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 구본형의 자기경영 1954-2013
구본형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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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줄 것만 같았던 소중한 존재의 상실, 떠나감은, 떠나간 대상의 그것보다 더 크고 깊은 차원의 슬픔을, 남겨진 우리 자신에게 안기고 떠나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언제나, 남겨진 사람의 상처와 몫으로 남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고인이 스스로 작명하여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뜻으로 그를 향해 불러 주곤 했던 애칭 그대로, "변화경영사상가"로서 그리 길지도 않으셨던 삶을 산 구본형 선생, 하지만 그가 남긴 글과 말은 제법 두툼한 두께의 유산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적지만도 않은 추억에 우리가 그러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더 많은 소출을 기대할 수 있었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우리의 소홀함으로 인해 아까이 떠나 보내고 말았던 그 자책에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뼈어난 글과, 더 빼어난 안목, 실천의 자취로 우리의 영혼에 깊은 흔적을 남긴 "스승"은, 방대한 양의 전집으로, 떠나간 그를 애상하는 일도 의미 깊으며, 반대로 간이하나 압축적인 한 권의 집결로 보다 편하게 우리 곁에 두는 일도 적지 않은 위안과 효용을 가져다 줍니다. 이 책은, 故人이 생전에 남긴 에세이 중 가장 정수다 싶은 명편을 뽑아, 예쁜 디자인으로 엮어 낸 한 권의 대표 선집입니다.


그 는 거창한 말로 존재를 과시하는 유형도 아니었고, 감동적이면서 폐부를 찌르는 생활형, 실천형 전도사였기에, 또 생전의 그가 누누이 강조했듯, 삶과 그 열정의 일부와 작용으로 글쓰기에 전념했던 분이었기에, 사실 어떤 글을 읽어도 선집 통독, 탐독의 효과가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우리 독자와 "제자"들이 무엇을 랜덤으로 가려 뽑아 읽어도 의미 있는 추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겨진 이들 중에도 더 각별하고 농도 진한 인연으로 생전에 그를 보필했던 분들의 솜씨와 땀이 배어 추린 글들이라면, 그 의미는 더 확충될 수 있겠죠.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어쩌면 그들의 스승의 부활, 불멸을 기도하는 제자들의 애타는 바람일지 모릅니다. 그 증좌는, 책의 편제가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다시 봄"의 꼴로 짜여지고, 이 5개의 장 안에 그 성격에 걸맞는 에세이들이 알뜰히 열을 지어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이죠. 계절은 그 소생과 성숙, 결실과 동면, 그리고 다시 소생하는 감동의 사이클로, 우리 인간이라는 종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느낌으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유한한 생명을 불꽃처럼 태우다 스러진 위대한 스승도, 그 가르침과 영향만은 불멸의 그것으로 남아서 우리 곁에, 그리고 우리의 종이 지속되는 한 그 후손들의 곁에 영원히 살아서, 나고 자라며 피고 지다, 다시 거듭남의 주기를 무한히 반복하리라는 그 간절한 희망 말입니다.


글로 영원한 생명을, 살아서 그 치열한 실천과 가르침으로 우리에게 지속적 존경을 얻은 스승의 언명들은, 이 책에서 보듯 여전히 그만의 개성과 향취로 한 클러스터를 이루어 부지런한 생산의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중입니다. 그 스승은, 이 책의 어느 한 편(p188)에 잘 나와 있듯, 학부 시절에 걸출하고 온화하며 인지한 한 분의 스승을 통해 그 인품과 영혼이 길러진 그런 분이기도 했습니다. 길현모라는 대석학이 바로 그분이죠. 학문의 기계적 정밀성 면에서보다, 한 인간으로서 밀도 높은 진정성으로 제자들을 감복하는 전인 교육의 대가였던 선생은, 다시 그 제자들 중 한 명을 이처럼 구루로 키워 내었고, 우리 역시 자기 계발의 알찬 생산과 피드백 과정 이면에 인문의 뒷받침이 존재해야만 한다는 걸 열렬히 지지합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산 스승이 다시 스승을 낳았습니다. 무한한 선순환과 재생의 소통은, 이 작고 예쁜 한 권의 책으로 그 촉매와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 다시 절감하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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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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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의 미발표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2000년 이후 그가 머물며, 노년의 웅숭깊은 사색의 산물로 글을 풀어 내고 빚어 온 바로 그 거처를 선생과 그 주변에서 노란 집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노란집에서 나온, 언제나 활력에 가득 차 뜨락을 자기 영역으로 누비고 다니는 병아리들이 우리에게 끝없는 영감을 제공하듯, 물리적 노년에 접어드셔서도 젊은이를 압도하는 에너지, 긍정의 아우라, 그리고 재치를 곁들여 특유의 현실 비판이나 깊은 통찰을 보여 주신 선생님, 그 최후의 흔적과 가르침이 전혀 못 보던 모습으로 우리에게 이처럼 출현함은, 신의 선물, 혹은 저 멀리 계신 당신의 반갑기 그지 없는 마지막 인사라고 해도 좋습니다.


선생의 유작 모음이, 산뚯한 저 그림들(이철원 선생의 솜씨들입니다)과 곁들여져, "노란(갓 피어난 생명의 활기와 유쾌함을 상징하는 색깔)집"이라는 타이틀로 엮여져 나옴은, 앞서서 말한 대로 물리적 죽음의 유산임을 어쨌든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설적입니다. 그러나 생전의 선생은, 언제나 활력과 위트를 뼈 있는 가르침과 폭 넓은 각성에서 빼 두신 적이 없다는 점, 그리고 거창한 의미 부여에 자신과 독자를 매몰시키려 드신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러 주셨으면 하는 우리의 기대에 의외로 잘 부응하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노란집에서 그가 쓰시고 이렇게 남긴 글들, "노란집"이란 제목을 달고 예쁘게 나온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유작의 느낌보다는, 언제나 선생이 발랄하고 거침 없이 발화하던 그 어조 그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매번 보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선생은 데뷔작 나목에서부터, "그 많던 싱아...", "아주 오래된 농담"에 이르기까지, 참 한결 같으신 모습이었습니다. 선생은 이 유작, 미발표 원고 모음에서도, 전혀 변하시지 않고 그대로인 모습,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앞두고 쓰신 글들에서도 생전 당신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시고 있습니다. 인격과 작풍의 일관성이 그대로 배어 있기에, 우리는 반가우면서도 가슴이 아픕니다. 정직하고 고지식하게 자란 어린 시절의 일화("사탕가게의 깨어진 유리창"), 장년의 뒷부분에 들어 겪은 한 지인의 아드님 결혼식 참여 회상("소탈한 결혼식과 서툰 주례사의 스승"), 몸에 배지 않은 어색한 존칭과 격식 그 이면에 자리한 가식과 불성실에 대한 풍자("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어느 것 하나 생전의 그 위트와 풍자, 일침과 다정한 미소의 묘한 공존에서 벗어나는 게 없습니다. 그는 노란집 아니라 생전 그 어느 시점, 사후의 한 길목에서도, 놀라운 일관성으로 그의 언어를 전달합니다. 그 말에는 한 사람이 짓고 가꾸었다 여기기 좀 힘들 만큼 다양한 숨결이 녹아 있습니다만, 그 색채와 일관성이 워낙 설득력 있게 배어나는 터라, 읽는 이들은 언제나 그 곁에 머물러 줄 것만 같았던 바로 그분의 체취를, 어려움 고마움 없이 흡입하는 공기처럼 그저 소비할 뿐입니다. 이래서 더 아쉽고, 이래서 더 슬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선생의 지난 글들이 언제나 그랬듯, 읽고 또 읽어도 물리질 않습니다. 그래서 신기합니다. 가뜩이나 반복 반추가 가능한 웅숭깊은 글들을 남기고 가신 분인데, 또 이렇게 예쁘고 선생 당신 다운 책이 나왔으니, 서글프게도 또 당분간 당신의 부재를 잊을 수 있습니다. 생전에 그리 한결 같은 모습을 보이던 당신이, 사후에조차 또 이런 유산을 예비해 두셨으니, 우리는 진정 당분간은 아쉬운 줄 배고픈 줄 잊고 살 것입니다. 끝없이 희망과 공염을 산출하는 그 아늑한 "노란집의 노란집" 덕택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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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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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그 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다니기만 하는 분인데, 보면 언제나 근엄하고 무게 있다는 인상을 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업무 능력은 빼어나나, 그런 퍼스낼리티가 호감을 주지 못 하기 때문에, 결국 높은 직위에의 승진은 힘들 것이라고 점치는 동료들이 많죠. 그런데, 이 분이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거나하게 술이 취한 채 문을 나섰고, 나오는 골목길에서 저와 어깨가 맞부딪혔죠. "이제 골치깨나 아픈 시비나 신경전이 벌어지겠군. "싶었는데, 예상과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사실 저보다 나이도 더 연상이시거든요. 참 의외였습니다.


(사례 2)

대 학 때 저의 선배였는데, 역시 별 사교성 없고 성미 까다롭고 사소한 일에 신경질 잘 부리는 사람이었어요. 안경도 껴서 참 인상까지 비호감을 더했습니다(안경이 유난히 안 어울리는 타입이었습니다. 안경 일반에 대한 매도는 아니구요. 안경은 저도 꼈으니까요). 이 사람이 MT 가서, 술도 안 한 채 그냥 자기 자리 가서 자는 겁니다. 우리는 그 김에 뒷담화깨나 해 댔구요.

다음 날 아침, 이 선배가 전날 지시해 둔 이것저것을, 우리도 같이 늦게 일어난 탓에 하나도 준비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잔소리깨나 듣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선배한테 다가가니, 막 부시시한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중이더군요.

"저기요 형...."

"어, 그래? 됐다."

안경을 벗은 그의 표정은 참 맑고 착해 보였습니다. 잠시 후 안경을 끼고 나서도, 잠에서 막 깬 그는 정말 선량하고, 말이 통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죠.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사례 3)

아 마 한 7년 전쯤 읽은 천계영의 만화 한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과, 대단한 재력을 갖춘 출신의 (요즘 말로) 차도녀와의 옥신각신이 그려진 대목이었는데요. 서로 잘 맞지 않아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던 터에, 우연히 술 한 잔 걸치고 이 차도녀가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한 후, 정말 흉금을 트고 대화하는 일이 생깁니다. 알딸딸한 기분에 차도녀는 평소 안 하던 말이나 신세타령을 늘어 놓는데요.

주인공은 그 말은 흘려 들으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놓치지 않고 주시합니다.

"표정이 풀리니 제법 귀여운 얼굴이었구나."



아마 제 생각에, 전형적인, 에고에 사로잡힌 인간과, 그 에고를 잠시 잊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인간, 그 둘의 차이를 잘 드러내 주는 게 위의 세 가지 에피소드가 아닐까 합니다(제 경험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요). 둘은 분명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그 차이를 느끼건 그렇지 못 하건 간에, 타인에게는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달라질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격한 편차를 드러내는 걸 우리는 흔히 겪습니다.


물 론, 사람이 일관성을 유지 못 한 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이것 말고도 더 극단의 예가 있을 겁니다. 천의 얼굴을 하고 돌아다니는 사기꾼, 공약을 지키지 않은 채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정치인, 곡학아세하는 학자가 다 그런 류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순전히 계산에 의해서,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가면을 바꿔 끼운다는 점에서, 이 책의 주제와는 거리가 좀 멉니다. 그런 경우라면, 요즘 인기 있는 범죄심리학 도구인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으로 분석하면 되겠죠. 이 책에서 "영적 구루" 톨 레가 이야기하는 건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들입니다. 소수의 악당 유형이 아니라, 평범하고 선량하며 서로가 서로를 닮아 있는 우리들입니다. 아무런 악의 없이, 나 외의 또다른 나(톨레는 결론적으로, 그건 독립된 실체가 없으니 우리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뿌리칠 수 있는 대상이라고 규정합니다)에 의해, 참다운 나를 배신하고 다른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고, 그 와중에 타인에게 의도하지 않은 피해와 상처를 주고, 결국 나 자신을 (정도의 차는 있겠으나) 정신병으로까지 몰아가는, 나로부터의 소외, 참된 나와 허상(이를 톨레는 "에고"라고 칭합니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자는 게 이 책의 주제입니다.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힐링의 이슈도, 이 책의 관점에서는 아주 피상적이고 고식적인 해결에 불과합니다. 마음의 병과 상처는, 참다운 자신과, 거듭되는 환경과 상황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막인 "에고" 사이의 불일치에서 오는 건데, 이를 건드리지 않고 무슨 치유가 가능하겠습니까? 근본의 문제를 고치면, 자잘한 질환이야 그때그때의 항생제 처방 없이도 발본색원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톨레의 말은 그것입니다. "놓아라, 놓아 버려라!" 무엇을요? 너 자신이 아닌데, 네가 너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자아, 에고"를 저 멀리 떠나 보내라는 겁니다. 확실히, 나 아닌 다른 것이 제 의사(意思)를 가지고 나의 내면에 자리 잡고 앉아, 나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면 그건 무서운 일이고, 이성적, 과학적인 방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악마에게 possess 되어 무섭고도 가련한 모습으로 변하는 소녀 리건 맥닐처럼요. 결국 무당이나 신부님들을 불러 오는 것말곤 해결책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책에서 얘기하는 건 그런 경우가 아닙니다. 톨레가 파악하는 "자아, 에고"는, 반복된 체험과 생각, 감정의 덩어리일 뿐 자기 의사를 갖고 있는 실체가 아닙니다. 그랬다면 문제가 심각할 텐데,다행히도 그게 아니라 허깨비에 가까운, 응결된 먼지 덩어리에 가깝다는 게 톨레의 주장입니다.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간단하죠. "Let it go!" 놔 주면 됩니다. 손에 잡지 말고, 놓아 주면 됩니다.


이 책은 일단 프로이트의 심리학 기초를, 과학이 아닌 인문적 수위에서 익힌 교양인(예컨대 이드, 자아, 초자아의 개념 파악이 되신 정도의 분들), 그리고지난 시절 심대한 영향력을 독서인과 대중에 끼쳤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를 읽으신 분이라면, 상당히 두꺼운 편인 분량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빠른 속도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읽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톨레가 주장하는 바 "에고"가, 프로이트적 "자아"와 정확히 일치하는 건 아니고(톨레가 이렇게나 의미를 확장하고 있는데 당연히 아니겠죠), 심지어 톨레의 출발점이 반드시 프로이트 개념이라고 보기도 힘들지만, 프로이트식 체계에 익숙한 분이라면 분명 책이 더 빨리 이해될 겁니다. 프롬의 책을 읽은 분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톨레가 자기 이름을 바꾼 계기와 대상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에 대해, 프롬의 그 책이 얼마나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까. 이 책은 프롬의 저서에 대해, 그 21세기판 속편으로 불러 줘도 될 만큼입니다.


1980년대에 한국에까지 큰 반향을 몰고 온 크리슈나므르티라는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역자 류시화 시인은 이 톨레를 두고, 제2의 크리슈나므르티라고 칭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크리슈나므르티 뿐 아니라 그 모든 영적 구루들에 대해, 류시화 시인만큼 권위를 가지고 언급할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톨레와 그 사이에, 최소한 스타일상으로는 적지 않은 차이가 놓여 있었다고밖에 말 못 하겠네요. 톨레는 분명, 그런 말을 쓰지 않았다 뿐이지 우리가 아는 "해탈"을 책 내내 논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는 시종일관, 앞에서 말한 선배 서구학자들의 분석 틀, 최소한 언어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개념보다는 심상으로 제 할 말을 한 크리슈나므르티와는 달라도 많이 다른 느낌이었어요.

"반복된 체험과 생각, 감정의 덩어리"가 과연 자기의 독립된 의사를 지닌 실체인지 아닌지에도 의문이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사랑에 관한 쓸만한 이론>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요, 이 소설이 암시하는 바에 의하면, 인간의 인격이나, 사랑 같은 숭고한 감정도, 단지 반복 패턴의 누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시각에 대해 톨레는 어떤 대응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그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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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승자가 되는 유일한 처세법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기회를 실리로 만드는 인내와 절제의 성공학
 


삼국지의 많은 영웅호걸 중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단연 제갈량이다. 삼고초려는 인재 발굴의 전형적인 미사여구가 되었으며 적벽대전의 동남풍 일화는 제갈량을 신화화했다. 반면 삼국지 끝자락에 등장해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다’라는 굴욕적인 고사의 주인공이 된 사마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인은 드물다. 하지만 사마의는 제갈량이 행한 다섯 차례의 북벌을 모두 막아냈고, 그의 일가는 4대에 걸쳐 조조 일가를 보좌하면서 단 한 차례도 핵심 인사에서 제외된 적이 없었으며, 마지막엔 쿠데타에 성공해 삼국을 통일한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우리는 자신을 신뢰하는 보스 밑에서 아랫사람의 존경과 동료들의 지지를 받으며 일했던 제갈량과는 달리, 차갑고 냉철했던 조조에게 기용되어 끊임없는 견제 속에서 일했던 사마의의 업무환경을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일과 임무를 생각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관계와 주위 여론을 생각해야 하는 현대인의 냉혹한 생존 여건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위즈덤하우스 刊)는 중국 관리학 강의의 선두주자인 자오위핑 박사가 중국 인문학 강좌의 최고봉인 〈백가강단〉에서 진행한 10회의 강의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낙네의 옷을 선물받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실리 없이 군대를 움직이지 않고,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왕의 처벌을 바란다는 시를 지을 정도로 언행을 삼갔던 사마의의 처세학을 쉽고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사마의를 통해 참고 감추는 자기 절제의 미학이야말로 견제하는 상사와 하극상을 보이는 부하 직원, 고자질하는 동료들로 둘러싸인 냉혹한 업무 환경에서 살아남는 중간관리자의 생존술임을 강조한다. 

 


중국 인문학 강좌의 최고봉 〈백가강단〉의 사마의 명강의
대륙 10대 강사 자오위핑에게 배우는 고전적 자기계발
 


이중텐의 삼국지 강의를 필두로 중국 전역을 인문학 열풍으로 들끓게 한 〈백가강단〉은, ‘고급지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기획한 인기 교양 프로그램이다. 배우 유덕화가 40시간 연속 시청한 것으로도 유명한 〈백가강단〉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화두 선택과 깊이를 잃지 않은 전문 지식의 향연으로 평범한 대학생과 유수 기업의 CEO가 동시에 애청하는 방송이 되었다. 전국시대의 제자백가와도 같이, 동양 고전의 성지인 중국 본토에서 공인된 학자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강연은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해도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고전 길잡이라 할 만하다.

 

우리 서점가에는 각기 전문 분야에 치우쳐 고전의 맥락을 평면적으로 이해하고 일차적인 교훈을 나열하는 해설서가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매체가 선정한 대륙 10대 강사 중 한 명인 자오위핑 박사의 사마의 강연은 이전에 제대로 접할 수 없었던 사마의라는 인물을 다층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책은 사마의가 그의 나이 30세에 조조에게 등용되어 4대 조씨 일가를 보좌한 40여 년의 행적을 좇아 날카로운 보스와 아둔한 부하직원들을 장악한 관리 비법, 전장에서 섣불리 패를 보이지 않고 승기를 얻는 절제의 전술, 상부의 신뢰를 받으면서도 역모에 성공한 내밀한 전략을 오늘날에 맞게 소개한다. 

 

 

 

저자소개 자오위핑  

 

趙玉平  

 

자오위핑은 인력 자원과 중국 고전 관리 사상의 전문가로 기업 관리 이론 및 팀장 리더십, 인력 자원과 중국 고전 관리 사상의 전문가이다. 청화대학교, 복단대학교, 성도전자과학대학에서 MBA 과정을 강의하며 연구활동을 했다. 중국 국영 방송과 북경 TV의 인기 프로그램인 '심리방담'과 '과교관찰'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최근 10년간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중국왕통, 중국노키아그룹, 중국핵공업부, 중국석유그룹, 중국석유화학그룹, 상해대중자동차그룹 등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기업에서 인사관리 및 소통과 인력 자원 관리를 지도했다.  

 

저작으로는 수호지의 《양산정치梁山政治》,《전통문화와 현대리더십傳統文化與現代領導藝術》, 《성공적인 매니저의 이미지메이킹成功職業經理人的塑造》、《부하 직원 장려와 육성部屬有效激勵與培養》, 《강자보다 더 강해져라比者更》등 다수가 있으며 모두 중국 내 대기업들의 훈련 교재로 사용되어 널리 호평을 받고 있다.  

 

 

 

 

목차

 

서문

제1장. 적의 선택지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라
단번의 선택으로 국면을 바꾸다
제1책략│최고보다는 만족을 택한다
제2책략│좋은 선택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제3책략│적이 준비한 선택지는 절대로 택하지 않는다

제2장. 군왕을 모실 때는 호랑이를 옆에 둔 것처럼 하라
이리의 얼굴을 감추고 호랑이를 섬기다
제1책략│근면勤하고, 자중謹하며, 인내忍하라
제2책략│겸허謙하고, 온화溫하며, 침묵密하라

제3장. 위기와 돌발의 순간에는 지체함과 망설임이 없게 하라
간교한 상대는 뿌리째 뽑아내다
제1책략│오래 관찰하고 일관되게 비판한다
제2책략│권위에 맞는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다
제3책략│쥐를 이용하여 쥐를 감시한다

제4강. 역풍이 불 때에 오히려 평상심을 지키라
위축된 조직의 사기를 고무하다
제1책략│일관된 선택으로 권위를 유지한다
제2책략│긍정적인 암시로 부하의 사기를 북돋운다
제3책략│감정을 다스려 합리적으로 해석한다

제5장. 절제와 성과로 조용히 경쟁자를 제압하라
조직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다
제1책략│큰소리로 일을 하고 작은 소리로 관계를 맺는다
제2책략│사심을 버리고 경쟁자의 성공을 돕는다
제3책략│후퇴로써 나아가고 지키면서 공격하지 않는다

제6장. 위로 겸허하고 아래로 단호하여 신뢰를 얻으라
위임받은 권한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다
제1책략│먼저 소통하고 후에 움직인다
제2책략│지혜로 싸우고 힘으로 보완한다
제3책략│멀리서 충성하고 가까이에서 존경한다

제7장. 기회가 임할 곳에 먼저 가서 기다리라
기회를 잡기 위해 판을 설계하다
제1책략│정치적 연맹으로 내부의 지지를 얻는다
제2책략│보스의 성향을 파악해 스타일을 맞춘다
제3책략│유형에 맞춰 설득하고 행동에 앞서 동의를 얻는다

제8장. 승기를 잡은 뒤엔 가차 없이 행동하라
위기를 전화해 왕좌의 발판을 삼다
제1책략│역전의 순간에는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제2책략│안은 조이고 밖으로는 여지를 남겨 둔다
제3책략│여론을 조성하여 조직의 동의를 얻는다

제9장. 전쟁에 나가 싸울 때는 부자가 함께해야 한다
자녀교육에도 정성을 들이다
제1책략│모범을 보여 좋은 습관을 가르친다
제2책략│어머니의 교육이 좋은 성격을 만든다
제3책략│경험을 통해 스스로 익힐 수 있게 한다

제10장. 이익으로 범인을 꾀고 가치로 인재를 설득하라
새로운 정국을 안정시키다
제1책략│역전(力戰)
제2책략│심전(心戰)
제3책략│지전(智戰)

부록: 사마의 열전_《진서》〈선제기〉

사마의 처세 잠언
* 한 조직에 두 명의 보스는 있을 수 없다.
* 사람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할 때 약점을 잡히기 쉽다.
* 능력이 뛰어난 핵심 인력일수록 조직에서 가장 쉽게 상처받는다.
* 뛰어난 사람은 가치관으로 관리하고, 보통 사람은 제도로써 관리한다.
* 타인에게 영합하더라도 처신의 기본 원칙을 버려서는 안 된다.
* 성공에 가까웠을 때 위험이 가장 크고, 형세가 좋을 때 잘못을 범하기 쉽다.
* 성공하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 모든 중대한 실패는 결국 용인의 실패이다.
* 위엄이 덕성보다 높으면 반드시 화근이 뒤따른다.
*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리더가 될 수 있다.

 

 

 

 

책속으로

 

선택이 노력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인생과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대한 요소 중 하나는 결정적인 시기에 정확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여 초조하고 불안해한다. 그렇다면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우리가 보고 따를 만한 규율이 있을까? 인생에서 중대한 선택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기회를 움켜쥐어야 할 것인가? 이 방면에서 사마의는 아주 탁월한 사람이었다. 아침에 저녁을 장담할 수 없는 격렬한 전쟁이 계속된 삼국시대에 사마의의 모든 선택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인 결과는 사마의의 출중한 지혜와 능력을 증명했다. ---p.16

관리학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칼에서 가장 쉽게 금이 생기는 곳이 칼날이고, 창에서 가장 쉽게 마모되는 곳이 창끝이다. 능력이 뛰어난 핵심 인력일수록 조직에서 가장 쉽게 상처받을 수 있다.”조직의 리더는 칼날을 보호하고 창끝을 보호하듯이 우수한 인재를 보호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많은 리더들이 우수한 인재는 강자이고, 강자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오해합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수한 인재는 약자이고, 그들은 커다란 압박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인간관계의 압박이 있고 곧이어 학습의 압박, 성과 목표의 압박, 가정생활의 압박, 감정의 압박 등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영웅이 먼저 죽게 되면 아무도 영웅이 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모범이 망가지면 아무도 모범이 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p.51

조비와 같은 보스 아래에서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할까요? 육자잠언 중 나머지 세 글자는 ‘겸謙, 온溫, 밀密’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겸’은 겸허하게 자세를 낮추고 오만하게 처신하지 않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든지 꼬리를 내리고, 절대로 보스를 무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온’은 말을 온화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이치에 맞아도 결코 얼굴을 붉히거나 자극적인 말을 하지 않고 나지막이 말하는 것입니다. ‘밀’은 비밀을 지키고, 할 말이 있으면 비공개로 하는 것입니다. 보스가 무슨 말을 하든 다른 사람에게 이를 말하지 않고 멋대로 전파해서는 안 됩니다. 사마의는 ‘겸’, ‘온’, ‘밀’이라는 세 글자에 기대어 아주 적절하게 처신을 했습니다.---p.78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말하지만 언론이란 것이 필요한 이유는 발표하기 위함이지 발산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배설하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이것은 중요한 구별입니다. 사마의는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매우 신중했습니다. 그는 장기간 최고 통치자 주변에서 일하면서 한 차례 의심과 시기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당연히 신중하게 말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삼국지』, 『진서』 및 『자치통감』에 있는 많은 자료를 보면 사마의가 그의 관직 생활에서 개인의 감정이나 자신의 대우에 관해 결코 이야기한 적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설령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도 비교적 겸손한 태도로 요지만 간략하게 언급할 뿐 개인적 감정은 표현하지 않았습니다.---p.153

“사람은 천 일 동안 한결 같이 좋을 수 없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백 일 동안 붉게 피지 않는다. 人無千日好 花無百日紅.”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아름다운 꽃도 백일이 지나면 시들기 마련이고, 잘나가는 사람이나 열렬한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 식기 마련인 것입니다. 순조로운 상황에서는 물론이고 역경에서도 잘 적응해 내는 것이 처세입니다. 여름을 보내는 것처럼 겨울도 잘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뜻을 이루어 득의만면할 때는 의기양양하지만 일단 좌절과 곤란을 만나면 낙담하여 기운을 잃고 일어나지 못합니다. 이는 모두 잘못된 것입니다. 큰일을 하려면 역경이라는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강철은 뜨거운 불 속에서 단련되어 나옵니다. 눈부시고 아름다운 꽃도 거름 속에서 피어납니다.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경의 시험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p.232

모든 팽창이 수반하는 것은 평가절하입니다. 통화팽창 즉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것은 화폐의 평가절하이고 사람의 마음이 팽창하는 것은 행복감의 평가절하입니다. 그러면 현실 생활에서 권력과 자원을 장악하거나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팽창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가장 효과적인 것은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입니다. 결과물이 불만족스럽더라도 과거 아무것도 없던 때를 떠올리면서 처음의 행복감을 돌이켜 맛보는 것입니다. 이를 “있을 때는 항상 없을 때를 생각하고 눈앞의 즐거움을 평가절하하지 말라. 인생에서 매사를 처음 본 듯 대하면 행복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날들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p.238

“이익으로는 보통 사람의 지지를 얻고, 가치로 뛰어난 사람의 지지를 얻는다. 일을 해서 실질적인 혜택이 있으면 보통 사람이 당신을 따르고, 일을 하는 데 비전이 있으면 뛰어난 사람들이 당신을 따른다.” 『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의 영웅들에게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 替天行道.”라는 원대한 목표가 없고 단지 금은보화나 나누어 먹자고 했다면 아마도 수많은 건달이나 졸개 나부랭이나 모았을 것입니다. 어찌 금은보화만으로 영웅들을 신복하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코 그럴 수 없었을 것입니다.---p.298

사마의는 제갈량과는 달랐습니다. 사마의는 머리로 리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머리는 냉정하고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남다른 담력과 식견 그리고 뛰어난 전략에 의거하여 전쟁에서 하나하나 승리를 얻었습니다. 사마의의 일생은 다음 네 자로 총결할 수 있는데, ‘은隱’, ‘준準’, ‘한’, ‘인忍’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는 보통 사람처럼 사심과 잡념이 있었고 욕망과 권력에 대한 야심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마의의 일생을 읽다 보면 아마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을 깨우치고 본보기가 되는 것들이 아주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속 세계에는 사마의처럼 사심과 잡념, 욕망과 야심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같이 유혹으로 충만한 시대에 어떻게 자신의 내면 세계를 잘 관리해야 할 것인가는 모든 사람들이 직면한 커다란 과제입니다.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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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리뷰어 모집 이벤트] 

 

 

책과 문화상품권을 동시에 받는다!

소설 [무게]의 첫 독자, 첫 리뷰어를 모집합니다.

 

10월 17일 출간

 

 

혼자라고 느껴질 때,  

혼자라는 사실엔 어떤 의미가 있어서 혼자여도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여 보셨나요? 그럼에도 끊임없이 외롭진 않으셨나요?  

 

어쩌면 이 외로움에서 멀리 벗어나 달리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다면,  

지금. 소설 [무게]의 첫 독자가 되어주십시오.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있던 모든 두려움과 희망을 물처럼 쏟아내고 싶은 독자 100분을 소설 [무게]의 첫 독자로 모시고 싶습니다. 

 

첫 독자 100인에 선정되신 후 리뷰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는 또 다른 독서를 위한 문화상품권을 추가로 드립니다. 

 


 

상품  

1. 소설 [무게] 1권, 총 100명(10월 10일 발송 예정) 

2. 컬처랜드 문화상품권 5,000원 기프티콘(당첨된 100분 중 리뷰를 작성하신 분에게 추가 발송.) 

* 리뷰는 파일로 받지 않습니다. 블로그 등 리뷰를 남겨주신 URL만을 받습니다. URL을 보내주실 곳은 당첨자 발표와 함께 알려드립니다. 

 

참여법 

1. 본 게시물을 스크랩하신 후 아래 링크로 이동하여 스크랩하신 URL과 당첨 연락을 받을 이메일, 전화번호를 남겨주세요.(스크랩은 네이버, 다음, 페이스북, 서점 블로그 등 어느 곳이라도 괜찮습니다.)

남기는 곳 >> http://bit.ly/1bZLno5 

 

[퍼스트 리뷰어 이벤트] 일정

- 10월 8일까지 접수 가능

- 10월 9일 첫 독자 100명 발표 

(문예출판사 블로그에 당첨 발표 후 당첨자에겐 개별 연락드립니다.)  

- 10월 10일부터 도서 발송.  

- 10월 28일까지 리뷰 URL을 보내주신 분께 문화상품권 5,000원 추가 증정

 

[무게] 북트레일러

 

 

 

■ 추천평 

 

가슴 저미는 슬픔 속에서도 담담하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완전한 타인들이 만나 이루는 관계를 아름답게 그린다._《오프라 매거진》 

절제된 표현에 담긴 강렬한 감정이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_《파이낸셜 타임스》  

무어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놀랍도록 독창적인 이야기다._《뉴요커》  

가끔, 유려한 문체와 영원히 기억에 남을 잊지 못할 주인공들이 나오는 책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은 눈에 띄게 근사한 작품이다. 나는 마음에 들었다._제니퍼 와이너(소설가)    

리즈 무어의 두 번째 소설은 복잡하게 얽힌 미국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어느 소설가의 작품으로 독자는 너무도 쉽게 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안으로 숨어들고, 어둠 속에 파묻히는 세대에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 소설은 그 속으로 들어가 숨어 있는 사람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다. 우리 세대의 젊고 멋진 목소리가 탄생시킨, 긴장감 있으면서도 상처를 회복하게 하는 소설이다._칼럼 매캔(소설가)  

진정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무어는 책장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마음을 떠나지 않을 소설을 썼다. 병적으로 비만한 교수나 십대 운동선수 아이에 대해 무어가 그 모든 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알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책이다._러셀 뱅크스(소설가) 


이 소설은 연민과 명민한 시각을 훌륭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리즈 무어는 두 사람의 목소리—부유하고 교양 있으며 비만인 광장공포증 환자와 부모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십대 야구 선수—로 이야기하는 모험을 했고 이 모험은 빛나는 성공을 거두었다. 보기 드물게 독창적이고 세련된 소설이다._메리 고든(영화배우) 

이 소설에서 리즈 무어가 만들어낸 연약하고 외로운 사회 부적응자들은 독자의 마음을 무너뜨려놓고는 다시 행복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탁월한 소설이다!_앤 후드(소설가)  

비만인 교수와 용커스 출신 야구 영재에 대한 소설이 유려하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노라고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이 소설은 내게 큰 기쁨을 주었다._존 레이(소설가)  

 

 

 

 

 

 

올가을에 가장 잘 어울릴,
비감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소설
 

-외로움과 결핍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의 따뜻한 소통 

 

 

감성, 연민, 절망, 희망으로 엮인 세 사람의 나란한 동행 

 


이번 가을, 독자들을 적적한 감성에 젖게 할 근사한 소설 한 편이 선보인다. 《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문예출판사)이라는 미국의 젊은 작가 리즈 무어의 독창적인 작품이다. 출간되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매체로부터 경이로운 찬사를 수없이 받아온 이 소설은 타인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 모습에 깊게 공감하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수줍음과 외로움으로 자기 주위에 스스로 커튼을 친 연약하고도 사랑스러운 세 인물, 아서, 켈, 샬린이 있다. 

 

쉰여덟의 은퇴한 대학교수인 아서는 250kg에 달할 만큼 몸이 병적으로 뚱뚱하다. 삶에 대한 실망이 주는 무게는 그를 십 년이 넘도록 뉴욕의 집 안에 숨어 살도록 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부자인 데다가 건축가로 매우 성공한 아버지도 있고, 부모님께 물려받은 아름다운 가구들과 책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 중의 어떤 것도 아서의 결핍을 메꾸어주진 못한다. 아서는 몇십 년 동안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그러나 정작 필요하지 않은 행운을 내팽겨둔 채로 살아간다.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것을 제외하고, 아서가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일은 그의 예전 여자 친구이자 야간 학교 학생이었던 샬린과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편지에서 샬린에게 자신에 대해 많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이 품은 예민하고 나약한 자의식, 결핍, 소망을 수줍게 고백하며 자기 자신의 모습과 삶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한편 브루클린에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가난한 동네 용커스라는 마을에 사는 열일곱 살 켈 켈러는 엄마 샬린 터너의 고집으로 펠스 랜딩이라는 부자 동네의 학교에 다니는 불쌍하고 외로운 고등학생이다. 아버지의 부재, 술로 인생을 사는 엄마의 망가지는 모습, 부유한 동급 학생들의 삶에서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끼지만, 야구 실력을 비롯한 운동신경이 뛰어나 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는 꿈을 품은 아이다. 그러나 많이 배우고 똑똑해지고 싶어 했던 샬린은 경제적인 여건과 갑작스럽게 태어난 아들 켈에 의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일까, 샬린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는 켈의 꿈을 인정하지 않고 켈을 대학에 보내고자 한다. 그리고 켈의 대학 진학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고자 오랜 세월 연락을 끊었던 예전 남자 친구인 아서에게 한 통의 전화를 걸게 된다. 

 

 아서는 갑작스레 걸려온 샬린의 전화로 인해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샬린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그는 잠시 주춤하지만 마침내 켈을 맞아들일 용기를 내고, 그 첫걸음으로 오랜 세월 먼지에 뒤덮여 있던 자신의 집을 청소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그의 집에 찾아온,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될 운명에 처한 청소부 욜란다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그 둘 사이에 조심스럽게 피어나는 잔잔한 애정은 세상을 향해 자신의 삶을 열려는 아서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격려한다. 

 

아서와 켈, 둘 다 가족과 친구의 정에 고파 하는 외로운 이들이다. 이 두 인물이 샬린이라는 위태로운 다리를 거쳐 자신들만의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 외모만큼이나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개성 있는 목소리는 독자의 주의를 이끌기에 충분하고, 소설의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시간의 분초를 샐 틈 없이 그 결말은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우리네 마음을 산산이 부서뜨리고 다시 엮어줄 아름다운 소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인 아서, 샬린, 켈 모두는 가족의 정에 대한 결핍, 외로움, 채워지지 않는 소망으로 인한 고독을 느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 술, 야구 등 무언가 다른 대체물에 중독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진짜 가족 관계에 있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연결되어 위로가 됨으로써 그 중독을 이겨낼 거라는 희망을 전달한다. 소설은 아서와 켈의 교차되는 독백으로 이어지며, 샬린은 그 사이에서 아서와 켈이라는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연결되도록 하는 숨은 시선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소설의 주인공들을 예기치 않은 한 곳의 장소로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소설의 지은이인 리즈 무어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 덕분이다. 무어는 타이트하고도 절제된 말솜씨로 아서, 켈, 욜란다가 나란히 걸어가는 길을 만들어낸다. 무어는 사람들이 자기 밖의 세상과 충돌할 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주변에 쌓아두는 보호막, 예를 들어 음식이라든지 젊은이의 객기라든지 운동이나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집착이라든지 하는 것을 덤덤히 묘사한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어둡게 쳐 내린 커튼을 조심스럽게 열어 그들이 숨 쉴 수 있도록 보듬는다는 점에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지은이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아서와 욜란다와 켈의 외모, 그들이 사는 공간, 그들이 사용한 물건에 대한 묘사는 그들 삶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아서의 오래된 낡은 집, 그가 오랜 세월 앉은 채로 떠나지 않았던 소파는 그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 빈자리만큼이나 공허하다. 켈의 짧고도 빠른 목소리는 가족의 결핍으로 인해 느끼는 두려움과 억제되지 못하는 십대의 예민함을 전달한다. 곳곳에서 유쾌하게 나열되는 음식의 종류는 소설의 줄기를 이루는 삶의 무거운 고독과 낯설게 조우한다. 앙증맞은 체구에 볼록한 배를 한 욜란다의 모습과 다리 사이로 뱃살이 늘어지는 거구의 아서 또한 어울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산뜻한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작가가 꾸며놓은 독창적인 조합과 어울리게, 소설은 삶과 고독의 무게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언어로 전달한다. 그로 인해 독자는 눈물바람을 하지 않고도 깊은 울림에 빠져드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된다. 덤덤한 절망과 은은한 희망으로 가득 찬 이 소설은 올가을에 가장 잘 어울릴, 비감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 본문 엿보기 

 

■ 위로가 필요해서 나를 위한 만찬을 준비했다. 코코넛과 마카다미아와 화이트초콜릿으로 만든 쿠키, 땅콩 엠앤엠 한 그릇, 씨와 곡물과 짭짤한 소금을 듬뿍 입힌 베이글 몇 개, 버터와 크림치즈를 듬뿍 바르고 빨간 즙이 흐르는 토마토 한 조각을 얹은 베이글 한 개, 전지유 한 주전자와 그 옆에 놓인 키 큰 유리잔 하나, 오레오 쿠키가 덮인 초콜릿 케이크, 햄버거 세 개와 감자 샐러드와 7번가에 있는 식당에서 주문한 크림 시금치. 그 시금치를 스토브 위에서 데우고 한가운데 크림치즈를 약간 얹었다. 깨끗한 녹색 바다 위에 흰색.  

 


이 음식을 모두 먹어도 좋다고 자신에게 허락했고, 그런 허락이 주는 황홀한 해방감을 만끽했다. 아삭아삭 소리가 가만히 입에서 새어나오는 순간 나는 긴장했다. 나는 내 소리를 듣는 게 싫다. 나는 혼잣말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혼잣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러지 않는다. 바보 같아 보인다. 내 목소리를 들으면 구역질이 난다. 

■ 엄마는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내가 열 살 때부터 증상이 시작되었고, 엄마가 집에 있을 때 내가 친구를 데려오지 않는 데는 그 이유도 있었다. 엄마와 차를 타고 가던 날 태양이 엄마 두피에 내리쬐는 걸 보고, 맙소사, 맙소사, 엄마가 진짜 대머리가 되었구나,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정수리 부분에 솜털 같은 머리카락 한 뭉치가 있다. 남은 머리카락은 길었고 엄마가 언제 마지막으로 머리를 감았는지에 따라 지저분하거나 곱슬곱슬하다. 엄마는 깜빡 잊을 때를 빼면 늘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그러고 나면 머리는 희끗희끗한 색과 빨간색이 섞여 있다. 엄마는 피부가 나쁘고 얼굴에 발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늘 그렇다. 양쪽 눈꺼풀에 검은 선을 하나씩 그리는데, 속눈썹에 그리려 해도 언제나 그 경계 위에 긋고 만다. 바들바들 떨면서.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80년대 이후로 아무도 입지 않는 끔찍한 옷을 입었고, 그 문제에 대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분명히 말하는데 나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 몸에는 문신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팔에 있는 꿀벌이고 또 하나는 어깨를 넘어 등을 타고 내려가는, 뱀처럼 기다란 줄이 달린 전자 기타, 빌어먹을 전자 기타다.  

■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겁에 질려 문 열 용기가 다 사라지기 전에, 문을 발로 걷어차서 열고 침대에 있는 엄마의 형체를 본다. 방은 얼어붙을 듯 춥고 어둡다. 천장의 등을 켜니,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옷을 갖춰 입은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는 청바지와 스웨터를 입고 있다. 몸을 둥글게 말고 옆으로 누워 있다. 엄마의 등이 나를 향해 있다. 무릎은 가슴 높이에 있다. 엄마는 잠든 것 같다.  

 


그동안 밤에 집에 와서 이런 모습의 엄마를 본 것이 단지 오늘을 위한 연습이었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그런 느낌이 든다. 지금, 그렇다.
잠 깐 생각 좀 해보자, 나는 큰 소리로 말한다. 이유도 없이. 재빨리 엄마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엄마는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로 꼼짝도 않고 누워 있다. 의식을 잃었을 때와는 다르다. 죽은 사람 같다.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번 엄마를 흔들어본다. height=360 src="http://www.youtube.com/embed/VgWerrDq_3I?feature=player_embedded" frameBorder=0 width=640 allowfullscreen="">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 매일 밤 나는 내일은 달라지고 새로워질 거라고, 좀 나아질 거라고,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어쩌면 내일은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거나, 아니면 예전에 카탈로그를 보고 주문했던 그 뭣 같은 먼지투성이 스텝머신을 침대 밑에서 꺼낸 다음 몸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 전문가가 텔레비전에서 하던 동작을 따라해보겠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매일 밤 침대에서 똑같은 다짐을 반복한다. 두 손을 배 위로는 모아 쥘 수 없기 때문에 — 침대에 누우면 배가 양옆으로 퍼지면서 퀸 사이즈 침대 가장자리까지 닿으려 한다 — 가슴 높이에 놓고서 내가 아주 조그마한 아서였을 때부터 기도했던 그 신에게 기도한다. 나의 신은 수염이 하얗고 눈이 반짝거리고 쾌활한 것이 산타클로스와 비슷해 보인다. 내 기도는 매일 밤 똑같다. 이런 식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어릴 적 종교 수업 시간에 모든 기도는 이렇게 시작하는 거라고 배웠다 — 내일은 제대로 먹게 해주세요. 건강하고 착하게 살게 해주세요. 몸무게를 빼게 해주세요.” 언젠가 집 밖으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아직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도가 끝나면 십자가를 긋고, 코로 깊이 숨을 쉰 다음, 가보았거나 늘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마음이 떠돌게 둔다.  

 


샬린 터너가 내게 전화하기 전, 욜란다를 만나기 전인 10월의 나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이다.  

 

■ 나는 언제나 상처 입고 아름답지 않은 여자들을 사랑했다. 사랑받고 아름다운 여자들도 늘 사랑했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내 주변을 맴도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 여자들이며, 잠자리에 들 때면 그들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다. 내 어머니는 아름답지 않았다. 샬린도 아름답지 않았다. 마르티도.

 

■ 차례 

 

한국의 독자에게 드리는 말
아서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
은총
일주일
또 한 사람의 아서
옮긴이의 말

 

 

지은이 소개

❚ 리즈 무어(Liz Moore)
작 가이자 음악가이며 교수다. 대학을 다닐 무렵인 2007년, 뉴욕에 있는 가상의 음반 회사를 소재로 지은이가 음악가로서 경험한 일들을 부분적으로 담아《The Words of Every Song》이라는 소설을 써 데뷔했다. 최근에는 〈Backyards〉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다. 2012년에 출간한 두 번째 소설인 《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은 뉴욕 특유의 세련된 절제미를 보여주며 마치 한 편의 악보처럼 유려하게 써내려간 작품이다. 출간되자마자 여러 매체로부터 다양한 찬사와 호응을 얻어내며 많은 이들로 하여금 지은이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현재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으며, 그곳의 홀리패밀리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창조적인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저자 리즈 무어 버스킹(길거리 공연)

 


옮긴이 소개

❚ 이순영
고 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성균관대 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집으로 가는 먼 길》, 《키친하우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삶에서 가장 즐거운 것》, 《줄리&줄리아》, 《과식의 종말》, 《프랭클린 자서전》, 《인투 더 와일드》, 《빌 클린턴의 다시 일터로》,  《내 이름은 호프》, 《열일곱 제나》, 《고독의 위로》,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가》  등이 있다.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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