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는 바람 / 연 외 김원일 소설전집 26
김원일 지음 / 강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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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한국 문단의 거장 김원일 작가의 전집 중 스물여섯번째 책입니다. 현재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으나 여튼 김원일 작가 전집은 이 시리즈가 결정판이라 할 만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심아진 작가님의 최신 작품집 <신의 한 수>도 최근(2022. 4) 이 출판사에서 나오기도 해서 더 눈길이 가기도 하네요. <무관심 연습>은 2년 전인 2020년 8월 책좋사 이벤트를 통해 카페의 독자들과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특히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연(鳶)>입니다. "연"은 뭐 명절에 하늘에 날리는 그 연이고... 이 작품은 현재 고교 교과서에도 실려서 수능 대비로도 널리 읽힌다고 합니다. 김원일의 "연"이라고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관련 컨텐츠가 무척 많다는 걸 알고 새삼 놀랐네요. 사실 이 책 제목에도 "연(鳶)"이 "오늘 부는 바람"과 함께 두 표제작으로 이미 나와 있습니다. 


주인공은 중년 사내인데 아내도 있고 자식도 아들 딸 둘이나 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보다는 연을 예쁘게 만드는 일에만 집착합니다. 25기 8주차에 최일남의 <흐르는 북> 중 중편 "마(馬)"를 리뷰했는데 여기도 역마살이 들려 평생을 떠돌아다니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기서는 주인공은 그냥 불량기, 사기꾼 기질만 가득한 준(準) 범죄체질형 인간이었으나 지금 김원일의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성실하고 장인정신 가득한 사람됨이고 단지 과거의 상처에 시달리는 그저 사회 부적응자일 뿐입니다. 25기 8주차 당시 잠OOO님이 한 말씀 해 주셨더랬는데 지금 이 작품도 (위에 쓴 것처럼) 수능 대비로 알아 둬야 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영감님, 고향에 가시려는데 돈이 없다고요? 이걸로 표를 사십시오."


버스터미널에서 전전긍긍하는 한 노인을 보고 주인공은 선뜻 돈을 건네는데 행동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본인도 당장 돈이 궁해 근거지에 돌아가지 못하는(아마 염치가 없어서 못 돌아가는) 처지인데도 말입니다. 나중에 노인은 같은 장소에서 주인공의 아내를 만나 적절한 도움을 줍니다. 아마 노인은 주인공의 부친과도 아는 사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 아픈 데는 없어 보이디?" "지팡이를 짚고 오셨어요." 나중에 알아 보니 기력이 없고 몸에 이미 골병이 들어 운신을 제대로 못 하는 판입니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에 대해 잠시 타박을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아내의 마음씀이 지극하며, 아직은 어린 아들딸도 아빠를 무척이나 따릅니다. 고달프나마 그 인생을 산 최소한의 보람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KBS에서 단막극으로 1980년대에 제작, 방영된 적 있습니다. <태조왕건>의 견훤 책사 최승우 역, 또 <무인시대>에서 괴승 두두을 역으로 잘 알려진 전무송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이 배우에 대해서는 두 달 전 10주차 리뷰에서 잠시 언급한 적 있습니다. 또 24기 39주차에 소설가 김문수씨의 "끈"에 대해 리뷰했었는데 여기서도 목돈을 사기당한 어느 주부의 남편이자 작가, 잡지사 기자인 주인공 역으로 나왔었습니다. 이 무렵 단막극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어디서나 비슷한데 다음주에는 시나리오 작가 노경식의 작품 <하늘만큼 먼 나라>의 KBS판 단막극에서 또 비슷한 역으로 나오는 그에 대해 짧게 분석(?)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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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산업안전기사.산업기사 실기 : 필수이론 + 적중문제 + 과년도 기출문제 필답형 + 작업형 - 2022년 최신 개정 법령 반영ㅣ실전모의고사 5회분 제공
이성찬 지음 / 챔프스터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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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 직렬(타 직렬도 비슷하지만) 기사시험의 경우 올해(2022)에는 지난 4월 4일부터 7일까지 1차 원서 접수를 받았으며(4월 5일~8일까지는 산업기사 시험 접수), 6월 20일, 또 9월 5일에 2차, 3차 접수가 각각 있습니다. 실기시험은 5월 7일(토)에 있으며 합격자 발표는 대략 1달 후인 6월 3일입니다. 4년제 졸업자(관련 전공)는 기사 시험, 2년제 졸업생(관련 전공)은 산업기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부여됩니다. 


실기시험은 (다른 기사/산업기사 시험도 그렇지만) 필답형과 작업형 문제가 출제되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해야 될 공부량이 무척 많은 편입니다. 빠진 부분이 있어서도 안 되며, 기출문제 중 난도 높았던 것은 답이 왜 그렇게 되며 무엇을 특히 빠뜨리지 않고 써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실기시험 대비 교재는 첫째 내용에 틀린 부분이 없이 정확해야 하며, 둘째 출제가 엄연히 되는데도 교재에서 빠뜨리는 사항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작은 학원에서 나온 교재들은 오타가 많고 설명이 부실한 경우가 있으며, 이 때문에 공신력 있고 책임감과 규모가 있는 학원에서 낸 책을 기본서, 또는 문제집으로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기술적 사항이 많아서 이해가 어려운데 책에 오타까지 많으면 공부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해커스 교재는 이런 점에서 원픽으로 삼을 만합니다. 오타가 거의 없고 내용도 빠진 게 없습니다. 


산업안전은 아무래도 다른 기사/산업기사 시험(건축이나 토목 등)에 비해 문과 파트가 좀 많은 편입니다. 교재의 첫부분에도 조직론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설명하는 건 안전보건관리 조직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 두루 통하는 이론이고 난도도 낮은 편입니다. 조직에는 직계형, 스탭형, 혼합형 조직이 있으며 각각의 특징을 묻는 문제는 필기시험에도 자주 나오며, 실기의 필답형에서도 결코 소홀히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겠습니다. 


p34에는 산업재해 발생의 구조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사고(accident)가 먼저 생기면 그 결과로 인해 생긴 물적/인적 피해가 있는데 이걸 재해(calamity)라고 합니다. 보통, 사고와 재해 개념을 혼동해서 쓰곤 하는데, 이 교재에서 이처럼 설명하는 대로 엄연히 둘은 인과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p41에는 재해구성 비율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뉘며 하인리히의 방법과 버드의 방법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해커스에서 출판한 필기시험 교재에도 거의 비슷하게 설명이 나오지만 그 책과 이 실기교재가 서술 방식에 있어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실기 필답에서 요구하는 포인트에 더 잘 맞게, 강조의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도 확인 가능합니다. 이런 것이 해커스 교재만의 특징이기도 하죠. 


단원마다 본문이 끝나면 그에 따라 "적중 문제"들이 여럿 엄선되어 제시됩니다. 기존 필기시험처럼 선다형 문제에 익숙한 수험생들은 이제 필기 합격 후 이 실기교재를 새로 펴들고 문제를 풀다가 "답이 어디 있지?"하며 찾을 수 있는데 답은 문제 바로 밑에 있습니다. 필답형이므로 교재 편집이 이렇게 된 것입니다. 대체로, 문제를 주고 답을 바로 아래에 적어 놓았으나 간혹 출처, 근거가 필요할 때에는 근거를 따로 적어 놓았습니다. 어느 정도 이론에 익숙한 수험생들은 바로 이 "적중 문제"부터 풀어 보면서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체크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p67을 보면 방호장치 중 파열판에 "안전인증표시" 외에 추가로 표시해야 할 사항을 네 가지 쓰라고 하는데 네 가지만 있는 게 아니고 (답에 나와 있듯) 모두 6가지입니다. 그 중에서 네 가지를 아는지 묻는 문제이겠습니다. 반면 바로 밑에 있는 20번 문제는 두 가지를 적을 것을 요구하는데 이건 원래가 두 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산업안전 직렬은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심리학의 이론도 배워야 하는 게 있습니다. p96에 보면 맥그리거의 X이론, Y이론도 나오고(시험 범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이면우 교수가 W이론을 주창하기도 했죠), 알더퍼의 ERG이론, 허즈버그의 동기 위생 이론 같은 게 실기시험의 최신 출제 경향에 맞춰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나옵니다.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필기교재와 실기교재가 이만큼 컬러가 미묘히 다릅니다. 출제경향을 감안한 편집, 서술이라서 그렇습니다. 


p118에 보면 통제(control)표시(display)비(ratio)와 통제장치, 양립성 등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인간공학과 시스템 위험 분석 이론 중의 일부인데 슬슬 여기서부터가 기사(산업기사) 시험 같아지는 부분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림이 많고 이론이 표 안에 정리되어서 수험생 입장에서 한눈에 잘 들어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페이지 하단에 정성적, 정량적 표시에 대한 설명이, 필답 시험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필기시험과는 달리 실기의 필답형은 그저 무작정 암기식만으로는 커버가 힘들고, 근본적으로 개념들이 이해가 되어야 시험장에서 답이 잘 써지게 되니 말입니다. 


p133에 41번 같은 건 계산문제인데 공식을 외워 놓고 있어야 시험장에서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교재에 잘 나와 있듯이 광선발산속도를 반사율로 나누고 100을 곱하면 소요조명값이 나옵니다. fc라는 건 푸트(피트)캔들의 약자입니다. 비공인 조명단위인데 이 과목에서 자주 나오므로 확실히 알아 둘 필요가 있죠. p132의 35번 조종장치의 촉각적 암호화 방법 세 가지 같은 건 거의 무조건 출제된다고 보고 딸딸 암기해 둬야 하겠습니다. 


기계안전관리 과목에서 p197의 21번 프레스기의 광전자식 방호장치프레스에 관한 문제는 빈칸채우기식입니다. 요구하는 답은 (역시 교재에 나와 있지만) A-1과 ±100분의 20 등입니다. 여기서 특히 ±같은 기호를 누락하면 안 되겠습니다. 


산업안전에서 특히 실무에 자주 소용되고 내용 이해도 어려운 파트가 건설안전관리입니다. p350 이하에 내용이 잘 정리되었는데 아주 깔끔합니다. 특히 토질시험방법(p351), p369의 해체용 기구 및 건설기계기구에 대한 설명이 알기 쉽게 편집이 잘된 것 같았습니다. p394의 낙하비래재해에 대한 설명과 도시도 일품입니다. 


책 안 별권인 제2권은 맨앞에 전강좌 10%할인쿠폰이 붙어 있으니 일련번호를 넣고(유효기간 내년 6월말까지) 회원 가입을 한 후 최대한 활용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독학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2권은 총 네 파트인데 첫째는 기사 기출문제(2011~2021), 둘째는 산업기사 기출문제입니다. 정답도 문제 바로 밑에 나와 있습니다. 기사 수험생은 기출문제 중 기사 파트만 풀어 보면 되겠으며 산업기사 수험생은 앞부분은 뛰어넘고 산업기사 기출만 보면 됩니다. 산업기사 합격 후 기사 시험을 응시하려는 수험생도 이 책으로 다시 공부하면 될 것 같네요. 


여기까지는 필답형 기출이고, 작업형 기출도 세번째 단원에 "과목별"로 나옵니다. 기계안전관리, 전기안전관리, 화공안전관리, 건설안전관리 등 네 과목이며 기사/산업기사 공통입니다. 연도별로 실어 놓은 게 아니고 이처럼 과목별로 재분류한 다음에 문제 하단에다 실제 출제 연도를 모두 표기해 둬서 수험생의 편의를 도모했네요. 예를 들어 p284를 보면 롤러기작업에 대한 문제인데(사진有), 기사시험에서는 12년의 1회, 13년의 1,2회, ....21년의 2회 등 10년간의 모든 출제 연도와 회차를 다 적어 놓았습니다. 기사시험과 별개로 산업기사 시험도 10년 동안 총 다섯 번 출제되었다는 걸 알 수 있게 모든 정보가 다 나옵니다. 수험생들은 센스있게, 이 항목들의 출제 주기를 파악해서 최소 노력으로 잘 대비할 수 있겠습니다. 공부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마지막 파트는 실전모의고사 5회분인데 이런 교재에서 모고 5회면 꽤 많은 편입니다. 인강도 그렇고 산업안전 직렬에서 이 책이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필요한 건 다 실어 놓았더군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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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936000894


소설의 배경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이미 풍족한 삶의 여건을 갖춘, 현대 한국 "서울"의 아파트촌입니다. 주인공 노인은 오전 9시 30분~10시 사이만 되면 단지에 울려펴지는 총소리를 듣습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들리지 않는데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이 소리에 노인은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낍니다. 대체 누가 주거지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건가. 노인정에 들러 이런 느낌을 이야기하니 동료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노인은 이미 사회적으로 기반을 잘 다진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데, 어느날 아들 내외는 "시중을 들어 줄 아주머니가 필요하실 것 같아서" 어느 여성 노인, 주인공과는 대략 십여 년 나이 차이가 나는 분을 모셔 옵니다. 시대 배경을 감안할 때 법적 혼인 관계까지는 알 수 없고 사실혼 배우자 겸 찬모 비슷한 스탠스인 듯합니다. 설령 법적 배우자라고 해도 거의 모든 재산이 이미 아들 앞으로 되어 있을 듯하므로 별 말썽은 생기지 않을 듯도 합니다. 단 이 시기가 민법 최종 개정 이전 시점이긴 하지만 후처의 상속지분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으므로 혹 말썽이 생기려면 얼마든지 가능은 하겠습니다. 꼼꼼한 아들 내외(며느리가 특히)의 일처리 솜씨로 보아 그럴 일은 물론 없을 듯하지만.


새로 들인 아주머니, 또 노인정 친구들을 다 모아 놓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작정을 하고 들어 봐도 그 총소리는 이 노인 외에는 들을 수 없는 그런 소리였습니다. 단지를 순찰하는 경비원한테 물어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체 왜 남들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나만 들을 수 있는 걸까? 노인은 생전 그런 특별한 능력을 지녀 본 적이 없고, 이제 생을 정리해 가야 할 단계에 접어들어 새삼 그런 능력이 생긴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노인은 소개를 통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게 되고, 이 의사는 다시 어느 정신과 전문의를 소개해 줍니다. 정신과 의사는 다소 다그치는 듯한 말투로, 노인이 뭔가 숨기는 듯한 과거에 대해 눈치를 챈 후 모든 과거 사정을 자신에게 털어 놓아야만 이 이상한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노인은 오래 숨겨 온 과거를 하나씩 꺼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책프 25기 12주차에 리뷰한 김상렬 작가의 <객사>에도 이 비슷한 설정이 있었습니다. 그 작품에서는 가족(정확하게는 처와 둘째 자식)을 북에 버리고 혼자 내려온 영감님 본인은 아무 죄의식이 없었으나 모친과 생이별을 하게 된 첫째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원망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생겨 평생을 폐인으로 지내는 이야기였죠. 지금 이 작품에서 노인도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어!"라며 일생을 합리화해 왔지만 말년에 들어 이런 문제가 터진 것입니다. 또 여기에는, 아들 내외가 홀로된 아버지를 서울에 두고 이민을 가려는 결정을 이미 내린 사정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노인은 젊었을 때 지신이 저지른 잘못(가족을 버림)의 대가를, 이제 업보처럼 자신의 아들을 통해 고스란히 똑같은 방식으로 치르게 된다고 느낀 것입니다. 


사실 아들 내외는 노인이 그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모든 걸 준비하고 떠나는 것이므로 큰 잘못은 없습니다. 며느리가 약은 게, 아들이 "아버지가 정 싫으시면 저희는 안 떠날게요."라고 하자(물론 빈말입니다), 잽싸게 그 말을 받아 "아무 불편함이 없으시게..."라며 이미 확고한 결심이 선 이민 결정이 철회될 일이 없음을 분명히합니다. 저 무렵(1980년대 중반)에 실제로 한국에서 일부 중산층 중심으로 캐나다 이민 바람이 잠시 일기도 했습니다. 


아마 정신과라고 하면 (지금도 그렇지만) 미친 사람들이나 찾는 곳이라는 인식이 당시에는 팽배했겠고, 저렇게 자발적인 진술, 상담, 대화를 통해 병을 치료해 간다는 메써드(method)가 당시로서는 대중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유재용 작가에 대해서는 지난 24기 38주차에 잠시 언급했던 적 있습니다. 이 책은 1987년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이기도 합니다. 요 당시에는 수상을 조선일보사에서 주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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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NCS 지역농협 6급 통합 기본서 인적성 및 직무능력평가 - NCS 및 농협 이론 + 실전모의고사 6회분수록ㅣ지역농협·지역축협·품목농협·품목축협 대비
해커스 취업교육연구소 지음 / 해커스공기업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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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협 6급은 원칙적으로 연령, 학력, 학점 또는 어학점수의 제한이 없는(p18) 전형을 통해 선발됩니다. 그러나 일반관리직(영농지도)의 경우 농과계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2021 상반기 기준). 그러므로 일단 인적성과 직무능력평가만 잘 치르면 승부를 걸어볼 만합니다. 책에는 또한 2021년도부터 전국 동시채용 1회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대기업 공채가 거의 폐지된 지금 젊은 인재들에게 간신히 열린 또하나의 기회인 셈입니다. 


농협 하면 대뜸 NH은행을 떠올리겠으나 그곳 외에도 진로가 다양합니다. 하나로유통, 남해화학, 농협양곡, 농협물류 등 계열사가 무척 많습니다. 이 정도면 대기업 입사만큼이나 다양한 길이 열려 있고 실제로 농협은 기업서열을 매겨도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기업집단인데다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인적성이나 직무능력평가는 대개 비슷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농협만의 특징이 어느 정도 뚜렷하므로 기출문제의 철저한 학습을 통해 대비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이 책은 1부 NCS 직무능력평가 파트에 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자원관리능력, 조직이해능력 등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러므로 NCS 일반 기본서를 사서 공부하는 것보다, 6급 농협으로 특화된 이 교재로 대비하는 게 훨씬 능률적인 공부가 되겠습니다. 교재 2부는 인적성 대비 파트입니다. 여기까지만 따지면 p335 분량인데...


독특한 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분책(책 속의 책)이 6회분 모의고사를 실었으며 이것만 따로 227페이지 분량입니다. 그러므로 합하면 600페이지 정도이며, 해커스 교재가 대체로 그렇듯 해설분이 아주 자세합니다. 해설책만 따져도 100페이지 분량이며, 따라서 책의 총 페이지수는 700에 가깝습니다. 물론 수험생의 개별 형편에 따라 기본서 파트만 중점적으로 볼 수도 있으며, 반대로 모의고사만 신경 써서 풀 수도 있습니다. 


의사소통능력 파트에서는 NCS 공통의 다양한 내용을 정리하지만 특히 6급 기출인 유의, 반대 관계 어휘를 잘 설명해 둔다든가(p84), 혼동하기 쉬운 어휘(p77) 등 이 시험에 특화한 내용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출 위주로만 공부하면 불의타를 맞을 수도 있으므로 NCS 일반의 내용도 알아 둬야 하죠. 책 옆면에 파트별 인덱스가 표시되었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빨리 찾아 펴서 그것만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내용 설명 후에는 "예제"가 나오며, 단원 끝에는 기출동형 문제들이 유형에 따라(대개 5) 대략 40~50문제 등이 나옵니다. 예제는 바로 다음 페이지에 해설과 답이 따라오지만, 기출동형은 두번째 분책인 해설집을 따로 봐야만 합니다(답과 해설 모두). 언제나 해커스 교재를 리뷰할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해설집은 그저 답을 체크하는 용도라기보다 제2의 본문이라 생각하고 답을 맞혔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반드시 꼼꼼히 읽어 봐야 합니다. 


지역농협6급도 특히 문제해결능력 파트에서 논리학 관련 문제가 자주 나오는 편인데 직렬 불문하고 요즘 NCS의 공통 경향인 듯 보입니다. p200에 논리 오류 유형, p201에 불(Boole) 대수 관련 여러 개념이 정리됩니다. 이건 처음에 꼼꼼하게 공부를 해 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사람 괴롭히므로 기본서 공부할 때 확실히 봐 놓아야 합니다. 


농협6급 시험의 특성상 인적성 파트는 (NCS에 비해) 분량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내용은 비록 적지만 소홀히하지 말고, 오히려 부담도 적은 만큼 꼼꼼하게 빠지는 내용 없이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겠네요. 


NCS 모의고사를 풀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무래도 실무에서 많이 쓰이다 보니 바코드 관련 문제가 참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예를 들면 별책 p70 2회 47번). 이건 지문을 통해 즉석에서 해결하기보다, 아예 모듈형 기본 이론이라고 여기고 바코드 구성을 평소에 공부해 두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물론 실전 문제에서는 일부 규약이 슬쩍 변형될 수도 있으므로 그냥 기존 지식에만 의존해서 문제를 풀면 곤란할 수도 있습니다. 


p87의 3회 10번은 "일매지게"라는 고유어의 사전적 의미를 묻습니다. 이 역시 어느 정도는 모듈화되어 있으므로 기본서의 착실한 학습이 선행되어야 풀이가 가능하겠으며, 조금 여유가 있는 수험생이라면 통합기본서에 나오는 더 풍부한 내용도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농협6급이다 보니 p164의 5회 21번 같은 걸 보면 아예 금융직무 중 마주칠 수 있는 실제상황을 방불케하는 지문을 보고 문제를 풀게 합니다. 실제로 금융기관(농협은 아니었고 다른 국책은행)에 전화를 해 질문을 해 보면 업무에 아주 밝은 여성직원분이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명쾌한 해답을 짧은 시간 안에 척척 대답해 주는 걸 겪고 만족하다 못해 살짝 질리기까지 한 개인적 경험도 있습니다. 입사 단계에서부터 이처럼 업무에 밝은 인재들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에도 느낀 거지만 역시 교재가 딱 농협6급에 최적화된 내용이라서 시간이 참 절약된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좀 여유가 있다면 더 두꺼운 통합기본서로 내용을 보충할 필요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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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기의 역사 - 완전 개정판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강남규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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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고도로 발달한 형태는 아닙니다만 고대 로마에서도 원시적인 꼴의 금융은 있었으며 금융이 있는 곳에 반드시 투자, 혹은 투기도 존재했습니다. 이 책은 고대 로마의 "투기" 사례까지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는 점이 특이합니다. 


투기의 고전적인 형태는 물론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버블입니다. 네덜란드는 좁은 나라이며 국민 대다수가 고부가가치 산업, 심지어 농업이라고 해도 고가의 환금 작물을 재배하곤 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엄밀히 말해 플랑드르는 벨기에에 속하지만 소년 네로나 그의 이웃들처럼 고지식하게 농업 노동에 종사했던 이들이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국민상은 아니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책에는 1690년대의 주식회사 설립 붐이 소개되는데 애초에 작은 돈만 출자해도 모험 사업의 이익 분배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려는 게 그 의도였습니다. 와 그 예전에 주식회사가 존재했으며 주식, 증권이라는 게 있었다니 하고 놀랄 수 있지만 국민성 자체가 투자, 투기에 민감했기에 이런 게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주식회사라는 게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실제로는 소액 투자자를 등쳐먹는 짓거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저 국민성이 투자를 좋아한다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고, 엄격한 공시 감독 시스템이 있건 없건 간에 사회적 신뢰가 존재해야 이런 제도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투자를 좋아해도, 그 사업으로부터 얻은 이익이 정직하게 분배가 안 된다면 무슨 믿음으로 출자를 하겠습니까? 사실 그래서 한국 주식이 외인 투자자들에게 저평가를 받는 겁니다. 배당을 잘 안 해 주니까요. 또 이런저런 지배구조상의 모순으로, 내가 투자한 사업회사의 이익이 그저 수상한 경로로 지주회사에 막 빨려들어간다는 의심이 해소가 되어야 합니다. 거버넌스라는 가치를 요즘 SK 회장이 막 강조하고 이러는 것(며칠 전 뉴스)도 외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의도가 큽니다. 


우리 국민들은 요즘 동학개미운동이다 뭐다 해서 주식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만, 1990년대 일본인들이 무조건 남는다면서 부동산 투자를 하다 버블이 꺼지는 바람에 엄청난 부를 날린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최근 옵터머스 사태도 굉장히 불길한 조짐일 수 있습니다(사기하고 버블 붕괴는 생각보다 차이가 적을 수 있습니다). 같은 버블이라고 해도 1840년대 미국 철도 버블은 그나마 피해자가 적었습니다. 우리는 철도 부설 당시 소농들이 억울하게 토지를 수용당한 사례만 떠올리지만 수상한 경로로 폭탄돌리기를 당한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도 잊어서는 안 되겠죠.


최근 짐 로저스라는 투자자가 한국의 버블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유명한 누군가가 무슨 말을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투자에 대해 1도 모르면서 번 돈을 함부로 써 대는 게 위험합니다. 무슨 노름이나 장난을 하듯이 눈감고 주식 투자(...)를 하는 모습을 보면 기가 찹니다. 공부 없이 요행으로 거금이 벌리는 경우가 과연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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