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1
인동교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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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분야인데 철학 개개 유파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연대순으로 정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야말로 그래픽 노블로 읽어야 어린 청소년들이 머리에 쏙쏙 정리가 잘 되지 싶습니다. 저자는 다음 책으로 서양 과학사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그 컨셉이 "고대 '과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대한 근대 과학자들의 투쟁의 역사"라고 합니다.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으며, 그 책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전편인 이 책을 잘 읽어 둬야 할 듯합니다. 

어느 책이나 소피스트들의 기묘한 입장에 대한 서술로 시작하는데 대부분이 부정적인 태도죠. 궤변을 일삼고 상대주의에 빠져 대중을 오도하고... 그러나 p21을 보면 이는 기록을 후세에까지 남긴 플라톤이 그들의 회의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적이었던 영향이 남아서일 뿐 지나치게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이 책 저자의 입장). 사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 이후의 철학은 서로 활동한 분야가 다를 뿐 어느 하나가 논리필연적으로 타방을 전면 배척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대에는 교육 산업의 라이벌이었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놓고 서로 다투는 사이였겠죠. 

개인적으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라는 게, 대략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알겠으나 그런 무지의 상태, 혹은 척박한 현존을 과연 그 보조관념 이상의 다른 더 나은 선택이 없었겠는지 의문이 좀 들 때가 있었습니다. 헌데 이 책에서는 그래픽 노블답게 2페이지에 걸쳐 "플라톤이 말하고자 한 동굴의 심상"을 매우 상세하게 표현합니다. 왜 동굴의 비유여야 했는가? 역시 플라톤은 자기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든 이론이 기독교 세계관과 부합한 건 아니고 로마 가톨릭도 12세기 당시에나 지금이나 전적으로 그를 긍정하는 건 아닙니다. 아우구스티누스 등 교부철학까지만을 긍정하는 프로테스탄트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1원인, 부동의 원동자, 목적록적 세계관 등은 영락없이 기독교 패러다임과 쏙쏙 궁합이 맞고, 더 엄밀히 말하면 초기 기독교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핵심을 잘도 따라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이 지금까지도 내세우는 자부심 상당 부분은 아리스토텔레스에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데카르트 아니라 후대 언젠가는 누군가가 반드시 좌표계 이론을 완성했겠으나 여튼 최초로 이를 체계로 만들어 들고 나온 위인은 데카르트이며 그래서 이에 기초한 모든 방법론을 Cartesian이라고 아직도 수학에서는 부릅니다. 기하학 직관이 좀 떨어지는 사람도 좌표를 이용한 해석 풀이는 몇 번의 연습 끝에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죠. 이분이 처음으로 제시했다 할 "방법적 회의"도 사실상 근대 철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저자가 요약하는 데카르트 철학의 의의는 "이성에 대한 확신(p124)"이며 이때부터 인간은 종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합리론과 경험론의 대립은 서양 철학의 영원한 테마이며 어느 하나의 바퀴만으로는 수레가 굴러갈 수 없습니다. "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p169)" 이는 한평생 쾨니히스베르크를 벗어나지 않았다(p164)는 칸트의 명언이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두의 장점을 흡수해야 할 청소년기의 과제를 압축적으로 제시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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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토플 TOEFL Speaking - 고득점을 위한 토플 스피킹 기본서 시원스쿨 토플 TOEFL
시원스쿨 어학연구소.류형진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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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과 토플 모두 2006년 speaking 영역이 도입되었으나 토플은 이 스피킹 영역이 점수 구성 본체를 이룹니다. 반면 토익 스피킹은 토익 본시험과 별개입니다. 원래 토플이 토익보다 많이 어려운 시험이고, 특히 스피킹은 토플 안에서 완전히 그 진가(즉 변별력)를 발휘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토익은 템플릿 암기로 어느 정도 단기 점수 향상이 가능하지만 이 기본서만 봐도 토플은 역시 어나더 월드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애초에 영어 진짜 실력자라야 토플 고득점이 가능하고, 다만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토플에서도 이 정도 템플릿이 만들어진다는 게 놀랍기도 했네요.   

이 기본서에서 알려 주는 여러 가지 팁을 보면, 영어와 한국어는 화자의 마인드부터가 다름을 다시 확인합니다. 한국어는 말이나 글이나 간략 간결의 미덕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어떤 글쓰기 책은 심지어 부사 사용 금지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무슨 조직폭력배나 공산당 워크샵도 아니고... 영어나 프랑스어권 등 문명세계는 접속부사의 우아한 사용이 능숙한 화법 척도 중 하나이며 같은 취지의 말을 다른 표현으로 paraphrase하는 능력을 최고로 칩니다. 수사법이란, 고대 로마부터 일급 교양 중 하나이지 않았습니까. 

하급의 문해력밖에 못 갖춘 이들을 기준으로 하향평준의 효율만을 도모하던 시대는 한국도 경제적 여유가 창출됨에 따라 이미 저물어가는 중입니다. 최소 정보 전달 위주의 구두닦이 화법으로 토플 점수가 잘 나올 수 없습니다. 류형진쌤이 이 책 곳곳에서 강조하는 여러 팁을 정확히 터득하면, 귀족적으로 유창하게 말하는, 네이티브 청자에게 대접 받는 검은머리 외국인(우리 모두가 되고 싶어하는)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토플이란 시험이 무슨 목적으로 고안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어휘도 어떤 쪽의 영역에 주안을 두고 구사해야 할지가 떠오르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이 교재 p27을 보면, 시야를 넓히다(broaden [my] prospective)라든가 share (my) ideas with other students라든가, 대학생으로서 이 교육기관에 들어와 보다 확장된 마인드로 재설계된 인재가 되고 싶어하는 어떤 eagerness가 느껴지는 표현들이 아니겠습니까. 너무나도 뻔한 템플릿이나 패턴에만 집착하기보다, 벌써 이런 느낌부터가 건설적인 어휘 사용이 높은 점수를 유도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매단원 끝마다 류쌤이 정리해 놓은 고득점 표현 정리 부분이 특히 도움이 많이 되었네요. 

p63의 실전문제 8번은 통합형의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QR을 스캔하면 바로 mp3파일이 다운로드되는데 분량은 3분 39초입니다. 통합형이 본래 그렇지만 일단 텍스트 읽을 시간을 30초 주기 때문에 여기서는 오디오도 공백입니다. 다음에 문제를 주고 수험생이 말하게 하는데, 별도의 두 사람 대화를 들려 주고 그 중 길게 말한(사실상 남자는 하는 말이 없었음) 여자가 지금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 말해 보라는 것입니다. 이 대화(사실은 여자 혼자)의 스크립트는 교재 후반부 해설란 p41에 나옵니다. 리스닝 기본서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정답및해설 파트는 페이지가 새로 시작하는데도 별도의 목차가 없어 찾기가 불편하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반면 mp3 오디오는 하나하나 지문 번호와 같게 파일 제목이 달려 있어서 수험생이 이용하기 편합니다.  

스피킹은 확실히 전략(strategy)이 필요합니다.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며 토플에 최적화한 말학 습관을 들이고 시험장에서 떨림없이 그 실력을 발휘하려면 역시 강의와 교재가 중요합니다. 곳곳에 깔끔하게 제시된 템플릿 풀만 봐도 눈과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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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커스 사회복지사 1급 통합기본서 (새 교과과정&개정 법률 반영 - 최신 5개년 기출해설 무료 동영상 강의 제공+사회복지사 1급 인강 할인쿠폰 수록
박정훈.해커스 사회복지사 연구소 지음 / 해커스사회복지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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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이었던 작년판(2022)과 달리 하늘색 표지입니다. 자매서로는 기출문제집과 핵심요약집이 있습니다. 작년도에는 사회복지사 교재의 경우 해커스에서는 핵심요약집이 안 나왔으므로, 이 통합기본서 교재를 마친 후 혹 필요한 수험생들은 그 책을 참조해도 좋을 듯합니다.  

작년판도 그랬습니다만 올해(2023)판도 딱 펼쳤을 때 중앙단에 본문 내용이 놓였고, 양쪽 옆에 "선생님의 알짜 해설"과 "바로 확인하는 기출 OX" 등이 배치된 편집입니다. 사복 1급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좋아라하는 레이아웃입니다. 해커스 교재는 이처럼, 빠짐 없이 모든 항목들이 수록된 점도 좋지만, 편집이 공부하기에 최적으로 잘 이뤄져서 눈이 편한 게 또 좋습니다. 

해커스 어느 직렬 교재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 역시, 제도 자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유의해야 할 점 등을 올컬러 인쇄로 가르쳐 줍니다. 사복을 학부에서 4년 동안 전공한 졸업생들은 물론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여튼 이런 기본적인 사항은 수시로 보고 숙지해야 하며 수험생활 차원에서도 학습 의욕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도 자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상학은 독일의 19세기 철학 거성 에드문트 후설이 그 정초를 놓았습니다. 이 현상학을 20세기 심리학과 인간 행동 연구에 도입한 학자가 바로 미국인 칼 로저스였습니다. 전공서에도 잘 나오는 사항인데 해커스 교재의 좋은 점은 이런 정보까지도, 마치 교과서 볼 때처럼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용이 방대한 대신, 정말로 시험에 출제 빈도가 높은 사항 옆에는 (必) 자를 붙여서 수험생의 개별적인 주의를 유도합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질환이 있으며 상당수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들입니다. 유전질환 검사는 여태 사복 1급에서 여러 번 출제되었으며 p101 같은 곳을 보면 '10년도, '15년도, '18년도에 각각 출제되었다고 표시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융모생체표본검사가 출제되었기에 볼드체로 강조되었고 바로 오른쪽에 기출 OX가 제시됩니다. 특히 이 파트는 다양한 내용이 포맷을 바꿔가며 출제되므로 철저히 공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험설계도 상당히 어려운 내용입니다. 특히 최근에 부쩍 자주 출제된 항목이 순수실험설계인데 p193에 나오듯 '10, '11, '15, '16, '18~'20에 출제되었을 정도입니다. 특히 여러 학원에서 중점을 두어 가르치는 게 요인(factorial) 설계입니다. '16년도에 출제된 노인우울증 개선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 간명하면서도 핵심만 잘 짚은 내용으로 잘 소개되었습니다. 

교재는 분책이 쉽게 되게끔 제본되지는 않았는데 복지기초, 복지실천, 정책제도 세 파트로 크게 나뉘고 각각의 파트마다 두꺼운 겉표지가 끼워져서, 혹 교시별로 분책해서 공부하고 싶은 수험생을 일부 배려하고 있습니다.  

복지실천 파트에서 또 어려운 내용이 복지실천통합접근모델입니다. 저도 학부 때 사복 비전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도움된다고 해서 이 파트 수업을 들었는데 일선으로 소화하기엔 매우 부담스럽더군요. 특히 그 중에서도 핀커스와 미나한의 4체계 이론이 매우 어려웠었습니다. 이 부분도 해설이 잘 정리되었고 비교적 최근 이론인 저메인, 기터만 생활 모델도 깔끔하게 요약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아마 앞으로 출제가 자주 이뤄질 것 같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가족이 있을 경우 물론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으나 어떤 질환은 가족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치료될 수도 있고 이 역시 의학적으로 검증이 된 방법론입니다. 요즘 부쩍 출제 빈도가 높아진 게 전략적 치료 모델인데, QR코드 스캔으로 저자 박정훈 교수님의 5분 맥짚기 강의를 인터넷으로 별개 회원 가입 절차 없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항목은 3분 20초 정도 분량이며, 안경 안 쓰시고 수더분한 외모의 박 교수님이 특유의 힘 있고 또박또박한 발성으로 가르칩니다. 

요즘 연금개혁이 한창 논란이라서 p100(3교시)에 나온 공적연금제도도 출제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교재에도 알짜해설, 기출OX 등이 빼곡히 실려서 수험생들에게 여러 맥점을 짚어 주네요. 특히 확정기여식과 확정급여식에 대한 설명은 딸딸 외울 정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기출문제 세트(OX 포맷 아닌 5지선다)가 출제 연도와 함께 나옵니다. 해커스 시리즈는 이처럼 기출핵심을 통합기본서에 함께 실어서 문제 풀이 감각을 잊지 않게 수험생을 배려한다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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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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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은 절대 이 남자와 썸을 탈 생각은 없었다. 세상에 누가 운명의 남자와 썸을 탄단 말인가." (p178) 

혹 세상의 모든 남녀들이 (첫사랑과는 다르게) 각각 자신의 운명의 상대와 맺어진다는 법이라도 있다면, 아마 이혼, 불륜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혼, 불륜이 생기면 그게 이미 운명의 사랑이 아니겠지! 그런 결과론적 개념 정의 말고, 한때나마 운명의 사랑이라고 서로가 동의했다면 그게 아까워서라도 쉽사리 관계를 깨거나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는 게 어렵지 않겠나 싶어서입니다.  

운명의 사랑은 확실히 운명의 사랑인 게, "이 남자"를 만나기 전 소영은 몇몇 남자를 (말그대로) 스쳐 지나왔습니다. 김소영 같은 여자는,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너무 순수해서 노잼 같은 여자라면, 많은 남자와 사귀면서 자신만의 남성관 같은 걸 형성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이런 타입은 보통 주변의 동성 선배에게나 또래 집단한테 영향을 받고 그(들)의 생각을 자기 것으로 그대로 수용하는 게 보통인데, 김소영은 p34, p86 같은 데를 보면 또 자기 주관이 강하고 주위에 잘 휩쓸리지도 않아서 특이합니다. 그런 소영에게 운명의 남자란 느낌이 들었다라... 

늘이는 김소영이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마음 설레며 가까이서 지켜 본 남자입니다. 다만 사랑이(좀 더 널련한)가 영 관심을 안 주는 걸로 봐서, 아니 그냥 깐 걸로 봐서는, 아직 남자 보는 눈이 현저히 부족한 소영이가 그냥 흔남한테 공연히 설렌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이름이 특이해도 이름 때문에 설렌다는 건 너무 유치한 감정입니다. 유치하다 아니다의 기준은, 나중에 끝까지 이 남자한테 실망 안 할 자신이 있냐는 겁니다. 하씨 성 아빠 밑에서 이름이 "늘"로 붙은 사정(p36)이 그 사람에 대해 뭘 말해 주는 게 있겠습니까. 다만 애가 좋으니까 그런 것까지 다 신기해 보이는 건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저 늘이 이후로 이름을 외자로 불리기로 작정을 했나 봅니다. 아니 다들 두 글자 풀네임이 있을 텐데 김소영은 늘이 때문에 앞으로 남자는 모두 외자로 부르기로 혼자 결정한 것입니다. 사실 수학 강사 민은 그런 추억의 대열에 합류하기엔 끔찍한 기억을 유발한 문제아이긴 한데.. 이 학원에서 사고가 터진 후 동료 강사들이 "나는 김선생도 좋아하는 줄 알았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걸로 봐서 김소영도 문제가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거절 의사를 처음에 명확히했었어야죠. 물론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찾아와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누르고 소동을 피운 건 민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그 앞의 수작질도 마찬가지. 성범죄자 기질이 다분해 보이네요). 누구 눈에도 이미 범죄를 저지른 거고, 요즘 세상에 간이 부었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남자 미저리(p260)입니다. 

제가 만약 원장이었다면 일단 소영에게 주의를 주되, 덧붙여 지금 이 학생(건)과의 사단을 이렇게이렇게 수습하라고 조언하고, 앞으로 이런 경우 저렇게저렇게 대처하라고 요령을 가르쳐 주지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안달복달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원장은 자기 학원 평판을 바르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냉철하게 대처해야 하며, 피용인에게 일단은 같은 편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원장님이 그리 경험이 많지 못한 분 같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소영은 쾌감보다는...(p207)" 이 소설에는 저렇게나 숫기 없는 소영이 대체 누구와 첫경험을 가졌는지가 안 나오는데 아마 사정이 있겠거니 짐작합니다(...). 앞에서 그 싸이코 같은 민이 "처음이 아니면 저 실망할 겁니다.(p147)"라고 했었는데, 까딱했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남자들이 책임지겠다, 날 믿어라 어쩌구 하는 얘기는 아저씨건 또래건 애한테서건 절대 믿으면 안 됩니다. 아예 학교에서 정규 교과 시간에 가르쳐야 합니다. 8년을 누구와 동거했으면 이미 이건 이혼남이나 마찬가지인데 게다가 지 입으로 전 여친을 못 잊겠다고 했다? 맙소사. 이 여성분은 무슨 생각이란 게 있는 건지. 게다가 타투? 옛 성현들 가라사대 문신충은 무조건 거르라고 했죠. 소영은 게다가 꾸안꾸(p242)가 원래부터 잘 어울리는 여자이기도 하니. 

(운명의 남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혁 다음에는 현이 나타났는데 뭐 둘 다 한국 남자 이름으로 흔하긴 합니다. 조건 좋은 남자는 여자한테 요구하는 게 많은데 상업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하는 소영이 과연... p267에 나오는 영화는 혹시 시고니 위버, 벤 킹슬리 주연의 <죽음과 소녀>아닐까요?(코믹은 아닌데) 역시 현은 져 준다는 게 없는 남자입니다(p294). 

결말에 다시, 예전에 김밥 먹다가 같이 쫓겨났던 랑이가 다시 나와서 해답 비슷한 걸 들려 주는 게 좋았습니다. 이 소설은 랑이 이후 친구들은 모두 "친구"로만 소개되지 이름이 안 나옵니다. 애초에 김소영은 타인을 자기 바운더리에 잘 들이지 않는 유형 같습니다. 철없는 코흘리개 친구처럼 무람없이 교제한 마지막 벗이 랑이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공지영류의 고발물, 신경숙류의 신세한탄물과 달리 너무도 심심한 줄거리로 끝이 나서 차라리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아직도 어디선가 진행 중인 이야기 같아서 후편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달달하고 닳고닳은맛 커피믹스 아닌 밍밍한 보리차 같은 맛이랄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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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커스 사회복지사 1급 기출문제집 합격의 필(必) (핵심이론 + 기출문제) - 동영상 강의 100강 무료 제공 l 최신 8개년 기출문제 수록 l 핵심이론 총정리 수록
해커스 사회복지사 연구소 지음 / 해커스사회복지사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2022)판 기출문제집과 달리 해커스 올해 교재는 하늘색 표지입니다. 또 작년 교재는 기출문제 파트와 핵심이론+기출문제 두 파트가 완전히 물리적으로 떨어진 2권 별책 편집이었는데, 올해판은 그렇지가 않고 두꺼운 겉표지 삽입으로 구분만 해 놓았습니다. 그러니 필요한 수험생들은 칼로 잘 절단해서 분책해서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판형은 작년판보다 더 작아진... 줄 알았으나 대어 놓고 보니 같네요. 

일단 이 교재는 후반부인 핵심요약+기출문제 파트부터 먼저 봐야 합니다. 약간 순서가 뒤바뀐 듯한 느낌도 드는데, 후반부는 우선 8영역 내용을 대략 70페이지 정도에, 말그대로 핵심의 핵심만 요약해 놓았습니다. 그러니 이 파트는 이 필(必) 시리즈 제3권 핵심요약집을 대신할 수는 없고 그야말로 시험 전날에 쓱 한 번 훑는 용도라야만 합니다. 후반부는 2022년 제20회부터 2015년 제13회까지 기출문제를 뽑아 놓았습니다. 

이걸 다 풀고 나서, 책의 전반부인 해설로 돌아오는 겁니다. 그러니 이 교재 편제에 익숙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어, 왜 대뜸 해설부터 나오지? 이게 다 뭐에 대한 해설이야?"라며 당황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해커스 교재는 작년판도 그랬지만 이 해설이 노른자입니다. 통합기본서도 내용이 망라적이고 빠진 거 없고 편집 보기 좋아서 최고였지만, 저는 이 기출문제집이 통합기본서보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교재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하는 거고, 꼼꼼한 기출문제 풀이는 이론 공부 과정보다 더 중요합니다. 기출문제를 이처럼이나 자세히 해설해 놓은 교재가 과연 또 있을까 싶습니다.  

2023년판 교재에서 가장 먼저 들춰보게 되는 건 아무래도 작년(2022) 기출문제를 어떻게 해설해 놓았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p50의 11번 난이도 중(中)인 문제 해설을 보면, 앤더슨 분류 기준 조합 체제의 특징을 묻는 문제인데 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2)번을 고를 수 있습니다. 여기도 QR코드 스캔을 통해 박정훈쌤 클립 강의로 바로 (별개 절차 불필요)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박정훈쌤 설명에는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고 이 클립은 대략 3분 38초 분량입니다. 

p59의 47번 문제 같은 게 난이도도 상(上)일 뿐 아니라 신경향이기까지 해서 특히 수험생들이 주의해서 봐 놓아야 합니다. p39의 44번 해설을 보면 난이도가 그리 높진 않지만, 구태여 기본서로 돌아가 해당 항목을 확인할 필요 없이 틀린 선지 해당 부분이 왜 틀렸는지 일일이 정확히 짚어 놓았고, 샤티어의 의사 소통 유형을 표로 따로 정리해 놓기까지 해서 이게 기출문제집인지 올인원인지가 헷갈릴 정도입니다. 

박정훈쌤은 애매하게 돌려말하는 게 없습니다. 작년판에도 나오는 내용이긴 한데 p101을 보면 난이도 상(上)의 04번이 출제 당시 큰 논란이 있었고 교재 집필하는 그 시점까지도 여전히 논란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말합니다. 물론 이런 건 누구보다 학원 강사들이, 마치 정치판의 야당처럼 사정없이 이의를 제기해야만 하는 이슈이긴 하나 여튼 수험생 마음을 콱 답답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논리와 이론 체계를 이탈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문제의 부정합은 최대한 지적하고 또 지적해야 마땅합니다.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저 핀커스와 미나한 이론이 영원히 아킬레스건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통합기본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이 책 p135 17번 문제(2020년)에서도 (3)번 선지(오답)에서 이 항목을 또 다룹니다. 물론 선지는 핀-미 이론이 아니라 (해설에 나오는 대로) 콤튼-갤러웨이 6체계 모델에 대한 설명입니다. 애매하게 얼버무리지 않고 탁탁 논점을 짚는 박정훈쌤 해설이 여기서도 빛이 난다고 할지. 

2019년 출제 46번 문제(p183)도 난이도 상(上)입니다. 변수 개념 분류도 이해가 그리 쉽지만은 않으며 통합기본서를 통해 철저하게 익혀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도, 다시 통합기본서로 굳이 돌아갈 필요 없이 이 파트 해설만으로도 다 이해가 끝나게끔 깔끔하게, 또 문제의 포인트를 잘 짚는 설명이 나옵니다. 여기에도 QR코드 스캔을 통해 박정훈쌤 강의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이 교재를 좋아하게 된 게 바로 p369의 36번 해설 같은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이 파트는 통계 기초 이론에 대해서도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풀이가 가능한데 박정훈쌤 강의도 마침 바로 연계되었습니다. 이 기출문제집은 특히나 수험생들 가려운 곳을 워낙 잘 긁어 주는 교재라서 아무 불만이 없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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