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분쟁
맹신균 지음 / 법률&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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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는 우리 주변에서도 아주 낯설지만은 않게 만나는 거래 패턴입니다. 보통 단기 임대차는 렌털, 장기는 리스라고 부르는데 물론 부동산은 후자에 속하는 게 보통이죠. 렌털이나 리스를 하는 이유는, 소유자로서 부담하는 제세공과금 문제를 우회하고, 보다 자유로운 자금 운용을 시도한다거나, 소유한 물건이 노후했을 시 손쉽게 새 상품의 취득으로 갈아탈 수 있는 편익 등이 있어서입니다.

따라서 리스 이용자는 어떤 경우에도 해당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이 물건을 담보로 잡히거나, 자기 마음대로 타인에게 처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예컨대 집에서 렌탈해서 쓰는 정수기 같은 건, 무슨 전당포에 맡긴다든가 지인에게 팔아치울 수 없다는 거죠. 현대 한국에서는 이런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위험 발생률이 높다면 업종으로서 유지가 어렵습니다), 업체들도 마음 놓고 이 렌탈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겠습니다.

리스는 정수기 같은 비교적 자그마한 기기 같은 게 아니라, 건축용 중장비라든가 부동산이 보통입니다. 대충, 법규에서 "등록"이나 "등기" 대상이 되는 건 리스로 취급한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부동산(의 관련 물권)은 모두가 "등기" 대상이며, 동산이기는 하지만 자동차는 "등록"을 해야만 소유권이 인정됩니다. 이처럼, 등기나 등록 명의를 이전하지 않고(이전한다면 이 과정에서 벌써 취득세, 등록세를 부담합니다), 소유권은 원 소유자가 그대로 가지되 그 사용권만을 리스이용자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 나라는 건강보험이나 종합부동산세 산정 등에서 이런 재산 소유 여부를 참작하기 때문에 그런 사정도 따로 고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리스도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전이 안 되는 건 "운용리스"라고 부르는데, 리스자산이 혹 사고로 파손되거나 했을 때(물론 이용자 과실이 아닌 경우죠. 이용자 과실이라면 당연히 이용자가 책임을 약관에 따라 져야 합니다), 그 위험 부담은 이용자 아닌 소유자가 지게 되는 경우입니다. 또 혹 리스 자산 소유에 따르는 혜택이 있을 때, 사용자에게 이것이 귀속되지 않고 원 소유자에게 그대로 가는 패턴입니다. 반대로, 위험 부담이건 혜택이건 모두 이용자에게 지워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금융리스"입니다. 이 경우는 명의만 리스제공자에게 남아 있을 뿐 사실상 이용자가 소유권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이용자는, 제공자에게 "리스 자산의 매입 비용"을 대출 받아서 장기간에 걸쳐 이자와 함께 분할 납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걸 "금융 리스"라고 부릅니다.

대체로 고가의 전자제품을 할부로 살 때 물론 카드 할부로 살 수도 있습니다만, 판매자가 대부업체와 협약을 맺고 자동으로 할부 계약을 맺어 주는 걸 많이 봤을 겁니다. 이처럼 금융 리스에서는 사실상 할부 판매와 별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데 전자 제품 따위의 할부 구매시에도, 소유권이 할부 대금 완납시까지는 구매자에게 완전히 넘어온 게 아니고 판매자에게 그대로 남습니다. 물론 신용카드 할부 구매의 경우는 카드사가 대납을 해 주는 것이므로 카드 특약이 없는 이상(없죠) 구매 즉시 구입자가 소유권을 갖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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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중급회계 - 상 - 개정 리스기준서 반영, 제4판 IFRS 중급회계
김재호 지음 / 도서출판 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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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회계 기법이 14세기 이탈리아 상업 도시에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만 상인이 장부를 효율적으로 적고 관리하는 기법은 상업이라는 경제 영역이 자리한 어느 국가 어느 문명에서도 원시적이든 세련된 방식이든 각양각색으로 발전해 왔을 만합니다. 당장 우리 나라만 해도 고려 시대에 세계 무역 중심지 중 하나로서 엄청난 부와 물자가 거쳐간 지점이며 개성 상인은 이후 말업(末業)이라며 조선 조정에 의해 억압을 받던 시절에도 독특한 기장 양식이라든가 어음 융통 기법을 발전시키곤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영, 미, 유럽에서 다듬어진 회계의 원칙이 세계를 이미 제패한 추세이며, 한국도 십 수 년 전에 국제회계기준을 대대적으로 채용하여 현재에 이릅니다. 흔히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회계관행"이란, 어느 나라의 투자자나 재무제표만 보고서도 바로 그 기업의 내실과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 창출에 도움이 되어야 하므로, 가급적이면 세상의 가장 너른 지역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물론 어느 한 나라의 특정 거래 패턴이 유독 탈세, 범법을 지향하는 쪽으로 성행한다면 그 나라는 그 방식만을 특히 겨냥한 고유의 법규를 더욱 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회계는 물론 그 기업의 현황을 최대한 충실하게,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습니다만, 1) 그럴 방법이 없거나 2) 할 수 있다고 해도 회계상의 자원 투입을 그런 미미한 데에 투여할 만한 가치가 없을 때라면 그저 "추정"에 그치는 선택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재무제표는 "회계 정책"과 "회계 추정", 두 가지 프레임에 의해 작성된다고도 합니다. 이러한 회계 정책과 회계 추정은 절대적이고 고정된 게 아니고, 일단 채용되어도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은, 회계 정책의 변경인지 회계 추정의 변경인지가 모호할 때에는, 후자, 즉 "회계 추정의 변경"으로 본다고 제1008호에서 규정합니다.

자산의 경우 특히 자산계정에 표시하여야 할 항목들은 이를 "적격자산"으로 부르는데, 이 용어가 의미를 갖는 건 기업의 어떤 지출을 그저 "비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특정 자산의 원가로 편입시킬 것인지를 가르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특정 기간에 돈이 빠져나갔다면 일단 이는 좋지 못한 거래사건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는 그저 "비용"으로 처리될 뿐입니다. 그런데 그 비용 지출이란 게 그저 소모적인 게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는 기업의 출혈을 뜻하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혹은, 기존 자산의 가치가 늘어난 것). 이때 그저 일회성 비용으로 기장하지 않고, 두고두고 쓸모를 내는 자산으로 간주하는 선택을, "자본화"라고 합니다. 물론, 자본화 기법이 남용된다면 기업의 부실을 덮고 (보이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자산을 마구 치장하는 분식회계가 될 수도 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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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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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요 네스뵈의 명품 스릴러들은 21세기에 믿고 보는 몇 안 되는 페이지 터너들입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맥베스"라고 해서 그 오래된 비극 고전의 (또하나의) 현대역, 개역인가 생각했는데 작가 이름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요 네스뵈가 대체 "맥베스"라는 간판 아래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고 말이죠.

그가 만들어낸 가장 유명한 주인공은 우리가 다 잘 아는 해리 홀레 반장입니다. 대개 수사물 장르에서 그렇듯, 우리 독자들이 미친 듯 지지를 보내는 주인공들은 권위를 무시합니다. 반 세기 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멋지게 소화한 더티 해리 형사도 그렇고, <다이 하드> 시리즈에서 정말로 좀처럼 안 죽고 자신보다 더 지적이며 더 매력적인 악당들 속을 어지간히 태우는 잔 매클레인 형사도 그랬지요. 혹은 MiB 시리즈에서의 "제이 요원(윌 스미스)"도 윗사람의 권위를 좀처럼 존중하는 타입이 아닌데, 이런 사람들은 대개 승진은 일찌감치 또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장르물 작가들이 첫 3~4편으로 명성을 얻게 되면, 이후에는 한번 개발해 놓은 뻔한 트랙, 기믹, 클리셰에 얹혀 거의 날로먹으려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르물의 백화점처럼 이 시장이 수요 공급 양면에서 크게 번성한 미국이 특히나 그래서, 한때 열광했던 독자들도 이후 지리하게 이어지는 해당 작가의 매너리즘을 보고 너무 실망해서 바로 발을 끊기도 합니다. 요 네스뵈는 이런 선배들의 나쁜 전철을 보고 뭔가 단단히 다짐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타고난 영감과 말재주 덕에 구태여 슬럼프, 자기 복제를 거칠 필요가 없는 유형인지, 이번에도 이런 박력 넘치는 신작을 내어 놓았습니다.

제목이 "맥베스"인 것만 보고도 기대를 걸었다고 했는데, 다 읽고 그 기대가 조금도 배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저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팬이 아니고 그 나름 그의 스타일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읽는 독자라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한 겁니다. 제목만 맥베스인 게 아니라 실제로 이야기 중에 그런 이름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 사람이 이 신작 에피소드의 사실상 주인공입니다. 요 네스뵈가 제목과 타이틀 롤 작명을 그리했다면, 이 책 속에는 셰익스피어의 그 고전 테마를 멋지게 모티브로 잘 살려낸 장중한 사연이 반드시 펼쳐질 것이라고 확신했으며, 그 기대는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그 고전에서 맥베스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은 바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그 부인, 즉 "레이디 맥베스"입니다. 연극에서도 이 레이디 맥베스 역이 멋지게 연기되어야만 그 극 전체가 살 만큼, 전세계 무수한 후배 극작가, 문학 애호가들에게 끊임 없는 영감을 준 캐릭터가 바로 레이디 맥베스죠. 요 네스뵈는 심지어 (대담하게도) 이 "레이디"까지 등장시킵니다. 그는 상업 장르 문학의 안전하고 뻔한 길을 거부하고, 청년 시절 문학도로서 불태운 자신의 열정을 조금도 잊지 않은 깨끗한 영혼이었다는 점, 이 무지 재밌는 수사물을 다 읽고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은선님의 번역도 언제나처럼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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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진짜 나로 살기 위한 인생 계획
마이클 하얏트, 대니얼 하카비 지음, 소하영 옮김 / 에스파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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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잘 꾸리는 건 물론 중요합니다. 어느 회사이건 최고의 두뇌가 곧 기획통으로 키워지는 건 그래서 당연한 수순이죠. 하지만 19세기 독일 통일의 주역 大 몰트케도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전투 한 번만 거치면 살아남는 작전안이란 거의 없다." 아까 낮에 마이크 타이슨 특집 방송에도 잠시 그 비슷한 "명언"이 나오는 것 같더군요. 사실 현장에서 직접 여러 상황을 진두지휘해 보면, 어떤 완성된 안(案)이나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돌발상황에서 얼마나 잘 돌아가는 머리로 즉흥 대처법을 잘 꾸리는지가 전투의 승리에 결정적 인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갱요가 준가르를 평정하고 귀환했을 때도 옹정제에게 경의를 표하기를 짐짓 게을리하며 말에서 내려오지 않은 것은,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과업이었는지 그저 정치 투쟁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 너 따위가 알 리 없다"는 무언의 시위였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실행력이란, 책상머리에 앉아 도출된 그 어떤 시안이나 아름다운 알고리즘보다 중요합니다. 직접 성과를 내어야 하는 인재에게, 실행력은 그가 가진 역량이나 잠재력 모두라고 할 만큼 중요한 tool입니다.

목표의 수립 역시 중요한 단계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가진 역량 모두를 투입함에 있어, 전략적 목표의 바른 설정이 선행되어야만 괜한 헛수고를 방지할 수 있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안이 중요하고 전략의 자체완결성이 필수적이라도, 이를 현실에서 어떻게 매 단계의 성취와 검증으로 연결시킬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행이 없으면 성과가 없다"라는 명제는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지만, 필드를 뛰어 보면 그 우수한 두뇌를 보유한 많은 이들이 얼마나 "계획 곧 성과"로 착각하는지 놀라울 만큼입니다. 그만큼 기안의 완전무결함에 도달하기가 어렵기에, 인간의 본성인 자기 평가에의 biasedness를 떨칠 수 없음의 실증이지만, 많은 기획이 자체 완결성에도 불구하고 휴지통으로 향하는 게 다 이런 실행력에의 인식 부족 때문이라는 것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실행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데, 이게 참 뼈아픈 지적입니다. 부장에게 과장에게 깨지는 직원이 있다고 가정하죠. 대개 이런 경우 뭣 때문에 지적을 받을까요? 안건을 검토해 보면 부실하게 넘어간 중간 과정이 있거나, 숫자 처리가 부정확하거나, 심지어 맞춤법이 틀려서(ㅎㅎ) 이런 걸 못 참고 넘어가는 깐깐한 상사에게 박살이 나는 겁니다. 지금은 많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만 예전 세대 부모님들이 왜 자식을 기술자, 노동자로 키우지 않고 책상 앞에서 펜대 굴리는 사무직 직원으로, 번듯한 대기업에 입사시키려고 그렇게 노력했을까요? 이처럼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지 않고 육체적으로 축나지 않고 책상 물림으로 호강하는 녀석들이, 그 알량한(아니지만) 사무 처리 하나 못 하냐면서, 너 같은 건 그냥 공사 현장에나 나가서 뛰어야 한다는 듯 다그치던 풍조가 현재에까지 이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1970년대 초반엔 현대 등 대기업들도 건설업 따위가 성장의 추축이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요즘엔 전세가 역전되어 현장 근로자들이 툭하면 파업한다고 상전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사실 사무직도 실행을 점검하는 알고리즘, 피드백 시스템이 따로 마련되어야 하고, 아직 중국 같은 데서 한국을 못 따라오는 부문이 바로 여기입니다. 저자께서는 이미 한참 윗세대이니까 이런 아쉬움을 책에서 토로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대기업에서 그런 요소 관련 업무 혁신이 안 이뤄졌을 리가 없죠. 기안의 완결성 못지 않게, 실제로 집행 과정에서 개별 단계와 과업이 얼마나 현실화되고, 각 단계가 얼마나 정밀하게 성과가 계측되는지도 이미 일부 대기업에선 눈에 띄게 실무화, 정량화가 이뤄진 상태입니다. 정작 실무에서 중요한 게 이 단계인데 지난 시절에는 그냥 대충 넘어가거나 "알아서 하라거나" 느낌으로 점검하고 말던 관행이 분명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을 결코 못 따라잡을 것 같은 게 이런 세밀한, 업무 과정의 미세한 정신적, 비가시적 알고리즘의 빈틈입니다. 첫째는 여자처럼 세밀한 살핌과 꼼꼼한 뒷마무리가 요구되며, 둘째 남의 시스템을 통째 베껴 적용할 때 이런 부분이 자기네 조직의 체질과 정반대일 수 있기 때문에 전체가 망하는 게 비일비재하며(따라서 설사 다른 걸 베끼더라도 이 부문만큼은 자기 회사 체질에 맞춰 재 세팅을 해야 합니다), 셋째 기본적으로 창의성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실행이 중요하다 함은 "야,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을 해!" 같은 무식한 군대식 명령이 아니라, 그 반대로 자신의 체질과 역량에 대한 정확한 SWOT 분석이 이뤄진 후에 달성 가능한 과업이고, 기안이나 기획과는 또다른 차원의 영역임이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죠. 우리도 모르던 사이에 발전시켜 온 강점을 잘 유지하고, 이로부터 지속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혁신을 추진해야겠습니다. 진짜 혁신은 기술 분야에서라기보다, 경영 섹터에서 이뤄져야 그게 지속적입니다. 기술은 금방 남이 따라할 수 있고,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쫓아갈 수(삼성이 그만큼 빨리 스마트폰 양산 체제를 갖춘 게... ㅎㅎ)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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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강 - 대한민국 1% 핵심인재를 위한
김영민 지음 / 새로운제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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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 "핵심인재"에 포커스를 두고 저는 책을 열었는데, 총 3파트 중 첫째 부분이 "조직역량"입니다. 그 다음이 (보다 범위를 줄여) "인적자원역량", 그리고 마지막이 "핵심인재"로 구성되었네요. 하긴, 조직역량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인재(인적 자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 인적 자원 중에서도 대체 가능한 잉여를 고려에서 제외한 채 핵심만을 추려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게 책의 주제입니다. CEO의 입장에서는 조직 역량 강화를 인적 자원(HR) 분야에서 적극 도모할 수 있는 매뉴얼의 점검이 되겠고, 직원의 입장에선 먼저 조직역량의 강화를 고려한 후 자신의 개인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조감도 노릇을 할 수 있는 책이겠습니다. 조직 입장에선 핵심 인재의 양성과 보유에 소홀한 채 물적 시스템 강화만으로 생존과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조직에 소속된 개인들은 무엇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인지 그 비전을 명확히한 자기계발을 목표로 삼아야겠습니다.

파트 1은 경영학의 구식 패러다임에 익숙한 분들에겐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미 필립 코틀러나 그 훨씬 이전 피터 드러커부터가 개념의 내포로 강조했던 어젠다인, "사회적 책임(CSR)"을 깊숙이 체질화한 논의입니다. UN 등에서 이미 지난 1990년대에 확고히 체계화한 "지속 가능한 발전(전지구적 과제, 혹은 공적 섹터가 유념해야 할 목표)"을, 개별 기업에도 적용한 게 바로 "지속 가능한 경영"입니다. 이때의 "지속가능(sustainable)함"이란, 기업의 윤리 경영, 준법 의식의 확립, 나아가 공감대적 가치의 선도적 창안 같은 것을 뜻하며, 기업이 고객과 함께 이익과 번영을 누리고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여, 소비자가 생산자(좁게는 경영자)를 타자 아닌 이웃으로 인식하는 단계를 궁극의 비전으로 간주합니다. 소비자에게 잉여를 거두어 기업만의 배타적 잇속을 챙기려는 전략으론 결국 시장에서의 생존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데, 어떤 도덕적 각성이라고 꼭 보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시장의 체질과 구조가 엄연히 소비자 위주로 재편된 환경의 변화가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게 사실입니다. (알아서 착해진 게 아니라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역량"인데, 원어는 competence입니다. 이 competence는 지능(intelligence)와도 다르고, 적성(aptitude)와도 차별되는 개념이죠. 지능은 쉽게 말해 "머리가 좋다"고, 적성은 "(일이나 과업과) 잘 맞는다" 정도입니다. 머리가 나빠도 왠지 그 일이 좋고 끌리고 몰두하면 행복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천재가 노력하는 놈 못 이긴다"라는 말도 있는데, 함정이라면 대개 천재는 적성까지 함께 갖춘 게 보통이라, 노력도 평범한 사람보다 몇 배는 더 한다는 거죠. 재능은 있는데 적성이 부족한 천재(아주 드묾)를 타겟으로 삼아야 승산이 있습니다. 헌데, "역량"은 이런 초기 조건(타고난 조건)과는 좀 별개의 개념입니다. 얼마 전 구속되어 큰 물의를 일으킨 화장품 차르 정 아무개씨도, 사실 다른 두 덕목보다 한 가지 팩터에서 압도적인 사람이었기에 학력이니 집안이니 아무 배경도 없이 그만큼이나 (일단은) 성공할 수 있었던 건데, 그게 바로 "능력"입니다. 남자는 외모니 학력이니 이런 것보다 "능력"이 있어야 여자 고생 안 시킨다고도들 하는데, 이 쉽게 표현되는 세칭 "능력"이, 경영학 교과서 등에서 어렵게 말하는 "역량'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역량"은 물론 지능이나 적성과도 상당 부분이 겹치는 개념이지만, 그 사람 특유의 근성이나 경험에서 쌓은 관록, 혹은 행운 등을 두루두루 지칭하는 개념이죠. 앞서 말한 정 모씨 같은 경우 이런 "역량" 개념을 써야 그의 사업 성공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p87에 보면 데이빗 매클레란의 연구를 인용하여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이 "역량" 개념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저는 어느 선배(같은 학교는 아니고)가 "학문이란 결국 누구나 다 알고 쉬운 걸 멋있는 언어로 포장하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거기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사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립니다. 그야말로 지능이 딸리는 사람이 공부를 못 쫓아가서 자기 위안으로 둘러대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데, 모르겠습니다, 일용 노동자가 이런 말을 하면 그건 그분 입장에선 정직하고 타당한 언명이기라도 하죠. 뭐 알지도 못하는 말을 떠들면서 없는 지식을 가장하는 것보다는 솔직해서 좋을지 모르지만. 여튼, 이 "역량"은 그 개념 연구의 동인(동기)부터도 그렇고, 그 연구의 결과도 철저히, "사업 성공" 등 세속적 성취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인자(factor)를 잡아내는 것이었고, 보통 우리 주변에서 말하는 "그 사람 능력 있네" 따위와 정확히 일치하는 외연, 내포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건 없고, 다만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처럼 그저 약탈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역량"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인재가 가져야 할 덕목과 목표라는 점에서 장차 완성되어야 할(채워져야 할) 미래지향적 개념이라는 게 최근 연구의 성과입니다. 만약 전자로만 개념을 새기면 소위 "지속 가능 경영" 혹은 "사회적 책임" 등과 앞뒤가 모순되는 결과가 나오죠.

또 하나, 현대 경영학에서의 "역량"은 이른바 구시대적 "능력"과는 달리 막연한 인상 포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치로 측정과 계량이 가능한 객관적 개념입니다. 이래서 한 인재의 역량은 피드백이 가능하고, 그를 평가하는 상사, 동료, 부하들에게 공히 어필할 수 있는 공통된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역량은 물론 개인화한 능력이나, 그 능력은 특정 개인에게 고정 고유 부품으로 쓰이는 게 아니고, 범용으로 표준화하여 조직 내 모든 인재(특히 핵심 인재)가 고루 모듈로 채용할 수 있는 롤 모델입니다. 한 사람의 역량이란 예측 불가하거나 반대로 장기간 불변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시대와 조직의 모럴과 기대에 못 미치는 바 있으면 급격히 수축합니다. 타락하고 배타적인 "능력", 혹은 일시 때를 잘 만나 대박이 터졌던 고정된 요인이 아니고, 상황의 변화에 융통성 있고 적극적으로 적응하며, 한 가지 방향으로 맹목 돌진하는 야수의 본능이 아닌,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계획된 총체적 능력의 발휘입니다.

이렇게 역량 개념을 정리한다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와 이 개념을 왜 이렇게 정리, 규정해야 하는지 그 반성이 다시 필요합니다. 사실 "개념 정의를 그저 말만 멋있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저 학문적 깊이만 부족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조직에 몸 담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왜냐. "역량"에 합리적인 정의(definition)를 하려 애쓰는 이유는, 첫째 그것이 조직 성과와 강력한 연계(플러스 공분산이 절댓값까지 높은)를 가졌다는 가정 하에서고, 둘째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를 잘 양성하기 위한 조직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좋은 역량이라도 바로 그 역량을 자기 회사 인재에게 심어줄 수 없다면, 그런 역량은 포기해야 한다는 소립니다. 인재 양성에서 효과적으로, 가시적으로 계발 가능한 역량을 인재에게 함양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개념이 우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성과가 우선이며, 개념(역량)은 그에 부차적입니다. 번드르한 말이 전부가 아님은 여기서도 확인 가능하죠.

요즘 조직론, 그리고 HR에서 강조하는 게 "리더십"이란 개념이 또 있습니다. 이 리더십과 개인 역량은 겹치기도 하지만, 리더십은 엄밀히 말해 각론과 응용에 가깝습니다. 개인 역량은 경영학에서 철저히 조직 역량을 전제로 하고 창안한 개념이며, 따라서 모든 개인 역량은 (물론 개인의 적성과 특이 사정에 맞추긴 해도) 조직 역량을 전제로 한 채 발전되어야 합니다. 이 개인 역량 중 리더십 역량이라는 게 있는데, 물론 그 사람이 언제나 진두에 서서 무리를 이끎만을 염두에 둔 건 절대 아닙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올바른 리더십을 합리적으로 추종할 줄 아는 인재상까지 포섭하는 개념입니다. 흔히 공감 능력이란 말도 하는데, 꼭 보면 공감 능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 철저히 무능한 자가, 이상한 데서 보상심리를 발동하여 전체 분위기에 추한 방식으로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이런 사람에게는 언제나 해고와 축출이 답입니다.

기업은 과거와 달리 우수한 여건을 타고난 인재를 밖에서 채용만 해 오는 게 아니라, 때로는 평범한 재목이라도 잘 양성하여 일류로 키우는 기능까지 해내야 합니다. 물론 평범한 자가 회사의 HR 역량 미진 핑계만 대다 결국 무능자 신세를 못 면하고 축출되는 경우까지 합리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주로 GE의 모델을 참고로 하는데, 코어그룹, 아웃플레이스먼트 그룹, 계발 그룹, 로테이션 그룹 등 세그먼트별로 접근하는 방식은 이미 기업마다 일반화한 방침이기도 하지만, 특히 핵심 인재에 들어온 자원이라도 언제나 지위가 보장되는 건 아니며, 반대로 밀려난 자원에게도 동기 부여와 트레이닝을 통해 코어 재진입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함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사실 한국의 직장 풍토에서 한 번 실수는 그대로 "끝"을 의미하는데, 이 방침을 융통성 있게 운용하기란 여러 여건의 제약이 따르기 때문입니다(소위 discipline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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