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흔들린다 - 경제, 정책, 산업, 인구로 살펴본 일본의 현재와 미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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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만 해도 일본은 세계 무역의 이익을 혼자 차지하다시피한 경제 대국이었다고 합니다. 이러던 게 플라자 합의를 거쳐 국내 부동산 버블 붕괴라는 큰 재난을 겪고 나서는 수십 년 간의 경기 침체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일본이 걱정 되어서가 아니라 혹 우리 나라 역시 언젠가는 지금 일본이 빠진 함정에 고스란히 미끄러져 들어가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경 도쿄 특파원 정형호 기자가 쓴 이 책은 일본 침몰의 과정 그 전조가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한국의 현재와 닮았는지를 환기하며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20세기에는 일본이 아시아의 전주 노릇을 하다시피했는데 현재는 누가 봐도 중국이 가장 큰 금고를 놀리는 모양새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몇 년 전 AIIB를 만들어 위안을 아시아에서 기축통화 자리에까지 올려 놓으려 합니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 오히려 대외강경론자로 비춰졌던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엉뚱하게도 중국을 은밀히 도왔다, 자금줄 노릇을 했다는 비판이 인다고 합니다. 아베 전 총리가 재임 기간 동안 엔화를 마구 찍어낸 건 맞고, 이 돈이 국제금융시장으로 흘러가 중국이 요긴히 썼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는 일본의 민간이 그 늘어난 통화(자본)를 활용할 의지가 없어서였으며, 지나친 결과론적 비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 쓰겠다는 돈을 중국이 영리하게(혹은 그저 운이 좋아서) 잘 활용했다고 봐야죠. MMT라는 건 코비드팬데믹을 거치며 과연 미친 이론이었음이 판명되었고, 일본처럼 경제하려는 의지가 아예 근본에서부터 꺾인 나라는 물론,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는 게 누구에게나 확연해졌습니다. 물론 정영효 기자님은 p98에서 여러 지표를 들며 "일본은행이 찍어낸 돈이 고스란히 중국으로 흘러간" 근거를 제시합니다.    

일본은 왜 이렇게 침체해 갈까? 이에 대한 답도 책에 나옵니다. 우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드는데 대만도 현재 잘나가는 건 이미 거대공룡이 된 TSMC가 국민경제의 중심에 우뚝 서서입니다. 다음으로 일본은 재교육을 통한 생산성 향상 면에서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합니다. 한국은 이 두 가지 점에서 어떨까요? 일단 대기업과 그 하청(협력) 업체 중심 구조는 비판도 많이 받지만 여튼 이 격변하는 세계 경제 전쟁 속에서 이게 잘 통했다는 점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은 장노년층 직업 교육 시스템에 비교적 정부 지원이 잘 이뤄지는 편입니다. 이게 꼭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중장년은 퇴직 후 뭐라도 하려고 동분서주하지 일본처럼 무기력하게 연금 저축 의존 위주로 살지는 않죠. 이건 국민성과 사회 분위기 면에서 양국이 큰 차이가 있다는 점 주목해야만 합니다. 

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교수는 "잘 안되던 방식은 당연히 폐기하고, 잘 되던 방식도 일단 폐기해야 한다"며 이른바 파괴적 혁신을 주장했는데 이건희 회장이 "처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방침과 매우 비슷합니다. p193에는 이른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物作り), 우리말로 흔히 장인정신으로 번역되는 풍조가 결국은 일본의 발목을 스스로 잡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인정신은 그 자체로 매우 좋은 것이며 이탈리아의 경우 수제 명품을 만드는 산업은 가령 전세계 경제가 공황을 겪어도 경기를 전혀 안 타고 혼자 살아남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괴물 노릇을 합니다. 장인 정신을 폄하하는 건 후미진 산골의 땟국에 쩐 추한 얼굴 천민 정신 소유자나 하는 짓입니다. 그러나 "기존 장인의 방식"에 종교적 의의까지를 부여하여 절대 불변의 진리로까지 떠받드는 물신주의 마인드는 요즘 같은 세상에 혁신을 가로막는 일등 방해꾼이 될 수밖에 없죠. 살아남으려면 transformation을 agile하게 해 내는 게 생존 경쟁에서 이기는 요체라고 저자는 요약합니다. 한국이라고 꼭 과거의 방식에 집착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날카로운 지적(p128)도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의 입을 통해 나옵니다.  

지방소멸, 인구감소. 이 두 가지 현상 때문에 일본인들은 자신의 장래에 대해 암울해합니다. 그런데 이는 한국이 더했으면 더했지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 특히 세계 반도체 생산의 클러스터를 기흥, 동탄 등을 가로지르게 만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만 국토 발전이 이처럼 불균형하게 이뤄지면 그 부작용도 걱정은 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결혼도 안 하고 자녀도 갖지 않아 젊은 세대 재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나라에 어떤 미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팩스, 팩시밀리는 한자 소통이 큰 비중을 이루는 일본에서 나온 세계적 발명품이었습니다. 각종 도면이나 사진을 원격지 간에 송수신하는 수요를 이 제품이 커버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각종 스캐너나 이메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된 판에 더이상 이 기기와 회선을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본 어느 지방 정부가 고안해 낸 팩스 위주로 돌아가는 허시스라는 시스템(인프라)은 현장 기업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습니다. 

하라타 유타카 교수는 일본의 현재 침체상이 마치 청나라 말기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청 제국 역시 명나라를 대신하여 중원의 주인으로 등장했을 때는 온갖 혁신을 주도한 신시대정신의 총화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던 게 시대의 변화에 적응 못하고 구태를 고집하다가 비참하게 몰락하고 만 것입니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의 낡은 이념에 매몰된 집단의 모든 운명이 이와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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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메카닉 - 일과 인생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작지만 강한 ‘슈퍼 습관’의 힘
존 핀 지음, 김미란.원희래 옮김 / 카시오페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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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hanic은 기계공, 수리공, 기술자 같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원어 발음은 [미캐닉]에 가까우나 mechanism[메카니즘] 같은 동계어와 형태상 연관을 표시하려면 저렇게 쓸 수밖에 없겠습니다. 잘 알려진 영화 제목 같은 것도 예전부터 "메카닉"처럼 써 왔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는 현재의 우리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인적 자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고 그 방법은 습관의 교정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게 추상적이거나 뜬구름잡는 소리 같은 게 아니라, 집에 화장실이나 싱크대가 막혔을 때 웬만한 기술자 부르면 대부분 정상화가 되듯, 혹은 엔진오일 주입한 후 엔진이 조용조용 잘 돌아가듯, 아니면 빡센 성형 후에 남자들이 대하는 태도가 싹 달라지듯, 종래의 저성과, 비효율이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눈에 잘 띄는 습관 교정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 과정은 막연한 게 아니라, 기계공이 스패너로 부품을 조이는 것처럼, 눈에 훤히 드러나는 프로세스로, 다소 번거롭지만 어떤 설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모르고, 그저 인풋의 조절이나 외부 환경 변구 통제만으로 아웃풋을 바꾸려는 방법론을 "블랙박스 접근법(p41)"이라 부릅니다. 박스 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는 관심 없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 후 아 이렇게 하니까 이렇게 되더라는 식으로, 피상적, 경험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해빗 메카닉 접근법은 이와 반대로, 박스 안을 철저히 연구하여 박스 안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고 건드리거나 혹은 부품을 교체해야 아웃풋이 바뀌는지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로저 배니스터는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육상 선수였고 은퇴 후에는 트레이너로서 다른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몰두한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기록 향상을 이루기 위해 실제로 선수들의 신체 내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했고 그 결과 근육이 산소 보존을 많이 해야 주력이 향상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선수의 타고난 신체 조건에 따라 이 과정이 차이가 날 수 있고 개별 선수에 맞는 습관을 체계적으로 주입했던 게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우리도 이 방법을 따라 보면, 마음을 긍정으로 가득채워라 같은 추상적인 시도가 아니라, 기술자를 불러서 부품을 바꾸고 내부를 개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자의 방법론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일단, 될 일도 안 되게 만드는 감정을 내면에서 몰아내고, 뇌를 우리 목적에 맞는 신체 부위로 개조하는 것입니다. 부정적 감정이라는 게 막연한 게 아니라, HUE라고 해서 horribly unhelpful emotions라는 애가 우리 내면에서 작동하면서 단기에 기분좋아지는 일을 찾고, 위험을 미리 감지합니다. 이게 과하게 활성화하면 우리가 업무에 임할 때 성과 내는 걸 방해합니다. 얘하고 반대되는 일은 "의지력"이 수행하는데 저자는 이 둘이 균형을 맞추게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HUE는 변연계 APE뇌와 관계되고, 의지력은 전두엽 HAC뇌와 관계되었다는 게 저자의 해빗 메카닉 이론 핵심입니다. 실제로 물리적인 그런 구분이 존재하고 안 하고보다는, 우리의 목표인 "습관의 물리적 교정을 통해 우리의 역량 향상을 기함"에 충실한 그런 체계입니다. 우리 행동은 대부분이 "아 이렇게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야지" 같은 의식을 안 거치고, 오랜 시간 굳은 루틴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들입니다. 이 습관을 확 고치면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이게 몸에 밴 후에는 이제 무의식적으로도 성과가 나게 됩니다. 잘하는 의사나 변호사는 노년에 특별한 노력 안 들이고도 케이스를 척척 해결하며 고소득을 올리는 이치와 같습니다. 

특히 제가 이 책에서 재미있게 본 항목은 FAM 이야기라는 방법론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에게 구체적으로, 미래에 어떤 비전으로 내 비전을 실현시킬 것인지를 이야기로 만들어서 내면화하는 도구입니다. 이거하고 상호보완적인 게 TEA 계획인데 하루 단위로 습관을 점검하고 체질화하는 도구라고 하겠습니다. 올바른 식단을 만들어 건강한 에너지를 흡수하고 바른 수면 습관을 들여 가장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등 이 책엔 마치 프로 운동선수 한 명을 키우는 식으로 직장인들의 체질 자체를 개선시키는 디테일이 들어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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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들의 죽음 수업 -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메이트북스 클래식 12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외 지음, 강현규 엮음, 안해린 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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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본디 인간들에게 떠오른 다양한 질문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형성된 학문입니다. 그 해답의 영역은 심지어 자연과학에까지 미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에서 보듯 철학의 원 영역은 자연과학에 가까웠습니다. 천재라 칭송되는 아인슈타인 역시 철학자 마흐의 착상에서 큰 도움을 받아 상대성 이론을 완성했습니다. 철학의 영역이 이처럼 광범위하고 그 기능이 심지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니, 여태 위대한 철학자들이 죽음의 의의, 귀결, 구조에 대해 해명을 시도 안 했을 리 없습니다. 그들이 내어놓은 결론이나 시론들이 실제 우리들 개개인에 큰 도움을 주는지 여부는,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나서 판단을 해도 해야 할 듯합니다.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껨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하게 자유로운 행동은 자살"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역시 삶의 목표가 죽음이라고까지 극단적인 결론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몽테뉴는 자신의 시대에 활동하던 많은 계몽주의자들, 그 중에서 회의론자들이 즐겨 말한 대로 "죽음이 인생의 목표"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내놓습니다. 이 책 p51에서 그는 "나는 늙어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쁨의 순간까지도 움켜쥐고 싶다."고 합니다. 이 표현은 그의 시대로부터 천 년도 전에 나왔던, 고대 로마인들의 carpe diem!(우리들도 잘 아는 그 말)을 풀어쓴 문장입니다. 라틴어 carpo(1인칭 현재형. carpe는 2인칭 단수 명령형)는 원래가 쥐어뜯다, 움켜쥐다라는 뜻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아무리 격렬하게 저항해 봐야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고 어차피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닥칠 운명입니다. 책좋사에서 몇 년 전 제법 두꺼운 볼륨의, 죽음을 주제로 삼은 책 여러 권을 받아 읽어 봤습니다만 그 책들에서도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것들이었습니다. 인생이 유한하고 청춘은 그 중에서도 짧기에 그 허망하고 무상한 육체적 쾌락에 우리는 그토록 집착하는 것이겠습니다만 뭐가 어찌되었든 간에 죽음이란 누구에게도 다가옵니다. 예쁜 연예인에게건, 무소불위의 권력자에게건... 

몽테뉴는 이 책 p43에서 "자연스럽게 늙어 죽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드물다는 건 드물게 운이 좋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는 몽테뉴의 시대에 그러했다는 것이며, 영양과 위생 상태가 수백 년 전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되게 개선된 현재에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사실은 오히려 몽테뉴의 저 말에 타당성을 더합니다. 자연 수명을 다하여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는 건 분명 행운이며 특별히 부유하거나 건강을 타고나야만 가능한 게 오늘날에는 아닙니다. 죽을 때 비참해지고 고통스러워지는 게 과거에 비해 훨씬 빈도가 줄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수백 년 전 사람들에 비해 우리들은 확실히 운이 좋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인(哲人) 황제로 유명하며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패륜의 아들에게 비명에 암살당하던, 온화하고 현명한 군주의 이미지로 현대인에게도 인상 깊습니다. 그의 표현은 한 줄 한 줄이 시(詩)와 같은데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어제는 한 방울의 정액이었던 것이, 내일은 한 줌의 재로 변한다(p101)." 또 이런 말도 합니다. "당신이 아내의 뱃속으로부터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가련한 영혼이 그 (늙은) 껍질로부터 빠져나오는 순간을 기다려라.(p97)" 이분은 알려진 문명 세계 1/6을 다스렸던 최고의 권력자였으면서도 인생의 소중하고 감성 충만한 순간들을 평범한 가장처럼 맞이했던,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부끄럼 없이 살고, 죽음과 인생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깊은 통찰을 해 본 사람이라야 저런 말을 남길 수 있지 싶습니다. p197에서 키케로도 "삶이란,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집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인용하는 5인의 철학자 중 세 사람이 고대 로마 시절 소속이며, 한 사람은 근세인, 한 사람은 19세기 인물입니다. 죽음에 대해 가장 성숙한 태도와 견해라면 이미 고대 로마인들(중 가장 현명한 이들)도 갖출 만큼 갖췄다는 뜻이겠죠. 세네카는 "죽음을 구하는 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p155)."라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은 죽음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는 것이죠. 먼저 삶에 대해 바른 관점이 잡혀야 죽음에 대해서도 올바른 생각을 갖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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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위한 축복 일력 (스프링)
설창석 지음 / 아르누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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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녀가 바르고 곧게 자라기를 바라며, 특정 종교를 떠나서 올바른 가르침에 순종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원할 것입니다. 또 그런 바른 행동 끝에는 신이라든가 절대자의 축복 같은 게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당연히 따라오지 싶습니다. 요즘은 탁상용으로 하루 단위 일정을 체크하고, 영혼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든가 하루 일과에 활력을 넣어 주는 좋은 말씀을 함께 제시하는 일력을 즐겨 비치하던데 이 상품도 그 일종입니다. 디자인이 예쁜데다, 하루 단위로 새겨진 금언들을 읽자면 뭔가 마음 깊은 곳에서 활력이 솟는 듯합니다.  

양력으로 1월 1일은 한해의 시작이며 특히 기독교인들에게는 영성을 새로하고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일상에 대한 경건한 리셋을 도모하는 시간이겠습니다. 요한복음 3:16이 인용되며 특히 독생자에게 인간의 육신을 입혀 보내 가장 큰 치욕과 고난을 치르게 한 대속의 결단은, 인간을 향한 신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거룩한지를 증명하는 대역사(役事)였습니다. 한해의 시작점에 되새겨볼 만한 뜻깊은 말씀이겠습니다. 

이 일력에는 요일이 찍혀 있지는 않습니다. 그 말인즉슨 특정연도에만 쓸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 어느연도이건 간에 두루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말씀에 따로 유효기간이 있는 게 아니듯, 일년 365일은 경건한 마음으로 성실히 사는 사람에게 비록 일력에 쓰인 말씀이 같을망정 그 날은 똑같은 날이 아니고 언제나 새롭습니다. 반면 믿음으로 사는 사람에게 일탈의 날짜는 없으며 그에게는 매일매일이 말씀에 따르고 순종한다는 점에서 한결같이 거룩한 날들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문화에 함몰되지 않고 빛의 갑옷을 입어 날마다 승리하기를 기도합니다(March 13th)." 우리 주변에는 성적으로, 금전적으로 지나치게 문란하며 순수한 심성을 해치는 난폭하면서도 교활한 문화가 지나치게 범람합니다. 하루라도 육욕에 이끌리지 않고 보내면 혼자서 바보가 된 느낌입니다. 경건하고 순결한 삶을 지키면 오히려 낙오자 취급을 받고, 남들따라 타락한 생활에 물들면 비로소 사회에 제대로 적응한 양 뿌듯해합니다. 이처럼 죄악에의 유혹이 많으니 착한 자녀들이 세상에 물들지 않고 바른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게 너무도 힘듭니다. 이 일력의 거룩한 말씀들이 우리를 진정 악으로부터 구할 것입니다. 

가정이 바로 지켜지지 않으면 밖에서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고 많은 돈을 벌어와도 허사입니다. 마태복음 16:26에서는 "온 세상을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라고 했습니다. 내 육신의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을 바로 지키는 게 중요하며 마음의 건강은 바로 가족이 지켜 줍니다. 나 또한 내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지킬 의무가 있으며 이게 안 되는 가정이란 이미 콩가루만도 못합니다. 가족은 그 무엇에 앞서 우리가 수호해야 할 소중한 기치입니다.  May 04th의 말씀은 특히나 가정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따지고보면 우리한테 당연히 주어진 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 누리는 일상의 건강과 편의라고 해도, 어떤 다른 이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특권인 것입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이 여호와 이'래'로 예비하시고 준비해 주실 것을 신뢰하며.."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의 선택과 구원은 태초부터 확정된 바이며 우리는 일상에서 그의 은혜를 그저 확인하고 나의 미미함을 부끄러이 여길 뿐입니다. 이 감사의 마음가짐이 우리 착한 자녀들에게도 영원히 전수되기를(Dec 25th).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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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MZ들 - 일단 공정할 것
킴 스콧 지음, 석혜미 옮김 / 청림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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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적어도 1980년대 이후 미국 산업에 새로운 동력을 계속 불어넣어 온 원천이며 끊임없는 혁신의 바탕입니다. 이 책 저자의 전작이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었는데 아마 같은 저자의 또다른 역작임을 강조하기 위해 제목을 이렇게 붙인 것 같습니다. 물론 실리콘밸리는 그 탄생 이래 언제나 젊은이들의 직장이었으며 지금 역시 MZ들이 그 주역이고 책 내용을 다 읽어 봐도 역시 제목이 잘 붙었다 싶습니다. 전작 <... 팀장들>도 찾아서 읽어 봐야겠네요. 이 책 원서 제목은 좀 터프하게 붙었는데 아마 저자분이 평소 말하거나 행동하는 스타일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나*키의 어느 슬로건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직장에서 타인의 선입견에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부터 책이 시작되는 게 좀 특이했습니다. 미국은 아마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다 보니 실리콘밸리 같은 똑똑이들이 모인 직장에서도 "선입견"이 어떤 소통상의 마찰을 빚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책에서 가르쳐 주는 방법은, 의사 표현을 할 때 주어를 "나"로 분명히 표현하여 내가 현재 이런 피해를 받고 있다, 혹은 당신이 이런 피해를 나에게 끼친다는 걸 분명히 전달하라는 것입니다. 한국은 인종차별 같은 이슈는 덜하지만(비슷한 IT나 스타트업 기준), 대신 남녀차별이나 성희롱(3류 창작 소설이 아닌)은 빈발합니다. 젊은 직장 초년생 여성들은 행여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가르침을 응용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사실 읽다 보면 꼭 IT나 스타트업 아니라 젊은 직장인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며 저자분 킴 스콧이 여성이기 때문에 특히 여성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p82에 나온 내용은 꽤 놀랄 만해서 이게 정말 21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일인가 싶었고, 다른 지인이나 사례담에 나온 게 아니라 저자 본인이 직접 겪은(퇴치한...) 사람 이야기라서 또 놀랐습니다. 과연 책제목(원제)을 저리 터프하게 붙인 저자 답다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PC 주입엔 또 반대하는 듯한 입장인데 배려가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찐 직장인의 당찬 의지로 보였습니다. 세상에 별의별 사람이 다 있으니 터프하게 굴 필요는 있죠. 또 미혼 직정 여성에 대한 편견은 세상 어디라도 별다를 게 없구나 확인도 하게 되었습니다. 

21세기 초, 행동경제학이란 분야를 개척하여 노벨상을 받았던 댄 카너만의 말이 p128에 인용됩니다. 역시 여기서도 자기객관화, 메타인지 같은 것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자기 성찰, 자기 앞가림 없이 무슨 투사나 된 양 설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남에게 폐가 되는 사람은 아닌지 먼저 점검을 하자는 게 책 4장의 주제입니다. 이 부분은 중간관리자나 남성 직원이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애초에 중증의 망상장애에 빠진 인간은 뭘 읽어도 구제가 안 되니 제외). 자신도 모르게 선입견 편견 발생의 출발점 노릇을 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p143에는 장폴 사르트르와의 세기적 사랑으로도 유명한, 현대 페미니즘의 개조 격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이 인용되네요. 어떻게 보면 선입견이 인종차별, 성차별 같은 특정 영역에만 작동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무엇보다 낫다 못하다 같은 서열적 가치 판단 자체를 폐기해야 이성적 사고와 감정 작동이 가능하다는 결론입니다. 일부 사이비 여권주의자들의 도착적 행태를 비판할 수 있는 좋은 논거가 되겠죠. 

견제와 균형이라는 게 거창한 헌법 레벨의 권력 구조론에만 통하는 원리가 아니라 작은 조직, 회사 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p220 이하에 펼쳐지는 논의는 저자가 자신의 회사에서 직접 겪고 검증을 거친 구체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읽으면서 아 이런 경우가 있겠구나 하며 몰입하고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몇 해 전 한국 전체에 큰 충격을 준 여군 성추행 사건을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게, 피해자가 그토록 애착을 갖고 존중하며 평생 직장으로 삼고 몸담으려 했던 그 조직, 상관이 그런 소중한 믿음을 산산조각내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해당 조직을 나와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마음 자체를 못 먹게 되죠. p313에 인용되는 제니퍼 프리드가 코인한 "조직적 배신"이란 현상은, 개인의 피해가 그저 개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애착과 리스펙트를 완전히 잃은 성원들로부터 조직 전체에까지 타격이 번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p502 후주 18번에 나오듯 <The call to courage>라는 책, 아직 한국에 번역되진 않았으나 원서를 전에 봤던 독자로서 꼭 읽어볼 만하다고 추천합니다. 

동호회적 경영, 무의식적 배제... 배경은 실리콘밸리, 주역 중 하나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여성 관리직" 샐리인 p454 이하의 에피소드는 마치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합니다. 그나마 합리주의가 지배한다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이런저런 한국의 작은 기업이라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벌어질지 눈에 선합니다. MZ세대라면 이런 명백한 비위를 참지 말아야 합니다. 왜? 무엇보다 내가 몸담은 소중한 직장에서 일이 안 돌아가게 하는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방해하는 모든 것은 아웃!"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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