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타르튀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4
몰리에르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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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프랑스 고전 희곡 3대가를 배울 때 라신, 코르네유와 함께 이름을 알아야 했던 극작가가 바로 이 몰리에르였습니다. 다분히 사회풍자적, 인습타파적 주제를 내세운 이 명작은 일단 현대 독자가 읽기에도 재미가 있으며, tartuffe라는 단어 자체가 "위선자"라는 의미를 선명히 갖게 된 것도 이 작품 덕분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개성을 지녔기에 독자들이 더 흥미롭게, 비록 연극이 아닌 지면상의 독해를 통해서일망정 몰입할 수 있습니다. 

위선자는 대체로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기독교의 신약을 읽어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당대의 율법학자, 바리새파를 "회칠한 무덤"에 비유하며 신랄히 비판하는 대목이 많은데 그 비판의 핵심이 "위선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선행의 핵심인데 위선자들은 정반대로 가장 남들에게 잘 드러나보이는 방식으로만 (가짜) 선행을 베풉니다. 이러니 이것은 이미 선행이 못 되며, 오로지 자신의 악덕과 무능을 위장하여 불측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일 뿐입니다. 

타르튀프가 어떤 방법으로 위선을 떨었는지 구체적으로 이 작품에 나오지는 않으나 주인 나리인 무슈 오르공, 그 모친인 노마님 페르넬 등이 식객 비슷하게 모시고 쥐여준 재물을 아마도 아낌없이(또 보란 듯이) 빈자들에게 나눠 준 듯합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아마도 부유층으로부터 호감을 살 만큼 적당한 미남자인 듯하며(p55 하단 시녀 도린의 대사 중에서라든가) 화술도 대단히 세련되었으리라 짐작이 가능하죠. 엘미르는 무슈 아르공의 후처인 듯하며 따라서 남편과는 나이 차가 제법 나리라는 것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의붓딸 마리안과도 세대가 비슷하겠으며 따라서 저 끔찍한 타르튀프가 두 여인을 동시에 노리는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겠습니다. 

극은 두 번에 걸쳐 놀라움을 주는데 한 번은 무슈 아르공이 갑자기 타르튀프를 사윗감으로 결정하는 2막의 초반입니다. 노부인이 독실한 가톨릭 신앙인(처럼 보였던 사기꾼)에게 존경심을 품는 건 또 그러려니 했었으나, 느닷 등장한 아르공마저 아예 딸을 "비렁뱅이"라 불릴 만한 무일푼 식객에게 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극에서 가장 현명하고(따라서 노마님과 주인의 어리석음을 가장 정확히 꿰뚫어본) 아마도 대사의 분량도 가장 많을 시녀 도린조차도 "주인님"이 그처럼이나 무모한 결정을 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죠. 아무튼 이 속이 시커먼 사기꾼을 보자면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프롤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특정 여인에 대한 정욕을 못 이겨 악마로 타락해 버리는 자칭 성직자였던. 

두번째로 놀라운 건, 아직 시녀 도린의 일방적인 험담이나 고발 말고는 그 비천한 인격을 평가받을 만한 아무 근거도 나오지 않은 타르튀프가 그야말로 급작스럽게 안주인 엘미르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입니다. 시쳇말로 "고백으로 혼내준다"고도 하지만 이런 천만뜻밖의 수작이야말로 상대방에게 극한의 당혹감을 안겼을 뿐 아니라 이 가공할 만한 사기꾼의 모든 책략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바보 같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실수였습니다. 이런 짓만 하지 않았어도 타르튀프는 훨씬 쉽게 그의 목적을 달성했을 터입니다. 아무튼 마치 삼국연의에서 맹달이 조비의 마음을 사로잡듯, 이 사기꾼은 노마님과 가장을 홈빡 반하게 만들어 그 시커먼 속셈, 사람의 양심과 도덕이라곤 한 줌도 남지 않은 짐승의 심보를 그대로 드러내기에 이릅니다. 

시녀 도린은 춘향전에서의 방자와 향단 역을 마치 한 몸에 합쳐 놓은 듯한 미친 존재감과 매력을 뽐냅니다. 반면 로랑은 산초 판사처럼 재미난 사이드킥 역할이 기대되었으나 별반 하는 일이 없고, 결말에서 중앙집권국가의 기반을 다져 나가던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현명한 처사 덕택에 그 악랄한 사기꾼의 음모가 일거에 무산되는 식이라서 근세 유럽 고전기 희곡의 개연성, 완성도가 다소 아쉬웠습니다. 쉬운 번역이라서 초심자가 무리 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게 최고 장점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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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 4 자치통감 4
사마광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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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을 쉽게 풀어쓴 대중서, 자기계발서의 저술뿐 아니라 고전 저작 자체의 완역에 오랜 시간 동안 헌신해 온 고 신동준 선생의 유작 격인 <자치통감> 네번째 권입니다. 자치통감이라고 하면 권중달씨 역본이 국내 독자들에게 유명하겠고 그 책도 최근 개정판이 나오는 중이나, 고 신동준 선생의 번역판은 고전 무엇을 대상으로 삼았든 간에 기존 정평 있는 책의 대안이 될 만합니다. 

이를테면 사마천의 <사기>가 그러했는데 그 고전은 정범진 본, 김원중 본 등이 인기를 얻었지만 신동준 역본도 전권이 다 출간되었더랬습니다. 신 선생의 번역은 1) 중국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었고 2) 구체적인 구절 하나하나를 꼼꼼한 분석 대상으로 삼아 가능한 여러 해석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이들을 대조 비판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더 넓은 지평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중국 고전을 보다 깊이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신동준 역본은 거의 필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치통감>이라고 하면 역시 개인적으로 권중달씨 역본(구판)을 다 소장하고 읽었습니다만,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 현재 이 4권까지 나온 신동준 박사 역본이 그보다 못한 바 전혀 없으며, (이미 언급한 몇 가지 특장점에 주목하자면) 이 신동준 역본이 오히려 낫다고까지 생각합니다. 권중달씨 본도 원문을 싣고 있지만 신 박사는 그가 옮긴 모든 고전에 원래부터 한문 원 텍스트를 함께 실어 왔고 특히 이 자치통감 4권에서 그 메리트가 유감 없이 드러납니다. 또 기간(旣刊) 타 역본들이 한 가지 해석만을 내세우는 데 그친다면, 신 박사 번역은 논쟁의 소지 있는 대목에서 어물쩍 넘어가는 일 없이 무엇을 짚어도 다양하게 짚어 주며 이 과정에서 독자의 소양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이 자치통감 4권은 후한 시대를 열어젖힌 광무제 유수의 업적 중 하나인 공손술 토벌(AD 30)부터 사건 기술을 시작합니다. 공손씨는 이 사람이나, 한참 뒤 후한말의 공손찬(역시 삼국연의의 중요 인물 중 하나), 잠시 후 위나라 때의 공손연까지 해서 매번 지방에서 할거하다가 중앙 정부로부터 토벌 대상이 되곤 한다는 게 특이합니다. 이 기사들에서도 드러나듯 유수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상황을 냉철하게 관망하다가 정교히 계산한 끝에 주저없이 척척 두는 수들의 힘이 무서웠던 인물입니다. 그러기에 삼백 년 후 5호 16국 시대 후조를 세운 갈족 석륵이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곤 했죠. 

건무 30년의 기사를 보면(이 책 p177) 급사중 벼슬의 환담이 황제에 간(諫)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는 공자의 <논어>를 직접 인용합니다. 신동준 박사는 여기에서도 역주를 통해 논어 해당 구절이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그의 장기를 발휘합니다. 이런 태도는 독자가 혹 궁금함이 생길 경우 일일이 검색하는 수고를 크게 덜어 주며 타 역본에서는 좀처럼 베풀지 않는 친절함이기도 합니다. 이런 치밀함은 예컨대 p582의 각주 163번에서 다시 <논어> 미자편을 인용하는 대목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또 p616 역주 180번에서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라는 유명한 성어를 적시하는 곳에서도 그러합니다. 

중국에 불교가 본격 성행한 것은 남북조 시대입니다만 후한 초부터 이미 천축의 종교가 널리 중국에 전파되어 큰 영향을 끼치는 중이었습니다. p213 이하를 보면 명제(광무제의 넷째 아들)이 불(佛)이라는 신적 존재의 가르침에 큰 관심을 보였고 고승을 우대 초빙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만 이에 대해, 완고한 유학자였던 저자 사마광은 대단히 피상적인 태도로 서술하는데 이는 그의 이해가 짧아서라기보다는 고의적인 무관심 노출로 보입니다. 

p253을 보면 명제의 생모이자 광무제의 정비였던 음려화가 거명되는데 낙양에서 이름난 미녀였던 이분과 유수의 젊었을 적 로맨스는 직전권인 제3권에 잘 나옵니다. p328에 보면 걸신과 의위라는 까다로운 어휘에 대한 설명이 역주에 나오는데, 바로 이런 점이, 현대 중국 학계 연구 성과를 꼼꼼히 훑는 신 박사만이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장기라고 하겠습니다. 또 신 박사는 고교 시절부터 서울대 재학 기간 동안 한학의 대가들을 충분히 사사한 데서 비롯한 튼튼한 베이스를 갖춘 분이기도 하죠. 

인간사랑은 지금까지 신 박사가 옮긴 거의 모든 중국 고전을 묵직하고도 예쁜 장정에 담아 내용 면에서도 정확한 편제로 독자들을 맞아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멋진 미관 면에서도 인간사랑판이 타 번역본들을 압도한다고 평가합니다. 삼국시대까지를 커버하는 신동준 역 <자치통감>이 부디 무사히 완간되어 고전 애호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5권이 특히 삼국시대를 다루므로 게임 마니아들이라든가 삼국연의 애독자들 중 진수의 정사 등에 만족 못 하는 분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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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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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열광하는 건 단순한 지식이나 팩트가 아니라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으며 듣다 보면 어떤 영감까지를 선물하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들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려서부터 할머니나 엄마가 들려 주는 이야기에 포근히 감싸안기는 건 동양과 서양이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 문명이 마침내 어리석은 물욕이나 호승심을 버리지 못하고 핵전쟁으로 멸망한다 해도, 행여 재기의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가냘픈 싹을 틔운다면 그건 바로 이야기를 통해서일 것입니다. 

십여 년 전 <더 기버>라는 베스트셀러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소설의 내용도 이야기의 어떤 전달을 제재로 삼았더랬습니다. 2022년, 즉 올해 뉴베리 대상을 받은 놀라운 아동문학(소설)이, <더 기버>의 주제를 다분히 닮은, 그러면서도 사연이 해리포터 연작처럼 더 발랄하고 더 경쾌하게 진행되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스케일도 크고 세계관도 촘촘해서 앞으로도 계속 연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속 장르도 SF라서 보다 지적인 독서를 좋아하는 성인층도 얼마든지 푹 빠져가며 책을 읽어갈 수 있겠네요.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너무 많이 남겨놓고 떠나야 해. 이처럼 강력한 힘과 복원력을 지닌...(p42)" 사람이 죽을 때 서러운 이유는 그간 벌어놓은 돈을 싸짊어들고 갈 수가 없어서도 아니고, 살아서 누린 그 모든 쾌락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어서도 아니며(어차피 육신이 늙으면 기회가 있어도 못 즐깁니다), 바로 그토록 애정하고 애착하던 것들을, 사람들을 이 세상에 놔두고 먼저 가는 서러움 때문입니다. 아침에 사랑하는 아내를 집에 두고 출근할 때조차(어차피 몇 시간 뒤면 다시 보는 데도) 다소의 슬픔이 밀려옵니다. 갓 친해진 친구들을 고향에 두고 잠시 타지에 연수를 떠날 때도 아쉬워서 눈물이 맺히는 게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하물며 세상이 멸망의 위기에 처했고 내가 각별한 사명을 띤 채 모처로 떠나야 한다면, 이 안타까운 감정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이 강렬하게 당사자(아직 너무도 어린 소녀 페트라. 이 소설의 1인칭 주인공)에게 닥쳐 옵니다. 내러티브는 차분하고 명랑하기까지 하지만 그 뒤에 숨은 마음은 우리 독자에게 절절히 전해지죠. 그 작은 두 어깨가 얼마나 묵직하게 짓눌려 왔겠습니까. 

페트라의 이름 어원은 p104에 나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기독교 사도 베드로와 같습니다. 여기서 주인공 페트라는 다소 자신 없고 떨어지는 자긍심이 서린 태도로 답을 합니다. 그러나 엄마는 이런 순간에도 페트라를 격려하며 그 이름에 담긴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금 강조, 환기합니다. 고전 라틴어 직계인 스페인어의 아름다운 향연이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이름부터가 "금발"이란 뜻인 루비오도 역주를 통해 p114에 그 뜻이 독자에게 소개됩니다.  

"엔 코그니토의 다운로드 가능한 지식은 장기와 뇌가 즉각 잠들게 합니다.(p48)" 아빠, 엄마, 벤, 하비에르... 모두가 어린 페트라의 긴 여정을 응원하며 또한 다정하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 애씁니다. 세상이 얼마나 발전했으면 이처럼 기계적 프로세스를 거쳐 간단하게 지식의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해졌겠습니까. 그러나 사람의 영혼에다 그 모든 벅찬 감정, 아름다운 추억, 밀려오는 행복감, 촉촉한 슬픔 등을 함께 불어넣는 건 오로지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전달자의 정말로 특별한 능력과 포근한 공감을 통해서만 말이죠. "이게 바로 그거야. 넌 이걸 과학으로만 보지 않을 거야(p87)." 따뜻한 아빠의 말입니다. 이 말이 그대로 실현되리라는 걸 우리 독자들 모두 알고 있기도 하고요. 

"산소가 폐로 쏟아져 들어왔다(p96)." "나는 바이저를 벗었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콧구멍으로 훅 밀려왔다(p195)." 맞습니다. 그토록 잘 통제된 위생적 환경에서 아무리 잘 관리를 받았다고 해도 자연의 순일한 자양이 끼치는 선한 영향만큼 달콤한 건 또 없습니다. p93의 페트리코와도 비교해 보십시오. 이 역시 페트라에 지소사(diminutive)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죠.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위험을 모두 제거하는 게 좋다. 설령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온다고 해도(p304). " 이게 인간입니다. 내 당대의 쾌락과 이익만을 위해 자원과 환경을 소진, 낭비하자는 마음가짐이라면 나와 내 이웃, 내 후손까지를 모두 망치는 원흉입니다. 콜렉티브, 콜렉티브... 단합, 동지애. "콜렉티브를 위하여(p223, p334 등)" 콜렉티브를 통해 나는 나보다 더 큰 나로 발전하고 합일합니다. 

이 작품에는 신기하게도 한국인의 정서와 통하는 상징, 배경,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며 심지어 p77에는 벤이 페트라에게 전수하려는 지식 중에 "한국어"도 있습니다. "책은 우리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집이 되었고, 삶이 되었습니다.(p335)" 꼭 마르틴 하이데거의 비슷한 말이 아니라도 이 말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오며, 사실 이야기야말로 우리네 존재의 본체입니다. 너무나 벅차게도.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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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즐거워지는 중국 배당주 투자 -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수익 내는 ‘천하무적 재테크!’
정순필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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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은 대체로 배당이 짜다는 게 문제입니다. 예전에 포항제철(현 포스코), 삼성전자 등 이른바 블루칩을 사 둔 사람들은 수십 년이 지난 후 큰 돈을 번 기억이 있기에 한국인들은 이른바 가치 투자(꼭 워런 버핏의 가르침이 아니라 하더라도)에 대한 확고한 믿음 같은 게 있습니다. 그렇다고 좋아 보이는 주식을 사서 무작정 묵혀두면 상수일까요? 요즘 이런 미련한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커다란 기회 비용을 치르기에나 딱 좋습니다. 

저자는 p11에서 "가치 투자란, 좋은 산업에 속한 멋진 회사를 적정 가격에 매입하되, 진정한 가치를 따져 보고,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은 참 의미심장한데 회사가 아무리 좋아도 속한 산업군이 나쁘면 결국에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 최고의 산업군에 속한 최고의 회사라 해도 투자자가 나쁜 가격에 들어가면 뭐 무슨 수익을 내기가 힘듭니다. 가치 투자의 핵심 조건이 저 문장 안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츠(REITs) 투자는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강조되었으며 저도 개인적으로 책 몇 권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남겼던 기억이 있네요.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중국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따르고 기술적 장벽도 있으니 이런 간접 투자 방식이 제안되는 건데, 그렇다고는 해도 현지에서 부동산 전망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으므로 그 결정은 대단히 신중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원래 중국 배당주를 소개하는 이 책이지만 초반부에 대뜸 추천되는 회사는 미국 회사인 리얼티인컴입니다. 저자의 취지는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 못지 않게 "배당"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습니다.  

p35 이하에서는 뉴욕 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배당주"라 불릴 만한 여러 종목들이 소개됩니다. 이 부분도 정리가 깔끔하게 되었기에 꼭 중국 주식 이런 게 아니라 해도 해외주식, 미주 하는 이들이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순위는 영구 고정이 아니므로 책에서 가르쳐 주는 기준점을 잘 파악했다가 raw figure를 알아서 찾아서는 자신만의 기준점을 설정하고 최적화한 프레임에 채워나가며 일관된(그러나 일신우일신하는) 투자를 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p77을 보면 비단 중국 주식뿐 아니라 배당주를 골라내는 기준으로 저자는 "성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등락하는 것"을 꼽습니다. 아무래도 성장주라고 하는 건 아직 평가가 확립이 되지 않았고 여러 비합리적이고 변덕스러운 기대가 개입하기 쉽습니다. 배당주는 앞으로 그 가치가 폭등하거나 할 가망은 적으나 그 대신 고수들에 의해 검증이 일차 끝났으므로 오르든 내리든 그 폭이 안정적이며 특히 하방이 튼튼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아무리 배당을 많이 줘도 순식간에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도사린다면 그런 종목은 적어도 배당주 투자에 적합한 주식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바이오주는 물론 제약주도 그리 마음 놓고 살 종목들은 아닙니다. 중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은데 저자는 "중주 하면서 제약주를 빼놓는다면 앙꼬 없는 찐빵(p82)"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시세차익을 두루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라면 물론 제약주를 반드시 편입해야 하겠으나 주제가 배당주이니 살짝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합니다. 저자는 특히 항서제약의 경우 여태 매년 고배당을 이어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 중국 정부에서는 앞으로 양표제(다이렉트 유통)를 실시할 예정이라 앞으로 중소업체가 시장에서 대거 퇴출되고 빅메이커 위주로 재편되리라는 전망에 근거하여 이 종목들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보험, 통신사라고 하면 적어도 큰 폭 하락으로부터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틀 전(금요일) 한국 정부가 두 통신사에 대해 5G 주파수를 회수한다는 초강수를 두었는데 이런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일단 크게 떨어지진 않았으며 이것만 봐도 이 섹터의 하방경직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에도 중국의 해당 섹터에 속한 여러 종목들이 추천됩니다. 

중국도 가스 위주 난방이니만큼 업스트림, 또 다운스트림 여러 업체가 앞으로도 유망하겠고 책에서도 그런 이유로 관련 이런저런 회사가 소개되네요. 회사의 실적과 매출 규모를 보니 우리네 삼o리 같은 곳과는 사이즈 자체가 다른데 하나 이해가 안 되는 건 이런 쟁쟁한 회사들을 제치고 마ooo 같은 게 시총에서 훨씬 앞선 순위냐는 거죠. 

배당주는 이런저런 스몰캡이나 성장주보다 위험이 덜하고 마치 채권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는 장점이 있고 요즘 같은 경기침체기에 더욱 메리트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 자체에 리스크가 깔려 있는 만큼 배당주라고 무작정 믿을 건 아니고, 수시로 변화하는 시황을 관찰하며 철저히 자기 책임, 판단 하에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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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오래 따뜻하지 않았다
차현숙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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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울증은 참 다양한 원인들에서 비롯하는 듯합니다. 물론 이런저런 정신적 고통의 해결은 우선 본인 책임이긴 하나, 기혼 여성의 경우 그 상당 부분 책임은 그 남편이 져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사회에서건 가정에서건 여성보다는 남성이 우월적 지위에 서는 때가 많고, 많은 상황에서 남성은 이런 지위와 권력을 악용하곤 하는 게 현실입니다. 거꾸로 이런 사회 통념을 악용하여 여성이 남성을 함정에 빠뜨리는 등 악랄한 사건이 발생하곤 하지만 여튼 선의의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할 쪽은 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릇 남자라면, 그 아내 얼굴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웃음을 보고 나 자신의 성취감을 느낄 줄 알아야 하지 싶네요. 

"첫번째 화살은 맞아도 두번째는 맞지 말라고 했어. 제발 사업을 하지 말고 경력을 살려서...(p33)" 사실 회사(어떤 회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작은 나만의 가게라도 차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아내들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원하기에 퇴직을 만류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편들은 근자감을 기반으로 기어이 사고를 칩니다. 결과는 열에 아홉이 좋지 못합니다. 저자분 가정의 경우 그 결과가 특히나 나빴던 것 같습니다. 일을 처음 벌일 때에는 안 될 일이 없을 것마냥 자신감에 충만한데 막상 냉정하게 돌아서는 사람들을 겪어 보면 슬슬 현타가 옵니다. 기회비용이 그나마 너무 비싸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평지풍파가 이는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특히 성장기에 그런 일을 겪을 경우 커서도 몹시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울증을 가진 부모가 결국은 그 자녀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물려주고, 자녀 역시 내내 불행한 삶을 사는 수가 있습니다. 그나마 아들은 어차피 험한 세상에 거칠게 적응을 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더 험한 일을 겪어 가며 적응을 하기도 하는데, 딸의 경우는 쉽지 않습니다. 반사회 성향을 죄의식 없이 키우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기도 하는데 요즘 특히 유흥업소가 늘어나 젊은이들이 쉬운 돈벌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쉬워서입니다. 부모가 그 자녀에게 긍정적인 마음가짐, 건전한 정서만 물려주고 나쁜 영향을 자신 대에서 확실히 차단만 해 줘도 큰 은혜를 끼친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언제나, 김치를 칼로 썰어 먹는 것보다 이렇게 쭉 찢어먹는 게 맛있다고 하셨다(p66)." 사실 차현숙 작가님 댁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런 분위기가 공유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선한 김치가 양념 묻은 손으로 내 입 안에 쏙 들어가고 쫄깃하게 씹히는 즐거움은 활자로만 접해도 절로 공감각이 일어납니다. "깨진 밥공기가 아깝지는 않다. 단지 치울 힘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 힘이 없다는 게 사실 깨진 그릇에 대한 아까움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 삶에 대한 근본적인 동력 부족이 진짜 이유일 수 있습니다. 넘어져서 못 일어나는 이유가, 넘어져서 생긴 상처가 아파서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서 달릴 마음 자체가 안 먹어지는 좌절감 때문인 것처럼. 

좋은 유전자는 확실히 같은 집안의 여러 사람들에게 혜택을 줍니다. 차 선생님도 어렸을 때 담임 교사에게 혼혈이라는 질문을 들었을 만큼 용모가 빼어났었고 조카분도 연예인 생활을 했다고 나오네요. 아름다운 용모가 사회 생활에 주는 혜택은 생각보다 큽니다. 학점 관리를 완전히 망치지만 않는다면 기업 취직도 생각보다 쉽죠. 이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갖가지 고난은 순탄한 진행을 막습니다. 저자는 세로토닌의 선천적 부족을 이유로 꼽기도 하지만 사실 그 외에 다른 원인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녹색 악마 "압생트"는 고흐의 삶 주변뿐 아니라 레마르크의 작품 <개선문>에서도 칼바도스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술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역시 극심하게 불행한 가정사가 있었기에 어쩌면 그토록 훌륭한 작품들이 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님도 부디 우울증 잘 치료하시고 좋은 책과 함께 독자들과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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