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기획자의 시선 - 브랜딩 실무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양봄내음.권병욱 지음 / 유엑스리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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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상표가 븥어 있냐에 따라 판매고, 매력, 인지도가 엄청 달라집니다. 내용, 실질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녀석으로 소비자(혹은 팬)에 다가온다는 건 참 기만적이지만, 또 그게 엄연히 사람 사는 세상 이치 중에 하나이며, 쉽게 변치 않는 인간 본성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꼭 상품 개발자 입장이 아니라도 내 자신부터를 조직에서, 시장에서 바르게 어필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배우는 것도 대단히 유익할 듯합니다. 

브랜드 정체성은 반드시 멋진 표현으로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에 대해 저자는 아니라고 말합니다(p84). 저자는 "표현을 혹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멋진 단어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모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더 나은 표현을 찾을 필요가 있을 때"라고 합니다. 그러니 말만 멋있다고 다가 아니라, 대중에게 소비자에게 이 제품 이 서비스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부터를 먼저 각인시켜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어감은 멋있는데 정작 이게 뭐하는 데 쓰이는 건지를 모르겠다? 론칭이 성공하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한때 애플의 라이벌은 여타의 IT 기업이 아니라 나이키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사물인터넷의 발달 덕에 영역 사이의 파격적인 융합이 가능해진 지금,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같은 곳도 브랜드 비전을 급격히 수정해 가며 소비자와 더 근원적 평면에서 더 밀도 있는 소통을 해 가길 원하는 듯하네요. 이것 관련 현대차와 협업을 수행한 저자의 회고담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저자의 이런 실제 업무 수행에 얽힌 개인적 기억을 읽는 보람이 첫째라고 생각하네요. 이 책에는 이처럼 어떤 총론, 원론 격의 가르침 말고도 개인화하여 생생한 이야기들이 듬뿍 담겨 있어 좋았습니다. 

레몬이라고 하면 상큼하고 신선하며 고급진 음식 부재료를 대뜸 떠올립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레몬 마켓이라고 할 때처럼, 레몬은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이고 속은 대단히 시원찮은, "꽝"을 뜻할 때도 있습니다. 저자께서도 p153에서 이 점을 지적하시며, 브랜드 네임이 경우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킵니다. 세상 만사가 이처럼 양면성이 있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중의 심리 그 가장 은밀한 곳을 적절히 터칭하는 지성과 감성 그 최고도 단계를 통찰하는 능력을 키워 갈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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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커먼스 -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도서
홍윤철 지음 / 포르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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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다른 점만을 너무도 강조하고, 닮은 점에는 눈을 감는다면 이 세상은 온통 갈등과 다툼으로만 가득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피부가 검든 희든, 눈이 위로 찢어졌든 움푹 들어갔든 서로에게서 같음을 발견하고 동질감, 공감을 나누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는 태즈메이니언 데블처럼 지상에서 멸종될 위기에 몰릴지 모릅니다.

요즘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됩니다. 책 p92를 보면 우리 인간이 독자적인 마이크로바이옴으로서 생태계에 어떤 일을 행하는지가 설명됩니다. 이처럼이나 중요한 게 우리네 인간의 기초적인 생리작용이며, 우리는 우리들만의 이기적인 욕구를 채우느라 이 점을 자주 잊곤 합니다. 우리 역시 엄연히 자연계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팩트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육류 소비가 좋지 않고 섬유류의 잦은 섭식이 우리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의 이 부분 설명이 참으로 명쾌합니다.

엔클로저 운동에 대한 언급이 이 책 p178 이하에 나옵니다. 지나친 방임 방종도 물론 문제이지만, 타인을 일절 배척하고 나만의 영역에 울타리를 치는 이기심, 이는 결국 모두를 불행으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보다 풍요롭게, 또 효율적으로 만드는 건 계획성, 치밀하고도 집요한 합리성 추구 등이겠으나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최적화가 달성되지 못합니다. 이른바 "시장의 실패"입니다. 물론 시장은 근본의 작동 원리이지만 이것이 절대시될 수는 없습니다.

"태양에 특허를 낼 수 있나요?"(p258) 조너스 소크의 멋진 말입니다. 어차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편협한 잣대로 재단하며, 니것 내것만을 가르고 따지며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낭비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다름을 넘어 같음에 더 시선을 모으고, 짧은 현재보다 긴 미래를 손잡고 바라볼 수 있을 때 이 지구는 더 조화로운 누리로 지켜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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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
장 프랑수아 버네이 지음, 장영필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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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소설이라고 하면 아직 우리에게 낯선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을 읽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더 많았지만, 아 이분이 알고 보니 호주 소설가였고, 그 작품에서 채 읽어내지 못했던 맥락이 이랬구나 하는 점들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호주 하면 대뜸 떠오르는 게 백호주의라는 단어지만(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여러 유로 징역형, 유배형을 선고받아 여기까지 온 이들이 백인 거주민들의 선조였고, 그 중에는 잡범들도 있겠지만 사상범, 반체제 운동가들도 제법 있었을 터입니다. 그러다 보니 좌파, 진보 사상 풍조가 호주에서조차 그 나름 뿌리가 깊었고, 그 사정이 p82 이하에 자세히 나옵니다. 호주와 공산주의라는 두 코드가 쉽게 연결이 되시나요? 이런 의외의 속내를 배워가는 게, 멋진 책을 읽는 하나의 보람입니다. 

헤겔이 일찍이 지적한 대로, 테제가 있으면 안티테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p167 이하에는 이른바 반(反)정신분석 교리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여러 소설가의 작품과 주제의식이 소개되는데, 이처럼이나 독자적인 깊이를 지닌 거대한 볼륨이 있었구나, 또 어쩌면 본토(?)에서의 성취보다 더 깊고 더 풍성한 족적을 남겼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사실 본토 어쩌구 하는 말부터가 주변부 의식, 식민지적 강박의 소산에 불과합니다. 

태평양전쟁이 비로소 호주인들로 하여금 아시아인들과 대면하게 했다는 구절이 p272에 나옵니다. 이로써 호주는 아시아성(性)의 일부를 그 아이덴티티에 편입하게 되었고, 바로 이 지점에 우리 한국 독자들이 특히나 귀를 곤두세우고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여러 모로 재미있고, 교훈도 많이 남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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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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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이 남긴 이 영원한 고전은 미국 문학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하여, 영국의 개성과 완전히 차별화한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고 평가 받습니다. 한국어로도 여러 차례 번역되었고, 그 중 일부는 일어펀 중역(重譯)의 영향도 크게 받은 판본이라서 요즘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하지는 않죠. 그래서 현대지성애서 펴낸, 더군다나 이종인 선생님의 정확한 번역인 이 책이 너무도 고맙고,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이 책에는 특히 원본 출간 당시에 제작된 판화가 여럿 수록되었습니다. 상태가 대단히 좋아서 보는 맛, view의 쾌감이 있어요. 19세기 명작 판화의 완성도는 비단 이 작품들뿐 아니라 다른 대표작에서도 다 확인 가능하지만 이 책에 실린 작들은 텍스트가 맥락을 보강해 주기 때문에 더 생생한 매력을 픙깁니다. 

모비 딕은 희대의 명작인 게, 일단 구약의 아합 왕 같은 가공할 만한 폭군 캐릭터가 여기서 아무의 말도 듣지 않고 아무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독고다이(?) 선장으로 "환생"하여 등장합니다. 사실 당시의 장비로 저 무서운 위력을 지닌 고래를 포획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시도이며, 또 실제 그러했기에 에이하브 선장의 몸이 저 꼴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어찌보면 제 성질과 제 다리를 바꾼, 한심한 인간이죠. 

스타벅... 참 이렇게 대가 이종인의 깔끔한 번역으로 다시 읽고 나니, 멜빌이 과연 무슨 의도로 이 캐릭터를 배치했는지 그 진정한 의도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았네요.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장엄한, 대책 없는 인간 폭군과 지구 최강의 고래가 벌이는 대혈전과 동반 자살(?)...  정신이 먹먹해졌습니다. 고전 명작은 이처럼 강렬한 정신의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기 위해 읽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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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집착경영 - 톱클래스 다국적기업들의 6가지 사람과 조직 관리 노하우
한준기 지음 / 쏭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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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HR의 시대입니다. 인재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사장님은 더 이상 휘하의 직원들에게 창의성을 뽑아내지 못하며 이들로부터의 창의성 안출 없이 기업이나 비즈니스가 잘 굴러갈 리 없습니다. 한국 최고의 HR 전문가인 저자가 새롭게 고안한 인재집착경영 프레임워크를 개관하고 난 느낌은, 이제는 이렇게까지 해야 트렌드에 부응하겠구나 같은 절박함, 그나마 다른 경쟁자들보다는 앞서 이 시스템을 채택해야 남들이 못 내 본 성과를 내겠구나 같은 약간의 희망, 마인드셋 같은 걸 얻을 수 있었어요, 

채용 단계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은 알아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찾아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에서는 어떤 인재를 거르고 어떤 이를 뽑아야할지, 그저 인상이나 감에 의존한 채용을 해서는 대단히 곤란한 일이 결국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왜 지원했는가? 본인이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p61). 커뮤니케이션 능력, 상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 등을 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능력은 IQ라든가 지식, 기술과는 또다른 재능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그저 인재집착경영이지만 그 밑에 나온 영어 제목에 따로 TALENT가 붙어서 탤런트 옵세션인 점도 눈여겨 봐야 하겠습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탤런트, 재능에 집중하고, 또 집착을 해도 해야 올바른 성과가 나겠지요. 

일을 했으면 올바른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것이 어세스먼트(assessment)인데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상급자가 올바로 평가를 해 주지 않으면 누가 일을 제대로 하려 들 리가 없습니다. 또 겉만 번드르르한 성과에 현혹되지 말고 진짜 조직에 도움이 되는 성과가 무엇인지 변별해 내는 능력이 절실하며, 이 책에서는 다양한 예를 통해 독자에게 "올바르고 건설적인 집착"에 대해 가르칩니다. 

잘한 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상을 해 주고, 직원들이 지금 우리 회사에서 무엇에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하는지 가르쳐야 합니다. 집에는 가훈, 학교에는 교훈이 있듯이, 회사에는 사훈이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도 바로 이것을 목표의 최상단에 놓고 달성해야 함을 직원들에게 수시로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p123 이하에서는 현장 영업직 매니저들과 큰 갈등을 빚을 뻔했으나 결과적으로 회사의 입장이 잘 관찰되게 마무리한 저자의 실제 경험이 나옵니다. 괜히 어깨에 힘 주고 아랫사람들한테 권위만 내세우려는 행태는, 비록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바로잡고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p162 이하에 탤런트 미팅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아주 참고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미팅은 그저 정해진 형식에 의해 진행되는 단어의 교환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탤런트가 육화하여 모두에게 공유되는 생산의 장(場)으로 승화되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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