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엄마랑 금융쇼핑하자 - 금융전문가 엄마와 함께하는 신나는 자녀 경제공부
윤상숙(금쇼맘)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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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대 사회에서 어쩌면 사회 성원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은 경제 관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 LG에너지솔루션이란 회사의 주식이 공모 신청을 받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큰 돈을 (남들 따라) 증거금으로 맡기고서도 정작 어떤 방법으로 내게 몇 주나 배당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물론 절차에 따라 주식은 배정되고 잔액은 정확히 신청인의 계좌에 환불이 되기에 걱정할 건 없지만, 이런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남들 따라 몰려다니는 건 어찌 보면 딱한 일입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부터 올바른 금융 상식, 개념을 잘 가르쳐야 어른이 되고 나서 당황하거나 혹 큰 손해를 보는 일이 없지 않겠나 생각도 해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요즘 어린이들은 좋겠다. 이처럼 쉽고 깔끔하게, 보기 좋게 쓰인 책을 먼저 엄마가 읽고, 그 엄마가 아이들한테 가르쳐 줄 수도 있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금융 공학은 학문 분야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사실 "금융"이라는 한자부터가 무척 어렵습니다) 머리가 꽤 좋은 이들만이 전공으로 택하는 분야입니다. 그런 어려운 내용을 이렇게 쉽게 설명하다니... 한편으로 감탄도 나오고 다른 한편으로 원래 이처럼 쉬운 내용이었다면 아예 이참에 기초를 잘 닦았겠다 더 깊이 파고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더군요. 그래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는 말고, 일단 내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말들의 뜻이나 알고 그런 제도나 상품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나 확실하게 이해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붙여 주는 게 아이한테 무척 중요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집안 형편과 무관하게 일단 시간이 나면 파트타임 잡을 갖고 용돈부터 좀 번 후 사고 싶은 걸 사는 게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런데 부모님께 받는 용돈이라든가 자신이 번 돈 중 일부를 체계 있게, 규칙적으로 저축을 한다면 이는 세월이 흐른 후 기대보다 훨씬 큰 돈으로 덩치를 불렸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돈 불리는 재미가 있다는 걸 어린 시절부터 알게 해야 합니다. 책 p56 이하에는 저자께서 재무 컨설팅을 해 오신 경력을 살려 자신의 두 자녀인 연진, 연수 둘에게 어떻게 체계적인 플랜을 세우는지 하나하나 가르치는 과정이 나옵니다. 가상의 예가 아니라 바로 저자님의 자녀들을 예로 들었기에, 아마 이 나이 또래 자녀를 둔 학부형들에게는 바로 체감되는 어떤 가르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출 항목 중에 "기부"도 있다는 점 주목하십시오. 요즘은 ESG의 시대라서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기본으로 수행하는 시대입니다. 


p112를 보면 역시 저자님이 경력이 경력인지라 보는 눈이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아이한테 위인전을 읽히는 것도 좋고 만국기를 외우게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아예 어렸을 때부터 세계 100대 기업을 알게 하고 각각 무엇을 만드는지, 어느 나라 소속인지(다국적, 초국적도 물론 있지만) 알게 하면 참으로 유익할 것 같았는데 이 책에서 그걸 바로 실천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기업도 부침이 있어서 10년 전 세계를 호령하던 기업이 지금은 간데없어진 경우도 있고, 존재도 모르던 기업이 세계 10권으로 껑충 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걸 잘 알아서 유익한 첫째 포인트는 바로 주식 투자입니다. 시가총액이 뭔지도 가르치고, 한때 아주 싼 가격이었던 주식이 세월이 지나 가격이 크게 올라 주주들을 배불리는 사례를 소개해 주면 아이들이 투자에 관심을 높일 것입니다. 워런 버핏도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여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기업에 대해 배우다 보면 장래희망도 미래 비전에 따라 저절로 싹틉니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의 직업은 현재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AI에 의해 대체되리라는 전망도 우세합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의 직업도 게임 개발자, 웹 디자이너, 보안 전문가, 코딩 교육자 등으로 더 다채롭게 조망될 필요가 있죠. 지금은 그런 전망이 나오는 정도이지만 세상은 우리 예상보다 무섭게 빨리 바뀝니다. 어느새 현실이 된 걸 보고 당황할 게 아니라 미리 선취하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도 금융 지식에 대한 교육은 절실히 필요하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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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쉽게 배우는 유치원 수학 받아내림 - 4~7세 예비초등 수학 10
가게야마 히데오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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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셈 받아올림 과정이 무사히 잘 자리잡았다면 마지막 고비가 "받아내림"이겠습니다. 혹 누가 "받아올림이 잘 이해되었는데 받아내림이 뭐가 어렵겠어?"라고 한다면, 이런 말은 허세에 가깝다고 해 주고 싶습니다. 받아올림도 그리 쉽게 이해되는 "테크닉"은 아닙니다. 그런데 받아내림은, 기술적으로는 받아올림의 역과정 정도이지만, 과연 아이들한테 그리 쉽게, 매끄럽게 이해가 되는 과정인지는 의문입니다. "왜 그렇죠?" 라고 반문하는 아이가 솔직한 것이며, 다만 이 교재를 보고 "아~~~"하며 쉽게 아이가 받아들인다면 일단 부모님은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당연한 걸 했을 뿐이라고 덤덤히 넘어가지 말고 칭찬해 줄 건 칭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역시 가게야마 선생 식의 특이한, 그러나 지극히 타당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받아내림의 본질을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p20에 나오듯, 11에서 9를 빼면 왜 2가 될까요? 가게야마 선생님은 일단 10에서 9를 빼게 합니다. 결과는 일단 1입니다. 이 1을 일단 써 놓고, 앞의 11에서 일자리 수 1을 가져 옵니다. 이 둘을 더하면 2입니다. 11 빼기 9 하고 결과는 같습니다. (p20의 내용)


두 수가 모두 1이니 헷갈릴 만합니다. 이번에는 12에서 9를 빼 보겠습니다. 앞과 같은 방법으로 1) 먼저 10애서 9를 뺍니다. 그럼 1이 되죠. 2) 이번에는 12에서 앞의 1을 지우고 일자리수 2만 취합니다. 그럼 이걸 3) 앞의 1과 더합니다. 1 더하기 2는? 3입니다. 이 결과는 12에서 9를 뺀 결과 3과 같습니다. 


이런 절차는 사실 우리 어른들이 순간적으로 12에서 9를 뺄 때 생각의 순서와 같습니다. 다만 어른들은 생활 속에서 이 절차를 무수히 해 왔기에 거의 의식도 안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절차를 차근히 밟게 한다는 게 차이일 뿐입니다. 이렇게, 특히 이 가게야마 시리즈의 앞 권에서 열심히 배워 온 방법과 연결을 시켜 시각적으로 친숙하게 만든 후에 아이 머리 속에 정리시킨다는 게 가장 좋은 점입니다. 시각적 이미지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번 받아들인 후 잘 까먹질 않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면 비슷한 유형 반복 연습을 따로 시킬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시키는 편이 좋긴 합니다. 단 아이가 지루해하면 구태여 반복 연습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교재에 나온 연습문제만 시켜도 충분하죠. 


59페이지까지 어지간하면 이런 유형은 아이가 다 정복했을 것 같지만 혹시 헷갈릴까봐 p60에서 다시, 18 빼기 9 같은 걸 시켜 봅니다. 이 뺄셈은, 가게야마 시리즈 초등수학 교재에서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이가 초등학교 진학 후에 시켜도 될 것 같고 지금은 이 정도만 해도 되겠네요. 단, 초등 교재를 공부할 때 잠시 이 유치원 교재로 돌아와서 "너가 예전엔 이렇게 풀었어"라며 기억을 환기해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p82에는 문장제 문제가 나옵니다. 그리 난도가 높지 않으므로 아이가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면 기본 유형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문제를 어떻게 숫자와 식으로 바꾸는지도 차분히 가르쳐 줘야 하겠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아무리 난도가 낮아도 일단 문장제만 나오면 긴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건 지능 문제가 아니라 심리 이슈이므로 일단은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게 좋다고 생각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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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쉽게 배우는 유치원 수학 뺄셈 - 4~7세 예비초등 수학 8
가게야마 히데오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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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뺄셈은 덧셈보다 어렵습니다. 이 교재를 고르신 학부형들께서는, 혹 아이가 덧셈은 잘한다는 판단이 되더라도, 가급적이면 시리즈 직전 권인 ⑦덧셈편을 먼저 공부시킨 후 이 ⑧권으로 넘어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가게야마 선생은 덧셈과 뺄셈을 같은 원리에 의해 학습시키며, 적어도 뺄셈의 원리가 덧셈의 원리와 통한다는 걸(=같다는 걸) 아이한테 무의식중에 이해시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알기 쉽게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는 그저 책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가면 되며, 어른들은 교재에 아주 세심히 배치해 놓은 갖가지 표나 그림, 혹은 알고리즘(?) 속의 가게야마 선생의 의도가 무엇인지 한 번 정도는 혼자서 추측해 보았으면 합니다. 사실 어른이 끼어들 필요도 없을 만큼 쉽게 되어 있기는 하나, 기왕이면 저자의 의도를 알고 아이와 더 밀접히 소통하면서 가르치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뺄셈의 원리가 납득 안 되는 아이한테 가장 직관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은 하나하나 지워 나가는 것입니다. p44를 보면 가게야마 선생 역시 가장 직접적인 지시 방법을 써서, 연필로 갈색 비스킷의 수를 지우는 방법으로 답을 구하게 합니다. 지울 때 하나하나 체크 표시를 하면서 지워도 되겠으나 책에서는 한 줄로 지우고 있습니다. 학부형들께서는 한 줄로 지울 때와, 하나하나 사선으로 지울 때 어떤 차이가 있을지 아이의 반응을 섬세하게 체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아이가 편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쓰고, 나중에 그것이 결국은 아무 차이가 없음도 서서히 이해시키면 되겠죠. 


가게야마 선생은 불규칙적인 뺄셈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먼저 앞에 나오는 수, 즉 뺌을 당하는 수를 고정시킵니다. 예를 들어 6 빼기 1, 6 빼기 2, 6 빼기 3.... 하는 식으로 앞 수를 고정시키면, 뒤의 빼는 수가 변함에 따라 그 결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아이가 스스로 관찰하게 하는 겁니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듯 보여도 아이한테는 논리의 비약 없이 이걸 납득시켜야 더 복잡한 과정도 이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허들이 높은 유형은 "10에서 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과정이 무난히 마무리되고 나면 1칸 뺄셈, 3칸 뺄셈, 5칸 뺄셈 등으로 넘어갑니다. 이처럼, 칸을 질러 덧셈, 뺄셈을 공부하게 하는 과정이야말로 가게야마 시리즈의 꽃이라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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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쉽게 배우는 유치원 수학 덧셈 예비초등 수학 7
가게야마 히데오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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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가게야마 히데오 선생님이 쓰신 초등수학 교재 두 권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그 교재들은 세 자리, 혹은 네 자리 수 뺄셈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책이었습니다. 선생은 실제로 이런 뺄셈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지도해 보고 그들을 대상으로 효과를 확실히 낸 방법을 체계화했는데, 독자인 저도 아이들에게 시켜 본 결과 이런 식으로 하면 적어도 뺄셈을 어려워할 수는 없겠다는 어떤 확신 같은 게 들었습니다. 


이런 방법은 철저히 애들, 그것도 수학을 어려워하는 애들 눈높이에 맞춘 방법이라서 특히 효과가 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들한테 뭘 가르칠 때 가장 나쁜 방법은, 아이들이 어른 말을 바로 이해 못 한다고 해서 짜증을 내거나 억지로 주입시키는 방법입니다. 물론 수학은 실제 손으로 푸는 계산을 반복해서 시키긴 해야 합니다. 그러나 "원리"를 확실히 이해한 후 반복을 해도 해야 하며, 아무 이치도 모른 채 어른이 강요하는 대로 뭘 반복하는 건, 이게 공부가 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가게야마 선생의 책은 확실히 아이들에게 친절한 교재입니다. 아이들에게 친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교재는 높이 평가되어야 하겠는데, 교재 시리즈의 장점은 그것뿐이 아닙니다. 


지금 이 책은 유치원 수학 중 덧셈입니다. 유치원, 그것도 덧셈이라고 하니 이게 얼마나 쉬울까 생각한다면 그것부터 오산입니다. 아이들, 유치원생에게는 이 역시 처음 접하는 도전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 난 다른 친구들처럼 척척 보자마자 잘해내지 못하는구나" 같은 좌절감을 심어준다면 벌써 그 아이 앞날에 먹구름을 어른이 끼게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더 세심하게 접근하되, 아이 본인이 그 원리를 마음으로부터 납득하게 도와야 합니다. 


덧셈에 앞서 일단 아이가 수를 세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하는데 p36을 보면 컬러 블록을 통해 한 개, 두 개 하는 셈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잘 가르칩니다. 가게야마 시리즈가 다 그렇지만 올컬러입니다. 그러니 설마 그림이 흐릿하다거나 해서 아이들이 헷갈려할 일은 없지만, 이 그림에는 그 이상의 배려가 숨어 있습니다. 


가게야마 선생은 덧셈과 뺄셈을 가르칠 때 일차원 직선의 셈이 아니라, 거의 언제나 2차원 표를 사용합니다. 이 덕분에 아이들은 하나 둘 셋 하고 세는 숫자가 일차원이라면 셈(연산)은 이차원에 해당한다는 걸 감각으로 익히게 됩니다(물론 일차원 이차원 하는 어려운 말은 당연히 몰라도 되며, 감각적으로 그걸 익힌다는 뜻입니다). 


두 수를 더해서 합이 4보다 작거나 같은 수는 아이들이 사실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도 잘해냅니다. 가게야마 선생은 여기에 아마 착안하여, "왜 아이들이 그 합이 5보다 커지는 셈부터는 서서히 어려워할까?" 를 고민한 것 같습니다. 가게야마 선생은, 아이들이 이 5 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덧셈부터는 뭔가 구조가 다르다고 막연히느낀다는 걸 포착했는지, 5를 기준으로 해서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덧셈은 별개의 표를 통해 접근하게 합니다. 물론 아주 쉽게 고안한 방법이므로 어떤 아이라도 이처럼 길을 잘 깔아 주는데 어려움을 느낄 리 없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이처럼이나 맞출 수 있다는 자체가 아름다운 교육자의 마음이며, 그 기발한 착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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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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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는 아마 니진스키의 발레 작품으로 가장 유명할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그 작품은 스테판 말라르메의 이 시집이라는 원작이 있었고, 이 책 기준으로는 p84부터 전개되는 <목신>이란 파트가 따로 있습니다. 


또 이 책은 그 유명한, 야수파의 기수 앙리 마티스가 직접 그린 단색화 여러 점이, 출판 당시의 모습대로 수록되었습니다. 터치가 매우 간략하기에 그 의도는 바로 짐작하기 어려우나, 말라르메의 특정 작품과 나란히 붙여 놓은 것들은 독자가 보고 곰곰히 생각해 볼 만합니다. 선이 워낙 간략하기에 그만큼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겨 재미있습니다. 어쩌면 말라르메의 시들도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사는 것도 악마처럼 살았고 시풍도 그러한 말라르메의 작품 중 "성 요한의 송가"가 있는 건 의외로 느껴집니다. 이 성 요한은 아마 존 더 뱁티스트, 즉 세례자 요한 같습니다. 시의 맨 마지막 행 "내 머리는 침례를 받고" 같은 구절 때문입니다. 


"불가사의한 정지 상태로 고양되었던 태양은 곧 다시 하강한다" 이 다음 행이 "이글이글 타오르면서"입니다. 이렇게 무섭게 타오르는 게 한때나마 정지 상태였다는 게 불가사의하며, 여전히 타오르는 게 이제는 내려온다는 게 역시 이해가 안 됩니다. 시인은 이를 두고, 그 뜨거운 정열을 주체 못 했던 세례자 요한이 마치 열기를 식히기라도 하려는 양 침례의 화신이 되었다고 표현하려는 것 같습니다. 


"낫의 칼날"은 그 서슬퍼렇던 예언자의 직언, 저주, 예언 등을 가리키는 것도 같고, 칼날 하에 잘려 쟁반에 담겨 요녀의 앞에 바쳐졌던 그의 머리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불꽃 같이 살다 불꽃 같이 져버린 위대한 예언자의 삶, 아마 말라르메는 광인과도 같았던(그러나 동시대인들로부터 외경의 대상이었던) 그의 삶을 보며 묘한 동질감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허나 세례자 요한은 모르긴 해도 대단히 금욕적인 위인이었겠고, 그런 자제와 절도로부터 단호하게 음녀(헤로디아)를 꾸짖는 힘이 나올 수 있었던 반면 말라르메는 적어도 성적인 면에선 남한테 그리 내세울 게 많지 않았습니다. 목신인 판 역시 왕성한 그것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마티스의 간략한 단색 삽화도 빛(?)을 발합니다. 뭔가 나른하고, 그러면서도 욕구에 가득한.... 


"오 고요한 시칠리아 늪의 기슭, 태양을 질투하는 내 허영심이 너를 약탈..." 아마 이 구절에서 "약탈"은 원문에서 다른 뉘앙스를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늪이니 태양이니 하는 단어들도 다른 심상을 자극하고요. 맞은편의 삽화 중에서 상당수의 인물들은 아마도 여인이지 싶고 그 짐작은 신체의 윤곽으로부터 가능합니다. 어떤 이는 엉덩이에 꼬리가 달린 듯도 하고 입에 긴 담배를 물고 있는 듯도 합니다. 부디 그것이 그저 담배이길 바랍니다. 


"할 수 없지! 다른 여자들이 내 이마의 뿔에 머리채를 감고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주리라" 바로 앞 페이지에는 어디가 상체미며 어디가 하체인지 모호한 어느 몸이 나옵니다. 언제나 음욕에 가득한 판은 이 순간 님프들에 이끌리는 수동적 존재입니다. 사실 욕망에 지배당하는 그는 단 한 번도 능동적인 적이 있었을까 싶은데 바로 이런 자신을 냉소하듯 "재능으로 길들인 속이 빈 갈대(p86)"란 말이 나오죠.


모든 작품들이, 마치 백아와 종자기처럼 서로를 이해했던 벗인 마티스의 기묘한 삽화 덕에 그 의미를 더 풍성히 갖는 듯합니다. 이 에디션을 읽기 전 우리는 결코 말라르메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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