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왕국 신라의 운명을 바꾼 사람들 - 기로에 선 천년 왕국 신라를 이끌었던 주인공들
이부오 지음 / 역사산책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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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는 외세의 힘을 업고 여제 양국을 멸망시켰으며 나중에 당나라의 뒤통수까지 쳐서 얍삽하게 한반도 남부를 통일했다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사 각론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이런 선입견은 그다지 단단한 근거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또 신라가 어설프게 통일을 자칭했으나 대동강에서 원산만에 이르는 국경 이남조차 제대로 통치 못 하고 군웅, 초적 등의 무리에 휘둘리다 대혼란의 후삼국기를 맞아 갖은 능욕만을 당한 줄 알지만, 적어도 진성여왕 이전까지는 지방에 대한 통제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고 통치술이 뛰어난 군주도 제법 자주 출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망하는 게 필연이었던 형편 없는 국가가 결코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성덕왕에서 경덕왕에 이르는 시기가 보통 신라의 전성기였다고 국사 교과서에서 배웠습니다. 불국사, 석굴암, 에밀레종 등이 모두 이 구간에 만들어진 문화유산이죠. 그런데 경덕왕을 이은 혜공왕이 문재였습니다. 혜공왕에 대해 사서에서는 "행동이 여성스럽고..." 등의 평가를 해 가며 부정적인 인상을 지웁니다. 그런데 물론 오늘날에도 남성이 여성스러운 언행을 하면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 일쑤이겠습니다만 그게 왜 왕으로서 자격을 떨어뜨리는 기준, 혹은 전형적인 표현 방식이 되는지는 의문이죠. 여성적인 행각을 보인 군주로서 유명한 사람으로는 로마 제국의 헬리오가발루스 같은 이가 있겠는데 이 사람은 정도가 심한 성 도착자로서 혜공왕을 이런 사람한테까지 비교할 건 아니겠습니다. 


선덕왕을 보통 내물왕계가 다시 왕통을 이은 처음 군주로 꼽으며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이 군주의 재위기부터 신라 하대의 시작으로 꼽습니다. 선덕왕의 이름(휘)는 김양상이며 이 사람은 즉위시 김경신의 도움을 크게 받았기에 그를 시중으로 삼아 크게 썼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가 유명한데 선덕왕이 승하하자 처음에는 무열왕계로서 더 정통성이 있던 김주원이 왕위를 잇기로 분위기가 모아졌으나 큰 비가 내려 교통이 어려워지고 마침내 김경신이 왕통을 계승했다는 것입니다. 김경신이 바로 원성왕입니다. 


원성왕은 독서삼품과를 시행한 왕으로 유명한데 관직을 객관화한 시험과 실적에 의해 분배하는 건 그만큼 왕권이 강화되었다는 뜻입니다. 국사 교과서에서도 그런 취지로 가르치며, 신라 하대라고 하면 벌써 나라가 망조가 든 듯한 선입견이 있으나 벌써 이런 조치만 봐도 왕권의 쇠퇴가 그리 심각한 게 아니었다는 방증인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원성왕은 자녀를 꽤 많이 두었는데 신라 하대의 대혼란은 바로 이 원성왕의 아들, 손자들끼리 벌인 골육상쟁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적정선에서 교통 정리만 잘 이뤄졌다면 오히려 원성왕계라는 새롭고 강력한 왕통 하나가 신라라는 국가를 완전히 중흥시킬 수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역사란 그저 필연의 정교한 연쇄반응 같아도 사소한 우연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줄기를 정반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그저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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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참모실록 - 시대의 표준을 제시한 8인의 킹메이커
박기현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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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물의 그릇이라는 걸 종종 평가하곤 합니다. 저 사람은 머리는 좋으나 결국 누군가의 참모밖에 못 될 그릇이라거나, 저 사람은 반드시 사람을 두루 거느리고 큰 일을 해낼 재목이라거나... 그런데 참모라는 게 결코 낮잡아 볼 역할이 아니며, 우리들 대부분은 참모로서나마 누군가에게 유익하게 쓰일 재목도 못 됩니다. 또 <삼국연의> 같은 데서 가장 매혹적으로 등장하는 게 순유, 순욱, 곽가 등 천하의 대세를 읽는 천재 참모들이며 이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제아무리 날고기는 조조라 한들 황조 개창의 대업(찬탈?)을 이뤘을지 의문입니다. 어쨌든 그는 적어도 화북 일대의 통일과 안정을 기하여 많은 백성들의 삶을 윤택, 안정케 한 공이 있습니다. 


맹사성은 태종과 세종 두 분 임금을 섬긴 재상이었으며(정확하게는, 재상을 지낸 건 세종 연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참모 하면 바로 떠오르는 벼슬인 승지를 역임한 적은 없습니다. 반면 황희는 태종 밑에서 박석명의 뒤를 이어 도승지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여튼 저자는 이른바 "킹메이커"라는 관점에서 이들을 참모의 부류에 넣고 있죠. 맹사성은 특히 고려-조선 교체기에 활동한 인물이므로 이렇게 평가될 소지가 충분합니다. 


오리 이원익은 아주 키가 작았다고 하죠. 청렴했던 재상으로도 유명합니다. 우리가 조선 시대 높은 벼슬을 지냈다고 하면 대개 공부만 한 분들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원익은 한문에만 능했던 것이 아니라 입으로 말하는 중국어 회화에도 달통하여 따로 밑에 실무자를 둘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높은 사람은 이 정도가 되어야 하며 세부 사항을 아랫사람에게만 맡기는 지도자는 결국 패착을 저지르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지는 않으나 서애 류성룡이나 범옹 신숙주 등도 그 인품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실무"에 대단히 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과거 시험 자체가 시무(時務)에 대한 주제를 주고 논술하게 하는 시험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장곡 김육은 대동법을 시행하려 평생을 헌신한 재상으로 유명합니다. 원래 공납은 각 지역의 특산물을 바치는 백성의 의무로서 본래의 뜻은 그 지역에 흔한 산물을 바침으로써 조세 부담을 덜어 주려는 것이었으나 이것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완전히 변질되어 버립니다. 악덕 상인들이 농간을 부려 물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백성의 고혈을 빠는 수단으로 떨어집니다. 이걸 두고 김육은 미곡으로 일원화하여 납부하게 하였으며 그것도 인두세나 호구 징세 방식이 아닌 토지세 형식으로의 전환까지 꾀했습니다. 자연 반발이 거세게 일었으며 대동법이 정착하기까지는 무려 한 세기가 걸렸으나 그렇게나마 제도로 자리잡은 데에는 장곡의 공이 컸습니다. 그는 또한 한국 최고 명문 성씨인 청풍 김문의 큰 어른이기도 하며 이 가문에서 나중에 숙종의 모후 명성왕후가 나옵니다. 다만 이분은 성정이 드세어 그 유명한 "대비를 조관하라"는 윤휴의 상소가 나오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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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상수록
이항로 지음, 강필선 옮김 / 문사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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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로 선생은 우리나라 위정척사학파의 거두이며, 특히 흥선대원군 집정기에 양이(洋夷)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주장하여 전국 유림의 큰 공감과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의 학설이 주리론(主理論), 이원론 계열이기에 혹시 퇴계나 남명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을까 착각하는 이들도 있으나 엄연히 노론계입니다. 그의 근거지도 경기지방이었기에 기호학파의 큰 맥을 따르는 분으로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남인이라고 해서 다 천주교를 신봉한 건 아니었으나 이항로의 당색은 노론이었기에 남인세력과 상당 부분 연계된 천주학 세력에 대해 그가 유독 단호한 태도를 취했던 건 그의 입장에서 보아 당연한 스탠스입니다. 


역자 강필선 박사는 특히 이 화서 이항로의 학문 세계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분으로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라 할 만합니다. 특히 저자는 이항로의 모화사상, 명분론을 그저 맹목적으로 사대(事大)하는 무리들의 시대에 뒤떨어진 입장과는 크게 차이난다고 규명하였으며, 우리가 구한말 유림 유생이라고 하면 변화하는 세태에 무작정 눈을 감고 청나라를 숭배하며 서양 문명을 배척하는 꽉 막힌 무리들이라 여기는 선입견에 대해 정면 도전하는 입장입니다. 


한국의 성리학은 조선 중기부터 크게 퇴계의 주리론 이원론 계열과 율곡의 주기론 일원론 계열로 나뉩니다. 리(理)와 기(氣)가 서로 분별되며, 따라서 군주와 신하의 법도가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으며 신하는 군주에 대해 절대적으로 충성해야 한다는 게 대체로 조선 주리론 계열의 결론입니다. "근본적으로 둘이 다른 면이 있기에" 리와 기를 많이 구별한다는 점에서 이원론입니다. 반면 율곡 계열은 기(氣)를 보다 중시하며 유학이 불가 등과 근본적으로 차이 나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만약 지나치게 리를 중시하면 결국 불가 등과 차이가 없는, 주관적 관념론으로 흐르게 된다는 게 주된 입장입니다. 율곡이 기호학파를 이끌었으며 퇴계는 나중에 남인이 주가 되는 영남학파 계열입니다. 


양측이 이런 입장이었기에 현종 때 벌어진 예송에서 송시열 등은 임금의 도와 사대부의 예가 다를 바 없다 하여 기년복(1차 기해), 대공복(2차 갑인)을 각각 주장했고, 남인 측은 참최복과 기년복을 각각 주장하여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또 회니시비가 숙종 연간에 일어나며, 나중에 나오 인물성동이론 논쟁 역시 비록 노론 내부에서 분화된 다툼이긴 하나 근원적으로는 이원론과 일원론 사이의 대립입니다. 조선 유학의 막을 내리게 되는 중요한 시기에 화서 같은 천재, 거인이 나타나 학문적으로 뚜렷한 입장을 남기고 간 건 어찌 보면 대단한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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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운에 맡기지 마라 - 후회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선택의 기술
애니 듀크 지음, 신유희 옮김 / 청림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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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애니 듀크는 모티베이터, 컨설턴트, 기업체 대표, 저술가이기도 하지만 직업 포커 플레이어이기도 하다고 나옵니다. 포커처럼 운에 크게 좌우되는 게임에서 "직업 선수"로 뛰었다는 건 실력이 그야말로 탁월하다는 건데, 저자 스스로는 "매 순간 결정이 필요할 때마다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해 온 결과"라고 합니다. 포커 플레이어가 아니라 해도 우리들은 인생에서 매번 이것인지 저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그 선택의 결과가 성공적일 때가 많았다면 그 인생 자체가 성공에 가까워지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자가 되어 가는 거겠죠. 이렇다면, 인생의 성패(成敗)는 결국 "의사 결정을 하는 능력"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펴 들었을 때는 나이 지긋한 남성 저자 같은 분이 자신의 인생 역정을 회고하며 이리이리 살아왔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일단 예상보다 두께도 두꺼웠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내용이 사례들의 분석과 논증에 기반하여, 독자의 사고 방식을 체계적으로 개조해 주는 내용에 가까웠습니다. 일종의 정신적 PT를 받는 느낌이라 할지. 아무튼 수필 읽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꼼꼼한 스케줄에 따라 어떤 빡센 실습을 하고 나온 듯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인생에서 올바른 판단을 막는 여러 가지 편향이 있는데 책 p64 이하에서는 "사후 확신 편향"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내가 코인에 투자해서 결과가 좋았으니 당신도 해 보라고 막무가내로 권합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과정을 통해 비슷한 지점에서 마주친 두 사람에게, 방법만 우연히 같았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같으란 법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은 결론을 그저 자신에게 편할 대로 끼워맞추며 자신뿐 아니라 남의 판단까지 왜곡하고 방해하려 듭니다. 한두 번 정도면 모르겠으나 매번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부정확한 생각으로 일관하면 설령 금수저로 태어난 인생이라 해도 언젠가는 파산, 파멸에 이를 것입니다. 


내가 그 시점에 이러이러한 선택을 했으면 지금과는 다른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직관적으로 바로 도출되는 답은 틀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차피 그 선택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었기에 결국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그 선택이 아니라 인접한 다른 상황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기에 결국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걸 분명히 알아내려면 p99에서처럼 의사결정 나무 그림(樹形圖)을 그려 보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가지에 가지를 치는 상황의 변화 추적을 통해 단지 그 시점에서의 결과 분포뿐 아니라 다른 상황으로의 변화 가능성도 체크할 수 있습니다. 


나무그림에 그치자 말고, p107 이하에 나오듯 결정과 그 결과를 상상을 통해 계속 자세히 써 내려가는 것도 좋습니다. 이걸 책에서는 반사실적 사고라고 부르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if의 연쇄 속에서 나의 진로가 어떻게 변할 수 있었겠는지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 같은 대체역사 소설을 그 예로 듭니다. 이는 역사를 소재로 삼은 소설일 뿐이지만 (PKD의 플롯 설계처럼) 치밀한 방법을 통해 자기 인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참 멋진 일이겠습니다. 


이런 방법을 "의사결정 다중우주 탐험하기(p125)"라 부를 수도 있겠는데 이 과정에서 유의할 건 사람마다 우선시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의사결정의 분기점마다 다른 선택들이 생기고 트리의 모양도 크게 달라지며 결과 세트(p128) 안의 상승잠재력, 하강잠재력 등의 값도 다 다른 계산이 나오겠죠. 용어가 좀 어려운 것 같아도 실제 책을 읽어 보면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합니다. 이런 내용이 어렵게 서술이 되면 말이 안 되는 거고(어떻게 따라하겠습니까?), 다만 독자 입장에서는 눈으로만 훑고 넘어가지 말고 펜을 쥐고 실제 칸을 채워가며 따라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이론은 이론 자체보다 실제로 내가, 내 인생이 바뀌는 그 결과, 그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도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핵심적으로 체화해야 할 내용은 "대충 찍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리 처한 상황이 복잡해도 문제는 가능한 한, 풀이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분석하고 풀어야 하며 그 풀이는 합리적인 근거를 갖춘 풀이어야 하죠. 읽으면서 계속 뜨끔했던 게, 나는 여태 참 대충 감에 의존하며 대충도 살았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 책 저자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대로 하나하나 포인트를 짚으며 경우의 수를 나누고 확률을 계산하여 자신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가장 큰 쪽을 고른 것입니다. 학교 다닐 때 계산 방법을 힘들여 가며 배운 이유는 바로 내 인생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 않겠습니까. "대충 짐작해야지 뭐." 이렇게 상황을 모면하는 태도는 인생을 그저 운에 되는 대로 맡기는, 아주 무책임한 방식입니다. 이렇게 살았으면서 과연 결과가 좋기를 기대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사실 대충 찍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살아온 데에도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책에서는 1) 일단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는 너무 적다 2) 그 정보조차도 오류가 없으란 법이 없고, 잘못된 정보 투성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니 아마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서 계산을 해 봐야 결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제법 높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나의 소중한, 한 번뿐인 인생을 대충 찍으면서 살아서야 되겠습니까? 찍어도 계산을 조금이라도 진행한 후에 찍어야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그걸 떠나서, 내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그저 운에 맡긴다는 자체가 불성실하고 부끄러운 태도입니다. 


하물며, 이 두꺼운 책에 제시된, 여러 문제 해결 도구들은 쳬계적이고 합리적이며 유용하기까지 합니다. 이미 오랜 세월 많은 사례에 적용해 가며 그 타당성이 어느 정도는 검증되었으니, 아무래도 그냥 찍는 것보다는 그 결과가 더 유리할 것입니다. 이렇게 체계적인 도구를 쓸 때에도 주의해야 할 점은, 언어, 특히 일상언어에는 모호한 점이 많으며 최대한 모호성을 제거한 후 적용해야 그래도 가장 만족스러울 결과가 나오겠다는 점입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걸려들까? 나는 왜 항상 운이 없을까? 많은 이들이 이런 불만을 품거나 좌절감을 안고 삽니다. 머피의 법칙이니 뭐니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평균보다 훨씬 나쁜 결과가 자주 생긴다면 이는 내 자신에 그런 요인이 내재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그 원인을 바로 제거할 생각을 않는다는 건,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외부로부터의 시각(p205)" 사이에 너무 갭이 커서입니다. 물론 책에서 강조하는 건 후자, 즉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의 전환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자기객관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각자의 방안을 도출하고 때로는치열한 논쟁을 벌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문제 해결"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잊고 자기 의사 관철이라는 샛길로 빠져 불필요한 집착을 하거나 감정싸움을 벌입니다. "다른 사람이 좋은 의도로 내 의견에 반대할 때는 오히려 그 친절에 감사해야 한다(p229)." 그렇지 않고 설령 그가 나쁜 의도라고 해도 그 결과가 여튼 해답 도출에 도움이 되었다면 속으로나마 쾌재를 부를 일입니다. 구태여 그 작자에게 감사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대충 사는 사람의 공통된 특징은 오늘의 이익을 위해 내일을 희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시간에 따른 이익의 할인이라든가 저축의 계산 같은 개념이 아예 들어서질 않습니다. 그러니 미래를 위한 장기 전략이 서질 않고 그저 당장의 위험만 모면하거나 순간의 쾌감을 노리고 모든 걸 희생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마약 등 파멸적인 유혹에 자신을 맡기는데 가뜩이나 부실한 두뇌가 더 망가질 수밖에 없죠.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이 책에 제시된 여러 전술을 다양한 상황에 응용하다 보면 사실 그 자체가 재미도 있을 뿐더러 매번 발생하는 이런저런 손실을 줄이다 보면 결국은 내 손에 남는 이익이 커집니다. 책은 데이비드 카너만 등의 행동경제학 이론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으며, 합리적으로 계산하고 이익을 기대하는 방식이 체질화, 내면화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람, 쾌감이 생각 외로 크다는 점도 확인시켜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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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EBS 공인중개사 재수생전용 기본서 1문제 더 부동산학개론 2022 EBS 공인중개사 1문제 더 올인원
이종호 지음 / 랜드하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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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부동산학개론 과목 난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므로 수험생들은 기본서를 통해 확실히 이론을 알고 시험에 임할 필요가 더 절실해집니다. 그런데 물론, 기본서의 충실한 학습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재시생(재수생)이라면 다른 그 무엇이 더 필요한데 정확히 수험생의 그 수요를 이 책이 충족하고 있습니다. 

 

랜드하나에서 나온 기본서(예를 들어 ISBN 9791190811422 같은 것)들은 기초서나 심화 말고, 정확히 기본서 공부 단계에서 수험생들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시 이상보다는 초시생을 더 배려했었으며, 수록 내용은 철저히 최근 출제 트렌드만을 염두에 두고 편집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험생에게는 시간이 돈인 만큼 이런 태도가 고마울 뿐입니다.

 

그럼 재시생들은 부족한 2%를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할까요? 이 책 표지를 보면 "합격생과 재수생은 1문제 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 1문제 때문에 떨어진 이들에게는 1문제 정도만 더 보충하면 될 것 같고 제 생각에는 이 책이 딱 좋다 싶었습니다. 

 

너무 문제 위주로만 된 건 아니고 이론 요약, 정리도 나와 있습니다. 이 역시 기본서에서 약간은 수험생들이 잊고 지나치기 쉬웠던 토픽 위주입니다. 문제 pool이 아주 충실히 채워졌는데 "대표 문제 - 대표 기출 - 예상 문제" 순입니다. 대표문제는 난도가 좀 낮지만 여튼 이 단원에서 모르면 안 되는 사항을 안 잊었는지 체크하며, "대표 기출"은 역대 정답률이 낮았던, 유명한 기출들이 소개됩니다. 이 책의 꽃이라 할 만한 건 "예상 문제"들이며 이 부분이 과연 "그 한 문제 때문에 떨어졌을 법한"문제들로 구성되었기에 공부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내 부족한 구석을 메워 주고 있더군요. 여튼 "올인원"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그 한 문제" 찾으려는 건데 양이 많지 않냐고 할 수도 있습니댜.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단계에서는 처음에 채우는 대로 족족 들어가기 때문에 어렵지 않습니다. 대략 80~85%이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완성이 어려워지는데 이게 사실은 여러 문제가 아니라 단 한 문제입니다. 1000피스 퍼즐에서 마지막 한 조각과는 다르죠. 내가 지난번에 놓친 마지막 한 문제를 찾으려면(사실은 내가 이번에도 또 놓칠 것 같은 마지막 한 문제를 찾으려면) 미리 진을 치고 꼼꼼히 준비해야 하는데 이게 더 어렵습니다. 또 그 난도도 당연히 더 높을 테니 말입니다. 쉬운 문제 하나 틀리는 바람에 떨어지는 사람은 거의 없죠. 여튼 그래서 이런 "올인원" 시리즈 같은 게 재시생한테는 필요합니다. 

 

p65을 보면 시장균형가격을 묻는, 우리 수험생들에겐 아주 익숙한 유형입니다. 중2 때 배우는 이원일차 방정식만 풀 줄 알면 설령 시장균형가격 같은 경제학 이론을 전혀 몰라도 1분 안에 풀 수 있습니다. 아마 이 한 문제 때문에 지난번 시험에 떨어진 사람은 거의 없겠으나 그래도 혹 모를 일이니 꼼꼼히 체크는 해야겠습니다. 이 단원 한정으로는 이게 난도가 가장 높습니다. 

 

다만 균형가격, 균형량 자체를 구하는 것보다 완전탄력, 단위탄력, 비탄력 같은, 가격에 반응하는 그래프의 성격을 묻는 걸 더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p64의 01번 같은 걸 풀어 보고 과연 "탄력적"이란 말의 뜻이 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제 주변의 어떤 이들은 이걸 정확히 반대로 알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완전탄력의 내용이 나오면 그걸 "비탄력"이나 "단위탄력"으로 바로 답해 버립니다. 확신을 갖고서. 그러니 명칭과 정의를 올바로 알아야, 문제를 다 풀고 정작 답을 잘못 쓰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서인지 이 책도 "탄력성" 이슈 관련 문제들을 훨씬 많이 배치해 놓았습니다. A의 B탄력성이라고 하면 (A의 변화율)/(B의 변화율)인데 이걸 반대로 알거나, 아예 "변화율"이 뭔지 모르는 이들도 많습니다. 랜드하나 교재들은 이런 걸 헷갈리는 수험생들을 위해, 기본서 안에서도 그랬었고, 이런 책에서도 일일이 케이스별로 하나하나 풀어주는 경향이 있던데 끝까지 헷갈리는 이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보고 익혀야 합니다. 편집이 약간은 고지식해 보여도 뭐 오히려 좋았습니다. 

 

지대(rent)는 요즘 정치인들이 자주 언급해서 더 신경쓰이는 출제 이슈입니다. 책에서는 친절하게 리카도와 마르크스의 입장을 대별하여 두 설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합니다. p107을 보면 튀넨과 마샬의 입장까지 추가하여 문제화하였으나 역시 난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지대 문제도 그리 안 보이지만 경제학 이슈이며 학자로서 과거의 리카도(나 마르크스)가 나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버제스의 동심원 구조 이론 등 지리학 토픽으로 넘어갑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부동산정책인데 이 중 몇몇은 2차 과목 일부(공법)와도 내용이 겹치므로 한 번에 확실히 공부해 둬야 하겠습니다. 또 p168의 조세정책 파트도 2차 과목의 세법과 조금은 겹치죠. 여튼 1차 할 때 이 정도는 확실히 체크를 해야 나중에 또 고생을 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는 투자론인데 어떤 사람은 비체계적 위험과 체계적 위험을 맨날 헷갈리기도 합니다. "피할 수 없는 게" 체계적 위험이며 분산투자를 통해 같은 수익률로 세팅할 수 있는, 아직은 덜 최적화한 게 "비(非. non-)"체계적 위험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염두에 뒀는지 표가 자세합니다. 

 

p208에 현가계수를 이용해 현재가치를 구하는 문제는 구조가 매우 단순하지만 또 꾸준히도 출제되며 틀리는  사람은 매번 틀립니다. 반대로 투자론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이 유형 하나는 귀신같이 풀어내기도 합니다. 여튼 내 약점이 솔직히 이쪽이다 싶으면 자기기만을 할 게 아니라 그 부분을 집중 보안해야 합니다. 거기에 "놓친 한 문제"가 있었다면 차라리 다행이죠. 


 

여튼 이 교재는 여러 테마로 나눠 놓고 일일이 출제 연도와 빈도를 다 적어 놓고 수험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런 걸 대충 넘어가고 본문 위주로 공부하는 분들도 있고 뭐 그런 태도도 좋으나 일단 자기가 어떤 부분이 약한지는 체크를 해야 하고 객관적 팩트 위주로 전략을 짜야 합니다. p229를 보면 (어림셉법에서) 역시 표에다가 숭수법과 수익률법이 어떻게 서로 다른지 표에다가 일일이 대조를 시켜 놓았는데 이게 이 랜드마크 시리즈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추상적인 말로 깔끔히(?) 정리하는 게 아니라 잘 모르는 수험생들을 위해 일일이 노가다처럼(?) 이해를 시켜 주는...


 

감정평가 파트도 꽤 어렵습니다. 이쪽 테마에서 유독 펑크가 잘 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p347의 예상 문제 같은 건 기본 내용만 잘 익혀도 풀 수 있겠으나, 감정평가 단원에서는 내용 이해 자체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원가법에 의한 적산가액 계산이, 계산 자체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까딱 잘못하면 식을 잘못 적용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이런 유형만 봐도 지레 기죽기도 합니다. 재시라면, 어떤 단원을 통째 포기하고 들어갈 게 아니라 정직하게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부실하게 공부된 부분을 꼼꼼히 보완해야 하겠죠. 


 

책 말미에 재미있게 요약된 여러 이론 파트도 좋았습니다. 사람 이름 같은 건 헷갈리기 쉬운데 재미있는 말투 덕에 머리 속에 잘 남았던 것 같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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