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0 법칙 - 2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80/20 법칙
리처드 코치 지음, 공병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처드 코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다 준 <80/20 법칙>의 개정증보판입니다. 개인적으로, 우연히 다른 명저들의 개정증보판이 요즘 많이 나와서 몇 권을 같이 읽는 중인데, 이 책 역시 큰 틀이나 주제, 기조는 그대로이지만 논지가 보강된 구석이 많아, 예전 기억을 되살려가며 반갑게 읽으면서도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 다시 생각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은 80보다 크다"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상식이 되어 버린 사항이지만(그 역시 이 책의 성공에 기인한 바 큽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 주변엔 비능률적인 노력과 자원 투입 때문에, 애는 애대로 쓰면서도 소기의 성과를 못 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핵심적인 20을 찾아내어 이곳에다 모든 정력을 쏟아야 타깃이 적중될 텐데, 그렇지 않고 "조자룡 헌칼 쓰듯" 하는 게 안타깝죠. 사실 솜씨가 조자룡이기나 하면 그나마 언젠가는 적중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겠으나, 문제는 우리들 중 절대 다수가 그런 고수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노력마저 비능률적으로 행한다면 결과는 길게 지켜 볼 것도 없겠지요.

제가 일주일 전 리뷰를 썼던 <언스크립티드>의 저자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만, 노력만큼 성과가 안 나오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작용합니다. 그 중, 아주 비생산적으로 우리의 정력과 포텐을 갉아먹는 것이 바로 "쓸데없는 죄의식"이라든가, "특별히 소질도 없는 일"을 한다든가(마인드세팅이 잘못 되어 있어 소질은 없는데 애착은 강합니다. 최악이죠. 본인이 착각까지 한다면 트리플 크라운입니다), 사회적인 관습에 괜히 얽매인다거나 하는 게, 다 우리들의 아까운 정력과 잠재력을 낭비와 파탄, "꽝"으로 이끄는 지름길입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한 최단의 경로가 분명 있습니다. 예전 어느 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도 한데, "나는 게을러서 좀 더 편한 방법을 찾다 보니 이런 발명을 하게 되었다."입니다. 쓸데없는 죄의식에 빠진 이들은, "아 게으름 피울 게 아니라 남들 하는 대로 정석대로 살아야지" 같이 애를 쓰다, 진짜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린다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요행만 바라고 대책없이 게으르게 지내라는 건 절대 아니겠고요.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운명"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운명"이라는 말 자체가 "통제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암시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소소한 잡동사니에서 인생을 바꿀 대결단까지, 우리의 잔손이 미치는 거의 모든 과정에 대해 통제, 규율해 보려 노력은 해야 하고, 그래서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결과는 우리 자신에게 (가깝든 멀든) 책임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노력도 않고 남탓을 하는 거야 그 사람의 명백한 잘못이지만, 노력은 하는데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건 확실히 문제입니다. 노력을 해도 결과가 안 좋은 걸 두고 "운명"을 거론하는 건, 만약 그 노력이 보다 효율적으로 쓰였다면 분명 결과가 달랐을 터이므로 이는 합리적 개선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단 경로를 모색하는 사람은 분명 남는 시간에 "삶의 질"을 염두에 둠이고, 이런 "삶의 질"은 노력과 성과의 적당한 인과관계(함수관계)가 확인될 때에 선순환으로 극대화합니다. 어쩌면 알짜 경로를 모색하는 노력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의 진정한 귀착점일지 모르겠습니다. 20만 들여 80을 얻으려는 건 도둑놈 심뽀가 아니라 참된 성실성의 발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방암 면역요법이 답이다
신광순 외 장덕한방병원 면역암센터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암 중에 환자를 공포에 떨지 않게 하는 종류가 없긴 하겠으나, 그 중에서도 유방암은 특히나 무서운 병입니다. "유방은 여성에게 단지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여성의 아름다움과 모성을 상징하는 기관이기 때문(p64:2)"이라서죠.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암 중 가장 흔히 여성들을 위협하는 갑상선암보다, 이 유방암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p65)"고 저자는 말씀하십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갑상선은 암은 비교적 착한 암"이라는 건데, 이는 타 기관으로의 전이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방암은 전이 위험이나 재발률이 무척 높다(p7:15)고 분류됩니다. 그러니 과연 여성들께서 이 질환을 두려워하는 건 그저 심리적 동기 때문만은 아니며, 이처럼 학문적, 실제적 근거가 있습니다. 종래 유방암 역시 착한 암(p8:14)이라 여겨져 왔으나, 최근의 임상 사례와 연구는 그 추세가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 줍니다.

"항암 치료는 절대 안 할 거에요."
요즘 대안의학이 여러 부문에서 의혹과 우려 가득한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병에 대한 치료는 이웃과 지인들 사이의 입소문과 평판에 기대어서는 결코 안 되며, 오직 권위 있는 전문가의 전권적 판단 사항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떤 치료 방식을 선택할지는 일단 환자의 재량과 선택에 맡겨집니다. 서양의학의 오랜 처방인 이른바 "항암 치료"는 그 옵션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암은 환자의 심리 상태에 그 치유 경과가 꽤 큰 영향을 받는 편이므로, 환자에 따라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암이 나았다는 고백이나 보고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이 역시 성급한 일반화는 경계해야 마땅합니다.

이 책의 저자 명의인 장덕한방병원 면역암센터는, "통합 면역 치료 병원"이라는 슬로건을 걸고(책날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마지막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을 찾은(p8:16) 이들에게 희망과 의지, 그리고 실제 현저히 개선된 증상 호전과 완쾌를 다수 선사해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한방 위주라기보다, 양방 한방 통합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표방합니다. 치료는 물론, 입원실도 황토와 편백나무로 만든 친환경 컨셉으로 설계되었으며, 전문 약선 요리사가 제공하는 면역식단도 따로 갖추어 놓는 등, "전인적(책날개)"인 면역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성의와 전문성에 대한 평판이 자자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으로 항암치료를 마다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책에 나온 환자 사례(p33 이하) 중 추미란씨는 대단히 낙천적인 성품이었고, 신앙도 돈독하여 암 발병에 대해선 아무 걱정이 없던 분이었습니다. 이분이 처음 어느 양방 병원을 찾은 건 2012년, 팔을 들언올릴 때마다 겨드랑이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서였습니다. 이때로부터 14년 전 유방에 고름이 차는 증상 때문에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긴 했으나 큰 걱정은 하지 않던 분이었기에 충격이 적지는 않았습니다. 여튼 2012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무시할 수준도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걱정을 할 만한 크기도 아니었던 종양을 제거한 후, 큰 고비는 넘겼고 문제 없이 일상에 복귀할 줄만 알았습니다. 헌데 놀랍게도 2015년 폐에 암이 전이된 걸로 드러났습니다. 종양 제거 수술 후 그저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폐에 작은 점이 보이는 정도로 넘겼는데, 안타깝지만 담당의의 오진 내지 방심이었는지 3년 사이에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다시 맞게 된 거죠.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많은 전문가들조차 자신의 초기 진단에 대해 때로는 근거 없는 과신을 하며, 처음의 실수를 인정치 않으려는 듯 다른 위험성, 가능성을 섣불리 차단하려 든다는 겁니다. 이런 와중에 환자는 치료의 적정 시기를 놓치게 되는데, 그 돌이킬 수 없는 후과는 누가 감당해야 하겠습니까. 저 사례에서도 그 의사분의 말씀이라는 게 참 개탄스러운데, "전에 폐를 앓은 적이 있나요? 지저분하네요."라는 겁니다. 모르긴 해도, 폐암 전이 가능성을 부인해야 자신의 오진 평판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병원은 한 군데만 들러서는 안 되며, 여러 의사의 의견을 들어 봐야 합니다. 비록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자제"를 당부하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분의 경우 이른바 CT조영제(일반) 특이체질이라는 점도 물론 고려는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임상의학이란 참으로 구절양장의 다양한 가능성 사이에서 피나는 고민을 해야 하며, 명의와 평범한 의사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여튼 이 병원을 찾은 후, 환자는 CT 촬영 등을 가능한 피하고 항암제 접종도 줄인 후 메트로놈세라피에 보다 치중했다고 합니다. 이 병원에서 마련한 "면역 요법"에 2개월 정도 충실한 후 PET 검사(일반 CT 촬영이 아닌)를 했는데, 종양의 크기가 너무 줄어서 의사조차도 "애초부터 종양이 아니었었나?" 같은 말씀도 하셨다네요. 하긴 정말로 종양이 아니었다면 앞선 그 병원의 의사께서 "오진"을 한 셈도 아니게 되겠지만, 여튼 환자 개인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느끼는 안도감과 만족감은 어디 비할 바가 없을 만큼 큽니다. 참고로, 정말 다른 곳으로부터 전이된 폐암의 경우 항암치료 효과가 낮은 편에 속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또, 책에서 강조하는 건 무작정 항암치료를 거부하라는 게 아니라, 이런 유력한 대안도 (개별 환자의 체질에 따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무슨 암이든 간에 빨리 짚어내어 대응하는 게 중요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유방암의 경우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온다든가, 피부가 함몰되어 오렌지 껍질처럼 된다든가, 무엇보다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진다든가 하는 증상을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합니다(단, 생리 주기와 겹칠 때애는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시네요. p85).

전이 여부를 검사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아까 언급했듯 물론 단층 촬영이 있지만, 환자 추미란님처럼 일반 조영제에 민감한 체질의 경우 다른 대안을 생각해 봐야 하죠. MRI나 (가장 정확하다는) PET CT 등이 선호됩니다.

최근에는 암 발병이 유전자 특이성과 깊은 연관을 맺었다는 전제 하의 연구가 활발합니다. 책에서도 p53(17번 염색체에 위치한 단백질. 이 책 p92)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이것이 돌연변이에 의해 불활성화되면 손상된 DNA가 복구되지 않아 종양이 발생한다는 기제가 알려져 있습니다. 또 미세한 전이에 대해서는 사이토케라틴의 발견 여부로 가늠한다며 비교적 최신 연구 성과에 대해서도 친절한 정보가 보이네요.

전통적인 화학적 항암치료가 무조건 위험하다는 게 아닙니다. 환자의 상황과 체질에 따라 더 좋은 효과를 볼 방법들도 있다는 뜻이죠. 책에서는 1군, 2군 항암제의 다양한 종류를 표로 잘 정리해 두었는데, 지인분들의 전언 덕분에 어깨 너머로 여러 약품명을 전해 들은 저도, 이 대목을 보고서야 이처럼 많은 제품군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해당 질환 때문에 고생 중인 분들은 적어도 서너 종류의 이름이 (반갑지 않아도) 꽤 눈에 익을 겁니다.

방사선 치료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이 책에서는 분명히 지적합니다. 오히려 화학적 항암치료법에 비하면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까지 알려 주시네요. 이에는 그간 기술이 많이 발전하여, 종래 환자들이 호소해 왔던 여러 부작용이 감소했다는 사정도 있었겠죠. 호르몬 요법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가 있어, 이 책이 얼마나 종합적이고 공정한 시야에서 논의를 전개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진짜 주제(?)인 면역 치료는 제4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대전제는, 치유는 물론 발생 단계에서부터도 면역요법이야말로 암에 대응하는 정석이라는 겁니다. 암 관련이 아니라도, 요즘 어느 건기식 홍보에서나 면역력 면역력 하지 않습니까. 인체에서 면역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이 책은 한방과 양방을 통합한 "면역 요법"을 제시함으로써, "효과도 그만큼 두 배"임을 강조합니다.

한방 면역요법의 효시는 무려 "주례"로까지 올라간다고 책은 말합니다. 물론 주 무왕이 은의 폭군 주왕을 몰아내고 천하를 오롯이한 그 주나라의 예법을 가리킵니다. <황제내경>, <제병원후론> 등에서도 종양의 원인(용어는 다를지라도)을 자세히 논급하고, 특히 송나라(조송)의 <위제보서>에는 암(癌)이란 단어가 처음 나온다고도 하네요.

이 중 면역약침은, 특히 소화기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번거롭고 고통스럽게 위장을 통한 양분 흡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경혈과 혈맥에 직접 한약 추출물을 투입하여 소기의 목표를 이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살나무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습니까? 이 나무의 코르크질 날개(가지 위의)가 바로 한약재인 "귀전우"인데, 항암이라든가 혈당 저하, 혈액 순환 개선에 특히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방 치료는, 화학적 합성이 아닌 순약 성분으로 인체에 자연스레 작용하여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양방이 좀처럼 넘보지 못할 고유의 영역이 분명히 있죠.

병원에서는 양방 면역요법(이 역시, 이 병원이 내세우는 면역 요법 중 하나입니다)도 여럿 제공하는데, 그 중 하나가 고주파온열치료입니다. 42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암세포가 보통은 괴사한다고 하네요. 책에도 나오듯 이러면 혹시 정상세포도 덩달아 상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렇지 않고 건강한 세포의 자체 작용에 따라 열을 적절히 밖으로 배출한다고 합니다. 암세포가 괜히 암세포가 아닌 이유이죠. 셀레늄 요법이나 고농도 비타민 주사도 많은 이들에게 증상의 개선을 안겨 준 효자 처방에 속합니다.

암치료에서 중요한 건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본인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건 역시 "면역력"인데,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건 첫째도 둘째도 운동입니다. 여기서도 운동의 중요성은 다시 확인할 수 있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 어바웃 플라워숍 All about Flower Shop - 개정판
엄지영.강세종 지음 / 북하우스엔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퇴한 후 아담한 꽃집 하나 가꾸는 건 모든 이들의 작은 낭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워낙 이 분야에 창업을 시도하는 분들이 많고, 당초 생각보다는 손이 가는 데도 많고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구석이 의외의 대목에서 튀어나오기도 해서, 뜻대로 사업을 못 이끌어가고 죄절하는 분들의 푸념이 자주 들립니다.

"경영 마인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p73)." 저자의 일침은 날카롭습니다. 많은 창업자들은 '그저 남들 하는 대로 대세 따라가면 기본은 하겠거니' 같은 안이한 생각으로, 또 꽃향기 가득 맡으며 풍취 높은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낭만으로 이 일에 손을 대죠. 그러나 현실은 결코 "꽃길"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아름다운 플라워숍을 꾸려 가며 금전적 만족도 함께 누릴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은, 이제 제법 많은 현업자들과 창업 희망자들이 공유하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보통 기업을 운영할 때, 기업에는 분명한 기업가 정신과 지향성이 있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이것이 브랜드와도 연결된 스토리를 낳으며, 자연스럽게 고객과 소비자의 마음 속에 스며들 때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강렬한 효과를 낳는 홍보가 가능해집니다. 작은 코너를 차지하는 플라워숍도 마찬가지입니다. 업주가 분명한 컨셉, 원칙을 갖고 샵을 꾸려 나가는 게 고객들의 눈에 띄면, 이는 입소문을 타고 그 샵만의 개성과 서비스로 널리 대중들에게 각인됩니다. 그저 "이러이러한 요령만 따르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같은 실용 노하우 팁에 그치지 않고, 창업시부터 분명한 주의와 정신을 세운 후 샵의 분위기와 서비스에 그대로 배어나게 해야 한다는 충고는, 겉모습만 번드르르하게 꾸미는 데 치중하는 겉발림 경영 형태에 좋은 경종을 울려 줍니다.

저자께서 처음 샵을 연 곳은 삼청동이었다고 합니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는 뚜벅이 고객과 차향을 이용해 움직이는 고객이 만나기 좋은 곳"으로 저자가 점찍은 곳은 삼청파출소 앞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제가 다니며 본 기억으로도 그런 곳이 맞습니다. 한 가지 과제에 몰두하면 역시 지엽말단 사항의 숱한 교란 속에서도 필요한 사항에만 집중하는 안목이 틔는 것 같습니다. 이후 저자는 영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는데, 성공하는 샵을 열기 위한 입지 조건으로 세 가지 정도를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세 곳 정도를 눈여겨 보았는데, 그 입지를 놓고 품평하시는 평가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아서 독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도 되었습니다. 그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겠거니 하며 무심히 지나친 것들을, 성공하는 창업자는 이처럼 남다른 안목으로 분석하는 거죠. 그저 말 수준에 머무는 허언의 성찬과, 실전에 적용 가능한 알짜 원칙은 이처럼이나 서로 다릅니다.

유러피언 스타일과 전통적인 방식의 화훼는 창업시 유의해야 할 모든 국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특히 서양란을 바크나 수태에 심고, 동양란을 난석에 심는 이유에 대해 시원하게 해명해 주신 부분이 좋았습니다. 창업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도 물론 참고해야 할 좋은 내용이 많지만, 그저 멋지게 화초를 가꿔 보고 싶은 분들도 몇 레벨 위의 절실한 동기로 고민해야 하는 전문가의 속 깊은 충고에서 배울 게 꽤 많았습니다. 예쁘고도 유익한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로역정 (양장, 조선시대 삽화수록 에디션)
존 번연 지음, 김준근 그림, 유성덕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천로역정은 기독교, 그 중에서도 프로테스탄트 청교도들의 고전입니다.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설파, 전개되었는지 물어 보면 대답 못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고전은 유구한 시대의 시련을 이겨 내고 그 자리에 오른 텍스트라서, 따분하고 지루하겠다는 막연한, 근거 없는 선입견과는 달리 실제로는 꽤나 흥미진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의인화와 풍유를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이 책을 읽어 보면, 의외로 옛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한 발상과 소재가 많아서 오히려 우리들 현대의 독자들이 놀라게 됩니다.

꿈은 우리에게 많은 현시(顯示)를 전달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 역시 기이한 형상과 생경한 이미지를 접한 이들이, 과연 이 낯선 조우를 어떻게 해석할지 몰라 갈팡질팡일 때, 현명하고도 사려 깊은 "해석"을 통해 지혜를 일깨우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소모적인 불안이나 경거망동에 정력을 빼앗기지 않도록 돕는 위대한 정신의 활약이 등장합니다. "꿈과 그의 해석"은 기독교 성경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모티브인데, 무엇보다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이 기가 막힌 꿈 해몽으로 입신 출세한 위인이기도 합니다.

천로역정은 17세기 후반, 영국이 아직도 정치적 불안과 격랑에 휩싸였을 때 창작, 출간된 고전이지만, 이 책에서 쓰인 여러 기법은 그보다 훨씬 후대에 이르러서도 다양한 영역에서 차용되어 쓰였습니다. 또 대화체로 논지와 서사가 전개되는 모습은 당대 유럽 여러 저술에서 드물지 않게 보던 스타일인데, 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 유럽을 강타했던 파문의 저서 <대화>(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심의 성", "절망의 거인", "자애", "믿음", "수다쟁이" 등 이름만 들어도 흥미롭고 강한 개성을 띤 인명, 지명은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더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도 비유를 통해 어리석은 민중에게 깊은 가르침을 전달했듯, 저자 번연(버니언) 역시 포맷부터를 이처럼 편안하게 잡아서 독자와의 보다 효율적인 소통을 시도합니다.

이 책만의 단연 뛰어난 특장(特長)은 구한말 지석인인 김준근 선생이 직접 그린 삽화의 소개입니다. 구한말 우리 민족이 맞이했던 시련은 그저 외세의 침탈뿐이 아니라, 민족 자체가 구심점 없이 종래(전근대)의 나태하고 무지몽매한 셍활 패턴을 아직도 못 벗어난 탓도 큽니다. 그래서 안창호 선생 같은 분도 무실, 역행 등의 덕목을 그토록 강조한 건데, 김 선생은 기독교 정신으로 민족 전체가 각성하여, 근면 성실을 통해(청교도 정신의 핵심입니다) 부유하고 품위 있는 겨레로 거듭나길 기원하며 이 고전에 주목했던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민족과 <천로역정>이 이처럼 오래 전 시점에 흥미로운 교차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자체가 설레고 기쁜 체험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영복 선생님 하면 "겨울에는 옆 사람의 온기로 고마움과 연대의식을 함양하게 되지만, 여름에는 존재 자체가 증오스러워진다"는 깨달음과 교훈만으로도 우리에게 깊고도 깊은 울림을 갖는 위대한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르침은 종교 경전이나, 인류 문명사에 길이 남을 인문 고전에서야 찾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만, 우리와 같은 시대를 호흡하고 살아온 분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었다는 게 어쩌면 큰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여튼 신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지도 벌써  2년이 지났고, 평전의 대가 김삼웅 선생의 필치로 그분의 삶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인생에서 가장 황금처럼 빛나는 시기를 고달픈 영어의 몸으로 지새웠다는 자체가 엄청난 시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른바 "양심수"라 함은 오래 전부터, 특히 앰네스티 같은 국제 단체에서는 어느 나라 정부에건 간에 그 양산을 막으려고 경각심을 촉구해 온 개념입니다. 부끄럽게도, 한국 정부는 협소한 체제 안보 강박과 비뚤어진 레드 컴플렉스 때문에 이런 양심수를 터무니없이 많이 배출한, 어두운 현대사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투쟁을 해 오셨기에 오늘날 우리의 권리와 자유가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의 번영되고 풍요로운 현재는, 이런 분들이 피와 땀으로 채워 온 투쟁이 아니었다면 결코 우리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겁니다.

신영복 선생을 가리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승이라 일컫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적을 그저 분노와 시련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이를 보편적 지혜와 달관의 경지로 고결히 승화시킨 데에 있습니다. 억울한 일을 겪거나 한 이들은 대부분 그 과거의 경험을 분노의 폭발로 변환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보편의 지혜를 강조하는 영혼의 스승들은, 그 가르침이 대개는 고루한 관념과 공식화에 머물러 우리 평범한 대중들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이루지 못하는 수가 잦습니다. 신 선생은 이 두 가지 미덕을 공유, 겸비한 분인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게 보는 듯합니다. 즉,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겪었음에도 입에서 분노만을 띄우지 않으시고, 그러면서도 보편적으로 타당한 인생살이의 지혜를 쉽고도 편안하게 우리에게 가르친 분이란 점에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