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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하늘도 색색 빛깔 하늘로 바뀔 수 있어
환자 정 씨 지음 / 찜커뮤니케이션 / 2021년 6월
평점 :
몸이 아프면 어쩔 수 없이 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약은 본래가 독(毒)과 경계가 모호한 물질입니다. 저자는 본래 언론계 종사자였는데 유방암에 걸리셨다고 합니다. 항호르몬 치료제의 부작용 중 하나가 불면증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수면제를 단약하자 엄청난 부작용으로 큰 고생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산 채로 죽음의 문턱(앞 책날개와 p107)"에까지 다녀왔다는 것입니다. 느리지만 빠릿빠릿한 사람(p144)이었던 저자가 완전히 정신이 망가질 지경까지 갔던 것은 진정 끔찍한 체험이었을 겁니다.
그러면 의사의 과실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으나 수면제 처방은 타과 의사가 그 전에 행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튼 우리는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는 점 다시 떠올리게도 되네요.
살면서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특히 무슨 괴롭힘을 당하거나 하면 뇌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합니다(p42). 저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상처는 배우자, 즉 남편이었다고 회고합니다. 저자는 본디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신을 평가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기에, 이런 배우자는 남보다도 못했다고 술회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한테서 위안을 얻기도 하셨다니, 사람의 인생은 정말로 어떤 예측이 불가한 행로라고 하겠습니다.
방법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스트레스원으로부터 멀어지면 "뇌의 크기"도 원상 회복된다고 하네요. 암이라는 것도 다 스트레스가 그 근원이 아니겠습니까. p54에는 투병 중인 자신에게 끊임 없이 짜증을 내는 남편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때 저자는 신경을 끊자, 진짜 싸워야 할 적은 암이니까, 같은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렸다고 합니다. 읽으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걸어야 산다!(p31)" 걷기는 만병을 치유하는 좋은 습관인데 특히 우울, 불안, 강박 등에 햇빛을 쪼며 걷는 게 참 좋다고 합니다. p23, 또 한참 뒤인 p219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약을 끊는 편이 환자(환우)에게 좋은데, 약사나 의사가 환우에게 충분한 정보를 알려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의사, 약사가 돈을 버는 건 약을 팔아서라기보다,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해서인데도 말입니다. 환자가 임의대로 단약하다가 저처럼 큰 고생을 하고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으려면, 물론 환자 본인의 주의도 필요하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의사가 더 섬세한 케어를 해야 합니다.
단약은 정말로 단박에 행하면 안 되고, 1/5, 1/10 이렇게 서서히 줄여 나가라고 합니다. 요즘은 환우들이 인터넷에 정보를 공유하는데, 어떤 사람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한번에 끊었다고 합니다. 이러면 안 좋은 게,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뇌가 적응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인터넷에 이런 말을 올리면 남의 인생이 초토화될 수도 있는, 아주 무책임한 행동일 수도 있음을 저자는 지적(p24)합니다. 바로 이런 정보 아닌 정보 때문에 저자의 인생이 큰 고비를 만난 적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유용한 정보는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p131).
그런데 수면제 하나 끊었다고 이처럼이나 큰 위기가 찾아오는 걸까? 저자는 스스로 말하길 "야속하게도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제 치료 약, 주사약 모두가 부작용이 너무 심한 경우에 속했다(p28)"고 합니다. 즉 운이 너무도 없으셨던 거죠. 우리 몸의 면역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바로 호중구 수치(p61)인데, 저자는 이 호중구 수치가 매우 낮았던 겁니다. 이 상황에서 바로 수면제를 단약하니 그토록 큰 부작용이 발생했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여러 기저 질환이 있으면 약을 추가로 복용할 때에도 주의해야 하겠으나 끊을 때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저자가 이 문제 때문에 큰 고생을 하신 분이라서 더욱 이런 조언이 독자에게 큰 경각심을 부르는 듯합니다. p68에서 "약사에게 (이미) 확인한 사항"이라며 저자가 알려 주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타민A는 간기능에 "확실하게" 안 좋은 영향이 있다(강조는 저자의 원문에서 함)
- 비타민B3는 주의해서 섭취할 필요가 있다
- B5, B6, B12가 추가된 영양제를 먹었더니 신경이 안정되면서 잠이 편안하게 들었다
물론 이상은 어디까지나 저자분의 경우 그랬다는 것이며 정확한 것은 전문가와 상담, 진료를 받은 후 결정해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유방암은 일정 연령대 이상만 걸리는 게 물론 아닙니다. 저자는 자신이 수술 때문에 힘든 상황인데도 옆에 누운 어느 젊은 여성을 보며 "저렇게 모델처럼 멋지고 예쁜데..."라며 걱정을 아끼지 않습니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만약 환부를 절제해야 한다면 더군다나 아직 젊으며 아기 엄마인데 정신적 고통까지 이만저만이 아니지 싶습니다.
전자파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 역시 그런 분이라고 하는데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폰도 오래 보면 머리가 아프며 전자요도 사용 못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저도 <세상에 이런 일이>의 한 에피소드를 우연히 봤는데 어떤 어린이가 등을 돌리고서도 뒤에 TV가 몇 대 켜졌는지 다 맞히는 게 나왔습니다. 아마도 그 비슷한 경우일지 모르겠습니다.
항호르몬제의 부작용 중 하나는 시력 저하(p113)입니다. 저자의 경우 당뇨까지 있어서 더욱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암 치료는 모든 기수가 다 힘들다(p115)" 이 와중에서도 남편과 아이가 도움이 되는 소리를 전혀 곁에서 안 해 주는 게 야속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이는 어려서라고나 하지만... 그래도 이 와중에 저자는 딸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p51).
이 책에서는 특히 저자에게 부작용이 심했던 약이 여러 번 거론됩니다. 저자분의 경우 그러했다는 것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그 약의 이름은 혹시 저자분의 경우와 비슷하다면 참고할 수 있으므로 여기 책의 페이지수를 적어 두겠습니다. p162, p106 등. 특히 p151에 나오는 약은 책의 여러 군데에서 등장하는데 저자분과는 특히나 맞지 않았나 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정신과 약은 처음부터 먹지를 말아야 한다(p151, p76)"입니다. 물론, 물론, 환자마다 다 경우가 다르므로 참고만 할 일이며 그래도 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이 책에는 특히 여러 다른 기저 질환으로 고생하는 암환자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유익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론 병은 의사 등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알지만, 병을 가장 걱정하고 절실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바로 환자 본인입니다. 의사 등 전문가들이 환자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이런 절박한 외침에 조금만 더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