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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
안대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3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주말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금요일은, 물론 종일 근무이긴 하나 다음 이틀을 쉴 수 있으므로 각별히 즐겁습니다. 즐겁기에 금요일만큼은 출근길조차 가볍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목요일을 맞을 수 있다면, 어차피 내일이 즐거울 테니 목요일 역시 즐겁게 맞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주일은 내내 즐거울 것입니다.
우리는 대개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소속을 가집니다. 어려서 의식이 별반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는 소속감은 명확히 없을 수 있으나, 그래도 나에게는 엄마, 아빠가 있다, 집이 있다 정도는 생각을 하고 지냅니다. 그러다 유치원에 들어가고, 이후 12년 동안은 정규 교육을 받습니다. 만약 고3을 부실하게 보내어 대학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재수를 하는 동안의 막막함은 젊은 영혼을 좀먹습니다. 나에게 어떤 소속이 없다, 같은 처지를 함께할 동료가 없다는 건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끝까지 어디에, 어디건, 소속이 되어 지내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회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해도, 이사 승진이 안 되면, 혹은 그보다 더 이른 시점에, 직장을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 회사를 끝까지 다닐 수 있는 건 사주 본인과 그 후계자뿐입니다. 언젠가는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를 차려도 차려서 나와야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회에서 갖는 어떤 소속이란 것의 한계입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우리 자신에게, 홀로 설 수 있는 자존과 자립을 우리 스스로가 길러줘야만 합니다. 이것 없이는 설령 사회에서 제2의 소속을 갖게 되어도, 내 자신이 조직 안에서 맞는 여러 역경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좌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를 이기게 돕는 건, "그래, 우리 그때 어디에서 이런 추억을 가졌잖아?"라고 되새길 수 있는 체험, 기억들입니다. 우리에게 한때 이런 시간이 있었노라 하고 추억에 잠겨 과거를 회상할 수 있다면, 설령 전쟁터에서 적군의 총알애 맞아 피를 흘리는 순간에도 그 괴로움을 이길 수 있을 터입니다.
많은 가정에서는 "가스 요금 폭탄 맞는 게 무서워서" 함부로 가스를 틀지 못합니다. 그런데 저자께서는 "오늘 내가 가스를 적게 사용하면, 요금도 다음 달에 적게 나오겠지만 지구 역시 조금이나마 몸이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마침 며칠 전이 지구의 날이기도 했죠. 사실 우리 자신의 이기심을 조금만 버리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한다거나 뜻깊은 일에 마음을 쏟으면, 의외로 흐뭇하고 행복해집니다. 이게 바로, 작지 않고 보다 큰 곳에 소속감과 연대감을 두는, 보다 여유 있는 영혼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