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인생 방정식 - 공대 출신 오빠가 풀어주는
권성구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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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오빠"라고 하면 뭔가 멋지면서도 자신만의 원칙을 확실히 지키는 그런 이미지입니다. 여성들이 믿고 뭘 상담할 수도 있고, 좋은 충고를 들려 주면서도 친근감도 있는 그런.... 저자는 공대를 나오신 분인데 이러면 복잡한 수식도 쉽게 다루면서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꼼꼼한 해답을 내놓을 줄도 아는, 왠지 그런 분이 그려집니다. 사실 교회 오빠뿐 아니라 교회 누나(언니)라고 해도 공대 나왔다고 하면 뭔가 똑똑할 것 같고 글도 잘 쓸 것 같고 생각이 매우 논리적일 것 같은 기대가 듭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되지는 않으며 꽃길은커녕 힘들고 짜증나고 절망적인 체험도 인생에서 자주 만나는데 이걸 우리는 "고난"이라 부릅니다. 고난의 끝판왕은 아무래도 예수님이겠는데 아무 죄도 없으신 분이 유죄 판결을 받고 육신에는 말할 수 없이 끔찍한 고통이 가해졌습니다. 이런 예수님을 보며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가해진 고난도 묵묵히 이겨낼 줄 알아야 하겠는데... 저자는 이런 고난은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이므로 잘 버텨내고 그 "흔적"도 인정하고 그를 통해 성장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를 딛고 일어선 순간이 네 인생의 일부임을 잊지 말라(p61)"고 합니다. 특히 마음이 여린 여성들이 이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자는 사회 체험도 많이 하신 분 같습니다. IMF때를 언급하며 이른바 대기발령이라는 걸 들려 줍니다. 아마 저자가 직접 겪으셨다는 건 아니겠죠? 부당해고금지법이라는 게 있어서 직원을 함부로 해고하지는 못하니 회사는 특정 직원들에게 대기발령이라는 걸 냅니다. 출근은 하되 책상을 뺏기고 그는 사내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겁니다. 영어로는 Mr. cellophane이라고 하죠. 저자는 이게 사회적 소외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만큼 이런 소외를 못 견뎌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혼자 징정거리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호소한다고 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럴 때 한가지 확실한 방법은 바로 "진실"이라고 합니다. 삼국연의의 유비(p39)가 아무리 고초를 겪어도 그에게는 황실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에 결국은 지존의 자리에 오릅니다. 교회 다니는 이들에게는 이 비슷한 게 뭐다? 바로 "하나님"입니다. 독자가 읽어도 참 멋진 충고라고 생각됩니다. 


청춘들에게 들려 주는 충고이니 만큼 가장 절실한 문제가 바로 성(性)입니다. 서로 좋아하고 못살 때 이런 감정이 그저 정신적 교제로만 그치면 참 좋겠지만 사람은 동물이기도 해서 사랑의 욕구는 반드시 육적인 것으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이때 잘 조절하지 못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만한 일이 생깁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이 사회에서 보호받는 결합은 법률혼이며, 사실혼은 많은 한계가 있다." 동거가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아직도 여전히 동거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좋지 않게 보지 않습니까? 특히 저자는 성교를 놓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이 책은 "교회 오빠"가 특히 젊은 성도들(남녀 모두)에게 들려 주는 충고이므로 그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하겠습니다. 


"배우자의 부모는 가족이 아니다(p108)." 과거에는 유교식 대가족이 일반적이었으므로 특히 시부모님들은 며느리에게 부모 이상의 비중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는 이미 부부와 그 어린 자녀 중심의 소가족으로 재편되었는데 "너희들의 부모 세대"는 이 점을 인식 못하거나 이중적인 인식을 가진다고 저자는 매우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특히 후반부의 지적이 정말 정확한데, 본인들은 정작 자신의 시부모에게 전통방식으로 잘 대접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며느리에게는 구시대적인 봉양이나 특별한 대접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모든 불화가 어쩌면 여기서 기인할 수도 있다고까지 저자는 짚습니다. 결혼 하루 전에 파혼(혼수 문제라든가)이라는 불상사가 왜 벌어질까요? 대개는 그 부모들이 상대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다가 마침내 당사자 싸움으로까지 번지기 때문입니다. 


친구도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노는 친구, 친한 친구, 베프(p136)... 그런데 우리는 종종 자신은 베프라고 생각해서 이런저런 걸 은근 기대했는데 상대는 나를 그 정도로까지 생각하지는 않아서 많은 (불필요한) 싸움을 빚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런 단계, 한계를 분명히 설정하고 서로 오해가 없는 선에서만 교류, 소통할 것을 충고합니다.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같은 상황은 사전에 서로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면 많은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한테 에너지를 뺏어가는 자를 경계하라는 충고가 요즘 자계서에 자주 나옵니다. 이 말이 존 고든의 <에너지 버스> 중에서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말로 처음 코인되었다고 이 책 p156에 나오네요. 특히 이런 타입이 상사라면 오히려 대응이 편하다고 저자는 말하네요. 속이 터져도 대체로는 그 상사의 이런저런 요구에 그냥 따르는 게 현실적인 해답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오히려 후배나 부하가 이런 타입일 때가 그 대응이 가장 어렵다고 하네요. 그런데 여기서도 결국은 인간적 진실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게 결론입니다. 에너지 뱀파이어가 특히 직장에 있을 때 마냥 멀리할 수도 없으니 지혜가 특별히 필요한 지점이죠. 


저자는 자동차 개발 엔지니어입니다.(p218) 특히 진로가 고민일 젊은 성도들에게 이 해당 부분에서의 충고는 매우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공업수학을 비롯한 5대 필수 과목이 고체역학, 열역학, 유체역학, 동역학, 정역학인데 모두 몹시 어려운 과목이죠. 2학년 때 들은 공업수학(요즘은 공학수학이라고 하죠)은 거의 백지로 답안을 내기도 했다고 하십니다. 그 기분이 얼마나 참담하셨겠습니까. 그러나 일단 취업을 하면 "이미 완성된 구조해석 프로그램 안에 수치만 입력하면 되는 방식"이므로 큰 지장은 없다고 합니다. 직업은 크리스천에게는 특히 소명(calling)이라는 의의를 가지므로 젊은 성도들은 특히 신중하게 생각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사회 생활이란 결국 이런 조별 과제의 연속이다(p254)." 설령 본인이 매우 잘난 사람이라 해도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과 팀을 이뤄 성과를 내야 하므로 타인과 잘 호흡을 맞추고 그 안에서 본인만의 롤과 위상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타인의 요구와 감정이 무엇인지도 잘 파악해야 조직 안에서 올바르게 융화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또 지역 공동체 안에서 좋은 이웃으로서, 나아가 지구촌의 주민으로서 환경을 깨끗이 보존하고 지킬 의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등 다양한 과제를, 젊은 크리스천의관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할지에 대해 실용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좋은 말씀이 무척 많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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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용 초등 영단어 하루 꼭! 365 - 365일 하루 5단어 암기 습관의 기적 : 교육부 지정 초등 영단어 800 + 주제별 일상단어 500 초등 영단어 하루 꼭! 365
이원준 지음 / 반석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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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양이 많고 어려운 과제라고 해도 하루에 하나씩, 조금만이라도 매일 하면 이게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는 정복이 됩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배워야 할 영단어들이 많습니다. 이걸 펼쳐보는 책으로 된 것보다,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하루에 한 장씩 넘겨 가면서 공부하면 훨씬 쉽게 머리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1부는 교육부 지정 영단어 800개, 2부는 주제별 일상단어 500개로 구성됩니다. 1일차를 보니 단어는 다섯 개가 나옵니다. 부정관사 a, 전치사 about, above, 명사 academy,  명사 accent 등입니다. academy 같은 걸 보면 초등학생에게는 좀 어렵지 않나 싶기도 한데 여튼 이 단어도 "교육부 지정 800" 중 하나입니다. 저희 때에는 above 같은 단어도 중3 정도나 되어서 배웠는데.... 이 단어는 [어바우브] 등으로 읽지 않고 [어버브]로 독특하게 읽죠. 이 책(탁상용 달력처럼 된)에도 한글로, 또 발음기호로 그렇게 나옵니다. 


모든 페이지에는 QR 코드가 함께 나와서 그 단어의 원어민 발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낭랑한 여성 목소리가 나와 단어와 그 뜻을 읽어 주는데 한 분은 원어민이고 한국어 뜻을 읽어 주는 분은 한국인처럼 들립니다. 웹페이지로 이동하여 play 버튼을 누르면 발음이 재생되고, 페이지 상단에는 음원 다운로드 링크가 있어서 독자가 컴퓨터나 폰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4일차 단어를 보면 18번에 against가 나오는데 이 단어의 표준 발음은 [어게인스트]가 아니라 [어겐스트]입니다. 저희 때에는 이 단어를 중1때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단어만 재미없게 딸랑 제시된 게 아니라 테두리에 재미있는 동물 그림이 있어서 어린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도와 줍니다. 5일차가 지나면 단어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복습하는 문제 세트가 나옵니다. 영단어가 제시되고 그 한국어 뜻을 쓰게 합니다. 반대로, 한국어 단어를 제시하고 영단어로 써 보게도 하면 복습이 완벽할 것 같은데 초등학생한테는 그렇게 하면 부담이 좀 되겠죠? 그래도 학부형님에 따라 시켜 볼 만도 하지 싶습니다. 


7일차에는 단어만 나오는 게 아니라 회화 문장들이 제시됩니다. How do you do? Nice to meet you 등 기초적인 회화를 배우게 합니다. 이 역시 QR을 스캔하면 원어민의 발음과 한국어 뜻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들은 영단어를 가르치거나 배울 때 모음의 장단을 무시합니다. 이건 1987년 외래어 표기법 개정 당시 장단을 표기하지 않게 한 영향도 있을 텐데 원어민들은 장단에 따라 성질이 다른 모음으로까지 인식하므로, 아이들한테는 원어민 발음도 같이 듣게 해서 반드시 구별시켜야 할 듯합니다. 9일차를 보면 already 같은 단어를 [올:뤠디]로 발음을 적어 줍니다. [올] 부분이 모음 장음임을 분명히 알려 줍니다. 또 r은 l과 구별되는 ㄹ임을 여튼 가르칩니다. 


우리는 New Orleans 같은 지명을 애써 [뉴올리언즈]라고 쓰고 읽는데 원어민들은 [뉴올린즈]처럼 발음합니다. 12일차에 보면 area라는 단어를 [에리어]라고 표기하는데 이것도 우리가 [에어리어]라고 잘못 읽는 단어 중 하나죠. 48번 around에 대해서는 부사로 "약(=대략)". 전치사로 "둘레에"라는 뜻을 가르치는데 부모님들은 "약"이 정확하게 뭔지 예문을 찾아서 아이한테 알려 줘야 하겠습니다. 


14일차에도 회화가 나옵니다. Bye. Catch you later. 뒤에 "안녕, 나중에 보자"라고 뜻을 달아 주며, later는 [레이러]라고 발음을 달아 줍니다. 아메리칸 잉글리시애서 t가 [d], [r] 등으로 발음이 약화되는 걸 반영한 결과입니다. 


21일차 회화를 보면 May I introduce myself?라고 다소 격식을 갖춘 인사말이 나옵니다. myself의 발음을 [마이셀ㅎ]라고 달아 놓은 게 특이합니다. 발음을 해 보면 그렇게도 들리지만 역시 원어민의 발음을 귀로 직접 듣고 아이가 자기 발음을 만들어나가게 도와야 하겠습니다. How do you do? 같은 인사말도 요즘은 아주 격식 갖춘 상황에서나 쓰는 말이죠.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를 어른들은 어떻게 영작하겠습니까? 이 책에는 28일차에서 I heartily thank you. 라고 나옵니다. with all my heart 같은 것도 같이 알게 하면 좋을 듯합니다. 


31일차를 보면 both가 나옵니다. 이 단어도 저는 중3때 배웠는데... 이 단어는 잘 보면 [보쓰]가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대로 [보우쓰]입니다. 여기서 o 발음이 [ou]라는 걸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diphthong은 네이티브들이 칼 같이 구별하는데 우리만 무시하고 대충 발음하죠. 


67일차를 보면 대화라는 dialogue가 나오는데 -ue가 생략된 dialog도 따로 나옵니다. 117일차에 보면 humor와 humour도 함께 가르치는데 발음이 [유머]가 아니라 [휴:머]인 점도 주의해야겠습니다. different와 difficult는 모습이 비슷해서 저학년 때 보면 매번 헷갈리죠. 이런 단어들을 같은 페이지에 배치해서 한번에 학습하게 한 것도 좋아 보입니다. 기왕 하는 것 diary와 dairy도 같이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128일차를 보면 457번 last는 "마지막"이란 뜻 말고도 동사로서 "지속되다"가 있습니다. 어려운 뜻이니 만큼 아이한테 잘 납득이 되게 가르쳐야 하겠습니다. 155일차를 보면 paint에도 동사로서 "페인트를 칠하다" 같은 뜻이 따로 나옵니다. 


책은 183일차까지 진행된 후 반대 방향으로 틀어서 184일차가 시작됩니다. 양면 인쇄라서입니다. 교육부 지정 800단어는 222일차까지 계속되고, 223일차에는 1주분량 복습, 224일차에는 회화 공부(7의 배수일차에 회화가 나옵니다. 224도 7의 배수이죠), 225일차부터 제2부 주제별 일상단어가 시작됩니다. "노인"은 elderly person이라고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영한이 아니라 한영, 즉 한국어 단어를 먼저 제시하고 영단어를 제시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복습 퀴즈도 한영으로 물어 볼 줄 알았는데 퀴즈는 여전히 1부처럼 영한으로 물어 봅니다. adolescent 같은 단어는 참 초등학생한테는 어렵겠다 싶습니다. 


책이 탁상용 달력처럼 나왔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다가온다는 게 참 좋습니다. 이렇게 보기 쉬운 참고서가 다 나오니 요즘 아이들은 정말 좋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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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63
심짱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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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이제 일부 부유층만의 사치스러운 취미가 아니라 충분히 대중화한 레저로 자리잡았습니다. 회원제 골프장(p75)뿐 아니라 퍼블릭도 많고, 실내연습장도 있습니다. 특히 실내연습장은 접근성과 부지 확보라는 양대 난관을 가상현실 기술로 해결한 결과물이기에 혁신 경제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데 부족함이 없죠. 여튼 이제는 골프에 대해 근거 없는 심리적 장벽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는 게 현실인데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골프를 어려워하거나 심지어 무서워합니다. 물론 골프는 숙련도,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일반인이 일요일에 조기 축구를 즐기듯 그저 아마추어의 취미로 즐길 뿐이라면 아무런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알아야 할 사항만 잘 알고 적정 선의 장비만 갖춘다면 스트레스도 풀고 체력도 다지는 멋진 취미가 될 수 있죠.


p41에는 골프를 즐기기 위해 갖춰야 할 여러 장비가 나옵니다. 이 부분뿐 아니라 이 책은 올컬러 배색에 친근감 있고 한 눈에 잘 들어오는 편집이 단연 일품입니다. p41에는 여성분을 모델로 한 일러스트가 나오는데 장비에 대해 척 봐도 바로 파악, 이해가 될 만한 멋진 그림입니다. 또 요즘, 아니 대략 15년 전부터 일반 여성, 가정 주부들도 부쩍 많이 골프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그런 풍속의 반영이기도 합니다(독자인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린을 누비며 카트를 끌고 아이언을 휘두르는 여성들의 모습은 구경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장비를 처음부터 다 살 필요 없고 요령껏 구입하는 방법은 p85 이하에 잘 나옵니다. 


책에서는 특히 "어려운 골프를 즐기는 골프로 바꿨으면 한다(p26)"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야구에서도 찍듯이 내려치는 스윙이 있고 골프 스윙이 따로 있죠. 이 스윙이라는 게, 못 하는 사람은 동작이 여러 번 끊어지고 효과도 적으나, 잘하는 사람은 깔끔하고 간결하며 비거리도 멀리 나옵니다. 저자뿐 아니라 여러 권위자들이 널리 하는 말이긴 하지만 "몸에 힘을 빼고 스윙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몸에 힘을 뺀다는 게 사실 또 어렵습니다. 힘을 주라는 것도 빼라고 하니 얼마나 쉽겠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막상 해 보면 힘을 빼면서도 팔을 쭉쭉 뻗는 게 세상에서 너무 어렵습니다. 스윙 잘못하다가 허리 나갔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마 이런 건,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습관도 들이고 자세도 잡아야 하는데 특히 골프는 사장님, 이사님들이 하는 운동이란 인식 때문에 중년 이후에 시작하다 보니 저런 모습을 주위에서 자주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골프 스윙은 퍼즐처럼 이어지므로 동작 하나가 잘못되면 다른 모든 게 잘못된다." 그래서 모든 골린이들은 기초를 잘 배워야 하며 어느 하나가 잘못되기 시작하면 그 버릇(의 연쇄, 집합)을 고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자세라는 건 그저 보기 멋있으라고 그런 자세가 나오는 게 아니라 자세가 잘 잡혀야 효과적인 동작이 나오고 결과도 나옵니다. 이런 자세를 잘 잡으려면 실내연습장을 잘 골라야 하는데 일단 상대적으로 저렴한 실내 연습장에서 시작해야 비용 부담 없이 자주 들르며 충실히 연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가급적이면 시뮬레이터(p37)가 있는 실내연습장을 고르라고 충고합니다. 이렇게 해서 실력이 차차 늘면 그 다음부터 실외로 메인을 바꾸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스윙 궤도를 심플하게 만드는 방법은 p158에 잘 나옵니다. 


아이언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골린이들은 이런 것도 어려워하며 뭐가 뭔지 구분도 못합니다. 책 p90에는 아이언의 종류가 그 용도별로 생김새별로 자세히 설명됩니다. 특히 저자는 "아이언들은 추구하는 컨셉이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모든 물건은 그 용도가 정해져 있고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그런 모양을 갖춘 건 다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작은 헤드는 정확성, 콘트롤 면에서 좋고, 큰 헤드는 어디를 맞아도 멀리 갈 수 있지만 콘트롤이 쉽 않다." 마치 야구에서 배트를 짧게 쥐고 멀리 쥐는 것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아이언의 뜻은 저 앞 p35에 잘 나옵니다. 


샤프트의 강도를 표시하는 것도 정해진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약한 건 lady의 앞글자를 따서 L, 그 다음이 레귤러의 R, SR, 마지막이 S입니다. S는 stiff의 약자이며 특히 저자는 골린이의 경우 너무 샤프트를 따지지 말고 "비거리, 방향이 제대로 나올 때 비로소 나에게 맞는 샤프트를 고르라(p107)"고 충고합니다. 샤프트의 뜻은 저 앞 p60에 설명됩니다. 이 책은 이처럼 골프 용어를 책 곳곳에 작은 노랑색 박스를 쳐서 그 안에서 따로 설명합니다. 요즘 "라이(lie)"라는 말도 부쩍 묻는 사람이 늘었는데 이 책 한 권 재대로 읽으면 적어도 그 뜻은 알 수 있습니다. 


어프로치가 참 힘듭니다. "웨지 어드레스는 체중을 왼발에서 계속 유지해야 하며, 그립의 힘은 너무 빼지 말고"(힘 빼는게 무조건 상수는 아니라는 걸 여기서도 확인 가능하죠. 진정 초보가 무조건 힘빼기를 강조합니다) "일정한 힘으로 스윙 내내 유지해야 하며" "백스윙과 팔로 스윙이 대칭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네요(p176).


"드라이버샷에서 똑바로 공을 보내기가 일반 골퍼에게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오른쪽으로만 휘어지는 슬라이스 구질이 나온다고 그걸 극단적으로 교정하다 보면 다시 왼쪽으로만 휘어지는 난감한 일이 발생한다(p185)"고 합니다. 그러니 중용이라는 미덕은 골프 연습에서도 엄청 중요한 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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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의 꿈이 가장 뜨겁다 - 단칸방 문제아에서 인권변호사가 된 구본석의 꿈과 도전, 그리고 응원
구본석 지음 / 문예춘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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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꿈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p96)." 공부라는 게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명언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는 여전히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가장 유력한 길 중의 하나이며, 꼭 수능이다 공시다 이런 걸 떠나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으려면 독학이든 뭐든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거쳐야 합니다. 하다못해 요즘은 룸살롱 사장님도 더 효율적인 업소 경영을 위해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 세상입니다. 노력 없이는 얻는 게 없고, 공부는 그걸 해서 남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머리와 체질 속에 고스란히 쌓이는 자산입니다. 공부가 없는 인생에 어떤 발전 같은 게 있을 수 없습니다.


"변시에는 민사법 과목이 가장 중요하다. 워낙 방대하고 어려운 법이기 때문에....(p78)" 사실 요즘 변시에 대해서는 예전 사시에 비해 엄청 쉽다는 말만 들었을 뿐 딱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예전에 후배 중 한 명이 "혹시 어음법 폐지된다는 게 사실입니까? 하나도 모르는데"라고 하는 걸 들었는데 변호사가 되겠다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법조인이 유가증권에 대해, 그저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법이 폐지되길 기다린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더군다나 유가증권 제도는 일반 민사제도보다도 오히려 연혁이 더 오래된, 인류가 발전시켜 온 편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데 말입니다. 


여튼 저자는 가정 형편도 어려웠던 편이어서 변시 재수라고 하는 건 도무지 생각도 못할 상황이었다고 이 책에 나옵니다. 참 당차고 장한 마음가짐이다 싶었습니다. 여기서 저 민사법 과목 중에는 상법이 포함된다고 하며, 아마도 형식적 의미의 상법이 아니겠기에 요즘 변시에도 유가증권법이 포함되지 않겠나 싶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예전 사시(2차)에도 유가증권법은 그저 명목상으로만 범위에 포함된 거나 마찬가지여서 출제가 잘 되진 않았습니다. 


p50에는 어떤 시사 사건과 관련하여 저자가 대학생 신분으로서 일정 부분 참여를 했다가 엄청난 "폭력"에 시달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은 본래 정치적 대립이 아주 살벌히 벌어지는 데다가, 한번 진영이 다르다고 찍히면 그때부터는 상대를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고 죽기살기의 싸움이 일어납니다. 어린 나이에 그저 대의 명분의 올바름만 보고 참여했다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이제 변호사가 되셨으니 더 넓고 더 자세히 세상과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대하며, 싸움의 방법도 더 가다듬고 날카롭게 벼르시길 바랍니다. 먼저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타인의 인권도 지킬 수 있는 법이겠으니 말입니다. 


"아직 로스쿨이 자리잡지를 못한 상황이어서 한국사회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섬광과 같을 것이라는 분석이 횡행할 때였다.(p26)" 그런데 이미 십 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 로스쿨이 그 평판 문제를 걱정하는 걸 보면.... 현재 민주당은 물론 반대당의 후보도 사시 부활에 대해서는 전혀 입도 벙긋하지 않는 걸 보면 당분간 로스쿨 체제는 쭉 가지 싶습니다. 더군다나 윤 전 총장도 그 가장 친한 친구(이분 부친이 예전 국정원장이자 전두환 때 원내총무 역임하신) 중 한 분이 현직 연세대 로스쿨 교수이니 앞으로도 로스쿨은 별반 위상에 위협을 받지 않고 그대로 가지 싶습니다. 저자는 그런 시절에도 과감하게 선택을 잘하여 비교적 적은 비용(금전적, 시간적)을 들이고 변호사 자격을 잘 딴 것 같습니다. 과연 공부의 신입니다. 


p146에는 공부 방법론이 나옵니다. 특히 수능 준비하는 어린 학생들이 이 부분을 잘 읽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는 오랜 시간 자신을 억제하고 욕구와 충동과 싸우는 기간이기도 하므로 특히 식생활이라든가 수면 시간 같은 걸 잘 조절해야 합니다. 공부의 신은 그저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종합적인 생활 패턴 같은 걸 잘 관리해야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어 듣기가 잘 안 되는 분들은 이 책의 지금 이 파트를 잘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수능 영어 듣기가 객관적으로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닌데(저도 최근에 음원을 들어 봤습니다만) 공부의 신도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 


수능도 그렇고 공시 준비하는 이들은 한창 호르몬이 왕성히 분비될 때 자신을 억누르고 공부를 해야 하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일 것입니다. 이 책 p160에는 운동 관련 언급이 있는데 역시 공신의 체험담이라서 경청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운동의 순기능도 잘 설명되어 있고 이게 다 저자 본인이 직접 겪어 보고 하는 말이라서 귀담아 듣고 새길 게 아주 많더군요. "공익 인권 이슈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고 자신을 잘 이끌어가는 선배 인권 변호사들을 보면 저런 체력이 어디서 나올지 궁금했다(p174)." 아마도 이 저자분의 롤 모델은 현직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남국 씨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체력! 물론 중요하죠. 


p177 이하에는 생각을 생각하고, 그 생각의 생각을 생각하는 활동의 중요성, 이른바 메타인지 능력이라는 게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필수 생존 조건이 되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메타인지 능력이라는 게 그저 "나는 메타인지라는 걸 안다"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의 한계와 인식의 오류, 시국관의 재점검 등 모든 실제 사고와 신념에 대한 근본적 의심의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진정한 공자의 가르침을 터득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입에 올리는 사람은 많아도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더라구요. 앵무새가 아니라 그걸 실제로 자신의 논리와 생각으로 재구성이 가능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더 수양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겸손"이라는 키워드가 p182에도 나옵니다. 메타인지를 (수능) 학습에도 도입하여 내가 뭘 알고 뭘 아직 모르는지 체크하는 과정이 요즘 자계서에 부쩍 자주 강조됩니다. 사실 이게 메타인지의 진정한 뜻인지는 헷갈립니다만 뭐 말 자체는 옳은 말이니까요 그대로 따라해 보면 유익할 듯합니다. 


수능에서 킬러 문제는 보통 수험생의 맹점을 찌르는 문제이다(p238). 정말 맞는 말입니다. 개념을 보고 그 기출 문제를 다시 보면 당연히 포인트가 눈에 띄므로 블라인드 상태에서 풀어야지 개념 강의를 듣고 푸는 건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게 저자의 말이고 지극히 타당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특히 수학의 경우 이른바 개념 강의라는 게 과연 킬러 문제를 푸는 포인트를 제대로 짚기나 하는지 의문입니다. 저자는 성실이라는 덕목을 특히 강조하며, 킬러 문제를 푸는 비결이 설령 있다 한들 인터넷 같은 데 함부로 공개하여 천기를 누설(?)하면 성실히 혼자 노력하는 학생들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겠네요.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보겠습니다. "맨손의 꿈이 가장 뜨겁다" 이미 많은 것을 손에 넣은 이는 그리 절박하지 않습니다. 맨손일 때라야 가장 꿈이 뜨겁고 또 아름답기도 합니다. 어떤 노력이라는 게 꼭 결과가 생겨야 뜻깊은 건 아니고, 그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독자들도 따라 노력하여 저자처럼 성공하면 물론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인생의 참뜻은 다른 데 있을 수도 있으니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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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박시은 지음 / 아이콤마(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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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의 추억 중에는 성인이 되고 난 후 평생을 살아갈 자양분이 될 만한 것도 있고, 반대로 그때만 떠올리면 위축되면서 잘 되어가는 일도 가로막을 듯한 악몽 같은 체험도 있기 마련입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좋은 기억, 행복한 추억만 갖고 살 수는 없고, 좋지 않은 일을 겪었다 해도 결국은 자신이 스스로 극복하며 성숙해져야 합니다. 


어린 학생들도 학연(...)을 따질까요? 저자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같은 초등학교 출신들끼리 모여 다니며 다른 출신을 배척하는 통에 고생을 한 기억을 털어놓습니다. 일부러 씩씩하게 학교를 다니려고 노력했고 반장에까지 뽑혔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주인공을 밉게 본 특정 초교 출신들이 "미친O"같은, 그녀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설까지 퍼부은 것입니다. 바로 다음 장에는 주변에서 부추기는 통에 괜한 허세를 부린다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가 다친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한 느낌을 말하자면 어린 시절의 이 작가분께서는 튀는 걸 좋아하는 기질이 좀 있긴 하셨던 것 같습니다. 자신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도 없는데 구태여 쫓아와서까지 욕을 퍼붓는 그 아이들이 물론 나쁘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본래 남과 다른 행동을 하는 개인을 무척 미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 피해의식에 찌든 불쌍한 인생들이 가재는 게 편이라고 작당을 하여 저지르는 못난 짓거리이지만,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적응을 할 필요가 있고, 다만 선을 넘었다 싶으면 단호하게 저항을 해야겠죠. 


"그 많던 총명한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국 사회가 여성 인재를 잘 대접해 주지 않는 경향도 물론 있겠죠. 작가는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녀를 보니 세월이 많히 흘러 젊은 시절의 총기는 간데없고 "안경으로 가릴 수 없을 만큼 빛나던 눈빛은 어느새 많이 흐려져 있었다.(p56)"고 합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뒤에 나옵니다. 제사 수수료... 글쎄 그게 정말 제사 대행 업체 정도 같으면 괜찮은데, 알 수 없는 토착 종교 단체라면 문제가 심각해지죠.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세요?" 이거라면 뭐 99%입니다.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 에릭 시걸의 통속 티어저커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나이 든 세대들 사이에서는 코팅한 책갈피 등에 사랑의 정의(definition)를 적어 둔 아이템이 유행한 적 있었다고 하죠. 작가님은 "사랑은 말이야... 눈물이야."라고 사랑을 정의한 어느 친구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한때 사랑했으나 너무 변해 버린 상대를 보고 눈물을 주체 못할 만큼 슬플 수도 있기에 사랑이 곧 눈물이라는 걸까?" 얼마나 슬펐으면 이런 생각이 다 드셨겠습니까만 다소 논리의 비약 같기도 하네요. 


"OO는 용서가 되어도 머머리는..."이라는 드립이 있습니다. 그만큼 젊은 층 사이에서는 탈모가 고민이라는 뜻인데요. 유전보다 요즘은 환경 오염이나 스트레스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p77 이하에는 인방을 하다 드디어 "얼굴을 깐" 어느 분이, 얼굴만 깐 게 아니라 자신이 탈모라는 사실까지 고백하며 순식간에 5,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외모를 드러낸 이야기가 나옵니다. 많은 구독자들이 충격을 받았겠지만, 제 생각에 그분은 인방의 본질이 뭔지 아는 분 같습니다. 결국 세상에는 비밀이 없고 사람들은 솔직한 소통(p310)에 환호합니다. 치명적인 결함(탈모 말고요)이 있어도 이걸 팬들 앞에서 솔직히 까는 그 용기가 얼마나 대단합니까. 또 그분은 자기 방송을 즐겨 봐 주는 이들 앞에 아무것도 안 숨기겠다는 그 진정성을 그런 식으로 증명한 겁니다. 대중이 뭘 원하는지 아는 분이란 거죠. 


이 책에는 특히 친구 U라는 분이 자주 언급됩니다(그 정체는 사실 책 맨처음에 나옵니다만 저는 못 보고 지나쳤다가 책을 중간쯤 읽어갈 때쯤에 비로소 눈치챘고 나중에서야 확인했습니다). 저 위에 뛰어내리다 다친 이야기 속에도 U가 나오죠. 여튼... 왜 어떤 사람은 같은 행동을 해도 에너지가 더 빨리 소모(p86)될까요? 제 생각에는 그만큼 더 진지하고 더 솔직하고 더... 정확한 의사 표시나 행동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안 그런 사람은 대충 말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상대 배려를 안 하니까 힘이 덜 들며, 거꾸로 자기 스트레스까지 해소하니 힘이 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뺏어갑니다. 


이런분들이 좋아하는 게 또 손편지(p146)인데 예전 분들은 교환일기도 썼죠. 제가 아는 친구 누나도 그 친구분하고 교환 일기를 쓰시던데 참 좋아 보였습니다. 손편지는 물론 친구 사이뿐 아니라 부모님께도 쓰곤 하는데 작가님 부모님은 ㅎㅎ 참 좋으신 분들 같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일정 나이 이상의) 자녀에게 편지 받는 걸 민망해하시는데... 물론 아들과 딸은 또 다르긴 합니다만. 참고로 저자는 책날개에 나오는 대로 1990년생이십니다. 


요즘은 나이 든 이들도 흑발 외 염색을 자주 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나이 든 남성이 염색을 하면 배달 일, 공사장 일 하는 분들, 혹은 중국에서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정부 고관을 지낸 이들도 짙다 못해 붉은 브라운으로 머리를 물들이는 걸 흔히 봅니다. p236에는 처음 염색을 해 본 작가님의 느낌이 나오는데 무엇이든 처음 해 보는 건 그만큼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이 느낌도 친구분 U(!)께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표현합니다. 너는 파란색, 나는 빨간색.... 하긴 저도 어렸을 때 친구를 다시 만나 아무 생각 없이 즐겁던 동심으로 돌아가 갖가지 기발한 놀이를 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듭니다만. 


사람 머리 색이 한 가지라야 한다는 법이 없듯.... 작가님은 대학교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시 창작 실기 시간을 꼽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육필로 과제를 쓰라고도 하고, 어떤 교수님은 워드프로세스로 처리한 것 외에는 안 받는다고도 합니다. 펜으로 쓰는 건 청색 아니면 흑색이어야 하죠. 그런데 저 교수(등단 시인)님은 왜 한 가지 색깔로만 쓰냐고 했답니다. 누구는 빨강, 누구는 파랑... 어쩌면 시는 그 쓰는 펜의 색깔로도 그 마음과 의도를 표현할 수 있는 거고, 크로스오버의 시대에 애초 그림과 시가 구분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웬만한 독자들은 다 눈치채겠으나 U는 학창 시절, 혹은 지금의, 특정한 어느 친구(성이 엄씨인 분?)만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물론 어느 한 친구분의 비중이 좀 클 수는 있겠으나 결국 인생에서 만난, 기억에 특히 남을 만한 친구라면 모두 U 안에 들어가겠으며 나아가 이 책을 공감하며 함께 읽는 독자 모두가 U입니다. 이제 책 제목을 다시 보죠. "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추억 속에서 여전히 빛나는 눈을 한 친구들 모두가 그 "너"이며 YOU이고 또 우리 독자들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벗들에게서 빛의 속성을 발견하면 우리 역시 그들의 추억 안에서 환히 빛나는 빛이 되지 않겠습니까. "나도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고 있는 이름일까(p256)."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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