리들의 기후 변화 정상화 움직임이 결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헛된 몸부림이 아님을 잘 가르쳐 줍니다. 

1960년대 후반 인간이 달 착륙에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는 일반 대중이 체감할 만한 발전이 목격되지는 않았습니다. 강대국 정부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촉진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면 이런 종류의 우주 활동이 빠른 진전을 보이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 주는데, p182 이하에 잘 나오듯 요즘은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 제프 베이조스 같은 크게 성공한 기업가들이 이런 꿈의 프로젝트를 주도합니다. 과연 채산성이 맞을까 싶게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야만 하는데, 제프 베이조스 역시 "이 프로젝트가 지구를 완전히 떠나기 위한이 아니며, 결국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지구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고 나옵니다. 

저자께서는 "인간은 지구를 떠날 능력만 없는 게 아니라, 그럴 자격부터가 없다"고 하십니다. 사람이 살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이곳을 망치고서, 또 어디를 망가뜨려놓으려고 다른 별로 떠날 마음을 먹는다는 말입니까? 먼저 아름다운 지구, 푸른 지구를 원상복구한 후에야, 우리 인간은 그 다음 단계의 미래를 꿈꿀 자격이 생길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오진원 지음, 원승연 사진 / 오늘산책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양은 언제나처럼 동쪽에서 떠오르며, 24시간을 덜 채우고 저무는 일은 없습니다. 그 태양의 움직임에 어떤 각별한 의미가 있으리라 곰곰 궁구하는 이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당연한 이치와 운동에도 목적과 의도가 깃들었으리라 기대하는 건 또 우리가 어리석게도 가지는 희망입니다. "오늘"이 그냥 온 게 아니라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으리라고 믿는 건 선하고 티 없는 영혼들이 공통으로 갖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사랑이란, 서로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겠니(p35)." 과연 그렇습니다. 바로 한 페이지만 넘기면 장대한 여정의 다부진 시작을 알리는 듯한 아름다운 사진이 한 컷 나오는데, 이 책의 최고 장점은 바로 이렇게 미려한 사진과, 우리네 인생의 가장 심오한 의미를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멋진 문장이 함께해서입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란, 서로의 과거를 의심스럽게 캐는 게 아니라, 현재의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행동과 눈빛을 통해, 아직 보지 못했던 과거의 발자국까지를 유추하여 남김없이 사랑해 주려는 몸부림이라 하겠습니다. 

p54에는 "진심의 온도"라는 글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 험한 세상에, 설령 사자나 고릴라라고 해도 제 뜻대로만 활개칠 수는 없습니다. 거친 정글을 지나다 고꾸라져 크게 다치기도 하고, 저만 못할 것 없는 비슷한 맹수를 만나 물리거나 할퀴어져 치명상을 입기도 합니다. 그런 세상인데, 어떻게 저 연약한 장미꽃이 대지를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우기를 기대하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제 줄기를 타고난 대로 키를 키우기도 버거운 판에, 어떻게 그처럼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까지 한단 말입니까?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꽃을 반드시 피운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꽃이 핀 것." 그렇습니다. 믿음이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p108에 실린 글을 보십시오. 제목은 "마음이 아파서 전화했어"입니다. 우리는 남들이 겪는 일을 일일이 겪어 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냉정하게, 성의없이 말을 던지기도 합니다. "야, 다들 그러곤 해. 너만 힘든 게 아냐." 이런 공감 거부형 멘트가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으면 그 깊은 밤중에 전화까지 했겠습니까. 배경에 실린 어두운 도시의 야경이, 그 심란한 마음을 더욱 슬픈 침묵 속으로 밀어넣는 듯합니다. 

"내가 잡은 것은 그대일까, (아니면) 그대를 놓지 못하는 나일까.(p202)" 확실히, 집착과 미련이 심해지면, 내가 근심에 시달리는지 내가 빚은 피조물인 근심이 나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지 가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나이기를 바라는 그대일까?" 그대가 (그게) 나이길 바라니, 이제 내가 잡은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야말로,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꾸는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는지 모를 일입니다. 까만 밤에 하얗게 달이 뜸(p248)도, 배경과 주제가 도무지 구분 안 될까봐 자연이 베푼 지극한 배려임을 우리들 미물은 대체 언제쯤 깨닫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