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를 위한 미래사회 이야기
박경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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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지금의 십대들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급변하게 될 미래를 위해 확실한 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직업 체계, 산업 구조, 소득원,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이며, 아마도 지금의 십대들이 그렇게 변화한 사회에 진입하는 첫번째 세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p33에는 "지금 우리는 데이터 경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데이터의 가공, 정리, 활용으로부터 나오는,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정보가 이제 부의 원천 중 하나로 바뀐 그런 세상이죠. 오염되지 않은 빅데이터로부터 누가 먼저 좋은 정보, 새로운 트렌드를 추출해 내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승자가 결정되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책에서는 아주미오社의 아르거스라는 앱을 예로 드는데, 이 앱은 내가 하루 동안 달린 거리와 심장 박동률, 칼로리와 체중 등을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보여 줍니다. 이걸 일일이 병원이나 짐(gym)에서 측정하면(그럴 사람도 없겠지만) 비용도 많이 들 뿐더러 더 짧은 주기로 촘촘히 관찰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앱의 효용은, 일단 나의 건강 정보를 더 정확히 알 수 있고, 운동을 해야겠구나 같은 동기 부여가 더 확실히 된다는 점을 책에서 드는군요.

스포츠 경기에서 오심은 관객에게 가장 큰 불쾌감을 주는 요소입니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2018 FIFA 월드컵에서는 VAR를 도입했는데, 축구뿐 아니라 야구, 배구에서도 이제는 비디오 챌린지가 보편화했습니다. 이걸 제일 먼저 도입한 종목은 미식축구(NFL)이었죠. 이제는 비디오 판정 과정 자체가 경기를 보는 또하나의 재미가 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대형 스코어보드에, 집에서는 TV를 통해 비디오 판정관들이 보는 화면을 관객들도 함께 보기 때문입니다. "저건 오프사이드 맞네?" "손이 먼저 닿아서 세입이군!"

판정을 요구하는 순간도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판정이 갈리는 게 보통이라서 이제는 비디오판정이 없던 예전에는 대체 어떻게 참고 스포츠 리그를 운영한 겻인지가 의문스러워질 정도입니다. 여튼 이 모든 것이, 5G 망 발달, 정교한 데이터의 확보 및 가공, 골 컨트롤 카메라(p26) 같은 도구 덕분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과거에는 이걸 하고 싶어도 기술 미비 때문에 할 수가 없었죠.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사회(p55)" 망에 연결된 디바이스의 수가 2003년에는 5억 개였는데, 2020년에는 500억 개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때의 디바이스에는 폰이나 컴퓨터뿐 아니라, 집 안의 가전 제품들, 스마트워치, 심지어 자동차까지 포함이 되겠죠. 책에서는 로봇도 이에 넣어야 한다고 알려 줍니다. 겨울에 캠핑 다녀오는 길에 미리 집의 보일러를 가동시킨다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오디오를 문 여는 순간 딱 시작되게 세팅한다거나... 이런 게 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멋진 기술 발전인 게 분명합니다.

한국은 아마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가장 먼저 무인화한 나라에 속할 것입니다. 영화관에 가면 이미 키오스크가 많이 들어섰고 고속버스 터미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편의점도 무인 점포가 많고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가 서서히 퍼져 갑니다. 상황이 이러니 지금의 십대들이 알바 자리를 구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며(직접 피해를 보는 세대라는 뜻), 그래서 더욱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생기는 거죠. 나이 든 세대가 저런 곳에서 알바 자리를 구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또 어른들은 이미 직장 생활을 통해 자산을 많이 축적했으니 사회가 급변해도 당장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십대들은, 프로그래밍, 데이터 프로세싱 처럼, 미래에 더 많이 필요할 분야의 인력이 되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키오스크가 치명적 오류에 빠지면 디버깅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스템과 망을 볼 줄 아는 기술자, 전문가가 되어야 미래에 오라는 데가 있습니다. 단순 노동, 사무 보조, 계산원 등은 점점 더 수요가 줄어듭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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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땅 로어랜드 로어랜드 시리즈
제니 맥라클란 지음, 도현승 옮김 / 위니더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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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는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라고 나오는데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봤더니 이 정도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1권은 2019년에 출간되었고 그새 2권(리턴 투 로어[랜드]), 3권(배틀 포 로어[랜드])이 나왔습니다(한국어 번역본은 아직은 이 1권뿐입니다). 영화도 곧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네요. 로어랜드는 영어로 The Land of Roar입니다.

작가 제니 맥라클란은 원래 영어 교사였다고 합니다. 이름은 Jenny McLachlan이라 쓰는데 이 이름은 (전혀 아닐 것 같지만) McLaughlin으로 써도 똑같이 읽습니다. 둘 다 영어 이름이긴 하나 둘 중에서는 McLachlan이 더 English스러운 표기이죠.

아서 트라우트와 로즈는 쌍둥이 남매입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이들은 어려서부터 로어랜드라는 가상의 세계를 지도로 그리고 주문을 외며 다양한 피조물들에 서열과 능력치를 부여하며 놀았나 봅니다. 물론 둘은 이제 열 살이 넘었으므로 더 이상 그러고 놀지는 않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떤... 뭐랄까 어린 시절과 절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락방에는 어렸을 때 둘이 갖고 놀던 여러 잡동사니들이 가득한데 이걸 다 치우고 둘의 아지트로 주려는 게 할아버지의 "선물"이라고 합니다. 둘은 잠시 어이가 없어졌지만 곧 할아버지의 논리에 설득되어 다락방을 치우는데 하나하나 물건을 옮기려니 매우 힘이 드네요. 그래서 그냥 다락방에 난 창을 통해 정원으로 던지기(p25)로 합니다. 그런데 이게...(한참 뒤 p104에서 크로우키가 아래로 물건을 던지는 장면이 의미심장하죠)

이 과정에서 지도를 발견하는데 물론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pp.6~7, pp20~21에 나옵니다. 지도에는 아키 플레이고(Archie Playgo)라는 섬이 있는데 여기서는 (가상의 작중) 특정 섬의 이름이지만 아마도 archipelago(군도)를 어린이식으로 발음한 데서 만든 말이겠습니다.

로어는 제가 검색을 해 보니까 Roar입니다. 이거는 나중에 나오지만 허수아비들이 으르렁대는 소리일 수도 있고, 주문(p64, p133)일 수도 있습니다. p43에는 아서 트라우트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까마귀와 허수아비라는 말이 나오는데, 영어로는 허수어비가 scarecrow(스케어크로우)이며 까마귀는 crow(크로우)입니다. 원래 까마귀를 쫓는다고 해서 scarecrow라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참고로, p68에 처음 나오는 배 이름은 "레이븐"인데 이건 갈까마귀라고 하죠. p251에 "험악하게 생겼다"며 외양 묘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이상하게 아서가 무서워하던 날개달린 허수아비가 이름이 "크로우키"이며, 로어랜드(Land of Roar)에서 이 크로우키가 드디어 일을 내는 이야기인데요...

<나니아 연대기>라든가 영화 <쥬만지>도 옷장, 혹은 보드게임판을 통해 주인공(들)이 "어나더 월드"로 빨려들어가는 설정입니다. 이 로어랜드 세계관에서는 p56에 일러스트가 나오듯이 어떤 접이식 매트리스(우리식으로 말하면 X꾸X꾸 같은 거죠) 안에 할아버지가 갇혔고, 이 매트리스를 통해 로어랜드로 들어간다는 식이네요. 물론 아직은 주인공들이 자유롭게 출입한다거나 하는 단계는 아니고 그냥 빨려들어가는 거죠. 할아버지(는 크로우키에 납치를 당하여 까마귀 둥지에 끌려갑니다. p94) 대신 어떤 까끌까글한 게 만져지는데 이게.... 아마 배드 드래곤이겠죠? p158에 나옵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남녀 주인공 중 일부만 모험을 할 수도 있고 일부는 남을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p67, p93에 설명이 나오듯이 여동생 로즈는 액세서리 가게에 세일 보러 가느라고 처음에 로어랜드에 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윈(가상의 존재였으나 어느새 로어랜드 안에서 현실이 되었네요)은, 능력이 뛰어난 로즈가 없다면서 크게 낙담하고 프로세코(흔들이 놀이말입니다)도 실망합니다. 프로세코는 원래 로즈하고 더 친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센스쟁이 로즈는 (그럴 수가 없었을 텐데) 상황이 이상핟다는 걸 대충 파악했는지 로어랜드로 건너옵니다!(p143). 이렇게 전개가 시원시원해야 판타지가 재미있죠. 크로우키는 원래는 시시한 녀석이었으나 이제는 허수아비 군단도 만들고 인어 등 각종 피조물들을 자기 수하로 부리며 힘이 엄청 쎄졌습니다.

이 작품에는 일본 문화의 여러 크고작은 상징이 나오는데 일단 닌자는 기본이고 와키자시 칼(p82), 카시오 시계(p164) 등이 우리에게도 낯익습니다.

두려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의 조언대로 "천천히 심호흡을 하는...(p177) 것만으로는... 글쎄요 충분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윈의 마법을 믿는다!"를 외치는 것입니다. 갑자기 엄마가 나와서 혹시 엄마도 로어랜드에 왔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로즈가 오고 나서 로스트 소녀들(누구인지는 직접 읽고 확인해 복세요)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서서히 양 진영 사이에 밸런스가 맞춰지는 듯합니다. 쌍둥이 남매는 해먹(묘하게, 침대 매트리스와 대칭을 이루죠?)에 누워 잠시 긴장을 달래지만 할아버지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p243).

자 과연 할아버지는 구할 수 있을까요? 또 엄마는 이 1권 끝까지 한 번이라도 얼굴을 내밀긴 할까요? 직접 확인들 해 보시고 독후감은 여기서 마무리짓겠습니다.

여기서 각종 주문이라든가 캐릭터들의 능력치나 성격이 당연하다는 듯 제시되기 때문에 혹시 전편 같은 게 있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건 없으니 안심하고 그냥 이 1권부터 읽으면 됩니다. 2권 3권도 빨리 번역되었으면 좋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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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버스 특서 청소년문학 20
고정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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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정욱 선생은 그간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죠. 간만에 선생의 신작을 읽게 되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사실 외국인의 이름은 발음만 들어서는 쉬 짐작하기가 힘듭니다. p39에서 지강이는 영어 교사 크리스틴을 검색하는데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격입니다. K인지 Ch인지도 헷갈리는데 이건 학생이라서라거나 영어가 서툴러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겠습니다. 그래도 "Mc이라는 성을 보니 아일랜드계임"을 아는데 정말 유식하네요. McGee라는 이름은 미드 NCIS의 고정 캐릭터이기도 하므로 "맥기"라는 발음이 한국인에게도 익숙할 듯합니다. 강세가 뒤에 있죠.

p41에서 아이들은 합창부 선생님에게 "이런 오래된 팝송 구리다"며 아우성을 칩니다. 그 노래는 "마더 오브 마인"인데 아마 작가 고 선생님이 어렸을 무렵 많이 학교에서 가르친 노래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오래된 게 문제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을 강조하는 주제는 좋지만, 선율이 너무 축 처지고 궁상맞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명곡이긴 하죠.

지강이는 미국에 건너간 엄마를 그리워하는데 그 이름은 이민정, 영어 이름은 제니퍼 리 하트입니다. 요즘은 결혼 전 성씨를 미들네임처럼 쓰곤 하죠. 하트라는 서네임이 저리 붙었다는 건 재혼을 눈치챌 수 있는, 그것도 미국인과의 재혼이 이미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단서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지강이는 아빠가 화가 나서 마구 떠드는 말(p55)을 듣고서야 비로소 가능성을 떠올립니다.

지강이하고 사귀는 공인커플인(p7) 은지 역시 가정에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찾아가는 건 아빠가 싫어서입니다. 지강이는 은지와 헤어지며 "아빠한테 맞지 말고"라고 격려하는데 이 부분은 처음에 저는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몰랐습니다. 바로 앞에 지강이가 자기 아빠한테 맞는 장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강이한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객관적으로 봐서 지강이 엄마가 남편을 배신한 건 맞아 보입니다. 가뜩이나 사장한테 공사대금도 떼어서 형편이 어려운 아빠로서는 많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아들을 때리거나 폭언을 하는 건(말이 너무 심합니다) 잘못입니다. 아니 자신의 아들이 ㄱXX이면 자신은 그럼 뭐가 된다는 뜻인가요. 어른이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죠.

둘이서 황금연휴를 맞아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는데 도중에 비 때문에 도로가 유실되어 고속버스에 갇혀 있다시피합니다. p73에 군인들이 도로를 복구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뜬금없지만 군인들의 노고에 우리는 언제나 감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강이 아버지도 건설업 하는 분인데 도중에 도로 부실공사를 성토하며 승객들이 건설업 하는 이들을 싸잡아 비난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도 건설업 한다며 전체를 매도 말라고 항변합니다.

여기서 이분, 즉 말솜씨 구수한 34번 승객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 주겠다며 마이크를 잡습니다. 지금부터 1983년 사우디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던 김상복이라는 분의 사연이 시작되는데, 이 책 제목이 "스토리텔링 버스"라고 붙은 이유를 p77까지 읽고서야 비로소 저는 알았습니다. 저는 책을 펴 읽기 전까지 이 책이 소설 작법을 가르쳐 주는 책으로 사실 착각을 했더랬습니다.

"아쌀라무 알리이쿰"은 한 명한테 건네는 인사도 문법적으로 복수형(=당신네들)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죽고 나서 만나야 할 두 명의 천사까지를 염두에 둔 이유(p86)라고 하는데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여튼 김상복씨에 대한 사연(액자 내 스토리)은 엄청 재미있는데(한편으로 슬프지만 말입니다)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더 재미있는 건 지강이와 은지가 34번 승객이 들려 준 이야기로부터 "남자(혹은 여자)는 평생 책임만 지다 끝나는 불쌍한 인생"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고 논쟁이 붙었다는 겁니다. 지강이는 <레미제라블>을, 은지는 <여자의 일생(모파상 作)>을 근거로 끄집어내는데 둘 다 문학적 소양이 보통 아닙니다. 우리들 같으면 여기서 고전 문학을 자신의 논거로 대뜸 거론할 수 있겠습니까?

p99에서는 군인들이 잠시 버스에 올라와 승객들에게 우유를 나눠 주는데 이건 뭐가 거꾸로된 것 같습니다. 아니 대민지원 수고를 하는 건 군인들이고 그들 역시 남의 집 귀한 자제들인데 대접을 받지는 못할망정 이런 수고까지 해야 하다니... p100에는 다행히 군인들의 노고를 고맙게 여기는 말들이 나오네요.

p102부터는 24번 승객의 이야기가 새로 펼쳐집니다. 하동구(예의 24번 승객의 이름인 듯)의 부친, 하태우, 하태은 이렇게 3형제가 1960년대를 산 이야기입니다. 1960년대에 어린이였던 하동구이니 지금 24번 승객의 나이가 대충 얼마일지 짐작이 되죠. 집안을 일으킬 수재로 기대를 모았던 둘째 삼촌이 ROTC 장교로 광주에서 복무하다 집안과 상의 없이 어느 여인과 살림을 차리고 아이까지 낳습니다. 큰형은 끝내 동생의 결정을 인정 않고 제수씨를 박대했나 봅니다. 그런 삼촌(하태우)이 얼마 전 뇌졸중으로 사망하고 작은어머니는 시가와 인연을 완전히 끊는데 그 입장이 이해는 됩니다. 다만 끝내 식은 못 올렸다고 하는데 서울대 출신 장교로서 안보 전문가였다면 이게 가정 형편 때문일 수는 없죠. 아마도...

여튼 여기서도 은지는 "그래도 그분은 자식들은 끝내 다 책임을 지고 잘 키웠는데 우리 아빠는 뭐냐"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합니다. 지강이가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위로를 옆에서 해 주네요. ㅎㅎ

p113에는 김청강 작가라는 분이 19번 승객의 입을 빌린 스토리에 등장합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아마 고 선생님 본인도 모델이 되었음직한 캐릭터네요. 네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등장하는데 실존인물 희아님도 연상이 되죠? 중구삭금이라는 사자성어도 나옵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한 데 모이면 안 이뤄질 일이 없습니다.

이어서 헌팅캡을 쓴 어느 카피라이터의 스토리가 나오네요. 다소 억울한 일을 당한 은행이 이 카피라이터에게 연줄(친구 복 과장)을 통해 호소문 집필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가가 "밥 한 끼"라는 말을 듣고 김 카피님은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를 혼동"했다면서 천만원을 고료로 안 주면 응하지 않겠다고 거절합니다. 결국 서류를 잔뜩 내고 계좌까지 개설한 후 5백을 받고 작성해 줬다는 이야기로 끝난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네요!

(사실 반전까지는 아니고... 세상사가 다 이렇습니다. 우리는 그저 편하게 결과가 좋으면 다 좋겠거니 넘어가지만, 그 비하인드 스토리까지를 다 알면 심사가 결코 편하지 못하죠....)

여튼 비 때문에 끝내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지강과 은지는 어느 분의 호의를 얻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책임, 책임... 이 단어를 자꾸 되뇌는 걸로 봐서(또 작가 후기까지 보니!) 아무래도 두 청소년은 당일 어떤 일을 저지를 작정이었나 봅니다... 그러나 결국 둘은 잘 판단했고... 어차피 콘도(p65)에 가서 아빠 신분증과 카드를 내밀어도 안 받아 줬을 겁니다. 여튼 잘 생각했고, 둘이 앞으로도 건전하게 미래를 설계하게 응원하고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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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하늘도 색색 빛깔 하늘로 바뀔 수 있어
환자 정 씨 지음 / 찜커뮤니케이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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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어쩔 수 없이 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약은 본래가 독(毒)과 경계가 모호한 물질입니다. 저자는 본래 언론계 종사자였는데 유방암에 걸리셨다고 합니다. 항호르몬 치료제의 부작용 중 하나가 불면증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수면제를 단약하자 엄청난 부작용으로 큰 고생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산 채로 죽음의 문턱(앞 책날개와 p107)"에까지 다녀왔다는 것입니다. 느리지만 빠릿빠릿한 사람(p144)이었던 저자가 완전히 정신이 망가질 지경까지 갔던 것은 진정 끔찍한 체험이었을 겁니다.

그러면 의사의 과실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으나 수면제 처방은 타과 의사가 그 전에 행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튼 우리는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는 점 다시 떠올리게도 되네요.

살면서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특히 무슨 괴롭힘을 당하거나 하면 뇌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합니다(p42). 저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상처는 배우자, 즉 남편이었다고 회고합니다. 저자는 본디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신을 평가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기에, 이런 배우자는 남보다도 못했다고 술회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한테서 위안을 얻기도 하셨다니, 사람의 인생은 정말로 어떤 예측이 불가한 행로라고 하겠습니다.

방법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스트레스원으로부터 멀어지면 "뇌의 크기"도 원상 회복된다고 하네요. 암이라는 것도 다 스트레스가 그 근원이 아니겠습니까. p54에는 투병 중인 자신에게 끊임 없이 짜증을 내는 남편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때 저자는 신경을 끊자, 진짜 싸워야 할 적은 암이니까, 같은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렸다고 합니다. 읽으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걸어야 산다!(p31)" 걷기는 만병을 치유하는 좋은 습관인데 특히 우울, 불안, 강박 등에 햇빛을 쪼며 걷는 게 참 좋다고 합니다. p23, 또 한참 뒤인 p219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약을 끊는 편이 환자(환우)에게 좋은데, 약사나 의사가 환우에게 충분한 정보를 알려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의사, 약사가 돈을 버는 건 약을 팔아서라기보다,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해서인데도 말입니다. 환자가 임의대로 단약하다가 저처럼 큰 고생을 하고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으려면, 물론 환자 본인의 주의도 필요하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의사가 더 섬세한 케어를 해야 합니다.

단약은 정말로 단박에 행하면 안 되고, 1/5, 1/10 이렇게 서서히 줄여 나가라고 합니다. 요즘은 환우들이 인터넷에 정보를 공유하는데, 어떤 사람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한번에 끊었다고 합니다. 이러면 안 좋은 게,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뇌가 적응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인터넷에 이런 말을 올리면 남의 인생이 초토화될 수도 있는, 아주 무책임한 행동일 수도 있음을 저자는 지적(p24)합니다. 바로 이런 정보 아닌 정보 때문에 저자의 인생이 큰 고비를 만난 적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유용한 정보는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p131).

그런데 수면제 하나 끊었다고 이처럼이나 큰 위기가 찾아오는 걸까? 저자는 스스로 말하길 "야속하게도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제 치료 약, 주사약 모두가 부작용이 너무 심한 경우에 속했다(p28)"고 합니다. 즉 운이 너무도 없으셨던 거죠. 우리 몸의 면역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바로 호중구 수치(p61)인데, 저자는 이 호중구 수치가 매우 낮았던 겁니다. 이 상황에서 바로 수면제를 단약하니 그토록 큰 부작용이 발생했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여러 기저 질환이 있으면 약을 추가로 복용할 때에도 주의해야 하겠으나 끊을 때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저자가 이 문제 때문에 큰 고생을 하신 분이라서 더욱 이런 조언이 독자에게 큰 경각심을 부르는 듯합니다. p68에서 "약사에게 (이미) 확인한 사항"이라며 저자가 알려 주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타민A는 간기능에 "확실하게" 안 좋은 영향이 있다(강조는 저자의 원문에서 함)
- 비타민B3는 주의해서 섭취할 필요가 있다
- B5, B6, B12가 추가된 영양제를 먹었더니 신경이 안정되면서 잠이 편안하게 들었다

물론 이상은 어디까지나 저자분의 경우 그랬다는 것이며 정확한 것은 전문가와 상담, 진료를 받은 후 결정해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유방암은 일정 연령대 이상만 걸리는 게 물론 아닙니다. 저자는 자신이 수술 때문에 힘든 상황인데도 옆에 누운 어느 젊은 여성을 보며 "저렇게 모델처럼 멋지고 예쁜데..."라며 걱정을 아끼지 않습니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만약 환부를 절제해야 한다면 더군다나 아직 젊으며 아기 엄마인데 정신적 고통까지 이만저만이 아니지 싶습니다.

전자파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 역시 그런 분이라고 하는데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폰도 오래 보면 머리가 아프며 전자요도 사용 못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저도 <세상에 이런 일이>의 한 에피소드를 우연히 봤는데 어떤 어린이가 등을 돌리고서도 뒤에 TV가 몇 대 켜졌는지 다 맞히는 게 나왔습니다. 아마도 그 비슷한 경우일지 모르겠습니다.

항호르몬제의 부작용 중 하나는 시력 저하(p113)입니다. 저자의 경우 당뇨까지 있어서 더욱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암 치료는 모든 기수가 다 힘들다(p115)" 이 와중에서도 남편과 아이가 도움이 되는 소리를 전혀 곁에서 안 해 주는 게 야속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이는 어려서라고나 하지만... 그래도 이 와중에 저자는 딸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p51).

이 책에서는 특히 저자에게 부작용이 심했던 약이 여러 번 거론됩니다. 저자분의 경우 그러했다는 것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그 약의 이름은 혹시 저자분의 경우와 비슷하다면 참고할 수 있으므로 여기 책의 페이지수를 적어 두겠습니다. p162, p106 등. 특히 p151에 나오는 약은 책의 여러 군데에서 등장하는데 저자분과는 특히나 맞지 않았나 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정신과 약은 처음부터 먹지를 말아야 한다(p151, p76)"입니다. 물론, 물론, 환자마다 다 경우가 다르므로 참고만 할 일이며 그래도 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이 책에는 특히 여러 다른 기저 질환으로 고생하는 암환자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유익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론 병은 의사 등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알지만, 병을 가장 걱정하고 절실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바로 환자 본인입니다. 의사 등 전문가들이 환자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이런 절박한 외침에 조금만 더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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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미용사입니다
김동하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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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업은 대한민국 대부분 여성들이 일상에서 크게 의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입니다(미용실을 이용하지 않는 여성이 어디 있겠습니까?). 동네 블럭마다 서너 곳은 기본으로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사실 업종 전체로 보면 거대한 산업이겠습니다. 또 미용실 사장님들 중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남다른 수완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특히 알짜 인맥을 구축한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업종은 경영의 문제로 접근해도 흥미로운 결론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용실이 잘 되기 위해서는 팀웍이 중요하다.(p60)" "원장은 관리자에게 피드백하고 미용사는 스탭을 피드백하는 역량과 능력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같은 페이지). 직원이 잘 못하면 에휴 그냥 내가 해야지 라며 자신이 직접 나서는 원장님도 있고 이런 모습은 참 좋습니다. 마윈도 자기가 실력 있는 원장(학원장)이니까 강사가 펑크를 내면 자신이 직접 수업을 뛰었다고 하죠. 그런데 저자는 이게 꼭 좋은 게 아니라고 합니다.

"매장의 이익은 회전률에 있는데 한 사람이 계속 시술을 하면 자기도 힘들고 매출이 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고객이 지루해한다(p63)"는군요. 이 점은 해당 직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도 꼭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본인이 실력 있는 것과, 학원 등 업소가 전체적으로 능률 있게 매출을 크게 올리게끔 돌아가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이니 말입니다. 저자는 거듭 말하기를 "고객과 자신 모두를 지치게 만들지 말라(p64)"고 합니다.

마이클 키튼 주연의 영화 <파운더>를 보면 햄버거 원조 레시피를 가진 맥도널드 형제와, 사업을 전국 프랜차이즈로 확대하여 더 큰 이익을 거두려는 레이 크록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전자가 장인 정신도 지니고 있고 그런 고집은 차라리 숭고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책 중에서 저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스스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서비스를 손수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어느 남자 미용사분도 최고의 장인이시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이 장인 정신이란 게, 수익, 상업적 성공과 언제나 직결되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 점은 외부인이 봐도 참 안타까운 점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나만의 기술이 아닌 우리의 기술로 만들라"는 겁니다. 이 대목은 몇 번을 읽어 봐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우리가 독서를 하는 보람이 바로 이런 데에 있는 거겠고 말입니다.

자 그러면, 내 기술을 너무 쉽게 가르쳐 주면 바로 스탭들이 독립해서 나갈 것 아닌가?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이치는 미용업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사장님으로서는 사실 고민이 되는 부분이죠. 그래도 저자는 최대한 공유하라고 합니다. 어차피 기술이라는 게 한두 해 실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자가 재차 강조하는 건 팀웍, 팀웍이야말로 성공하는 미용실의 비결이라는 거죠.

"미용은 기술직이고, 고객을 사귀는 직업이다. 눈빛만 봐도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과연 그럴 것입니다. 근데 어디 미용만 그럴까요? 요즘은 사람 사귀는 일을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소통 능력이 알파요 오메가인 시대입니다.

두상 자체가 서양인과 동양인이 다르기 때문에 서양의 매뉴얼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기 힘들겠죠. 저자는 "본드컷트"와 일본의 "밀본"을 벤치마킹하여 매장을 여셨다고 합니다. 본드컷트는 존 커트의 창시자가 연 아카데미라고 하네요. 이처럼 창시자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다는 설렘 때문에 저자의 직원들도 엄청나게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합니다("TV에서나 보던 사람들을 직접 눈 앞에서 만나다니!"). 경영자는 이런 것도 부하들에게 해 줄 수 있어야 함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직원을 설레게 만들 줄 아는 CEO".  "매장과 직원의 성장을 위해 투자를 할 때는 아낌없이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시설이 아니라 직원에게 투자를 해라!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용실은 머리만 하는 매장이라는 것도 일종의 고정 관념입니다. 어떤 직원을 사진을 참 잘 찍길래 그 적성을 살려 보자는 생각에 매장에 포토슈팅 공간을 마련했다고 합니다(이것은 저자 스스로도 말하듯 매장이 커야 가능하긴 하겠죠). "직원 개인의 특기를 살려 자신감을 살려 준다"는 점 잊지 말라고 합니다.

나이가 어린 데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했고 특히 드라이 기술은 최고라면서 자부심이 대단했던 여직원. "진정성이 담긴 원장의 철학과 그 실현하고자 하는 생각, 이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만으로도 동기를 불러일으켜 오래 근무하게 할 수 있다(p127)" 사실 아무래도 상급자로서는 직원들이 일 좀 가르쳐 이제 좀 써먹을 만하면 독립하거나 이직하는 게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 말은 직원을 자기 밑에 오래 근무하게 하고 싶은 사장님들이 항상 명심해야 할 듯합니다.

미용사가 너무 예뻐도 남성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거 참... 그런데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저자는 어떤 직원을 보름 정도만 관찰하면 대략 장래성에 대해 견적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주 미모가 뛰어난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력서에 쓴 부분과 실제 근무 태도가 다른 점이 많았다고 합니다(이런 걸 구직자들이 특히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고용주 생각은 다 비슷합니다. 서류만 통과했다고 다가 아니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기술인데, 처음에 좋은 원장님한테 배운 게 아닌 티가 났다고 합니다. 또 기술은 처음에 잘못 배우면 교정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참 난감한 건, 너무 지적을 하면 자존심이 상할까봐 조심스럽고, 또 기술에도 프라이버시(sic.)가 있다는 거죠. 이 미용사가 어느 고객에게, 어느날 호된 지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미용사님은 이러이러하게 하지 이렇게 안 한다는 식으로요. 이걸 보면 지적도 소양과 지성이 있는 고객이 해도 하는 거라는 점(ㅎㅎ)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잘되었다 싶어 저자도 이 기회에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해 줬는데 잘 수용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합니다.

구직자는 무엇보다 일하는 자세가 되었다는 점을 고용주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인난이 심하다고 매장을 떠보며 면접을 다니는 구직자는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므로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도(이 업종에서 중요한 자질이겠죠?) 뽑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발은 단백질이므로 샴푸만 해도 어느 정도는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노입자로 된 성분을 보충해 줘야 하는데... 저자는 나노도 입자가 크므로 잘 안 스며들고 따라서 효과를 못 본다고 합니다. 저자의 매장에서는 피코 입자를 쓰는데, 비용만 비싸고 효과도 없는 보충제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하시네요. 역시 뭘 알아야 미용실에 가도 손해를 안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독자들도 잘 알아 둘 필요가 있겠네요. 어정쩡하게 비싼 서비스 받고 효과는 효과대로 못 본대서야.

비단 미용실뿐 아니라 요즘은 정말 고객 응대가 좋아야 살아남습니다. 물론 감정 노동이 힘든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를 잘 관리하고, 기술이 아니라 연기, 예술에 가까워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제품이나 기술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p174)는 말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얼마나 진정성이 있냐는 걸로 귀결됩니다. 기술도 이 분야에서 내가 고객을 최상으로 대우하는 장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최상의 레벨이 습득되지 않겠습니까? 고객 응대하는 "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성이 있으면 결국 그것이 고객의 마음에 와 닿기 마련이죠. 어느 업종이나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비결은 비슷하다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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