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얼업 : 상 - 가장 찬란한 계절의 이야기
차해원 지음 / 너와숲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가 대학생 때이고 보면 이런 드라마는 그냥 화면에 나오는 풍경(대학 캠퍼스 위주)과 선남선녀들 구경만 해도 기분이 업되는 듯합니다. 예를 들자면 p59 같은 곳인데, 주인공 도해이(여)는 알바인 최집사콜 스쿠터를 타고 고지대에 자리한 집을 내려가 이런저런 심부름을 대행합니다. 시나리오에는 그런 구체적인 지문은 없으나 심지어 달동네 모습도 엄청 예쁘게 찍혔을 정도입니다. 

드라마는 연희대, 그리고 호경대 학생들이 끌어가는데 누구나 눈치챌 수 있듯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를 모티브로 삼았겠습니다. 물론 드라마 매 에피소드를 시작할 때 극에 등장하는 어떤 요소들도 실제와 무관하다는 설명이 나오긴 합니다. 등장인물들에게 명문대 소속에 기인한 엘리트 부심 같은 건 잘 안 보이는 듯하고(p56에 해이의 모친 춘양이 그런 대사를 하긴 합니다), 대신 출신 성분에 따른 우월의식, 열등감 등은 아주 뚜렷하게, 자주 노출됩니다. 라이벌인 호경대는 S#50에서 한자 표기가 虎京大임이 드라마에서 확인됩니다. 

20년 전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주제가 노릇을 하다시피한 Stepping on the rainy street 라든가 Treize jours in France 같은 곡처럼, 이 드라마에서는 예전 노래 Go west를 변형한 연대 고유의 응원가가가 빈번히 들립니다. 드라마 1회 시작할 때(책에서는 p14) 도해이에게 일종의 ASMR 노릇을 하는 명상 메시지가 나오는데 성우 김기현씨 목소리 같습니다.  

p23에 주선자가 도해이더러 삼다라고 부르는 대목이 있는데 책에는 무슨 뜻인지 설명이 없고 드라마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건 도해이의 별명이고 그 뜻은 "많이 자고..." 등 세 가지를 많이 해서 그렇게 붙었다는 자막이 좌측 하단에 나옵니다. 가난하면 많이 먹진 못할텐데 p24에는 도해이가 자신의 가난한 형편을 의식하며 "내 개천은 달라. "라고 하는 대사가 있고 이게 드라마에서는 "My 개천 is different."로 바뀝니다. p99의 "합응"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검색해 보고 알았습니다. 

솔직히 요즘 대학생들이 응원, 치어리딩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을까 싶었는데 대본에도 그런 점을 의식은 하는 듯합니다. p33에서 앙드레김 선생님(실존 인물 이름이...)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진짜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겠습니다. p34에 나오듯 사실 응원단장복은 "촌빨 낭낭"이긴 하며 단장인 정우 혼자 자기만의 부심에 가득한 듯합니다. p49 연대책임은 連帶인지 延大인지 헷갈리고... (?).  2002년 월드컵 때를 회상하는 p43의 기수대장 역(단역)은 드라마에서 윤병희씨가 맡았고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시청했던 <스토브리그>의 스카우터 역이어서 기억이 났습니다. 드라마 1회 마지막에 "특별출연해 주신 윤병희씨에게 감사드립니다"라는 크레딧도 나옵니다. 

이런 드라마에서치고는, 여주인공의 문제 있는 전남친이 너무 악질인 설정이라서 잠깐 놀랐는데, 재혁이 친구 영준에게 자신의 험담(과 찰 결심)을 하는 걸 듣고 해이 역시 p52에서 공개적으로 결별을 통보합니다. 그런데 대본에서는 "(재혁이 네가) 너무 귀한 자식이라서(마마보이 암시)"라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작아서(거기가 아니라 그릇이)"라는 대사로 바뀌어 깜짝 놀랐습니다. 재혁의 에고가 이때 큰 상처를 입어 반드시 보복해야겠다는 원한을 품은 듯한데 해이가 어린 나이치고 꽤 예리해서 이런 재혁의 의도(화해하는 척하고 때를 봐서 더 잔인하게 참)를 정확히 캐치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과사 벽에 붙은 문구가 p56에는 아무말도 없는데 드라마에서는 "돈이 최고다"와 함께 Money talks라고 영어로 의역되네요. 

p60에서 선자의 대사 "알바를 리스펙.." 운운이 재미있었고, p63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영화 <대부>에 나오는 유명한 표현이겠습니다. p66에서 빠빠빠빰빰거리며 춘양(해이 모친)이 흥얼거리는 곡조는 <파이널 카운트다운>의 일부이며, p82(#6), p239 등에서 "사랑한다 연희" 어쩌구 하며 나오는 노래는 <Por una cabeza>겠죠. 좀 뒤에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도 잠시 들리고, <연극이 끝난 후>는 훨씬 예전 노래인데도 극에 삽입되었습니다. 

p110에서 피로회복제 박o스라고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냥 브랜드가 바뀌어서 "피로-N"이라고 나옵니다. p127에는 이온음료라고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브랜드가 포oo 500ml처럼 보이긴 하는데 빨리 지나가서 뭔지 모르겠습니다. #64에는 숙취해소음료 확깨(...)가 등장합니다. 

p70 대목을 영상화한 한지현 배우의 백덤블링 장면은 놀라웠습니다(...). 표정이 다채로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이런 변화무쌍한 연기를 따라가는 게 좀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그쪽 공중도덕 개념에 문제..."라며 정우 흉내 내는 대사는 제 귀에 잘 안 들려서 이 책을 보고서야 뭐라고 했는지 겨우 이해했습니다. 

시나리오와 실제 드라마는 여러 차이가 있었습니다. S#8이 통째 없어졌고, p144에서 대본에는 40곡, 드라마에서는 50곡으로 차이가 납니다. p151에서 해이의 대사가 "저 알반데"인데 드라마는 "알바 있는데"입니다. p153의 who's that?는 드라마에서 없어졌습니다. S#53에서 "왜 나한테만 뭐라고해"라고 해이가 투덜대는 시나리오에는 없습니다. p74에서는 앞장면이 다시 왜 나오나 했더니 다른 시야(정우의)에서 본 에필로그이며 p20 계단 장면도 그 의미가 다시 해석됩니다. 이건 드라마를 실제 봐야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S#64 "골반흔드는거 보기 싫다"가 대본에 없던 게 들어갔습니다. 

S#33에서 알랭드보통의 <왜 나는 너를...>으로 해이가 정우를 가려 줍니다. 정우가 깔고 자는 책 중에 Bradt의 <Astrology Processes>가 있고 이건 그의 전공을 감안할 때 납득이 되는데, <9성기학 실전사례>(이승재)라는 책이... 일단 영어로 된 <9star ki...>라는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작년(2021) 9월 경에 하빈더 카우어 시리즈 1권격인 <낯선 자의 일기>를 읽고 리뷰도 남겼더랬습니다. 거의 2년만에 제2편에 해당하는 이 책이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어 이렇게 나왔는데 물론 캐릭터와 세계관만 이어질 뿐 내용(사건)이 연결되는 건 아니라서 구태여 1권을 먼저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범죄로부터 이익을 보는 자, 그자가 바로 범인이다(p136)." 책에도 명시되듯이 이 명언(방법론?)은 <제시카의 추리극장(Murder, she wrote)>에서 나왔죠. 제시카(작년 11월에 타계한 앤젤라 랜스베리 扮)은 미스 마플과 많은 부분이 겹치는 캐릭터입니다. p148에 안젤리카라는 이름이 등장하네요. 

p47에 언급되는 문스톤(<월장석>). p9에서도 그 한 구절이 인용되었습니다. 

p43 모어캄과 와이즈는 미국으로 치면 애봇 앤 코스텔로. 지휘자 앙드레(앤드류) 프레빈이 언급되는데 이 사람의 부인이 미아 패로였고 푸아로 시리즈 중 하나인 <나일 강의 죽음>에 주연 배우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p136, p143에 미아 헤이스팅스라는 가상의 배우(챌로너의 아내)가 나옵니다. p197, p202 등에서 드디어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이름이 언급되네요. 

p57 "폴란드에 대해 아주 많이 아셨어요." 그다음에 현대사라고 하는 걸로 보아 아마 2차 대전 당시 폴란드 공군의 기여, 망명 정부 등을 염두에 둔 언급 같습니다. 영국과 폴란드가 현대사에서 엮이는 지점은 거기밖에 없죠. 그러나 p108에 전혀 뜻밖의 사정이 나옵니다. p193부터 뭔가 상당히 구체화합니다. 

p62 돈바스 전쟁 언급 이 작품이 2020년에 쓰였기에 우크라이나 관련이 이 정도로만 끼어들었고, 22년 이후 작품들에 혹 다시 우크라이나가 등장한다면(가능성이 적지만) 크게 달라진 몇 마디가 추가될 듯합니다. 현지 여성들의 성향이 각별히 유명하기도 하고. 저는 처음부터 나탈카, 물론 흔한 이름인 나탈리아의 애칭(dimunitive)이겠으나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었는데 p90에서도 투박한 닐 윈스턴이 그런 언급을 합니다. 그녀의 풀네임은 나탈카 콜리스니크(Natalka Kolisnyk, p303, p312, p325, p336. 그러나 p248에서는 콜"린"스니크라고 오타 있음)인데 <월장석>의 작가 콜린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실제로 추리작가를 랜스 포스터 앞에서 사칭하기도 해서 웃겼습니다. p97에서 여자 성직자란 동방 정교회에서 턱도 없는 소리이며 아마 로마 가톨릭이 태도를 바꾸는 게 더 빠르겠다 싶네요. 

p116에 보면 "수퍼카가 어울리는 아가씨", p39에서 에드윈 노인의 말로 "모델이나 배우", p158에서 해리엇의 말로 "나탈카 같은 예쁜 아가씨에게는 남자친구가..." 등의 표현이 나옵니다. p211에서 에드윈 노인"조차도"라는 말은, 동성애자인 그조차도 나탈카의 외모에 잠시 감정적인 영향을 받을 정도란 뜻입니다. p309에서 닐이 "나탈카는 모델 같네."라고 합니다. 

p65를 보면 나탈카가 드디어 베니의 일부 잘생긴 외모 피처에 집중합니다. 아, 로맨스는 이런 순간부터 시작하는 건데 최근에 제가 읽은 <치얼업>에서도 상권 p457에서 아무도 아니라고 하지 싶은 민재한테 선자가 처음으로 꽂히는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이러면 일이 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p38에 보면 한국식으로 "자만추"를 선호하는 베니의 순정 어린 면모가 나옵니다. 그런데 p77을 보면 베니는 새삼, 유색인종인 우리 주인공 하빈더 카우어 경사의 외모 일부 피처에 매혹되는 모습이고 그 낌새를 챈 나탈카에게 한 방 맞습니다. 알고보니 베니 콜은 완전 바람둥이이며, 이런 사람이 어떻게 수사(修士) 생활(p38, p84, p258)을 이어갈 수 있었겠습니까. 물론 카우어가 지난 1편에서부터 확정된 게이 워먼(특히 이 책 p162)이므로 아무 소용 없겠지만. p113을 보면 큰오빠 쿠시는 "강도보다 더 무섭게 생겼기에" 늦은 시각까지 가게를 지키기에 알맞다는 말이 나옵니다. p244를 보면 키가 크기까지 한 그녀의 오빠들을, 경찰인 닐 윈스턴이 무서워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p287에서 베니가 같은 이름의 베네딕트 교황을 본 얘기를 하는데 이분은 며칠 전에 죽었죠. 

하빈더 카우어는 사실 저 개인적으로 게이라는 것도 그리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것도 좀 그랬습니다. 여러분을 모두 죽인다느니(p139), 불쌍한 자기 엄마를 어떻게 한다느니(p55) 등. 물론 어떤 건 생각에 그쳤고 대부분 농담이지만 그래도요. 저는 그래서 진즉부터 엘리 그리피스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서 1권의 예쁜 클레어 캐시디(지금 이 작품 p57이나 p318 이후에도 잠시 등장함)를 대신 주인공으로 세우거나 하다못해 그녀가 주역인 스핀오프라도 만들어 줄 수 없는지 청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무망한 게, 그리피스는 골수까지 PC에 쩔어 계신 분 아닐까 싶어서... p140에 마가렛 스미스가 "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던 분"이란 말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POSTSCRIPT MURDERS인데 p68에 드디어 왜 그런 제목이었는지 단서가 나옵니다. PS는 페기(=마가렛) 스미스의 두문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새삼 강조되는 게 p153, p167 등입니다. 

p41, p70 등에 이름이 나오는 실라 앳킨스는 가공의 작가이며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특히 p177, p289). p20, p25, p88, p92 등의 덱스 챌로너도 마찬가지입니다(p106 이하에서 알 수 있듯 챌로너는 심지어 이 소설의 등장인물이기까지 합니다). p70에 나오는 가공의 대표작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하빈더 카우어 시리즈는 1편(당시에는 1편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고 하지만)에 이어 인문서지의 화려한 가장행렬이 될 작정인가 봅니다. 1편도 이야기 속의 책 내용과 본문을 다른 폰트로 구분했었는데 이 2편도 p93 등에서 그렇게 하고 있네요.  

고 마가렛 스미스는 참 독특한 사람입니다. 아들을 쿨락이라 부르는가 하면 한 나라의 경찰은 코사크(p125)라고 규정합니다. 아들이야 가족 외 제3자가 그 성격을 알 리 없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경찰이 왜 코사크인가요? 왜 삶 속에 그만큼이나 러시안 코드가 많이 심겼을까요?(p232 참조) 또 p333에서 왜 하빈더는 단리라는 이름이 불길하다고 느낄까요? 

이번 2편은 1편 <낯선 자의 일기>에 비해 범인을 실제 추리해 가게끔 독자들에게 비교적 많은 힌트와 여지를 주는 게 좋았습니다. 또 작가 그리피스의 해박한 인문지식이 소설 전반을 화려하게 수 놓는 솜씨와 스타일 역시 최고였다는 생각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1967년작, 신성일 윤정희 주연, 김수용 감독 연출 <안개>의 시나리오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당대 문단의 아이돌 김승옥 작가의 히트작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삼았으며 이 시나리오는 김승옥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 포맷으로 각색하여 더 큰 화제가 되었더랬습니다. 현재 골든글로브 수상을 노리는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도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취했다고 하는데 그 작은 작년 여름에 개봉했으나 아직 보질 못해서 제 생각이란 걸 덧붙이지는 못하겠습니다. 

이 책 서두에 김한민(작년에 <한산>이 개봉된) 감독, 또 고 이어령 박사가 각각 쓴 추천사가 있어서 더욱 뜻깊습니다. 같은 추천사라고는 하나 후자는 아마 이 작품 발표 당시에 쓴 듯한 평론으로부터의, 전문이 아닌 발췌문이어서 흥미롭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돋보이는 개성은 저 이어령의 평론대로 인물이나 주제가 아닌, 무진이라는 가상의 배경이 중심이 된 이미저리(imagery)의 완결된 향연 그 구현이겠습니다. 또 무진은 명백하게 지방 소도시인데도 소설이 풍기는 분위기는 거꾸로 대단히 모던합니다. 인물들이 그 나름 출세깨나 한 사람들인데다 품고 있는 고민들이 미묘한 성격이고, 나이 든 남성들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꽂힌 관상화처럼 여성 교사 하인숙 캐릭터가 내내 서울을 동경하며 모종의 성적 갈등까지 은근 빚는 양상이라서 더욱 그러합니다. 

사실 김승옥의 이후 1970년대 작품들을 보면 아주 의외로 대담하고 충격적인 성 묘사가 빈번합니다. 이 초기 작품은 외견상 전혀 그런 요소가 없으나 따지고 보면 특산물 하나 없이 그럭저럭 살아간다는 "진(津)" 자 붙은 소도시 배경이 암시하는 바부터가, 더군다나 안개(霧) 가득한 포구라면, 에로티시즘의 넉넉한 그물망에 자연스럽게 포획될 만하지 않습니까. 

p25를 보면 운전수의 대사 중에 "저것도 신문쟁이라고 콧대는 높아서 ㅉㅉ"라는 게 있는데 저때도 초성투가 있었나 싶어서 좀 놀랐습니다. p27 "망서리는"이 있는데 그 당시 맞춤법에 충실한 표기이겠습니다. p37의 "극적거려"는 대사가 아니라 지문 일부이므로 이걸 사투리라고 볼 수는 없고 역시 당시 맞춤법으로 봐야 맞겠습니다. p51의 "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작도 그렇고 이 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중년 남성들만 가득한 술자리에서, 학부를 음대로 나온 고급 인력 하인숙이 벨칸토 창법으로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씬이겠습니다. 

"너무, 너무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분은 꽁생원이에요." 

인숙은 본인도 다분히 속물이면서, 같은 속물들이 늙기까지 한 주제에 자신을 힐끔거리는 게 한심하여 저런 식으로 경멸감을 둘러 표현합니다. 주인공 윤이 봐도 그렇고 객관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이는 조 선생인데 인숙은 이번엔 다른 이유로 커트합니다. 성적 자기결정권 하나는 확실하게 행사하는 모습이지만 그리 대견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왜냐구요?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테니 저를..."(p69) 

요즘 무슨 고소득 인증으로 개탄 분위기가 일고도 있지만 세상에 매춘만큼 극한 직업은 없습니다. 돈이나 알차게 모으는 이는 극소수고, 대부분은 폐인이 되거나 p75에 나오는 대로 자기 혐오(저 뒤 p154의 인숙 대사도 참조하십시오)와 외부로부터의 트라우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도 마담은 여러 번 요염한 자태(p43 ,p85)를 드러내며 김승옥의 페르소나(엥?)인 윤에게 추파를 던집니다. 

안경 두 개를 4,600원이나 주고 사서는(현 시세로 백오십만 정도?) 인숙은 다시 자신의 고급 출신을 환기하려는 듯 대학 어디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어, 음악대학?" "에이, 서울에 음대가 어디 한두 군데인가요?" 김승옥의 다른 작품 주인공들도 대개 그렇지만 윤은 분위기나 외모는 여성들의 관심을 크게 끄는 편인데 기술은 형편없습니다. 왔던 여자도 도망갈 판인데(다른 작품들에서 도망간 여자, 원수가 된 여자들 꽤 됩니다 ㅋ) 또 보면 이런 분위기에 취해 여자들이 역으로 더 달려들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여기 윤 같은 이가 진정 허허실실 강호의 최고수입니다.  

(윤이 제약회사 전무인 점을 두고) "싱거운 사람 고치는 약은 안 만드시나?"
고치긴 왜 고칩니까. 그게 이분 영업비밀인데. 

p127에 약방주인 김을 읍내에서 조우하는 장면에서 인숙이 "윤과 되를 번갈아 본다"는 문장이 있는데 이건 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치선이가 돼지라는 뜻일까요?ㅋ "슬라트머신", "방가로" 등 1960년대에도 모던한 유흥을 추구했던 한국인들의 풍속이 읽혀 재미있었습니다.  

(약스포) 이상하게도 1960, 70년대 작품들을 보면 꼭 귀향해서 이런저런 사람 만난 후 여기 윤과 같은 운명을 맞는 마무리가 많은데 아마도 이 작품이 그 원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비장감 덕에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명작으로 각별히 기억되는 면도 있겠고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얼업 : 하 - 스물, 선명하고 뜨거웠던 우리의 계절
차해원 지음 / 너와숲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틸컷 여러 폭이 잘 뽑혀 책의 앞뒤에 실렸습니다. 그러니 이건 책이라기보다 마치 굿즈처럼 만든 수버니어라고 하겠습니다. 예쁜 책 하권 p58에서 가수 적재가 "좋을 때다"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책을 보는 독자,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이 대본집만 보고 리뷰를 쓰려 했는데 드라마를 작년 10월 듬성듬성 본 것만 갖고서는 무리다 싶기도 했고 책이 너무 이뻐서 16회 16시간분을 지난 주말 동안 다시보기로 다 훑었습니다. 해 보니까 이것도 일이라서 일요일 늦은 저녁에는 아주 진이 다 빠졌습니다. 

(상권 후반부 리뷰에서 누락된 몇 가지 포인트를 먼저 좀 짚은 후에 하권 리뷰를 본격 시작하겠습니다. 어차피 상하권 곳곳을 넘나들며 연결해 가며 쓰는 독후감이므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테이아는 연희대 응원단 이름인데 이게 구어체 종결어미 "~테야"와 라임을 맞춰 여러 번 말장난을 이룹니다. 4회 에필로그, 5회 S#25에도 나옵니다. 

4회 S#24에 나오는 음악은 보첼리가 부른 <멜로드라마>의 변주입니다. 이 4회의 합응 장면은 아주 볼만했습니다. 

5회, 상권 p267 S#20 재미있는 야쿠르트 아줌마 씬이 S#18앞에 놓였습니다. 

배영웅 사장과 도해이 사이의 "불행 배틀"의 시작이 재미있었고,  상권 p276의 나셨네가 드라마에선 납셨네로 제 귀엔 들렸습니다. 

상권 S#29 바비큐장에서 또 <깊은 밤을 날아서>가 삽입되었고, 바로 다음에 트와이스의 <치얼업>이 나오는데 물론 이 드라마가 나오기 6년 전 곡입니다. 배영웅 치얼스 사장님하고 학생처 차장(처장은 따로 있습니다. p376) 신지영이 그런 사이였다는 걸 여기서 처음 알 수 있습니다. 하권 p422에서 둘이 드디어 맺어집니다. 

p314 S#4 "작년 일"이 "작년 이슈"로 바뀌어 드라마에서는 나옵니다. 

S#19와 S#14 등이 다른 씬 앞에 나오면서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춘양, 진희 들의 이름 유래가 처음으로 소개되네요. 

S#35(p343) "라면 먹었어?"라며 아내가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는 남편(선호 부). 아들이 이런 것까지 거짓말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좀 뒤인 p353에 보면 도해이가 가난한 자신이 부끄러울 거잖아 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죠. 이 남편(선호 부친인 민철)은 아마도 가난한 출신 아내가 부끄러웠던 듯합니다. 제 짐작입니다. 

S#39 "먹고사는 게 더 무섭죠". 여러 번 나오는 대사. 그렇게 명언인가 싶었습니다. 

p348 선배가 간장종지라면서 재혁을 갈구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그릇이 작다 드립이 나왔지만, 이 대본에서는 그 말이 없었고 귀한 자식 운운밖에 없었기에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p349에는 "의인의 밤"이라 되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의대인의 밤"이라 나옵니다. 

상권 5회 S#45(p351) 재민씨라고 해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민재씨라고 합니다(민재는 다른 애죠). 도해이가 청담고 출신이라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부담스러웠는지 동강고(?)로 바뀝니다. 그런데 제3자가 당사자들 사정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권 p46을 보면 재혁의 어느 선배가 "요즘 애들은 확실히 우리 때와 다르다"고 하는 대목이 있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재혁은 저 씬 후로는 다시 안 나옵니다. 

이 6회 마지막에서 박정우와 도해이 사이에 처음으로 감정이 스킨십을 통해 제대로, 서로 교류됩니다. 이 장면은 중요하기에 7회 시작에도 되풀이됩니다. "포옹은 외국에서 인사잖아? 난 지금도 할 수 있다."

이 대본 여러 곳에서도 알 수 있지만 관행상 O.L은 두 인물의 대사가 겹칠 때에만 쓰이고, Dissolve는 장면까지 다 겹칠 때(예를 들어 하권 p371)에 쓰는 걸 알 수 있습니다. 

p404 힘든 게 없을 거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 루즈벨트의 "두려움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self-referential. 하권 p173에 정우가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있습니다. 

p408 성공한 졸업생 나정선 이사 역으로 장나라가 특별출연합니다. 

p432 시나리오에는 없는데 드라마에서는 "젊음은 너무도 좋은 것이라서 젊은이들에게 주기 아깝다고 누군가가 그랬다."라는 춘양(해이 모친)의 대사가 있습니다. 이 말은 비교적 출처가 명확한, 조지 버나드 쇼의 명언입니다. 

p447 유독 여기서만 이상은의 <언젠가는>이 곡명까지 나오는데 상권 리뷰에 적었듯이 다른 데서는 곡명 언급들이 없습니다. 학생처 차장 지영이 이 곡에 대해 길게 논평까지 하는데 이 부분은 시나리오에는 없습니다. 

p454 명상 메시지인데 또 김기현씨 목소리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드립으로 "사랑 그 잡채"처럼 들리는데 제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상권 p457에서 선자가 민재 안경 벗은 모습을 보고 얼음이 되어서 아 3년 전에 봤던 누군가가 이제 생각났구나, 미스테리가 중대한 고비를 맞겠구나, 무슨 클라크 켄트도 아니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잘생겨서"라서 빵터졌습니다. 그런데 하권 p158에서 유민이 민재를 "3년 전 그 고등학생?"이라며 기억을 해 냅니다. 하권 p235에는 그 사건의 재현씬 있습니다. 하권 p297에 민재 스타일이 완전 바뀌어서 입장하고 도해이 이하 모든 단원 경악하는 장면이 코믹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하권 내용입니다) 

p28 이해가 잘 안 되는 게, 왜 응원단장 "박"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지. p56에서 성공적으로 공연 마치고 "찢어놨다"며 만족할 때는 다시 주선자라고 합니다. 이 배우는 어디서 봤나 싶었는데 헐리웃 고전극에 나왔던 앤 백스터와 닮았네요. 

p32 행시 준비 안 하는 아들에게 실망하는 정우의 엄마 선혜. p115에서 "그놈의 별, 천문학과".  p63에서 "피는 못 속인다카더이"라는 대사. 그런데 정우 역 배우가 엄마하고 대화할 때만 나오는 사투리 연기는 어색했습니다. p89에 보면 부산이라고 하네요. p92에는 아무 말이 없는데 드라마에서는 기장이라고 플래카드에 써 있고 기장과 자갈치는 꽤 멉니다. 기장에서 난 수산물을 자갈치에다 갖다 판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알타이르(알타리ㅋ), 데네브... 그런데 한국에서 이 학과에 대한 인식이 어떻든 간에 학문 자체는 그리 낭만적이거나 쉽지 않으며 오히려 현존 최고난도를 자랑합니다. p414 해이의 대사 "먹고사는(띄어쓰고)데 아무 쓸모 없는.."도 참조.  

12회 p210 이하에서는 무슨 여름합숙훈련까지 하는데 해당 학교의 전통이야 외부인이 알 바 아니지만 이래갖고 어디 학생이 공부를 할수나 있을까 싶긴 했습니다. p223에서는 폐건물(드라마에서는 미진병원)까지 들어가는데 극에서 실제 깔리는 음악은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주제가(p241에는 언급 있음)입니다. 가사가 "신촌의 유령들"로 바뀌었네요.연대에서 실제로 이런 개사로 응원가를 돌린다고 하던데 "뭐든지 먹어대"가 over here over there로 들렸습니다(일종의 몬데그린). 

p113에서 "작고 소중한 내 눈"이란 대사ㅋ. 해당 배우가 눈이 작지는 않았습니다만 여튼 재미있었습니다. 

p40에서 삼진족발 "그쪽은 족발같이 생겼어요!" 대사가 드라마에서는 빠졌습니다. p155에 사정 해명이 나오는데 저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여튼 오해는 정직하게 바로잡았어야죠. 하권 p191 같은 데서 또 나오는 운찬 - 소윤이도 나름 커플각인데 상권 p21에도 발음 교정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장면 있습니다. 상권은 circulation, 하권 여기서는 vacation. 

p48에서 받던가는 "받든가"의 잘못입니다. p109의 "하던가"도 마찬가지입니다. 

p58에서 신기하다는 듯 가수 적재를 바라본다는 지문이 있는데 아마 이 세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가수인가 봅니다. 드라마에서는 선호를 쳐다보며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다고 말하는데 명문대(풋) 신입생으로서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앞에서 "고백 잘못하면 큰일나잖아"고 했는데 여기서 선호가 과감하게 고백하고 인생 처음으로 짝사랑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p62에서 "이 자릴 빌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1989년 맞춤법 개정 이전의 잔재). 

전반적으로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느낌도 듭니다. 재혁에게 간장 종지 드립치는 선배, 너네 이미 찢어진 커플이라던 선배 등은 어지간히 친하지 않으면 그런 말 안 나올 것 같은데 이름도 없는 그냥 단역이고 반대로 초반에 이름까지 달고 나오던 몇몇은 나중에 가서 하는 일도 없이 사라집니다. 하권 p255의 정미는 누군데 갑자기 나오는지.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중 그 역에 가장 잘 맞는 이미지(고생 전혀 모르고 자랐으며 자기중심적이고 얍삽하면서도 철이 없는 명문대생)다 싶은 사람은 재혁 역이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실제 어느 학교 출신인지는 정보가 안 나오더군요. 

p74에서 아무리 알코올 중독자이고 남편한테 대접 못 받아도 진희(선호 모)가 돼지고기를 소고기로 업글하라고 테이아 전체를 대표하는 정우에게 카드 주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사모님 체신이죠. 정우는 역시 애가 없는집 출신이라서 괜히 사양하는데 이럴 땐 그냥 받고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그냥 쓰는 게 맞는 겁니다. 얘는 가만 보면 분위기를 망치는(속어로 x창내는) 나쁜 버릇이 있더군요. 

p375에서 배영웅 사장이 도해이한테 "이런 건 그냥 받는 거야."라고 하는데 해이고 정우고 서민 자녀들이라서인지 별나게 따지고 듭니다. 누가 거지근성이라고 할까봐. 다만 p349에서 선호가 해이네 도와 주자고 엄마한테 권하자 "사모님" 진희가 선 넘는다며 한칼에 자르는데 이건 얄밉다기보다 제 현실을 안다 싶었습니다. 본인도 바람난 남편(아마 맞겠죠?)한테 이혼당할 판인데 누굴 걱정하겠습니까. p406에서 이 사모님이 유방암 걸린 친구(춘양)한테 문병은 옵니다. p421을 보면 위자료는 넉넉히 받았나 봅니다. 

p156 감정 표현 잘 안 하는 민재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11회가 본격적으로 달달한 멜로로 가득찹니다. 이제 정우로 해이는 완전히 마음을 정하여 딥키스를 나누고 아까 자갈치에서 뜯어먹던 PPL의 k*piko 촤컬릿 로고가 화면 하단을 스쳐지나갑니다. p198 본문에는 (당연히) 없는데 드라마 12회 19분쯤의 해당 대목에서는 또 이 과자 PPL이 나옵니다. S#34 p260(의 드라마 해당 씬)에서도 또 나오는데 엄청 거액을 협찬했나 봅니다. p290에서 또 PPL이 나오는데 책에는 삼겹살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오o니쭈꾸미볶음입니다. 저 앞 테이아 회식자리에서는 로메인에 고기를 싸먹는데 여기서는 깻잎에 싸 먹습니다. p378에 도해이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한 뭉텅이 사오는데 드라마에서는 이 아이스크림이 국민 모두가 아는 스테디셀러인 메*나입니다. 근데 oo이 도해이를 죽이려고 달려오기 때문에 이걸 팽개쳐서 땅에 다 떨어지는데 저 많은 메*나가 길바닥에서 다 녹을 생각을 하니 너무 아까웠습니다. 

p178에 별첨 자료가 있는데 이건 드라마에도 안 나오고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습니다. 

p194 지영(차장)의 대사 "너 진짜 징하다. 어메이징"이 재미있었네요. p196 해이가 "단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미모가 24시간 근무하니까"로 주접 배틀(상권 p276의 불행 배틀에 이어)에 열심인 장면이 또 재미있었는데 11회 끝부터 본격 드라마가 이런 모드로 접어들어서 그렇습니다. 

p199, p211에 피나 콜라다가 아니고 피냐 콜라다입니다. 촌스럽긴. 

S#50은 대본에서는 12회지만 드라마에서는 13회에 들어갔습니다. 

하권 p240에서 용일이가 태초희에게 "누나가 그런 상처 주는 사람들과 만나선 안 된다. 그런 대우를 받으면 안 되는 소중한..."은 이런 경우에 해 줄 수 있는 딱 좋은 말 같습니다(상권 p293도 참조). 사실 태초희는 애가 행실이 좋지 않은 듯 보이고 하권 p201에 "밤에 끝내준다", 상권 p291에도 "대o레"라는 평판이 나왔는데 용일이가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냐며 격분하는 씬이 있었습니다. 하권 p365의 해당 드라마 장면에서 일일호프 할 때 가슴에 "EH초부터 EH초희"라는 명찰을 달고 나옵니다. 주선자는 "앉은자 선자", 박정우는 "난 니 꼰댕...". 여기까진 재미있는데, 진선호는 "팩트 폭격기"라서 요건 무슨 맥락으로 이런 걸 했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하권 p430에서는 오히려 선호가 용일이한테...). 이런 문구는 대본에는 없습니다. 태초희는 화학공학과라는 설정인데 나중에 연구원이 된다는 결말입니다. 

p325 해당 드라마 장면에서 이동환(노어노문학과 81) 해당 대학교 동문의 말로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이다"가 나오는데 대본에는 없는 말입니다. 이분이 설마 처음으로 이 말을 했다는 건 아니겠습니다 ㅋ 상권 p20에 나오던 기부자 명단(도해이가 낙서 하던)과 연결이 된 건조물인지는, 그리 넓지도 않을 해당 학교에 방문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하권 p426에 도해이가 취업 면접 보는 씬에서 드라마는 회사가 "오성증권"이라고 밝힙니다. 상권 p24에서 스스로 "올모스트 문닫고 들어왔음"을 스스로 밝히지만(신학과) 원래 주식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죠. 

(약스포)
p415에서 재이가 누나 해이와 정우의 로맨스를 방해하고 해이는 "날 제발 지키지 마"라고 울부짖으며 동생 손에 끌려가는데 미친놈 칼에 찔려 죽을 뻔한 누나를 누가 구해 줬는지 모른다는 게 아주 개탄스러웠습니다. ㅋ 

하권 p112 부산 시퀀스에서 눈 근처에 고춧가루가 묻은 해이를 정우가 물로 씻어주려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장면이 있었는데 하권 p382 해당 씬에서 oo이 정우를 칼로 찌르고 튄 피가 해이 얼굴에 좍 묻는 장면과 겹치는 것 같다는 (제 주관적인) 느낌이었네요. p387에서 oo을 제압할 때 선자가 킥을 날린 게 결정타였는데 대본에는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미친 싸패 색기!"라는 포효(!)를 합니다. 

민재는 5회 등장때부터 음침한 너드 같은 이미지인데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로 (시청자들의 의심과는 달리)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 수일이는 인상이 너무도 드러우며 대놓고 빌런인데 이런 사람도 장르 관행상 절대 범인이 아닙니다. 반면 범인인 oo은 역이 악역일 뿐 꽤 핸섬하죠. 장르의 공식대로 가는 겁니다. 

oo는 끝내 싱글로 남는데(하권 p428) 상권 p359를 보면 당시여친(?)이 oo더러 전화로 "넌 감정불구"라고 통렬하게 비난하는 씬이 있어서 사실 불길하게 의미심장합니다. oo를 만약 해이가 선택했더라면 결국 잘 안 되지 않았겠습니까. 그 엄마도 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고 보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mia7300 2023-01-1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에 포카 들어 있나요…?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 - 곤고한 날에는 이 책을 본다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곤고"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곤고(困苦)하다: 형편이나 처지가 딱하고 어렵다(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중 표준국어대사전)." 김병종 교수께서 그 삶이 곤고하다고 했을 때 이는 반드시 물질적, 경제적 가난을 일컫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혹은 진로의 결정에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마땅한 선택이 어려울 때 같은 것도 사람의 처지를 다 곤란게 만드는 것입니다. 혹은 투자의 결과가 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사내 승진에서 실패했을 때 같은 게 이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소위 자연인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 있는데 자연과 동화되어 아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타인과의 불필요한 소통도 거부한 채 무위의 삶을 사는 가치를 서양인들 사이에서 크게 끌어올린 사상가가 아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이겠습니다. 디팩 초프라의 여러 가르침에 대해서도 김 교수님은 언급하는데 "만물에는 지성이 있다"는 그의 말(p37)은 아마도 소로 덕에 더 유명해졌을 듯합니다. 자연을 앞에 두고 이런 겸허한 깨달음을 가져 봐야 "죄를 발견하고 고백하는 일(p38)"이 약간은 쉬워질 듯도 합니다. 

저자는 감명 깊게 읽으신 고전 중 하나로 A W 토저의 여러 작품들(p65)도 거론합니다. 저자는 신(神), God의 원형에 대해 토저만큼 선명하고 생생하게 서술한 저자가 또 없다는 듯, 정말로 삶이 곤고할 때 과연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영혼에의 교통으로 알려 줄 존재로서의 신에 대해 절절한 어조로 토로합니다. 아론의 금송아지로 오해 받지 아니할 신은 알고 보면 "가장 미소(微少)한 자 중 하나"로 우리 곁에 와 있으며 이를 못 알아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고 합니다. 토저에 대해서는 저 뒤 p145에 다시 언급이 되네요. 

한국은 1990년대 전반에 최수철 작가 등을 중심으로 사소설 붐이 인 적 있습니다. 사소설이라고는 해도 엔도 슈사쿠의 경우 핍박받는 소수의 고통을 조명하는 가운데 경건한 신앙을 집중 조명하여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중국, 조선도 그러했지만 일본에서 행해졌던 기독교 박해는 참으로 잔혹한 행태를 보였는데 실존 인물인 페레이라 신부의 이른바 배교 행각은 유명합니다. 그에게는 자신이 직접 당한 "구덩이 안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보다, 이토록 가혹한 박해 도중 한 번도 자신에게 나타나지 않은 신의 무관심, 냉담함이 더 큰 고통이었다고 합니다. 김 교수님은 그런 배교자 페레이라의 진솔한 고백부터가 이미 그리스도의 실존 증거라고 말합니다. 신은 그런 추하고 비겁함 속에서조차 어떤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입니다. 

간절한 기도에 대해 신은 과연 가장 멀고 가장 안 보이는 방식으로만 응답할 뿐인가? 참 냉소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님은 의외로 "그렇지 않을 때도 있으며 신은 때로 놀라울 만큼 직설적으로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 예는 로잘린드 고포드의 <하나님은 기도를 응답하신다>인데 중국 선교사였던 고포드 여사의 남편 조나선에게 일어났던 놀라운 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부부 모두 선교사). 신앙이 현실에서 응답을 받는 일만큼 기독교인에게 놀랍고 은혜로우며 통쾌한 게 없겠습니다. 그런데 이 챕터는 본문 중에 저자 이름이 한 번도 안 나올 뿐 아니라 <하나님은 기도를 응답하신다>라는 제목으로는 서지가 검색되는 게 한 건도 없습니다. 물론 잘 알려진 책이겠으나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아쉬웠네요. 또 p203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에서 인자는 人子이지 仁者가 아니겠습니다. 

"상황을 넘어서는 고요한 기쁨은 어떻게 창출될 수 있는가?" <기쁨의 날개>에서 스리 친모이는 가장 정제되고 믿을 수 있는 답 하나를 내놓습니다. 그는 기독교 신자도 아니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의 신과 명상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믿음을 더 강화했다고 고백했으며 김 교수님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참된 깨우침과 영적 평안은 종교와 교파를 초월하며, 좋은 책이 독자에게 끼치는 감화 역시 그와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