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우면서 평온할 수 있지
김여진 지음 / 알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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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음을 평안히 다스리려 해도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며, 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내 마음처럼 일일이 통제하거나 특정 주파수에 맞춰 놓고 살 수는 없습니다. 만약 "마음의 평안"이라는 걸 그런 식으로 정의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겠죠. 저자 김여진 선생은 평안과 혼란이라는 서로 모순된 상태를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 속에 조화롭게 공존시킬지에 대해 여러 편의 잔잔한 글을 통해 우리 독자들에게 좋은 팁과 가르침을 전달합니다.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은 꽤 오래 전 영화지만 당시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은 화제작이었습니다. 이건 좀 독특한 게 원제가 "리틀 미스 선샤인"인데 한국에서만 단어들의 순서가 바뀌었죠. 저자께서 지적하듯 요즘 TV에서 송출되는 컨텐츠는 흡연 장면이 블러링되고 (영어라고 해도) 심한 욕설은 비프처리됩니다. f word뿐 아니라 사실 screw라는 단어도 특정 맥락에서는 같은 뜻인데 이건 또 (인지도가 떨어져서인지) 그대로 보냅니다. 단 저 개인적 생각으로는, 문화의 차이이겠지만, 미국 영화에서는 원색적 욕설이 너무 자주 들립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뿐 아니라 어느 영화라고 해도 감독은 그 대목에서 그 욕설이 그 인물들의 입에서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꼭 쓰여여만 한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연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린 시청자가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성인 시청자도 안방에서 느끼는 바는 좀 다를 수 있으니 저런 조치도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1분 1초 단위로 계획을 세워 살던 시절."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부지런하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것을 요구하며 다들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저자 말씀대로 꼭 모두가 이렇게 살 필요까지는 없고 타인에게 (아무리 그게 옳다 해도) 무엇인가를 그의 의사에 반해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한때라도 일분일초 단위의 계획을 세우며 산 적이 있었다는 걸 다소는 자랑스럽게 내세웁니다. 그 방식을 지금 이순간까지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인생에 적어도 특정 시기에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그처럼 치열하게 살았음을 증명할 수도 있어야 할 것 같네요. 

골든글로브(공교롭게 지금이 그 시즌입니다)라든가 오스카 상, 심지어 노벨 상 수상자라고 해도, 발표 수상 당시에는 모두가 박수를 보내지만 몇 주만 지나도 사람들의 관심은 싹 멀어집니다. 내 인생 내 외모에 사람들은 내가 신경쓰고 다니는 것만큼의 100,000분의 1도 관심 없습니다. 물론 인생을 열심히 살고 커리어 예쁘게 가꿔야만 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강박 때문에 오히려 성과나 내 성취감 유발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되죠. 남들은 내 인생에 관심 없으니 힘 빼고 부담 줄이고 다소는 여유 있게 일에 임해도 될 듯합니다. 

"은서(가명)은 처음 봤을 때 내가 이십대 초반으로 동생인 줄 알았다고 사과했다(p83)." 저자님 말씀대로 이건 사과할 일이 아니라 감사 장려를 할 일이죠. 이처럼 여성들끼리의 정겹고 사분사분한 소통은 남자들이 흉내낼 수 없는 어떤 효과를 낳기도 하기에 부러운 점도 있습니다. 그건 안 된다 쳐도, 런던에 소재한다는 모노클이라는 카페는 혹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가 보고 싶습니다. p119에는 살구라는 분과 <김 비서 왜 그럴까>라는 드라마를 놓고 나누는 대화가 있는데 여주가 어떤 배우(책에 언급된)였는지 궁금해서 찾아 봤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마이 하트 윌 고 온"해야만 합니다. 당시 외환위기 때문에 말도 많았지만 (지금은 크게 바뀐) 서울극장에서 개봉했던 <타이타닉>은 많은 청춘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내 자신을 포함하여 주변의 모든 소중한 사람들도(책도) 함께, 해저로 가라앉지 않고 함께 항해를 이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죠. 잭이 저렇게 벌벌 떨 때 로즈는 왜 이기적으로, 교대도 안 하고 저런다고 당시 욕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라도 우리는 가능한 한 같이 가야 합니다. "오늘도 책들이 익어 간다(p198)."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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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커스 사회복지사 1급 통합기본서 (새 교과과정&개정 법률 반영 - 최신 5개년 기출해설 무료 동영상 강의 제공+사회복지사 1급 인강 할인쿠폰 수록
박정훈.해커스 사회복지사 연구소 지음 / 해커스사회복지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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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이었던 작년판(2022)과 달리 하늘색 표지입니다. 자매서로는 기출문제집과 핵심요약집이 있습니다. 작년도에는 사회복지사 교재의 경우 해커스에서는 핵심요약집이 안 나왔으므로, 이 통합기본서 교재를 마친 후 혹 필요한 수험생들은 그 책을 참조해도 좋을 듯합니다.  

작년판도 그랬습니다만 올해(2023)판도 딱 펼쳤을 때 중앙단에 본문 내용이 놓였고, 양쪽 옆에 "선생님의 알짜 해설"과 "바로 확인하는 기출 OX" 등이 배치된 편집입니다. 사복 1급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좋아라하는 레이아웃입니다. 해커스 교재는 이처럼, 빠짐 없이 모든 항목들이 수록된 점도 좋지만, 편집이 공부하기에 최적으로 잘 이뤄져서 눈이 편한 게 또 좋습니다. 

해커스 어느 직렬 교재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 역시, 제도 자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유의해야 할 점 등을 올컬러 인쇄로 가르쳐 줍니다. 사복을 학부에서 4년 동안 전공한 졸업생들은 물론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여튼 이런 기본적인 사항은 수시로 보고 숙지해야 하며 수험생활 차원에서도 학습 의욕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도 자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상학은 독일의 19세기 철학 거성 에드문트 후설이 그 정초를 놓았습니다. 이 현상학을 20세기 심리학과 인간 행동 연구에 도입한 학자가 바로 미국인 칼 로저스였습니다. 전공서에도 잘 나오는 사항인데 해커스 교재의 좋은 점은 이런 정보까지도, 마치 교과서 볼 때처럼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용이 방대한 대신, 정말로 시험에 출제 빈도가 높은 사항 옆에는 (必) 자를 붙여서 수험생의 개별적인 주의를 유도합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질환이 있으며 상당수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들입니다. 유전질환 검사는 여태 사복 1급에서 여러 번 출제되었으며 p101 같은 곳을 보면 '10년도, '15년도, '18년도에 각각 출제되었다고 표시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융모생체표본검사가 출제되었기에 볼드체로 강조되었고 바로 오른쪽에 기출 OX가 제시됩니다. 특히 이 파트는 다양한 내용이 포맷을 바꿔가며 출제되므로 철저히 공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험설계도 상당히 어려운 내용입니다. 특히 최근에 부쩍 자주 출제된 항목이 순수실험설계인데 p193에 나오듯 '10, '11, '15, '16, '18~'20에 출제되었을 정도입니다. 특히 여러 학원에서 중점을 두어 가르치는 게 요인(factorial) 설계입니다. '16년도에 출제된 노인우울증 개선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 간명하면서도 핵심만 잘 짚은 내용으로 잘 소개되었습니다. 

교재는 분책이 쉽게 되게끔 제본되지는 않았는데 복지기초, 복지실천, 정책제도 세 파트로 크게 나뉘고 각각의 파트마다 두꺼운 겉표지가 끼워져서, 혹 교시별로 분책해서 공부하고 싶은 수험생을 일부 배려하고 있습니다.  

복지실천 파트에서 또 어려운 내용이 복지실천통합접근모델입니다. 저도 학부 때 사복 비전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도움된다고 해서 이 파트 수업을 들었는데 일선으로 소화하기엔 매우 부담스럽더군요. 특히 그 중에서도 핀커스와 미나한의 4체계 이론이 매우 어려웠었습니다. 이 부분도 해설이 잘 정리되었고 비교적 최근 이론인 저메인, 기터만 생활 모델도 깔끔하게 요약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아마 앞으로 출제가 자주 이뤄질 것 같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가족이 있을 경우 물론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으나 어떤 질환은 가족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치료될 수도 있고 이 역시 의학적으로 검증이 된 방법론입니다. 요즘 부쩍 출제 빈도가 높아진 게 전략적 치료 모델인데, QR코드 스캔으로 저자 박정훈 교수님의 5분 맥짚기 강의를 인터넷으로 별개 회원 가입 절차 없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항목은 3분 20초 정도 분량이며, 안경 안 쓰시고 수더분한 외모의 박 교수님이 특유의 힘 있고 또박또박한 발성으로 가르칩니다. 

요즘 연금개혁이 한창 논란이라서 p100(3교시)에 나온 공적연금제도도 출제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교재에도 알짜해설, 기출OX 등이 빼곡히 실려서 수험생들에게 여러 맥점을 짚어 주네요. 특히 확정기여식과 확정급여식에 대한 설명은 딸딸 외울 정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기출문제 세트(OX 포맷 아닌 5지선다)가 출제 연도와 함께 나옵니다. 해커스 시리즈는 이처럼 기출핵심을 통합기본서에 함께 실어서 문제 풀이 감각을 잊지 않게 수험생을 배려한다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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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토익스피킹 학습지 - 기초 이론부터 실전까지 한 권으로 끝!
조앤박.시원스쿨 영어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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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구성은 질문 1~2 지문읽기, 질문 3~4 사진 묘사하기, 질문 5~7 듣고 질문에 답하기, 질문 8~10 제공된 정보를 사용하여 질문에 답하기, 질문 11 의견 제시하기 등 모두 5권의 책자가 중심입니다. 여기에 가로판형 실전모의고사 1권, 실전모고에 대한 정답 및 해설 3권, 마지막으로 핵심노트 1권까지 해서 총 10권의 책자로 되어 있네요. 랩 포장에 싸여 있습니다. 

학습지라서 파일(폴더)에 10권의 책자가 담겨 있는데 같은 시원스쿨 학습지라고 해도 예를 들어 ISBN 9791161506524 하고는 다릅니다. 저 학습지는 낱장, 혹은 4장짜리로 나뉘었는데 이 학습지는 낱장은 없고 모두 책자형입니다. 4주 완성 플랜은 파일 안 왼쪽면에 인쇄되었습니다. 파일 왼쪽 하단에 저자인 조앤 박 선생님이 진행하는 실전모고 3회분 해설강의 이용 가능한 쿠폰 번호가 인쇄되었습니다. 이 교재는 조앤 박 저자의 온라인 강의와 연계되었으므로, 게다가 다른 영역도 아니고 토익 스피킹이므로 강의를 반드시 들어야 하겠네요. 

Question 1~2는 주어진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는 능력을 측정합니다. p15에 잘 나오듯 채점의 포인트는  1) 발음과 억양이 얼마나 정확하고 모국어(우리라면 한국어)의 영향을 덜 받는가? 2) 지문의 유형에 잘 맞춰 표현하는 능력 3) 유창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능력 등이 기준입니다. 

조앤 박 선생님은 현실적으로 토익 스피킹 시험에서 응시자들이 어떻게 해야 고득점을 올릴 수 있을지의 팁을 교재에서 가르쳐 줍니다. 예를 들어 courses 같은 단어는 [코어r씨쓰], building은 [비어울딩] 등으로 표기하면서 시험에 임해 어디에 포인트를 잡고 읽어야 할지 분명하게 짚습니다. 또 강세가 있는 음절의 발음만 [ ] 안에 넣어 표기하는데 사실 저 앞의 [비어울딩]도 교재에는 [비-어울]딩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오랜 동안 수험생들을 지도하며 어떻게 하면 더 직관적으로 전달이 잘 될지 고민한 흔적 같습니다. 

p26의 유형 연습에서는 지문 중 단어들에 강세 있는 부분만 빨강색으로 표시해서, 실전 시험에서 무엇에 특히 중점을 두고 텍스트를 읽어야 할지 가르칩니다. 물론 해당 지문을 원어민이 읽은 mp3 파일도 시원스쿨 사이트에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복합 명사는 앞 단어를 강조해 주고, 단어 끝 -es, -s까지 정확히 발음해 줘야 한다"는 설명은 참 감탄이... 어떤 사람은 대충 흘리고 drop해야 원어민스럽다는 황당한 소리도 하던데 제발 이런 제대로된 책 제대로된 강사들 가르침을 듣고 사이비 엉터리 가르침을 교정해야 하겠네요. 

사진 묘사는 토익 리스닝에서는 가장 쉬운 유형이지만 스피킹에서는 또다른 난이도입니다. 스탠드 같은 건 table lamp 등이 올바른 표현이며, 캐리어는 carry-on이나 luggage로 쓰는 게 맞으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p13).  p33을 보면 여러 명이 나오는 사진이라도, 웃음이 가장 잘 보이는 한 명에 중점을 두어 중복 표현을 피하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특히 스피킹 영역에서는 어떤 패턴에 따라 말하는 버릇을 익히는 게 고득점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사실 이 교재 전체가 패턴, 템플릿의 학습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간다면 조금이라도 다른 질문이 나왔을 때 응용도가 떨어집니다. 3권 p31에 나오듯이 이 교재는 답을 시작하는 여러 패턴을 소개함으로써 수험생들의 활용도를 최대한으로 높입니다.     

I got stressed out too much at work. (나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이런 간단한 말도 실제로 해 보라고 하면 stress를 타동사의 목적어로 넣을 것인지, 저렇게 동사로 쓴 후 수동태로 구성할 것인지가 고민될 것입니다. 이 교재는 확실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고득점에 유리한 여러 정확한 표현들을 수험생에게 쏙쏙 알려주는 점이 최고였습니다. 5권 p37을 보면 서론 템플릿을 어떻게 이후 구체적인 각론으로 연결시킬지, 유익한 팁을 많이 알려 줍니다. 스피킹 영역이 처음 토익에 들어왔을 때 이건 진짜 실력자들만 잘 걸러내는 관문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단기 점수 향상을 위한 팁들이 고안되는 걸 보면 참 다들 유능하시다는 감탄이 드네요.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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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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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본시 일본과 전혀 별개의 문화, 혈통, 정체성을 지닌 지역 정치 단위였으며 조선과도 오랜 시간 종속적 지위에서 교류한 적 있습니다. 소위 명치 유신 이후 강압적으로 일본국에 편입되었으며 불평등 대우를 받다가 2차 대전 패망 후 미군 기지가 들어서기도 하는 등 약소 종족으로 많은 곡절을 겪어 오늘에 이릅니다. 행정상, 국제법상 일본 영토이고 국민이지만 이 책 저자분처럼 다른 비전과 지향성을 갖고 사회 운동을 펴 오는 이들이 많으며 한국의 진보진영과도 연대를 이어 갑니다. 

"바다가 시꺼맸대. 미군 전함이 온 바다를 뒤덮고 일제히 포구를 이쪽으로 겨누었다고 하더라.(p62)" 미군은 이처럼 주둔 예정 현지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고 경솔하거나 무례한 매너를 노출하여 공연한 반미 감정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곧잘 저질렀습니다. 하지 중장도 포고문을 발표할 때 사용한 문언(워딩)이 전혀 공손하지 않았기에, 비슷한 시기 38도 이북에 진주한 소련군 치스차코프 대장의 대단히 상투적이고 기만적인 인삿말과 크게 대비되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긴 합니다만. 

"함포의 먹다 남은 찌꺼기" 한 시대를 살며 그 모순과 궁핍과 비위를 고스란히 겪어내고 그 상처를 몸에 새긴 이들은 주로 여성들, 그 시대가 제법 오래 전의 과거라면 할머니들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근로정신대나 일본 전투 부대에 끌려갔다온 할머니들이 아직도 살아계시죠. 저런 표현도 마치 시인이 작정하고 언어로 빚어낸 듯 심상이 생생하고 어조가 절실하며 심지어 역사적 정확성까지 갖췄습니다. 마치 윤정모 작가의 장편 속에서 튀어나오신 캐릭터처럼도 보입니다. 

사실 이 책 저자분은, 적어도 일생 전체를 통해 본 커리어로는 그닥 진보적이라거나 민족주의자 성향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젊어서부터 일본 기성 체제에 성공적으로 편입된 전문직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죠. 저자의 고향이 오키나와였기에 뜻 있는 활동가들이 찾아와 더 적극적인 참여를 권할 때 그는 냉랭하게 대했습니다. 모토야마 진시로라는 자신보다 훨씬 젊은 활동가가 단식까지 해 가며 미군 측의 끔찍한 비위를 고발하는 데 열정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그의 태도는 점차 바뀝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위기 청소년 보호 분야에 종사하던 분이었고, 이런 취약 청소년(특히 여성)들이 남성 접대부 한 명을 상대로 몇 명씩 몰려가 교제하는 희한한 흐름을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책으로부터 잠시 인용하면, 이런 남성 접대부 중에는 나중에 스폰서를 제대로 확보하여 크게 잘될(...) 이들도 나오기에 미리 "투자(!)"하며 연예인 성장을 지켜 보듯 하는 풍조가 저들 여성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한다고 합니다. 참 너무 놀랍고 기가 찹니다만 한국 사회 일각의 특정 퇴폐 풍토도 어쩌면 저런 트렌드의 연장에서 분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자는 물론 남성 청소년 문제에도 관여(예를 들면 p105)했습니다. 

취약 청소년(여성)들 중 상당수는 생계를 위해 성ㅇ매 혹은 그 주변 업종에 종사하게 되는데 마사ㅇ샵 같은 곳은 참 한국의 대응 업소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p179 같은 데서 묘사하는 몇몇 대목은 한국식 은어로는 이른바 "마무리"라는 것이죠. "옵션"은 한국과 용어까지 같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언제쯤이면 남성들이 크게 자각하여 이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혹은 스스로의 양심을 위해서, 결코 용납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자발적으로 근절하는 대결단을 내리게 될지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성ㅇ수를 하는 남성(수요)이 있으니 성ㅇ매 여성(공급)이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성들도 한때의 빈궁 때문에 행여 잠시 서빙한다는 생각으로 특정 접객업에 발들여 놓으면 큰일납니다. 룸살ㅇ 접객원은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업주가 급여에서 원천징수할 때 특정 코드로 세무서에 신고하기 때문에 평생 기록이 남습니다. 혼삿말이 오고갈 때 신랑 측에서 흥신소에다 의뢰(불법이긴 하지만)라도 하면 과거가 다 드러납니다. 

이 책에도 보면 마사지샵이나 아예 대놓고 성ㅇ매를 하는 업소의 경우, 이른바 "실장" 같은 이들이 행여 벌어질 수 있는 남성 고객들의 일방적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해 주는지를 놓고 이슈가 나오는데(p179), 아니 불법이면서 고객 폭력으로부터 보호도 안 한다면 돈은 애초에 뭐하러 받아간답니까?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ㅇ매 여성은 그렇다고 어디다 당당히 하소연도 못하겠으니 이중삼중으로 억울하겠지요. 

"시즈(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 조용한 사람은 없구나(p208)." 이른바 자기모순(self-contradictory) 용어입니다. 세계 평화와 정의, 군축을 외치는 이들은 많은데 말과 행동이 따로 놀거나 아예 속내에 다른 잇속을 감춘 이들까지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평화롭고 아름답고 작은 섬 오키나와 주민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찾을까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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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토플 TOEFL Listening - 고득점을 위한 토플 리스닝 기본서 시원스쿨 토플 TOEFL
시원스쿨 어학연구소.제니 지음 / 시원스쿨LAB / 202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원스쿨 토플 라인업 중 기본서입니다. 표지에는 고득점을 위한 기본서(교과서)라고 나오는데 역시 기본서들 중에서는 깊이 있는 내용까지 잘 짚어 주는 편 같습니다. 요령 위주의 학습만으로는 안 되고, 기초가 탄탄해야 고득점이 가능하니 말입니다. 다만 실전에서 고득점을 확실히 받기 위해서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actual tests, 실전모고 세트를 풀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할 듯합니다. 

토플 리스닝에는 더미(dummy) 문제 세트라는 게 있어서 점수와는 무관한 오디오가 나옵니다. 토플 응시생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더미 문제는 여러 모로 구별이 좀 되는 편이라서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되며, 실전 문제는 티가 나므로 실제 문제에만 더 집중하여 에너지를 아낄 필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p39의 QR코드를 스캔하면 회원 가입 절차 같은 것 없이, 인물들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mp3파일이 재생됩니다. 젊은 여학생이 비용을 이미 납입했으나 우편이 지연되어 연체료를 무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런 내용은, 모든 공과금, 물품 대금 같은 걸 지로, ATM, 모바일뱅킹 등으로 척척 해결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후진적(?) 제도라서 오히려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대화 내용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므로 정확하게만 들었다면 답을 고를 수 있겠네요. waive가 포기하다라는 뜻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하겠으며, 야구 팬들에게는 익숙한 단어이겠습니다. 또 due 같은 단어가 "만기가 된"이란 의미로 쓰였음도 전체 맥락 파악에 중요하며, 제 주변에는 due인지 deal인지가 헷갈린다는 수험생도 있었습니다. 맥락상으로나 발음상으로나 due가 분명하며 이게 헷갈리면 본인 어휘력 부족으로 due가 생각이 안 난 탓입니다. 

p63은 토익 리스닝에서 아주 전형적인 문제입니다. 역시 QR코드를 스캔하면 mp3 파일로 무려 6분 가량의 대화가 재생됩니다. 이에 딸린 문제도 다섯 개나 되므로 대화를 들으면서 노트테이킹을 미리 하라고 토플 특유의 instruction이 적혀 있습니다. 토플이 원래 그렇지만 토익처럼 너무도 뻔한 기계적 대화가 아니라 약간은 예외적인 상황도 있고 대화자 사이에 유머도 오가는데 이런 분위기를 잘 캐치해야 정확히 답을 고를 수 있겠네요. Bloomingdale 같은 고유명사는 알면 좋겠지만 주변 단어만 정확히 들었어도 대략 성격이 짐작가는 일종의 dummy 단어일 뿐입니다. 

p112는 대화 형식이 아니라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내용의 일부입니다. 분량은 7분 57초나 됩니다. 젊은 여성의 음성이며 영어 교재에서 많이 들어 본 톤이기도 합니다. 분량이 길다뿐 토익 LC와 크게 다르지는 않고 상식선에서 알 만한 내용이므로 역시 어렵지 않게 해결 가능하나, 강의 내용 발췌라는 설정이므로 학생(청중)들을 향해 부가 반문("Right?")하는 말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지문, 문제 구성이 기존 교재보다 다소 참신했다는 느낌입니다. 역시 최신 트렌드 변화를 미세한 것이라도 잡아 내려는 연구진의 노력이 돋보인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문제 1세트를 풀고 해설과 답을 바로바로 확인하려니 페이지 숫자라든가 해답편 목차 같은 게 표시가 안 되어서 조금 불편한 게 아쉽다면 아쉬웠습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읽고 공부한 후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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