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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 - 세계 최고 혁신 전문가 리타 맥그래스가 발견한 변곡점의 시그널
리타 맥그레이스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21년 4월
평점 :
이 시대의 화두는 누가 뭐라고 해도 "혁신"입니다.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썩고, 망가지고,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집니다. 그래서 기존에 잘 되던 방식도 바꾸어야 하고, 잘 안 되던 방식은 더더군다나 바꿔야 한다고들 강조하는 것입니다.
저자 리타 라그레스는 "변곡점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변곡점이라는 건 곡선의 패턴이 변화하는 징조를 처음 드러내는 점을 가리킵니다. 수학적으로는 두 번 미분을 하면 이 변곡점이 되는 좌표가 방정식으로 도출됩니다. 한 번 미분을 하면 증가에서 감소, 혹은 감소에서 증가로 바뀌는 점이 나오죠. 그런데 이걸로는 불충분하며, 실제로 증감의 양상이 수치적으로 바뀐 시점에서 대응을 하면 이미 늦습니다. 그래서, 증가와 감소의 패턴이 추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이래야만 선제적, 선취적 대응이 가능합니다.
지난 시기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이자 창립자인 저커버그야말로 혁신과 창의의 대명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고평가를 받던 시기가 십 년은 지속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미 페이스북의 쇠락 징조가 보인다고 말합니다. 최고경영진 중 일부가 회사를 떠났고(p60), "아첨꾼들에 둘러싸였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하며,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매력도 예전같지 않다는 진단도 많습니다. 벌써 SNS의 중요 지분 중 일부를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매체에 내어주기 시작한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렇게 "변곡점"처럼 보이는 현상이 목격된다고 해서, 바로 페이스북 주식을 나스닥에서 매도하는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겠지만, 변화의 징후는 남보다 먼저 캐치해야 의미가 커지는 법입니다.
전략적 결정에 대한 "자유도와 신호강도는 반비례한다(p95)." 어떤 상황이건 간에, "의미있는(significant)" 정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정보, 이 책에서 "노이즈"라고 표현되는 정보가 있습니다. 유의미한 정보만을 걸러내어 전략 형성의 토대로 삼는 작업이 중요한데, 이제 누가 봐도 상황이 대세를 바꾸었다 싶으면 그때는 내갸 내 사업체의 전략을 바꿔봤자 결과가 달라질 게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아직 이건지 저건지 뭔가 불확실할 때, 영리한 CEO는 재빨리 대세를 감 잡고 타이밍을 포착하여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펼쳐지는 미디어 전쟁에서 넷플릭스는 이미 승자이며, 앞으로 기존의 미디어 거인이나 대규모 극장 등을 다 밀어내고 최종의 패권을 차지할 듯합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칸 집행부나 미국의 영화 아카데미 등 기존의 영화 관련 기득권층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이겠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넷플릭스가 시장을 지배하기 이전에도 이미 "블록버스터"라는 스타트업이 이런 종류의 사업을 구상한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넷플릭스에 앞서 승자가 되지 못했는가? 저자는 "진입 시점이 너무 빨랐다"고 진단합니다. 변곡점은 그것이 변곡점인지 확실히(그러나 시장의 평균판단보다는 훨씬 흐릿한, 이른 시점에서) 알았을 때 판단해야지, 무작정 일찍만 들어간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호강도가 너무 낮으면, 자유도가 그저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파국적인 결과를 맞을 만큼 상황이 유동적으로 바뀐다는 뜻이죠.
지난 시대에는 테드 터너라는 걸출한 사업가가 시대의 변화를 미리 읽고 CNN을 창업했지만, 우리 시대에는 냇 터너와 재크 와인버그라는 청년들이 플랫아이언헬스라는 기업을 만들었습니다(p185). 광고라고 하는 건 참 추상적이면서도 미묘한 영역인데, 대체 특정 기획이나 상품의 성공 지분 중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광고의 덕분이라고 평가해야 할지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모바일과 온라인이 발전한 시대에는, 어느 미디어에 광고를 집행해야 할지가 몹시도 결정이 어렵습니다. 이 청년들은 "광고 거래소"라는 개념을 구체화하려는 의도였는데, 모두 실패했었다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애초에 광고라는 행위와 결과물 자체가 그 모호한 규정, 범주를 탈피하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이후에도 저 두 사람은 "초창기 우리의 컨셉은 완전히 엉터리였다"고 정직하게 술회합니다. 광고 에이전시를 플랫폼에 참여시키는 방식인데 사실 지금은 이 모델이 최종 승자로 굳었습니다. 우리가 유튜브나 구글, 혹은 구글에서 광고를 받는 여타의 사이트에서 어떤 광고를 보면, 이것이 대부분은 저 두 사람이 만든 비드매니저 모델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위키나 엠엘비파크 같은 데를 들어가도 광고가 뜨는데, 이걸 보기 싫으면 구글에서 메시지가 뜨며 사유를 묻습니다. 이 모델을 냇 터너와 재크 와인버그가 만들고 구글에 판 것입니다. 이런 모델이 정착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며 두 사람은 거의 파산지경까지 갔었고 죽다 살아난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너무 유행만 좇는다"는 비판을 들었으나, 만약 두 사람이 초기 생각만 고집했다면 비드매니저 유형은 아마 다른 사람(들)이 먼저 발견하고 다른 이름이 붙은 채 다른 사람에게 떼돈을 안겨 주고 끝났을 것입니다.
어느 비즈니스 영역이건 영원한 승자는 없습니다. 스티븐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로 재임할 때, 그는 새로운 시대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리라는 걸 필요한 만큼 실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시대에 MS는 2류로 전락했으며, 평론가들(책에서는 잡지 <뉴요커>를 예로 드네요)은 "새 경영자는 누가 되었든 발머와는 크게 달라야 한다"고까지 꼬집었습니다. 한때 <타임>등으로부터 그렇게나 찬사를 받았던 그였건만 말입니다.
사람은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 사고방식이 있다고 합니다(p218). 전자는 자신을 승자, 리더로 인식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변화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시대에 뒤떨어지고 맙니다. 후자는 어떤 고정된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상황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유연하게 자신을 상황에 적응시켜 나갑니다. 아마 책에서 말하는 전자 유형은 스티브 발머 같은 이이겠으며, 후자의 예는 후임 CEO였던 사티아 나델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후자 같은 리더라야, 정확한 변곡점이 어디이며 언제인지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짚어낼 수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얼마나 빨리 변화하는지부터 먼저 절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는 너무 늦게 포착하면 이미 전략 변화를 기할 만큼 여유를 못 잡는 수가 많습니다. 주위에서 너도 나도 대세가 바뀌었음을 눈치챌 때는 이미 늦습니다. 극점이 아니라 변곡점을 잡아채기 위해, 시대와 상황의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고 부지런한 공부를 통해 이를 내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