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협상법 - 인생의 승부처에서 삶을 승리로 이끄는 협상비법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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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마케팅 수완이 서투르면 매상이 오르지 않듯, 개인이나 조직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협상법"이 서투르면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듭니다. "일상에서 비즈니스까지, 인생의 9할은 협상이다!" 속된 말로 "딜을 치는" 방법이 서투르면 매번 손해 보고 살기 십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승부를 보아야 할 상대방과 일 대 일로 대면했을 때 내 이익을 충분히 거둘지, 혹은 회사를 대표하여 미팅에 나갔을 때 내가 소속된 조직의 입장을 넉넉히 반영하게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협상의 일반론으로 언제나 명심해야 할 사항이 쉽게 재미있게 정리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자의 직접 체험에서 우러난 여러 실감나는 일화와 사례가 많이 소개되어, 아마도 비즈니스 현업에서 뛰는 이들이 자기 실무에 바로 적용하거나 참고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원론에만 치중하면 읽는 재미가 없고, 체험담 위주로만 가면 깊이가 없기 쉬운데 이 책은 딱 절묘하게 균형을 잘 맞춘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조파(ZOPA)는 협상가능영역, zone of possible agreement의 약자로서, 협상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개념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 목표도 달성해야 하지만, 무턱대고 내 목소리만 높이는 식이어서는 그저 판만 깨질 뿐 (상대도 얻는 게 없겠지만) 내 손에 들어오는 바가 없어집니다. 내가 원하는 존, 바운더리가 있고, 상대가 원하는 범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 그 사이에 교집합이라는 게 생길 건데, 협상 잘 하는 사람은 이 교집합 중 최대한 내 쪽으로 바싹 붙은 지점에서 싸인을 하게 만듭니다. 그렇지 않고 애초에 서로가 원하는 바가 너무 다르다면(이 책 p46에 나오는 것처럼), "조파"도 없고 따라서 협상이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협상자는 상대방의 의중을 노련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애초에 조파가 생성 안 되는 자리라면 최대한 상대방 기분 안 상하게 자리를 마무리짓고, 또 이 점을 상대에게 납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후일 다른 안건 다른 거래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수도 있으므로, 신사적인 매너로 접대하는 건 상식입니다. 그렇지 않고 슬쩍 떠본 그의 의중에 어느 정도 조파가 만들어지겠다 싶으면, 이때는 목표를 향해 서서히 전진하면 되겠습니다.

저자는 p47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백화점 가격 협상 전략"을 공개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실전에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독자에게 케이스 스터디 소재를 제공하는 점이 특히 유익하더군요.

1) 한 매장만 공략한다.

저자는 한 번 방문한 가게는 무조건 단골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점이 좀 이해 안 되는 독자도 있겠지만, 상대방 역시 이 사람이 여러 매장 여러 회사를 두루 넘보고 탐색을 하는 "지조 없는(?)" 사람인지, 아니면 한번 맺어진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타입인지는 눈치로 바로 파악 가능할 것입니다. 상대에게 "이 사람은 내 편"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건 생각 외로 거래의 여러 국면에서 힘을 발휘하더군요.

2) 매장 매니저에게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대한다.

3) 매장 직원의 추천을 받아 가능하면 빨리 결정한다.

2)와 3)은 주로 매장 매니저와 직원 들의 인간적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입니다. 사실 입장을 바꾸어 그들 입장에 서 보면, 어차피 어딜 가도 조건은 서로 비슷한데 괜히 이것저것 재고 사람 힘들게 하느니 차라리 인간적 신뢰를 확실히 쌓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보통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마련이고, 자신에게 평소 잘해준 사람한테 뭔가 편의를 봐 주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역시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 즉 백화점에서 선물세트 25개 동시 구매 건과 영어 단기 캠프 장소 물색 건이 나옵니다. 두 건 다 모두, 나는 상대가 이 이하 조건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여 가격을 제시했는데, 상대는 오히려 횡재라고 생각했는지 덥석 받아들여 당황했다는 회고입니다. 이때 저자가 아쉽게 생각하는 건, "아, 처음에 상대에게 '어디까지 가능하십니까?'라고 의향을 먼저 떠 봤어야 했다"는 거죠. 확실히 협상에서 내 안을 먼저 제시하는 건, 그게 아무리 내 입장에서 충분히 계산을 거친 결과였어도, 더 유리한 조건을 받는 데에는 방해가 됩니다. 협상에서는 입장을 먼저 노출하는 쪽이 지는 거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도 덧붙입니다. "주도권 때문에, 먼저 제안하는 게 적절할 수도 있다(p51)." 이 이슈 관련, 더 일반적이고 더 광범위한 논의는 이 책 파트 4의 29장(p189) 이하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집니다.

협상을 잘하는 만능의 방법으로 무조건 어떤 하나의 절차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협상의 장에 나오는 모든 플레이어가 그런 방법만 들고 협상에 임할 건데 극소수의 몇 상황만 제외하고는 애초에 진행이 안 될 것입니다. 또 그런 방법이 있다고 쳐도 내 스타일상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다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아무리 멋진 옷이라도 소화할 수 있는 체형이 못 된다면 이를 걸쳐 봐야 웃음거리만 될 뿐입니다. 그보다는, 좀 스타일이 덜 나더라도 최대한 내가 소화 가능한 의상이 최상의 선택이겠는데, 협상 스타일도 마찬가지라서 내 성격에 맞는 방식이 가장 좋습니다.

p52 이하에는 표가 나오는데 A와 B 중 내게 더 맞는 걸 골라 표시해 나간 후, 그 결괏값(p55)을 구해 다음 페이지의 레이더 차트에 대힙해 봅니다. 저는 "강압 스타일"이 나오던데 ㅎㅎ 저자는 각자의 스타일을 구해 본 후 자신의 상대지향형/자기지향형 태도를 점검해 보라고 제안합니다. 이후에는 구체적으로 강압, 회피, 양보, 타협, 문제해결 스타일이 각각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상황의 예들이 나옵니다. 이 부분이 아주 쉽고 재미있으므로 자기 스타일이 이 중에서 뭔지, 그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협상에 임해야 할지를 바로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 스타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최상은 아니므로, 자기 스타일을 파악하되, 상황에 따라 여러 방법을 (가능한 한) 많이 구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판매왕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정신력이다(p74)." 뉴스나 책에도 많이 소개되지만 사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부러운 게 이런 판매왕들, 일류 세일즈맨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업직이 불안정한 직업이라고는 합니다만 이런 S클래스들은 신분 자체가 다르다고 봐야죠. 아무리 승자 독식의 사회라고 하지만 이런 분들은 정말로 큰 셰어를 가져 갑니다. 영업직이 아니라고 해도, 화이트컬러는 결국 기획력 외에도 영업력이 있어야 살아남고, 이사 등 임원이 되면 사실상 영업을 얼마나 따오느냐로 이후 대접이 결정됩니다. 그러니 판매왕들의 비법은 누구나 궁금해합니다. 판매왕들이 또 보면 언제나 기존 인맥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고, 인맥에만 의존하는 세일즈는 지속 가능하지도 못합니다.

판매왕들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옵니다. 이럴 때 그들은 "여튼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p75). 보다 구체적으로 프로골퍼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1) 크게 심호흡 세 번을 한다
2) 처해진 한 샷만 생각한다.
3) 샷을 하기 전 좋은 그림을 떠올려라.


특히 3)은, 판매왕들이 언제나 강조하는 "긍정적인 사고 방식"과 관계 있습니다. 심리적인 압박이 다가올 때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오히려 일을 망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막상 최악의 결과가 닥쳤을 때 최대한 damage를 심리적으로 덜 입으려고 미리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애초에 결과 자체를 긍정으로 빚어야지, 나쁜 결과를 의연하게 맞을 준비란 그걸 아무리 철저히 해 봐야 내 인생에 어떤 진전이 오질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를 협상의 달인으로 칭하는 걸 봤습니다. 자신은 컴퓨터 같은 두뇌로, 칼날처럼 상대의 심리를 캐치하여, 한순간에 정확한 대안을 도출하여 비즈니스를 마무리짓는다는 거죠. 그런데 이 책 저자께서는 "(그런 지식이나 계산보다는) 감정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p83)"고 말합니다. 확실히, 협상 테이블에서는 별의별 돌발 사태가 다 벌어지며, 상대방의 예상 밖 제안이나 반응, 태도에 놀라거나 불쾌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떼 냉철하게 감정을 일정히 유지해야, 새로운 상황을 정확히 계산하여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고, 상대에게 내심을 들키지 않겠죠.

때로는 룰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만으로 폭주하는 상대를 협상장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뭐 사회에는 별의별 부류가 다 있으니까요. 이처럼 사회 최소한의 룰도 무시하는 자를 두고 보통은 "양아치"라 부르는데(이 책에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책에는 이런 양아치들을 상대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바로 자승자박 전술이 그것입니다. 상대가 쓴 방법을 고스란히 고대로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1) 실컷 떠들게 내버려둔 후, 그 안에서 논리적 모순을 찾아내서는 "당신 말대로라면 이렇다는 건데, 앞에 한 말과 반대되지 않냐?"라며 공박합니다. 사람은 본래 말이 많아지면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2) 그가 이전에 한 말이나 약속을 들이밀어 그의 말이 그 자신이 스스로 발 묶이게 합니다. 책에서 소개한 파르스 왕자(p97)가 발휘한 기지가 그것입니다. 파르스는 고대 페르시아의 다른 이름이죠.

3) 세상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으니, 상대의 말과 원칙에서 전혀 다른 논리적 결론을 도출하여 상대가 말문이 막히게 만든다.

저자는 자신의 회사 직원이 "왜 급여를 (전에 했던 말씀과 달리)안 올려 주시나요?"라고 했다든가, 어린 자제분의 "약속 이행 촉구" 등을 그 좋은 예로 들고 있습니다. 반대로, 섣부른 약속 때문에 고생하는 결과를 피하려면, 애초에 이런저런 단서를 많이 붙이라(p101)는 요령도 일러 줍니다.

협상에는 BATNA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의 약자인데, 책에는 글라스를 구입하려는 레스토랑의 입장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사실 가격이 너무 높아서 곤란하긴 한데, 글라스 자체는 다른 데서 대체품을 못 구할 만큼 마음에 들 때 무슨 BATNA를 제시할지의 문제입니다.

1) 장기 거래하겠다
2) 추가 구매하겠다
3) 현금으로 결제하겠다
4) 글라스를 필요로 하는 다른 업체도 소개해 주겠다
5) 일괄구매하겠다(상대의 재고 감소라는 메리트가 있다고 합니다)
6) 포장지를 최소화해도 된다(이런 제안이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의외로 고맙게 받아들여진다고 합니다)
7) AS나 반품 요청을 하지 않겠다(조금 위험하지만 경우에 따라 이런 방법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8) 다음에 술 한 잔 사겠다(이 방법은 요즘 잘 안 쓰인다고 하며 ㅎㅎ 아마 이런 제안을 들으면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 같습니다)

여튼 BATNA라는 건 생각 외로, 셀 수 없이 많으며, 협상에서 경직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음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상기하려는 의도입니다. 내가 이런저런 BATNA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상대에게 알려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상대의 태도를 완화할 수 있고, 거래할 의향이 없던 상대에겐 일종의 미끼를 물게 유도하는 셈도 됩니다.

예전에 현대자동차 TV CF에서 어느 점잖은 고객이 명품 매장에서 환불, 교환을 요청하자 매장 직원이 "아니 고객님 이런 걸 누가 해줘요?"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때 그 고객 말이 "현대자동차는 되던데?"라고 하자 직원이 당황한다는 스토리를 담았는데... 책에서는 남들도 다, 시장에서는 이렇게들 한다면서 "객관적 기준을 들이대는 전략"을 소개합니다. "90%는 이렇게들 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같은 분들은 이렇게들 하십니다." 이런 객관적 기준은 앵커링 효과(p128)를 주기 때문에 상대가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책 3부에서부터는 "심리유도 협상법"을 가르치는데 개인적으로 이 파트가 가장 재미있었고 도움도 많이 되었던 듯합니다. 경제학 전공자 아니라 해도 학교에서 게임이론은 많이들 배우셨을 듯한데, 죄소수의 딜레마 역시 익숙한 내용일 겁니다. 왜 죄수들은 최적의 상황에 이르지 못하고 서로 파멸하는가? 그에 대한 답은, 게임 플레이어(여기서는 죄수)들이 경쟁적 상황(혹은 그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다시 안 볼 사이"라고들 할 때가 있는데 정말로 다시 안 볼 사이라면 잘할 필요가 없고, 심지어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고 결별하는 게 (도덕을 떠나 계산적으로는) 낫겠죠. 책에서는 "다행히도 대부분의 협상 상황은 관계 유지, 평판 확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p146)."

저자께선 아무래도 협상 전문가이자 S급 명강사이시다보니 협상 자리뿐 아니라 강의실에서도 많은 이들을 만납니다. 청중 중에는 고성과자 모임도 있고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한 것도 있습니다. 고성과자는 확실히, 저래서 고성과를 낼 수밖에 없겠구나 싶게,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 이해의 정도, 참여의 적극성,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내면화하려는 태도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나더라(p154)는 겁니다. 독자로서 제가 여러 책을 읽어 보면, 저자들이 이처럼 자신의 책들에서, 강사로서 경험한 바를 자주 술회를 합니다. 청중이나 수강생 태도가 불량하면 반드시 한 마디를 책 안에서 하시더라구요. 우리들 독자(청중)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저자나 강사)을 평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 역시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을 평가할 수도 있으나, 일단 나부터 남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난 후에 무슨 말을 해도 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 만나는 자리가 어색한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저자는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남에게 먼저 베푸는 분위기로 어색함을 깨자"고 합니다. 이걸 두고 미러링(p158)이라 하는데 요즘은 미러링이라고 하면 무슨 싸움 났을 때 상대의 방식을 고대로 돌려 주는 걸 가리키곤 합니다만 그런 험악한 의미가 아닙니다(그 방식은 [약간 다르긴 하나] 책에서 "자승자박" 전술로 소개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도 "남에게 자신이 원하는 만큼이라도 베풀라"고 했고 이걸 서양권에서는 골든 룰이라고 부르죠. 공자 역시 기소불욕이면 물시어인이라고 한 적 있습니다.

책에서는 로저 피셔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며 억지로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적절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효과적(p170)이라고 합니다. 파트 1의 9장에서는 "감정을 통제하라"고 했지만, 또 협상에서는 일반적으로 포커페이스가 선호된다고 하지만, 이는 감정을 자신이 유리하도록 "통제"하는 것이지 무작정 숨기라는 게 아닙니다. 내가 너무 감정을 숨기고 들면 상대가 불쾌해하거나 이용당한다고 여길 수 있어서 더 협상이 안 풀릴 겁니다. 장기적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거니와, 한 번 정도 협상 주도권을 넘겨 줌으로 해서 오히려 주도권을 내가 유지하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의 이 말을 한번 곱씹어 보십시오.

협상은 감정으로 시작하여 감정으로 끝난다. "두려움"으로 시작하여 "분노"로 과정을 거치는 협상은 결국 "신뢰"라는 결과로 끝맺음해야 한다(p172).

"관계"는 사실 협상을 불필요하게 합니다. 나의 친형, 나의 매부, 나의 부친 등이 소유 경영하는 회사하고 무슨 힘든 협상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쩌면 힘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 애 쓰는 것도 그 피곤하고 고단한 협상, 수많은 협상들을 생략하고 좀 편하게 살기 위한 전략입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때로 이런 관계가 독이 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p180). 또, 때로는 모르는 사람들과 협상을 일일이 하며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게, 고까운 관계 억지로 유지하느라 자존심 자존감 다 다쳐 가며 사는 것보다 훨씬 나으며 오히려 이런 게 능력 있는 사람이 사는 방식입니다.

제안은 먼저 하는 게 나을까요, 아님 상대의 제안을 먼저 들어 보는 게 나을까요? 이는 다양한 앵커링 효과를 감안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상대가 먼저 제안하면, 이것이 일종의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되어 상대가 협상 내내 주도권을 쥐는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내가 제안을 먼저 한다면? 앞에서 본 대로(pp. 49~50. 저자가 직접 겪은 예를 들었습니다) 시세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바람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pp.205~206에는 DISC 성격 분석표가 있습니다. 책 앞 p52에도 성격에 따른 협상 유형이 나오는데, 내 성격과 강점, 약점, 스타일을 잘 알고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골라서 테이블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책에서 p208의 표 하나만 꼼꼼히 훑어도 도움이 크게 됩니다 

조직에 따라 누가 실세인지, 공은 누구한테 들여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컨택헤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잘 살피고 나서 딜을 쳐도 쳐야 할 것입니다. "결정 권한도 없는 상대방(p213)"과는 공연히 힘 빼가며 협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한 소리 같아도 협상 실무에서는 의외로 이런 경우가 잦습니다. p209에 나온 표를 꼼꼼히 보십시오. 대체로 모든 회사, 조직이 이 구성표를 따르므로 표에다가 사람 이름, 사진만 붙여 놓고 일별만 해도 전략의 큰 그림이 잡힙니다. 대충 주먹구구로 머리 속으로만 즉흥적으로 구상하는 것과는 효과가 다르죠.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에서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로 꼽는 건 "배우자"라고 합니다. 1) 모든 정보가 노출되어 있다 2) 과거의 경험, 감정이 개입되어 있다 3) 수많은 이해관계인이 얽혀 있다 4) 결렬시 대안 확보가 불가능하다. 얼마 전 빌 게이츠와 멜린다 부부 사이에 이혼이 결정되었다는 뉴스가 떴는데 가장 쉬운 게 부부 사이 같아도 알고 보면 가장 어려운 관계인 법이죠.

책에는 허브 코언의 말도 인용됩니다.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1) 미친 사람 2) 비이성적인 사람 3) 바보. 그런데 이 원리를 역이용해서 베트남 전 당시 닉슨 대통령은 매드맨 스트래티지를 구사하기고 했습니다. 내부 단속을 못 해서 비리가 들통나는 바람에 만사휴의가 되긴 했습니다만.

여러 재미있는 테크닉도 많습니다.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먼저 소통의 작은 단서부터 마련해야 하므로 "풋 인 더 도어", 즉 상대가 문을 닫기 전에 먼저 한 발을 밀어넣듯, 작은 부탁, 누구라도 들어 줄 수 있는 부탁부터 하고 친밀도를 서서히 쌓아가는 방법입니다. 반대로 친한 관계에서는 "도어 인 더 페이스" 즉 면전에서 문을 닫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터무니없는 부탁은 상대가 들어줄 수가 없지만 앞으로 안 보고 살 것도 아닌데 어떻게 면전에서 문을 닫겠습니까. 그때 정말 원하는 걸 말하면, 앞에서 들은 것보다는 덜 부담스럽게 여겨지므로 요청이 수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 외에도 책에는 플린칭, 레드 헤링, 살라미, 기정사실화 등 다양한 기법이 소개되는데 실전 활용 여부는 둘째치고 읽기만 해도 일단 재미가 납니다.

정말로 협상을 타고나면서부터 잘하는 유형도 있겠고, 기법보다는 먼저 점유한 위치(재벌 2세, 건물주 등)가 좋아서 협상력이 자연스럽게 부여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협상이 잘 안 된다면 처지를 탓하며 무기력하게 상황에 떠밀려갈 게 아니라, 책을 보고 공부를 해서라도 내 실력을 높여서 난국을 타개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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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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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무섭기도 하고, 세상에 정의는 살아 있다 싶기도 하고, 9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별로 변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드는 그런 독서였습니다.

처음에 정체 모를, 체격 작고 소심한 중년 사내가 (약간 어이 없게도) "소년"에게 쫓기고 협박 당하는 장면을 봤을 때, 여튼 이 남자, 이름이 뭔지도 헷갈리게 하는 이 남자가 주인공이겠다고 짐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곧 무대에서 퇴장하며, 이 중년 사내를 교묘한 술수를 써 죽음에 이르게 한(p369에 스스로 감탄한다 어쩐다 하는 내용이 각주로 나옵니다) 소년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실상의 주인공입니다.

처음에 이름도 안 나오고 "소년"이라고만 지칭되는 이 무서운 인간이 과연 몇 살일까 궁금했습니다. 소설이 거의 1/6 가까이 간 p83에 가서야, 몰리 핑크라는 18세 여성을 통해 대충 저 나이 또래이겠다는 짐작이 가능해집니다. 다시 한참을 지나, p138에 진짜 나이 17세가 나오며, 그 "배우자"가 되는 로즈의 나이는 16세임이 밝혀집니다(p150). p216에는 "젖비린내 나는 기만적인 나이"라는 표현도 나오고요.

이 주인공 소년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 역시 p50에서야 처음으로 핑키라는 이름이 나오고요. 그 철자는 p123에 가서야 Pinkie임이 나오고 성씨도 밝혀집니다. 이 핑키는 아직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소년인데, "솜털"에 대한 묘사가 p16, p45, p94 등에 나옵니다. 특히 p191에는 "목덜미의 금빛 솜털"이란 묘사가 애인 로즈의 시선을 통해 나옵니다. p125에는 "면도를 해 본 적이 없는 매끈한 뺨"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는 p240의 "깨끗이 면도한 누르스름한 중년의 얼굴"이라는 표현으로 변호사 프리윗을 묘사할 때와 선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재미있는 건, p125에는 소년 핑키를 두고 "자존심이 강해서 외모 신경 안 쓴다"는 말이 나오는데, 보통 갱스터 무비에서 주인공들은 도를 넘는 자존심 때문에 무지 외모에 신경들을 쓰기 때문입니다. 하긴 미국과 영국(의 불량배 풍속)이 여기서 각각 달라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그럴 리가). 그의 유별난 자부심에 대해서는 p201에 한 번 더 언급이 있습니다.

여튼 이런 무시무시한 핑키에 의해 계속 죽음에의 협박을 받는 헤일은 어떤 사람인가, 아니 거의 나오자마자 죽었으므로, 어떤 사람이었나, 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그는 아이다, 예명 릴리라는 덩치 큰 여성에게 호감을 얻습니다. p32에는 "그녀에게서 비누와 와인 냄새가 났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마치 우리나라 소설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의 한 구절 같습니다. 물론 후자에서 언급하는 비누 냄새는 남성 주인공이 풍기는 것입니다만. p188에는 다른 맥락에서 "약간 비누 맛이 났다."는 문장도 나옵니다.

그는 아이다의 눈에 "신사이자, 진실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에게서는 애처로운 태도가 자주 보이는데 p35에서 "삶이 바로 여기 있는데 죽음과 놀아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할 때가 좋은 예입니다. "삶이 바로 여기 있다"고 한 건 아이다로부터 격려를 받고, 짧은 순간이나마 그녀에게 애정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 헤일에게 "약한 마음만 먹지 않으면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라며 아이다는 재차 격려합니다. 제3자가 봐도 타당한 판단입니다. 과연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헤일을 악착같이 쫓아다니며 목숨을 앗으려는 "주인공" 핑키는 어떤 인간인가. 그의 인상은 "젊은 동시에 늙은 얼굴(p51)"이며 거의 할아버지뻘인 콜레오니(조직 폭력배의 두목입니다)를 찾아가 대등한 자격에서 협상을 하려 드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칩니다. 처음에 콜레오니는 (누군지 모르지만 기존의 카이트 파를 인수하고 자신에 대항하는) 라이벌 조직의 두목이 보낸 급사쯤으로 착각까지 했죠. 소설 후반부에 자신을 배신하고 콜레오니 파에 자진 항복하러 찾아간 OO은 콜레오니가 아예 만나주지도 않습니다. 나중에 OO더러 핑키는 "콜레오니가 널 안 만나 준 모양이지?"라며 사정을 다 꿰뚫어 보고 조롱하는데(p379) 이런 걸 보면 머리는 날카롭게 돌아가는 면이 확실히 있습니다.

그러나 콜레오니는 여전히 핑키에게 거대한 산 같은 존재입니다. 소년이 왜곡과잉자아에 기대어 아무리 현실을 무시하려 들어도 말입니다. p133에는 "눈에 보이는 세상은 전부 콜레오니 씨의 것이었다"는 진술이 핑키 시선에서 행해지며, 비록 "늙수그레한 이탈리아계 얼굴, 개를 연상시키는 퇴폐적인 눈(p132)"을 하고 있으나 인근 경찰들까지도 다 장악한 무서운 실력자입니다. 참고로, 역자 후기에 보면 1938년 처음 발표 당시에는 이 부분이 "이탈리아계"가 아니라 "유대계"였다고 하며 다만 이후 2차대전이 끝나고 반유대주의 혐의를 벗기 위해 이 부분이 개작되었다고 합니다(그럼 이탈리아계에 대한 차별적 표현은 무방하다는 건지요?ㅎㅎ).

이런 독사 같은 핑키의 성격을 묘사할 때, 이 소설 중에서 가장 자주 쓰인 표현이 "혈관 속을 흐르는 독"입니다. 어느 정도 관용적인 표현인지 1990년작 영화 <대부 III>에도 돈 알토벨로의 대사 중에 "몸에서 venom(독)이 늙어서 다 빠져나갔다" 운운하는 게 있죠. 이 책에서는 p179에서 "혈관 속을 흐르는 독"이라든가, p312에서 "혈관 속의 독" 같은 표현이 나옵니다. p262에는 로즈에게 말할 때 성수의 효력이 부족했는지 내 안의 악마가 안 빠져나갔다며 가톨릭 신자로서의 느낌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어린애이며 아직 악인으로서 설익은(...) 면모도 그대로 노출합니다.

그레이엄 그린은 본디 자신의 작품 속에서 가톨릭 색채를 진하게 드러내는 작가죠. 이 장편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p106에서는 로즈, 핑키 모두 어렸을 때부터 가톨릭 신자였음이 대화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고, p72에서는 "가톨릭 신자들이나 죽음을 가볍게 여긴다" 같은 말도 나옵니다. 앞에서 p35의 아이다 대사, 즉 삶에 대한 특별한 집착을 표현한 게 있었는데 p72의 저 말도 그것과 연관지어 이해해야 합니다. p186에서는 아예 "넬슨플레이스는 모두 가톨릭"이란 말도 나오고, 이 넬슨플레이스란 지역에 대해 핑키는 자신이 무슨 대표자나 되는 양 의식하는 중임도 우리가 엿볼 수 있습니다.

로즈와 핑키는 도덕적이지도 않으면서 대죄 등 가톨릭 신앙의 관념에 몹시도 집착합니다. "대죄"라는 단어는 이 작품 전체를 통해 가장 자주 출현하는 단어인데 대표적인 곳만 꼽아도 p346, p351, p375, p400, p470 등이 있고 pp.234~235에서는 아예 둘이서 토론을 합니다. p423에서는 로즈가 "우리는 이미 저주 받았으니 대죄 몇 번을 더 저지른들 차이가 있냐"고 자탄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것 같으면 p305에서의 대화 같은 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독자 입장에서 그들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댈로는 여기서 핑키 파의 중요 구성원입니다. p120에는 "무조건적인 충성심으로 복종시킨"이란 표현이 나오며 p200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p110에는 "사람을 잘 따르는 커다란 개가 웃는 모습"과 그가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오네요.

이런 댈로를 막판에 찾아가 진실의 편에 서라고 과감하게 충고(p487)하는 아이다는 정말 당차고 용기 있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p162에서도 "자신에게 친구가 많음"을, 현지 공권력 담지자인 경위에게 강조하며, p261에서도 로즈를 찾아가 "내겐 친구들이 있어"라고 말하고, p478에서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p90에서는 "난 옳고 그름을 믿어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그 외에 또 무엇을 믿는 사람일까요? 그녀는 만나는 누구에게라도 "자신이 특별한 육감을 가진 사람"임을 강조합니다. ㅎㅎ 재미있습니다. p339에서는 스스로를 "심령판에 의해 단련된 사람"이라 하고, p89에서는 크로 영감과 심령판을 놓고 일종의 계시를 받기도 하는데 우리 동아시아식이라면 주역의 점궤를 뽑는 것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심령판"은 p72에 위저보드라고 각주에 설명이 있습니다. 그녀는 p89에서 크로 영감과 함께 글귀의 뜻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데 "눈에는 눈"으로 밀고나가라는 계시라고 강변합니다. 뒤의 p155에도 "눈에는 눈"이란 말이 또 나오는데 그녀의 인생 신조인가 봅니다. 그런데 p89의 위저보드 계시(?)는, 이후 저 뒤 p503에서 sui란 단어의 뜻과 함께 다른 뜻으로 재해석되더군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핑키는 본격 악당이 되기에 아직은 너무도 부족한 어린애입니다. 역자후기에서는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있으나 이는 작품 발표 시기가 1938년임을 감안한 역사적 해석이며, 아마도 "젊은 독재자(p226)" 같은 표현이, 작가 그레이엄 그린 역시 시대상을 어느 정도 의식한 흔적일 수 있습니다. 시대상은 p131의 휴대용 딕터폰, p366 축음기 등의 묘사에서도 드러납니다. p206의 각주에는 "퍼블릭" 스쿨이 "사립" 학교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영국만의 독특한 용어사용이죠. 미국에서는 이렇지 않습니다. p433에는 변호사 프리윗이 일류 사립학교를 졸업했다며 자랑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배경이 영국이라 흑인은 p205에서 유일하게 등장합니다. 물론 현대 영국, 특히 런던에는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데 지난 세기 아프리카 대륙 1/3은 영국 식민지이기도 했습니다.

핑키는 병적으로 성(性)에 대해 적대적이고 경멸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p184에는 "그의 내부에서 동정이 성욕처럼 고개를 치켜들었다"라는, 참으로 기괴한 문장이 다 있습니다. p209에는 "더블베드에서의 성적 친밀함은 늙는 만큼이나 구역질난다"고도 하고, p245에는 짐승 같은 어쩌고 하는 말도 나오는데 소년이 이런 이상한 태도를 갖게 된 배경은 소설 후반부에 설명됩니다. 그래도 한창 때 소년이라서인지 p189에는 정반대 표현도 등장합니다.

p342에는 "난 어렸을 때 사제가 되고 싶었어"라는 놀라운 고백도 나오는데 그의 이런 금욕적 태도를 감안했을 때 바른 심성만 어렸을 때 길러졌다면 아주 원칙을 잘 지키는 사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방어심리는 아주 병적일 정도인데 애초에 특별한 애정도 없던 로즈에게 청혼한 것도 "불리한 증언"을 막기 위한 의도였고, 자꾸 증인(?)이 늘어나자 "빌어먹을! 세상 사람을 다 없애?(p363)"라든가, "대량 살육(p416)"이라든가, "내가 왕창 다 죽여야 하는 거야?(p498)" 같은 황당한 말도 내뱉습니다. 자신의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는 누구든 다 제거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원시적이고 유아적인 발상이지 않겠습니까.

이런 그에게, 죽은 친구(..)의 원수를 갚겠다며 맞서는 아이다의 결기도 대단합니다. 핑키는 그야말로 임자를 만난 셈이죠. 로즈의 평가에 따르면 "세상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는 웃음을 웃는 이, 다른 부류의 사람(p182)"입니다. p148에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라는 말도 나오는데, 이러니 "복수는 아이다 아널드의 몫(p75)"일 수밖에요. 댈로는 "그녀의 말씨가 상류층이 아니(p332)"어서 안심하기도 합니다.

핑키는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았으니 당연히 무식합니다. p223에서 "메멘토 모리"의 뜻을 모르고, 그가 아는 라틴어구는 p344의 "크레도 인 우눔..."뿐입니다. 이 작품에서 세번째로 등장하는 라틴어구는 로즈가 마지막에 신부에게 고해할 때 그가 들려주는 "최선의 것이 타락하면..."이고 이 외에 라틴어 성구는 안 나옵니다.

세상은 참 요지경이죠. 책에 실제로 요지경이 등장하는 건 p12, p193 등 두 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사 패턴이나 인간성 같은 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닮은 데가 있는데, p409에는 "끝까지 깨물어 먹어 봐도 브라이턴 록이라는 글자가 나오는 사탕"을 두고 인간 본성의 섬뜩한 악함을 지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p368, 또 p12 같은 곳이 그러하죠. 우리 사는 곳 어디라도 저 브라이턴 록 밀턴플레이스를 크게 벗어나지 않음이 또한 씁쓸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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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폴리스 - 홍준성 장편소설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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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고는 하나(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 속 세계에서 기적의 실종을 연호로 삼으니 그런가 봅니다), 애초에 그런 게 지상에 존재한 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고서적 취미가 사라진 게 아니라 애당초 존재한 적도 없었(p12)"듯 말입니다.

우리 눈으로 잘 분간도 안 되지만 소중한 책, 책을 미세하게 갉아먹으며 마침내 지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책벌레가 있듯이, 사람 세상에는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칭할 수 없는 인간 벌레(p335)가 창궐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상의 비뫼 시(市)에서 지배층은 지배층대로 인간성과 양심을 오래 전에 잃은 벌레들이며, 재수 없으면 물소의 뒷다리에 걷어채여 하이에나의 먹이가 되는 암사자(p308)과도 같은 신세입니다. 난쟁이들을 위시한 하층민들도 "벌레"인 건 마찬가지인데 그 처첨한 빈곤상, 타락한 영혼, 거친 행동과 말버릇을 보면 이 시국(市國)의 상류층이 그나마 화려한 외관으로 일시 혐의를 비껴가는 것과는 달리 진정 벌레라는 멸시를 받아 마땅합니다.

음... 예를 들어 유리부인을 보면 p189에서 "배때기를 칼로..." 같은 험악한 말을 쓰는데 나쁜 정신에서 이런 못된 말이 나오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그 배우자인 "남편(이 이름처럼 쓰입니다)"도 평생 해 온 일이라는 게 노가다질밖에 없는 무지렁이인데, 그래도 제 아내를 폭력적으로만 대하지는 않고 가끔 존댓말도 쓰는 게 귀여웠습니다. 그러나 성관계를 요구할 때에는 강압적인 말투가 가끔 나오네요. 혼백이 되어서도 비명횡사한 아내 불쌍한 줄을 아는 걸 보면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p44 미주 27번에 나오는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제목이죠.

가시여왕은 뭐 두 말 할 것도 없이 광녀입니다. p63에서 부실공사를 통해 자기 배를 채우려는 검은 속셈을 보이는데 건축가, 차관 등을 공범으로 만들기 위해 "네 머리통을 뽑아 XX에 꽂아버린다" 등 아주 잔인하고 못된 소리를 서슴없이 씁니다. 이 표현은 그녀의 단골 멘트인데 저 뒤 p273에도 다시 나오더군요. 뭐 좋은 말이라고.

가시여왕이 이렇게 된 건 작중에서 여러 설명이 나오는데 정말 호르몬 투약의 부작용일 수도 있겠고 나쁜 환경(주정뱅이였던 부왕의 학대)에서 비롯한 정서적 영향일 수도 있겠으며 그냥 유전인자 자체가 잘못되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p207에서 부왕이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뒤틀린 영감을 받아 딸들을 아들로 바꿀 생각을 품는데 이 대목을 읽고 저 페르시아의 카자르 황녀(실존인물)가 왜 그렇게 콧수염이 나고 이상한 외모가 되었는지 하나의 설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p203:8에 "가시여왕이 → 가시여왕의" 오타 있습니다.

이 정권은 정통성에 딱히 문제도 없건만 정권 유지를 위한 기제가 아주 폭력적입니다. 네 뭐 기본적으로 이런 전근대 사회는 계급 모순 위에 서 있으니 당연한 생리다... 이 정도는 구태여 루이 알튀세한테 안 물어 봐도 알 수 있겠죠(미주에 그의 책이 자주 인용되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그[오래 전에 죽은]의 저서가 그리 많이 출간된 줄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고문은 예술이라면서 이근안의 말도 변용되는데 실제로 비뫼 시가 민주화 이전 어느 나라와 교류가 있었는지 고춧가루를 이용한 고문(p228)도 행해집니다. 코로 흡입하는 설렁탕 문화는 혹 없는지 궁금합니다. 미주 134에는 미국에 대해 아주 준엄한 단죄도 이뤄지는데 읽으면서 그 날선 어조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팩트 자체에는 동의합니다만.

p158에도 나오듯 소원을 빌 때는 신중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던 노숙자는 경솔한 입놀림 때문에 (어차피 별 가치도 없던) 생을 일찍 마감합니다. 신(혹은 섭리이든 무슨 이름으로 불리든 간에)은 이처럼 얼빠진 소리만큼은(p55) 결코 허투루 듣지 않고 칼같이 접수하는데 p204에서도 "꼭 이럴 때만큼은 손가락만 빨고 있지 않고 뭔가를 한다고" 통박당합니다. 물론 p204에서는 정의구현을 그 나름 한 것인데 그마저도 뭔가 일처리가 허술해서 또다른 부작용이 생깁니다. p245에도 또 신이 욕을 먹는데 "하늘은 잠잠했고 그 침묵은..." 이란 말이 나오네요.

책 미주 40번에는 이른바 공산주의 유머 중 하나로 스탈린 치하에서 어느 꼬마의 장래희망이 고아가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도 하나 생각난 게, 2010년작 미국 영화 <리전>을 보면 디스토피아에서 절망한 어느 가난한 젊은 미혼모가 "왜 신은 침묵하나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여태 지껄이던 개소리가 이제는 싫증났나 보지"라고 아주 시니컬한 대답을 해 주는 장면이...

앞에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노가다의 아내인 유리부인은 사고로 죽어가던 중 아이 하나를 세상에 내보내는데 박쥐를 고아먹은 부작용인지 박쥐를 닮은 아주 못생겼습니다. 이 아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져 42번이라는 번호를 부여받는데 벤허가 갤리선에서 수형 생활하며 41번으로만 불리듯 작품 안에서 내내 42번, 심지어 왕실에 대역으로 모셔진 후에도 그렇게만 불립니다.

42번은 나쁜 환경 때문에 중이염을 앓고 이 부작용으로 뇌의 특정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지게 되는데 이 재능을 활용하여 무슨 이익을 얻을 생각은 않고 ㅋㅋ 자신만의 세상을 아주 아름답게 가꾸는 데에만 골몰합니다. 비슷한 영혼을 가진, 프린스 콘솔트인 "샌님"은 42번을 보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는 장면이 몹시 웃깁니다.

한편 "악곡 없는 간주곡" 파트에서 42번의 생모인 유리부인은 혼백이 되어 다시 나타나는데 얼굴에 철가면이 씌어 있건만 바로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독자는 이상하게 여기는 게, 1) 일단 아들은 아직 안 죽었다는 걸 알고, 2) 어디 철가면은 아무나 쓴답니까? 그런 비천한 신분은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이 의문은 뒤에 가서 밝혀집니다. 아니 이 독후감 저 위에서 제가 이미 스포일링을 해 버렸네요..

고아원의 P수도사는 p113의 설명(칸트 저서의 인용)에 따르면 "악을 마음 속 준칙으로 삼는 존재이지만 사실 그 악은 P수도사의 세계관에 의하면 선의 체계로 회칠되어 있습니다. 신(의 입장)이 모호하므로 그는 자신의 모든 악행을 신의 뜻으로 합리화할 수 있죠. p128에는 왜 성경이 시대를 초월한 걸작인지에 대해 "해석에 저항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오는데 이게 42번의 논리적 결론인지 혹은 딱히 출전이 없는 작가의 독창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p23에는 "추를 향한 이끌림에 대한 미학적 비평"이란 말이 나오는데 p186에는 꼽추를 향해 "너무 아름다워서 신의 미움을 샀나?"라는 비꼬는 멘트가 있고 이에 대해 꼽추는 "취향이 독특한가 보다"며 신의 악취미를 개탄합니다. 음, 움베르토 에코의 어느 책을 보며 의미를 궁구해 볼 일입니다. 미주 58번에는 "철학은 재앙에 선행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작가님의 심오한 통찰과 더불어 약간의 자학이 엿보이네요.

p192에서 유리부인은 "사기꾼 난쟁이 약재상 녀석"을 다시 욕하고 배불뚝이는 박제상을 찾아가서 환불을 요구하며 행패를 부리다(p98 이하) 감옥에 가는데 p333에서 출소한 동일인에게 다시 습격을 당합니다. 박제상은 정말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데 배불뚝이가 놓고 간 송골매 박제를 알도 파스칼리노(그 아비 늠부를 목 잘라 죽인)에게 또 팔아먹기 때문입니다. "눈매가 날카롭더니만 그예 속네."

알도 파스칼리노는 사실 무정부주의자 수괴인 앗도와 검은 커넥션을 유지합니다. 무정부주의자들도 (그들의 신념에 반하는 아이러니이지만) 조직을 유지해야 하는데 정부의 사주, 청부가 있어야 자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긴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영원한 적수는 부르주아지나 시대착오적 폭군이 아니라 바로 무정부주의자여서인지 여기서 다분히 필요 이상으로 욕을 먹고 있네요. p293에 "세상이 알기 쉽게 되어 있지 않은데 알기 쉬운 설명을 시도하는 자는 사기꾼이 아닌가?"라는 말이 있는데 이 지극히 타당한 말은 꼭 누구한테만 적용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 싶습니다.

이 작품에는 결정적인 순간 두 번에 가고일이 등장하여 흐름을 바꿔 놓는데 가고일은 아마도 작가님 또래가 유치원생이나 초등생 무렵 KBS 2TV에서 일요일 아침 8시께에 방영했던 <전사 골리앗>에도 나오는 종족이죠(물론 건축물 부속 조상이기도 하고).

(내용 누설 주의)
결국 42번은 이 이야기가 자신의 사연이 아님을 깨닫는데 애초에 유리부인이 낳은 고아와, 샌님-가시여왕 사이에 태어난 왕자가 같은 용모를 할 이유가 없기에(하긴, 이 책에는 우연이 겹친 게 필연이라는 명언도 나옵니다만) 이런 식으로 서사 밖으로 추방당할 수밖에 없었겠죠? 흠. 1984년작 미국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는 서사 밖에서 책을 읽던 꼬마가 "이게 결국 내 얘기였어?"라며 각성하는 결말인데 이 잔혹동화는 그와 정반대 스탠스인 셈입니다.

미주와 번갈아가며 본문을 읽고 출전을 상기하는 재미,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풍자를 음미하는 재미가 고루 있었습니다. 시간이 나면 주해까지 올려져 있는 작가님 블로그도 구경하고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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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조직 -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꿈꾸는 기업들을 위한 메시지
신경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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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리더의 명시적 혹은 암묵적 지시에 따라 유기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이상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동기부여"가 충분히 된 채로, 각 성원들이 자신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히며 창의적인 성과를 내게끔 조직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가뜩이나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강조하는 분위기인데 만약 현장의 말단이나 중간지점에서 윗선의 명령만 기다린다거나 서로 책임을 떠미는 조직이라면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리가 없습니다. 또 자율과 창의의 결과물이라야 그 품질이 담보된다는 점도 새삼 더 강조할 필요가 없죠.

경영학뿐 아니라 행정학 교과서에도 MBO라는 개념이 오래전부터 설명되고 강조되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목표에 의한 관리"라는 뜻인데 요즘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OKR, 게다가 KBO가 현장에서 두루 채택된다고 합니다. 무작정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을? 언제? 어떻게? 등을 따져 가며 직원들에게 행동의 내면화를 강조하는 점에 차이가 있겠습니다. "역할에 대한 정의와 목표 설정"은, 곧 "평가와 보상의 시작(p45)"이라는 건데, 이는 종래 학술서나 조직의 실무에서 간주하던 시작점보다는 훨씬 크게 앞당겨진 것으로, 조직의 운용에 있어 그만큼 성원들의 동기와 자율이 강조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요즘 20대 청년들, 특히 취업을 앞둔 이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게 "공평보다는 공정"이라고 합니다. 과거와는 사실 큰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죠. 그런데 취업을 앞둔 이들뿐 아니라, 조직 안에 이미 편입된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직무 만족, 직무 몰입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압도적으로) '평가 공정성 항목'"이라는 거죠(p51). 보수와 승진은 그 다음 순위인데, 일단 심혈을 다해 이룬 성과에 대해서나 올바로 판단하라는 요구입니다.

보수와 승진이 불만족스러우면 다 소용 없는 거라 여기지 않고 일단 일의 성과물을 제대로 고과하라는 이런 요구는 그만큼 성원들이 주인의식,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HR이 이만큼이나 성숙하고 높은 수준에 달했다고 봐도 됩니다, 불과 7, 8년전만 해도 중국 회사로 스카웃되고 난 후 자신의 전 직장이 중국 반도체 굴기로 곧 망한다면서 악담을 퍼부어대던 게 흔했는데 지금은 거꾸로 그쪽이 망할 걱정을 해야 할 판입니다. 자율과 창의를 앞세운 조직과, 그저 모방, 저가공세로 밀어붙이는 조직 사이의 차이입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또 하나의 좋은 예는 엘런 랭거 교수의 "자기결정 이론"의 예시입니다. 타인에 의해 생존 환경이 결정된 그룹보다, 스스로 알아서 환경을 꾸린 그룹이 훨씬 높은 생존율을 보인 것입니다.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신체 나이도 마찬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p80)" 노인들은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고 농촌 거주자가 아니면서도 꼭 보면 상추 등을 작은 텃밭(초미니)에 심어 재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정신, 육체 건강에 그렇게나 좋다는 거죠.

어디 노인들뿐이겠습니까. 회사에서도 담당자를 처음부터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자신이 그 기초를 닦는다고 여기게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p87)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선택은 내재적 동기부여를 자극한다." 이는 또한 "인내력과 집중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별개로 나타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같은 힘든 일이라서 벌써 임계치에 도달했는데도, 시켜서 하는 일과 이게 내 일이다 싶은 일이 다르죠. 후자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놀라울 만큼입니다. 1984년 KBO리그 한국시리즈 7차전 투수 최동원의 활약 같은 걸 떠올려 보십시오.

그런데 일률적인 동기부여는 또 이게 시대에 뒤떨어진 겁니다. 20세기 초 포드 자동차 회사가 동종업계에 비해 파격적으로 주급 인상을 해 주었고 이게 당시로서는 놀라운 혁신, 과감한 결단으로 여겨졌죠.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또 달라졌기에 이 정도의 획일적이고 1차원적인 동기부여로는 또 부족합니다. p106에는 성과급이나 다른 물질적 보상(대개 1차원적인 것들입니다)보다, 상사의 진심 어린 감사와 높은 평가 등이 훨씬 높은 성과를 내었다는 매우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오는데, 물론 이게 구체적인 보상 없이 말로만 때우라는 소리는 결코 아닙니다. 그 격려 메시지 등이, 의심의 여지 없이 직원으로서 나의 가치, 자질, 평판을 향상시키는 것이라야 하며 아마도 승진이나 이직 등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것이었겠죠. 여튼 과업이 복잡하고 복합적 성격을 띤 것일수록 이런 추상적, 정신적 보상이 더 효과를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높은 인센티브는 반드시 높은 성과를 가져오는가?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오히려 직원들의 집중이 흐트러지고 "외적 보상"으로 관심이 넘어가면서 성과가 더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여럿 소개되는데 "코브라 효과"는 영국 식민 당국이 인도에서 코브라 포획에 일정 상금을 걸자, 인도인들이 비밀리에 코브라 농장을 운영하며 포상금만 계획적으로 타 먹더라는 겁니다. 코브라 포획은 인명 살상 방지를 위해 편 정책인 걸 생각하면 참...

또 프랑스는 식민지 베트남에서 쥐잡기 운동을 벌였는데, 주민들이 증거로 삼기 위해 꼬리만 자르고 도로 풀어주는 경향이 생기자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는 겁니다. 이 후자의 에피소드는 한국에서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고도 회자되는데, 아마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이라면 자신이 사는 주거의 쾌적도와 위생을 해치는 쥐를, 위에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없애지 저런 눈가리고 아웅 식의 자기 발등 찍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겠기 때문이죠. 이처럼 자율과 창의는 CEO의 지혜와 결단 외에도 그 조직 성원들의 성숙도와 자질에도 영향 받는 바 큽니다.

보상 지급 체계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일단 한번 주면 끝이라는 식보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일정 부분을 반납하는 방식(p153)이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겁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도 어느 철없는 약사 며느리가 "왜 줬다가 뺏어요? 가장 나쁜 짓"이라며 시아버지에게 강하게 반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 것입니다. 이거(p153)하고 비슷한 사례가, 책 저 앞 p131에 나온 회식비 지급 사례입니다. 알아서 회식하고 팀웍 다지라는 취지로 각자에게 회식비까지 계좌로 넣어줬는데, 일단 내 주머니에 들어왔으니 왜 또 쓰겠냐는 생각에 아예 해당 부서에서는 회식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일시불의 만족도 오래가지는 못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p133). 이것 관련 며칠 전에 로또복권 당첨금을 연금식으로 전환한다는 뉴스가 나자 엄청 반발하는 댓글들이 달리던데,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당연히 일시불이겠으나 그 효과가 조직차원에서 얼마나 지속되느냐는 또 별개로 나타난다는 소립니다. 이것 관련 저는 중국고사 "조삼모사"가 생각났습니다. 어차피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면, 원숭이들이 투쟁을 통해 그 지급의 선후를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게 된 성과를 마냥 낮게 평가할 수만도 없다는 게...

커뮤니케이션의 황금률은 "메라비안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결론은, "인재는 외부영입이 아니라 내부 인재의 발굴, 육성"에 중점을 두라는 것(p192)입니다. 어차피 확률상, 내부 인재가 해당 조직에 대해 더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동기부여 효과는 얼마나 크겠습니까. KBO리그에서 두산 같은 구단이 계속 리그 탑급의 포수가 나오는 것도, 운이 좋은 pick 같은 게 아니라 같은 수준의 선수라도 두산 같은 구단에서 더 빨리 더 높이 성장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반면 롯데를 보십시오. 선수가 없으면 돈 많겠다 사오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팀이고 프런트고 고루 퍼져 있으니 내부 육성이 포수건 뭐건 안 되는 거 아닙니까(참고로 저는 롯데팬).

왜 신라면은 1등을 지키는가? 조직과 CEO의 어떤 컨센서스 같은 게 있는데, 당장의 판매고에 구애 받지 않고 고객의 건강을 생각해서 "건면" 같은 걸 만든다는 게 저자가 꼽은 이유(p212)입니다. 사실 이는 굉장히 부담이 큰 결단입니다. 몇 년 전 똑같은 이유로 신라면 블랙을 고가로 출시하였다가 큰 실패를 본 경험이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마케팅 차원, 아주아주 큰 마케팅 차원에서 이런 출혈은 감수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려는 자는 길을 찾고, 포기하려는 자는 핑계를 찾는다(p249)." 만약 CEO가 극한 경쟁 상황에서도 생존의 방향을 찾아낸다면 그 영향을 받아 직원들도 알아서 창의적인 방안을 낼 것이 분명합니다. 자신 없는 CEO는 자신의 불안과 무능이 들킬까봐 직원들에게 더 강압적으로 대하며, 이런 조직에서 자율과 창의가 태동될 리 없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참된 각성과 "신명"에서 우러나는 동기가 주어져야 하며, 이 역시 오롯이 CEO의 몫입니다. 현대의 리더는 그만큼이나 더 어려운 과업을 짊어진 것이며, 직원에게 자율을 준다고 CEO의 역할이 줄어드는 게 결코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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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 황금부엉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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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독자의 가슴이 뭉클해지는, 참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SF 장르를 떠나) 이미 고전의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이 작품을 안 읽어 본 사람도 그 줄거리는 익히 다 알 정도입니다. 낮은 지능을 갖고 태어난 어느 청년이 연구진의 시술 대상이 되며, 이 시도는 꽤 성공적이어서 짧은 시간 안에 평균 지능을 돌파한 후 세계적인 천재 수준으로 발돋움했다가, 시술의 효능이 종료되어 종전 같은 지적 장애인으로 퇴행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지능이 낮을 때에는 그 이유로 주위의 놀림감이 되던 청년은, 지능이 천재급으로 향상된 후에도 주변으로부터 정반대의 이유로 소외됩니다. 다시 원 지능으로 회귀한 후에는 물론 지적 장애인들이 보통 겪곤 하는 천대를 다시 받게 되고 말이죠.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미국에서는 지능이 박약한 찰리 고든에게도 (매우 쉬운) 일자리가 주어지긴 합니다. 일반인보다 현저히 능력이 떨어지는 그를 두고 온전한 성인 대접을 해 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심각하게 부당한, 노골적인 학대를 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물론 내심으로야 그를 경멸하거나 우습게 여기겠지만 말입니다.

p287에는 이제 급 천재가 된 찰리 고든이, 어느 도로변 식당에서 급사 일을 하는, 약간 지능이 낮은 소년에 대한 모욕에 격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굿펠라스>의 한 씬이 기억나기도 했는데... 찰리 고든이 여기서 이토록 화를 낸 건 물론 소년과 과거의 자신을 동일시해서입니다. 여기서 그는 "사람들은 신체 장애가 있는 이를 두고서는 가혹한 착취나 모욕을 일삼지 않으면서, 유독 지적장애인에게는 저토록 모질게 군다"고 말합니다. 어떨까요? 한국에서도 이런 경향이 있을까요? 아마 신체장애로 고생하는 이들더러는, 그저 출생시에 지독히 운이 없었거나 교통 사고 등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의 탓이지, 개인의 자질 부족(게으름이나 성격 이상)으로 여기지 않지만, 지적장애는 이와 다른 취급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이는 터무니없는 선입견이며,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사악한 생각의 결과물이기까지 합니다.

천재가 된 후에도 찰리 고든을 향한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찰리는 이제 높은 지능을 가졌으므로, 전에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었던 지성의 거인(p150)으로 보였던 (이번 프로젝트의 주도자인) 니머 교수, 스트라우스 교수 등이 실제로는 평범한 재능만을 가졌으며, 사람들 앞에서 전문가이자 비범한 지성인 척 하는 사기꾼(p222)에 가깝다며 냉철한 판단을 내립니다.

니머와 스트라우스도 이를 알며, 특히 니머 교수는 찰리에게 "지능은 낮았으나 호감이 가는 젊은이였던 자네가, 이제는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반사회적이기까지 한 인간으로 변했"다며(p356) 부당하게 매도하기까지 합니다. 부당하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어서, 예를 들어 p401 같은 곳에서 찰리는 해당 분야 전공자인 스트라우스보다 프로이트적 개념(슈퍼에고, 에고 등)을 더 정확히 이해한 채 상대의 낮은 지적 수준을 조롱하기도 합니다. 스트라우스가 느꼈을 모멸감은 상상이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적 재능을 지녔다고 해도, 이를 이해 못 하거나 질시하는 평범한 이들이 천재를 모함하고 따돌리는 풍조는 매우 흔한 것이어서 차라리 이를 정상으로 여길 만도 합니다. 천재 입장에서 참으로 가당찮게 보일 만한 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 딴에는 어떤 어설픈 기준을 들이대며 그를 단죄하기도 한다는 건데, 물론 객관적 근거나 진지한 확신 따위는 조금도 없고 그저 시기심 같은 아주 저열한 동기에서 유발되었을 뿐입니다. 예를 들면 p358 같은 곳에서 니머 교수의 부인 같은 이가 하는 말이 그렇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군요. 찰리 고든이 두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잖아요?" 그녀 같은 낮은 지능으로는 찰리 고든이 지금 무슨 맥락에서 하는 이야기인지 이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 앞 p225에 그녀가 악질의 성품을 가졌다는 평판이 잠시 나오기도 합니다.

니머 교수는 찰리에 대해 p293, p357 등에서 일종의 창조주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찰리도 이를 의식합니다. p227의 학회 장면에서는 "찰리 고든이라는 사람은 전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같은,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도 나옵니다.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나치 부역자 세바스천이 매그니토 앞에서 군림하는 모습이 살짝 연상되기도 했으나 니머는 그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못하며 또 그 정도로 악질도 아닙니다.

이드, 에고, 슈퍼에고는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정신분석 체계이지만 찰리 고든은 특히나 이를 예민히 스스로에게 분석틀로 삼았을 만합니다. 찰리 고든이라는 사람은 시술과 치료요법의 도움을 받아 급하게 자아가 생성되었습니다. 물론 그에게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억눌린 채 아직 보존되어 있고, 이를 평가하거나 적절히 회상, 정리할 능력은 부족했어도 여튼 잠재의식 속에 간직은 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대단히 미숙한 정신에 의해 거의 관리되지는 못했지만, 워렌 학교와 빵가게 등 그가 "소속"되었던 집단의 성원들이 찰리 고든이라는 사람과 객관적으로 함께한 세월과 체험이 엄연히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그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이해를 했기에, 내면의 갈등과 정서적 불안 등을 (특히나 자신에게 매우 적절하고 유효한) 프로이트 체계를 통해 다스리려 드는 것입니다.

"찰리는 이제 우리(찰리 고든 자신과 여자친구 페이)를 감시하지 않는다(p307)." "내 안에 있는 (겁 먹은) 찰리(p341)" 같은 데서 그는 뛰어난 지성을 활용하여, 가장 힘든 작업일 "자신에 대한 통찰과 분석"을 과감히 행합니다. p361 이하에는 마치 강점기 시절 조선의 천재 김해경처럼 "거울 속의 자신"과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p397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다 보게 된 "유리창에 뺨을 바싹 붙이고 자신을 노려보는 소년"은, 객관적으로는 아마 어느 지나가던 동네꼬마일 가능성이 크지만 유년 시절 한 시점에 갑자기 연속성이 끊어진 "어린 시절의 자아(즉 어린 찰리)"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설 처음은,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게, 철자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인 누군가의 독백으로 채워집니다. 물론 지능이 현저히 낮은 찰리 고든의 일기라서 그렇습니다. 찰리는 그런데 p58 등에서, 영단어의 threw, through, enough 같은 예에서 보듯 철자법이라는 게 어떤 규칙이 없고 제멋대로인 점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들도 사실 마찬가지입니다. 불규칙성(발음과 철자 사이에 어떤 규칙성이 현저히 부족함)에 당황해하는 게 오히려 상식적인 태도이죠.

특히 찰리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헷갈려하는데 예를 들면 IQ 같은 약어(애크로님)을 어려워합니다. p22에서 IQ의 I와 눈을 뜻하는 eye가 같은 줄 알며, p210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합니다. p210의 실수는 천재가 이미 된 후, 무의식 속에서 과거의 장면을 꺼내는 중에 나오는 거고요.

찰리는 이런 자신의 과거 기억에 대해, 이것이 과연 진짜 생겨난 것인지, 당시의 자신에게 그렇게 보였던 것인지, 아니면 지어낸 건지를 두고 몹시 혼란스러워합니다(p128). 사실 독자에게도, 이게 그저 찰리 자신의 망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살짝 들긴 했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이었을망정 지능이 높아진 건 분명하기에, 또 프로이트의 체계를 일단 신뢰한다면, 이는 찰리의 잠재의식 속에 (고통스럽게 매몰되었던) 진짜 기억이 맞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소설에서 찰리가 보여주는, 위대하고 감동적인 모습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게 머리가 좋아졌으면 이를 악용해 떳떳지 못한 이익을 취하려 들거나, 셀럽으로서 허영과 사치에 가득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내면 속에서 진정한 평화를 찾으려 들고, 지적인 과제에 관심을 집중하여 인류의 공유 재산이 될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을 남기려 하며, 자신도 한때 취약한 위치에 있었음을 잊지 않고 불쌍한 이들을 도우려 노력합니다. 특히 그의 정신적 개성 중 주목할 것은 강한 도덕성입니다.

지적 성숙이 급히, 또는 남들보다 빨리 이뤄졌다고 해서 정신이 균형 잡힌 채 발달하는 건 아닌데,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도 해서 이 감정까지 함께 성장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찰리 고든이 받은 시술은 그저 지능만 향상되는 효과뿐이어서 나머지 과제는 찰리 혼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넘어지면서 완성해야만 했습니다. 이 과정이 정말 감동적이며, 그 주변에서 천재인 그를 돕거나 방해하는 이들은 알고 보면 다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들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뜨끔해지고 때로는 부끄러워집니다.

이 고전은 장르가 SF이기도 하기에, pp. 217~219에서는 어떤 과정으로 찰리 고든의 유년기에 지능이 낮아졌으며, 또 니머 교수 등은 어떤 원리(...)로 뇌의 단백질을 원상 복구하거나 기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는지 설명이 나오지만 ㅎㅎ 모두 열역학 제2법칙에 (아직까지는) 반하는 허황된 이야기일 뿐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니얼 키스의 이 장편은 처음에는 단편으로 세상에 발표되었고, 이후 내용이 대폭 보강되어 이 같은 장편으로 재창작되었으며 단순히 "의학 치료에 의해 천재가 되었다가 다시 바보로 돌아간 청년의 사연" 외에도 이야깃거리가 엄청 많습니다. 그 중에는 이제 치매를 앓아 판단이 흐려진 어머니 로즈, 키 작고 뚱뚱한 소시민이자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버지 매트, 그리고 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어쩌면 이 작품 중 유일하게 맑은 영혼을 오랜 동안 유지하며 서사의 중심을 잡아 주는 여동생 노마 등과 만나는 장면 등은, 우리 독자에게 가족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찰리의 영원한 친구이자 같은 실험대상(...)이었던 생쥐 앨저넌. 마치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에서처럼 앨저넌이 문제 해결 의욕을 잃고 저차원의 행동으로 회귀하거나 아예 생명체로서 존재를 중단할 때 자신도 똑같은 궤도를 밟는 모습은 참 슬픕니다. p130, p396 두 번에 걸쳐 언급되는 <Three Blind Mice>는 유명한 구전 동요이며 영국 첩보 영화 007 <Dr. No>의 서두에도 나오곤 하죠. 이 소설은 한국 드라마의 원작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김옥빈 등이 주연한 <안녕하세요 하느님>이 그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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