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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팩터의 심리학 - 정직함의 힘
이기범.마이클 애쉬튼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5대 성격 요인이라고 들어 보신 적 있습니까? 책 p21에서는 1) 외향성 2) 원만성 3) 성실성 4) 신경증 5) 개방성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이는 특정 학자만의 견해라기보다, 성격심리학 분야에서 어느 정도 통설로 자리잡은 관점이라고 책에서는 설명합니다.
그런데 오해를 하면 안 되는 것이, 이 다섯 가지는 사람의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 즉 팩터(factor)이지, 다섯 가지의 성격 유형을 나타내는 게 아닙니다. 책에서도 특히 p21에서 독자들이 오해하는 일 없도록 주지시킵니다. 요소, 즉 팩터라고 했으므로, 다섯 가지 팩터가 이리저리 다양한 비율로 결합하여 사람의 성격을 발현합니다. 이 다섯 가지 팩터 외에, 다른 어떤... 기본적인 요소 같은 건 오랫 동안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독후감을 여기까지 읽은 이들은 대부분 눈치채시겠지만, 이 책은 이제 여섯번째 요소, 즉 H 팩터, 다른 말로 하면 정직성 요소를 사람 성격 구성 성분 하나로 추가하려는 논의로 채워집니다. 이 책은 올해 처음 나온 건 아니고, 2013년에 1판이 나온 적 있던 것을 이번에 제2판 1쇄가 찍힌 것입니다. 이기범 캘거리대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해서 더욱 의미 깊은 저술이기도 합니다.
p36에 나오듯 "헥사"는 그리스어로 6을 나타내는 어근입니다. 그런데 저자들은 이제 사람 성격을 규정하는 6요소를 일러 헥사코 모델이라 명명하는데, 이 HEXACO라는 단어가 발음으로도 유사하지만 동시에 저 앞 5요소에 덧붙여 제6요소, 즉 정직-겸손성(honesty-humility)의 두문자를 딴 축약어 구실도 한다고 말합니다. 묘하게 우연이 겹쳐 멋진 모델 이름 하나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성격은 대부분 유전자의 영향이며, 환경은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만 끼친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p61). 특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전자들의 아주 적은 효과들이 결합해서 성격을 만든다"는 저자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서는 "운명"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처럼 성격이다 기질이다 하는 게 결국 태어나던 순간의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 다소 숙연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저자들은, 유전 영향을 제외한 나머지 1/3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물론 나쁜 환경에 의해 성격이 결정된다 뭐 이런 요소보다는, 우리가 노력 여하에 따라 후천적으로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 면모에 주목해야겠습니다.
H팩터를 도입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들이 결합하여 특정 성격을 빚어내는지를 살피면 무척 재미있습니다. 6)정직성이 낮고 2)원만성이 높으면 서글서글한 아부꾼이 많다고 하는데(p90) 재미있는 설명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절대 이런 사근사근한 매너를 보이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사회에서 이런 자를 조심할 필요가 있죠. 이런 못된 인간은 남한테 뭘 호의를 구할 때에도, 자신보다 열위에 있는 상대(대부분 착각입니다)에게는 뻔뻔스럽게 무엇인가를 요청하며, 자신이 뭘 받아낼 때는 한없이 고압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일상에서 상종을 말아야 할 유형입니다. 대부분 범죄자이거나, 그 가족 중에 범죄자가 있고 말도 안되는 핑계나 합리화로 일관하죠. 그 핑계는 사실 자신도 믿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의 정직도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그 판단은 어느 정도의 정확성을 가질까요? 책에 의하면 "친숙하지 않다고 여긴 사람의 정직성에 대해서는 특히 정확도가 떨어졌다(p130)"고 합니다.
정직성이 낮은 사람은 사치를 즐기는 경향이 타인에 비해 높을까요? 책에서는 그렇다고 하며 특히 헤르만 괴링, 코즐로스키 같은 수집가가 그런 성향을 보였다고 합니다(p113). 수집가가 정직하지 않다기보다, 정직하지 못한 자가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보이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고 그런 습벽이 수집으로 나타난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저 뒤 p237에도 비슷한 언급이 다시 나옵니다(사치와 정직성 사이의 역[逆] 상관관계).
p84에는 상당히 재미있는 분석이 나옵니다. 얼마 전 저도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오만과 편견>을 읽고 리뷰를 남겼는데, 이 책 저자는 다시와 엘리자베스 모두 H팩터가 높은 성격이며, 특히 다시에 대해서는 "오만하다고 볼 수 없고, 그저 솔직하며" 오히려 인간적 진실성이 돋보인다고까지 말합니다. 사실 우리 독자들도 다 읽고 나서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 게 보통일 겁니다. 또 그래서 그 두 사람이, 특히 다시가 처음부터 내내 엘리자베스에 끌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엘리자베스는 약간 변덕을 부리지만 다시는 사실상 초지일관 아니었습니까.
종교는 과연 정직한 인간을 만드는가? 저자는 원리적이고 교조적인 종교는 나와 타인을 구분짓는 데에만 열심인 반면,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종교는 그렇지 않아서 일찍부터 노예제 폐지 등 이타적인 성향을 드러내었다고 합니다(p194). 저자의 견해가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p175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분석이 또 나옵니다. 미국에서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가 나뉜다면, 이들 중 과연 누가 더 정직할까요? 어디까지나 평균 판단에 지나지 않지만, 사회 지배 지향성이 아무래도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걸 감안하면, 이와는 상충 관계에 놓인 정직성 팩터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즉 공화당 지지자들이 덜 정직하다는 결론이 나올 법도 한데... 결론은 "아니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정직성 팩터는 사회 지배 지향성에 의해 낮아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종교 변수에 의해 더 높아지기도 합니다. 이 부분 논의를 주의해야 합니다. 저자는 종교 일반을 낮추어 본다든가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분명히 드러나듯 종교를 믿는 사람이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정직한 경향이 있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대체로 공화당 지지자 중에 종교 믿는 이가 더 많으므로, H팩터가 여기서 중화된다고 저자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일반 독자들도 여러 재미난 추론을 행해 볼 수 있겠네요.
인간은 체질적으로 정직하기도 하고, 반대로 거짓말을 일삼기도 합니다. 이게 상당 부분은 유전적으로 결정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우리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상당 부분 개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각별히 유념해야 할 건, 대부분 어느 정도 정해진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다양한 사람들, 그 동기를 정확히 이해하려 애 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