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글자로 끝내는 중국어 표현 100
리리제제 지음 / 한다중국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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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과 많은 교역을 하는 나라이며 싫든 좋든 우리 경제와 긴밀한 관계로 엮인 거대한 단위입니다. 이미 한국에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 많이 건너와 있기에 비록 그 수요는 많이 줄었으나, 중국어를 잘하는 인력은 어느 회사에서나 필요합니다. 우리가 간단한 중국어 몇 마디를 익혀 두면 어디에서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며, 중국어 컨텐츠를 즐기거나 중국 커뮤니티에서 잠시라도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중국어 실력이 꼭 필요합니다. 불과 다섯 글자로 부담없이 몸에 익힐 수 있는 표현들이 있다면, 이것부터 먼저 몸에 배게 하고, 그 다음에 더 어려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38을 보면 중국어의 가장 기초적인 인사라고 할 니 하오!라는 인삿말이 나옵니다. 중국어로는 你好라고 쓰며, 책에서처럼 느낌표를 붙이는 게 보통입니다. 페이지 안쪽의 QR코드를 찍으면 한다중국어 사이트로 연결되며 다시 책의 목차가 나옵니다. 지금 공부하는 챕터로 다시 들어가면 해당 대화의 원어민 목소리로 문장을 읽어 주며, 한국어 뜻은 한국어 목소리가 다시 설명해 주는 형식입니다. 음원을 다운받을 수도 있는데 페이지 중간 오른쪽의 점 세 개 부분을 클릭하면 다운로드 링크가 나옵니다(이 서평을 작성할 때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니하오에서 하오 부분은 우리가 배워 아는 대로 3성이며 얼핏 하~처럼도 들립니다. 책에는 이 표현과 유사한 다른 표현들(嗨 등)도 나옵니다. 

나이를 말할 때는 p64에 나오듯이 我三十岁라고 합니다. 岁는 중국어로 쑤이(4성) 비슷하게 읽으며 우리식 한자로는 歲(세)와 같습니다. "나는 30세"라고 하는 셈입니다. 상대의 나이를 물을 때에는 你几岁(니 지 쑤이)? 처럼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모든 대화에는 간단한 컬러 일러스트가 딸려 있어서 중국어 쌩초보의 이해를 조금 더 돕는 편입니다. 또 처음 나오는 표현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을 달아 주는데, 예를 들어 p65를 보면 多大[뚜오어따] 같은 말은 한국어로 "얼마"라는 뜻이라고 바로 아래에 주를 달았습니다. 

이 교재의 또다른 독특한 점은, 성조를 표시할 때 보다 직관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성의 경우 쭉 뻗은 화살표가 대신 나타냅니다. 또 2성의 경우 위로 올라가는 화살표,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3성은 글자 자체가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p82에는 晕이라는 글자가 나오는데, 이게 책에는 헐!이라며 놀라움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자세히 나옵니다. 이 글자는 중국어로는 [윈] 비슷하게 읽으며 1성이라서 쭉 뻗은 화살표가 함께 표시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한자를 잘 쓰지 않으며 구태여 뜻을 찾자면 현기증이 난다는 [훈]이라는 음으로 읽습니다. 

이 책은 확실히 긴 표현이 잘 나오지 않고, 간단간단한 회화 표현 위주입니다. 그래서 따라서 배우기에 별 부담이 없습니다. 길다고 해 봐야 p85에 나오는 대로, 其实我不是韩国人("사실, 나 한국인 아냐.") 정도가 고작이며, 대부분은 정말 제목 그대로 다섯 글자를 넘지 않는 표현이 대부분입니다. p90을 보면 完了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게 우리말로야 "완료"지만, 중국어로는 책에 나오듯이 "망했어!"입니다. 같은 한자어라고 해도 이처럼 뜻이 한국어와 중국어가 천지차이로 다릅니다. 

어이가 없다, 황당하다, 노답이다 같은 표현도 있는데 无语了[우위이이러]처럼 읽습니다. 无는 우리말의 無하고 같습니다. 교재 p116 이하에 이 표현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나옵니다. 太过分了!는 너무해! 정도의 표현인데, 뒤에 따라오는 "말도없이 계약해지라니!" 같이 복잡하고 어려운 표현은 다 생략되었습니다. 제목대로, 까다롭고 어려운 건 중국어에 충분히 익숙해진 후에 배우라는 배려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네요. 모든 내용에 컬러 일러스트가 따라와서 정말 부담없이 초보 중국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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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찬 -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안규남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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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만 봐서는 헷갈릴 수 있으나 지그먼트 바우만은 독일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나치 독일에 의해 모진 핍박을 받은 폴란드계 유대인의 일원이며, 이후에 영국으로 이주하여 활동하였기에 지금 이 책 <In praise of literature>도 원서가 영어로 쓰였습니다. 만약 지그문트 바우만이 독일인이었다면 저 Zigmunt Bauman이란 철자도 매우 다르게 적혔을 것입니다. 심리학의 개조 프로이트처럼 Siegmund였겠으며, Bauman도 끝에 n이 하나 더 붙은 Baumann이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무튼 지그문트 바우만은 전후 공산주의 폴란드 인민공화국에서 사회학자로 열심히 활동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프랑스에서 이른바 68혁명이 일어났고 이 여파가 폴란드에까지 미쳐 공산당의 전횡에 저항하는 학생 시위가 일어났죠.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고무우카(예전 책들에서 "고물카"로 표기되던 사람)는 이를 진압하고, 흉흉해진 민심의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뜬금없이 반유대주의를 부추기는 한심한 책략을 부렸습니다. 폴란드에 인민공화국이 들어선 건 나치에 짓밟힌 조국의 자존을, 마르크스주의(나치의 가장 큰 적)를 통해 실천적으로 회복하려는 민중의 몸부림이었는데, 이 자는 기가 막히게도 나치의 악행을 계승하여 손쉬운 마녀사냥을 부채질했던 것입니다. 바우만 교수는 이때 정든 조국을 떠나 이스라엘로, 이후 다시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이 책은 이탈리아 출신 편집자 리카르도 마체오와의 의견 교환 형식으로 쓰였습니다(대담[對談]은 아닙니다). 마체오 에디터가 대체로 "문학" 진영을 대변하고, 바우만 교수가 "사회학"을 옹호하는 스탠스로 볼 수도 있으나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어차피 리카르도 마체오도 인문학 다방면에 소양이 깊은 분이고, 바우만 역시 전인적 시야로 문학을 사회학적, 철학적 지평에서 능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지성이기 때문입니다. 두 분은 거의 같은 지점을 나란히 응시하며, 때로 살짝 조(key)만 달리하여 화성을 이루는 이중창을 연주하는 듯도 보입니다. 

바우만 교수가 격동의 20세기 한복판을 지내온 분이기에 혹시 이 책도 어떤 고색창연한 주제만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p92를 보십시오. 18세기 계몽사상의 대표적인 두 사상가 볼테르와 루소의 시대에서, 마체오 에디터는 어떻게 해서 오늘날의 아버지들이 이렇게나 약해졌는지 그 단초를 찾아냅니다. 아버지의 권위 실종과 남성성의 시대적 퇴조는 철학, 사회학, 문학 등 어떤 관점에서 봐도 현대적인 현상이며, 다만 리카르도 마체오는 그 뛰어난 인문적 식견으로 이를 18세기까지 소급해 가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인용하는 책은 루이지 조야의 <Il gesto di Ettore. Preistoria, storia, attualità e scomparsa del padre>인데, 2009년에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어로 이미 번역도 되었습니다. 

제6장은 "블로그와 중개자의 소멸"인데, 물론 소멸하는 건 중개자이며 인터넷에 별반 진입장벽 없이 누구나 개설하여 자기 주장을 펼 수 있는 블로그는 그 세부 형태만 달리하며 발전 중입니다. 또 유튜브 등 뉴미디어, 트위터(현 X)나 메타 등 소셜미디어는 이미 전통적 중개자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중이며, 신문과 잡지 등 오랜 역사를 지닌 매체들이야 당연히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누구보다, 원로 편집자인 리카르도 마체오 같은 이가 이 이슈에 대해 각별한 소회를 피력하는 게 당연하죠. 이에 대해 바우만 교수는,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법칙은 저 토마스 그레샴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코페르니쿠스, 심지어 아리스토파네스까지 거슬러올라가는데, 현대의 의견 개진과 소통의 장이 확장되는 현상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큰) 하나를 받으면 (상대적으로는 작은) 하나를 내주어야 하는, 일종의 역사 진보에 따른 대가 지불로 보자는 제안으로, 마체오 편집자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랩니다. 

바우만 교수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비슷한 또래이며 마체오 편집자는 조국 교수 등과 세대가 같습니다. 이분들 사이에도 이미 세대 차가 크게 나며 바우만 교수가 워낙 장수한 분일 뿐 사실은 타계 1년 전까지 이런 지적 활동에 참여가 가능할 만큼 젊은 사고를 유지했다는 자체가 벌써 기적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책 제목은 "문학(literature) 예찬"이지만 널리 "인문 예찬"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며, 두 지성은 이미 전통적 한계를 저만큼 뛰어넘는 21세기 대중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저만큼 먼 곳으로부터 관조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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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정국의 풍경 - 인물로 돌아보는 대한민국 현대사
신복룡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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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36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족의 철제 하에 신음하다가 1945년 해방의 기쁨을 맞이했습니다. 그 기쁨도 잠시, 남북이 분단되고 좌우가 대립하여 급기야는 동족 상잔의 비극까지 이어졌습니다. 1945년부터 1948년 단정 수립까지를 보통 해방공간, 해방 정국이라 부르는데요. 신복룡 박사님의 이 묵직한 책을 보면 우리 민족이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장래를 모색하고 민족의 앞날을 설계하려 노력했는지 그 생생한 단면을 개관할 수 있습니다. 분량도 풍성하거니와 대석학의 원대한 통찰까지 지면 곳곳에 숨어 있기에 독자로서는 너무도 행복하면서도 유익한 독서가 가능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역사는 대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 쟁패의 연속으로 채워졌습니다. p29를 보면 저자께서도 버나드로 몽고메리의 말을 인용하여 "결국 해양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패권자가 된다"고 소결론을 내십니다. 일본은 왜 그리도 잔인하거나 호전적이었나? 이에 대해서는 무려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도 언급이 있다고 하시며, 이렇게 호전적이고 냉혈 기질이 다분한 그들, 집단의 명예와 가치를 위해 (자신을 포함하여) 개인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것을 당연시하는 그들의 심성이, 바다를 지배하는 실력과 결합되었을 때 이웃 반도에 위치한 우리 겨레에 어떤 피해가 닥쳤는지는 이미 역사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바입니다. 

언변 좋고, 부티 나고, 사회적 지위도 번듯한,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사람, 아마도 우리 모두가 이런 유형이 되고 싶어하며 혹은 그런 사람과 친분을 맺길 원할 것입니다. 저자는 몽양 여운형을 가리켜 그런 축복 받은 인물이었겠다고 추정하며, 다만 이런 분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처럼, 해방공간에서처럼 좌와 우가 극렬히 대립하는 국면에서 과연 어떤 포지션을 취하는지, 양자를 조화롭게 중재하는 게 가장 바람직했겠으나 그런 고상하고 숭고한 시도가 좌절했을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지 실감나게 보여 준 위인이 바로 몽양 아니었겠냐는 취지로 말씀하십니다. 합리적인 중도가 설 자리가 없었다는 게 해방공간 비극의 한 국면이었음은 우리 모두가 통감하는 바입니다. 

p147을 보면 저자의 참으로 심오한 통찰이 담긴 말씀이 나옵니다. 해방공간은 과연 좌우의 대립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방울뱀도 동종의 공격에 대해서나 생사를 걸고 싸우지, 이종과의 대치 상태에서는 상대가 강하다 싶을 때 적정선에서 꼬리를 미리 내리는 게 보통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같은 우파 내에서, 또는 좌파 안에서의 권력 투쟁이 더 심각했으며, 이승만과 백범의 갈등도 두 사람 모두 (각각의 이유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대표하는 이들이었기에 더욱 심각성을 띠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두 사람이 대등한 위치에서 대립했는지에 대해 저자는 회의적입니다. 백범은 올곧은 지사형 인물이었지 권력투쟁 쪽에는 무관심했으며 실제로 한 살 연상이었던 이승만에 대해서도 대체로는 형님 대접을 하며 양보하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반면 이승만은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 권력욕의 화신 같은 권위주의적 성격이었습니다. 

"용서해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과거의 원한을 간직하고 살아야 할까요? 대체로 사람은 아무리 지독한 악몽에 대해서도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면 잊기 마련인데, 이는 머리가 나쁘거나 사람이 물러터져서가 아니라, 나쁜 기억을 갖고 사는 게 자신의 생리적 건강 유지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전후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 색출 처단은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었으나, 그저 생계 유지를 위해 적군에 몸을 허락했던 매춘부 등에 대한 린치, 마녀사냥, 사력구제 등 한심한 분풀이에 그쳤던 일부의 행태에 대해서는 이걸 자랑스러워할 게 아니라 반대로 자성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 칼 야스페르스 역시, 뉘른베르크 재판은 진정한 전범자를 가리는 정의의 심판장이 아니라, 거꾸로 크고작은 공범자들이 자신만은 가담의 책임을 면하려고 더 큰 범죄자를 지목하기에 바빴던 위선의 퍼레이드였다는 취지로 말한 적 있었다고 p199에 나옵니다. 

김일성은 과연 진짜 독립 운동가였을까요 아님 가짜를 덧칠한 과장일까요? 일단 나이 서른을 갓 넘긴 젊은 나이였다고 해서 그 많은 공훈이 그것만으로 부정될 근거는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북측에서는 만주 일대의 가혹한 기후, 지형 조건을 고려할 때 오히려 젊은이라야 그런 행적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옹호하기도 합니다. 반면, 만주 일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혁혁한 공적은 1920년대까지도 거슬러올라가는데, 그 많은 전승이 심지어 10대 시절의 김일성에게 낱낱이 귀속되는 게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하냐는 상식 선의 반론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한국전은 과연 남침을 유도한 미국의 음모 같은 게 개재했었나? 이 역시도 근 70년 동안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지는 오래된 논쟁거리입니다. 미 국무성에서 유엔 담당 업무를 맡던 D W 웨인하우스가 이미 한국전이 발발하기도 전에, 침략자로서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이미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수정주의도 두 갈래 입장이 있는데 하나는 브루스 쿠밍스(=커밍스)의 주장처럼 미국의 압도적인 구조적 유도 끝에 북한이 필연적으로 남침을 감행한, 사실상의 북침설이며, 다른 하나는 이 신복룡 박사님처럼 미국이 어설프게 뭔가 함정을 파 두기는 했었는데 우연도 다분히 개재하여 북한이 덜컥 미끼를 물었다는 입장입니다.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신복룡 박사님의 이 주제에 한정된 어떤 압권(壓卷)이 하나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었는데 마침 딱 맞게 이 멋진 신간이 출간되어 독자로서 너무 행복하고 책을 받아들어 읽게 된 자체가 영광입니다. 원래 주간조선에 연재되던 아티클을 모은 2017년 지식산업사판이 있었고, 이 신간은 그에 여운형, 김규식론, 남북협상 등의 화제가 더 보강되었습니다. 두고두고 읽으며 제 마음의 양식과 교양의 원천으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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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MZ(엠지) 스피릿 - MZ세대 세대 교체의 선두를 점하는 마인드셋
손동민 지음 / 라온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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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로부터 이런저런 말도 많이 듣습니다만 누가 뭐라해도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는 MZ가 이끌어갑니다. 엠지와 소통이 안 되면 그 회사에는 밝은 미래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관리직들도 어차피 이들과 함께 조직의 비전을 만들고 실천해야만 합니다. AI다 뭐다 해도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며 MZ를 이해 못 하고 그들 사이에서 겉돌면 종국에는 본인이 나가야 한다는 게 저 개인적 생각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 손동민 대표는 본인이 MZ이며, 그야말로 1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어려서는 엘리트 축구 선수였으며, 선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정면으로 비웃기라도 하듯 프로구단 현직 피지컬 코치와 브랜드 론칭 엑스퍼트를 겸하여 활동 중이며 4개 국어에 능한 분이라고 책날개에 나옵니다. 책날개에는 "축구에 재능 없음을 (스스로) 인지" 같은 대목이 있으나 이는 사실 겸손의 말이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도 프로 진출의 문이 너무도 좁기 때문에 실제로 1군, 나아가 2군 선수로까지 활동하는 경우가 극히극히 드뭅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의대 진학하고도 비교가 안 될 만큼 경쟁이 치열하죠. 운동 선수도 머리가 좋아야 프로에서 성공하며, 과거의 무하마드 알리나 현대의 메이웨더나 전성기에 한 대도 안 맞다시피 하던 영리한 스타일의 복서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손 대표도 두뇌가 우수한 타입 같아 보이며 4개 국어를 할 줄 안다는 말만 봐도 그 지능이 짐작됩니다. 

이분 소속이 삼성 블루윙스인데 사실 팀 자체는 좀 분발을 해야 합니다. 관중은 전에 비해 폭발적으로 눌었는데 성적이 강등권이니 말입니다. 반면 좀 죄송한 말씀이나 지역 내 라이벌인 야구단 라이온즈는 올해 갑자기 성적이 좋아져서 지금(2024. 10.13 오후) 플레이오프 1차전 진행 중이죠. 여튼 p78을 보면 콜라보 케이스에 팀명 로고 인쇄가 잘못되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했던 사례가 소개됩니다. 독자들 중에는 "아니, 고작 띄어쓰기인데 그냥 쓰면 되지"라고 할 분이 있을지 모르나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은 뜻만 전달이 된다고 다가 아니라 전체로서의 이미지가 통일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구조죠. 팬들이 가만있지 않습니다. 또 영어에서 띄어쓰기 하고 안 하고에 따라 뜻이 확 달라지는 예가 많죠. every day(매일), everyday(일상적인), long live(만세), livelong(전체적인) 등등. 사소힌 뉘앙스까지 포함하면 그 예는 끝도 없습니다. 

여튼 여기서 저자가 하고자하는 말은, 하나의 실수로 의기소침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의기소침은 오히려 완벽주의자, 능력자 들이 더 자주 빠지는 함정입니다. 무능자한테는 일상이 실수이기 때문에 타격이 오히려 없어요. 내가 의기소침해지면 팀원 전체가 같이 분위기가 다운되는데, 이는 저자가 팀스포츠인 축구 선수라서 더 잘 알 아는 부분입니다. 내가 침체되면 그게 나 하나의 고립된 저성과에 그치는 게 아니라 팀 구성 부분의 장애로 이어져 전체로서의 플레이가 모두 슬로우다운됩니다. 축구뿐 아니라 어떤 회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내가 바로바로 탄력적으로 회복하여 풀 펑션으로 가동되면, 그건 팀 전체의 효율 제고로 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에이스엠지에게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디폴트고), 계획하는 능력이 필요하다(p100)." 스스로를 에이스엠지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벌써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페이지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나오는데, 저자는 연초에 사주를 보러 간다고 합니다. 사주에서 길한 풀이가 나오면 현재 구상 중인 프로젝트를 그대로 밀어붙입니다. 만약 사주에서 안 좋은 말이 나오면? 그때는 현재의 구상에 어떤 문제가 있지 않은지 면밀하게 검토한다고 합니다. 검토한 다음에는? 그대로 밀어붙입니다. 이건 완전 답정너 아니냐 할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진행측의 능력과 가망성이 중요하지, 그럼 고작 점쟁이 말을 듣고서, 애써 여태 준비했던 사업을 그냥 접겠습니까? 정해진 건 디테일이 혹 수정될 수는 있어도, against all odds,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게 엠지의 정신입니다. 

요즘 자영업이 위기라고 합니다. 근데 자영업만 위기겠습니까?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가 레귤러하게 420조 찍던 시총이 지금 350조대로 내려왔습니다. 국부의 17%가 1년 새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게 그저 불황이다 아니다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 자체가 평생직업 신화를 털고 가는 단계에 진입해서인데, 엠지는 이럴수록 여러 재주를 몸에 익혀 (본업 주업이 있으면 더 좋지만) 복수의 부업으로 먹고 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요즘은 강남 건물주도 쉬는 시간에 배달해서 용돈 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책에서 우리는 상황에 잘 적응하는 기민성, 유연함, 불굴의 의지 등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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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부자인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 행복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정서 육아법
박소영 지음 / 북크레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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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장과정이라는 게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서 올바른 양육을 받지 못하고, 심성에 크나큰 상처를 입은 채 엇자란 영혼은, 사회에 나와서도 남을 배려할 줄을 모릅니다. 아무 말이나 생각없이 던지고, 상대가 항의하면 "내가 극T라서 그렇다'는 둥 말도안되는 변명을 뻔뻔스럽게 늘어놓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꼬드김에 넘어가 거액을 손해보는 등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실수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자신이 속지는 않았기를 바라며 자기위안 중입니다. 남에게나 자신에게나 공히 해로운 인간이라면 공동체에는 그라는 존재가 없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꼭 돈이 있다고 행복한 게 아닙니다. 돈이 있어도 그를 다룰 깜냥이 부족하면 차라리 가난하게 사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이 책은, 어떻게 해야 아이가 성장과정에서도 행복하고, 커서도 내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가르칩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부모 역시도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동시에 인생에 있어 무엇이 최우선의 가치인지 절로 깨닫게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고기를 직접 입에 떠먹여 주는 방법이 있고, 고기 잡는 근본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도 합니다. p56을 보면 저자께서는 세상에 참으로 많이 나온 게 (육아)기술서이며, 너무도 이런 기슬서가 많다 보니 내 아이에게 잘해주려는 엄마들이 그로 인해 피로감까지 느낀다고도 지적합니다. 이 중에는 올바른 방식을 독자들에게 가르치는 책도 많겠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책도 있어 독자를 오도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는 각각 지시하는 바가 서로 모순되어 독자를 실망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께서는 "기술서는 열심히 읽어 내고, 바로 잊으라"고도 합니다. 사람을 위기에서 구해 내고, 기로에서 바른 방향을 가르치는 것도 지식이지만, 너무도 많은 기술적 지식에 매몰되는 것도 곤란합니다. 기술적 지식(의 수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아이가 행복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들 포유동물은 어려서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가 무척 중요합니다. p108을 보면, 6살 때 아이의 두뇌 기본 골조가 세워지는데 이때 만들어진 신경망의 밀도, 정서적 건강도가 거의 평생을 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면 인상도 참 좋고 정서가 안정되어 보이는 사람이 누구 눈에도 그리 보이는데, 아마도 어려서 그 부모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겠구나 절로 짐작이 됩니다. 이런 사람이 사회 생활도 잘하고, 대체로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하는 수가 많습니다. 반면 혹여 운 좋게 많은 돈을 손에 넣었다 해도, 뭔가 자존감이 부족해서 엉뚱한 언행을 한다거나, 열등감 때문에 관계를 그르치는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특정 발달 단계에서 주어진 과업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p144를 보면 슬아엄마라는 분의 사례가 나옵니다. 이분은 어려서 아빠를 일찍 잃고, 친척 집에서 눈칫밥을 먹다가 나중에 다시 엄마(즉 슬아의 외할머니)와 합쳤는데, 이때에는 이미 엄마 옆에 새아빠가 생긴 후였습니다. 이러니 어떤 문제가 생겼을지는 우리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슬아는 아직 두 살인데 설령 문제가 있다 한들 아직 드러날 리 없고 전문가가 보기엔 방긋방긋 잘 웃는 등 아무 문제 없는 예쁜 아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아엄마는 아기가 혹시 자폐는 아닌지 내내 불안합니다. 엄마의 근본적 걱정은, 아기가 혹시 "상처 많은 자신"을 닮지는 않을까 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성장과정에서의 여러 문제점은 대를 이어 그 자녀에게까지 수직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호모 루덴스라는 말도 있듯 인간은 본래가 놀이를 좋아합니다. 파충류나 양서류가 장난친다는 이야기는 잘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인간은 특히나 놀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저 쾌감만 취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 교감하고, 사회적 지능을 발달시키며, 자연과 사물에 대한 지식을 얻기도 합니다. p195에는 이른바 playfulness라는 엄청난 자질을 아이에게 어떻게 심어주는지에 대해, 아빠와 엄마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약자로 PACE라고 해서, 아이에게 심어 줘야 할 미덕이 playfulness, acceptance, curiosity, empathy의 네 가지 요소가 있는데, 이 넷을 구체적인 설명으로 독자에게 가르쳐 주는 점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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