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 - 산업 혁명과 서부 개척 시대를 촉발한 리볼버의 신화 건들건들 컬렉션
짐 라센버거 지음, 유강은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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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 영화 하면 대뜸 생각나는 장르가 서부극이었으며 이 서부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품, 아니 차라리 주인공이라 할 만한 존재가 바로 콜트 리볼버였습니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고기능 도구의 휴대가 영원한 로망인데 한국처럼 대부분이 병역의 의무를 지는데다 전역한 민간인이 일절 총기를 소지할 수 없게 한 나라에서는 비록 지나간 시대의 재현 허구 속에서일망정 허리춤에서 순식간에 꺼내들어 적수를 쓰러뜨리게 돕는 이 권총이라는 도구에다 대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 뭐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 베스트셀러 논픽션을 저술한 짐 라센버거인데 저 유명한 콜트 권총을 발명한 샘 콜트의 일대기, 그리고 콜트의 발명이 세계사의 전개에 끼친 영향을 차분히 논고하는 내용입니다. 일류 저술가의 저작이 보통 그렇듯 논픽션이면서도 마치 소설을 읽듯 독자가 내러티브 안에 빨려들어갈 것처럼 술술 읽혀서 좋았습니다. 또 이미 잘 알려진 팩트 나열만 지루하게 이어가거나 느닷없는 당위론(위선, 독단) 전개 같은 게 전혀 없어서 독자의 지적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킵니다. 

스티브 잡스가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엔지니어이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듯, 샘 콜트도 그의 저 놀라운 발명을 그저 자신의 순수 오리지널리티에 의해서만 일궈낸 게 아니었습니다. p100을 보면 루벤 엘리스라는 발명가가 언급되는데 바로 이 사람이 (책에도 나오듯) 슬라이딩록 방식을 처음 고안한 사람이죠. 

리볼버의 본질은 발사 후 번거로운 재장전 과정을 생략한 채 연사(連射)가 가능한 총기라는 점입니다. 사거리나 화력은 장총에 비해 짧지만 간편한 휴대, 간단한 손가락 조작만으로 6연속 사격이 가능하다는 게 실질적으로 미국 서부 개척사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고 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이 책에도 나오듯, 연발 방식은 경우에 따라 사격자 자신에게 오히려 위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 중근세의 대포 역시 기술이 미비할 때는 발포 진영에 더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한 자해 흉기 노릇을 하기도 했죠.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점 중 하나는, 샘 콜트가 사업과 발명에 열정을 갖고 한창 뛰어다니던 시기가 10대 후반부터였다는 사실입니다. 또 그가 교제하거나 영감을 그에게 준 이들은 하나같이 업계에서 쟁쟁한 명성을 누린 유명인사였는데, 마치 잡스가 타인의 여러 신안(新案)이나 특허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아이템을 완성했듯, 샘 콜트 역시 뛰어난 타인의 창의를 잘 연결하는 데에 도가 튼 인물이었다는 점입니다. 혁신의 본질은 정녕 연결에 있나 봅니다. 

아무리 천재적인 개인이 정력적으로 활동해도 시운이 맞지 않으면 그에 대항할 방법은 없습니다. 개인이 어떻게 시장이라든가 체제에 맞서 싸우겠습니까. 샘 콜트 역시 1830년대에 미국 전역을 휩쓴 경기 침체에 임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으나, 궁지에 몰려서는 역시 천재 특유의 적응성을 발휘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꿔 가기 시작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공황을 근원적으로 타개하는 방법은 화끈한(?) 전쟁밖에 없으며 사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뿌리뽑은 사건은 바로 2차대전이었습니다. 마틴 밴 뷰런 당시 대통령은 새로운 총기의 도입을 위한 정책을 시행했는데 샘 콜트는 바로 여기서 큰 기회를 잡으려 합니다. 

책 전반부에도 자주 등장하듯 샘 콜트에게는 존과 제임스라는 형제가 있었으며 이들이 샘 콜트의 인생에서 수행한 여러 역할들도 개성적이고 뚜렷합니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씨에게 동생 세영, 인영 같은 이들이 있었던 사실과도 비슷합니다. 여기 나온 존 콜트의 이야기를 보면, 출판 사업이란 참 예나 지금이나 엄청 리스크가 크다는 점 실감할 수 있네요. 새뮤얼의 네 살 위 형 존 콜트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좋지 못한 최후를 맞는다는 게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은 뭔가 기시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이 책은 세계사에서 가장 큰 역동성을 지니고 발전했던 미국 19세기의 전반을, 한 탁월한 개인을 통해 조망할 수 있는 내용을 마치 일대기 소설처럼 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코널리우스 밴더빌트라든가 새뮤얼(이름이 같아요) 모스 같은 다른 인물들도 양념처럼, 아니 어쩌면 본 코스 메뉴처럼, 수시로 등장하여 역사 공부하는 재미와 보람까지를 느끼게 합니다. 안타까운 건 이런 위대한 인물이 지병(류머티즘)으로 고생하다 그 에너지를 잃어가는 과정이며, 영웅의 퇴장은 신화 서사의 전형적 플롯과도 같아 그 비장미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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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용기
조희전 지음 / 행복에너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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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련과 좌절을 겪습니다. 이 구렁텅이에 영원히 발목을 잡힐 것인지, 아니면 툴툴 털고 일어서서 더 활기찬 비상을 시도할 것인지야 각자 선택의 몫이겠습니다만, 사람 마음이 그리 뜻대로 쉽게 움직이진 않습니다. 지독한 고통을 체험하고 바닥을 체험해 본 이라야 힘들어하는 다른 이들에게 참된 용기를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을 텐데, 이 책 저자이신 영어 교사 조희전씨는 본인 스스로가 그런 과정을 거쳐 다시 일어서 보신 분이라서인지 페이지 한 장 한 장에서마다 어떤 따뜻한 기운이 묻어나오는 듯했습니다. 성공한 이들이 실제 남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더 실감나게 자극을 얻기도 하며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책에는 다양한 일화, 실화들이 수록되었습니다. 

몇 주 전 드디어 품절녀가 된 김연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는 그녀를 두고 타고난 유리한 조건(피지컬이라든가 운동신경, 모친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만 거론하기 쉽지만 사실 세계 정상에 서기까지 그녀가 기울였던 피나는 노력에 대해서는 종종 잊곤 합니다. 사람은 결코 재능만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원석이 벽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나는 성공한 스타가 아니라 노력하는 스케이터로 기억되고 싶다(p35)." 얼마나 겸손하면서도 감동적인 말입니까. 운이 아닌 진정 수고와 절차탁마를 통해 정상에 오른 인물이라서 이처럼 그 내면도 성숙한 것임도 확인 가능하죠. 

에디슨은 사람이 품어도 거위 알이 부화할 수 있는지를 알아 보려고 직접 헛간에 들어가 몸소 실험을 해 본 소년이었습니다. 그의 기행은 주변에서 바보라고 손가락질을 받기에 충분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는 목표에만 충실했습니다. 그의 명언 중 "천재는 1%의 영감(inspiration)과 99%의 노력(perspiration)으로 이뤄진다는 말은 너무도 유명하며, 이는 또한 자신의 살제 삶을 그대로 투영, 요약한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에게도 또한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었으니, 위인의 성공에 모친의 돌봄과 격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증명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의 상대와 몸통, 두부(頭部)를 통해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한다면 온전히 그 노래에만 집중하면 충분한데 왜 그 외모에 더 신경을 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폴포츠는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노래 실력을 지녔으나 보잘것없는 외모 때문에 번번이 무시당하곤 했으며, 재능이 충분한데도 연예계 입문 자체가 가로막히는 과정 자체가 더 큰 좌절감을 그에게 안겨다 주었습니다. 요즘은 어느 분야에서건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에, 이런 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런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네요. 특히 어린 독자들에게라면. 

오늘날에는 가장 비싸게 팔리는 아이템으로 확고부동한 명성을 누리지만, 생전에 고흐는 그림의 기본기도 갖추지 못했다며 화단으로부터 아무런 존중을 받지 못한 실패자였습니다. 아버지도 종교인이었고 본인도 27세까지 전도사로 활동했으나 사람들로부터 "더럽다"며 질타를 받고서는 곧바로 자신의 열정과 재능, 신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급선회하여 오로지 예술에만 전념한 것으로 유명하죠. 고흐는 창녀들과 즐겨 교류한 사실로도 잘 알려졌는데 화가였던 만큼 미(美)의 발견과 해석에 그런 여성들이 일정 부분 영감을 주기도 했겠으며, 또 언제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잘 통했던 소박한 성품도 한몫했을 듯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지상에서 그런 삶을 살기도 했으니. 

젊은이라면 역시 꿈을 크게 가져야 합니다. 책 마지막 챕터에는 한국 재벌 기업들을 창업한 여러 개척자들, 이병철, 최종현, 구인회 같은 거인들의 삶도 요약되었습니다. 비록 지금 일시적으로 자신의 꿈과 계획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해도, 성공한 위인들 또한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맞닥뜨리던 흔한 애로 중 하나였을 뿐임을 배우게 된다면 마음 깊은 곳에서 에너지가 거듭 샘솟을 것입니다. 챕터 끝마다 자신을 점검할 수 있는 질문 노트가 딸려 있어서 성찰하는 독서를 돕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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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소방설비기사.산업기사 필기 소방관계법규 필수이론+과년도 기출문제 - 최신 개정법령 반영ㅣ과년도 기출문제 수록
김진성 지음 / 챔프스터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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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에 이어 소방관계법규 교재입니다. 아무래도 법 관련 교재는 건축(기사/산업기사)이든 산업안전이든 아니면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이건 간에 양(量)이 방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볼륨이 꽤 두껍고,  2색도로 인쇄, 편집된 다양한 표들이 지면을 가득 채웁니다. 법규 교재는 워낙 양도 많고 얼핏 보면 그 내용이 그 내용 같은 문장들이 펼쳐지기 때문에 편집의 묘가 잘 발휘된 교재가 짱입니다. 그래서 해커스(챔프스터디) 교재에 일단 먼저 손이 가게 되나 보죠. 

소방관계법규 과목에서 다루는 법은 소방기본법, 화재예방 등에 관한 법률, 위험물안전관리법, 소방시설공사업법 등 네 분야입니다. 교재에는 이 네 법이 중점적으로 해설되어 있고, 교재 후반부에는 2018년부터의 기출문제가 소개됩니다. 기사 시험뿐 아니라 산업기사 기출 세트도 함께 나옵니다. 

소방기본법 22조에는 소방대를 위한 기본통행에 대한 사항 규율이 담겨 있습니다. 일반통행에 쓰이지 않는 도로나 수면 위로도, 소방대는 위급한 상황 발생 시 통행할 수 있게 되는 법적 근거가 바로 이 조항입니다. 또 다음 24조에는 소방활동 종사 명령을 본부장, 서장, 대장 등이 발(發)할 수 있게 되는 규정이 있습니다. 우리가 길을 가다 가끔 보게 되는 전용구역의 표지 규격에 대해, 이 법 별표 2의 5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데 교재에 일러스트가 깔끔하게 실려 있네요. 이뿐 아니라 별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규정이 보기 좋게 정리되었는데, 산업기사도 아니고 기사 시험 수험생은 이 부분도 꼼꼼하게 봐 둬야 하겠습니다. 

p134에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근무자 및 거주자에 대한 소방훈련에 대한 규정이 설명됩니다. 페이지 하단에 주체와 객체가 다이어그램을 통해 도시되었는데 역시 이런 점에서도 해커스 교재는 독자를 배려하는 면이 돋보이네요. p137에는 이 챕터에서 여태 설명된 사항들 중 핵심만 잘 추려 표 하나에 쫙 뽑아 놓았는데 그냥 한눈에 봐도 머리에 와서 팍팍 꽂히는 느낌이랄지. 

p169에는 소방시설 등에 관한 법률 그 시행령 별표 본문이 그대로 전재됩니다. 2호의 근린생활시설 설시는 공인중개사나 건축기사 시험에도 자주 출제되는 내용이죠. 보면 내용이 방대하여 이걸 대체 어느 세월에 모두 외울까 싶어도, 사실은 우리가 살면서 자주 부딪혀 온 상식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의 마음가짐을 발동하여 머리에 잘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특히 헷갈리는 내용이 소화설비의 적응성 사항입니다. 이게 시행규칙에 나오는 내용인데, 2색도로 인쇄된 표를 보고 눈에 익히고 머리에 잘 담아 두는 수밖에 없죠. 특히 할로겐화합물 소화기, 분말소화설비 중 탄산수소염류 row를 잘 익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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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소방설비기사.산업기사 필기 소방원론 필수이론+과년도 기출문제 - 최신 개정법령 반영ㅣ과년도 기출문제 수록
김진성 지음 / 챔프스터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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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방설비 소방원론 과목 기사 필기시험 대비 교재입니다. 물론 산업기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이들도 이 책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소방원론 과목이 타 직렬 혹은 타 과목에 비해 양이 많지는 않으나 디테일이 까다롭고, 요령이 없으면 구절양장의 미로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효율적인 공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해커스 교재처럼 깔끔하게 핵심만 잘 정리된 책이 필수이며, 또 최신 출제 경향이 잘 반영되어야 우리 수험생들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겠네요. 

p28에는 열전달 법칙에 대해 간결하게 정리된 표가 나옵니다. 전도/대류/복사는 열(熱)이 전달되는 세 가지 경로인데, 특히 복사는 매질이 없어도 열 전달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스테판-볼츠만의 법칙, 플랑크 흑체 복사 이론 등이라고 나오네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의외로 수험장 안에서 헷갈리기 쉬운 사항들입니다. 

연소, 자연발화, 폭발 파트에서는 계산 문제보다 암기 사항이 더 많이 나오는 듯도 보입니다. backfire는 "맞불"이라는 뜻도 있으나 p53을 보면 역화(逆火)를 가리킨다고도 나옵니다. p78 이하에는 이산화황, 황화수소, 시안화수소 등의 연소가스 여러 종류에 대해 그 분자적 특성과 화학적 성질 등이 잘 정리되어 있네요. 

p99를 보면 화재의 성상(性狀)에 대해 자세하면서도 핵심만을 찌른 정리가 이어집니다. 초기는 incipient stage, 성장기는 growth stage 등으로 정확한 원어 병기가 수험생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p104에 보면 backdraft 현상이 설명되는데 론 하워드 감독의 유명한 영화도 있죠. 이 역시 한국 번역어는 역화라서 수험생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챕터 5는 포 소화약제에 대한 내용인데 영어로는 foam이고 한자로는 泡라서 묘한 우연의 일치이기도 합니다. 특히 시험에 자주 나오는 항목은 팽창비와 포의 비중에 대한 공식인데 시험장에 들어가서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p153의 윤화(輪화. ring fire)도 중요하겠습니다. p160에는 간만에 계산 문제가 나오는데 이런 유형은 소화농도 공식만 잘 외우고 있으면 무리 없이 해결 가능합니다.  p191에 나온 세 문제도 기본적인 암기만 해 두었으면 큰 어려움이 없을 텐데, 해커스 특유의 깔끔한 편집이 암기의 편의를 증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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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평선 - 우리가 우주에 관해 아는 것들, 그리고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
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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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 있을까요? 저자는 외계의 대상에 대해 우리가 처음부터 알 수 있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문부터 제기합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그 노력에 비례하여 앎의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뉴턴, 라이프니츠, 케플러 등의 시대에는 지금에 비하면 어떤 폭발적인 지식의 진전이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역 특이점이 온 듯 답답하죠. 저자는 "이미 알 만큼 충분히 알았으니, 앞으로는 지금껏 알아낸 원칙의 충실한 적용에 엄격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지적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습니다. 몽테뉴가 말했다는 Que sais-je?, 즉 내가 무엇을 안단 말인가?라는 메타인지적 겸허함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설명은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 가능합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뱀 위에 올라선 코끼리들이 지구라는 큰 땅덩어리를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뉴턴이 개발해낸 패러다임은 심지어 21세기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데 아무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20세기초 아인슈타인이 고안한 이론이, 비록 더 까다롭고 덜 직관적일망정 더 포괄적이고 "더 깊은 수준의 설명(p41)"이 가능하기에 더 우월하며, 우리 인류는 이런 설명을 찾아나서려는 노력을 부단히 이어가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처럼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기 전에, 이 학문의 토대가 되는 보다 근원적인 의문의 영역으로 독자를 친절하게 이끕니다. 

"사실 르메트르의 예측은 그다지 엄격한 예측이 아니었고 대부분 문학적 수사로 표현된 직관에 지나지 않았다(p72)." 그러나 올베르스의 역설을 가장 이른 단계에 가장 간단한 직관으로 꿰뚫어본 이는 시인(이자 추리소설 작가)이었던 에드가 앨런 포우였습니다. 르메트르 역시 그 특유의 천재성을 통해,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본질인지 한눈에 통찰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천재는 본래가 그런 것이니 말입니다. "우주 내부에서 무언가 팽창하는 걸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아니, 우주에는 '내부"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p79)"라고 답합니다. 빅뱅 이론을 처음 기초한 이가 르메트르(특이하게도 가톨릭 신부였던)이기에 이 논의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이 말한 이른바 암흑 물질, 또는 우주 상수 같은 건 처음에 조롱의 대상이었습니다. 비록 광양자설, 상대성이론 등이 찬연한 빛을 발했지만 그의 모든 주장이 당대에 긍인되지는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각종 실증 데이터를 통해 그 타당성이 오히려 재발견, 재확인, 역주행(?)되는 모습이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범인이 넘볼 수 없는 천재의 경지이자 품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느 학부과정에서건 물리학 교과서 첫 챕터에 나오는 내용은 "관측"입니다. 우주라는 외계에 절대로 실존하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우리가 이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정말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속화가 스칼라장에 의해 발생했다면 상전이(phase transition)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p192)." 그 비관적인 미래가 설령 사실, 필연이라 해도, 인간의 냉철한 지적 탐구의 길은 결코 폐쇄되거나 방해받을 수 없고 도리어 신(神)과도 교통할 만한 이지와 각성을 끝끝내 유지한 채 궁극적 빛에의 응시로 나아가야만 할 것입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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