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 - 기아와 미식 사이, 급변하는 세계 식량의 미래
이주량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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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습니다. 산업혁명을 거치고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경제 구조의 중심이 바뀐 지금 농업의 가치가 퇴색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농업은 첨단 기술의 수렴점으로 서서히 성격이 바뀌어 점차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화학 비료의 개발로 생산량이 급등한 게 20세기 초의 일이며, 종자 개량 등 이른바 녹색혁명(p105) 이후 인류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조달할 수 있을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건강과 웰빙 등 새로운 이슈가 부각되면서 농업은 새로운 진화 단계을 맞게 되었습니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도 "잘만 지으면 농사는 매우 수지맞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생전에 남겼습니다. 저자 이주량 박사님은 한국과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으시고, 현장과 실험실을 두루 거친 경력에사 우러나오는 비전으로 한국 농업의 미래를 개관, 통찰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 생각에는 선물 옵션 등 이른바 파생금융상품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 같지만 이 책 p78을 보면 19세기 중반, 미국 남북 전쟁 근방인 1865년에 이미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선물 계약이 표준화했다고 나옵니다. 계약이 표준화하면 규격이 갖춰진 상품화로 성큼 다가서는 것입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는 1941년에 창작되었는데도 이미 군산 미곡 시장 일대를 배경으로 일종의 선물 거래를 주요 화제로 초두에 잠시 등장시킵니다. 사실은 농산물이야말로 기후, 작황, 지정학 리스크 등에 따라 수급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어느 상품(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선물 계약이 발달할 여지가 큽니다. 선물이라는 게 애초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마련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노름꾼들의 개입은 두번째 문제입니다. 

"미국의 곡창지대는 신의 선물이라고 불릴 만큼 완벽한 조건을 자랑한다(p99)."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며, 북미 원주민들이 농업에 적게 의존했던 사실만 봐도 알듯 관개 시설이 갖춰지지 못하면 최악의 지형 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아즈텍, 잉카, 마야 문명 등이 농업을 일찍 발전시킨 사실과 대조됩니다. 유럽 이주민들이 북미를 농업 천국으로 바꿔 놓은 공로는 인정해야 마땅합니다. p101을 보면 미국에서 농무부가 두번째로 큰 부서라는 게 강조되는데, 이런 사실을 보면 미국이야말로 농자천하지대본이 어울리는 나라 같습니다. 중국도 미국에 압력을 넣고 싶으면, 돼지 사육 때문에 수입하는 옥수수를 놓고 레버리지로 사용하는 게 다 이 때문입니다. 

p144를 보면 우리 나라 GDP에서 농업의 비중은 60조, 대략 2% 정도입니다. 저자의 설명대로 2%면 아주 미미한 위상 같습니다. 과거 개발 도상국 때는 30%를 넘나들었던 점과 대조됩니다. 그러나 책에 나오는 대로,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1차 산업이 이 정도 비중이므로 딱히 이상할 건 없습니다. 또 한국이 21세기 들어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베팅으로 반도체 생산이 단기간에 급증한 점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건 이른바 전방 농업 부문입니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후방 산업으로 알려졌는데, "전방" 농업이라니 무슨 뜻일까요? 책에서는 마데카 화장품, 냉동김밥, 삼양에서 나온 불닭볶음면 같은 걸 예로 듭니다. 이런 전방 농업의 규모는 대개 200조 원 가깝다는 게 저자의 평가입니다. 

p165를 보면 알 수 있듯 세계적으로 이름난 농산물 브랜드도 많고 그 예로는 한국에서도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끄는 제스프라 키위, 선키스트 오렌지 등이 거론됩니다. 이 브랜드들은 6차 산업이다 스마트농업이다 하는 말들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떴던 것들입니다. 이것만 봐도, 농산물이 포지셔닝만 잘 되어도 얼마든지 시장에서 히트상품으로 떠오를 수 있음이 확인됩니다. p225에서 호날두 같은 선수 한 명이 나오기 위해, 전세계 수십만 명의 그저그런(?) 유소년 선수들이 있어 줘야 한다는 저자의 비유가 나옵니다. 상추니 쌀이니 하는 것들이 비록 겉모습은 예전 농산물과 비슷하더라도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할 만큼 그 품종이 개량되었으며, 많은 연구진의 노력과 자본의 투입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p254에서는 DDT의 예를 들며, 한때 기적의 물질로 여겨졌으나(질병 퇴치, 병충해 박멸) 그 부작용이 속속 발견되며 마침내 금지 조치에까지 이른 상황을 설명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물질을, 예컨대 한국전 당시 피란민들에게 미군이 마구 살포하여, 나이 많은 분들 중 그때의 불쾌감을 아직도 회고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남극에는 DDT가 반입된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펭귄에게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면 환경 오염이라는 게 얼마나 심각하며 통제하기 어려운 이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선진 농업이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며, 그 필수 경로점에 환경보호라는 절대 가치가 놓임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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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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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작가님의 <시간을 건너는 집> 두 편 연작을 모두 재미있게 읽고 서평도 남겼더랬습니다. 반전이 돋보이는 장편 <너만 모르는 진실>도 제가 2022년 11월달에 읽고 역시 저의 느낌이 가득 담긴 독후감도 이 블로그에 등록했었습니다. 여중생들이 실제 미스테리를 해결한다는 이 소설도 일단 소재와 설정부터가 재미있게 다가왔으며 소설을 다 읽고서는 잔잔한 감동마저 밀려왔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추리소설은 대표적인 장르문학이며 실제로 S S 반 다인은 병상에서 일련의 추리소설을 읽고 자신만의 빼어난 작품들을 창작하는 특급 추리작가로 거듭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도 여중생, 여고생들이 특정 장르 공식에 맞춰 소설을 창작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보며, 장르 관습에 워낙 몰입해서인지 (그닥 재능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도) 제법 그럴싸하게 외관을 갖춰서 작품(?) 하나를 빚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장르 관행의 답습을 넘어 실제 미스테리 하나의 해결까지를 도모한다면? 사실 많은 추리물의 주인공들은 현실에서 초래된 부정의, 부조리를 도로 해소하려는 정의감에 가득찬 이들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회의 비위에 물들지 않은 여고생들이 현실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며 멋진 작품들도 함께 창작하는 이야기라면, 바깥에서 그저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뿌듯합니다. 

하지만 p12의 오지은처럼, 막상 기발한 이야기를 그저 상상만으로 창작해 보라고 하면 막막해지고 당혹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지은이에게 아예 "논픽션을 써 보라"고 권합니다. 하긴 현실의 미제 사건에 직접 관심을 갖고 그 진상에 대해 파고들다 보면, 어떤 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답에 구체적인 어떤 근거가 없다 해도, 논픽션물은 원래 그런 재미에 또 읽는 것이며, 실제로 과거에 있었던 여러 미심찍었던 사건에 대해 그런 식으로 파헤쳐서 대중의 관심을 모은 논픽션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추론 과정이 치밀하고 작가의 취재가 꼼꼼할수록 그를 지지하는 독자들, 팬들도 늘어납니다. 

2년 전 진송초등학교에서 일어났던 화재사건은 곡절이 대체 어떻게 되었던 걸까? 지은이는 신용섭 할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연세가 어지간히 많으신지 텐트라는 말도 잘 모르십니다. 사실 현재 구십 가까이 되신 분들도 이미 젊었던 시절에 버너 같은 것 챙겨서 들로 바다로 많이 다녔던 세대들이므로, 할아버지라고 해서 텐트를 잘 모른다는 데서 약간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할아버지 말씀으론 양파즙 같은 게 암환자한테 좋지 않다는 것이며, 교장 선생의 부인은 그예 죽고 말았고, 영자 할머니는 자신의 흡연 과실로 불이 났다는 걸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지은이는 정리합니다. 리포트 쓰는 품이 마치 직업 기자처럼 그럴싸합니다.     

예를 들어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들을 보면 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사건 현장(가상)의 지도를 자세하게 그려 놓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p51을 보면, 독자가 진송초교의 화재가 어떠했는지 제대로 상상해 보게 도우려고 그림이 나옵니다. 물론 이는 소설 속에서 지은이의 성실한 과제 해결 태도를 보여 주기 위함이기도 하겠습니다. 김하연 작가의 작품에서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더성장하려는 대견한 동기에서, 주어진 과제를 참으로 열심히들 해 냅니다. 

화재 사고다 보니 문제의 진송초 사건에도 담당 화재조사관이 있었습니다. 이분의 이름은 강한영(p88)이고 그는 노련한 직업인답게 날카로운 안목을 지녔으며 관찰력도 예리한 편이었습니다. 지은이의 풍부한 상상력은,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영자 할머니의 진술을 일단 믿고, 교장이 할머니 분장을 하고 혹시 불을 지른 것 아닐까 하는 단계(p108)에까지 이릅니다. 하긴 세상에는 이처럼 뒤에서 온갖 구린 짓을 하고 겉으로만 위선의 탈을 쓴 교장도 있기 마련이죠. 후... 이런 식으로 파고들다 보니 리조트 개발 관련(p128)하여 강지안의 아빠도 수상쩍은 면이 있었습니다! 이러니 우리 독자들은 대체 사건의 진상이 어떨지 궁금해서라도 책에 빨려들어가듯 계속 읽어나가게 되는데... 김하연 작가님의 책을 읽고 언제나 느끼게 되는 바는, 어린 영혼이 세상의 거친 파고와 맞닥뜨려 그리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거쳐 성숙해가는 그 대견한 모습을 바라보는 보람이었다는 점 꼭 말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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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경영 : 프로컨설턴트 편 - 억대 연봉 프로컨설턴트가 되는 커리어 성장 가이드맵 컨설팅 경영
황창환 지음 / 라온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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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많은 사례자들의 실제 성공 사례가 소개되어, 본래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꿔 오던 분들이, 저자 황창환 대표님을 만나 어떻게 성공적으로 프로 컨설턴트로 변신하게 되었는지가 자세히 소개됩니다. 실제로 p24를 보면 김oo라는 분의 사례가 나오는데, 제 대학 동기하고 성함이 같아서 혹시 그 친구 이야기인가 해서 더 유심히 읽어 보기도 했습니다(아니었지만). 책에 따르면, 원래 이분은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랬던 분이 드디어 회사를 나와 자신의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건데, 사실 이 분야도 요즘 포화 상태라서 정말 창업이 쉽지 않습니다. CX라는 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의 약자인데, 김oo씨는 한 대기업과 이 분야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시킨 후로 드디어 자신의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려 놓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 황 대표의 말에 따르면, 프로컨설턴트라는 직종이 정말로 큰 창의성, 도전 정신, 그리고 공감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 같습니다. 대기업에 일시 몸담았다고 다 성공한 인생이 아니며, 승진에 밀려 퇴직한 후 편의점이나 아이스크림 체인점을 시작했다가 그마저도 잘 안되어 형편이 어려워진 이들이 무척 많습니다. 사람의 진짜 능력은 길거리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분투하여 끝까지 살아남느냐를 지켜봐야 알 수 있으며, 본래부터 무능했던 사람은 그제서야 대기업의 외피가 벗겨진 채 진짜 자신의 능력을 맨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프로컨설턴트라는 직을 새로 시작하면서 자신의 진짜 적성을 발견하게 되고, 여태 맛보지 못하던 성취감을 새롭게 느끼며 더욱 큰 자아를 형성하게도 됩니다. 

하지만 막상 프로 컨설턴트에 도전해 보라고 하면, 과연 나의 경력을 잘 살려 이 새로운 길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지, 나아가 업계 으뜸가는 회사로 내가 키울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 책 p43 이하에,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설명이 이어집니다. 저자에 따르면, 마케팅, 영업, IT, 인사 등 어느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해도, 이를 바탕으로 프로 컨설턴트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대목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제 개인적 체험으로는 영업 분야에서 탑을 찍던 인력이 혹여 이 분야로 진출했을 때 역시 같은 수준의 성과를 내는 걸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여태 어느 분야에 몸을 담았건 간에, 각자의 경력과 그동안 키운 역량을 잘 활용하여 프로컨설턴트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경력 전환이라는 게 생각처럼 쉽지야 당연히 않죠. 그래서 p47 이하에 그 상세한 준비 과정이 나옵니다.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같은 자격증을 따는 것도 좋은데, 이게 필수인 건 아니지만 자격증 취득이 나쁠 거야 전혀 없고,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자신의 지식과 식견을 넓히게도 되므로 자기계발이라는 점에서 훨씬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싹수가 노란 사람은 벌써 시험이다 무슨 공부 어쩌구 하는 말만 들어도 머리에 쥐가 내리기 시작할 텐데, 마인드셋 자체가 퇴행적이고 협소하며 미숙한 자아에 머물러 있는 유형이라서 무슨 발전이라는 게 없습니다. 머리에 든 건 없으면서 어디 가서 남보다 우월한 위치는 죽어라하고 챙기는 이런 사람들이, 여태 해 오던 영역 외로 한 걸음만 벗어나는 순간 사회의 찬바람 앞에서 얼어죽습니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간혹 무능자가 제법 높은 지위까지 올라가는 수도 있는데, 특정 유력자에게 노예처럼 맹종하는 일차원적인 처세술로 간혹 그렇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후배 부하 직원과 거의 소통이 안 되는 게 다반사인데, 요즘은 이런 부하직원들도 윗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이라서 어차피 일정 선 이상을 못 올라갑니다(그렇다고 자기 분야에 전문지식이 있는 것도 아님). p65를 보면 의사 소통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고 나오는데, 이 역시도 창조지향적 이슈, 분석지향형 이슈, 가설설정형 이슈 등 그 유형에 따라 접근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p77)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p128에서 강조되듯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게 마련이며, 더군다나 요즘은 AI가 이끌어가는 시대이니 만큼 이것 관련 솔루션에도 관심을 계속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p155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컨설팅 분야는 도전과 성장이 가득한 직업이다." 나의 성공과 계발 그 자체가 목적이고 인생의 의의라고 여기는능력자들이 꼭 한 번 도전할 만한 분야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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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취업영어 실전 영작 시원스쿨 취업영어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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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든 그 회사에 들어가려는 지원자가 가장 기본적으로 작성,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이력서이겠습니다. 이 교재 p9를 보면 국문이력서와 영문이력서(외국계 기업에 들어가려는 이들이 써야 할) 사이의 차이가 표를 통해 간략히 설명됩니다. 보통 이력서(resume)라고 하는 것에 대해 갖는 개념을 놓고, 지금 이 표만큼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자료도 또 없지 싶습니다. 

국문 이력서는 정해진 양식에 따라 연대순으로 사항을 써 나가는 반면, 외국 기업은 그런 양식을 중시하지 않습니다. 에세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쓰면 됩니다. 물론 지금 고교, 대학 학부 작문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력서의 작성이므로, 자신이 살아온 마일스톤을 정확, 간결하게 기재해야 한다는 점이야 국내, 해외가 동일합니다. 또 구태여 고교 학력을 기재하는 점은 국내 기업에 대체로 한정된다는 점도 이 표는 독자들에게 상기시킵니다. "공손한 말투(필체)" 역시 국내기업 한정 유의사항입니다.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는 이들이 취업 준비 기간에 특히 유념하여, 수시로 들여다보고 되새겨야 할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7을 보면 "나만의 (영어) 문장 만들기"가 나옵니다. 여기서도 취업 영어 글쓰기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는데요. 한국에서는 대체로 개성있고 다채로운 문장 자체를 반기지 않으며 그저 획일적이고 정보 전달 위주의 기계적인 글을 강요하는 경향이 뚜렷하죠. 외국에서라면 블랙기업이라든가, 블랙기업과 사실상 다를 바가 없는 악덕 조직에서나 통하는 분위기인데도 말입니다. 반면 외국계 회사는 지원자가 구사하는 어휘나 표현을 보고 그 지원자의 내면, 비전, 성품, 성장 환경 등을 어림하는 풍조가 분명히 있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같은 극히 초보적인 표현에서도, p22 이하에 나오듯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는 점 구직자들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p30을 보면 다섯째 줄에 I'm not much of a~라고 해서 "저는 그다지 ~하지 않습니다."라고 해설이 나옵니다. 이 표현은 예를 들어 뒤에 scholar 같은 문장 성분을 넣으면 됩니다. 해석하면, "나는 그닥 학자 타입은 아니다." 정도입니다. 비록 책을 깊이 있게 읽고 관련 분야를 천착하는 쪽으로는 재주가 없으나, 현장에서 문제를 직관적으로 바로 파악하고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강조하고 싶을 때 먼저 이 표현을 꺼내면 좋겠습니다. 또 이력서에서라면 내가 여태 ~해 왔다는 문장만큼 자주, 또 필수적으로 쓰이는 게 없겠는데, 세번째 줄 I've been ~ ing이라면 거의 만능처럼 통합니다. 

p46을 보면 "저는 비즈니스 분석에 중점을 두고 복잡한 데이터를 해석하여 정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웠습니다."를 영작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이에 대한 모범답안으로는 책에 "My academic focus was on business analytics, learning to interpret complex data to make informed business decisions."가 제시됩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구인 측에서 원하는 정보가 다 포함된 문장이겠습니다. 영어는 이른바 물주구문이 많은데, "Balancing multiple projects and tight deadlines taught me time management and prioritization."이라는 모범답안도 한국식 어설픈 영작하고는 큰 차이가 나는 세련된 문장 같습니다. 

p63을 보면 "저는 시장 조사 방법론과 소비자 행동 분석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니다."를 영문으로 작성하게 합니다. "잘 안다"는 표현도 필수이지만, 조사방법론이라든가 행동분석 같은 용어가 영어로, 업계에서 통하는 말이 무엇인지 미리 알 필요가 있죠. 또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부분별로 나눈다"가 영어로 break down the problem into manageable parts"로 제시되었는데 여기도 여기지만, "각각 해결하다"가 뭔지를 좀 필요가 있죠. 교재에서는 address each one을 모범답안으로 내놓습니다. 골프에서 어드레스의 뜻이 뭔지를 알면 잘 다가오며 solve나 settle, fix도 좋지만 이게 더 고급스럽습니다. 

외국계 취업이라는 실용적 고민을 넘어서 자연스럽고 비즈니스 스타일이 잘 배어나는 문장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교재입니다. 분량은 슬림해 보여도 익힐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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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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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과연 어디에 놓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인류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똑똑한 이들이 아무리 궁리해도 쉽게 도출되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의 표준이 행여 정해지려는 순간, 숱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자신의 실질적, 혹은 감정적 이해관계를 지키려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나의 범주에 드는 사람으로 쳐 주거나, 반대로 배제시키려 들 때, 우리의 감정은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격동합니다. 그 순간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누구를 바라보고 살았으며 앞으로 무엇을 지키려 살아갈지 날카롭게 건져낼 수도 있고, 종전처럼 타성에 젖어 무덤덤하게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느낌을 일단 거친 이상,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미 내가 어제와 결코 같지 않으며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 정도는 이미 시리게, 혹은 통쾌해하며 자각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입니다. 그녀의 풀네임이 p11에 처음 나오고, 이후 계속, 예외 없이 미스 어밀리어로 불립니다. 에번스라는 성씨가 생략되는 것도, 고집스럽게 "미스"라는 호칭이 소설 내내 이름 앞에 붙는 이유도 독자는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故) 장영희 교수께서 일종의 해석처럼 개성적으로 취한 태도가 아니라, 카슨 매컬러스의 영어 원문부터가 그렇습니다. 시대와 장소는 크게 차이나지만 여튼 크게 보아 남부의 유한 계급 출신, 독립 성향이 강한 여성이라는 점에서 미스 어밀리어는 스칼렛 오하라와도 닮은 면이 있습니다. 괴퍅한 성격에 기이한 외모를 갖고 자신만의 고립된 영역을 일생을 통해 지키며 살아가는 그녀는 사실 일종의 부적응자(misfit)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을 비롯해 무릇 포유동물이란 어려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야 합니다. 그래야 감성이 불구가 되지 않고 현실에서 남들과 잘 어울리며, 무엇보다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소설 중반부에 나오듯 마빈 메이시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방치되듯 성장했습니다. 그러니 뛰어난 손기술이나 잘생긴 외모를 지녔어도 도대체 타인과 무난하게 융화할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장점이 있을 때, 사회에서 그래도 남들에게 인정받는 한 자리를 차지할 때 이게 꽤나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긴 하겠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출신 성분이나 교육 환경이 그처럼이나 열악하면 사회화에 매우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는데, 소설의 내러티브는 이 점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마빈을 추켜주는 느낌도 듭니다. 

고립된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마빈 같은 알파메일은 설령 그 신분이 사회적 약자라고 해도 자신에게는 엄청난 강자로 다가올 수 있었겠고 그처럼이나 많은 마을 여성들이 명예를 더럽힌 것도 이런 심리적 배경이 작용했겠습니다. 헌데 가장 고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 미스 어밀리어가 단호하게, 마빈의 취약한 사회적 신분을 냉혹하게 직시하며 전혀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세팅된 점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오히려 미스 어밀리어가 첫눈에 마빈한테 반하고, 마치 코니 채털리라든가 어우동처럼, 비천한 이성(남성)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거나, 캐서린 언쇼나 블랑슈 뒤부아처럼 대책없이 불한당 타입에게 끌려다닌다든가 해야 할 텐데, 소설에서 둘의 관계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진행됩니다(그랬다고 설명됩니다). 마빈이 야생의 알파메일 본성대로 미스 어밀리어를 쥐고 흔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갑질을 당하고(사회적 신분 차이를 감안하면 당연하지만), 얼토당토않게도 내면에서 피어난 찐사랑의 부작용(?)으로 인격마저 순치되니 말입니다. 

이 미스 어밀리어는 출신 계급의 영향과는 달리 속물적인 데가 전혀 없는 개성입니다. 인간말종 마빈을 마침내 교화하고 말았다는 스토리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수되는 롤플레잉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여, 마빈의 황량한 내면에 대해 한없는 경멸감을 확인한 후 거리낌없이 이를 표출합니다. 남 시선을 봐서라도, 비천한 하층민을 길들이고야 만 마나님 역할을 관객 앞에서 멋들어지게 해 내고픈 욕구가 일 만도 했건만 말입니다. 대신, 육체적으로 불구(여성치고 장신인 자신과 너무도 대비되는 면)이며 먼 친척이기까지 한 꼽추 라이먼 윌리스와 사랑에 빠지는데, 태어날 때부터 미스핏이었던 자신의 정체성(그것이 운명이었건 아니면 오기로 더 키운 면이었건 간에)에 끝까지 충실하여 한세상 살아낸 미스 어밀리어의 기막힌 고집에 우리 독자들은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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