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웨이브 -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꿀 넥스트 빅씽이 온다!
더밀크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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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주로 웹 2.0이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사는 중입니다. 그러나 지난 십 년 동안 가상현실이다 메타버스다 빅데이터다 해서 온갖 변혁의 물결이 일었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웹3.0이라는 도도한 트렌드가 우리를 덮쳐 오리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 같은 막연한 개념보다, 이 웹 3.0이 훨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미래 패러다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인을 투자할 때도 이제는 개발 측에서 어떤 비전과 기술을 기반으로 삼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3~4년 전에는 그저 도박하듯이 막 던지고 보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코인판도 어느 정도 질서와 틀, 룰 같은 게 잡혀 가는 중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책 p116 이하를 보면 웹3 웨이브 시대를 선도해 갈 것드로 기대되는 여러 기업들이 소개되는데, 몇 해 전 마치 복권에 당첨되듯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이들을 주변에서 보고 덩달아 너도나도 코인을 사서 보유다가 폭삭 망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이제는 그때와 달리 최소한의 어떤 가이드라인이 생겼다고 봐야 맞겠습니다. 

한국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게임 문화,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 속할 텐데,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초기의 경쟁력을 유지 못하고 현재 이처럼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p163을 보면 play and earn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해도 게임(NFT기반)을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게 되는 세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웹3은 그에 참여하는 유저의 집합지성보다 훨씬 똑똑해진 상태에서 동작하기에 이런 일도 가능해지는 거죠.   

개인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비전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세상 이치라는 게 양손 모두에 떡을 쥘 수는 없고,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내 줘야 합니다. 그러나 코인도 어차피 투자 자산인 이상, 하방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속성의 종목이 새로 고안되지 말라는 법도 없죠. p323 이하에는 대단히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이 스테이블 코인의 미래에 대해 자세한 분석이 전개됩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전쟁은 결국 플랫폼을 누가 수월하게 구축하느냐, 혹은 대중이 그렇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듯합니다. p404를 보면 비트코인이 이 분야 절대 선도 주자였으면서도 왜 질주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확실히, 이른바 후발자의 이익을 잘 챙겨 주도면밀하게 앞날을 다져 나가는 듯합니다. 이처럼, 심지어 코인의 미래도 웹3의 지평처럼 더 넓은 시야에서 보면 훨씬 체계적인 인사이트가 잡히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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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
토마스 불핀치 지음, 손길영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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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는 그리스나 로마가 지중해 세계 어디에서처럼(유대아 제외) 다신교를 믿었고(그 신격은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었으나) 또 그 나름의 확고부동한 전통을 유지했었습니다. 이러던 게, 기독교가 점차 큰 세력을 점함에 따라 적어도 신앙 체계와 교단 속에서의 그리스-로마 신들은 대중의 안전에서 사라지게 되었죠. 


그러나 르네상스가 유럽에 도래하면서 잊혀졌던 고대의 신들은 예술 작품을 필두로 그 모습을 다시금 노출했습니다. 신화는 여러 작가, 예술가 들에 의해 선명한 모습으로 재소환되었으나 오늘날 독서인들에게 가장 권위 있게 수용되는 집성은 19세기 미국 인문학자인 토머스 불핀치의 붓 끝에서 쓰인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 현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총괄적인 인상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저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명작이고 고전입니다. 어린이용으로 쓰이고 읽히는 여러 책들도 알고보면 이 고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중세, 근세의 저술이나 회화, 조각 들을 보면 다양한 세계관 혹은 스토리를 표현하고 있어서 과연 무엇이 권위 있는 정전(正典)인지 확정하기 어려운데 어찌보면 이 고전이 사실상 앤솔로지 혹은 canon 노릇을 하는 셈이죠.


야훼 혹은 여호와도 기독교의 구약에서는 질투의 신이라고 스스로를 밝힐 정도입니다만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야말로 치졸할 만큼 원초적인 질투를 품고 또 드러냅니다. 아라크네는 직물을 짜는 솜씨로 유명했는데 바로 이 재능이 신의 질시를 삽니다. 여기서 특이한 건 그나마 절제된 감정, 이지적인 면모를 지닌 아테나가 어떤 정제되지 못한 격렬한 증오감과 질투를 표현한다는 점이죠. 무지개의 빛깔에 대해 불핀치가 지나가듯 잠시 설명하는 대목도 있는데 그의 광학 소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여 흥미롭습니다. 


사포라고 하면 우리들은 사피즘, 혹은 그녀와 동료(제자)들이 거주했던 레스보스 섬만을 생각하여 레즈비어니즘을 떠올리지만 이 책에서는 딱히 그 부분 지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파온이라는 청년을 사랑하였으나 이루어지 못한 비련의 사연을 강조하고 또 그 불세출의 재능을 지적해 주는데 그 건조한 필체가 독특하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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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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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릴러의 거장 존 그리샴이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독자들은 마음이 설렙니다. 특히 이 작품은 "희귀 원고의 도난"을 소재로 삼았기에 더 흥미로운 눈길이 가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나서 과연! 존 그리샴이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존 그리샴다운 이지적인 구성, 군데군데 숨어 있는 위트와 휴머니즘, 뜻밖의 반전 등이 여전히 돋보였으며 역시 "클라스는 영원하다"는 점 다시 느낄 수 있었네요.

"전에도 체포된 적 있나?" 미국은 전과 자체보다, 이처럼 현장에서 체포된 전력이 있는지를 우선 확인하는 듯합니다. 마크는 이 순간 제리가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할지를 더 궁금해합니다. 이 장면을 읽고 잔 내시의 게임이론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가 생각나기도 하며, 현직 법조인을 능가하는 감각과 지식을 자랑하는 존 그리샴의 예리하고도 상세한 묘사가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부부 생활의 끔찍한 실패 후 "아버지는 무서운 여자들을 데리고 다녔다...." 아이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 젊은 여인들은 성인의 눈으로 보면 그 나름 치명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채 뭇 남성들을 홀리고 다니는 존재들이겠지요(착각에 빠진 늙은 퇴물이 아닌, 정말로 젊음의 생기를 발산하는 거리의 여인들). 그러나 아버지 역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이런 여성들의 닳고닳은 속내를 훤히 꿰고 있습니다. 어떤 계산 같은 것이 아니라, 이분 역시 감정이 소진되고 아무런 정신적 여유가 없는 터라 여인들의 "공사"가 먹힐 턱이 없죠.

문제의 원고는 우리가 <위대한 개츠비>로 잘 아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미발표 작품입니다. 여기서 가외로 우리 독자들이 살펴 볼 포인트는, 작가 그리샴이 어느 정도까지나 자신과 피츠제럴드를 동일시하느냐입니다. 또 공백기가 길었던 그리샴 자신이 얼마나 "미발표작의 성공적 공개"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지에 대해서도 짐작해 보는 은근한 재미도 있죠.

그리샴의 작품은 그저 주인공(1인칭이든 3인칭이든)의 일방적 시점에서만 전개되지 않습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치열한 두뇌 싸움 와중에 사건의 진행은 예측불허로 꼬이고 뒤집히며, 이 배신의 막장극 속에서 더럽고 저열한 플레이를 하는 건 국가 기관인 FBI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일 년에 도서관에서 없어지는 책만 천 권이 넘는다." 한국도 도서관 업무를 가중시키는 게 이런 생각 없는 사람들이며 선진국인 미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아무튼 얼핏 보아 별것도 아닌 이런 팩트로부터 엄청난 단서 하나가 마련되며 그리샴 특유의 미친 듯한 템포로 사건은 종막을 향해 달립니다. 역시 거장은 잠시 사라질 수는 있으나 결코 죽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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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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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의 참된 가치를 알아 보려면 나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그나마 망망대해에 한 발이라도 들여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 그게 어렵다면, 이처럼 훌륭한 글월과 사진을 통해서나마 그 가치의 일부라도 우리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기에 너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네요^^ 

글도 글이지만 사진들이 너무나 풍성합니다. 역시 퓰리처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작가님의 솜씨 답게, 사진에서 문화재의 광채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사진들의 퀄리티도 퀄리티이지만 그 양도 방대합니다. 책 제목 그대로 우리 문화유산 중 대표적인 걸작들이 이 한 권 안에 다 들어 있고, 일 년 남게 발품을 팔아서라도 다 만나기 힘들 소중한 탐사 대상을 다 만나는 듯합니다. 

한국인들은 근세 이래로 반도 안에 발이 묶여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만 고대에는 의외로 활동이 활발했던 듯하네요.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p85에는 그림과 함께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는데요. 저자께서도 1985년 고래 사냥을 금지하기 전까지 우리 민족이 얼마나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벌였는지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p106 이하에는 우리 국민들이 모두 다 알 법한 걸작,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소개됩니다. 신체는 균형이 잘 잡힌 걸로 보아 통일 활동에 큰 기여를 한 화랑 중 한 명을 혹 모델로 삼지 않았을까 하는 저자의 추측이 개진됩니다. 얼굴에 해탈의 경지가 완연히 표현된 그 원숙한 터치를 보면 우리 조상들의 솜씨가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 공교롭게도 며칠 전이 독도의 날이었는데 이 책에도 "문화유산" 중 하나로 독도가 설명되네요. 독도는 물론 물리적으로 우리 영토이지만 동시에 문화유산으로 꼽힐 자격이 충분합니다, 아마추어의 솜씨와는 현격히 다르게도 초고수의 앵글에 선명히 담긴 여러 유려한 컷들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다른 세계로 떠난 듯 아찔한 느낌마저 듭니다.  

금속활자 역시 우리 민족이 세계에 내놓을 만한 자랑스런 문화재입니다. 특히 서양의 경우와는 달리 동아시아의 경우 뜻글자를 쓰는 까닭에 이 인쇄술이라는 게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그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국난을 극복하며 일궈낸 찬란하고 놀라운 성취에 감탄할 뿐입니다. 특히 증도가자에 대한 짧으면서도 핵심을 찌른 설명이 유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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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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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이 유명한 구절은 책의 뒤표지뿐 아니라 p37에도 나옵니다. p17에서도 설명되듯, 본시 합스부르크 가문은 위신과 명망이 부족한 편이었으나 이후 줄기차게 황제를 배출하고 집요하게 실리를 추구하여 중근세에 이르러서는 이미 대가 끊어진 숱한 명문가들을 물리치고 유럽 최고의 황문으로 우뚝 섰습니다. 부르봉 가문도 사실 남계 직계로 카페(Capet) 성을 이은 게 아닌 터라 가격(家格)을 따지자면 합스부르크의 위명에 댈 것이 아닙니다. 합스부르크보다 더 긴 족보를 자랑하는 비텔스바흐나 벨프 가문도 심지어 현재까지 명맥은 이어지지만 그 전성기만을 살피더라도 중근세 내내 합스부르크 가가 휘두르던 엄청난 위세에 비할 바는 못 되었습니다. 

불세출의 천재 미술가라 해도 그 천재성을 알아봐 주고 잠재력을 만개하게 돕는 든든한 후원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책은 매 장마다 미술가 한 명과 그를 후원한 황제 한 명씩을 매치시키며 독자의 흥미를 돋웁니다. 물론 황제들은 중근세에 접어들며 사실상 제위를 독점 세습한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들입니다. 첫 장에는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놀라운 미감을 듬뿍 표햔한 알브레히트 뒤러와 막시밀리안 1세를 나란히 놓고 천재와 황제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위대한 가문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비틀어지고 열등해진 유전자의 집약적 표현형을 한둘 정도는 세상에 내어놓기 마련입니다. 2장에서 설명되는 광녀 후아나가 그 좋은 예입니다. 이 후아나는 예술 작품 중에서도 그 흉한 외모와 그보다 더 끔찍하게 망가진 정신의 상처를 드러내는데 아무리 운 좋은 환경이라 해도 개체가 떠안은 지독한 저열함과 추악함을 만회할 수 없었던 극명한 예시, 예증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합스부르크는 중근세 동안 한 지파가 독일 중심부를, 다른 지파가 에스파냐를 각각 다스리며 그야말로 유럽 전역을 호령하다시피 했는데 이 책 제 4장에서는 <우르비노의 비너스>로 유명한 화가 티치아노와 펠리페 2세를 나란히 놓으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런데 펠리페 2세의 전성기는 튜더 왕조(英)의 라이징 시기와 또 겹치므로, 이 챕터에서 우리 독자들은 근세 유럽의 가장 중요한 시기 역사의 흐름을 명화(名畵) 이야기와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합스부르크는 16세기 초 이른바 Sack of Rome을 배후조종함으로써 교황청의 위신을 처참히 망가뜨렸고 의도는 아니었겠으나 결과적으로 종교개혁을 앞당기기도 했습니다. 백여년 후 30년 전쟁이라는 대도박을 감행하여 유럽 전역을 손에 넣을 뻔도 했으니, 유럽을 전화로 몰아넣은 갖가지 전쟁에서 반드시 한 축을 담당했던 게 합스부르크 가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정세가 점차 민족주의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저 명가의 위신만으로는 더 이상 백성과 영토를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중근세 유럽 회화의 대가들이 정확하고도 풍자적으로 묘사한 합스부르크 가의 최고위층을 다양한 도판과 함께 소개하면서, 사진술도 없고 매스 미디어도 불비하던 시절 유일하게 구중궁궐 황족의 모습을 담던 그 찬란한 흔적을 우리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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