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베스트비법 - 개미투자자를 위한 TOP 시크릿
모닝퍼슨 지음 / 청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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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라고 하죠. 음모론이 아니라 주식시장에는 사전에 치밀하게 연구하고 함정을 파 놓고 어리숙한 개미들을 끌어들여 돈을 잃게 하는 일이 일상사입니다. 이런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검찰이 일일이 개입해서 범법을 밝혀야 하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증거가 있어야 하고, 또 뭐 공권력이 매번 쌍심지를 켜고 감시를 한다면 어디 시장 분위기가 살겠습니까. 거래소의 규제와 감찰은 애초에 한계가 있고요. 그렇다고 나도 어디 한번 소소하게 장난 좀 쳐 보자고 마음 억고선 자전거래 같은 걸 하다간 바로 어디서 전화가 걸려 오기 쉬우니 행여 일탈을 꿈꿔선 안 되겠습니다. 


"추천주 작전"은 지금도 일상처럼 벌어집니다. 예전엔 일부, 일부 경제 케이블 채널에서 간혹 오해받을 짓을 하다가 막 불려가곤 했었고, 사실 지금도 이상하다 싶은 추천은 종종 봅니다. 이런 종목은 다음날 아침에 급등하다가 한순간에 내려박고, 여기 물린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장기투자를 하게 됩니다. 이런 걸 피하는 방법은, 무슨 이 종목이 뭐 때문에 유망하다 뭐다 이런 말에 현혹되지 말고, 먹을 만큼만 먹고 바로 나오면 됩니다. 그러다 더 가면 어쩌느냐 할 수도 있는데, 그럴 확률이 애초에 아주 작으므로 평균적으로는 조금만 먹고 나오는 전략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이 책에서는 눌림목 매매가 한 챕터에 걸쳐 다뤄집니다. 여기다 일일이 옮기진 않겠지만 독자가 자세히 읽고 정리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걸 할 때 유의할 점은, 어떤 말, 법칙 같은 걸 입으로 줄줄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실전에 응용하는, 그것도 아주 기민하게 적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친구나 지인하고 어울려서 잘난척하는 것보다, 내 계좌에 돈이 쌓이는 게 더 본질에 가까운데도 많은 이들이 본말을 전도하죠.


"‘뭐하면 뭐한다’ 식의 법칙은 책으로 절대 나오지 않는다. 설사 나온다 하더라도 금세 먹통 비법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책 중에 나오는 말입니다. 하수들은 보통 어떤 법칙 같은 걸 주문처럼 외우면서 의사를 결정합니다. 시장의 상황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데 무슨 법칙이나 상식 같은 게 통할 리 없습니다. 특정 종목이 어느 날 이러이러하게 움직였다고 해서 또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는 게, (그 종목과 전혀 무관한) 다른 종목에 더 유리(혹은 불리)한 변수가 생기면 이벤트의 경로가 완전히 딴판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식에서 가장 망하기 쉬운 게, 고집 세고 자기 식을 아무데나 우기는 무식하고 단순한 일차원형 사고입니다. 이런 사람은 그걸 지 나름 논리, 일관성으로 착각하죠. 하긴 이런 타입이 뭐 어디 주식시장에만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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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55493205


서영은 작가는 故 김동리 선생과의 인연으로도 유명하며 1983년 <먼 그대>로 이상문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풍부한 서사 속에 시대상의 이런저런 면모를 생생하게 담은 작풍이라서 다 읽고 나면 뭔가 머리까지 꽉 차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은 벽지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요즘 같으면 여교사가 최고의 직업으로 높이 평가 받습니다만 1980년대에는 근무지가 저렇게 벽지이면 박봉의 조건까지 겹쳐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나 봅니다. 아니면 그저 주관적으로 불만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튼 그녀는 자신에게 더 밝고 풍요로운 미래가 열려야 마땅하다고 믿고 미인대회 출전을 결심하여 교사직을 그만둡니다. 


진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름난 미용실 원장님도 그녀를 적극 격려하는 등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녀는 그런 꿈을 꿀 만한 자격이 되는 듯합니다. 원장은 이런저런 준비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데, 집안 형편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가족들은 그녀가 펼치려는 꿈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거의 반대 수준입니다. 현재 그녀를 답답하게 하는 건 이런 가족들의 몰이해가 더 큰 비중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마치고 명문대 졸업장으로 대기업에 취직한(동료 교사의 말에 따르면 용모도 좋다고 합니다) 오빠 역시도 주인공을 전혀 이해해 주질 않습니다. 나이도 젊고 배울 만큼 배웠으며 세상도 널리 체험한 편인데 여동생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는 그 마음을 거의 멸시하는 수준입니다. 오빠가 좋은 신랑감을 소개해 준대서 만났더니 평범한 공장 직원인데다 귀도 잘 들리지 않는 걸 알고 주인공은 더욱 절망합니다. 인성이 나무랄 데 없이 좋다는 게 오빠가 댄 이유인데 대기업에 다니는 신분이니 훨씬 좋은 조건의 신랑감도 물색할 수 있었겠건만 말입니다. 


이 사람은 귀가 안 들린다거나 가난한 게 문제가 아니라, 아내 될 상대의 감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착각에만 빠져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 같습니다. 어리석을 뿐 아니라 이기적이기까지 한데, 우리 주변에는 안타깝게도 이런 유형의 인간들이 무척 많습니다. 넘볼 상대를 넘봐야죠. 


여튼 이모저모로 숨이 막힐 것 같았던 주인공은 단호히 결별을 선언하고 원장님의 주선(음모?)에 따라 중년 재일교포 사업가를 만나는데 나이도 많을 뿐 아니라 이미 한 번 결혼을 했다고까지 합니다. 그래도 자신에게는 경제적 안정이 우선 필요하다고 믿은 주인공은 결혼을 감행하려 드는데 상견례 자리에서 주인공의 부모는 어린 딸이 웬 중년 사내를 데려온 걸 보고 기겁을 합니다. 


결국 일은 틀어지고 주인공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질 수는 있지만, 다른 뱁새가 새로운 인생을 열게 옆에서 돕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어떤 결심을 합니다. 여기서 독자는 주인공이 혹시 그 공장 직공을 다시보고 인생 구제해 주는 셈치며 결혼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결심은 그런 자기파괴적인 게 아니라, 자신이 원래 근무하던 초등학교로 돌아가서 벽지의 아동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꿈을 펴 나가게 조력하는 것이었으니 독자는 크게 안심하게 되네요.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 제 분수도 모르고 헛꿈을 꾸는 상대를 뭐하러 만나 평생의 연을 맺겠습니까. 게다가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교사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기까지 하니 1980년대에 저런 결심을 한 주인공 여성은 아마 지금(2022)쯤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며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겠습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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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문수씨의 중단편들이 실려 있는 작품집입니다. 작품은 모두 아홉 편이며 정규웅 평론가의 작품론, 작가 본인의 다른 글 한 편이 있습니다. 


이 중 제가 눈여겨 본 작품은 <끈>입니다. 24기 37주차에 잠시 동네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려 주는 구시대형 저축에 대해 언급한 적 있는데, 역시 이 작품도 1980년대를 배경으로 삼아서인지 돈을 떼이고 크게 타격을 입은 주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주부는 이 소설의 1인칭 화자, 주인공인 소설가, 기자의 부인이며, 정작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아하며 아내를 위로하지만 속은 당사자는 도통 마음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돈을 떼어먹고 잠적한 여자는 강화도로 향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그 정도의 정보로는 방을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이 와중 주인공은 잡지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강화도의 여러 풍속과 현황을 취재하러 갑니다. 왜 하필 강화도냐며 돈을 떼어먹힌 악몽이 자꾸 생각나게 되었다고 불평하는 아내를 달래 가며 그는 부부동반으로 떠납니다. 히말라야에는 짐을 날라 주는 셰르파가 있고, 1980년대 강화도의 마니산에도 약간의 돈을 받고 가이드 겸 짐꾼 노릇을 하는 어떤 남자가 있는데 약간은 사리판단이 부족한 분 같습니다. 등산을 온 주부들이 장난도 치면서 좋아하지만 주인공은 연민 가득한 눈으로 짐꾼을 보며 아내는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등산로에서 웬 노인을 만나는데 이 노인은 강화도 현지의 사정이라든가 여러 인문적 지식에 대해 막히는 게 없습니다. 노인은 또한, 아까 그 짐꾼의 사정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강화도의 여러 명소를 둘러보던 중 각시섬이라는 곳을 들르게 됩니다. 주인공은 노인으로부터 각씨서에 얽힌 전설을 자세히 듣습니다. 전설 속의 주인공 성(姓)이 각씨(閣氏)이며 "서"는 섬이라고 할 때의 嶼(서)입니다. 


"이곳에 왜 오자고 했죠? 나도 그 전설에 나오는 여자처럼 바다에 빠져 죽으라는 건가요?" 아주머니로서는 자신의 썩은 속도 몰라 주고 태평한 소리만 해 대는 남편이 답답하거나 야속하기도 했겠으나 이 말은 누가 들어도 너무 나간 것입니다. 주인공은 화가 나서 아내의 뺨을 치는데, 이 장면을 본 짐꾼은 몹시 화가 났는지 "나쁜 사람!"을 외치며 주인공에게 달려듭니다. 이 앞에, 짐꾼이 지나친 친절을 베풀려 들자 아내가 크게 무서워했던 대목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지만 아주머니 입장에서야 그랬을 만도 합니다. 물정 모르고 자기 나름의 정의감을 표현하려는 짐꾼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어서 주인공은 난감해하고 노인이 개입하고서야 겨우 사태가 진정됩니다. 


알고보니 노인은 실향민이었으며, 마지막에 들려 주는 신세 타령 속에 왜 작품 제목이 "끈"이 되었는지 독자들이 짐작할 수 있는 사정이 나옵니다. 배경이 1980년대나 되니까 이처럼 실향민들의 절절한 애환이 작품의 핵심 제재로 등장도 하는 게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소설가 유응오 씨의 멋진 해설( http://www.buddhism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5379 )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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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그 사이의 역사 - 두 나라 역사 교사가 같이 쓰고 청소년이 함께 읽는 한일 근현대사
한일공통역사교재 제작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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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지은 분들은 한국의 대구, 그리고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활동하는 현직 교사분들이라고 합니다. 이용수 할머니도 최근, 젊은 세대들이 더 많은 소통과 교감을 이뤄야 양국의 장래가 밝다고도 하신 만큼, 선생님들이 어린 학생들을 위해 이런 책을 펴 내고 또 실제로 교육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교사 필진 중 한 분은 2010년에 작고하셨다고 나오네요.


일본도 페리 제독에 의해 강제로 문호를 개방당했는데, 이런 전철을 그로부터 십 몇 년이 흐른 후에 똑같이 조선에 강요했다는 게 문제이며 비극입니다. 1장 마지막에는 미일수호통상조약과, 조선- 일본사이에 맺어진 조일수호조규를 서로 대조하는 칼럼이 하나 있습니다. 참 보는 마음이 착잡하네요. 왜, 어떤 일을 겪고 나면 그 교훈이랄까 배운 바를 평화적으로 건설적으로 공유하려 들지 않고, 가장 약탈적인 방식으로 행하려 드는지 말입니다. 


여튼 조선도 개화가 시급하다는 걸 알고 김옥균 같은 청년이 주도가 되어 여러 시도를 합니다만 방법이 대단히 잘못된 면이 있습니다. 물론 아주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면 개혁이 어렵겠다 하는 생각도 작용했겠죠. 민중들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했다는 비판도 현대에서는 받고 있으며, 오히려 개화 운동의 이미지를 크게 망쳐 이후 추진까지 어렵게 한 면마저 있습니다. 


머리모양이라는 건 일반 민중들이 의외로 큰 애착을 갖고 지키려 드는 건데 이걸 강요하기 위해 수백 년 전 청조는 중화지역에 강요한 적이 있죠. 조선에서는 을미개혁의 일환으로 이를 시행했는데 을미의병은 왕후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면도 무시 못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 운동도 많이 일어났는데 특히 대구 지역에서 항일 운동이 빈발한 면도 있습니다. 대구 지역 선생님들이다 보니 특히 이 부분에 방점을 두어 기술했습니다. 대구야 뭐 1907년(아직 병탄 이전)부터 국채보상 운동 등 많은 뜻 깊은 일들이 일어난 고장이죠.


책 마지막에는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합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합천은 대구에서 멀지 않고 경남과 경북 사이 거의 경계에 소재한 곳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상남도이고요. 전범들이 일으킨,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 때문에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 건 정말 가슴아픈 일입니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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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 성찰 동서문화사 월드북 281
에드먼드 버크 지음, 이태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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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식 실용주의는 어떤 극단에의 치달음을 거부하고 "커먼 센스"의 힘을 믿어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문에도 나오듯 저자 에드먼드 버크는 자유주의 노선에서 아메리카 식민지에의 가혹한 처우를 비판하고 미국식 민주주의의 자립을 전폭 지지하는데 이 정도만 해도 당시로서는 과격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그는 미국 독립 전쟁 발발로부터 약 13년 후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였는데 이 정도면 요즘 사람들한테 극우파 대접 받기에 충분할 겁니다. 상식의 길은 이처럼이나 오해 받기 쉽고 속된 말로 "가오"가 살지 않지만 건전한 사고의 소유자만이 빚어낼 수 있는 지혜의 길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대혁명 후 "혼인"이라는 절차는 이른바 civil union이라 하여 교회와 성직자의 권한이 배제된 세속의 형식으로 위상이 재정립되었는데, 당시 갓 혁명에 성공한 부르주아들로서는 기층민중의 의식을 여전히 지배하던 종교적 메카니즘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려 무진 애를 썼겠으며, 요즘은 놀랍게도 성소수자들의 결합 제도화에 이 논리가 확장 응용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하긴 civil union이라고만 하면 그 당사자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혹은 숫자가 두 명이든 그 이상이든 이론적으로야 딱히 제한이 없을 듯도 합니다. 계약에 의해 당사자 의사들이 합치만 하면 그만이니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현민 유진오 박사가 헌법을 초안할 때 입법부인 국회를 "내셔널 어셈블리"라 명했는데 이 명칭은 영어지만 그 먼 기원은 프랑스의 assemblée nationale입니다. 로망스계 언어라서 수식어가 피수식어 뒤에 위치하죠. 이것이 입법의회로 다시 개편되고, 이것이 붕괴된 후 국민공회로 개편되어 큰 혼란을 겪다가 총재정부가 들어서고 다시 통령 정부를 거쳐 나폴레옹의 제정이 들어섭니다. 만약 장군 나폴레옹의 "힘에 의한 결단"이 없었다면 과연 혁명의 과실이 제대로 맺어졌을지, 그저 십여년의 대혼란 끝에 더 전제적인 왕정이 복구되지나 않았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나폴레옹의 몰락 후 물론 다시 부르봉 왕실이 컴백했으나, 나폴레옹 시절에 큰 향수를 지닌 층이 다시 혁명을 원한 끝에 1830년, 1848년에 재차 체제를 뒤엎어 공화정으로 북귀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조카를 참칭한 선동 정치가였던 루이가 제정을 또 세웠다가 프로이센에게 박살이 나긴 했으나 이는 잠시의 작은 이탈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지금도 프랑스인들은 "제3공화국" 시절을 그들의 황금기로 꼽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올라 주부들이 울상이라는 뉴스가 나왔는데, 이런저런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시중에 돈이 풀렸으니 생산은 전보다 줄고 돈만 풍성해지면 물가가 오르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보편지원의 경우 시중에 화폐를 직접 풀지 않고 디지털 형식으로만 일단 유동성을 공급했다가 자영업자에게 최종적으로 지급하는 경로에서 그나마 부작용이 덜했으나 당시 프랑스에서는 어리석은 집권자들이 그저 지폐만 찍어내면 문제가 해결되겠거니 하는 생각에 아시냐를 발행했죠. 처음에는 "몰수한 교회 재산"이 담보였다고는 하나 이게 어차피 태환이 안 된다면 원나라의 교초, 이하응의 당백전만큼이나 부도수표의 남발일 수밖에 없습니다. 


1970년대 미국이 금의 태환을 중단했지만 이 나라는 생산성이 여전히 높았고 연준이라는 기관이 분별력과 자제력을 발동하여 시중의 유동성을 과감하게 주기적으로 회수했기에 경제 체제 붕괴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시장 참여자들은 기민히 눈치를 살피며 달러가 조금의 약세라도 보일라치면 신흥국 통화로 갈아타는 등 고난도의 게임을 펼칩니다. 지난 11월부터 1월까지 한국의 원화가 계속 상승세였던 걸 보면 결국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한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한국 대기업들의 부가가치 생산이 그를 상회한다고 신뢰한 듯합니다. 그러나 "貨幣의 아시냐 化"는 어느 나라 정부의 무슨 통화에 있어서건 그리 먼 위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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