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님 - 룹탑 불법체류자들
이재욱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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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손님이라면 나 역시 반갑게 맞아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물론 장인어른, 장모님은 부모와 같고, 처남 등 처가식구들은 당연히 가족처럼 대해야죠. 그런데 그런 범주가 아닌 "다른 손님"이라면? 어딘가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 때도 있겠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어느새 이주 노동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중국에서 온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피붓색과 골격 등이 확연히 다른 동남아 분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을 근거 없이 불편하게 대하는 건 정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개중에는 이곳의 법과 규칙을 지키지 않고 나쁜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성실하게 제 직분을 다하는지 어떤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적대한다거나 심지어 경멸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건 바로 그 장본인이 경멸 받아 마땅하죠.

이 책에는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작가님의 말에 따르면 다큐라고 봐도 된다고 합니다. 연작들의 공통점이라면 부천의 어느 루프탑이 배경인데 수십 명의 필리피노, 혹은 필리피나 들이 동시에 회합할 만큼 넓고 옥탑방도 따로 있습니다. 이 소설들을 읽고서 우리 나라에 소위 조선족 아닌 동남아인, 그 중에도 필리핀인들이 그렇게나 많이 왔던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네요.

필리핀은 한때 한국보다 훨씬 잘 살았고 미국의 원조도 많이 받은 나라였으며 그 나라 대통령이 한국의 국가원수를 살짝 무시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나라가 지금은 한국 노동자 급여의 1/10도 안 되는 환경에서 교사(선망의 직업이라고 합니다)가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학교 교사가 여기 와서 힘든 노동을 하는 이유는 급여가 열 배가 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적성에도 맞지 않고(아닌 경우도 있는데 이 책 두번째 이야기에 나옵니다) 몸도 힘든 일을 하러 이 먼 곳에 온 이들에게 별의별 기막힌 일들이 다 벌어지는데 제3자가 보기에도 기막힌 사연이 많았습니다.

첫번째 단편의 제목이 "아내의 손님"입니다. 아내의 손님이라면 뭐 같이 환대를 하면 되겠습니다만 전혀 생각지 못한 시간, 장소(!)에 그 손님이 있다, 이러면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죠. 게다가... 그 손님이 이미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기까지 하다면! 후.... 주인공 아리엘은 원래 교사였습니다. 친구 비센테는 아리엘과 달리 진득하거나 성실한 성품이 못 되었고 말이죠. 아무리 선망하던 교직을 얻었다 해도 친구 비센테가 이미 바람을 넣은 터라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한국행, 코리안 드림을 아리엘은 이제 포기할 수 없고 그래서 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열심히 일하던 중 외환위기가 터졌고(대략 20년 전이고 원 그때도 필리핀 노동자가 그렇게 많았나 싶었네요), 다행히 사장님이 좋은 분이라 위기도 잘 넘기고 불법체류 단속 외에는 크게 신경 쓸 게 없었습니다. 브로커 아주머니를 통해 꼬박꼬박 큰 돈(한국에서야 푼돈이지만)을 부치던 아리엘은 고향의 아내에 대해 좋지 못한 소문을 듣는데요...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알렉스와 메리입니다. 메리는 봉제공장에 다니는데 솜씨가 정말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타고난 적성이라도 일에 잘 맞으면 그나마 다행이죠. 문제는 공장의 김 과장이 아주 질 나쁜 녀석이고, 메리는 필리핀에 이미 남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 과장 때문에 공장을 그만둘 생각을 했으나 최 부장 같은 좋은 사람도 회사에 있기에 메리는 계속 직장을 유지합니다. 사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한국에 김 과장 같은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 부장 같은 이가 있어서 한국인인 게 부끄럽지가 않네요(p53). 다만 위장이라도 남편이 있어야 이런저런 신경 쓸 일이 없어서 편하다는 소리에 메리는 알렉스를 얼결에 남편으로 내세웁니다만 진짜 난감한 일(우리 독자들이 보기에)은 그 다음에 터집니다. 참고로, 소설이니까 이렇게 설정되었겠지만 필리핀 현지의 메리 남편은 몸이 안 좋습니다. 버스 기사였는데 큰 사고를 당해서라는군요.

위장결혼은 세번째 이야기에도 등장하고 앞의 두번째 사연 메리와 알렉스가 잠시 단역(?)으로 나옵니다. 이 이야기에는 한국인 이혼녀인 혜리 씨(실장님)가 주인공인데 그녀는 폭력 남편에게 크게 실망하고 이혼한 여성입니다. 결혼 전에 잘해줄 것 같더니 결혼 후에 태도가 싹 바뀌어서 아내를 길들이려고 폭력을 예사로 휘두릅니다. 많은 여성들이 큰 충격이라며 스테레오타입처럼 거론하는 유형이죠. 그런데 아까도 제가 귀갓길에 장바구니를 아내의 손에서 살포시 나꿔채는 어느 남편분을 봤습니다만 이제는 우리 주변에 아내를 끔찍히 챙기는 분들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튼 이 혜리씨의 남편은 그냥 찌질이고, 혜리씨는 사무실에서 큰 부상을 입을 뻔하다 필리핀 노동자 샤무엘의 도움을 받고 호감을 느껴 그에게 위장 와이프가 되어 줄 생각을 품게 됩니다. 사실 이건 불법이죠. 무작정 미담으로 칭송할 건 아니겠지만 소설이니까요. 여튼 우리가 예상 가능하듯 일은 거기서 그치질 않고 더 발전(...)하게 됩니다. 아 그리고 샤무엘은 어떤 못된 아줌마한테 속아 편법으로 국적취득을 하겠답시고 돈을 줬는데 이걸 사기당하는 통에 사정이 더 급해진 거고요. 여튼 우리 나라 한 구석에 전혀 상상을 불허하는 이런 요지경이 펼쳐지기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샤무엘은 이 앞에 실장님을 한 번 더 구해 주는데 편의점 앞에서 웬 불량배등들과 마주쳤던 거죠. 이때는 샤무엘도 같이 큰 봉변을 당할 뻔했는데 루프탑의 필리핀 동포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는 통에 살아난 겁니다. 어글리 코리안의 대표적 예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녀가 자유롭게 어울리고 짝을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하지만 일단 공인 커플이 만들어지면 절대 존중(p105)한다! 이국에서도 이런 룰을 지키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아직 대부분 젊어서 철이 없을 법도 한데 말입니다. 산드라가 아모르와 빨리 맺어진 건 권 사장 때문이었는데 맨앞 소설의 김 과장 같은 인간입니다. 대신 산드라가 다니는 회사의 김 사장은 좋은 사람이고 (불필요하게도) 권 사장 체면을 좀 세워 주기도 합니다. 술만 안 마시면 좋은 사람이라고 말이죠. 참고로 산드라는 이혼녀였고 필리핀에서는 국립 병원 간호사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는 과분한 여자라며 아모르가 감지덕지하는 겁니다. 둘 사이에 생긴 아기 이름은 버린코인데 birth in Korea란 뜻이라고 해서 약간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연 중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쟈스민은 공장에서 일하는데 또 저 앞의 김과장, 권 사장 같은 한심한 한국인 공장장놈에게 걸려 나쁜 일을 당할 뻔합니다. 이런 사람도 있지만 새로 일자리를 찾게 된 공장의 사장님은 참으로 좋은 분이라서 그녀는 하나님의 섭리(p127. 참고로 필리핀에는 가톨릭 신자가 많고 작중 쟈스민도 성당을 다니지만 표기는 이 책의 것을 따르겠습니다)까지 떠올리게 됩니다. 다만 나이가 사십대로서 너무 많고 몸이 불편하다는 게 단점인데 그런 게 눈에 안 들어오나 보죠. 근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라, 쟈스민 역시 필리핀에 남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안되죠. 아무리 외롭고 그 사장님(이분은 독신입니다)이 좋은 분이라고 해도요. 쟈스민이 유독 이렇게 외로움을 타고 연정을 품는 게 남다른 미인이라서일까요(그런 묘사가 많이 나옵니다)? 여튼 이런 식의 사랑에는 찬성을 보내기가 어려우나, 뭐 사람 사는 세상에 이런저런 차마 말 못할 애환이 많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여섯번째 방랑자 레이의 사연은 많이 결이 다릅니다. 레이는 한국에서 일하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주위 사람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에릭은 그런 레이에게 돈을 빌려 주는데 결국 레이는 건강 관리를 잘 못 해 이국에서 숨지게 되고 돈은 그냥 떼였나 보다 생각했으나 전혀 예상 못하던 일이 생깁니다. 몇 배의 돈을 고향에서 대신 변제 받은 거죠. 알고보니 레이는 독자가 생각도 못 하던 고귀한(?) 출신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고 참 세상은 의외의 일로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이야기에 등장하는 안드레아는 엄마가 교사이며 아빠가 한국인입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라서 더 몰입감이 생기는데 이 이야기 역시 읽어가며 혀를 차게 되었습니다. 참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편으로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한숨이 나올 만큼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저지릅니다만 같은 인간으로서 어느 정도 이해하게도 됩니다. 그런가하면 "세상 사는 일이 너무 편하면 타락하게 된다"면서 놀라울 만큼의 통찰력을 보여 주는 말도 간혹 하는군요. 우리는 어떨까요? 수십 년 전 외국 땅으로 가서 힘든 노동을 하며 고향으로 송금하던 노동자, 광부, 간호사 분들도 현지인 눈에 이 비슷한 모습으로 비쳤을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돕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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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 코로나19, 안나의 집 275일간의 기록
김하종 지음 / 니케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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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하종 신부님은 본명이 빈첸시오 보르도, 이탈리아 태생인 가톨릭 사제이십니다. 이처럼 한국인 이름을 가지신 사실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30여년 전 한국에 와서 노숙인과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일에 헌신하시는, 한국인보다 한국인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살갑게 공감하며 이를 행동으로 옮겨 온 고마운 분입니다.

김 신부님은 1990년 5월 12일에 한국에 오셨고(p99), 1957년생이시라니 33의 한창 나이때 이 땅을 처음 밟으신 분입니다. 그때 이후로 계속 한국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고 봉사하는 거룩한 삶을 사신 거죠. 그의 신조는 명쾌하고 간단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건 기쁨입니다."(p52)

노숙자 일반을 상대하는 건 남다른 어려움이 있습니다. p114에 보면 "자주 오는 우리의 친구(신부님, 즉 이 책 저자의 표현입니다)"가 갑자기 칼을 빼어들고 누굴 죽이겠다며 위협하는 그 아찔한 순간, 직원분들의 힘으로 간신히 상황을 진정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누군가 새치기를 해서 그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새치기를 한 사람이 나쁩니다. 아직도 이런 사람이, 더군다나 모두가 줄을 서서 무료 도시락을 받는 그 줄에서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놀랍죠. 그렇다고 분노를 조절 못 하고 바로 칼을 뺀다는 건 더 나쁜 행동입니다.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지만 지적 장애가 있어 아이 같다(p115)." 어쩌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새치기라는 악을 자신 나름대로 응징하여 신부님과 직원들의 수고를 헛되이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의도가 아무리 좋았다 해도, 그런 행동은 더 큰 악을 낳을 뿐입니다. 신부님과 그의 동료들은 이런 상황까지도 인내하고 부모의 입장에서 배려해야 합니다. 그저 정해진 동작과 언사만 반복하는 게 봉사가 아닙니다. 우리 같으면 이런 상황을 하루라도 견딜 수 있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 물고기로 수천 군중을 먹였지만, 우리들 인간은 그런 놀라운 물리적 기적을 행할 수 없습니다. 780인분의 음식을 준비해도, 다른 급식소들이 문을 닫으면 그 사람들이 전부 이리로 오니(p55) 음식이 배겨날 리 없습니다. "신부님, 저희는 너무 배가 고파요." 한국 같은 부유한 나라에서 아직도 이런 딱한 분들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더 부끄러운 건, 이틀 전인 12월 14일자 뉴스로 난 바로 이런 일(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0121472547 )입니다. 구태여 이런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요?

p56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당장 음식 주는 걸 멈추세요!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다고요!" 이 책은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 와중 275일간의 사정을 다루므로, 어느 주민이 신부님더러 항의한 저런 말, 민망한 말을 고스란히 또 담습니다. 어떤가요?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이면 위험이 커지긴 합니다. 어려운 이웃보다 내 건강을 먼저 신경 쓰는 건 인지상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저런 야박한 언사를, 부득부득 봉사자 앞에 찾아와서 내뱉어야 하겠습니까? 신부님은 일단 "그들을 이해는 한다"고 하십니다. 왜 그들은 신부님을 이해 못 하는 걸까요? 노숙인을 이해 못 하는 건 또 그렇다 쳐도.

p39에는 더 난감한 사정이 나옵니다. 시청의 행정담당 공무원 두 사람이 찾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지역의 다른 식당들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려고 문을 닫았습니다. 안나의 집(신부님이 운영하는 봉사 시설 명칭)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한숨이 나오네요. 이런 일 역시 본래는 시청 등 관공서의 소관일진대, 그 일을 대신해 주는 외국인 성직자에게 찾아와서 이런 말을 해야 한다는 게. 하긴 하급 공무원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 무슨 재량이 있겠습니까만.

"내 아들아, 가거라! 나는 매일 기도로 너와 동행하고, 주님께서는 언제나 너를 보호하실 것이다." 미성년일 때는 타인의 보호를 받아도, 이제 성년이 되면 자기 일을 찾아 둥지를 떠나야 합니다. 희철(가명)은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미용사 자격증도 땄고, 18개월의 군 복무를 이행하기 위해 안나의 집을 떠나야 했답니다(p128). 가톨릭 신부님들은 대개 신도들에게 "아들, 딸" 같은 말을 쓰죠. 영화 <대부 3>에도 죄를 뉘우치려다 망설이는 마이클에게 "고 온 마이 썬, 고 온!"이라며 고회를 재촉하는 추기경 람베르토(라프 발로네 扮)의 모습이 나오죠. 그래서 가톨릭 사제의 번역 명칭이 "신부"이고, 아버지 부(父) 자를 쓰는 거죠.

많은 노숙인들은 안나의 집에서 마치 자신의 집과 같은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p162). 신부님과 그의 직원분들이 친구(이 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지요)처럼 대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부님은 이들이 불우한 가정 환경이라든가, 기타 여러 인생의 좌절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합니다. 정확하게 짚으신 이유인 듯합니다. 그저 일방적인 자선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친구, 동료로 보시는 거죠.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할 사람이 없어요. 명함을 주세요(p187)." 아무리 노숙인이라 해도 신변애 생길 이상, 돌발 사태에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습니다. 명함은 온전히 사회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나 수요, 공급되는 건데도 여튼 이 "친구"분은 명함을 달라고 합니다. 기어이 가장 우려하던 일이 생기고야 말았고, 갑자기 급한 일을 당한 그 친구분이 쥐고 있던 건 신부님 명함뿐이어서 경찰은 바로 이리 연락을 취합니다. "죽어가는 이 친구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흘렀다."

신부님과 항상 함께하는 건 아니라도 많은 유명인들이 봉사하러 옵니다. 배우, 가수, 국회의원 등 다양하다고 하네요.(p206) 이 중에는 이름이 특이한 이도 있습니다. 신부님은 명품의 고장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이탈리아 말고 프랑스식 이름을 단 명품도 있는데 루이 비통이 그 한 예이겠습니다. 명품하고 이름이 같은 강아지 한 마리가 이 안나의 집에서 자기 식으로 열심히 봉사를 하는데 책에 그 사진이 나와 있고 아주 잘생겼습니다. 녀석에게 하필 그런 이름을 붙이는 유머감각이 빛나는 신부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녀석의 훌륭한 마음가짐이야말로 명품 중의 명품이죠. 개도 이런 착하고 장한 일을 하는데 사람이 그보다 못하기도 하다는 게 참 한심하기도 하고 부끄럽습니다.

책 말미에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기도문이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틈틈히 참조하여 자신의 기도 일정에 보태면 좋겠고, 해당 종교 신자가 아니라도 한 번쯤은 읽어 보며 이런 시국을 사는 태도를 돌아볼 만합니다. 그 뒤에는 안나의 집 관련 노숙인 실태를 조사한 통계 자료가 나왔는데 역시 여러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소중한 기록입니다. 책 띠지 뒷면에는 이탈리아 출신인, 방송인으로 요즘 잘 알려진 알베르토 몬디의 사진과 그의 한 마디가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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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 우리들의 코로나 시대 건너기 함께이야기 1
강인성 외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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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전에 없던 일을 겪습니다. 지인들과 만나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차 안에는 마스크 몇 장을 상비해 둬야 뒤에 당황하는 일이 없고, 잠시 편의점 갔다 오려 해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필자분들의 사연을 보면 이런 소소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겠구나, 혹은 (이미)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보름에 하나씩은 연극을 반드시 보겠다는 강인성씨의 바람(본인 표현에 따르면 "근거 없는 확신")은 깨어졌습니다. 먼 지방으로는 이사 가기 싫다는 분들이 많은데 용인 정도면 그래도 문화의 혜택을 누리는 데 아주 큰 지장은 없는 듯합니다(서울까지의 거리 감안). 올해 5월에는 "해외 극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바냐 아저씨>가 예정"되었는데 역시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전자는 뭐 잘 알려져 있고 후자는 체홉의 작품인데 올타임 리퀘스트이긴 하나 요즘 부쩍 상연이 는 듯합니다. p14에는 왜 필자분이 연극을 그토록 사랑하는지 열렬한 고백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대략 15년 전부터 배우분들의 역량이 부쩍 늘어 참 볼만해졌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여튼 코로나 때문에 가장 타격을 받은 건 (필자의 표현대로) 이런 오프라인 공연을 기획, 연출, 또 연기하는 분들이며 또 이런 공연을 열렬히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코 앞에 무대를 놓고 그들의 호흡을 고스란히 공유하는 벅찬 체험이란 지난 1년간 불가능했고 앞으로도 쉬 재개될 가망이 안 보이죠.

직장을 재미있는마음으로 다니고 업무의 매 순간이 즐겁고, 상사를 대하는 시간이 유쾌하고 설레고... 뭐 이런 사람은 없을 겁니다. 누구나 일을 지겨워하고, 생계를 위해 마지못해 다니는 게 직장이다,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공감하는 이가 많죠. 필자 김가연 씨도 마찬가지였던 듯합니다. 필자는 안식년으로 마침 휴직중인데, 그 와중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게 되었습니다. 직장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코로나 때문에 유급 휴직을 실시하는 곳도 많으니 하필 지금 안식년이라면 손해라고 여기실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필자는 그 와중 참으로 소중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전에 심드렁하게 여긴 온라인 강의나 취미 생활도 전혀 새롭게 다가오며,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모든 교육, 컨텐츠의 소중함도 절감합니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좋고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바뀝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 편한 세상에 살고 있기에, 하루쯤은 사고로 서비스가 중단이라도 되어 봐야 그 고마움을 절감합니다. 징글징글한 코로나가 우리한테 스승이 되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최고로 여겨지는 게 교사 직업입니다. 김지영 필자는 14년이나 교편을 잡으셨으나 작은 동네 책방을 최근 여신 분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에는 정부나 사회단체, 출판사 등에서 동네 서점을 후원한 정책 덕도 있지 않겠나 제 멋대로 짐작합니다만 생업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건 여전히, 지극히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게다가 이런 판에 코로나까지 터졌으니... 저자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안으로는 자신의 문화적 욕망에 충실하여(?) 이런저런 시도를 과감히 해 보기도 하고, 밖으로는 뜻 있는 이들과 프로젝트를 열기도 합니다. 놀랍습니다. 의욕이 있어도 외부 여건이 안 맞으면 쉽게 좌절하는 게 보통인데, 오히려 "나만의 리듬을 찾고 원 없이 하고 싶었던 것 해 보자"는 식의 역발상. 말은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덕업일치, 즉 취미와 생활의 일치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요즘의 우스개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같은 역병이 닥치면 인간은 더욱 악착같아지고, 더욱 현명해지고, 더욱 신나(?)합니다. 이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신진우 필자님은 대학에서 강의를 합니다. 다들 알다시피 대학이건 그 이하 과정의 중등학교이건 지금은 학교를 못 갑니다. 온라인으로 출석을 부르고, EBS 같은 데에서 방송하는 수업을 듣습니다. 필자님 같은 분도 전에 무슨 비대면 수업 같은 걸 해 봤을 리 없으니 당연히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대면 소통도 그 나름 애로가 있겠으나, 아예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과 랜선으로 소통한다는 건 인류가 아직 넉넉히 경험해 보지 못한 일입니다. 쓰잘데없는 채팅류도 아니고 교육을 그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건 확실히 당혹스러운 시도입니다. 필자는 말합니다. "비대면이 대면보다 더 절실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감정을 이미지하여 이런 색, 저런 색으로 표현하게 하는 필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그의 본래 전공 성격을 감안한다 해도 참 기발하다는 생각입니다.

책에는 참 다양한 사연이 나옵니다. 우리 이웃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코로나 시국을 맞아 한결같이 토로하는 건 소통과 공감의 어려움,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통한 자각과 기쁨, 성취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마치 <데카메론> 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는 듯도 하고, 역시 본질은 이웃과의 소통이요 우리 자신과의 정직한 대화가 아니었나, 이게 책을 다 읽은 저의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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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어도 미국 주식은 사고 싶어
남기성 지음 / 미래지식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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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동학개미운동 이후 거의 모든 젊은 직장인들이 국내 주식투자에 손을 댈 뿐 아니라, 지난여름 테슬라 급등 이후에는 미국 주식도 직접 투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번거로운 환전 절차도 따로 필요 없이 많은 증권사들이 해주를 직접 거래하게 도와 줍니다. 그러나 아무리 편한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어떤 전략이나 큰 그림 하에 행동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재테크의 달인이 가르쳐 주는 좋은 지혜와 팁을 배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이 말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대사라고 합니다(p34). 하긴, 만약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답을 못 찾았더라면 우리는 지금 땅에 두 발을 못 디디고 멸망했겠지요. 코로나 확산 이후 전셰계의 증시가 급격한 하락을 맞았다가, 오히려 지금은 과열, 거품 논란이 있을 만큼 주가가 너무 오른 듯한 모습입니다. 저자는 시장을 믿습니다. 거래대금이 하루에 수천조 원인데(p34), 그만큼 경솔하게 아무 가치도 없는 주식을 높이 평가하여 거래할 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사실 시장에 참여하여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이중에도 뭐가뭔지도 모른 채 뇌동매매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의 소중한 돈을 면밀한 계산 하에 쓰지 않겠습니까? 요즘 일각에서 내년 대폭락이 온다면서 선동 비슷한 말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자의 관점은 긍정적입니다. 이런 말이 있죠. "부정론자는 명성을 얻지만, 긍정론자는 수익을 얻는다."

저도 2000년대 초반 이익치 회장이 외환위기 직후 그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한국의 코스피가 2000을 넘어 3000까지 간다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연설하던 모습이 기억 납니다. 저자도 p35에서 그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금요일 기준 코스피 지수가 2700을 넘었고, 만약 반도체 빅사이클이 터지면 실제로 3050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경제주체와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믿음과 낙관주의입니다.

증시 격언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게 있습니다. 이 말은 바닥에 최대한 가까운 지점에서 진입하되, 상승세를 분명히 확인하고 사라는 건데, 그냥 성급하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신발창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수"하는 격이라고 말합니다(p18). 주식이 무작정 오를 때 추격매수하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나, 이 역시 내가 선택한 종목에 근거 없이 희망을 갖고 "이미 바닥"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행태에 불과합니다. 상승세가 화인된 후 약간은 비싸게 산다는 느낌으로 매수하는 게 좋죠.

"인텔의 시대는 저물고 바야흐로 AMD의 시대가 열렸다." 1990년대에는 인텔의 CEO에게, "컴퓨터 칩을 감자칩처럼 파는 놀라운 수완"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AMD는 1990년대 말에 급부상한 업체인데 처음에는 조립 유저들에게 가성비로 어필하는 회사였죠. 이후 인텔이 우위를 다시 뺏기도 했으나 이미 덩치가 커진 AMD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 이 책에서 서술하는 것처럼 다시 전성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최근 SK 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여 한때 너무 비싸게 샀다는 등 회의적 평가가 일어 주가가 내려가기도 했으나 지난주에 봤듯 외인들이 미친 듯 매수하는 중입니다. 시장에서는 재평가가 이미 이뤄졌다고도 합니다.

사실 특정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JP 모건이 테슬라를 80% 하향조정한다고 해서 큰 논란이 일었으나 여튼 아직도 승승장구 중입니다. 저자께서는 p38에서 롯데쇼핑을 산 후 70% 손해 중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런 솔직한 경험의 공유가 독자들에게는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주, 또 지지난주 롯데쇼핑이 많이 올랐습니다. 경기회복과 시진핑 방한에 대한 기대감, 그간의 저평가에 대한 주목이 한데 엮인 결과인데 어떻게 손해는 좀 만회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바로 다음 페이지에 액면분할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거하고 잘 대조해야 하는 게 무상증자입니다. 둘 다 주식을 더 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무증은 잉여금을 자본계정에 새로 전입한다는 게차이입니다. 이런 기본적 사항을 정확히 알아야 시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는 버크셔 해서웨이(워런 버핏의 회사)가 절대 액면 분할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소개하며, 근래 애플과 테슬라가 액면 분할 후 큰 조정을 받은 사례도 언급합니다. 주의할 건, 액면 분할은 이미 전에 발표가 되었으며 실제 단행될 때까지 기대감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분할을 하고나서는 급격히 조정을 받았다는 거죠. 기대감 등은 회사의 본질 가치에 영향이 없으며, 약은 투자자들은 이때다 싶을 때에 잽싸게 발을 뺍니다.

p84에 애플과 테슬라에 대한 거품 논쟁이 자세히 리뷰됩니다. "미국에서만 잘 작동되면 그게 기준이 되니 한국에서의 사정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데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대리운전기사가 큰 사고를 나기도 해서 과연 테슬라가 안전한지를 놓고 다시 한 번 걱정이 일기도 했죠. 여튼 아무리 논란과 설왕설래가 있어도 첨단 기술의 대세는 정해진 방향으로 가고야 만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교통사고가 걱정되면 아예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가 등장하지도 말았어야 했습니다.

지수라는 건 그 시장의 모든 종목을 시총에 따라 가중평균하여 낸 숫자입니다. 그래서 지수가 올라도, 이것이 (한국 증시라면) 삼전이나 하이닉스 등에 편중하여 가격이 오르면 다른 종목을 산 투자자들이 체감을 못 하는 수가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주의 한국 증시는 내린 종목이 더 많았죠. 미국 증시를 바라볼 때도 예컨대 다우라든가 S&P를 볼 때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우리도 3시 30분 이후 6시까지 매매가 이뤄지듯 미국에서도 시간외 매매라는 게 있습니다(p142). 이 시간외 매매라는 게 중요한 이유는, 미국과 우리가 시간 차가 있는 탓에 전날 시장 상황의 가장 가까운 동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전날 시간외 매매나 야간 선물 시장에서 큰 폭 하락을 있는 걸 보고 다음날 우리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거기서 일정 부분 김을 뺐으니 우리 시장에 그나마 하락세가 덜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저자는 구체적 예를 들어, 전날 미국 시장에서의 특정 움직임에 다음날 한국 증시에서 어떻게 대응을 할지 독자에게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가르쳐 줍니다.

책은 일단 편집이 깔끔하고, 분량이 지나치게 많지도 않아 초보 투자자들이 부담 없이 입문서로 활용할 수 있게 배려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판이 컬러라서 시각적으로 편하게 와 닿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저자가 말하는 투자의 원칙을 우리 독자들이 명심하여 지키는 것입니다. 손실을 보는 투자의 대부분은 원칙을 무시하고 만용을 부리는 데서 기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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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드노믹스 - 포스트 트럼프 시대, 돈과 권력은 어디로 향하는가
매일경제신문사 국제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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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년간의 공백을 딛고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를 꺾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남의 나라 일을 워낙 자신의 관심사로 밀접히, 민감히 여기며 받아들이다 보니결과를 놓고 반응이 뜨겁습니다. 12월 14일이면 선거인단의 (간접) 선거가 완료되며 이 날짜 이후에는 바이든이 명실상부 차기 대통령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당선인이 과연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는 우리 모두가 좀 알아야 할 사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 바이든, 나아가 미국의 민주당이 모범으로 여기는 전직 대통령은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과 마찰이 있지만, 미 민주당은 여전히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주장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을 이기기 위해 루스벨트가 뉴딜 정책을 편 것과 비슷합니다.

대규모 부양책을 실시하려면 당연히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민주당 신 정부는 증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과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미국의 상류층과 비즈니스계에 충격을 주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나, 바이든의 취임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 증시에서 뚜렷한 동요가 일어나는 듯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기대감이 크고, 특히 경기부양안은 일찍부터 증시에 호재로 반영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사업계에 나쁜 영향을 부르리라 예상했다면 벌써 주가가 난리를 쳤을 겁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이제는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트럼프(뿐 아니라 공화당 다수)는 부정적 입장이었으며 민주당과 바이든은 반대 스탠스입니다. 이 역시 탄소배출 사업을 규제하고 들면 산업 전반에 부정적이지 않을까. 증시는 꼭 그렇게 여기지 않으며 풍력이라든가 태양광 섹터가 따로 있어 이들이 기대감을 받고 미리 민감히 움직입니다. 한국은 아예 현 정부가 테마로 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더합니다. 태양광, 풍력, 나아가 전기차와 2차 전지 업계가 이미 형성한 볼륨이 굉장히 크며 LG전자(이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 분할 예정) 등은 세계 최고의 업체입니다.

예전 1990년대에 탄소 배출권 같은 걸 매매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무슨 꿈같은 소리인가 했으나 현재는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테슬라는 아직 본 사업으로 본격 수익을 못 내지만 탄소배출권 매매만으로 꽤 많은 돈을 법니다. 한국에서도 이걸로 주목 받는 회사가 따로 있이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곤 합니다. p61에도 "미국 기업들이 저탄소경영에 더 속도를 낼 전망"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또 이것이 바이든 당선인의 성향에 맞는 전략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p127에도 파리 기후 협약 재가입이 다시 언급됩니다.

p88에 2013년 부통령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판문점에서 병사와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이 하나 나옵니다. 보통 공화당이 대북 강경 스탠스이고 민주당이 유화적이었다고 알지만 이는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규정을 했고 그 전임 빌 클린턴이 방북을 하려 했다 무산된 걸 보고 하는 말들입니다. 바이든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세일 뿐 아니라 오히려 개인적 만남도 가졌던 트럼프와 달리 더 냉랭한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중국 압력도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보통의 전망입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그동안 세 번 만남 후 (북한의) 단 한 개의 미사일도 폐기하지 못했다"며 비판(p126)해 왔고, 이런 기조는 그가 취임하고 나서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설득"을 위해 대거 미국을 방문하여 의원 접촉도 하고 특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기도 했으나 성과가 없었습니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임기부터 대북 정책으로 구사되었으며 간단히 말해 북한을 경제 제재를 통해 서서히 말려 죽이는 정책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도올 같은 이가 저서를 통해 강력히 비판한 걸 읽은 적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구속되는 가치라는 걸 모르는 자"라고 바이든이 김정은을 규정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북한도 거의 막말에 가까운 논평을 낸 적 있습니다.

요즘 미디어에 "쿼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라틴어 관계대명사 quod가 아니라 스페인어 어근(크게 봐서 고전 라틴어의 후손입니다만) quartro 같은 것과 궤를 같이하는 "4"라는 단어입니다. bilateral이 "양자간"이란 뜻이듯 quadrilateral은 4자간이란 뜻이며, 이 모임에 미, 일, 호주, 인도 4국이 참여하여 대체로 중국을 견제하는 의사를 교환하지만 반드시 의견이 맞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여기에 미국이 한국 등을 끼워넣으려 시도하며,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도 이런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책에는 이것 관련 방탄소년단에 대한 언급이 잠시 나옵니다(p141).

얼마 전에 수전 라이스가 새 정부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물론 부시 정부에서 거물급 인사였던 콘디 라이스하고는 세대도 소속 정당도 다른 사람인데 이분도 그새 위상이 크게 높아져서 미즈 라이스라고 하면 둘 중 누굴 말하는지 다시 물어야 할 상황이 되었죠. 이 책에서도 수전 라이스에 대한 분석이 제법 길게 나오는데 어느 정도 예언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번에 낙선했으나 모든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게도 굉장히 많은 표를 얻었으며 4년 전 그가 당선되었을 때보다도 더 많은 지지가 확인이 되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바이든 역시 이런 엄연한 팩트를 간과할 수 없으며, 앞으로 그가 어떤 정책을 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런 책은 향후 전개될 실제 정치, 경제 양상과 과연 어느 정도 적중도를 보일지가 또 재미있는 포인트인데 우리 독자들은 시대적 전환점에 즈음하여 이런 책을 좀 정독할 필요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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