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소통 -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박보영 지음 / 성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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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소통 

저자 박보영 대표는 소통의 전문가입니다. 요즘은 아무리 능력과 스펙이 뛰어나도 사람들과 소통이 서투르다면 사회적 성공이 힘든 세상입니다. 효과적인 소통은 발화자 본인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같은 집단에 소속한 타인들의 감정과 자존, 편의의 달성에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내가 존중받는다는 믿음이 생기는 상대방에게 더 많은 호의를 제공하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라 하겠습니다. 소통의 달인은 곧 인간관계의 달인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8에 보면 인간관계의 유형을 저자는 두 가지로 나눕니다. 헤어져도 되는 관계, 혹 헤어져야 해도 헤어질 수 없는 관계. 사실 전자라고 해도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직장에서 누가 을이라고 생각되어도, 기본적인 에티켓도 잊고 마구 대한다면 그런 사람은 변변치 못한 자신의 지금 자리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정말 뼛속에서부터 힘들게 하는 건 거의 대부분의 경우 후자입니다. 배우자가 나를 힘들게 하면 직장에서도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 뿐 아니라 하루하루가 지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당장 내 주변의 관계를 개선하면 하루하루가 날아갈 듯 즐거워집니다. 

p38에서 저자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에 대해 논합니다. 저자가 말씀하시는 대로 우리는 보통 나르시시즘이라고 하면 이기적이고 착취적인 attitude만 떠올리기 쉽지만, 참된 자존감은 자기사랑에서 비롯합니다. 어느 정도 나르시시스트 느낌이 나는 사람이 매력적이기도 하며, 당사자에게는 자기 숨겨진 역량이 십분 발휘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직장에서 행동이 쭈뼛쭈볏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 부족이 행동력 부진으로 이어지다가, 급기야 타인 탓으로 비화하기도 한다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이 설명이 설득력 있는 게, 저 단계 하나하나에 책임감 결핍이라는 요소가 꿰뚫고 있기 때문이죠.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게 EQ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이것 관련 연구가 시사주간 TIME에 실린 후 한국에도 급격히 인지도와 영향을 넓혔는데, 살면서 우리들도 절실하게 느끼는 바입니다.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상황에 순간 대처하는 능력은 편도체를 이끄는 감정인데,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제아무리 고지능자라 해도 머리가 하얘져 바보나 별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거죠. 저자의 소결론은, 상대의 감정 알람(alarm) 장치인 이 편도체를 평안하게 해 주는 존중, 배려, 공감을 축으로 소통하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이 책의 주제이자 제목인 "이기적 소통"이 대략 어디를 향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건전한 나르시시즘에 바탕한 이기적 매력과 활력을 유지하되, 상대에 대한 존중도 언제나 염두에 두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엄청 화가 났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p93)." 마치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첫문장과도 좀 닮았습니다. 사람에게 제일 힘든 게 자기객관화이며, 나에게는 그처럼이나 당연하고 뻔하게 다가오는 게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도 됩니다. "아니,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 아닙니다. 타인은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며, 알아야 할 이유가 애초에 없습니다. p92에는 퀄리아(qualia)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어떤 대상을 인지한 순간 복합적으로 동시에 확 밀려오는 어떤 감점들을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이게 막 벅차고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막힌 듯 마구 답답해지기도 하는 묘한 느낌인데,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릅니다. 

내 감정을 내가 잘 다스리게 되면 나의 능력이 어느 상황에서도 잘 발휘될 뿐 아니라, 장기 목표를 세워 꾸준한 동력으로 밀고나가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저자는 p109 같은 곳에서 이를 "자기 동기화"라고 명명하며, 감정 조절을 통해 내 안에 숨은 모든 에너지를 밖으로 끄집어 내 목적을 달성하게 하라고 권합니다. 내 감정을 내가 잘 다스리게 되면 이제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는 데에도 능숙해지게 됩니다. p247을 보면 말끝 하나, 표정 하나, 눈빛 하나에도 내 감정을 효과적으 싣고 전달하여 결과적으로 상대의 감정 역시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잘 나옵니다. p124를 보면 남을 배려하는 게 사실은 (그러는 척하면서) 나를 배려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만물에 고정된 실체란 없고, 따지고 보면 나와 너 사이의 경계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와 내가 결국 하나라면, 내가 건강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때 동시에 알트루이스트로 거듭나 소통과 관계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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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계단 학습 일력 : 한자편 (스프링) 무한의 계단 학습 일력 (스프링)
아르누보 편집부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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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형 일력 포맷의 한자 학습서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게임 무한의계단 캐릭터들과 배경이 그대로 나옵니다. 일년 365일 한자(漢字)를 하루에 한 글자씩 배우도록 한 구성입니다. 요즘은 이처럼 일력의 형식으로, 학습자가 한 번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공부하게 유도하는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예를 들어 1월 9일 란을 보면 다할 진(盡)이 나옵니다. 어려서부터 이 글자를 봐 왔다면 마냥 어렵게는 느껴지지 않겠지만, 사실은 그릇명 부수에 총획수 14획의, 제법 복잡한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자는 급수로 4급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교과과정에서는 이른 단계에서 배우지만 난이도는 제법 높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자는 특히 일상이나 책 안에서 어떤 단어,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를 어린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데, 교재를 보면 진심(盡心), 진력(盡力) 등에 쓰인다고 그 용례를 가르쳐 줍니다. 매 페이지마다 무한의계단 캐릭터들이 나와 우스운 대화를 주고받는 4컷 정도의 만화가 나오는데 물론 주제가 된 한자가 포함된 단어가 대화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어린 학생들은 그 맥락에 대해 더 분명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2월 13일을 보면 쇠 철(鐵)이 나옵니다. 사실 이 글자도 손으로 한번 써 보라고 하면 어른들도 바로바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글자는 나이 많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름 글자로도 많이 쓰였습니다. 앞의 다할 진보다는 더 쉬운 글자인지 급수는 5급입니다. 만화 마지막 칸에는 "첫말잇기" 코너가 있는데 철(鐵)로 시작하는 단어들입니다. 철도, 철근(鐵筋), 철강(鐵鋼) 등인데 이렇게 보니 참 쓰이는 데가 많은 글자입니다. 현대문명이라는 게 철 없이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으니 말입니다. 

3월 4일자에는 동녘 동(東)이 나옵니다. 만화에서는 의존명사 녘의 뜻에 대해서도 캐릭터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가르치는데 이 역시도 유익한 내용입니다. "동녁"은 특히 끝말잇기에 딱 좋은 단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들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동(東)자가 들어간 단어를 배우기보다, 연관된 다른 한자를 배우는데 서(西), 남(南), 북(北) 등입니다. 東은 쓰기도 읽기도 쉬워서인지 급수는 8급밖에 안 됩니다. 3월 9일에는 글자를 배우지 않고 사지선다 퀴즈가 나오는데, 네 선지 모두 독음은 "동문서답"이지만 답은 ①東問西答입니다. 그런데 이런 날짜에는 앞서 배운 글자들을 모두 모아 복습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3월 10일자에는 눈사람 배 위에 東西南北이라는 글자가 쓰였는데, 이걸 위에 트레이싱해서 따라쓰게 합니다.   

3월 24일자에는 이런 문제가 나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이 설명이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사자성어의 내용으로 맞을까요? 아마 뜻은 통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설명에 정확하게 해당하는 사자성어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인데, 사면초가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으나 여튼 답은 아닙니다. 같은 페이지에 거꾸로 답이 인쇄되었는데(바로 확인 안 되게 하려고), 역시 답은 X입니다. 4월 19일에는 刮目相對(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가 나오는데, 이 페이지에서도 캐릭터들끼리 재미있는 대화가 오고가지만 진짜 유익한 내용은 따로 있습니다. 연관어로 "일취월장(日就月將)"이 제시된 부분입니다.  

6월 30일에는 역시 사지선다 퀴즈가 나오는데 답은 ③우이독경(牛耳讀經)입니다. 그 뜻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알아듣지 못할 때"라고 가르칩니다. 하루 앞인 6월 29일에는 한자 경(經)의 뜻이 아닌 것을 고르게 하는데 답은 ③경치입니다. 경치는 한자로 景致라고 쓰는데, 이에는 經이 들어가지 않죠. 5월 11일 퀴즈를 보면 結□報□이라는 문제를 내고 빈 칸 안에 알맞은 한자를 쓰게 하는데 답은 ②草, 恩입니다. 아이들이 부담없이 재미있게 한자를 공부할 수 있어 좋았으나 인덱스가 없고 필순이 안 나오는 건 약간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긴 이렇게 예쁜 책에 너무 많은 걸 더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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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을 망친 자본주의 - 역사학자가 파헤친 환경 파괴의 시작과 끝
마크 스톨 지음, 이은정 옮김 / 선순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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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상 미증유의 혁신과 번영을 가져왔지만 그 이면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낳았습니다. 환경파괴, 인간소외, 빈부격차, 기존 정신적 가치의 타락과 퇴조 등 일일이 손에 꼽을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자본주의의 가장 큰 기여인 경제성장조차, 앞에 열거한 각종 부작용들 때문에 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해 깊은 회의가 제기되는 지경입니다. 저자 마크 스톨 박사는 인류의 지난 역사를 개관하며 무엇이 우리를 이 지경으로 몰았으며,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겪게 될 갖가지 곤경을 어떻게 타개할 방법은 없겠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alternative)은 혹 무엇이 있을지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분업의 기적은 애덤 스미스가, 무역의 편익은 데이비드 리카도가 자신들의 고전 경제학 저서에서 매우 완성도 높게 각각 논증한 바 있습니다. 베네치아와 제노아는 각각 이탈리아 반도의 오른쪽, 왼쪽 깊은 코너에 깊숙이 자리하며, 지중해 무역을 통해 운반된 물품들이 유럽 대륙에 상륙하는 최요지로서 큰 번영을 누린 도시국가들이었습니다. 저자 스톨 박사는 스미스와 리카르도가 고전 경제학의 기초를 닦기 훨씬 이전부터 이 나라들이 고도의 제조업과 무역업을 발전시켰는데, 다른 나라가 아직도 중세적 질곡에 신음할 때 이들은 벌써 자본주의적 시스템을 놀랄 만큼 갖춰 가는 중이었다고도 주장합니다.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계급 분화(p63)도 이미 이때부터 태동되었다는 게 박사의 주장입니다. 

영화 <브레이브하트>에도 나오듯 원래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서로 잡아먹으려 으르렁대던 앙숙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체급 차이는 워낙 컸고, 스코틀랜인들의 진정한 현명함은 잉글랜드가 해양 제국을 건설해 감에 따라 그 영향권 하에 자발적으로 편입(p116)되어 번영의 큰 몫을 함께 누리려고 일찍부터 결심을 굳혔다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엘리자베스 1세 국왕이 통크게 스코틀랜드의 스튜어트 왕조를 브리튼 전체의 주권자로 그 후계를 긍인해 준 결단에서도 일부 원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비록 스코틀랜드의 상인층과 귀족, 왕족의 이해관계, 공유문화가 크게 달랐다고는 해도). 책에서는 이렇게 중근세, 근대의 역사를 짚으면서도, 제조업이 고도로 발달한 곳에 반드시 독성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이 필연적으로 따랐음을 서술하며, 자본주의가 포태했던 이 역사적 원죄 패턴에 예외가 거의 없음을 지적합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초석을 놓은 3명의 대가(大家)로 제번스, 칼 멩거, 레옹 발라를 보통 꼽습니다. 그런데 이 책 p182에서도 지적하듯, 심지어 그 제번스조차도 자신의 활동 시기인 19세기에 벌써 "현재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반성 없이 계속되면 미래 세대가 쓸 자원이 부족해진다"고 내다보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신고전파를 계승한 진영과 정반대되는 쪽에서 친환경 담론을 생산하는 상황을 볼 때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19세기 중반의 자원보존운동(conservation of resources)에 대해 간략히 짚으며, 이런 움직임이 현대에 들어 비로소 활성화한 게 아니라 브레이크 없는 자본주의의 해악이 현실화한 때에는 예외 없이 이런 자성과 경계의 거센 반작용이 있었음을 예리하게 귀납합니다.     

일단 관개시설이 갖춰지고 1차 산업의 기반이 마련되자 북미대륙은 전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부상할 자격을 여실히 즘명해 보였습니다. 여기에, 2차 산업혁명이 철도, 철강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오자, 미국은 자본주의 발전의 중추지대로 확고히 자리잡았습니다. 노예노동, 플랜테이션이 이끌던 농장자본주의는 산업자본주의로 전환하고, GM, 포드는 미국인들의 일상에 개인용 자동차를 보급하면서 1920년대 이 흐름의 중핵으로 떠올랐습니다(p220).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지적을 하는데, 이 거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상징하는 1차 산업혁명,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대표하는 2차 산업혁명 등이 주도한 산업자본주의 단계를, 이 책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본주의 단계로 전환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본주의 발달에는 "여성의 적극적인 소비 참여"도 한몫했음을 또한 빠뜨리지 않고 짚습니다.        

p266 이하에서는 소비자본주의의 세계화를 규정하며, 1990년대 동서냉전 종식과 함께 도래한 세계화의물결이라는 게, 사실은 이미 1960년대 운송혁명과 함께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부각합니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소비주의와 소비자본주의를 엄격히 분별하는데, 평소에 쓰지 않던 물건을 새로이 입수해 써 보려는 경향이야 인간의 본성이지만, 소비자본주의는 빨리 쓰고 빨리 버리는 행태를 자본주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 무서운 함정, 자본주의의 말기적 행태를 가리킵니다. 동유럽 사회주의권에는 소비주의(consumerism)이 침투하여 망했고, 이제 전세계에는 소비자본주의의 마각이 골수까지 퍼져 인간 생전의 보루를 좀먹습니다. 우리들도 이제 발상과 행동의 대전환을 꾀해야 할 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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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세계일주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4
박빛나 지음 / 유앤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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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하는 빵빵 시리즈 열네 번째 권입니다. 그림체도 귀엽고 세상 어떤 캐릭터들과도 닮지 않은 독특한 모습이죠. 만화를 재미있게 읽어 가는 중에 지식도 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함께 넓어지는 정말 좋은 책입니다. 앞으로도 백번째 권 넘게 계속 나와서 아이들과 함께 커나갔으면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다섯 개 대륙을 찾아다니는 내용입니다. 캐릭터들도 그대로인데 아빠, 엄마, 마리, 그리, 이렇게 네 명입니다. 아빠가 그새 나이가 드셨는지 눈이 나빠지셨는지 안경을 쓰셨습니다. 커다란 열기구에 올라 놀라움과 기쁨 가득한 표정을 한 나리와 엄마의 표정을 보면 우리 독자들도 빨리 이 가족이 떠나는 지면상의 세계일주에 동참하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첫번째 나라는 네팔인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10개 중 8개가 이 나라에 있는 만큼, 왜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지 잘 설명해 줍니다. 석가모니도 이 나라에서 태어났으며 룸비니가 출생지로서 지구 도처의 불교 신도들에게 성지로서 존숭됩니다. 그런데 정작 이 나라 국민 대다수는 힌두교를 믿는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페이지 하단에는 네팔의 국기를 색칠할 수 있는 컬러링 코너도 있고, 본문에서 배운 지식을 초성 퀴즈로 테스트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요르단은 중동인데도 석유가 나지 않아 이웃 나라들로부터 원조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랜 왕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끄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매우 동질성이 큰 인구 구성이기도 합니다. 또 로마가 고대 지중해를 통일한 제국이었던 만큼 로마 유적도 많다고 합니다. 고대도시 페트라는 왕들의 무덤인데 요르단에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이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는 아빠 엄마의 설명에 딸 마리와 아들 그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합니다. 확실히 부모님들은 어렸을 때 아이들과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니며 추억을 만들어 줘야 애들이 나중에 커서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책 p78에 나오듯이 파키스탄은 인구 2억 2천에 이르는 매우 큰 나라입니다. 영국으로부터 인도 제국이 독립하면서 오히려 무슬림 지구가 분리되어 생긴 나라입니다. 그러나 인류 문명의 한 발상지인 인더스 강이 이곳을 관통하고, 인도 전체를 지배하던 제국의 심장부가 이곳에 위치했던 적이 많았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죠. 막내 그리는 모헨조다로 유적이 3천 년 넘는다는 아빠의 설명을 듣고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나라를 돌아보면서 지도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대략 이 나라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어린 독자들이 감을 잡게 도와 줍니다. 책에는 안 니오지만 하라파 유적도 유명하죠.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인데 인구도 4천만이 넘어 우리나라보다 그리 적지도 않습니다. 화폐는 흐리브나를 쓴다고 합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설명하길, 석탄, 철광석, 선철 등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기도 하답니다. 전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수도는 키예프라고 나오는데 이것은 사실 러시아식 표기이죠. 마리는 우크라이나를 칭찬하길 "딱 나 같은 나라"라고 합니다. 그리가 그 이유를 묻자 마리는 "모든 것을 다 가졌으니까"라고 대답합니다. 마리는 본래 이렇게 애가 좀 자뻑입니다. 

리비아(p164)는 지중해에 면한 북아프리카의 나라입니다. 남부는 대부분 사막이며 가다메스란 도시는 사하라 일대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도시라고 하니 어린이들이 잘 알아 둘 만한 알찬 지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아시스와 도시 성립의 관게에 대해서도 엄마가 잘 설명해 줍니다. 또 이 나라는 여러 차례 침략을 당해서 다양한 문화 패턴의 유적이 남았다는 점도 아빠가 가르칩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참 오지랖도 넒고 똑똑하신 부부입니다. 호주(p206)은 인구밀도가 매우 낮고 해안선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하며, 베네수엘라는 앙헬폭포가 유명하고 정치 문제 때문에 고생 중이라고 엄마가 일러 줍니다. 그리는 혼자 오버하며 자신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되어 모든 걸 바꿔 놓겠다고 큰소리치는데 아빠는 "네 국적은 대한민국"이라며 현실을 일깨우는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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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패턴 러시아어 회화 - 내 인생 첫 번째 러시아어 내 인생 첫 번째 시리즈
일리야 벨랴코프 지음 / PUB.365(삼육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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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는 글자 모양도 낯설고(끼릴 문자) 격변화도 까다로워서 글쓰기나 말하기나 문장을 구성하기가 힘들기에 학습자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편입니다. 이 교재는 생애 처음으로 러시아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을 배려하여, p14에서 러시아어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가르칩니다. 제 경험상, 학습자들이 그저 단기간에 속성으로 빨리 말하고 쓰는 흉내부터 내려고 이런 기초를 후다닥 날림으로 넘어가면, 나중에 기초를 부실하게 행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됩니다. 이 책은 알파벳만 간단하게 가르치지 않고, 알파벳에 대한 해석까지 정성 들여 설명합니다. 이런 부분도 독자는 대충 넘어가지 말고, 꼼꼼하게 배워서 내면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끼릴 문자에는 로마자에 없는 다양한 글자들이 있습니다. p18에는 й라는 글자가 나옵니다. 저자 일리야 벨랴코프 선생님은 글자 이름을 "이 끄라또꼬예"라고 일러 주는데, 그 뜻이 "짧은 이"라는 것까지 말해 주네요. 저는 이런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대학 교재들은 알파벳을 가르치며 이런 내역까지 짚지는 않고 간략하게들 넘어가는데 그래서는 흥미가 안 생깁니다. 또 저자는 "발음은 '이'처럼 나지만 사실 저 발음은 모음이 아닌 자음 분류를 받는다"고, 존댓말로 정중하게 가르치십니다. 이런 대목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기초부터 꼼꼼하게 가르치는 분인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는 러시아어만의 특징은 아니고, 우리가 중학교나 초등 고학년 때 배운 영어에서의 반자음 [j]와 완전히 같습니다. 음성학적으로는 경구개 접근음입니다. 

ш의 경우 저자는 영어의 shelter라고 할 때의 그 발음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 부분 설명할 때도 마치 앞에 학생들을 두고 말로 설명하는 것 같은데, 한국의 학교에서도 오래 공부하신 분이라서인지 말투가 한국의 엠지가 말하는 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예로 드는 단어는 шапка인데, 발음은 [샵까]에 가깝다고 책에서 설명합니다(뜻은, 러시아 특유의 그 털모자입니다). 이 책의 인트로에서는 이처럼 모든 단어에 한국어 발음을 달았습니다(본문은 그렇지 않습니다). p24에서는 특히 러시아어 공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가르치는데, 특히 4번, 한국어에서 목적격으로 말하는 문장성분을 러시아어에서는 여격(~에게)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은 직관적이면서도 매우 도움이 되는 설명입니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후기를 쓰는 11월 중순 기준, 출판사 pub365 사이트 자료실에 아직 음원 mp3가 업로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유료든 무료든 조속히 올라오기를 독자로서 기대합니다. 

p108의 패턴35를 보면, "나는 축구를 하는 거 좋아해"라는 뜻의 문장이 나옵니다. Я любишь играть в футбол.라고 쓰며, 읽기는 "야 류비시 이그라찌 프 풋볼" 비슷하게 읽죠. 이 단원에서는 동사 любить의 활용법을 주로 가르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대표 문장은 하나지만 그를 응용한 문장은 단원마다 열 개가 넘게 제시되었으므로 자신에게 필요한 걸 골라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Что ты любишь делать?라는 문장이 바로 밑에 나오는데, 뜻은 "넌 뭐 하는 거 좋아해?"라고 나옵니다. 발음은 "슈토 띄 류비시 젤라찌" 비슷합니다. 저자께서 항상 강조하는 것처럼, 러시아에서는 전치사의 활용과 격변화가 다른 언어와 매우 다르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p109 하단의 играть в에 대해 특히 자세하게 알려 줍니다. 

p156을 보면 Он раньше был студентом.이라는 문장이 제시됩니다. 발음은 "온 란셰 븰 스투젠톰" 비슷하며, 그 뜻은 책에 나오는 대로 "그는 예전에 학생이었다"입니다. 정말 특이한 건 동사 быть의 과거형 был을 쓰는 것까지야 쉽게 납득할 수 있는데, 보어로 주격이 오지 않고 무려 조격(助格. творительный падеж. instrumental case)이 온다는 점입니다. 이 러시아어에서는 시제와 격이 함께 변하며 의미를 나타낸다는 점이 몹시도 특이하며, 학습자들이 주의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어렵고 까다로운 러시아어를 최대한 쉽게 해설해 주는 점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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