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종합소득세 실무
윤지영 지음 / 삼일인포마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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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달갑지 않으나 세상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게 꼭 있기 마련이란 뜻인데, 그 이면에는 "죽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죽음만큼이나 불가항력인 세금 제도의 필요악적 성격을 암시한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확실히 생명이란 존귀한 것이어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촌구석에서 몸에 스는 이를 잡아 혀로 핥아 먹으며 땀구멍으로부터는 구더기를 내뿜는 천민 성도착 치매 영감이라 해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며 정신나간 듯 낄낄거릴 동력을 마련하는 (전혀 바람직하지 못할망정) 신비한 힘을 지녔다고 하겠습니다.

세금 역시, 납부할 때에는 눈알이 빠질 만큼 내기 아까운 고통이나, 어디 사람이 제 개인의 힘만으로 이 험한 세상에서 생존이 가능하겠습니까. 미개한 중국인들에 기생하여 더러운 푼돈을 긁어모으는 근본 없는 천출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문명 사회에서 합리적인 시스템에 기대어 정당한 소득을 올리는, 제대로 교육을 받고 경제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면 헌법상 국민의 의무이기도 한 이 "납세" 이슈를 마땅히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옳을 것입니다.

우리 세금 체계에는 크게, 개인 단위로 납부하는 "소득세"와, 법인을 그 납부 주체로 삼는 "법인세"가 있습니다. 이들은 직접세이며, 그 외에도 물품을 구입할 때 (내는 줄도 모르고 내게 되는) 부가가치세 등이 있겠습니다. 전자는 담세자와 납부 주체가 동일한 "직접세"이며, 후자는 돈을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과 관공서에 갖다내는 쪽이 서로 다른 "간접세"입니다.

이 직접세 중에서도, 소득세법체계는 이른바 "소득원천설"을 취하는 것으로 학자들에 의해 파악되며, 법인세는 "순자산증가설"에 입각했다고 여겨집니다. 무슨 소린가 하면, 개인을 상대로 부과되는 소득세는 법문에 분명히 적혀 있는 항목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되며, 법체계가 예상치 않은(그러나 이런 게 있기가 좀 힘듭니다) 소득에는 구태여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보통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만 과세가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쳐도 그 범위가 꽤 넓으므로 큰 위안(?)이 되지는 못하는 설명입니다. 이 말만 믿고(자기 편할 대로만 해석하곤) 소득신고를 불성실하게 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지금으로부터 대략 17년 전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전속계약금을 사업소득 아닌 기타소득으로 신고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처분을 받고,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내었다가 결국 패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건 법령의 불비, 모호함에서 비롯한 것이지, 납세자로서야 얼마든지 (세제상 유리한) 기타소득으로 간주하고 이런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작년 5월에는 어느 기업과 계약을 맺고 삼 년 넘게 고문으로 활동한 이가 고문료를 "기타소득"으로 신고했다가 국세청에게 처분을 받고선 역시 소송을 낸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 판결에서 법원은 "42개월 동안 정규적으로 지급된 소득이며, 그 액수도 적지 않으니 설령 자문에 응하는 횟수가 불규칙적이고 적었다 해도 이는 사업소득으로 봐야 한다"고 설시했습니다. 만약에 이 납세자의 처지였다고 한번 가정해 보십시오. 당연히 부담이 줄어드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후 신고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법은, 모호한 경우까지 미리 세심히 상정하여 국민이 억울하게 덤터기를 쓰거나 배신감(설령 그것이 근거 없는 착각에서 비롯했다 해도)을 느끼지 않게 배려할 책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사업소득으로 분류하여, 종합소득신고를 할 의무가 따로 생깁니다"라고 명문의 법규정에 의해 고지, 계도를 처음부터 받았다면 누가 세금을 안 내려 들겠습니까?(배운 게 없는 천출 악질들은 그래도 개기겠지만 말입니다) 선량한 시민과 그렇지 않은 악성 분자를 분별하여, 성실한 납세자가 언제나 최우선의 배려를 받는 사회가 바로 모범 준법 선진 사회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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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의 이해
장홍범 지음 / 한국금융연수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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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실무란, 생각보다 어려운 면도 있고, 맥만 정확히 짚고 들어가면 의외로 수월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서류와 절차 대부분이 영어로 된 점을 들어 언어의 장벽을 지적도 하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영어가 어려워서 무역이 어려운 게 아니라, 무역업무 자체의 생리와 구조에 아직 덜 적응이 된 이유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에 신명을 내고 적성을 발견만 하면 영어 실력이 시원찮아도 잘만 일하는 사람도 보았으며, 이를 계기로 영어 실력까지 확 도약시키는 사람도 봤습니다. 중요한 건 일이지 "말"이 아닙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역은 꼭 국가 간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남북 간에 이뤄지는 여러 상품, 서비스 교류도 무역의 범주에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뜻까지는 아니고, 이미 1990년대 초반에 특별법이 만들어져 북한에 특수 지위를 부여한 바가 있습니다. 경제 교류는 원칙적으로 정치 이슈를 떠나 서로의 효익 증대를 위해 가치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이것이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한국에서는 무역 관련 실무와 그에서 비롯, 파생할 여러 관계를 다루기 위해 여러 기본법이 제정, 개정, 작동 중입니다. 대외무역법, 외국환거래법, 관세법 등이 그것입니다. 장사든 사업이든 기본 룰을 알아야 자기 사업도 번창하고, 행여 법에 저촉되는 방향에다 아까운 수고를 들이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법규의 숙지는 꼭 필요합니다.

최근에 정부 기준이 바뀌어서 국제수지표를 구성하는 항목이 좀 달라졌으니 예전 지식으로 프레임을 짠 분들은 업데이트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경상수지 구성 항목이 상품수지+서비스수지+본원소득수지+이전소득수지 등으로 정해진 건 그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①경상수지의 세번째 항목 본원소득수지 중 투자소득과, ②경상수지와 배타적인 "자본금융계정" 중의 "직접투자", "증권투자"를 혼동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이자, 배당금은 ①이고, 주가가 상승해서 얻게 된 차익 등은 ②입니다. 보통 주식 투자라고 하면 ②의 "재미"만을 생각하지만, ①이야말로 이런 활동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라진 건 "자본수지"의 명칭이 "자본 금융 계정"으로 바뀐 부분이죠. 예전에는 자본수지가 그저 장기/단기로만 나뉘었는데 이는 "만기"라는 단순한 기준만 적용한 분류라서 입체적 분석에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새로 바뀐 카테고리에서는 일단 자본계정과 금융계정으로 나눈 후, 이를 각각 세부 항목으로 다시 나눕니다. 특히 금융계정을 두고, 직접투자, 증권투자, 파생금융상품, 기타투자, 준비자산 등으로 세분화합니다. 통계와 항목 분류는 그저 형식적 완결성만 갖춘다고 전부가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미래에의 예측과 분석이 가능해야 의미 있는 자료이므로 이런 전향적인 개편은 오히려 때 늦은 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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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패턴으로 여행하는 랜드마크 베트남어회화 50패턴으로 여행하는 랜드마크 회화
윤선애 지음 / PUB.365(삼육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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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다시 겪어 아시안게임 개최권도 반납(그래서 올해 대회가 인도네시아에서 열렸지요)하는 등 체면이 크게 깎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그 성장 잠재력이 주목되며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갈 엔진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나라입니다. 인구는 거의 일억에 육박할 뿐 아니라 면적은 남북한 전체에 홋카이도, 시코쿠를 합친 만큼 넓습니다. 이런 까닭에 현지에 진출하여 사업을 벌이는 한국인이 부쩍 늘어가는 추세이며, 쌀국수나 국제 결혼 등 여러 이슈가 겹쳐 "그 말을 좀 알아 들었으면" 하는 욕구가 부쩍 늘기도 하는 게 바로 베트남이란 나라입니다.

특히 베트남어는 문법이 어렵고 성조가 복잡하며, 로마자를 그 표기에 쓰기는 하지만 철자와 발음이 전혀 연결이 안 된다며 당혹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외국어는 영어처럼 보편적이고 문법이 단순한 언어도 원어민 아닌 입장에서 어렵기 마련인데 이런 걸림돌까지 있으나 더욱 난감하게만 느껴질 수 있죠. 그런데 이럴수록 해당 언어에 취미를 붙일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도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미국 영화를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절로 영어에 능통하게 되었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거리 구경거리가 많은 베트남 같은 나라의 랜드마크, 관광명소를 소재로 회화를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핵심 패턴, 문법을 익히게 한 책의 구성은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치고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여태 못 보았고, 무엇이든 어떤 계기가 생겨 자발적으로 흥미를 갖게 되면 어려운 과제도 의외의 쉬운 돌파구가 보이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이며, 한국과는 달리 중앙집권 통일 국가 형성이 매우 늦었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통일은 1970년대 공산 혁명 완수 후에나 이루졌는지도 모르며, 북, 남(이 나라에서는 북측이 더 메인스트림이므로 북을 앞에 썼습니다)이 서로 풍조가 다름은 물론 심지어 중부의 "후에"가 별도의 문화권까지 이루고 있습니다(이 책에서는 p92에서 다룹니다). 따라서 말을 배우는 것도 여러 모로 어려운데, 이 책에서는 베트남 표준어의 위상인 하노이와 북부 지방의 방언을 주로 다룹니다. 물론 북부 방언의 학습만으로 의사소통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p40에 보면 cuộc họp(꾸옵 헙)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책의 설명대로 "회의"라는 뜻입니다. 이걸 한자로 쓰면 局合(국합)이 되죠. 이처럼 한자로 쓰면 대강 우리 한국인들도 알아먹을 듯한 단어가 많아서 그나마 공부하기가 편합니다. 여기서의 cuộc(꾸옵)이라든가, p36의 thuốc(담배. "속하다"라는 뜻의 thuộc하고는 다릅니다. 이 단어는 이 책 p66, 또 p118 등에 나옵니다), 또 p18의 Hàn Quốc(한꾸옵, "한국"), p78의 dân tộc(젼똡, "민족"), p98의 Kiến trúc(끼엔 쭙, "건축"), p102의 con sóc(껀 썹, "다람쥐"), dốc cao(좁 까오, "가파른"), p254의 luộc(루옵, "삶다") 등에서 보듯, 어떤 c는 우리말로 종성 ㅂ과 비슷하게(ㅋ가 아니라) 발음되기도 합니다. 교재에서 처음 볼 때는 혹시 오타가 아닐까 싶기도 할 텐데, 물론 그건 전혀 아닙니다.

이는 이 음가가 "무성, 연구개, 양순, 파열음"이라서인데, 베트남어 말고는 세계 어느 나라 언어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음소라서입니다. 쉽게 말해, 입을 꼭 다물고(특히 양 입술을 닫고 - 이것때문에 ㅂ 소리가 나는 거죠), ㅋ 발음을 하면, 좀 비슷해집니다. 실제로 해 보니까 우리말로는 대강 ㅂ 정도로만 해 줘도 저쪽에서 다 알아 듣던데, 그래도 더 정확한 조음을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국립국어원의 베트남어 표기법( https://www.korean.go.kr/front/page/pageView.do?page_id=P000120&mn_id=97 )을 참조해도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안타깝고 답답한 일이죠). 저자 윤선애 선생님의 다른 책을 찾아 따로 공부를 해야 이런 의문이 풀릴 것입니다(저도 그렇게 했고요).

pp.104~107을 보면 "하이번 고개"가 나옵니다. 여기뿐 아니라 이 책은 말 그대로 베트남의 관광 명소, 랜드마크를 담은 아름다운 사진이 많아 공부 목적 외에도 그저 그림만 봐도 눈이 호강하는 장점이 분명 있습니다. 책에 보면 대화("일지쓰기" 파트 중)에서 이 단어가 한자의 해변, 구름의 의미를 각각 담았다고 설명이 나오는데, 한자로 쓰면 海雲입니다. 뜻도 글자도 모두 한국 부산의 모 명소와 같죠. 발음이 비슷한 게, "하이펀"아라는 중국식 음식 소스입니다. 요건 한자로 蟹粉(한국식 발음으로 "해분")이라고 쓰는데, 글자 그대로 게(crab)가 원료이죠.

p22에 보면 cạnh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읽기를 "까잉"이라고 읽습니다. 국어원에서는 이런 경우 "아인"이라고 적기를 권하나 이 책처럼 실제 발음은 "아잉"에 가깝더라구요. p60의 냐잉, p138의 타잉, 바잉, p190의 아잉("사진"), p22의 까잉, p214의 하잉, p126의 쨔잉("피하다"), p182의 짜잉("전쟁"의 "쟁". 앞에 나온 동사와는 성조가 다릅니다)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p98의 "꼬다이" 같은 건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 일본과 공유하는 어휘) 고대(古代)와도 발음까지 거의 비슷합니다. p102에 나오는 "음력 설"을 뜻하는 "테트(Tết)"는, 우리가 역사책 읽을 때 "테트 공세"라는 말 때문에라도 아주 익숙하죠 한자로는 節(절)이라고 씁니다.

예전 한국의 중등 사회과 교과서에는 정(鄭)씨의 경우 "트란", 완(阮)씨의 경우 "구엔" 정도로 적곤 했는데 대략 이십 년 전쯤부터 베트남과의 교류가 늘어나며 이런 게 다 시정이 되었습니다. p170의 젿, p258의 재, p222의 쯕, p244 찌잉 등은 r과 tr가 특이하게 발음되는 베트남어만의 특징을 보여 줍니다. 사실 r의 경우 중국어 권설음에서도 약간 ㅈ 비슷한 소리를 냅니다(구식 발음).

베트남어는 특히 한국인 입장에서 낯선 음가가 많으므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MP3 음원을 여러 번 듣고 그대로 따라하는 습관이 반드시 몸에 붙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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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드는 정신력
D.J.슈워쯔 / 지성문화사 / 199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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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정신력만 강조하는 것도 지난 시대의 유물이라서, 요즘 이런 성향이 지나치면 아예 정치적 시비로까지 비화하는 뜨악한 광경도 종종 보곤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떤 일을 성취하려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물질적인 스펙이나 여건만 내세운다면, 또 절대시한다면 일단 일 자체가 진행이 안 될 뿐 아니라, 어딘가 교훈적이거나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막연한 느낌마저 줍니다. 그런 게 그저 느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조직이나 개인이 자기 업무에서 영속성을 가지며 지속적인 성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는 불변일) 주변 여건적 혜택 외에 뭔가 자신만의 특별한 모레일(morale)을 마련하는 법을 터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생의 더 큰 좋은 몫". 좀 막연한 주문 같습니다만, 저자의 의도는 "뻔히 주어진 자원 외에, 당신의 정신력이 새로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부가가치'"라는 정도로 이 말을 쓰는 듯 보입니다. 100을 제공 받아 딱 100만큼만 만들고 다음 단계로 넘긴다면, 내게 일을 부탁한 사람이나 그 성과를 계승한 사람이나 그리 큰 인상을 못 받겠으며, 내가 하는 일은 타인에 의해 대체 가능한 업무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죠. 이게 장기적으로 내 자신의 입지를 확보할 때에도 불리한 인자를 형성할 뿐 아니라, 더 치명적인 문제는 너무도 단순반복적(mundane)한 업무에 정신을 매몰시킴으로써 스스로의 포텐셜과 능력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루틴과 매너리즘에만 빠진다면, 마치 졸음운전처럼 장단기 목표에 치명적 위험 요인을 스스로 형성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어떤 사람이 업무 중 스스로 체득한 정신적 활기는, 업무 외에 다른 영역에까지 그 선(善) 부산물(by-product)를 확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효과가 "개인적 고민"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하며, 이것이 다시 업무 효율 증진으로 선 피드백을 형성할 수 있음은 두 번 강조할 필요가 없겠죠. 물적 설비는 제조 당시에 정해진 그 용도로밖에 쓸 수 없지만, 인적 자원(내가 내 자신의 고용주일 수도 있고, 남에 의해 쓰여지는 퍼스넬일 수 있습니다)은 그렇지가 않아서, 사용의 누적과 자연적 시간 경과에 따른 감가상각의 침식을 덜 입게 조정이 가능합니다. 조정이 가능할 뿐 아니라, 열역학 제2법칙에 반하게도 쓰면 쓸수록 활용도와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오로지 인적자원의 투입에서만 이 같은 놀라운 프로세스 혁신이 가능합니다. 저자는 그 모두가 "정신력" 고유의 효능이라고 여기는데, 우리 동양인들은 알고 보면 오래 전부터 인식하던 조리(條理)라고나 하겠네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이 말은 정말 급박한 상황에 닥쳐 보고 대담하게도 이 원칙을 자기 일에 몸소 적용시켜 보지 않은 사람은 그 타당성을 실감 못 하는 가르침입니다. 만약 일을 공동으로 진행하는데 누구 하나가 뜬금없이 이런 방침을 꺼내면 욕이나 먹기 딱 좋은 구실거리나 내 주게 마련이죠. 그런데, 사람이 자기가 닥친 긴급한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그저 잔머리나 임기응변(알고 보면 이것도 보통 능력이 아닙니다)으로만 매번 넘어간다면, 사람이 결국 포텐만 소비되지 그 상태에서 더 크질 못하더라구요. 의료업이나 법률 서비스 같은 건 처음에 일을 배우는 게 어렵고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능숙해지는데, 다른 분야는 소위 state of the art라는 게 계속 바뀌고 업황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달라서, 이런 식으로 고식책만 쓰는 사람은 결국 나이먹고 도태됩니다. 책에서 "더 빨리 출세하려면 더 크게 생각하라"는, 긴급 처리의 국면에서 너무 속도에만 치우지지 말라는 가르침인데, 많은 직장인들은 여우 같이 내 실속도 챙겨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말을 좀 깊게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지내 놓고 보니 다 뭔가 경종을 울리는 말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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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 팀장은 경영부터 배운다
여현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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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로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직급을 하나하나 밟아나가던 시절과는 달리, 오직 능력과 실적에 따라 직원의 가치가 평가되는 기업 문화가 자리잡고부터는, 이전 세대는 알지 못하던 "팀장"이란 새로운 리더가 어느 직장 구조에나 등장해서 부서 소속원들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지지 않고 기업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쓰이고 있습니다. 조직이 정체(停滯)와 무기력에 빠지는 건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경직되면서 (어찌 보면)필연적으로 겪는 과정인데, 이병철 창업주가 아직 대권을 쥐고 있던 시기의 말엽의 삼성도 그랬다고 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반발과 부작용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조짐을 경계하여, 누구도 예상 못하던 과단성과 단호함을 발휘하여 조직의 둔화와 낙후화를 막았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팀장의 자리란, 한국 기업에 도입된 지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으면서도, 개별 기업이 험난한 외부 변수의 도전에 잘 대응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가장 액티한 관리직"이며, 한 직원이 이사나 중역, 나아가 CEO로 성장할 만한 재목이 되는지를 최초 검증할 수 있는 시험장과 같습니다. 연대장, 대대장급 지휘관이 유능하고 기민해야 군대가 강력해질 수 있듯, 팀장들이 강한 회사라야 경쟁사들을 제치고 승승장구하는 장수 우량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런 "최일선 지휘관"의 중요성이 기업주들에게 인식되어서인지, 군에서 장교로 오래 복무한 인재들을 수출기업에서 스카웃해 오는 일이 왕왕 있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낭만적(?) 아웃소싱이란 상상도 못하며, 직원들 스스로가 알아서 독종 만능 특무대장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본인의 좌천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직체 자체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힙니다. 그렇게 사내에서 한번 굳어진 평판은 회복이 어렵고(사회는 한 번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고과 기록이 계속 남기에 이직 전직시에도 (타 기업) 고위급들이 돌려 보는 자료에서 반드시 참고가 되므로 커리어 관리에 지독한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요즘은, "성공하는 팀장이 되는 비결"을 다룬 책이 여러 권 나오는 추세이며 저도 이들 중 두어 권 정도를 완독하고 생각을 정리한 적 있습니다. 꼭 대리급들만 이런 책을 읽는 게 아니라,과장 부장 나아가 이사들도 초심을 찾기 위해 back to the basic한다는 의미에서 내용을 반추하는 모습, 많이 보이곤 하죠. 이 책과 다른 책이 확실히 차별화되는 점은, 1) 철저히 현실주의적 백그라운드에서 다소 냉혹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팁을 제공하며, 2) 다른 나라의 실정보다는 우리 한국 기업들의 살벌하고 비정한 상황을 더 많이 반영한 내용이라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우리는 이런 책을 읽을 때 흔한 "힐링"이나 마음의 값싼 위안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므로, 독한 예방약과 따끔한 주사를 맞는 기분으로, 하드 멤버십 트레이닝의 일종이라 여기고 책의 내용을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런 책을 읽고도 "다들 하는 이야기 아냐?" 정도의 반응이 나온다면, 직장에서 자신의 "임전 태세"가 화석화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당장은 무감각해지는 게 대증요법일 수 있으나,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유기체는 죽음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팀장은 어떤 권위나 자격에 기반한 직책이 아니라, 실적을 내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라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주어진 한 가지 목표에만 전심 집중해야 하지, 이런저런 혜택과 부대적 수익에 좌고우면하다가는 자신뿐 아니라 팀 전체를 망칩니다. 이사, 부장도 그러할진대(요즘은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로펌도 파트너 변호사가 일감을 물어 와야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하물며....) 팀장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단기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목표는 오직 하나입니 다. 하나뿐인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다른 일체의 곁가지는 무시하는 게 팀장의 소임입니다. 이 책에서는 따로 말이 없지만(이 책은 팀장의 직분을 논하는 책인데 다른 이야기를 않는 건 당연하죠), 고위 관리직으로 올라갈수록 여타의 사정들을 두루  고려하는 능력, 원모심려의 수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팀장은? "미안하지만 그런 거 없다" 입니다. 그런 걱정은 부장 달고 별 단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최근 부상하는 소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2년 전쯤에 필립 코틀러가 쓴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는데요. "앞으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CSR은 필수 수행 과제 중 하나로 편입해야 한다"'는 게 그 책의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김경준 소장님이 쓰신 이 책은, 그런 입장에 대해 아주 호되게 비판하는 쪽입니다. 심지어 "일부 학자의 왜곡 과장"이라는 표현도 쓰십니다. 혹시 그런 권위자의 주장을 함부로 폄훼한다는 반응을 우려하셨는지(?) 베인앤컴퍼니 CEO의 말도 인용하시면서 "사회적 책임을 우선시,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 과감히 무시하라. 기업은 본래의 목적인 가치 창출 외에 전념하면 그만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김경준 소장님의 책도 여태 여러 권 읽었기 때문에 이런 기조는 사실 뜻밖은 아니지만, 문맥적 추론의 고리들이 어느 지점에서 부딪히는 것과, 이처럼 핵심 주장 사이의 정면 충돌하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 입는 충격의 정도가 다르죠. 저는 "여튼 팀장 수준에서는 주제넘게 CSR에 개의할 필요는 없다"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책의 해당 챕터는 "투명경영" 자체에도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 책임의 부차화"를 넘어 "반사회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맥락으로까지 오해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팀장의 지식은 "지식인적 지식"이어서는 안 되고, 현장에서 척척 쓸모를 발휘하는 "상인적 지식"이라야 한 다는 게 예전부터 공병호 박사가 주장해 온 바고, 김경준 소장님도 이 책에서(이분의 다른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토픽입니다) 재인용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머리 속에 든 지식이라는 게 전자쪽에 아무래도 더 무게중심이 놓여 있다 보니, 습관적으로도 후자 지향을 이루려고 평소에 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설프게 상황에 맞지도 않는 인문 잠언을 현장에서 설파하면, 그게 PT 서른 번에 어쩌다 양념으로 한 번 들어갈까 말까아야지, 그 이상이 되면 "아이디어와 감각 부재를 모호한 선문답으로 때운다"며 윗사람들 반응이 매우 안 좋아집니다. 이게 현실이고, 위에서 말한 대로 기업은 "가치 창출"에 본연의 소명을 다하는 게 최우선의 의무일 뿐이지 교육 기관, NGO가 할 일까지 맡을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입니다. 자신이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면 일단은 조직이 주는 보수에 대한 반대급부를 충실히 이행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인문하기(?)"는 회사 나온 후에 해도 됩니다. 일하라고 다니는 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딴 걸 하면 안 되죠.

엘리트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을 김 소장님은 냉철히, 직설적으로 찔러 줍니다. 자신이 아무리 유능해도, 팀장으로서의 능력은 자신이 거느린 "팀의 성과"로 평가받을 뿐이 라는 겁니다. "거,... 팀장은 잘하는데 팀이 별로야, 그치?" 라고 말을 건네는 부장님 말에 "그러게요... 흑흑 어케 제 마음 아시군,..."라고 했다간, 부장님 다이어리에서 이름 지워집니다. "부끄럽습니다. 못하는 팀은 곧 못하는 팀장입니다. 두 말 없이 이번에는 제대로 하겠습니다." 이게 정답이죠. 팀장은 그래서 가장 빠릿빠릿한 일선 세일즈맨일 뿐 아니라, 그런 말단 직원들을 진두지휘해야 할 매니저입니다. 인생의 이처럼 젊은 시기에 너무 어려운 직분이 주어진 것이나 아닐지요. 하지만 경제인으로서 한창 체력도 좋고 센스도 충만할 지금 제 능력을 발휘 못하면 언제 해볼까요? 나이 서른 넘어서 전교1등, 수능수석 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게 김 소장님의 말씀입니다. 고집쟁이들은 토론을 하지않고, 어설픈 독단이든 오랜 사고의 열매이든 무조건 제 입장만 고집하는 게 고질병이고, 설사 그가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 한들 다른 팀원(하위직)들이 이를 거부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주장합니다. 원래 머리에 든 것 없는 사람들이 "근거 없이, 이유 불문"으로 동어반복만 하게 마련이지만, 김 소장님은 아마 평소에 그런 사람은 상대해 본 적 없으실 겁니다. 저자 김 소장님이 지적하는 바는, "당신이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 해도, 여튼 팀에서는 타인을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소통을 못하면 결국 그런 무식꾼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겁니다. 당신이 맞는 말을 하고 있을진대, 왜 그걸 쉽게 다른 이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는가? 최소한, 틀린 말을 우기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 아닌가? 이 뜻이죠. 소신과 고집을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게 우리 나라입니다. 피드백 사고가 되어 있지 않은 구성원들이야말로 회사에서 암적인 존재들입니다.

평가/인기/평판 중에서, 평판을 좋게 얻는 팀장이 되라고 합니다. 평가는 하위직일 때 개별 업무에서 얼마나 꼼꼼한 일처리를 보이느냐 하는 것입니다. 인기는 조직의 건강, 건전성과는 무관하게 (주로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얼마나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냐 하는 척도입니다. 팀장이 염두에 두어야 할 건, 이 두 범주의 중용이자 핵심 교집합이라 할 "평판(reputation)"을 얼마나 좋게 유지하느냐라고 김 소장님은 말합니다. 이런 평판을 잘 관리하려면, "나의 상사가 보는 시선과 관점에 항상 서 볼 것"을 잊지 말라는 겁니다. 이런 역지사지의 태도는 자신과 상황의 객관화이지, 등뼈 없는 아부나 영합과는 크게 다릅니다.

반드시 승진이다 출세다 따위를 염두에 두고 학습해야 할 사항은 아닙니다. 일차적으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소임을 다하고 성과를 내는 건, 타산적이고 속물적인 선택이 아니라 "월급을 받는 피용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격입니다. 그뿐 아니죠. 개인보다 큰 단위인 조직을 생각하라, 나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사물을 통찰하라, 타인과 소통하며 더 큰 자아를 형성하라,.. 이런 것들은 출세의 방편이 아니라, 수백 년 간 동양에서 군자의 미덕으로 간주되어 온 사항이 아니겠습니까? 인문 실력을 발휘하려면 이처럼 지행일체, 무실역행의 차원에서 찾아야, 인문의 관점에서도 떳떳하고 온당한 선택일 것입니다. 훌륭한 팀장은, 한 인간으로서도 빠질 것 없이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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