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이라는 함정 - 리더는 당신에게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라이너 한크 지음, 장윤경 옮김 / 시원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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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더는 당신에게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책 앞표지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하는 어이없는 자칭 참칭 리더들이 많습니다. 그 리더가 조직의 성과를 그런 식으로 보장이라도 하면, 강요하지 않아도 부하직원들이 알아서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그렇지도 못하면서 리더랍시고 온갖 불합리한 지시를 남발하고 인격적 종속을 요구한다면 그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내가 리더나 그 비슷한 자리에 올랐을 때, 하위 랭크에 대고 함부로 충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됩니다. 직원들이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조직의 성과를 올바르게 내려면 그런 방식은 당연 지양해야 하니 말입니다.


확실히 독일 책이라서인지 다른 책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채로운 사례나 교훈이 많이 인용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독일 특유의 어려운 말투로 내용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포맷입니다. p28에는 미국 예일대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교수의 사례가 나오는데(이름은 그리스식이네요) 여기서 이 교수님은 "진화의 우울한 현상"이라는 원리를 도출해 냅니다. 집단끼리는 동질감을 갖고 더 큰 호의를 베풀며, 그 집단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차별"이라는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겁니다. 재미있는 건 내(內)집단에 속한다 아니다를 가르는 기준이 매우 자의적이고 허술하며 유치할 수도 있다는 점이네요. "우리는 다른 집단에 속한 일원보다 고유의 집단에 속한 구성원을 기꺼이 도와 준다." 저자는 이런 본성과 경향성을 두고 "마치 선천적으로 타고난 듯이"라는 표현도 씁니다. 


잘 알려진 "던바의 숫자"를 거론하며, 제아무리 잘 작동하는, 또 내적인 인화를 자랑하는 집단이라고 해도 구성원이 150인을 넘어가기는 힘들다고도 합니다. 이 수를 넘어가면 "충성도 연대도 해를 입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저 숫자만 많다고 어느 집단의 무한확장을 도모할 수는 없고 임계치를 넘으면 역효과가 나는 셈입니다. 집단도 그러하고 한 개인이 자기 중심으로 구축하는 네트워크의 효율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작가 미하엘 클리베르크는 "지키려는 소수 정체성과 바뀌려는 다수 정체성이 서로 만나는 건, 이민국 내 상호 통합에 결코 좋은 전제조건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합니다(p40). "혐오"라고까지 단정지을 수는 없어도 논란을 부를 만한 소지는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다만 저자는 "독일 대학에서 이야기를 하려면 진보 보편주의를 믿는다고 고백을 해야 하니까" 이후 문학상은 클리베르크에게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명백한 헤이트 스피치가 아닌 이상 이 정도 발언의 자유는 개인에게 주어져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해서 씁쓸한 구석이 있네요. "용납될지는 모르나, 원하는 의견은 아니었다." 결국 원하지 않는 의견은 용납되지도 않는다는 뜻 아닙니까.


한국이라면 혹 부모의 교육 수준, 경제적 계급이 낮더라도 그 자녀가 이를 극복하여 상위 랭크로 올라서려는 노력이 집요할 것이며 "내가 열심히 하면 그건 부모의 계급을 배반하는 거야" 같은 생각은 아무도, 정말 아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ㅎㅎ 그런데 독일은 사정이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이른바 "사회적 상승 의지의 결핍"은 한국에서는 절대 찾아보기 쉽지 않으며, 교육이나 경제 활동을 통해 가열차게 신분 상승을 노리는 건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권의 공통 특징이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저자는 이런 분석틀을 통해 독일에서 발생하는 계급 배반 회피 현상, 혹은 그 반대 현상의 원인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충성"이라는 개념이 이렇게까지 확장되어 적용된다는 게 너무도 재미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충격을 안긴 폭스바겐의 배기량 조작 스캔들, 이른바 디젤게이트에 대해 저자는 독일 사회를 암울하게 짓누르는 "충성"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해 접근합니다. 한국인들도 벤o, 또 저 폭o바겐이라고 하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브랜드 신뢰도가 엄연히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한층 컸었습니다. "규칙 위반의 도덕화는 무의미하며 틀림없이 위선과 가식으로 이어진다." 슈테판 퀼의 주장(p87)입니다. 독일인들은 특히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므로, 그 특유의 정직함과 직업 정신에도 불구하고 저런 대형 사고가 터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라면 설령 비슷한 스캔들이 터져도 그 동기가 저런 쪽은 아닐 것입니다. 여튼 그래서 저자는 챕터 3에서  "내부 고발자"의 중요성과 의의에 대해 길게 논의합니다. "'탐욕스러운 기관'의 위험성을 항상 잊지 말자(p105)." 이어서 그 유명한, 백 년 전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회고도 나옵니다. 


"소속감은 집단 자아(그루펜 이히)를 만들어 공동의 씨족 양심을 형성한다(p141)" "충성은 호혜를 기초로 하며 따라서 집단에 대한 충성을 보답을 받는다. 보답이 없는 타 집단에는 그럴 의무가 없으며 오히려 공격으로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이어 (역사적) 독일 공산주의자에 대한 비판도 합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보다도 공산주의를 더욱 확실히 믿었다" 이런 병리현상이 극에 치달으면 배타적 패륜적 파괴적 진영논리로 바뀌며, 진영의 이익이 인간 본연의 양심이나 도덕률에 우선한다고 대중 앞에서 당당히도 털어 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이 지금 무엇을 저지르는지 모릅니다. "구호는 신체적 무아경과 관련된, 군중 속 몸의 언어행위라 할 수 있다(p158)." 재미있게도, 저자는 배교자(널리, 배신자라고 할 수 있는)에 대해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예시로 두 집단을 드는데 하나는 크리스트교요 다른 하나는 이탈리안 마피아입니다. 


"민주주의 찬양은 과도한 걸까? 싱가포르 같은 권위주의 체제도 코로나 위기를 잘 헤쳐나가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짓 폭포가 다수에게 무제한으로 흐르도록 자유로운 길을 허락하는, 포퓰리즘적 입헌 민주주의 법치국가들을 단념해서는 안 된다(p229)." 이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거짓 폭포나 포퓰리즘이 좋다는 게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굴종의 독과 순응의 덫을 해체하는 "불충의 영웅"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자유롭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머물자! 당신 자신이 되자!(p240)"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이게 인간 조건의 본연입니다. 이걸 부정당하거나 스스로 부정하면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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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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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어령 선생의 작품들 중에는 유독 어머니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위대한 정신이 그 타고난 재능이라든가 지적인 학습 과정 같은 것 외에도, 그 잠재력을 온전히 꽃피우려면 이처럼 위대한 한 모성이 끊임없이(설령 모친이 돌아가신 후라고 해도) 자양분을 제공해 주고 영감을 선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출판이란, 영어의 publication이 뜻하는 대로 사적인 것이 아닌 공적인 일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 ", "눈부신 이공간(異空間) 속으로 들어가는 내 작은 심장의 고동소리" 등 선생의 문장과 구절 속에는 벌써 독자의 몽매한 마음을 일깨우는 통찰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위대한 지성을 세상에 낳은 그 어머니야말로 진정 위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적 체험이면서도 보편적인 우주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 꼭 이 책이나 어머니에 대한 상념의 글이 아니라 해도 선생의 거의 모든 글과 이야기들은 과연 "보편적인 우주"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모두 네 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그 첫째가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라는 제목인데,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 귤, 바다, 이 여섯 가지가 은유의 보조 관념 여섯입니다. 특히 넷째 금계랍에 대한 이야기가 놀라웠는데, 그 뜻은 책을 직접 읽어 보고 독자가 직접 깨치고 생각할 일이지 이런 독후감에 함부로 옮겨 적을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확실히 선생의 글은, 선생의 글을 익히 읽어 본 독자가 지레짐작으로 이 키워드에서 이런 내용이 풀려 나오겠거니 여기던 바의 아득한 지평마저 뛰어넘는 놀라운 통찰로 가득하며, 아무리 어리석은 독자에게라도 최소한 "의외, 놀라움"이란 느낌과 체험을 선사합니다. 그런 게 다 있었구나, 그런 게 다 있었구나. 뭐 이런. 


둘째 글은 "이마를 짚는 손"입니다. 신화의 도시에서 저자는 세 가지 언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첫째는 프로메테우스, 둘째는 헤르메스, 마지막인 셋째는 오르페우스라고 합니다. "이미 오르페우스가 부는 피리 소리에는 모순도 대립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충하는 것을 화합시켜 하나로 융합게 하는 결합의 언어이다.(p63)" 이 세 가지 언어를 이미 어머니는 어린시절 선생에게 그 오의를 가르쳐 주셨다는 겁니다. 


"얘야 너무 놀랄 것 없다. 키가 크느라고 그렇단다." 여기서 말씀하시는 키는 육신도 육신이지만 정신의 키도 포함할 것입니다. 우리는 성인이 된 후에도, 아니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끊임없이 악몽을 꿉니다. 이런 시련과 간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거의 전적으로 "엄마"에게서 받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려서 사랑을 많이 받은 인생이 진정 축복을 받은 것이고 돈이나 위신을 물려받은 게 중요치 않다는 거죠. 돈 같은 건 쥐고 있는 당사자가 변변치 못하면 한순간에 어느 사기꾼의 손으로 달아납니다. 시련을 이겨낼 의지와 위험을 내다볼 지혜는, 아마도 그 태반을 어머니가 그 자녀의 성장기에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주변을 보면 과연 그렇습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상황을 잘 극복하고 이겨낼까. 다 그 모친이 사랑을 듬뿍 담아 당자를 길러낸 덕이 아닐지 말입니다. 모르긴 해도요. 


셋째 글은 "겨울에 잃어버린 것들"입니다. 여기에는 마치 톨스토이 우화에서처럼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사실 저자께서 어린시절 직접 겪은 사연입니다. 어쩜 아직은 평범했었을 어린이의 한 성장기에 이런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졌을까 싶지만 아마 우리도 이 비슷한 사연이 하나쯤 있었을지 모릅니다. 선생이기에 그걸 다 기억하고 재구성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거겠고 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p103의 한 구절을 "그는 저주의 아들이었다"라고 잘못 읽었습니다. "저주"가 아니라 "지주"였는데, 끝까지 읽고 보니 저주라 읽어도 딱히 오독은 아니었구나 싶어 기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기괴한 우화(?)를 읽고 느끼는 점은 독자마다 제각각이겠으나 확실히 이런 이야기는 이어령 선생의 책에서만 또 읽을 수 있는 귀한 소스다 싶었습니다. 


"진주는 돌이 아니다. 진주는 눈물이다(pp.150~151)." 마지막 글 "나의 문학적 자서전"은 모친, 부친에 대한 회고가 고루 담깁니다. 선생은 대개 명징하게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들려 주는 편이고 글 아니라 TV, 라디오, 기타 미디어에 담긴 육성으로도 그렇습니다. 타고난 좋은 목소리에 마치 전문 구연자처럼 정확한 발성에 온갖 느낌을 다 담아 말씀을 하는 편이죠. 하지만 때로 독자는 "이건 무슨 뜻일까" 하고 나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그 의도를 곰곰 살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독자라면, 이 책에 실린 넷째 글에서 어쩌면 많은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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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라디오 드라마 극본 선집 2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어교육총서 2
장원재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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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20여편의 작품, 그리고 그 외 이 작가분이 쓴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수록되었습니다. 그 중 제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건 "박(朴)서방"입니다. 


"서방"이라는 단어는 현대에는 결혼 한 시동생을 가리킬 때라든가(공교롭게도 "도련님"이라는 제목의 다른 작품도 이 책에 수록되었습니다), 장인 장모 입장에서 사위를 부를 때 쓰이는 정도지만 대체로는 나이가 젊은 축을 가리키는 듯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작품집에서 보듯, 1970~80년대 정도에는 거의 늙은이에 가까운 사람을 두고서도, 아무 친족 관계가 아닌데도 그저 기혼 남성이기만 하면 쓰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경우 다소의 하대가 될 수 있으므로(역시 작품 중에 나옵니다) 용법이 조심스럽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박서방은 수도권 어느 허름한 주거지에서 이런저런 서민 가구들과 함께 마치 시골 공동체에서처럼 소박하고 허물없는 소통을 주고받으며 사는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아들도 있고 딸도 둘 있는데 둘 다 나이가 차서 빨리 시집을 보내야 합니다. 하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다니는 관리직과 좋은 사이이며 사윗감도 그 직장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입니다. 다른 하나가 문제인데, 동네에서 그저 기술자로 일하는 남자(자신의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와 교제하는 중이며 이 남자가 전과가 있다는 게 마음에 영 걸립니다. 


박서방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처신이 주책맞고 경박합니다. 물론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지만 이런 처세상의 가벼움 때문에 동네에서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박서방"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둘째 예비 사위도 뒤에서 "박서방"이라 부르다가 약혼녀에게 타박을 받기도 합니다. 한번은 크게 술에 취해 귀가하다 하수도에서 넘어져 크게 다칠 뻔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첫째 사윗감의 도움을 받아 친해지게 됩니다. 본인에게는 좀 과분한 사윗감에도 불구하고 워낙 성격이 괴팍하고 눈은 한없이 높아서 여튼 살갑게 대해 주지를 않습니다. 


25기 13주차에 서영은의 <뱁새의 꿈>을 리뷰했는데 거기서는 딸이 자신의 집안을 부끄럽게 여겨 어느 집을 빌려 상견례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 이 "박서방"에서는 그렇지는 않고, 첫째 사윗감의 출신이 (아마도) 엄청 격이 높은 집안이다 보니 시내의 아주 그럴싸한 뷔페 레스토랑(시대상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까지 상견례를 하는 장면이 있고 이 장면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입니다. 사윗감은 조실부모한 탓에 그 고모가 나오는데 여기서 박서방이 너무 무식한 티를 내서 상대가 크게 당황합니다. 박서방의 주책도 문제지만, 오히려 무례한 쪽은 고모입니다. "댁의 따님은 우리 집안의 격에 맞지를 않으니 다른 상대를 찾아보려 합니다." 설령 바깥사돈이 문제였다고 해도 그 딸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여튼 박서방은 자신이 딸의 장래를 망쳤다는 자책감 때문에 기가 팍 죽어 지냅니다. 이런 사람은 한번 충격을 먹어야 자기 객관화가 되죠. 한편 그 고모 되는 사람도 조카에게 설득을 당했는지 질책을 받았는지 나중에 박서방을 찾아와서 사과를 합니다(그래서 결국 둘은 맺어진다는 겁니다). 그 고모가 잘못한 것도 맞고 또 뭐 극의 갈등은 그런 식으로 해소되어야 청취자의 마음도 후련해지겠으나 어째 좀 급작스럽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진행입니다. 하긴, 한국 사람들은 필요도 없이 과잉반응하다 나중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수습하는 통에 더 큰 대가를 치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오히려 이런 게 리얼리즘(?)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 "박서방"은 KBS에서 영상물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주책맞은 타이틀 롤은 신구씨, 아들 역에 장용씨, 큰딸에 이경표씨, 작은딸에 김현주(SBS <토지>에서 서희 역, 혹은 "국물이 끝내줘요"cf에 나온 그 배우 말고 더 선배 배우. 발성이 아주 좋은 분이죠)씨, 첫째 사윗감에 연규진씨(한가인의 시아버지), 둘째 사윗감에 임병기씨 등 유명한 연기자들이 다수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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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주사위 황순원 전집 10
황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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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작가는 물론 <소나기>, <독 짓는 늙은이>로 유명한 그분입니다. 제목이 "신들의 주사위"로 붙었는데 마치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 가의 테스>에서 "정의는 마침내 실현되었다. 불멸의 신들의 우두머리가 테스를 가지고 놀기를 끝낸 것이다."라는 유명한 마지막 문장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내용은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한 집안의 가장(과거식)이 너무 고집스럽고 완강하다면 가족들 모두가 피곤해지고 때로는 그 운명이 꼬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분이 그렇게 된 데에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고 의외로 모두를 배려하는 깊은 속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해도 말입니다. 물론 요즘은 이런 유형이 잘 없고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현대의 독자들이 읽기엔 다소 이해가 안 가는 면도 있습니다. 


배경은 어촌이며 주인공격인 노인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고 그로부터 두 손자를 보았습니다. 아들의 삶에도 일일이 지나치게 간섭하여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만들어 놓았다는 비판을 듣는데, 결정적인 문제는 두 손자에 대한 것입니다. 손자 중 첫째는 남달리 머리가 좋아서 나중에 크게될 인물이라고 주위의 기대가 대단한데 이상하게도 노인네는 이 손자에게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둘째를 일찍부터 도회지로 보내어서 입신할 수 있게 많은 배려를 합니다. 그러니 첫째 손자는 피해의식에 가득할 수밖에 없고 이 촌구석에서 속절없이 나이만 먹습니다. 


첫째 손자는 자신도 자신이지만 조부에게 꼼짝도 못하고 쥐여 사는 자신의 아버지가 너무도 불쌍해서 어느날 큰 마음을 먹고 거액을 빌려 아버지가 분가한 후 그 시중을 들어 줄 후처 역할을 해 줄 여인까지 마련해 주는데(예전식) 돈을 빌리긴 했어도 갚을 방도가 없다는 걸 뻔히 아는 그의 여자친구는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한편 둘째 손자는 인물도 좋고(잘생긴 건 이 집안 내력이라 피붙이들이 다 볼만합니다) 그 장래성 하나를 보고(무슨 고시인지 1차를 벌써 젊은 나이에 합격했습니다) 도시에서 여자들이 붙는데 그 중에서도 제법 돈 많은 집안의 딸과 친한 사이입니다. 이렇게 잘나가는 동생을 본 첫째의 마음이 더 복잡할 수밖에 없죠. 


보통 그 부모가, 과거 자신이 못 해 본 바를 자녀에게 시켜 대리만족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거꾸로 그 아들이 아버지를 통해. 그것도 죽은 모친을 대신할 후처를 마련까지 해 준다는 건 처음 접해 봅니다. 이 의도는 효성의 발로라기보다 명백히 대리만족이며(분가, 결혼을 자신이 못 해 봄), 그를 넘어 조부에 대한 일종의 시위입니다. 자금은 기어이 변제가 못 되며, 이 소식은 그의 조부 귀에 들어가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동생이나 그 약혼녀에게 말만 했어도 얼마든지 상황 타개가 가능했겠으나 뭔 일인지 첫째 손자는 상황이 파멸로 굴러가게끔 방치합니다. 독자인 제 눈엔 그렇게 보입니다. 


첫째 손자는 기어이 자살을 선택하며, 이후 대체 무슨 까닭으로 어려서부터 수재로 소문났던 첫째에게, 돈은 썩어날 만큼 많았던 조부가 그처럼이나 투자를 아꼈는지 이유가 드러납니다(스포일러). 그렇다고는 해도 방법이 이처럼 잘못되어서야 그 선의를 타인에게 이해받기란 매우 어렵지 않겠나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통이라는 게 이처럼 중요하며, 그저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노력만으로도 많은 큰 비극이 미연에 방지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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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마 국정원 NIAT 몬스터 심화편 - NIAT 최신출제유형문제 3단계 마스터! 언어, 논리추리, 수리력, 도형추리, 도식추리, 정보소양 공시마 국가정보원 NIAT 몬스터
공시마콘텐츠연구소 외 지음 / 공시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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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T는 국정원 정기공채에서만 시행하는 필기시험으로서 정보요원 직무적격성을 평가하는 National Intelligence Aptitude Test의 약자라고 합니다(p13). 어떤 시험이든 그 전형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게 마련이며, 지난번 기초편에 이어 이 심화편을 잘 마스터하면 적어도 NIAT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NIAT는 언어, 논리추리, 수리력, 도형추리, 도식추리, 정보소양 등의 과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언어영역을 보면 p43이나 p37에서처럼 "지문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혹은 일치하는 것)"을 단순히 묻기도 하며, p29에서처럼 글의 논리적 구조를 바르게 도식화한 선지를 고르게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pp.25~27에서는 글(문단)의 순서가 바르게 배열된 걸 고르게 하는데 이런 걸 감각적으로 잘하는 수험생도 있겠지만 교재 앞부분에 기본 이론이 나오므로 해당 이론 파트를 잘 공부한 후 문제를 풀면 도움이 더 크게 될 것 같습니다. NIAT의 언어영역은 수능의 국어과목이나 행시(5급 공채) 등의 PSAT 유형과 비슷하기에 그 시험들을 잘 준비했던 수험생이라면 따로 공부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이 NIAT에 좀 더 최적화한 이론, 문제를 이 교재가 담았다고 저는 생각이 되네요.


언어 영역 지문은 어느 시험 중에서라도 제법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을 담기에 수험생들이 적잖이 어려워합니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도 역시 NIAT만의 독특한 개성이 지문에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문의 분야는 미디어학, 언어학, 사회학, 생리학, 경제학, 법학 등 광범위하게 걸쳐 있으며 p92처럼 단순하게 해결 가능한 게 있는가 하면 p52처럼 지문 내용을 하나하나 정확히 이해해야 해결 가능한 게 있습니다. 아주 예전부터 국어(언어)가 공부를 해도 한 만큼 늘지 않고 잘하던 사람이 잘하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스킬이나 지문 읽는 속도도 그 시험에 최적화한 교재를 골라 쓰면 어느 정도 개선이 됩니다. 언어 영역이 제 입장에서는 자신감도 길러 주고 이 책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파트였네요.


파트 2는 논리추리입니다. p147에 보면 "논리게임"이라는 제목 하에 명제의 진리표, 혹은 각종 명제함수, 또 역-이-대우의 진릿값이 보기 좋게 정리되었습니다. 이걸 수학 커리큘럼에서는 불(Boole) 대수(代數)라고 하는데 처음 보는 수험생들은 어렵게 느끼지만 이치를 알고 공부해 보면 아주 쉽고, 표에 나온 저런 결괏값도 이해가 잘 됩니다. NIAT뿐 아니라 타 출판사에서 펴낸 PSAT 교재도 제가 대략 여러 권을 많이 봤다고 자부합니다만 이 몬스터 심화편 교재가 가장 정리를 잘 해 놓은 것 같습니다. 보기가 무척 편합니다. 교재는 한정된 분량이라서 일일이 긴 설명을 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수험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도 친절히 하고 있네요. 전통적으로 이 단원에서는 힌트를 주고 이로부터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올바른 결론을 고르는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데 확실히 NIAT는 PSAT이나 NCS과는 개성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국정원 준비하는 분들은 다른 교재를 보기보다 NIAT 경향에 더 최적화한 이런 문제를 풀어야 확실히 유리한 면이 있겠네요. 


이 교재 몬스터 집필진에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신 이인 원장님도 포함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수리력 파트에서 참신하면서도 NIAT의 경향에 더 근접해 보이는 재미있는 문제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수리 파트 문제 풀 때 잘하는 수험생들은 그냥 기출이나 예상문제 pool만 죽 풀고 준비해도 충분하지만, 이 교재는 문제 말고도 이론 정리 역시 깔끔하게 잘 되어 있더라는 게 개인적 느낌입니다. 다만 p217에 기왕이면 짝수 2n, 홀수 2n-1 같은 것이라든가, n번째 홀수만 모은 것의 합이 n제곱, 뭐 이런 것도 넣어 주셨으면 더 망라적이었겠습니다. p230의 30번 같은 경우 이른바 베이지언 확률 문제인데, p539의 해설처럼 공식(고교 수학의 정석에 나오듯이)을 이용해서 풀어도 좋지만 2x2 표를 만들어 깔끔하게 구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p332 이하에는 입체도형의 전개도 문제들이 다수 나오는데 인쇄가 2색으로 선명하게 나와서 마치 IQ 테스트라든가 퍼즐 문제 푸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잘하는 수험생들도 시험 앞두고 유지하는 감각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고 꼭 풀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보소양 파트는 경제학 지식+ 일반상식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NIAT 기출을 철저히 분석하시고 NIAT에 실제 출제될 만한 항목만 딱 추려서 정리해 주신 것 같아 뭔가 믿음이 갔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예상문제가 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바로 앞 파트 4, 파트 5는 문제 양이 충분했던 것과 좀 비교가 됩니다. 


무엇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NIAT 대비에만 정확히 포커스가 맞춰진 교재를 푼다는 점, 또 너무 기초 말고 고득점을 위한 심화 사항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이 놓이고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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