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치 탈무드 - 부를 끌어오는 유대인의 지혜
김정완.이민영.홍익희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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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애초부터 탈무드는 유대교 랍비가 소중히 여기는 특정 종교의 알쏭달쏭한 경전에 그치기보다 세속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고 번영을 누리기 위한 비결을 담은 지혜의 보고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인지 탈무드라는 제목을 달고 한국에서 여태 출간된 책들은 과연 이것이 원전이 맞을까 싶게, 좀 지나칠 만큼 자계서 성격을 짙게 띠고 독자들에게 선보였습니다.


이 책은 특히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밝히시듯 탈무드 전 63권 중에서 부와 행복에 관한 유대인의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낸 <피르케이 아보트>를 재해석하여 내놓은 책이라고 합니다. 전 63권이 각각 어떤 편제이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일개 독자로서 아는 바가 없으나, 저자께서 특히 언급도 하신 만큼 히브리어 원어에 대해서도 저자가 본문 중에 간간이 표기한 것을 참고하여 약간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읽게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성향이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이들은 경전의 가르침 자구 하나하나에까지 집중하여 이를 실천에 옮길 정도로 종교적이고 경건한가 하면, 어떤 이들은 종교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철저히 감정과 욕구에 충실합니다. 이런 유대인들의 지혜를 집약한 탈무드이지만, 그 내용은 현대의 비 유대인 독자에게 큰 의외로 다가올 만큼 엄숙하고 도덕지향적인 것들이 많습니다(사실 당연하지만). 예를 들어 이 책 p41에서 소개하는 한 미쉬나는 "너무 많은 부를 갖는 건 권장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저자는 해석합니다. 세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너무도 많은 부를 지닌" 유대인 부호들이 적지 않았기에 이는 의외입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너무 많이 갖기를 원하지는 않았기에" 역설적으로 그런 단계에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자는 <오늘부터 돈독하게>라는 책을 쓴 김얀이라는 저자를 소개하며, 당초 예술성 가득하고 자기 만족이 될 수 있는 완성도 있는 글과 책을 쓰려 노력했던 그가, 세 개의 파이프라인을 나누어 각각의 분야에서 지나치지 않게 적정 깊이, 몰입도를 유지하는 선에서만 노력하다 결국 독자와의 소통에 성공하고 나중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던 저술에도 전념할 수 있을 만큼 금전적으로 성공한 예를 듭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때에도 예컨대 바이오 같은 섹터는 연구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고 변동성도 크므로 아예 관심에서 제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이런 건 노력 대비 가성비가 너무 안 나온다는 뜻이겠습니다. 나의 시간과 정력이 곧 돈 아니겠습니까. 


p108 이하에 잘 나오듯 요즘 청년들은 오랜 교육 기간을 거쳐 사회에 배출됩니다. 이 교육기간, 준비 기간이 너무 길어도 부모님께 부담이 되므로 곤란하겠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런 수련에만 전념할 기간을 주는 게 그 젊은이 개인의 능력 계발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또 사회의 공정한 경쟁에도 기여하는 바 됩니다. 그런데 저자는 말하기를, 이런 학교에서 배운 바를 지나치게 맹신해서는 안 되고, "합리적 의심"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탈무드라는 책도 어떤 완성된 교의나 이론 체계를 강요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주제에 대해 언제나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이 책을 배우는 이가 본문에 기여를 할 여지를 두는 게 탈무드의 오래된 개방주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절대 불변의 진리란 애초에 없으니 말입니다. 


수전노, 구두쇠는 어느 수준 이상 결코 돈을 벌 수 없고 오히려 번 돈도 까먹기가 십상입니다. 돈은 적정 수준을 벌었으면 이를 다시 풀 줄도 알아야 그 돈이 다시 새끼를 쳐서 원 주인의 주머니로 돌아옵니다. 멍청하고 자신만 아는 짠돌이는 구두쇠 짓을 할 때 자신의 잠재적 재산이 얼마나 축나는 줄도 모르고 부지런히 인심을 잃다 신세를 망칩니다. 그 뻔뻔스럽고 추접한 속셈을 들여다 본 어느 누구도 다시는 그의 편이 되어 주지 않습니다. 


p181 이하에 잘 나오는 대로 부자는 당장의 돈 몇 푼에 연연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끌어모은 다음 그들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충족시켜 가며 쉽게 무너지지 않을 어떤 기반을 먼저 쌓습니다. 이렇게 해서 주위에 모인 여러 유능한 사람들도 결국은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알아 주고는 고맥락 고차원에서의 소통과 교류가 이어지고, 금전적으로 환산이 어려울 만큼 유익하고 튼튼한 선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탈무드가 가르치는 지혜는 이처럼 그저 돈 아끼고 수중에 들어온 동전 몇 닢에 벌벌 떠는 인간형을 철저히 지양합니다. 소통이 잘 되는 인간이라야 돈도 그 사람을 즐겨 찾아 들어오는 법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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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
하주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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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누구나 큰 꿈을 품습니다. "아무나"라는 명칭은 다른 사람들한테나 붙는 줄 알며 자신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존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세상에 나오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비로소 "아무나" 중 한 명이 되어가는 나를 자각하며 자괴감에 휩싸입니다. 그저 나를 내려놓고 "아무나"가 된 나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님 현실과 타협 말고 꿋꿋이 나 자신의 이상과 비전을 밀어붙여야 할까요. 그도저도 아니라면 제3의 길 같은 건 혹시 없을지 누구한테건 좀 물어보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저자의 말씀에 따르자면 이 책은 바로 그런 의문이 들거나 용기가 다 빠져나가거나 할 때 읽는 책이라고 하십니다. 


예전에 어느 미스테리 소설을 읽을 때, 사람을 직접 쳐다보고 하는 일은 자신이 없으나 전화로는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는 어떤 주인공의 사연을 다룬 게 있었습니다. 일이 그렇게 꼬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개인적 사정이 있겠습니다만 세상에는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책 p62에 보면 영화 <록키>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님 말씀대로 주인공 록키 발보아는 그저 몸으로 때우는 사람입니다. 머리도 나쁘고 말재주도 없고(말재주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좀 바보가 아닐까 싶기까지 합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하는 여러 일들, 육체노동이나 채권 추심 대행 같은 것뿐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진실된 마음이 있었고 이건 누구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이었습니다. 


저자는 저 록키와는 좀 많이 다른 경우인데 미국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다른 상황에서는 상대의 눈치를 보아 가며 (혹 영어가 좀 서툴더라도) 대응할 수 있었지만, 전화로는 그게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우리는 흔히 "영어 울렁증" 같은 소리를 하며 외국인이 영어로 말을 걸어올 때의 당혹스러운 느낌을 표현합니다만, 저자께서는 처음에 누가 전화를 걸어오면 도망을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합니다.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그저 "웅얼웅얼"이었지 무슨 내용인지 도통 파악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런 고비를 맞았을 때 저자의 대응은 "모자란 것보다는 차라리 지나친 게 낫다"였습니다. 우선 자기가 알아 들은 대로 메모를 한 뒤, 상대방의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다 발화되고 나면 이제 자신의 메모를 들려 주며 이러이러한 점을 원하신다는 뜻이었냐고 다시 확인하는 방법을 쓴 거죠. 설령 네이티브 중에 특별히 남의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이라 해도 실수는 어쩌다 한두 번이 있을 수 있는데, 저자는 말을 정확하게는 이해 못 하면서도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전혀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게 된 겁니다. 약점을 장점으로 바꿨다고 할 수 있죠. 


모르겠으면 다시 묻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알아들은 척하여 내 일도 남의 일도 망치는 것처럼 나쁜 습관이 없습니다. 설령 한국어로 모든 것이 클리어하게 소통되었다 해도, 사실 같은 단어를 두고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해석이 달라 일이 그르쳐지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재삼 확인을 거치면, 드물게나마 사기꾼의 모호한 수작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이 말씀이신 거죠? 이처럼 구체적 확인을 거치면 사기꾼이라 해도 당초의 숨은 의도를 관철 못 시킬 수 있죠. 


"힘든 일이 생겨도 남들보다 버틸 근육이 많았다(p91)." 세상에는 이처럼 남들보다 어떤 능력이 탁월하게 앞서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두 눈 질끈 감고 잘 버텨서 결국 성공에까지 이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율곡은 말했습니다. "남들이 한 번에 되게 하면, 나는 열 번이라도 거듭 시도하여 결국 되게 하라. 그럼 같은 것이다." 실제로 가망이 없는 일을 헛되이 시도하며 시간을 낭비하라는 게 아니고, 정말 가치 있는 일, 나뿐 아니라 남을 위해서라도 해 내어야 할 일이면 쉽사리 포기 말고 거듭 버티며 시도를 해 보는 게 맞겠죠. 세상 일을 그저 순탄하게 해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책 저자님처럼 이국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결국 하고 싶은 일은 다 해 내고 만 분을 보면 지금 마주하는 사소한 시련도 때로 달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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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SDGs - SDGs가 왜 필요할까?
송지현 옮김, 아키야마 고지로 감수 / 스쿨존에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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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펼쳤을 때 SDGs가 솔직히 뭔지를 몰랐습니다. 심지어 코딩 언어나 프로그램의 일종인 줄 착각했습니다. 이 용어의 정확한 뜻은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약자입니다. 즉 "지속가능발전목표(들)"이라 할 수 있죠. 이 정의는 책 p45에 나오며, 그 앞부분에서는 이 책의 독자들이 어린이임을 감안하여 대체 왜 오늘날 이 개념이 필요한지 먼저 그 사정과 구체적인 이유들을 자세히, 친절히 설명합니다. 


저는 어린이 독자와 함께 읽었을 때 책의 이런 태도가 무척 편하게 와 닿았으며, 만약 SDGs가 무엇인지부터 지루하게 설명했다면 어린 독자는 내용을 어려워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 형편이 이러이러하니, 이러이러한 목표 설정과 바람직한 세계상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차분히 결론으로 이끄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어린이들은 동식물을 친근히 여기고 이들을 소재로 한 사진이나 동영상, 그림, 장난감에 열광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런 다채로운 동식물들이 있기에 아름다우며 또 이들은 우리에게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바퀴벌레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있으나 먼 미래에 이들을 활용한 어떤 기발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올지 모릅니다. 설령 바퀴벌레 같은 해충을 없애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도, 환경을 파괴할 수 있는 살충제 같은 게 너무 남용이 되면 이것도 곤란한 일입니다. 


어렸을 때는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농부님들의 수고가 거기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실 영악한 어린이들은 농부님의 수고는 이미 우리가 돈으로 값을 치렀을 때 다 지불된 것 아니냐고 생각도 합니다. 그 생각은 물론 잘못되긴 하였으며, 모든 수고와 노동이 그저 돈의 거래로 청산되고 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더 근본적인, 음식을 함부로 버려서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합니다. 즉 세상에는 아직도 기본적인 배고픔을 해결 못 해 굶주리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거죠. 내가 먹다가 도저히 다 섭취할 수 없다면, 다음부터는 딱 먹을 만큼만 양을 정해 놓는 게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 아니겠습니까. 이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라서 할인이다 1+1이다 해서 쓸데없는 걸 잔뜩 사서 쟁여 두는 습관을 버려야 마땅하겠습니다. 


이런이런 행동은 해서는 안 되겠구나,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용돈도 낭비되거니와 내가 사는 세상과 지구가 엉뚱한 물질 때문에 더렵혀져서는 나와 내 후손(아직 후손 생각하기에는 어린 나이이입니다만)들이 살아가기 힘들겠구나, 이런 생각이 어려서부터 마음 속에 자리잡아야 합니다. 


SDGs라는 말 자체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내용이 이리 쉬울 뿐 아니라, 반드시 알아 듣고 이해를 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에 옮겨야 할 과제들입니다. 이 책은 SDGs의 구체적 실천 과제들 중, 어린이들이 바로 행동에 옮길 만한 것을 잘 정리하여 책 후반부에서 가르쳐 줍니다. 말보다는 언제나 실천이 중요하며, 읽다 보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유념해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어찌보면 어린이 못지 않게 우리 어른들이 더 깊이 마음에 새겨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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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스토리텔링 -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9가지 스토리 법칙
매튜 룬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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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피터 튠은 실제로 픽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애니메이터 겸 중역입니다. "스토리텔링"은 그의 평생에 걸친 하나의 과제이자 지표였고 애니메이터로서 그는 동료, 상사, 어쩌면 고객들에게까지 널리 최고로 인정받던 인재였습니다. 우리가 영상 컨텐츠 제작 업체에 실제로 들어가 근무할 일은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 독자들도 실제 어디에 몸 담고 있건 무관하게, 스토리를 끌어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이제 거의 필수가 되어 버린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후크"란 말은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꼭 아니라 해도, 그저 일반인이라 해도 이제 아주 익숙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 걸그룹들이 대중의 귀에 잘 알아서 '꽃히게 만들어 불렀던 "후크 송"이라는 장르 규정어에서도 그렇고, 비단 노래에서뿐 아니라 어떤 컨텐트라고 해도 후크가 없으면 기억 속에 오래 남기 힘들죠.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은 타고나는 건지, 저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에 대한 일화를 들려 줍니다. 저자의 조부는 자신의 가개 앞에 손님의 시선을 끄는 고릴라 인형을 "후크" 삼아 배치하여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분이 마케팅 개념으로서의 "후크"를 의식했건 아니었건 무관하게 실제에 적용해서 효과를 봤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부에게도 이런 감각이 있었으니 그 손자가 (훨씬 큰 스케일에서) 성공을 한 것이겠고 말입니다. 


"잘 만든 스토리에는 누구도 공감하게 된다(p63)" 저자는 애니메이션 <UP>을 예로 들며 부부관계가 위기에 놓였던 어느 커플이 이 작품을 보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옛 정을 도로 찾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UP>은 어찌보면 하나의 환멸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어려서 꿈을 품고 이에 대해 일정 부분 환상이 깨어져가는 과정을 겪으며 성장합니다. 그 과정은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환멸이 다가오는 순간 내 인생의 중요한 (적어도) 한 부분이 산산히 부서지는 듯한 아픔이 뒤따릅니다. 이 과정을 잘 넘기는 사람은 서성숙한 어른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반사회분자가 됩니다. 


당신의 고객은 누구입니까?(p87) 우리가 어느 회사를 다니건 어느 샵을 운영하고 있건 간에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고객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해 나갑니다. 직접이건 간접이건, 자기 일에 등장하는 고객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백 보를 양보해 장인(匠人)이 될 수는 있을망정 성공한 사업가는 될 수 없습니다. 스토리 역시 그의 진실성, 핍진성, 흥미 못지 않게 그 이야기를 듣게 될 사람의 처지와 감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스토리는 스토리가 아니라 고문이자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참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이들에 둘러싸여 어린 시절을 보낸 듯합니다. 그 역시 커다란 축복 중 하나입니다. p135에서도 그는 제프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주는데, 제프 삼촌은 저자에게 흥미로룬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들려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였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구에게 사심 없이 재미있으면서도 진실된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을까요? 넉넉하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한테라야 이런 능력과 자질, 혹은 "자격"도 찾아와 그 가슴에 자리를 잡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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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실험 공작 사전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야쿠리 교시쓰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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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는 선생님들이 장래희망으로 널리 과학자 되기를 권하기도 하고 실험이나 여러 활동을 통해 내 손으로 내 눈으로 과학 관련 과제를 손수 해 보기로 유도되었던 듯합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지나치게 의대니 치대니 하는, 돈을 잘 벌 수 있는 전문직종으로 인재들이 편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 손으로 직접 무엇을 설계하고 조립하고 마침내 작품 하나를 빚어내는 과정은 일단 그 자체로 뿌듯하고 보람될 뿐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 미적 감각, 체계적 사고력, 심지어 책임감 같은 덕목까지도 더불어 길러 주곤 합니다. 


와, 이 책은 참 예쁩니다. 처음에는,. 아니 웬 책이 페이지 안에 왜 이리 활자가 많으며 대체 무슨 내용이 들었기에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나 싶었습니다. 혹시 전문가들이 봐야 할 책을 잘못 고른게 아닌가? 그러나 차근차근 책을 읽어 보니 중학생, 심지어 (올바른 관심만 가졌다면)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이해될 만큼 쉬운 설명이었습니다. 물론 (기초 지식까지는 몰라도) 관심 자체가 이 분야에 형성되어야 책을 따라하기가 가능합니다. 공작과 제작, 조립에 관심 많은 이들은 의외로 초등학생 단계에서도 많이들 분포하며, 그들에게 이 책은 아주 수시로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는 레퍼런스 구실을 해 주지 싶습니다. 


"초고속 코인 가속 장치(p54)"가 뭔지 아십니까? 사실 전자 유도 현상은 적어도 중2때 공통 교과 과정으로 배웁니다. 다만 우리가 당시 공부를 등한히했기에 기억이 안 날뿐이죠. 패러데이니 플레밍의 법칙이니 하는 게 그저 앙상한 공식과 이를 (1차원적으로 응용한) 문제 풀이로만 배운다면 아무 흥미도 안 생기고 지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몇 가지 코일과 도체 조각을 선으로 연결시켰을 뿐인데, 아마 아이들이라면 순간 깜짝 놀랄 만한 속도로 동전(코인)이 날아가는 걸 보면 박수를 치고 환호할 만합니다. 이런 어렸을 때의 설레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나중에 성공한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배출되는 거죠. 현재 LG나 삼성의 가전제품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CEO나 오너의 대결단뿐 아니라 현장의 날고기는 엔지니어들의 열의와 천재성이 없었다면 저런 결과는 나오기 힘들었을 터입니다. 


이 책은 특정 기구를 제작하기 위한 절차에 참고하라고 용어 사전만 만들어 놓은 책이 아니고, 가볍게나마 물리학, 전자기학의 기초 원리를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p102 같은 부분이 그것입니다. 이 페이지에 실린 일곱 개의 공식은 우리가 중학교, 적어도 고2 물리 교과서에서 다 배운 내용들이지만, 실험과 공작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 맥락에 맞게 인용되었기에 우리 독자는 "아 이 공식이 이런 경우에 본래 쓰라고 고안된 것이구나"라며 새삼 그 쓸모와 위대함을 깨닫습니다. 


p120에는 테슬라 코일 장치에 대해 전 후편으로 갈라 설명을 마치고 있습니다. 이게 문외한한테는 뭔 소리인가 싶지만, 이 서평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전에 학습을 통해 올바른 문제의식을 (조금이라도) 갖는 그 순간 이 책은 교과서의 앙상한 설명을 보충하는, 참으로 고마운 스승 노릇을 합니다. 지난세기에는 유럽에서 귀족들이 교양과 취미 삼아 과학 실험을 수행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크게 신세 진 여러 귀중한 지식들이 도출된 것입니다. 공작과 실험이 없으면 자연과학은 반쪽에 불과하며, 비싼 장치가 문제가 아나라 가장 값싼 장치로부터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도출해 내는 설계의 창의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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