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니체에 열광하는가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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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의하면 인간은 고통없이 안락한 상태에서 사는 게 아니라 가혹한 운명에도 내적 평정과 충일함을 만끽하며 사는 사람이다(p34)." 영화 대사 중에도 종종 언급되는, 이른바 living dangerously를 잘 설명해 주는 표현입니다. 세상 어떤 사람, 어떤 동물도 위험 없는 환경에서 풍족하게 살고 싶지, 수시로 닥치는 위험에 이리저리 치이고 살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은 정말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p37에 나오듯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데서 그 진의를 드러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매일매일의 스트레스 때문에 매순간 죽을 것만 같다면, 설령 그 곤경을 벗어나도 이미 신체 기관과 정신은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조금씩 입는 중이겠고, 이런 경우는 니체의 저 언명에 해당이 안 됩니다. 니체가 말하는 저런 사람은 상황에 자신이 끌려가며 잠식당하는지, 아니면 매순간 승리하는지 이미 본인이 알고 있습니다. 

꼭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뿐 아니라, 책임을 크게 걸머진 부유한 사람도 니체 식의 저런 유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치열한 업계의 죽고사는 경쟁을 직면한 기업 대표도, 비록 수중에 돈이 많다 한들 매순간 몰락과 패망의 위험에 노출된 인생입니다. 이런 사람이 매순간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건 그런 위험 하나하나를 극복한 성취감을 통해서이며, 그런 사람 특유의 활기와 강인함, 진지함, 심각함이 육감을 통해서도 전달이 되므로 누가 쓸데없는 시비를 그에게 걸지 않습니다. 

p50 같은 곳에서는 니체가 자신의 저작을 통해 말했던 여러 어구들이 정리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에서 니체는 낙타의 (비참하고 수동적인) 삶, 사자의 (남을 지배하는) 삶, 어린이의 (매순간 호기심을 발동하며 즐기는) 삶 세 유형을 말하며, 이 셋은 별개의 루트에 분리된 게 아니라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상방이동할 수 있고, 반대로 지독한 불운, 정신적 타격 등에 대해 하방타락할 수도 있습니다. 니체는 이렇게 생의 다양한 패턴을 핵심적으로 지적했을 뿐 아니라, 독자가 자신의 삶에다 어떻게 이를 적용할지까지도 힘있게 논했다는 점이 탁월합니다.    

p90을 보면 니체의 또하나의 언명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떤 주어진 단편적 지령, 원칙, 교의, 이념에 맹종하여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도그마라는 게 설령 절대진리이며 강력한 위력을 가져도, 사람은 어느새 지루해하며 그 정해진 패턴을 벗어나려 듭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한 가지의 원칙에 의해 작동되는 게 아니며, 심지어 어떤 사람이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에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대립하고 모순을 일으킵니다. 

수시로 맞이하는 이 모순을 잘 소화하고, 나의 큰 그릇으로 잘 융화하고 담아내어야 일단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앞에서도, 내적 평정이 결국 찾아져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죠), 갈등 상황도 극복이 됩니다. 시도때도없이 다가오는 모순이 어느새 더이상 모순이 못 됨을 느끼고 극복할 때 사람은 그 정신의 키가 한층 커지고 완성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입니다. p96에서도 니체는 도그마에 갇혀 사는 사람은 위대한 게 아니라 오히려 신진대사가 마비된 죽은 인생이라며 비판합니다. 

p129에는 "거리를 두는 파토스"가 언급됩니다. 저자는 니체의 저 언명을 두고, 대중에 아무 생각없이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음이 아닌, 그 대세라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평가라며 존중하되, 적당한 거리를 두어 나만의 개성과 영역을 지키려는 태도가 바로 니체 식의 그러한 파토스라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p149를 보면 그저 정신이 마냥 육신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몸을 치열하게 놀리고 작동시킴으로써 반대로 정신이 강해지는 짜릿한 체험을 니체가 강조했다고 나옵니다. 저자는 p150에서 무용가의 예를 들며, 이성이다 정신이다 의지다 하는 것이 결국은 신체 활동에 의해 통합되고 강화되고 고양될 수 있음을 논합니다. 

지나치게 도덕과 법을 강조하는 사람은 그가 정말 도덕적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약해서 자기 보호 기제를 발동하는 건데, 이게 집단 전체로 보면 퇴행과 체질약화를 가져와 변화로부터 도태될 수 있으므로 해롭다고 니체는 말했는데, 약자가 알고보면 나쁜 사람이라는 역설적인 주장이 이렇게 쉽게 설명됩니다(p173). 아큐식의 정신승리, 르상티망이나 강조하는 책을 읽지 말고 내 자신이 삶에서 사회에서 강력한 의지로 승자가 되는 책을 읽으라(p209)고 저자는 힘있게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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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입니다! - 다시 쓰는 슬램덩크
민이언 지음, 정용훈 그림 / 디페랑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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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 앞면에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글쎄,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나는 분들도 있겠고, 과연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기는 했는지 회의가 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 나름의 열정을 불태워가며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때가 있었겠고, 자신만의 슬램덩크를 멋지게 성공시켰다면 그게 바로 영광의 시대가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슬램덩크>는 일본 (고전) 지면만화이며, 이 컨텐츠를 즐기며 성장했다면 지금 아마 중년 정도의 세대일 것입니다. 1994년에 이미 극장판 애니가 개봉되었으나, 작년(2023) 초에 새로운 줄거리와 해석을 담은 극장판이 또 나와 한국 특정 세대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습니다. 명작은 이를 보는 독자, 관객에 의해 여러 시각으로부터의 몰입과 공감이 가능하다는 게 하나의 특징인데, 민이언 저자는 작품 <슬램덩크> 하나를 두고 그여러 대목에서 다양한 교훈과 통찰을 이끌어냅니다. 만화든 애니든 <슬램덩크>를 재미있게 본 이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수긍하며 읽을 수 있는 인생론이라 하겠습니다.   

강백호는 왜 서태웅을 싫어하는가? 답은 저자가 생각하시는 바와 우리 독자들의 답이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p32에 나오듯 강백호는 채소연을 좋아하고 이 채소연은 서태웅을 짝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이처럼 엇갈린 화살표의 장난이 끼어들기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이겠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합니다. "나를 바라보는 것이 나를 존재케 한다." 마치 김춘수의 시 <꽃>의 한 행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비로소) 된" 것 아니겠습니까. 무슨 양자역학 교과서의 한 챕터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게 하고자 시작했던 일(p34)"은, 강백호의 경우처럼 결국은 (예상과는 좀 다른 방법으로) 자신에게 좋은 결과로 귀착하게 되는데, 이는 스타 농구선수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인생에도 두루 통하는 이치이겠습니다. 

"날 쓰러뜨릴 생각이라면 죽도록 연습하고 와라!(p72)"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는, 강백호를 향한 윤대협의 대사입니다. "나타나면 반드시 무언가를 해 줄 것 같은 사람(p74)." 저자는 <슬램덩크>와 함께 시대를 양분했다는 평가를 <드래곤볼>에 대해 내리는데 저 대사도 <드래곤볼>이 그 출전입니다. 센도 아키라[仙道 彰]가 저 윤대협 캐릭터의 일본 원작 이름인데, 그 뜻을 생각해 보면 윤대협이라는 현지화 개명도 그럴싸하게 이뤄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누구의 인생이건 간에 발전을 위한 자극제라는 게 있어야 하며, 이런 상의 저런 하의를 갈아입건 말건 옷 밑에 놓인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김수겸, 이달재, 송태섭 등은 <슬램덩크>의 애독자였다고 해도 잠시 헷갈리거나 그 이름을 잘못 기억하게도 되는 조연들입니다. "주연은 아니지만 그렇게 조연도 아닌, 모두가 북산인 그들." 저자의 평가입니다. 저는 "그렇게 조연도 아니"라는 저자의 저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생각해 볼수록 <슬램덩크> 특유의 인물 비중 배분 방식을 잘 표현한 말 같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실생활의 어떤 조연도, 그냥 조연인 것만은 또 아닙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우리들 모두가 다 저 이달재 같은, 무시받고 싶지 않은 조연들, 그렇다고 주연은 또 아닌 그런 역할과 인생들이라서겠는데 마침 저자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고 있네요.   

"왼손은 거들 뿐(p174)" 이 표현은 슬램덩크 독자가 아니라도 알 만큼 유명한데, 저자는 이를 두고 근접설 같은 심리학 이론을 통해 설명합니다. 특정 동작이나 절차가 꼭 특정 성과를 내는 데 논리필연적으로 원인이 되는 게 아닌데도, 어떤 운동선수들은 어떤 루틴을 반복하고 나서야 플레이에 임합니다. 이게 아무 의미없고 때로는 우습게까지 보여도, 어떤 미세 조정을 두뇌와 몸의 근육 단위까지 마치려면 그렇게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운동선수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도, 이걸 거쳐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직성이 풀리는 그 무언가가 있는데, 이걸 알아채고 존중해 주는 직장상사, 동료, 배우자가 고마운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영광 시대는 언제였나요?" 이 질문에, "난 바로 지금입니다!" 같은 대답이 바로 나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진정 행복하다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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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퇴사하고 갓생에 입사했습니다! - 일 잘하던 ‘8년 차 이대리’는 왜 퇴사했을까? 혹시 N잡러?
이미루 지음 / 다빈치books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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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위성이 아니라 행성으로 살고 싶다.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 부재중 전화에 소모되는 나 자신을 지켜내고 싶었다." 이 책 앞날개에 나오는 이미루 저자의 말씀 일부입니다. 한국의 청년들, 일명 MZ세대는 선배들보다도 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재의 직장에 들어온 이들입니다. 이전 세대들은 앞서 치열한 입시를 거쳤지만 입사 과정에서 그렇게까지 힘들게 관문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눈을 조금만 낮추면 들어갈 회사야 얼마든지 있었죠. 지금은 들어갈 직장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직장인데, 어느새 낭비되고 소진되는 나 자신이 애처로워지고 과연 다른 데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는 없을지 모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제약회사, 인테리어 회사에 몸담다 30대의 나이에 드디어 퇴사하고 갓생에 접어든 저자의 이야기에 모든 정답이 담겼는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답이 다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 결심했어!"라며 퇴사를 꿈꿀 때 뭔가 미소가 절로 지어지며 가슴이 설레기까지하는 이들에게는, 저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뭔가 울림이 다르게 다가올 듯합니다.    
  
흔하게 엠지 엠지라고들 하지만 엠(M)과 지(Z)는 가리키는 시대 구간이 다릅니다. 한국 외에서는 잘 쓰지도 않는 이상한 합성어지만 어느새 주변에 안 쓰는 사람이 없어서 이제는 이 말을 토대로 논의를 이어가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저자가 이 말을 p45 이하에서 꺼내는 이유는, 엠지의 상관 자리에 주로 포진한 기성 세대와 엠지 사이에 현격한 세계관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젠지 세대라는 말의 뜻을 몰랐는데 Generation Z의 앞 음절을 따서 그리도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여튼 저자가 강조하려는 건, 권위와 위계를 내세워 조직과 생태계 전체의 생기를 파괴하려 들면 모두가 죽는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현재 연 총생산 규모 면에서 한국에 추월당하니 마니 하는 형편이고, p51에 나오듯 어디 내세울 만큼 변변한 자국 IT 기업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너무도 불필요하고 산업 발전의 의욕을 막는 규제가 곳곳에 도사리는 풍조 탓에 그리 되었습니다. 한국도 스타트업에 지원을 소홀히하고 젊은이들의 기를 괜시리 꺾으면 저리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p227에서 저자는 배달의o족이 독일 자본에 매각된 예를 들며, 정부가 너무 개입, 규제를 일삼으니 토종 IT 기업이 배기지 못한 것 아니냐며 개탄합니다. 

미국은 20세기 중반 베트남에 개입하여 엄청난 군비를 투입했으나 자국 젊은이들의 반전(anti-war) 움직임 앞에 적전분열 지리멸렬하여 결국 패퇴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일이 터지면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할까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도 그간 첨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여, 인공지능 군대를 투입하고 통신망을 고립(p93)시켜 적국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인명 투입, 희생 없이 이길 수 있는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각국 정부는 종래의 고정 관념에서 빨리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정책과 국가 경영 전체를 재편해야 하며, 이에 실패하면 국가가 파산하고 국민들은 모두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인공지능이 이끄는 무인화, 자동화 트렌드에 주목하라는 게 요지입니다. 

고용주가 열정페이라는 말로 피용인들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면 그건 자본주의의 탈을 쓴 공산주의식 위선(p138)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반면 노동자 역시, 열정 같은 추상적인 말로 자기 능력을 포장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A는 유능해서 같은 세 시간을 일해도 30가지를 해 놓고 끝내는데, B는 무식해서(저자의 표현입니다) 세 시간 동안 세 가지 일만 겨우 끝냈다면 이건 열정이란 말로 슬쩍 얼버무릴 게 아닌 심각한 무능이라고 저자는 일침을 가합니다. 

전체에 걸쳐 저자가 강조하는 건 자동화, 무인화 추세인데, 기업이 버는 수익을 전에는 노동자와 경영자가 기여도에 따라 나눴으나, 지금은 기업이 사람을 덜 쓰므로 CEO가 큰 부분을 독식하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제프 베이조스의 예가 나오는데 그래도 이 사람은 근래 인력을 좀 쓰는 편입니다. 오히려 일론 머스크 같은 이는, 종전 같으면 숙련 노동력을 엄청 써야 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그 정도의 무인화, 자동화, 공정 간소화를 이뤘으니 그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일궈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니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청년은 현대맨 삼성맨 등 어느 소속이 된 걸로 만족할 게 아니라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일자리를 뺏는) AI 시대를 역공략하여 대체불가능의 인재가 되라고 결론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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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텝스 Basic - 텝스 시험의 모든 영역을 단 한 권에 집약 시원스쿨 텝스
조국현.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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텝스가 6년 전인 2018년 대대적 개편을 거친 후 약간은 난이도가 하향되었다는 평가가 중론이지만 여전히 어려운 시험입니다. 토익이 몇 가지 요령만으로 점수를 단기간에 올릴 수 있다는 세간의 인식(물론 토익도, 최근에 개편을 맞은 후에는 예전같지 않습니다)이 있는 것과 달리, 텝스는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여간해서 점수를 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럴수록 기초부터 착실하게 실력을 마련해 주되, 텝스라는 시험에 잘 어울리는 방법으로, 효율적으로 길을 가르쳐 주는 책이 필요합니다. 조국현쌤의 강의 일부도 무료로 들을 수 있어서 더욱 편하게 학습할 수 있는 이 책은, 텝스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기에 가장 알맞은 교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텝스는 예나 지금이나 L+V+G+R, 즉 듣기, 어휘, 문법, 읽기의 네 영역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도 그에 따른 구조인데, 제가 보기에 이 교재는 문법과 읽기의 비중이 아주 조금 더 크지 않나 하는 느낌입니다(제 주관적 느낌이 그렇다는 것으로, 출판사나 저자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어느 섹션이든 올컬러 편집이라서 눈이 편안하다는 건 같습니다. 이 교재에서 구성되었습니다. 텝스 청해 기출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여태 이런 유형들이 자주 출제되었기에 교재도 이렇게 챕터를 나눈 게 아닐까 짐작합니다. 

시험에서 청해 영역은 모두 다섯 파트로 나뉘는데, 다들 아는 것처럼 파트 1, 파트 2 외에 파트 3, 4, 5는 주제, 내용, 추론의 세 부분으로 다시 나뉩니다. 그래서 이 교재의 청해 파트에서 유닛 09는 주제 문제, 유닛 10은 세부사항문제(=내용), 유닛 11은 추론 문제로 이뤄졌으며, 이 유닛 09, 10, 11을 합쳐 청해의 파트 3과 4가 모두 커버되는 것입니다. 청해의 파트5는 유닛 12에서 모두 다루는데, 우리가 아는 이른바 1지문 2지문 문제들입니다. 

저자께서는 이 교재가, 오답은 왜 오답인지, 정답이 왜 다른 선지를 모두 제치고 정답이어야 하는지를 특히 자세히 설명한다고 그 장점을 내세웁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만약 어떤 응시자가 지금까지 토익식 요령에만 익숙해 왔다면, p28의 두 번째 문제 같은 게 쉽사리 답이 안 나올 수 있습니다. Is it still available?이라는 질문은, Can I still get the car?라는 질문과 같겠습니다(독자인 제 생각). 옛 토익이라면 이런 질문에 대해, 예스/노로 대답하게 하는 일반의문문이므로 그런 선지를 골라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칠 겁니다. 선지도 아마 (a), (b), (c) 셋 정도였겠죠. 

그러나 텝스 타입에서는, 선지도 벌써 넷일뿐 아니라 p28의 저 넷 중에 yes나 no로 시작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내용까지를 정확히 이해 못하면 답을 고를 수가 없는 유형이며, 교재는 이 점을 정확히 짚으면서 설명합니다. 1990년대 후반 텝스가 처음으로 이런 유형을 도입하며 등장했을 때는 대단히 신선하게들 받아들였으나 지금은 이미 수험생들이 익숙해합니다. 

텝스에서는 p52의 두번째 문제처럼, 제시 대화 중의 battery 같은 게 다시 들리는 걸로 봐서 이게 정답이 아닐까 하는 오해를 유발하는 함정을 판 게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는, 구식 토익에서도 "너무 빤하게 같은 단어가 들리는 선지는 당연히 함정이므로 고르지 말라"는 요령이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p56의 둘째 문제를 보면, 이런 공공장소에서의 대화에서 한쪽이 뭔가를 물어 보는데, 상대방이 단호하게 No라고 답하며 시작하는 선지는 왠지 답이 아닐 것 같은 막연한 선입견을 줍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방은 질문자가 잘못 알고 있던 정보를 바로잡아 주는 중이므로 답은 책의 설명대로 (c)가 되는 거죠. 

어느 시험이든 간에 빈출 어휘라는 게 있습니다. 텝스의 두번째 영역은 특히 어휘 지식에 포커스를 두므로, 텝스의 이 영역에서 무슨 어휘가 지금껏 자주 나왔는지를 분명히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p86에는 건강, 부동산, 재정, 학업, 쇼핑 등 여러 분야에서 빈출되었던 어휘가 죽 정리되었습니다. p89를 보면 답이 (b) faculty인데, 이 단어의 사전적인 뜻만 고대로 알고 있었어도 teaching과 연결되므로 답이 어렵지 않게 나옵니다. p91을 보면, many teenagers become ____ 까지만 읽어도 왠지 고열량 음식 섭취로 인한 비만 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으며, 답은 아니나다를까 (b) obese입니다. 단어의 뜻만 정확히 파악하면 너무도 쉽게 해결 가능합니다. 

p151을 보면 형용사를 목적격보어로 취하는 5형식 동사의 수동태 사항이 설명됩니다. 이는 문법 내용이기 때문에, 설령 어떤 파훼법이 일찍부터 마련되었다 해도 수험생이 이를 이용하는 걸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형을 변경할 수 없다는 출제 한계가 있습니다. 교재가 깔끔하게 잘 정리한 대로, 수험생은 오히려 문법이야말로 점수가 새어나가지 않게 할 보루로 생각하고 철저하게 공부를 해 둬야 하겠습니다. p169를 보면 (a), (b)까지 무리없이 해결하던 응시자는, (c)에 이르러 detrimental이라는 단어 앞에 살짝 삐끗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단어의 뜻만 알면 함정에 안 빠지겠고, (d)는 중3때 배웠듯 stop 뒤의 목적어가 동사일 경우 부정사 아닌 동명사 꼴이 온다는 점만 알면 간단합니다. stop이나 quit나 이 점에서 같습니다. 

읽기 영역의 경우 이 교재의 백미라 할 만합니다. 독해 문제 풀이 전략은 앞에서 제시되었는데, p258에서는 그 전략을 따라하며 얼마나 실전 문제에 잘 적용시킬 수 있는지 독자를 훈련시킵니다. 역시 지문 전체를 꼼꼼히 읽어야 하겠지만 교재의 전략에 따르면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고, 지문의 내용에 반하는 것 못지 않게, 지문에서 전혀 언급 않은 내용도 정답이 아니므로 걸러 내어야 하겠습니다. 해설이 자세하고 풍부해서 더 믿음직한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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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아이엘츠 기출 보카 IELTS Vocabulary - 과목별 특성에 최적화된 학습, 이것이 진짜 아이엘츠 보카 학습서!
시원스쿨 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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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특히 영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높은 시험이 바로 아이엘츠입니다. 어휘력이 원래부터 탄탄해서 토플이나 아이엘츠 어떤 시험이든 두루 적응이 되는 학생들이라면 따로 아이엘츠 보카를 파야 할 필요성은 적죠. 그런데 이제 아이엘츠에 입문하는 학생, 단기간에 점수를 많이 올려야 하는 학생이라면 아이엘츠 특성을 타는 어휘를 집중적으로 다룬 (지금 이런) 책으로 공부할 동기가 충분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24년간 기 출제된 시험 중에서도, 최근 5년간에 다뤄진 어휘를 집중 분석했다고 합니다. 또, 아이엘츠는 아무래도 영국(과 호주)의 기관, 회사, 대학 등이 주도하는 시험이다 보니 어휘의 뜻도 영국식으로 새겨야 하며, 발음도 영국 원어민의 그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모두 30일분인데, 매일의 분량이 시작될 때마다 두 개의 QR코드가 나옵니다. 이걸 스캔하면 음원이 재생되죠. 리스닝과 리딩은 단어 중심입니다. 우리가 흔히 VOCA 책이라고 할 때 익히 보던 그런 형식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 책만의 독특한 형식은 라이팅과 스피킹 파트에 나옵니다. 여기서는 개별 단어가 아니라, 이른바 collocation이라 하여, 두 단어 이상이 자주 이루는 호응 관계 중심으로, 우리 나라 영어 커리큘럼에서 보통 하는 말로는 숙어(idiom), 혹은 구동사(phrasal verb), 아니면 매우 높은 빈도로 어울리는 동사, 형용사, 부사 위주로 다룹니다. 

특히 말하기와 쓰기를 우리 학생들은 어려워하므로, 앞 파트 개별 보카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이 뒤 파트를 좀 집중적으로 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콜로케이션을 능숙하게 하는 학생은 매우 드물며, 이 분야 사전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콜로케이션을 공부할 때는 원어민의 발음을, 교재와 함께 제공된 음원을 통해 아주 주의깊게 듣고, 그 발음 구석구석의 특징들을 정확하게 따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아이엘츠의 단어 수준 자체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한국의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었다고는 하나 문제 난도가 높은 편이라서, 수능을 정상적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아이엘츠 보카 앞에서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교재는 편집이 예뻐서, 이를테면 p136에서 vertical을 다루면서, 간단한 일러스트를 곁들여 그 반의어인 horizontal까지 같이 배우게 합니다(p88도 참조). 2형식 동사로만 알고 있던 remain이 명사로 쓰여 뒤에 -s가 붙으면, 이는 "유적, 유해(사람의)"라는 뜻이 된다는 것도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는 토익, 토플, 텝스 등에도 자주 나오는 사항입니다.  

우리가 경치 등을 두고 무척 아름답다고 감탄할 때 beyond description이라는 말을 씁니다. 교재 p158에는 breathtaking scenery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는 숙어나 관용구라기보다, 그저 자주 쓰는 어구 정도인데, 어떻게 보면 순수 collocation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 외에, by plane, by car처럼 교통수단앞에 쓰는 by, 이 뒤에는 관사가 일절 생략된 채 쓴다는 점도 주의해야 하지만, 이 정도는 중1 과정에서도 다 배우는 내용입니다. 단지, 이 사항이 독해가 아니라 말하기, 쓰기 대비로 제시되었으므로, 학생들은 그저 입에서 주문처럼 술술 나오게끔 계속 되풀이해서 외우고 말하고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영국 원어만 발음 음원으로 말입니다.  

이 책은 아이엘츠에 특화한 어휘 교재입니다. 매일매일의 분량 뒤에는 "아이엘츠가 좋아하는" 시리즈가제시되는데, 이게 사람 관련, 감정 관련, 학문-논문 관련, 과학 관련, 동물 관련, 건강-의학 관련 등으로 주제별 분류도 있습니다. 이건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어휘 책에서도 익히 보던 편제죠. 그런데 그것 말고도, "아이엘츠가 좋아하는 명사, 형용사, 다품사 어휘, 다의어" 등을 따로 마련하여, 꼭 아이엘츠가 아니라 해도 이 분야가 원래 좀 약했던 학생들이 골라가면서 자기가 취약한 곳을 집중적으로 메울 수 있습니다. 30일 코스가 다 끝나면 기초어휘 200을 다시 배우게 하여 빈틈이 안 생기게 마무리하고, 알파벳순 인덱스도 따로 마련하여 찾아보기 쉽게 배려합니다. 예쁘고 성의 있는 편집만으로도 공부할 의욕이 바짝 생기는 그런 책입니다. 제가 올해 1월 하순에 쓴 아이엘츠 스터디팩 리뷰도 있으므로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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