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묻고 교사가 답하는 초등 교육 50 - 교사의 눈으로 본 우리 아이
김여울.문한솔.손주연 지음 / 행북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생의 교육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단계에서 인성의 기초도 형성되고, 배움의 기반도 마련되며 인생의 비전이랄까 목표 등도 어렴풋한 틀을 만들겠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초등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래도 부모이겠습니다만 많은 부모님들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교사는 아이 한 명에게 부모님처럼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을 수는 없지만 여튼 많은 아이들의 고민과 문제를 다루어 왔기에 어느 정도 전문가로서의 식견과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반려동물도 그렇습니다만 아이들도 어렸을 때에는 분리불안이라는 걸 겪습니다. 이 책 p64에는 분리불안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잠시나마 행방불명이 된 어느 아이의 사례가 나옵니다. 이 사례에서는 공교롭게도 아이의 부모 역시 현직 교사였으며 잠시 담임교사와 학부형 사이 충돌이 있었으나 잘 마무리된 걸로 나옵니다. 교사란 직업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고 한국처럼 교육열이 여러 의미로 높은 나라에서는 선생님으로 지내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 이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학부형님도 충분히 저럴 만했습니다. 


어른도 융통성 없으면 사회 생활이 힘듭니다만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게 원칙만 지키는 아이가 나쁜 게 아닙니다. 착하고 의리 있고 이런 타입도 많습니다. 그런 아이가 딴에는 원칙, 일관성, 소신, 도덕성을 지키려는 건데 이게 조직과 사회, 대세 분위기와 충돌하는 거죠. 이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한테 무안을 주고 윽박지르고 그런 것도 알아서 잘 판단 못 하느냐는 식으로 자존감을 해치는 건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어른은 괜히 어른이 아니며 아이가 대놓고 비행(非行)을 저지른 경우보다 오히려 이련 경우를 잘 다스리고 다루어야 합니다. 책에는 저자만의 탁월한 팁이 나오기에 독자로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한테도 칭찬은 사기를 올려 줍니다. 아이가 잘한 행동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 못하는 애한테도 마냥 기를 죽일 게 아니라 적어도 잘한 부분만큼은 칭찬을 해 줘야 이후에 더 나은 행동과 성과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책에는 특이하게도 현재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유명세를 더하는 오은영 박사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결론은 "자기 효능감"을 최대화해 주라는 겁니다. 


이 책의 최고 장점은 현직 교사께서 그간 만나 오고 부대껴 온 여러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귀납적으로 도출한 결론을, 사례 바탕으로 독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례마다 실감이 묻어나며, 한편으로는 "이런 경우는 원래 문제가 안 되는 건데 우리 아이만 이런가?" 하며 속으로만 삭여 왔던 고민에 대해 "그런게 아니었구나, 우리애만 이런 게 아니었어" 같은 공감의 사례와 그 해법을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사례가 많고 해법이 솔직하므로 초등 자녀를 둔 학부형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평 매장 사장 되기 - 1천만 원을 초단기 50배 불린 소자본창업 성공법
메이랩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여자 백종원"으로 불리시는 창업 전문가입니다. 말이 4평이지 매장이 저 넓이이면 참으로 좁은 공간인데 여튼 맛집 중에도 사람 넷이 간신히 비집고 앉아 국수를 먹을 만한 곳이 언제나 긴 줄로 붐비는 곳도 있습니다. 창업도 분명 성공하는 창업이 있고 그 결말이 빤히 보이는 실패의 케이스가 따로 있습니다. 


독자인 저 개인적으로도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책에는 p48 같은 곳에 "선배를 찾아가 정보를 많이 얻어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업은 그저 충실한 계획이나 알찬 인테리어, 혹은 넉넉한 자금 만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정보가 있어야 일단 업종을 고를 수 있으며, 업종을 선택한 후에도 입지 조건, 사업의 전망, 최상의 재료를 조달할 수 있는 곳, 솜씨 좋은 셰프, 원단 제공처 등 가게가 성공하기 위한 여러 팩터 중 최상 최악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때 저자는 "다른 지역 매장 주인"을 찾으라고 하는데 같은 지역일 경우 경쟁자로 인식하여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메이랩 샐러드 브랜드로 "빛채공감"이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샐러드의 가벼움과 비빔밥의 든든함"을 결합한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시대(p110)"에 프리미엄 샐러드 도시락을 선물로 준 게 그렇게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확실히, 너무 뻔한 사은품이나 기념품보다는 이처럼 주위에서 잘 보기 어려운 아이템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겠습니까. 사은품이 사은품이 아니라 진짜 "선물"로 남게 해야 한다는 점 잘 기억해야 할 듯합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서비스가 의외로 큰 몫을 한 경우를 살펴 보려면 책 조금 뒤 p254를 참조하십시오. 


마케팅이다 웹포스팅이다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다 회계다 하는 부분은 전문가한테 맡기면 됩니다. 사장이 다 잘 할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다 잘할 필요는 없어도 다 알기는 해야 한다(p218)"고 합니다. 업무의 성격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까지 완성도가 있어야 하는지는 분명히 파악을 해야 큰 실수나 판단 착오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지켜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해야 모든 활동이 정상적으로 돌아갑니다. 


부정적인 마음을 품으면 부정적인 결과밖에 안 나옵니다. 저자는 긍정적인 결과를 염두에 두고 말도 행동도 그리 가질 때 긍정적인 성과가 나온다고 믿습니다. "무주의 맹시"란 뻔히 눈을 뜨고 보면서도 그걸 못보는 걸 말합니다(p300). 이 말을 저자가 하는 이유는, 그만큼 업계의 변화가 빠르며 또 주변에서 그 힌트를 분명히 주고도 있건만 우리는 그걸 못 보고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품고 성과를 잘 낼 것을 다짐하며, 사회의 변화에 언제나민감하게 관찰하는 마음가짐을 지닐 때 창업은 백전백승일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혼황후 6
알파타르트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에 바쁘다 보니 아무래도 청소년층이 즐겨 읽을 것 같은 웹소설은 잘 안 읽게 되는데 이번에 1~5권까지의 스토리도 잘 모른 채로 이 6권부터 덜컥 읽게 되었지만 빨려들어갈 것 같은 재미가 나서 다 읽고 난 후 무척 기분이 뿌듯했습니다. 잘 짜여진, 또 촘촘한 재미가 있는 소설만큼 사람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는 게 또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친족법 교과서에 "친자 확인/부인 소송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곤 했습니다. 출생 시점 즈음으로 특정 인물들과 해당 여성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 관계에 있었는지를 일일이 따져 가뜩이나 불확실한 경로를 셈하여 어설프게 확률을 계산하고 그도 여의치 않을 경우 법조상의 추정이나 입증책임의 문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증인을 산더미같이 불러도 그 진정성을 어떻게 믿겠으며 수십 년 전(불과 수 개월 전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의 사정을 재구성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던 걸 이제는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99% 이상의 개연성을 갖는 결과가 도출되니 적어도 소송 문제만 놓고 보면 이같은 기적적 발전이 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 작품 속에서 그런 과학적 수단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품 중에 묘사되는 대로 아 이런 경우라면 빼박 친자 여부가 결판날 수밖에 없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 정도로나마 확실한 상황이 나오길 기대하는것도 확률이 지극히 드문 경우라 하겠죠. 여튼 글로리엠은 참으로 안타까운 운명입니다. 내가 철석같이 누구누구의 자식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막상 밝혀진 바가 반대라니... 유리하고 불리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하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서양 문화를 배경으로 삼은 판타지에서 황제가 그나마 황후와 "이혼"이라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는 건 기독교 컨벤션의 영향이 큽니다. 동양 같으면 황후(정비인데도)에 일정 사유가 있을 경우 바로 폐출이 되어 서민 신세로 떨어지거나, 서출의 경우 원칙적으로 계승권이 부인되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정비라고 해도 지위가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시앗에게서 본 아이를 억지로 받아들여 적모로서 감정 노동도 해야 하고... 나비에가 여기서 겪는 여러 고생은 사실 고생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이 6권을 읽으면서 산적의 정체에 대해 처음부터 의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과연... 한편으로 이 소설에서는 마치 중근세 프랑스와 합스부르크 제국의 관계처럼 제국의 신민들이 상대 국가에 대해 일정 부분 적대감을 가지면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등 양가적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판타지 소설 아니랄까봐 적절한 사건을 계기로(?) OOO의 자아가 이분되는 장면 등은 뭐 어쩔 수 없는 장르 특징이다 싶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웹소가 우선 재미있기라도 하면 일단 합격인 셈인데 이 작품은 분명 그 이상을 독자에게 선물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퐁스 도데의 여러 작품들은 특히 우리 한국 독자들에게 1) 목가적인 분위기 2) 섬세하게 감정에 호소하는 어투 3) 한국과 공유하는 듯한 일부 역사적 배경 덕에 각별히 어필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 단편집은 특히 프로방스의 짙은 지방색을 깔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코르니유 영감님의 비밀>. 예전 외환위기 때문에 실직한 가장들이 날마다 도서관으로 "출근"하고서는 가족들을 안심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코르니유 영감님도 대외적으로 지키고 싶은 체면이 있었지요. 다만 <마지막 수업>도 그랬듯이, 사연도 사연이지만 이를 우리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작가의 어조가 더 애절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황금 두뇌....> 원로 가수 조용필의 노래 중 "마도요"라는 게 있었지만 p166에는 "꾸를리 꾸를리" 하며 우는 그 새의 울음소리가 의성어로 나옵니다. 두뇌가 황금으로 되어 있으면 그 경도 때문에 사고가 원활하지 못할 테니 이는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만 설화의 주인공은 두개골이 황금일 뿐입니다. 남들보다 머리가 크고 그 부모는 아이가 성인이 되자 "낳아주고 길러 준 값"을 요구하고 아들은 그에 응합니다. 설화의 교훈은 다소 뜻밖인데 화자는 "두뇌를 밑천으로 살아야 하는 이들이 쓸데없는 일에 그 두뇌를 낭비한다"고 합니다. 그럼 주인공의 비밀은 "두개골 자체가 아닌 두뇌의 재질"이 황금인 듯도 보입니다. 어쨌든 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재능을 낭비하지 말고 인생을 알차게 살아가라는 교훈으로 읽히네요. 


러디야드 키플링의 장편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왕이 되고 싶었던...>에 보면 주인공이 목청 높여 <민스트럴 보이>라는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직접 관계는 없으나 이 책 p173에는 <시인 미스트랄>이 나옵니다. "칼랑달을 읽어 주게!" 시인이 읽어 주는 책은 산문 내용이라도 낭랑하고 구절구절마다에 감정이 스며 있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프로방스어의 3/4 이상은 라틴어로 이뤄져 있다(p184)"고 합니다. "재건된 궁전은 다름아닌 프로방스어이며, 농부의 아들은 미스트랄이다(p185)" 이 구절을 읽고 <마지막 수업>의 마지막 구절도 다시 읽어 보면 좋을 듯합니다. 


프랑스 왕은 한때 강대한 권력을 휘두르며 아비뇽에 새 교황청을 세운 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를 교황으로 앉히곤 했는데 이 긴 기간을 아비뇽 유수라 부릅니다. 책에는 p70에 이것 관련 언급이 잠시 나옵니다. 프랑스어로 "보니파스"라 부르는 교황은 여럿이 있었습니다만 그 8세 교황은 프랑스와 심히 적대하다 분사하였으니 이 책 p71에서 프로방스인들이 기리는 그분은 아니지 싶습니다. 여튼 <교황의 노새>는 씁쓸하고 한편으로 우스우면서도 프로방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멋진 작품입니다. 


<별>. 젊은 연인들이 흔히 "지켜준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아마 이 작품만큼 그 말이 주제어로 부각되는 경우도 없지 싶습니다. 이 소설은 젊은 목동이 아씨를 "지켜 주는" 이야기인데 시대는 한참 서로 떨어져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알고보면 중세 기사도의 다른 버전이기도 합니다. 세르반테스에 의해 실컷 비꼬아졌으나 사실 본래의 정신만 놓고 보면 기사도만큼 남녀의 순정이 넘치는 테마도 없습니다. 여자보다 남자의 지체가 조금은 낮아야 이 낭만적인 테마가 더 맛이 살기도 하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SBN 2003756000810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것만 보면 "왕십리"가 무슨 서부영화에 곧잘 배경으로 나오는 툼스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서울의 한 부심 지역이 과거 한때 이런 시절도 겼었었나 싶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어느날 갑자기 왕십리로 돌아왔습니다. 오래전 이곳을 떠났던 터라 어느 나이든 사업가 한 명이 다소 호들갑스럽게 그를 맞을 뿐이지만 당사자는 정작 무덤덤합니다. 여인숙 한 곳에 숙소를 정한 그는 타지에서 적당히 돈은 벌었는지 그리 궁색하지 않게 씀씀이를 보입니다만 여관 종업원이 성X매 관련 호의(?)를 베풀 듯한 눈치를 보여도 바로 거절하는 등 뭔가 엄숙한 분위기입니다. 


그가 수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건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나중에 홍콩으로 밝혀지는) 타지에서의 일이 다 끝났으며, 현지에서 얼마든지 자리를 잡을 정도로 능력도 있고 기반도 다진 듯 보이건만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입니다. 돌아올 필요가 없었고 사실 돌아와서도 안 되었던 그가 기어이 "왕십리"로 돌아온 건 이런 곡절이 있었습니다.


그는 오래 전 자신 때문에 한 가난하고 성실했던 젊은 여성 하나가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은 그녀와 결혼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여인의 비천한 배경을 마음에 안 들어했던 부친, 그의 형이 반대했고, 주인공을 집에 가두기까지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대학생이었으나 홧김에 그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맙니다. 형사소추와 가족들의 증오를 피하기 위해 그는 밀항선을 탔었고, 도피 중 그 여인의 장래를 돌볼 여유도 없었음은 물론입니다.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운명의 장난은 참으로 기괴하여,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바와 완전히 다른 미래가, 그녀와 그 자신에게 전개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한때 모든 것을 다 가진 행운아로 여겨졌던 그는 일개 부랑아와 같은 초라한 신세로 떨어진 반면, 그녀는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 사모님이 되었고, (스포일러) 바로 그 사업가가 그녀의 남편이었음도 알게 되죠. 


죄책감을 크게 덜었으니 이제 제 갈 길만 가면 될 듯한데 내심은 오히려 반대 방향을 치닫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첫사랑인 그녀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망쳐진 인생에 대한 보상 심리를 자각한 그는 마침내 자기혐오를 못 이겨 파국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여급과 뜬금없이 살림을 차리는가 하면, 아닐 줄을 뻔히 알면서 폭력배의 속임수에 넘어가 끝내....


얼핏 보면 말그대로 1980년대 홍콩 활극처럼도 보입니다만 작품은 당시 시대상을 씁쓸히 고발하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