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상담실 바다로 간 달팽이 23
박현숙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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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인 구미호 시리즈 작가 박현숙님 신작입니다. 아무튼 박 작가님 청소년 소설의 특징은 세팅이 기발할 뿐 아니라 도대체 이 괴기한 사연이 끝에 가서 어떻게 수습될지 전혀 예측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 장편도 예외가 아니어서 책장을 빠르게 넘겨가며 계속 결말을 예상하려 애 썼습니다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네요.    

요즘은 무엇이든 증고시장에서 팔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포털 네o버 카페의 중oo라가 유명했었으며 최근에는 당oo켓 같은 곳에서 근방에 사는 이들끼리 비교적 안전한 매매를 시도합니다. 이 소설에서 1인칭 주인공은 오신우이며 그는 최근에 황소라라는 여자애하고 사귀게 되었는데 이 애가 나하고 사귀어 준 동기가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그저 홧김에, 혹은 심심해서(p77), 별로 마음이 끌리지도 않던 내가 우연히 걸려든 것 같고 아무래도 여자애 속마음은 딴데 있는 듯합니다. 

황소라는 오신우와 함께 요트를 타기로 한 날 온통 빨강색(p29)으로 입고 옵니다. 원래 이 룩에 깔맞춤을 해 주기 위해 빨간 구두를 중고로 샀던 건데 구매완료 후 이상한 문자가 계속 옵니다. 볼품없는 중고구두를 무려 천만원에 팔라는 제안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청소년이다 보니 혹 거액이 수중에 들어와더 이걸 어떻게 다룰지가 또 고민인데 전작 <구미호 카페(구미호 시리즈 제4편)>에서도 주인공 오성우가 입금을 어떻게 받을지를 놓고 막 고민하던 모습이 이 부분과 비슷합니다(주인공 이름도 비슷하죠). 

오신우는 여튼 빨강구두를 황소라에게 선물하고, 요트를 타다가 황소라의 오해를 사고 옥신각신하다가 구두 한 짝을 강에 빠뜨리고 맙니다. 기이한 건, 강 속에서 머리 긴 여자(p36)가 나타나 그 한 짝을 냉큼 채어간 건데 마치 아서 왕 전설에서 엑스칼리버를 주었다 도로 가져간 호수의 부인(lady of the lake)을 떠올리게도 하네요.  

어느 학교에나 상담 선생님(카운슬러)가 배당되어 학생들의 이런저런 고충을 들어 주기 마련인데 어떤 경우엔 대단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기도 합니다. 이 소설 속에서는 그렇지 않으며 오신우가 황소라와 충격적인 결별을 한 후 갑자기 이 학교를 스타 카운슬러(여성)가 찾아온다는 식입니다. 워낙 인기가 좋은 분이라서 특별히 초빙을 해도 모시기 어려운 분인데 말입니다. 

영광스럽게도 오신우는 이 상담선생한테 단독으로, 그것도 연애 문제에 대해 특별 상담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당일 이미 황소라와의 교제는 파토가 났고, 다만 학내 폭력 사고 목격 관련 뭔가 찜찜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기만한 상태네요. 

요새 챗GPT라는 게 새로 나와서 혁신 서비스로 큰 화제인데... 오신우는 소설에서 내내 황소라가 마음을 열지 않고 어떤 목적 하에 자신을 가스라이팅하여 고분고분한 AI처럼 길들이려 한다고 불만입니다. 대체 소라는 왜 이러는 걸까요? 또 수수께끼의 상담샘과, 강 한복판에서 갑자기 나와 구두 한 짝을 가로채 간 인어는 같은 사람일까요? 왜 황소라는 "다리"에 그렇게나 집착하는 걸까요? 전혀 뜻밖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끝까지 집증해서 읽어 보시길 ㅎㅎ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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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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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떤 비의(秘義)를 알려면 신뿐 아니라 때로는 악마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언자 차라투스트라도 아후라마즈다뿐 아니라 아흐리만에 대해서도 많은 가르침을 남겼으며, 그 아흐리만의 입에서 나왔다는 많은 메시지들은 이후 조로아스터 교의 핵심을 이루기도 했죠. 악신의 성격은 역설적으로 절대선과 신(神)의 본질에 대해 더 정확한 파악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면도 있습니다.  

인간은 본디 떠도는 존재입니다. 어느 한 지역에 머물려고 작정하면 그때부터 발전이 멈추고 에고와 정체, 심지어 부패가 시작되며 자기객관화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문명을 이루고 경제적 풍요를 누렸던 중화제국이 19세기 들어 처참한 굴욕을 겪은 건 발전을 거부하고 쇄국을 고집했던 잘못된 결정에서 비롯했습니다. p85를 보면 아담도 낙원을 나온 후에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맛보았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 생각으로는 아담이란 어리석은 사내가 신의 명을 거부하고 공연한 유혹에 빠진 대가를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으로 톡톡히 치른 것만 같은데, 이 소설의 메시지는 그와 반대입니다. 그러니 아담은 처(妻) 이브를 거친 악마로부터의 제안을 수용하고 나서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었다는 뜻도 됩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원죄(아우구스틴의 체계에서)는 저주의 낙인이 아니라 삶의 진정한 의의를 깨닫기 위한 마중물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거짓말이란, 가면을 쓴 진실에 불과하다(p129)." 여인은 세상을 비웃기 위해 춤을 추고 다닙니다. 세상을 비웃겠다는 의도는 존중하지만 그렇게 광인의 춤을 추고 다닌다고 무슨 변화가 생기는가? 당연한 의문입니다. 이 여인의 논리를 좇자면, 잔학한 악마 역시 사실은 불미스러운 가면을 쓴 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채찍으로 때리며 고행속죄를 하는 인물을 flagellate라고 합니다. 중세 유럽에 이런 이들이 실제 있었으며 수도사나 사제일 수도 있고 평신도일 수도 있습니다. 인기 소설이었던 <다빈치 코드>에도 일부 이 비슷한 묘사가 있었습니다. p291에서 이제 선과 악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그"는 아예 "선의 끝은 악이고 악의 끝은 선"이라며 본격적인 궤변, 아니 불멸의 진리를 설파합니다. 사실 설파라 하기엔 다소 어폐가 있는 게 여전히 그의 어조가 신중하기 때문입니다.  

"악을 피하기 위해 위장된 선을 행하는 건 진정한 선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편으로서의 선도 선으로서의 성격을 전적으로 박탈당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p311을 보면 가장 나쁜 평화라도 가장 뜻 있는 전쟁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성의 유두에는 딸기가 달려 있고 국부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습니다. 누가 이들을 맛보는 중일까요? 여자의 말이 맞습니다. "희망은 곧 그리움이겠죠?"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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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지친 당신을 위한 미라클 노트 - 저절로 돈이 붙는 마음공부 안내서
이선경 지음 / 인간사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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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가장 좋지 못한 건 꿈만 꾸고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소극적인 마음가짐인데, 저자께서는 "세상을 바꾸며 빠르게 부자가 되는 길, 바로 지금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길 같았다"라며 자신이 첫 걸음을 떼던 순간을 회고합니다. 저자는 원래 MBA 코스를 밟다가 저 길을 우연히 발견하고서는 주저없이 창업에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성공을 이미 거둔 분이 초창기를 회고하며 "그땐 그랬지"를 되뇌는 모습은 제3자가 봐도 괜히 뿌듯해집니다. 중요한 건, 이거다 싶은 순간에 주저하지 말라는 거죠. 

돈이 문제다, 돈이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돈이 사람을 잡는다... 이런 말도 물론 맞는 구석이 있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돈은 확실히 사물과 사람, 무엇보다 나 자신을 보는 시야(view)를 바꿔 줍니다. 저자는 남편분과 함께 잠실롯데의 살롱 드 시그니엘에서 바라보는 그 뷰에 특별한 의미를 싣습니다. "삶이 기쁨으로 가득한 완벽한 풍요의 삶이 창조되는 것이다(p46)." 다음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돈은, 보이지 않는 공기와 같다." 곳간에서 인심만 나는 게 아니라 상상력, 창의성, 통찰력 등 모든 것이 나온다고나 할까요. "인정과 감사가 풍요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 누구나 새겨야 할 말씀 같습니다. 

그럼 창업만 하면 절로 성공이 굴러들어오고 돈이 벌리느냐? 그럴 리가 없고, 오히려 우리 나라에는 섣불리 창업했다가 사업을 홀랑 말아먹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무분별하고 경솔한 창업은, 당연한 소리지만, 애초에 하지 않는 만도 못합니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조건이야 여럿이 있겠지만 일단 주관적인 감정 세팅이 성공에 걸맞아야만 합니다. 사업하는 데 웬 감정 타령이냐고 할 수 있겠으나 사장이 거래나 고객이나 시황을 대하는 태도나 뷰가 부정적이거나 영점 조준이 잘못되었다면 그 사업의 진행이 올바로 이뤄질 리가 없습니다. 

"내 소중한 감정을, 분노와 결핍, 좌절에 낭비하지 말자." 세상 살면서 실감하는 것 중 하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큰 구실을 하는 게 지능, 지식, 인맥, 의지,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었네요. 쓸데없는 데 감정을 낭비하면 그냥 감정만 소비되고 마는 게 아니라, 일을 추진할 힘이 하나도 남아나질 않습니다. 단지 의욕이 안 생긴다 지친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머리도 안 돌아가고 알던 것도 생각이 안 나며, 아예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지요. 또 감정 낭비, 소진은 장기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체력은 좀 쉬면 회복, 재충전이 되지만 감정은 그리 간단하게 처리가 안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히 여겨 온 것들 중 사실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감사할 줄을 알아야 타인에게도 인정 받으며, 또 본인 역시 이런 사소한(?) 일들에 감사할 줄 알아야만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자원(resources)이 무엇인지 정확히 그 가치를 잴 수 있습니다. "감사일기의 포인트가 쌓이면 쌓일수록 내가 선택한 현실이 이미 창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감사한다는 게 아니라, 내 꿈이 그만큼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p183)."  

일을 할 때는 힘을 뺄 줄도 알아야 하며, 나의 존재를 일과 동일시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p251)." 저자께서는 우연히 강남의 한 서점에서 골라 읽은 책을 통해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시는데 사실 책이 정말로 특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읽는 사람의 정신 안에 이미 각성 게이지가 차오를 만큼 차올랐을 때 어느 책이건 그에게 트리거가 되어 목표한 바를 달성케도 해 주고 혜안을 갖추게 돕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신의 다른 이름이다. 돈에는 내가 묻어 있고, 돈에 대한 감정에는 내가 모르던 내가 많이 숨어 있다. 돈에 묻은 것을 씻어내는 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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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른 비즈니스 영어 - 억대 연봉 글로벌 인재들의: MP3 음원 제공
Hyogo Okada 지음 / 베이직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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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라는 게 가장 잘 발휘되어야 할 때는 바로 "거절"의 순간입니다. p58에는 "연설 의뢰 거절"의 좋은 예가 나옵니다. 이 양식에서 핵심은 "~라서 유감스럽게도 ~할 수 없습니다."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것입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정중한 표현은 "I am sorry that~"입니다. 의외로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쉽고도 적절한 표현이 그 자리에서 바로 생각이 안 난다면 이걸 자기 실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예시처럼 제가 무슨 연설을 의뢰받은 일은 없었지만 "거절"을 서면에 표현할 때는 (약간 거창하긴 하지만) I regret that~ 같은 어구를 썼었습니다. 그 외에도, "만약 그 일이 아니었으면 (귀측의 요구를 받아들였을 텐데)"를 표현할 때는 otherwise를 쓸 것을 이 책은 제안합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연장 요청을 할 때, 조금 다른 뉘앙스이긴 하지만 regret 동사가 나오긴 합니다. 여기서는 "하지 말아야 할 부탁을 드려 송구스럽긴 하지만~"이란 뜻을 가집니다. "이런 연장 요청을 드려 송구스럽지만"을 I regret having to ask you for this extension으로 표현합니다. 우리가 주의해서 볼 포인트는 regret 동사가 ~ing 형태, 즉 동명사를 바로 목적어로 취한다는 점입니다. 또 이 상황이 내 자의가 아니라 상황에 떠밀려 불가피하게 이렇게 되었음을 드러내기 위해 have to를 쓴 데에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이 표현을 따로 붉은색 계통으로 강조하지는 않지만, 본문 해설에서는 따로 분량을 할애합니다. 그만큼 중요히 여긴다는 뜻이겠습니다.  

사실 "~라서 유감"이라는 표현을 regret 동사로 쓸 때에는 뒤에 ing나 절(clause)을 이끄는 that이 오는 게 보통인데, 이 책에서 해설 부분에서는 regret to (원형)을 권합니다. 본문에서는 ~꼴을 썼는데도 말입니다. 아무튼 이 책의 본문 양식은 실무에서 자주 쓰므로 잘 알아 두어야 하겠습니다.  

이 책에서 또하나의 장점은, 특정 경우에 어떤 표현을 잘 제시하면서도, 이걸 대신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영어는 같은 표현을 쓰는 걸 싫어하므로, 이른바 paraphrase라고 해서 같은 뜻을 외견만 다른 문구로 내세워야 나의 지적인(최소한 not dull한) 면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이 책 p68, p128 같은 곳이 특히 그러합니다. p68에서 be grateful for~을 My sincere thanks for 대신에 쓸 수 있다는 조언은 아주 유용합니다. 

누군가를 소개할 때 p122에서는 introduce를 씁니다. 그 앞에 나오는 wanted to reach out~은 ~에게 연락하기를 원했었다는 표현이므로 "소개"와 직접 상관은 없으나 주변 상황을 우아하게 전달하기 위한 redundant이므로 이 역시 알아두는 게 좋겠습니다. 이의 대안 표현으로는 p138에 be pleased to introduce가 제시되며, 비슷한 표현으로는 have an honor to introduce가 있겠습니다.  후자는 이런 지면 서식보다 석상에서 면대면 상황일 때 자주 쓰이긴 합니다.  

이 책은 또한 유용한 표현 여럿을 단편적으로 팁처럼 알려 주고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로서 완결된 서식으로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모든 챕터에 제목+인사용건+본문세부내용+마무리후속조치 등의 4단계 체계로 딱딱 나누어서, 전체로서 격식을 갖추는 건 물론 응용 범위를 넓혀 실제 다양한 상황에서 써 먹을 수 있게 독자를 배려합니다. 

이 책은 당연히 공부용으로도 쓸 수 있고, 뭐가 필요할 때마다 사전처럼 찾아 보며 집어내 쓸 수도 있습니다. 좀 더 길게 분석을 하고 싶지만 이 책 고유의 내용이 서평에 너무 노출되면 곤란하겠고 서평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겠으므로 이쯤에서 줄입니다. 아주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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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수업 - 십대들이 알아야 할 교실 밖 세상 이야기
정선렬 지음 / 행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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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은 보통 그 개론 레벨을 학부 1학년 정도에서 교양으로 듣곤 합니다(문이과 불문. 교필까지는 아니라도). 생각 없이 당연히 여겨 온 여러 문제에 대해 치밀한 사고와 고민을 거쳐 내놓은 해답들을 읽어 보면 재미도 있고 어떤 각성의 기쁨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청소년기와 학부 저학년은 시간상 그리 멀리 떨어진 거리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기왕 배울 것 더 어린 나이에 배워 두면 사고력 향상과 올바른 가치관의 정초에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제조된 위험"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울리히 벡이 처음으로 고안했는데, 인류는 진화 초기부터 자연계로부터의 여러 위험에 노출되었던 상태였습니다. 야수의 습격, 자연재해, 흉작 등은 생존 자체를 위협할 정도였으나 이는 인류가 차례로 극복을 해 온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우리가 겪는 여러 위험들은, 여러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인류가 인위적으로 건설해 온 문명이 유발한 것입니다. 책에는 국내외의 여러 끔찍했던 재난 사례가 나오는데 이 모두는 우리가 자연 상태로 살았더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위험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원시 단계로 돌아갈 수는 없고, 다만 위험이 종래 겪어 오던 것과는 성질과 대처, 예방 방법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게 이 담론의 목적이겠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 사람이 어떤 소속, 환경에서 자라왔겠구나 싶은 분위기, 품격 같은 게 있습니다. 나도 알고 나를 상대하는 사람도 그런 견적(?)을 다 내고 평가를 마친 후 대응전략을 짜는 게 보통이죠.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를 두고 아비투스라 명명하며 한 사람이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아비투스를 체화하느냐에 따라 소속 계급이 결정되는 기제를 설명합니다. 특히 이 책은 현직 사회과 교사가 쓴 책이므로 아이들을 그 아비투스에 따라 차별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를 묻는 이 대목이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굴 차별하고 안 하고는 그 타인에 대한 선호보다는 결국 자신과의 친연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므로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차별하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도 그 순간 자기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열심히 차별하는 중이겠으니. 

세상에는 갖가지 종류의 반칙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기술자를 대신 사서 내가 할 일을 시키는 것입니다. 요즘은 게임도 대리로 시키는 풍조가 있는데 최근 중국 바둑계도 AI 치팅이 크게 문제되어 시끄러워졌죠. 대체 게임이 뭐길래 대리까지 사서 시킨 후 위신을 세우려 들까요? 여기서 저자는 로버트 머튼의 아노미 개념을 원용하여 이 현상을 설명하려 드는데 다소 독독창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아무튼 아노미는 무엇이 본질이고 곁가지인지를 성원들이 혼동하는 데서 그 시발점을 마련합니다. 

조지 S 패튼은 2차 대전 중 한 연설에서 미국과 영국 사이를 "같은 언어에 의해 갈라진 사람들"이라 표현한 적 있습니다. 바벨탑 이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에 의해 갈라진 적은 있어도 같은 언어가 누굴 반목시킨 적은 없으니 일종의 패러독스 레토릭입니다. 여튼 서로 다른 언어는 갈등과 알력의 불씨가 되며 각 종족의 내부 언어와 상징이 단결과 통합을 위해 더 정교하게 발달할수록 그 외부와의 이질화는 더 가속화합니다. 이를 위해 인류 전체는 소통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겠으며 특히 한민족의 경우 남북의 이질화 방지에 더 주력할 필요도 있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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