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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 원본 완역본 ㅣ 데일 카네기 성공학 (미래지식)
데일 카네기 지음, 김미옥 옮김 / 미래지식 / 2021년 11월
평점 :
자계서의 원조라 할 만한 데일 카네기 시리즈 중 <자기관리론>입니다. 원제는 이 책 표지에 나온 대로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입니다. 이 책 표지의 부제에는 저 문구의 번역을 통해 책 내용을 보다 분명히 밝히는데 이렇게 원제를 먼저 머리에 새기고 본문을 읽어 나가는 맛도 색다른 듯합니다.
"캐리어"라고 하면 그 특유의 로고를 한 에어컨 메이커로 유명합니다. 우리 나라에도 캐OO 에어컨이 있는데 이것은 미국의 자회사나 현지 종속법인이 아니라 한국인인 경영자가 브랜드 사용권만 사 와서 제조업을 독자 영위하는 방식인데 그 또한 고유의 기술력으로 인정 받고 있죠. 여튼 이 책 p39에서는 미국의 캐리어 코퍼레이션 사장 윌리스 캐리어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이 번역서는 회사 등의 고유명사에 일일이 원어를 병기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일어난 일의 배경과 등장인물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걱정을 하지 말라, 안절부절하는 마음의 동요는, 최악의 결과가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그 최악을 현실화하는 촉진제가 된다, 책에 나온 저 캐리어 씨의 일화 취지를 독자인 제가 제 나름대로 요약하면 이 정도가 될 듯합니다. 미국 노래 중에도 "돈 워리 비 해피"라는 게 있죠. 다가올 수 있는 나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 아무 소득도 없이 그저 마음만 좀먹히는 건 큰 차이가 있습니다. 후자는 아무 데도 쓸데 없다는 뜻입니다. 책에서 소개된 첫번째 일화부터가 책 제목에 쓰인 문구를 증명하는 멋진 예화입니다.
이 책은 각각의 부(部)가 끝날 때마다 내용 요약 코너가 따로 있습니다. 자계서이니 만큼 재미있게 읽고 끝낼 게 아니라 그 내용으로부터 내가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정리할 시간을 따로 가지는 게 좋을 텐데 책에서 알아서 이렇게 요약을 해 주니 독자 입장에서 편합니다. p83에 제시된, 앞 제2부의 내용 요약 중 특히 마음에 근심이 닥칠 때 대처 절차를 한번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가 무엇인가?
2) 그 원인은 또 무엇인가?
3) 해결할 방법에는 어떤 게 있는가?
4) 이 중 최상의 방법은 무엇인가?
독자인 제 나름대로 2-`1) 정도를 추가하자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걱정은 하지 말자"가 되겠네요. 여기서도 그렇지만, 어느 경우에나 저자 데일 카네기가 강조했던 건 "생각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입니다.
p89 이하부터는 특히 저자가 젊은 시절 쓸데없는 걱정에 정력을 갉아먹힌 경험이 실제로 있었던지 "나는 너무 바빠서 걱정할 시간이 없다"라는 찰스 케터링 같은 뛰어난 자기 통제력을 지닌 이들의 명언이 소개됩니다. 그렇습니다. 정말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거나 극복할 현실적인 궁리에 몰두하는 이에게 "근심 걱정" 따위는 그저 사치일 뿐입니다. 문제를 열심히 해결하는 데 골몰하는 이의 마음에 소모적인 걱정 따위는 자리할 데가 없습니다. 공연한 자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일 카네기의 책들 특징 중 하나는 그저 명언이나 교훈적 일화를 모아 놓은 게 아니라, 그 일화에 자신만의 의의를 부여하고, 강연하듯이 맥락을 넣어 술술 엮어간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독자와 청중과 활발히 소통한 모티베이터였기에 독자로부터 받은 서한, 상담 사례 등을 책 속에 강연 속에 풍부히 집어 넣었다는 것입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만큼 생동감 있는 저술과 강연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요즘 저술되는 자계서들보다 이 고전이 훨씬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괜한 걱정으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않았고 현실적인 대처 방법도 충분히 강구했건만 결국 불행한 결과가 터졌거나 임박했을 때는 어떻게 헤야 할까요? 책에서는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여라"고 합니다. 맥빠지고 무책임한 충고처럼도 들리지만 인생에서 모든 걸 우리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불가피한 결과는 그대로 수용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드라마 <태조 왕건>이나 <용의 눈물>을 보면 작가가 같은 사람이라서인지 "이 사람, 자네가 그러고도 의원인가? 세상에 약이 없는 병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같은 대사가 자주 들립니다. "약이 없는 병"은 고려 조선은 물론 심지어 지금도 무척 많기에 저 대사는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이 책 p125에서는 "마더구스의 노래" 한 소절을 떠올리며 어려울 때마다 힘을 낸 컬럼비아 호크스 학장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태양 아래 모든 병에는
치료약이 있거나 없으니
있다면 찾아 보고
없다면 신경 쓰지 마라."
구글링을 해 보니 원문은 다음과 같더군요.
For all ailments under the sun,
There is a remedy or there is none.
If there be one, try to find it.
If there be none, never mind it.
라임도 잘 맞지만 품은 뜻도 묵직한,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해학미 넘치는 멋진 구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 대책이 없으면 초연하게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법이 있을 때에는" 사정없이 낱낱이 최선을 다해 그걸 찾아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방법이 있을 때 대강대강 처리하고, 방법이 없으면 근심걱정으로 나와 주변을 모두 힘들게 하는 게 보통이죠.
이런 천하에 쓸모없는 "걱정하는 습관"을 고치려면 어떻게 할까요? 데일 카네기는 특유의 달변으로 3부에서 멋지게 독자를 설득합니다만 p151에 내용 요약이 잘 되어 있습니다.
1) 바쁘게 생활해서 걱정을 몰아내라.
2) 사소한 일에 법석을 떨지 마라.
3) 평균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라.
실제로 비행기를 타야 할 때마다 끔찍한 사고가 날 걸 걱정해서 못 타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한테 3)이 특히 유익한 충고가 될 듯합니다.
링컨은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마침 이 저자 데일 카네기가 링컨 연구의 권위자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나는 증오와 원한 때문에 구겨지고 일그러진 주름살투성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수 없이 보아 왔다(p176). 왜 원수를 용서해야 하는가? 증오, 원한은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합니다. 외모 관리를 위해서라도(!) 마음에 증오를 품지 말라는 그의 충고는 실용적이면서도 교훈적입니다. 마음 속에 원한과 열등감, 피해 의식을 품은 자의 표정은 언제나 어둡고 음침하며 촌구석 미용실 안에서조차 그 특유의 불안과 찌듦이 풍기기 마련이죠.
아무리 생을 오래 살아도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핵심적인 가치를 깨닫고 체험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윌리엄 블리소(p223)는 24세 때 차량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못 쓰게 되었는데 그 젊은 나이에 끔찍한 불편을 항구적으로 겪게 된 당사자의 분노와 좌절은 이루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독서와 음악 감상에 집중하면서 전에 모르던 지식을 쌓고 사색에 빠졌으며, 특히 지루해게만 느끼던 고전 음악의 참된 아름다움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그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에 대해 아무런 불만 없이, 오히려 새로이 눈뜨게 된 세상에 고마워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이조차 이처럼 행복을 향한 각성이 가능한데 하물며 몸이 자유로운 이들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약점이 뜻밖에도 우리를 돕는다."
"얕은 철학은 사람을 무신론으로 기울게 하고, 심오한 철학은 사람을 종교로 이끈다.(p259)" 이는 영국 경험론 철학의 선구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한국형 인문학에 새롭고 천재적인 기여를 한 이어령 박사 같은 분이 말년에 신심을 굳힌 걸 보면 역시 맞는 말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단 한국의 경우 사찰이나 교회를 찾는 게 마뜩지 않은 이들은 자신 나름대로 경전을 읽으면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스스로 성찰하는 선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꼭 승려나 목사를 찾아야 종교인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아무리 절이나 교회를 열심히 다녀도 마음이 탐욕과 불안으로 가득하다면 종교를 믿는 의의가 대체 뭐겠습니까.
콜게이트는 치약이나 비누 등으로 이름 높은 미국의 브랜드입니다. 어느 판매원(p301)이 저자 데일 카네기, 혹은 다른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꼭 제 비누를 사달라는 게 아닙니다. 제 판매 방식이 마음에 안 드시면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솔직한 비판을 제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다음에 제가 꼭 고쳐서 더 나은 소통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데일 카네기는 이 대목에서 그저 남의 비판을 고깝게 듣지 않는 방법을 얘기하는 듯하다가, 한 술 더 떠서 "비판이 나의 자양분이 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하는 법"까지 가르칩니다. 비판도 좋게 넘기자는 정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비판을 독이 아닌 약으로 바꾸는 비결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거죠. "부당한 비판은 칭찬의 다른 이름이니 절대 걱정할 일이 아니다."
"1만년의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라! 당신의 일상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고 하찮은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p364)"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전쟁사, 정치사, 외교사 등을 놓고, 까다로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애써 찾아 읽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듯합니다. 왕이나 지도자, 혹은 도시의 시민들이 외침이나 경제 공황 등을 겪으며 이를 어떻게 타개하는지를 읽어 나가면 그 지난한 고난을 극복하는 지혜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되죠. 나의 고통은 그게 비록 엄지발가락을 찧은 작은 규모라 해도 내 개인에게는 지독한 고난입니다. 그러나 큰 난관을 헤쳐 나가는 선례를 참조하여 얼마든지 내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엘머 톰머스의 사례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기에 자신보다 나은 출발점에서 시작한 이들을 보고 그는 언제나 열등감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교사 자격증 등에 도전하여 남을 가르칠 자격을 얻고, 그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쌓고 더불어 인격까지 수양하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자가 타의 어엿한 모범이 되는 과정이 이러합니다. 나잇값도 못하고 남의 흠이나 잡으러 골몰하면서 어디 공짜 협찬 자리나 없나 살피며 더러운 머리결에 눈이 뻘게진 인생이라면 참으로 뼈에 새기며 본받아야 할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잭 뎀프시(p407)는 영화 같은 데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레전드 복서입니다. "내가 싸운 최대의 강적은 바로 나의 걱정이었다."가 그가 남긴 명언입니다. 한국의 프로야구 투수 최고봉을 밟았던 선동렬은 "최대이 라이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명언들의 공통점은,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다른 변수와 위험에 집착하기보다, 내 자신과 내가 직면한 과제에 보다 집중하는 게 현실의 성과를 내는 데 훨씬 유익하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걱정을 떨쳐 버리고 나의 문제에 몰두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참된 "자기 관리"의 요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