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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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4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한 구절이 나와 있습니다. 위에 독일어로 인용된 건(von  einem tage zum andern sich durchhilft...) 마지막 줄의 원문입니다. 번역에서 생략이 되긴 했으나 von einem tage zum andern는 "하루하루", andern sich durchhilft라는 구절은 "스스로 만족을 느끼며... "에 해당합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우리가 불행한 건 어떤 욕구, 현실에서 만족되지 않은 어떤 헛된 욕망에 우리가 부질없이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기대치가 낮으면 어떤 것에건 우리가 실망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책에 나오는 대로, 힘든 일상을 마치고 곤히 잠을 청하며 다음날 가뿐하게 일어날 수만 있어도 그것이 곧 행복입니다.

p77에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으로부터 한 구절이 인용됩니다. 경제관념이 불명확한 이는 "수입과 지출이 불명확한 상태에 있어야 행복을 느끼고..." 경제관념이 뛰어난 사람은 매일 불어나는 행복의 총합을 보는 것만큼 큰 기쁨이 없다고 합니다. 뒤의 구절은 우리가 당연히 공감할 수 있는데, 앞 구절도 과연 그럴까요? 하긴 경제관념이 불확실하니, 현실적으로 대부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할 것이며, 따라서 이런 위험하고 불리한 현실을 구태여 알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이건 보통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현재 유독 지출이 많았다면, 은행 잔고와 카드 청구서 내역을 구태여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영리하게, 예를 들어 정부 외식 쿠폰 이벤트 등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카드 앱에 들어가서 이제 얼마만 더 쓰면 요건 충족인지 매일 뿌듯해하며 들여다보다가, 드디어 캐시백이 되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좋아서 시선을 고정시키겠죠. 사실 요즘은 18세기가 아니라서 경제관념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터라 안 저런 사람이 없을 것도 같습니다.

p157에는 <파우스트>의 한 구절이 나옵니다. 인용된 독일어 구절은 "위대한 목표는 처음에는 미친 짓 같지만..."의 원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Ein großer Vorsatz scheint im Anfang toll)에는 "미친"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또 Doch 앞에는 어떤 문장부호가 생략된 것처럼 보입니다.

p165에는 다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으로부터 한 구절이 인용됩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어떤 다양한 열망이 불씨처럼 살아 있습니다. 이것은 대체로 젊었을 때에는 쉬지 않고 불타다가, 나이가 들면 서서히 약해지는 게 보통이죠. 이것을 영어로는 flickering이라 표현하고, 요즘 자주 들리는 경제용어 tapering의 원 뜻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는 "쉬지 않고 불씨를 살릴 것"을 충고합니다. 아무리 집요한 집념이나 강렬한 욕구라고 해도 어떤 시련 때문에 좌절할 수 있고 이럴 때 불씨는 일시적으로라도 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p230에는 이런 말도 나오는군요. "내가 가진 그리움을 헤아려 순순히 내게 손을 다오. 우리 둘을 잇는 이 끈이 부디 약하디약한 꽃잎으로 만든 끈이 아니길 바란다." 역시, 인용된 독일어 원문은 후단만에 해당합니다. Sei는 독일어 동사 sein의 명령형으로 쓰였습니다. kein은 부정(否定)어입니다.

p278에는 <파우스트>에서 다시 한 구절이 인용되네요. 독일어 원문은 "공로가 있어야 행복이 따라온다는 것을 저 바보들은 결코 깨닫지 못하는구나."라는 중단만의 원문입니다. 독일어 공부해 본 적 있는 분들은 바보들이라는 뜻의 Toren, 복수 3격이 아마 눈에 익을 것입니다.

역시 괴테의 수많은 명작에는 우리의 삶에 어떤 소중한 교훈이 될 만한 명언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명문장들이 독일어 원문과 함께 책에 실렸기에, 독자들이 독일어 공부와 함께 진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번역도 훌륭하지만 우리는 원문과 함께, 그 독특한 풍취를 느끼면서 괴테의 깊은 가르침과 통찰을 마음에 새길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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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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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도 이제 도처에서 애완견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개는 제 목줄을 쥔 주인이 가라는 길은 가지 않고 도중에 다른 사람을 보고 꼬리를 치며 따라오는 등 엉뚱한 짓도 하지만, 여튼 개는 사람이 그리 길을 들인 후 인간의 영원한 친구가 되었고, 관련 산업도 엄청나게 번성하는 중이죠. 일본도 우리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개 때문에 생기는 애환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소설만 읽어 봐도 그 사정이 짐작 가능하죠.

이 책에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맨마지막에 실린 <소년과 개>가 나오키 상 수상작이며, 다른 다섯 편의 이야기도 모두 제목에 "개"가 들어갑니다. 개와 나란히 일컬어지는 이들은 남자, 도둑, 부부, 매춘부, 그리고 노인 등입니다.

사람은 나쁜 환경에서 그 영향을 극복 못하고 살아가면 반드시 저 미겔 같은 범죄자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범죄자가 보통은 일반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이 역시 무서운 겁니다. 그가 저지른 범법을 경멸하고 단죄하고 하나씩 하나씩 증거를 잡아 옥죄어 오는데 무섭지 않겠습니까? 또 범죄자끼리 서로 협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끼리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니 더할 것입니다.

이런 미겔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개 "쇼군"입니다. 그런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어서, 쇼군은 미겔에게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고, 이제는 가족 이상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사람이 개보다도 못할 수 있구나, 또 개 역시 자신의 감정과 노선(?)을 갖고 일관성 있는 길을 걸을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유독 지난 2011년 터진 동일본 대지진이 배경이 된 게 많습니다. 그 당시 일본 총리가 "일본 절반이 박살날 수 있다"고 경솔한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는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정보를 솔직히 공유하지 않고 밀실 속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현 정부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개가 인류의 친구가 된 건 아득한 예전부터 그리 된 것이지만,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고 생존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 중 상당수가 개를 벗으로 삼아 갖가지 사연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세상에는 잘해줄 것처럼 접근해서는 제 잇속만 채우고 상대를 완전히 파멸시킨 후에 버리는 아주 악종의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악질)만 간신히 면했다고 마음을 놓을 게 아니라, 마땅히 베풀어야 할 공감과 동정에 무감한 채 내 세계에만 머무는 것 역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매춘부와 개>에서 우리는 그런 인간형에 분노하고, 동시에 우리 자신의 연대 능력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를 낳아 주고 길러 주신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런데 역시,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고 돌아다보지 않고 내팽개치는 패륜아들도 역시 세상에는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가끔은 치매를 핑계 삼아 정당한 충고와 훈육을 하는 데도 귀도 기울이지 않고 행패를 부리는 못된 아들, 딸도 있습니다 아들의 패륜도 기가 막히지만 딸들이 그러는 것도 장난 아니게 쇼킹하죠. 아무튼 그저 우리 일상의 모습처럼 약하고 힘 없는 가즈마사 앞에 나타난 다몬.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때로는 수호천사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사는 존재일까요? 어떤 때에는 길을 정처 없이 지나는 고양이, 개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개와, 고양이와 혹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인생의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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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정면돌파 - 소신이 답이다
박신철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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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할 교육, 구보, 사격의 세 가지를 잘할 수 있는 자질이 있었나 보다. 폐활량이 좋아 웬만한 구보에는 땀도 안 났고...(p42)"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도 남다른 근성으로 결국은 이겨내고 주위의 인정을 받는 타입은 확실히 따로 있습니다. 저자님의 경우 어렸을 때 고아원에 맡겨지고 아주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등 각별한 시련이 있었으나, 참으로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사회 요직을 거치고 결국 성공한 인생을 일궈낸 분이더군요.

저 위에 인용한 문장처럼, 저자분은 보통 사람을 (적어도 몇 가지는 확실히) 능가하는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갖고 태어난 분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마 "아 나도 저분처럼 체력, 체격이 강건하게 태어났다면..."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 체력만 강하게 태어나거나 하면, 대개는 좋지 않은 길로 빠집니다. 저자분처럼 사회에서 비교적 선망 받는 코스를 밟아 남들 부러움을 사는 각광 받는 길을 걷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 뛰어난 머리를 갖고 태어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았을 거라며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못 들여 좋은 대학을 못 나오고, 결국은 순간의 잔머리를 굴리는 데만 적성을 붙여 나쁜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결국 자기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나쁜 꾀를 뿌리는 데만 눈길을 돌리고 결국 제 인생을 망칩니다. 결국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건 주어진 조건, 환경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는 것, 이 책 저자님 말씀처럼 현실에 기반을 두고 근성 있게 위기를 얼마나 정면돌파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대체로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들 중 특히 남성들은, 그 힘들다는 군 생활을 잘 보내는 사람이 많더군요. 또 평소에는 공부를 진절머리 내며 싫어하다가, 이런저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후임, 선임들과 만나면서 새로 인생에 눈을 뜨고 심지어 공부에까지 취미를 들이고 각오를 다집니다. 저는 예전에 읽었던 어느 수기에서 전역할 때 "우리 사단 보물 나간다!" 소리를 듣기까지 했던 어떤 분이 생각 납니다.

이 저자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이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군대를, 가뜩이나 힘든 판에 전역까지 늦게 하고 장기하사관 복무까지 마쳤다... 이건 뭐, 남의 사연으로 들어도 넌덜머리가 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자분은, "전화위복이 되었다(p52)."고 말합니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저력이 있는 이들의 태도가 다 이와 같습니다. 되는 사람은 이래서 되는 겁니다.

신청글에서 저는 "같은 부산 출신으로서 제목에서 드러나는 근성에 공감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 읽고 보니 저자분은 경기도 연천 출신이었습니다. 군복무까지 마치시고 나서 부산 수산대에 입학하신 거더군요. "세상 어디라도 배를 타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마도로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후임에게서 듣고 그리 결심한 거랍니다. 사실 이 저자분이 젊었을 때하고 지금은 시대 상황이 크게 달라졌겠죠. 그때는 해외 여행 허가를 아무한테나 내 주지도 않던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선원이나 항공기 승무원, 기자, 해외 상사 주재원, 기타 사업가쯤이나 되어야 뭐 여권이 일단 나오기나 했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건 그 근성이었습니다. 공부란 게, 운동만큼은 아니어도, 어려서부터 좋은 가정 환경에서 습관을 들이고 책을 읽는 게 아주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거지, 나이 들어서 갑자기 회심을 한다고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게 결코, 결코 아닙니다. 무엇이든 그 일을 해 오던 사람이 하는 거지, 갑자기 무슨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안 되던 게 되질 않습니다. 사람이 독한 마음을 먹고 엄중한 상황 인식 확실히하고 내가 반드시 이 꿈을 이루고 말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먹는다는 자체가 보통 사람한테 가능하지를 않습니다.

저자분은 참 머리가 좋았나 봅니다. 당시에는 학력고사 체제였을 텐데 여튼 암기사항이 많고 수학도 제법 어려웠을 건데 제대 후 불과 2~3개월 공부해서 그것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하셨다니 말입니다. "입학하고보니 여기는 군대 수색대보다 더 거친 문화를 가진 집단이었다(p54)." 수색대 하면 얼마나 군기가 빡센데 이곳 수산대 어로학과가 그보다 더했다니... 뭐 요즘은 아닙니다만 진짜 군대도 아니고 대학교에 이런 서열 X군기 문화가있다는 건 참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일입니다.

이후 본문에는 3학년을 마치고 해운회사, 현대자동차 영업부에 취직하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행간은 독자의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 하니만큼 그 사정에 대해 여러 짐작이 가능합니다. 요즘과는 위상이 좀 다르겠습니다만 여튼 대기업에 취업하셨으면 그 나름대로 또 인생을 가꿔 나갈 하나의 지점을 마련하신 셈인데 저자는 그에 만족하"나는 군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할 교육, 구보, 사격의 세 가지를 잘할 수 있는 자질이 있었나 보다. 폐활량이 좋아 웬만한 구보에는 땀도 안 났고...(p42)"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도 남다른 근성으로 결국은 이겨내고 주위의 인정을 받는 타입은 확실히 따로 있습니다. 저자님의 경우 어렸을 때 고아원에 맡겨지고 아주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등 각별한 시련이 있었으나, 참으로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사회 요직을 거치고 결국 성공한 인생을 일궈낸 분이더군요.

저 위에 인용한 문장처럼, 저자분은 보통 사람을 (적어도 몇 가지는 확실히) 능가하는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갖고 태어난 분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마 "아 나도 저분처럼 체력, 체격이 강건하게 태어났다면..."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 체력만 강하게 태어나거나 하면, 대개는 좋지 않은 길로 빠집니다. 저자분처럼 사회에서 비교적 선망 받는 코스를 밟아 남들 부러움을 사는 각광 받는 길을 걷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 뛰어난 머리를 갖고 태어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았을 거라며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못 들여 좋은 대학을 못 나오고, 결국은 순간의 잔머리를 굴리는 데만 적성을 붙여 나쁜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결국 자기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나쁜 꾀를 뿌리는 데만 눈길을 돌리고 결국 제 인생을 망칩니다. 결국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건 주어진 조건, 환경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는 것, 이 책 저자님 말씀처럼 현실에 기반을 두고 근성 있게 위기를 얼마나 정면돌파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대체로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들 중 특히 남성들은, 그 힘들다는 군 생활을 잘 보내는 사람이 많더군요. 또 평소에는 공부를 진절머리 내며 싫어하다가, 이런저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후임, 선임들과 만나면서 새로 인생에 눈을 뜨고 심지어 공부에까지 취미를 들이고 각오를 다집니다. 저는 예전에 읽었던 어느 수기에서 전역할 때 "우리 사단 보물 나간다!" 소리를 듣기까지 했던 어떤 분이 생각 납니다.

이 저자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이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군대를, 가뜩이나 힘든 판에 전역까지 늦게 하고 장기하사관 복무까지 마쳤다... 이건 뭐, 남의 사연으로 들어도 넌덜머리가 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자분은, "전화위복이 되었다(p52)."고 말합니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저력이 있는 이들의 태도가 다 이와 같습니다. 되는 사람은 이래서 되는 겁니다.

신청글에서 저는 "같은 부산 출신으로서 제목에서 드러나는 근성에 공감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 읽고 보니 저자분은 경기도 연천 출신이었습니다. 군복무까지 마치시고 나서 부산 수산대에 입학하신 거더군요. "세상 어디라도 배를 타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마도로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후임에게서 듣고 그리 결심한 거랍니다. 사실 이 저자분이 젊었을 때하고 지금은 시대 상황이 크게 달라졌겠죠. 그때는 해외 여행 허가를 아무한테나 내 주지도 않던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선원이나 항공기 승무원, 기자, 해외 상사 주재원, 기타 사업가쯤이나 되어야 뭐 여권이 일단 나오기나 했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건 그 근성이었습니다. 공부란 게, 운동만큼은 아니어도, 어려서부터 좋은 가정 환경에서 습관을 들이고 책을 읽는 게 아주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거지, 나이 들어서 갑자기 회심을 한다고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게 결코, 결코 아닙니다. 무엇이든 그 일을 해 오던 사람이 하는 거지, 갑자기 무슨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안 되던 게 되질 않습니다. 사람이 독한 마음을 먹고 엄중한 상황 인식 확실히하고 내가 반드시 이 꿈을 이루고 말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먹는다는 자체가 보통 사람한테 가능하지를 않습니다.

저자분은 참 머리가 좋았나 봅니다. 당시에는 학력고사 체제였을 텐데 여튼 암기사항이 많고 수학도 제법 어려웠을 건데 제대 후 불과 2~3개월 공부해서 그것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하셨다니 말입니다. "입학하고보니 여기는 군대 수색대보다 더 거친 문화를 가진 집단이었다(p54)." 수색대 하면 얼마나 군기가 빡센데 이곳 수산대 어로학과가 그보다 더했다니... 뭐 요즘은 아닙니다만 진짜 군대도 아니고 대학교에 이런 서열 X군기 문화가있다는 건 참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일입니다.

이후 본문에는 3학년을 마치고 해운회사, 현대자동차 영업부에 취직하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행간은 독자의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 하니만큼 그 사정에 대해 여러 짐작이 가능합니다. 요즘과는 위상이 좀 다르겠습니다만 여튼 대기업에 취업하셨으면 그 나름대로 또 인생을 가꿔 나갈 하나의 지점을 마련하신 셈인데 저자는 그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저자는 기시를 패스하고 사무관으로 10년을 봉직했는데 도통 승진이 되지 않던 중 카이스트에 마련된 MBA코스를 밟으셨다고 합니다. 자연과학이 배경이던 저자로서 경영학 공부가 매우 어려웠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끝에 가서는 중간 이상의 성적을 올리게 되었는데 교수님이건 동료(나이로는 한참 후배인)들의 칭찬도 받았다고 합니다. 이분이 물론 머리를 타고나신 바도 있겠으나, 근성으로 안 되는 걸 되게끔 밀어붙인 그 정성과 열의가 대단하다는 점 여기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공직사회에서도 이런저런 비열한 모함과 질시가 횡행하는 건 여타의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는 부당한 좌천도 경험하고,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직보도 해 보는 등 참으로 파란만장한 경험을 하셨네요. 제 생각에는 저자님 같은 스타일은 민간 대기업 같은 데서 확 출세하시고 돈도 많이 버셨을 것 같은데 이렇게 공직으로 나아가서 그처럼이나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고위직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인생은 얼마나 경험을 치열히 하고, 주어진 현실의 과제에 몰입하여 성과를 이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책의 저자 같은 분을 보면 참 인생이라는 게 만만치 않지만, 그런 도전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내고 현실에서 처리하느냐에 따라 성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자분은 아마 더 높은 직까지 못 오르신 게 내심 아쉬우시겠지만, 우리 독자들이 보기엔 정말로 놀랍지 않습니까? 지 않았습니다.

이후 저자는 기시를 패스하고 사무관으로 10년을 봉직했는데 도통 승진이 되지 않던 중 카이스트에 마련된 MBA코스를 밟으셨다고 합니다. 자연과학이 배경이던 저자로서 경영학 공부가 매우 어려웠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끝에 가서는 중간 이상의 성적을 올리게 되었는데 교수님이건 동료(나이로는 한참 후배인)들의 칭찬도 받았다고 합니다. 이분이 물론 머리를 타고나신 바도 있겠으나, 근성으로 안 되는 걸 되게끔 밀어붙인 그 정성과 열의가 대단하다는 점 여기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공직사회에서도 이런저런 비열한 모함과 질시가 횡행하는 건 여타의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는 부당한 좌천도 경험하고,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직보도 해 보는 등 참으로 파란만장한 경험을 하셨네요. 제 생각에는 저자님 같은 스타일은 민간 대기업 같은 데서 확 출세하시고 돈도 많이 버셨을 것 같은데 이렇게 공직으로 나아가서 그처럼이나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고위직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인생은 얼마나 경험을 치열히 하고, 주어진 현실의 과제에 몰입하여 성과를 이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책의 저자 같은 분을 보면 참 인생이라는 게 만만치 않지만, 그런 도전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내고 현실에서 처리하느냐에 따라 성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자분은 아마 더 높은 직까지 못 오르신 게 내심 아쉬우시겠지만, 우리 독자들이 보기엔 정말로 놀랍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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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해 4자성어 초등 일기쓰기 : 중급 뿌듯해 초등 일기쓰기
뿌듯해콘텐츠연구소 지음 / 진서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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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일기 쓰기를 통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동시에 담임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세심한 지도를 통해 맞춤법도 교정할 수 있고, 내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내 자신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효과적일지 반성하고 개선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겠네요.

p7에는 칠락팔락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옵니다. 저는 솔직히 잘 모르던 말이라서 사전을 따로 찾아 봤습니다. 물론 사전을 구태여 찾을 필요가 없을 만큼 책에는 초등학교 중급 수준에 맞는 설명이 잘 나와 있기는 합니다. 아마 "락"으로 시작하는 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책에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악"으로 써도 좋다고 학생들에게 조건을 좀 완화해 주네요.

"칠칠치 못하게 돈 오천 원을 길에서 잃어버렸다. 어쩌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서 나갈 때 흘렸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아저씨가 엘베에 나와 함께 탔었는데 올라올 때 그 아저씨를 또 만났다. 혹시 이 아저씨가 돈을 주웠는지 해서 얼굴을 쳐다봤는데 왜 그러냐는 표정이라서 더 이상했다. 악! 너무 짜증난다. 오늘 체육 시간에 너무 열심해 해서 팔도 아프다. 악!"

조금 억지 같지만 초등학생이니까 봐 줄 수 있습니다(봐 주세요). 칠 자로 시작하는 말이 하나도 생각 안 난다고 해서 제가 힌트를 좀 줬습니다. 제 아이도 아니고 다른 분 귀한 자녀에게 괜히 부정적인 단어를 가르쳐 주는 것 아닌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데 락 자가 떨어질 락(落)이라면, 두음 법칙을 적용할 때 "악"이 아니라 "낙"이 됩니다. 만약 "낙"이었으면 더 선택지가 넓어졌을까요?

p66, 52일차에는 격세지감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아이한테 어려울 것 같아도 의외로 잘 이해했습니다. 아이들도 요즘 공사가 한창인 어느 지역에 가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확 다른 모습을 구경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격자 무늬 있는 이불을 덮고 잤다. 세탁기에서 막 빨고 말린 거라서 냄새가 좋다. 지저분하던 옷들도 빨래를 마치고 나면 깨끗해진다. 감사합니다 엄마"

ㅎㅎ 어린이다운 글입니다. 근데 저보고 쓰라고 해도 은근 부담될 것 같습니다. 이불 무늬에서 격자라는 어려운 단어를 바로 떠올린 게 기특하죠? 엄마의 가사 노동에도 고마워할 줄 알고 말입니다.

p44 29일차에는 개과천선이라는 사자성어가 키워드입니다. 설명에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스크루지 영감님처럼 잘못을 뉘우친 사람도 있어요."라는 설명이 따라나옵니다. 이처럼, 다른 사자성어에도 뜻만 설명하기보다, 그와 관련된 문학작품이라든가 유익한 이야기를 곁들여서 들려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스크루지 영감님이 누구인지 궁금한 아이들에게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적당한 버전도 찾아서 읽히게 할 동기도 생기고 말입니다.

개구리 같이 생긴 아저씨를 봤다. 그 아저씨는 과자를 비닐 봉투에 싸 들고 갔다. 나도 과자가 먹고 싶었지만 천원밖에 없어서 포기했다. 선생님한테 돈 좀 빌려달라고 할까?

ㅎㅎㅎ 좀 어이가 없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솔직하지 않습니까? 아이한테 과제도 시키고 쓴 걸 읽어 보고 웃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뒤에 있는 스티커는 p12의 표에 하나씩 붙이면 아이가 정말로 뿌듯해합니다. 처음에 할 때는 몰랐다가 대략 20일 정도 쓰고 나면 스티커가 많이 채워지는데 그때 "우공이산"의 느낌을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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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해 4자성어 초등 일기쓰기 : 고급 뿌듯해 초등 일기쓰기
뿌듯해콘텐츠연구소 지음 / 진서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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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는 버릇을 들이면 글씨체도 차차 좋아지고 차분히 하루를 반성하는 계기도 갖게 되어 유익합니다. 또 처음에는 억지로(?) 시키는 거지만 나중에 자기만의 기록이 쌓이면 알아서 자신이 기록을 이어나갑니다. 인스타나 페북처럼 남 보라고 이어가는 기록과는 또 다릅니다. 지금은 선생님과 부모님이 감독을 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스스로 자신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기록이니 아무도 볼 수 없고 그래서 가치 있습니다. 이 책은 사자성어, 고사성어를 이용한 4행시 형식이라서 더 재미도 있고, 뒤에 나온 스티커를 앞 페이지에 붙여가면서 하나씩 채워가는 보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뿌듯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40에는 "지피지기"가 나옵니다. 뜻은 우리가 모두 아는 사자성어인데 어쩌면 일기쓰기라는 이 책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사자성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자도 "지피"보다는 "지기"에 더 방점을 두었습니다.

지루한 일요일이었다. 피곤하다. 지겹고 재미없는 애니를 TV에서 봤다. 기분이 나쁘다.

ㅎㅎ 아이가 이렇게 썼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이들에게 사실 휴일이 언제나 즐겁지만은 않죠. 어른들이 애들과 놀아줘야 하는데 아이가 크면 사실 그것도 힘듭니다. 아이한테 잘 맞게 놀아주고, 그러면서도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게 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어른은 휴일을 잘 보내면 월요병 걸리는데 벌써부터 나쁜 병 안 걸리게(?) 노력해야겠습니다.

p63에는 "인구회자"가 나옵니다. 설 연휴 전부터 해서 어떤 스포츠 선수들이 요즘 부쩍 자주 "인구에 회자"되죠. 예전에는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입에 오르내릴 때만 이 말을 썼는데 요즘 국어사전은 긍정이고 부정이고 두루 쓴다고 정의하네요. 아이한테 좀 어려운 말일 것도 같지만 지금 SNS에서도 그렇고 자주 보는 현상이니만치 "이럴 때 쓰는 말이야"라면서 가르쳐 주기에는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너무 길게 했다. 구름빵도 봤다. 회덮밥을 점심때 먹었다.자고 싶다.

ㅎㅎㅎ 정말 아이다운 4행시 아닌가요? 회덮밥 좋아하는 건 아마 부모님 식성을 닮은 것 같습니다.

p84에 나오는 허심탄회라는 말도 어렵습니다. 이걸 가르쳐 주니까 왜 솔직하다라는 말을 안 쓰고 이렇게 말하냐고 되묻는데 뭐라고 설명해 줘야 할지 딱히 좋은 답이 안 떠오르더군요. 이런 말을 만들어 쓰곤 하던 과거의 사회 구조와 지금이 많이 다른 이유가 있겠으나, 그걸 아이가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여튼 커서 국어 시험도 치고 논술도 하려면 이런 말을 다 이해를 해야겠죠.

허지은하고 싸웠다. 심술꾸러기다. 탄력이 나쁘다. 회된다.

아마 아직 "탄력"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의 "회된다"는 아마 "후회된다"는 말을 쓰고 싶었나 본데 정확한 걸 모르고, 또 4행시의 규칙을 아직 이해를 못해서(혹은, 억지로 끼워 맞춘?) 저렇게 한 것 같네요. 어른으로서 이걸 어떻게 잘 이해시켜야 할지 적잖이 고민됩니다.

고사성어도 배우게 하고 일기쓰기를 통해 아이와 소통도 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작한지 3주밖에 안 되었으나 100일 다 채우고 아이와 함께 뿌듯한 시간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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